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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과 곁들인 마음을 울린 그림책으로 호사 누리기

등록일 2026-05-11 17:33 게재일 2026-05-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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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밥 헌터스 마음이 배부른 곳, 부산 학문서점

국제시장 투어로 만난 보수동 책방골목 ‘흑백사진관’서 추억쌓기
그림책 큐레이션 ‘학문서점’에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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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학문서점 앞에서 제일 마음에 든 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내게서 출발한 책들이 지인과 친구들 손에 들렸다가 그들의 책꽂이에 잠시 머문다. 그 후의 시간은 분리수거장이거나 냄비 받침으로 쓰이다 헌책방 구석으로 숨을지 모른다. 
 

내 책의 독자인 친구들과 부산 국제시장으로 쇼핑을 갔다. 쇼핑이 목적이지만 찬란한 봄날을 제대로 즐기려고 나선 소풍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오늘 일정은 맛집에서 점심, 쇼핑, 흑백 사진 찍기, 보수동 헌책방 둘러보기, 맛집에서 저녁 먹고 돌아오는 걸로 짰다. 오후 2시 사진관 예약만 확실한 약속일 뿐 다른 건 발에 닿는 대로 갈 예정이다.
 

포항 제일교회에서 만나 한 차로 출발했다. 일없이 외동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참새가 방앗간 들어가듯 들러 카푸치노 한 잔과 땅콩빵 한 봉지를 샀다. 차 안에서 나눠 먹으며 별 이야기 아닌데도 깔깔거렸다.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집을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웠다.
 

국제시장은 이름답게 평일인데도 전 세계 사람으로 넘쳤다. 시장에 우뚝 솟은 주차타워에 차를 맡기고 곱낙전골로 유명한 ‘개미집’으로 향했다. 자주 가도 갈 때마다 헷갈리는 골목이다. 그래도 한 번에 찾아냈다. 친구들 입맛에 맞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맛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화장실은 찾기 힘드니 개미집에서 해결하고 옷 가게로 향했다. 
 

평생 얌전한 옷만 입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추천했다. S는 주저주저하다 내가 추천하는 원피스, 셔츠를 계산대에 올렸다. 하지만 색이 찐한 파란 치마는 용기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바지만 입는 G를 원피스 맛집으로 데려가서 하나를 골라 일단 입어보라고 떠밀었다. 갈아입고 나온 모습에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잘 어울렸다. 입은 그대로 사진관으로 향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자리한 흑백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다. 오후 2시 예약인데 30분 전이라 헌책방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그림책을 가게 앞에 많이 내놓은 곳에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림책 큐레이션-학문서점 앞이다. 우리는 그림책 공부하며 만난 사이니까 자석처럼 끌렸던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주인장이 나오더니 자신의 그림책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하며 안으로 데려갔다. 15년 헌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그림책을 많이 읽었고, 읽다 보니 아이들 책이라 생각했던 그림책이 어른을 위한 책이더라고 이야기보따리를 펼치려 했다. 잠시만요, 우리 사진 찍고 다시 올게요. 흑백 사진관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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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와 차와 책.

새로 산 원피스에 셔츠랑 청재킷을 걸치고 우정 사진을 찍었다. 백 장 가까운 사진 중에 고르고 골라 인화를 맡기고 다시 학문서점으로 갔다. 차나 팥빙수 중에 하나를 주문하면 주인장이 손님에게 어울리는, 좋아할 만한 책을 7권 골라 준다고 했다. 우린 빙수와 차를 다 골랐다. 세 사람을 자세히 보더니 빙수의 얼음이 갈리고 차가 우려질 동안 고르고 고르더니 우리 테이블 가득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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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모두 책에 이끌려 들어온다.

빙수가 녹는 줄도 모르고 각자 앞 그림책에 정신이 팔렸다. 녹기 전에 먹으라는 주인장의 재촉에 맛을 보았다. 옛날 빙수 맛이었다. 너무 달지도 싱겁지도 않은 추억의 맛이었다. 꽃차도 순하게 몸에 스몄다. 쇼핑하며 뜨거워진 몸이 릴렉스 되며 차분하게 그림책 안으로 들어갔다. 첫 책은 박준 시인의 시에 그림을 입힌 ‘우리는 안녕’이다. 내가 사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이라 주인장에게 들킨 것 같아 놀랐다. 또 한 권 내 마음을 울린 책은 ‘자린고비’, 영화 ‘만약에 우리’를 떠올리게 했다. 올 한 해 책을 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무너뜨리게 했다. 여기 맛집이구나, 마음이 환해져서 돌아왔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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