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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키운 ‘9cm’ 지키려 손발 묶였는데⋯규제 없는 수입산에 안방 내준 어민들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4-22 16:57 게재일 2026-04-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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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대게. /경북매일 DB

“9㎝ 대게 한 마리를 잡으려면 바다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긴 세월을 참고 법을 지키는데 수입산은 치수 미달도 합법이라니. 조업 나갈수록 빚만 쌓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만난 60년 경력의 어부 최주호 씨(78)는 텅 빈 갑판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16세에 배를 탄 이래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최 씨의 호소는 법을 준수하는 어민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 ‘역차별’<본지 4월 21일자 1면 보도> 때문이다.

국내 수산자원관리법상 대게는 코끝부터 등딱지 뒤까지 잰 갑장(甲長)이 9㎝ 이상인 수컷만 포획할 수 있다. 대게가 이 크기에 도달하려면 심해에서 7년을 성장해야 한다. 

알을 품은 암컷 대게 일명  ‘빵게’ 포획 금지와 더불어 9㎝ 치수 제한은 어민들이 자원 보호를 위해 인내하며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단 한 마리라도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어민은 즉각 범법자로 몰린다.

하지만, 이 기준은 수입산 대게 앞에서 무력해진다. 일본이나 러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산이라면 포획 자체가 불법인 7~8㎝급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가 ‘수입 식품’으로 둔갑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른다. 7년을 기다려 법을 지킨 국산 대게가 규제 없는 수입산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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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대게. /경북매일 DB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울진·영덕·구룡포 연안 어민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잡아 올리는 ‘연안대게’는 최상급 박달대게보다 크기는 작아도 단맛이 진하고 부드러워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 실속형 수산물이다. 

박달대게를 찾기 부담스러운 대중 소비층을 지탱하며 연안 어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치수 제한 없이 쏟아지는 저가 수입 대게가 이 시장을 직격했다. 

정성윤 구룡포근해자망통발선주협회장은 “연안대게의 주 소비층이 규제 없는 수입산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가격 경쟁 자체가 안 되니 어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성토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연간 국내로 쏟아지는 수입 대게는 약 8000t 규모다. 반면 2025년 7월~2026년 6월 경북 전체에 배정된 TAC 물량은 고작 655t(포항 330t, 영덕 175t 등)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수입산의 무분별한 허용이 국내 불법 포획까지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 수족관에 수입산 어린 대게들이 합법적으로 깔리다 보니 일부 업자들이 국내산 치수 미달 포획물을 수입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세탁 유통’의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9㎝ 이하 어린 대게가 수입산과 섞여 있는데 정부가 이걸 방치하는 건 불법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형적 규제를 방치해온 정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지난 21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공문을 받았다”며 “그간 보호 자원이 수입되는 순간 ‘식품’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법 절차의 시작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 발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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