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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마다 고전을 읽는 사람들, 양동마을 ‘곤지서당’

등록일 2026-05-20 18:23 게재일 2026-05-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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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서당 회원들이 월요일 저녁 양동마을 문화관에서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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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서당 회원들이 월요일 저녁 양동마을 문화관에서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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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정에 올라 내려다 본 양동마을 전경. 멀리 안산 성주봉이 보인다.

월요일 저녁 7시. 경주 양동마을 문화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손에는 묵직한 도덕경이 들려있다. ‘곤지서당’ 회원들이다. 최근 ‘고문진보’를 마치고 ‘노자 도덕경’을 읽고 있다. 잔잔한 훈장님의 목소리가 문화관 안에 천천히 울려 퍼진다. 회원들은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밑줄을 그어 가며 귀를 기울인다. ‘道’에 대한 이해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회원들은 월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문화관으로 향한다. 
 

이덕환 훈장이 이끄는 곤지서당은 2014년 1월부터 시작됐다. 양동마을 출신인 그는 세무공무원으로 재직 당시,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논어 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것이 인연이 돼 함께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이후 경주시 강동면 평생학습원 프로그램에 논어 강의가 개설되며 자연스럽게 강의를 이어갔지만 그곳에는 약간의 수강료 부담이 있었다. 그는 한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양동마을 문화관에서 무료 강의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이 지금의 곤지서당이다.
 

오랜 시간 훈장님과 함께 공부해 온 회원들에게 물었다. “쉽지 않은 한학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 어르신은 “조상의 자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했다”고 말했다. 신문을 보며 혼자 한자를 익히다 훈장님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한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원은 “무엇을 이루기 위한 공부라기보다 마음을 닦는 공부”라고 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운 어르신은 몇 안 되는 회원들과 훈장님을 묵묵히 챙기며 서당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고전공부를 아마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것 같다”며 웃는다. 경쟁과 성취 중심의 시대에 한학 공부는 느리지만 묵직한 자기 수양의 시간이 되고 있었다.
 

회원들은 사서삼경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논어’에서는 인간관계를 배우고, ‘중용’에서는 균형 잡힌 삶을 익히고, ‘맹자’는 도덕적 삶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달라진 세상에도 경전 속 가르침은 여전히 살아있다.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도(道)를 논하는 ‘도덕경’은 쉽지 않은 책이지만, 훈장님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회원들의 손이 책 위를 노닌다. 가까운 곳에 훈장님이 있고 함께 공부할 벗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큰 행운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회원들은 고전의 가치가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회원이 최근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유치원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지인이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섯 살 아이들에게 “효가 무엇이냐?”고 묻자, 한 아이가 “엄마, 아빠를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답해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다. 웃으며 들은 이야기였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효의 의미 또한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밤 9시. 공부를 마치고 문화관을 나서며 곤지서당 회원들은 말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만큼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월요일 밤마다 양동마을 문화관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그 근본을 잊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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