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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권력’의 오만

등록일 2026-05-25 18:01 게재일 2026-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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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정치인이 권력에 취하면 괴물이 된다. 괴물이 된 권력은 이성을 잃는다. 비이성적 권력의 행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이 잘 보여준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특검을 임명하고, 그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여 공소취소까지 할 수 있으니 사실상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법’이다. 권력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괴물 같은 법’이 아닌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법안에 대해 역풍이 불자,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 시기나 절차는 의견수렴과 숙의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주문했고,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선거를 의식한 전술적 후퇴이니 선거 후에 다시 밀어붙일 것이 뻔하다. 이 특검법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시민 10명 중 8∼9명은 ‘공소 취소’ 뜻을 잘 모른다”고 국민을 바보 취급한데서 알 수 있듯이 집권당의 오만은 갈수록 태산이다. 국민이 권력의 저의(底意)를 모르면 ‘입법 도둑질’도 괜찮다는 말인가? 
 

이 특검법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고 공소취소까지 한다면 이것이 바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며,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권한을 입법부가 빼앗는 삼권분립 파괴행위이다. 권력의 사유화로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진보언론과 학자, 그리고 정의당·경실련 등 진보단체들까지도 위헌 법률이라고 비판하겠는가. 
 

어쩌다 나라꼴이 이렇게 되었나? 여당은 권력에 취했고 야당은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60%대를 유지하고, 여당의 지지율 역시 야당보다 크게 앞서고 있으니 오만해진 것이다. 사법3법(재판소원제·법왜곡죄·대법관증원법)의 문제점을 외면했듯이, 조작기소 특검법 역시 문제가 없다는 여당의 독선과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고야(F. Goya)가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고 했듯이, 사욕으로 이성을 잃은 권력은 괴물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야당 책임이 크다. 보수는 두 번이나 탄핵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장동혁은 반성과 혁신을 통한 보수 재건은커녕 ‘윤 어게인’ 공천까지 하면서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 당권과 사익에 혈안이 된 정치꾼들이 사라져야 보수가 회생할 수 있고, 보수가 건강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으로 정치를 하니 민심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니체(F. Nietzsche)가 지적했듯이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권력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비판과 고언(苦言)에 감사할 줄 알아야 괴물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이 ‘권력은 마약’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힘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면 괴물이 된다. 괴물이 된 권력에게는 ‘국민의 회초리가 약’이다. 오직 이 약만이 괴물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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