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얼음 속에 붙잡힌 시간, 그러나 끝내 사라지는 이미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4-22 16:40 게재일 2026-04-23
스크랩버튼
조선희 개인전 ‘Frozen Gaze: 잉여의 시간’
Second alt text
조선희作
Second alt text
조선희作

인물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조선희 작가의 예술사진 연작을 집약해 선보이는 개인전이 열린다.

대구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오는 5월 6일부터 6월 6일까지 조선희 개인전 ‘Frozen Gaze: 잉여의 시간’이 개최된다.

전시에는 작가가 2020년부터 이어온 연작 ‘FROZEN GAZE’가 소개된다. 이 작업은 작업실 앞에서 마주한 죽은 참새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그 장면에서 떠올린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얼림’이라는 행위를 통해 받아들이지 못한 감정의 상태를 응시한다. ‘Frozen Gaze(얼어붙은 응시)’라는 제목은 순환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감정을 끝까지 바라보려는 시선을 뜻한다. 이번 연작은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감정의 잔여를 이미지의 상태로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시는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죽은 새, 얼음, 한지 등 물질을 특정 조건에 놓고, 사라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업의 핵심은 ‘얼리는 행위’다. 얼음은 단순한 보존 장치가 아니라, 붕괴의 속도를 지연시키며 그 사이의 시간을 드러내는 매개로 기능한다. 얼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기포, 결의 변화는 대상과 결합해 예측하기 어려운 이미지 층위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대상은 정지와 변화를 동시에 내포한 상태로 제시된다.

사진과 영상은 이러한 과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소멸로 향하는 과정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영상은 생성과 해빙의 흐름을 통해 형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얼음의 균열과 붕괴는 이미지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변화의 상태임을 강조한다.

한지 작업에서는 이미지의 변형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쇄된 이미지는 물과 약품에 의해 번지고 주름지며 형태가 변형된다. 한지는 지지체를 넘어 이미지 변화에 개입하는 물질로 작동하며, 빈티지 액자는 시간의 흔적을 지닌 요소로서 이미지와 시간의 층위를 함께 드러낸다.

조선희는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조건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이미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데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는 보존과 소멸, 고정과 해체가 교차하는 시간의 관계를 다루며, 이미지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제시한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조이수 큐레이터는 “‘Frozen Gaze’는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가 이미지 앞에 머무르며 시간과 감각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희 작가는 1990년대 초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해 인물사진 분야에서 작업을 이어왔다. 배우, 예술가, 대중문화 인물 등을 촬영하며 한국 인물사진의 흐름을 형성해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조아조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