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총회서 의결… “문경 유학 문화 체계적 보존 계기 기대”
문경의 대표적인 전통 교육 공간인 영빈서당(산장 변창수)이 보관 중인 유물 32건 34점을 문경시 옛길박물관에 기탁해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영빈서당은 지난 4월 30일 문경문화원 3층 1회의실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서당 운영과 관련된 유물을 문경시 옛길박물관에 기탁 관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영빈서당 측은 회의에서 500여 년 역사를 이어온 서당 건축물과 교육연구시설, 각종 유물을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23년 영빈서당 건축물을 문경시에 기부채납한 만큼, 관련 유물 역시 공공기관에 기탁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영빈서당이 보관해 온 유물 32건 34점은 문경시 옛길박물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보존될 예정이다.
영빈서당은 약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경 지역 대표 유학 교육 공간이다. 기록에 따르면 영빈서당의 뿌리는 조선 중기 산양수계(山陽修禊)에서 시작된다. 첨지(僉知) 황사웅, 사맹(司孟) 변종번, 별좌(別坐) 변종범, 첨지 서흔, 부장(副長) 변안인 등 3문중 5인이 미풍양속을 권장하기 위해 수계를 조직했고, 1554년경 당시 상주목사였던 신잠 선생이 산양향약수계소 내에 죽림서당(竹林書堂)을 병설하면서 본격적인 교육 기능을 갖추게 됐다.
이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서당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지역 선비 채득강·채득호 형제가 수계소를 복원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1614년에는 칠봉 황시간, 월봉 고인계 등 지역 유림들이 보다 넓은 공간을 찾아 현재의 산북면 서중리 수계곡으로 옮기고 ‘근암서당(近巖書堂)’이라 이름 지었다.
그러나 1669년 근암서원이 설립되면서 서당은 다시 웅암촌 수계소로 돌아오게 됐고, 이후 18개 문중이 뜻을 모아 산양면 반곡리 남쪽 영강변 일원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이어 1688년 무렵 현재의 이름인 ‘영빈서당(穎賓書堂)’으로 자리 잡으며 지역 유림들의 학문 연구와 인재 양성의 중심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도 영빈서당은 18개 문중이 중심이 돼 문경 지역의 전통문화와 유교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번에 기탁되는 유물 역시 문경 지역 500년 역사와 정신을 담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창수 산장은 “영빈서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선조들의 학문 정신과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며 “회원들이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온 유물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옛길박물관 기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탁이 영빈서당의 역사와 문경 유학 문화를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전통문화 계승과 향토 사료 보존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