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기존 부지·송전망·에너지 벨트 강점 울주, 원전 밀집·시설 이전 문제 부담
정부의 신규 원전 확대 기조 속에 경북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차기 원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두 지역의 입지 여건 비교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규 원전 후보지는 오는 15일을 전후 주민 수용성 여론조사를 거친 후 입지 여건 등을 종합 평가, 6월 말 쯤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현재 주민 수용성은 원전을 유치한 지역 간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입지 여건이 주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단은 영덕이 한발 앞서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덕은 과거 원전 추진 과정에서 확보된 부지와 동해안 에너지 벨트 연계 가능성이 강점으로 꼽히는 반면 울주는 기존 원전 인프라를 갖췄긴 하지만 원전 밀집과 시설 이전 부담 등이 되레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것. 실제, 영덕은 한때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로 추진됐던 지역으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약 59만 5000㎡(18만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둔 상태다. 신규 원전 추진 시 추가 부지 확보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전원개발사업 과정에서 지질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진행됐던 만큼 입지 안정성은 일정 수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지역은 처음 신규 부지를 검토해야 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기술적 불확실성 면이 불거질 수 있으나 영덕은 그런 문제는 없다”며 그것이 영덕으로서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영덕은 입지 조건에서도 유리한 편이다. 동해안 임해 지역으로 원전 운영에 필요한 냉각수 확보가 쉽고, 수심이 깊은 개방형 해역을 갖추고 있는 관계로 취·배수 시설 구축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원전 후보지 앞까지 초대형 기자재 해상 운송이 가능한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송전 인프라 측면 또한 경쟁력이 높다. 현재 동해안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구축이 진행 중에 있고, 2026년 준공 예정인 동해안 HVDC(초고압직류송전) 망을 활용하면 추가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교통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다. 영덕은 포항~영덕,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됐는가 하면 동해선 철도 고속화 사업 등이 추진되면서 최근 광역 교통망이 크게 확충되고 있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장비 이동 등에서 편리, 신규 원전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영덕은 울진 한울원전과 경주 월성원전·SMR(소형모듈 원전) 산업의 중간 지점에 위치, 경북도가 추진하는 동해안 원자력 에너지 벨트와도 부합하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지역 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과 연계한 에너지 믹스 구축은 물론 철강생산을 고로에서 수소 환원 제철 공법으로 바꾸려 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원전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 수소 산업을 견인해 나갈 수도 있다.
영덕과 경합하는 울주군도 장점은 많다. 신고리 원전단지가 위치한 국내 대표 원전 지역으로 기존 산업·전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하지만 원전 밀집에 따른 복합 리스크는 부담으로 꼽힌다. 울주군 일대에는 현재에도 다수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집중돼 있다. 또 부산·울산 등 광역 인구 밀집 지역과 인접해 있다. 대규모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인프라와 무관치 않다.
부지 확장성 한계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지 여건상 추가 건설 가능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울주군에서는 사실상 추가 2기 수준 이상의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이는 장기적인 원전 클러스터 확대나 대규모 신규 원전단지 개발 측면에서는 제약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존 시설 이전 문제도 난제다.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한수원 인재개발원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단순 건물 이전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현실적 부담이다. 한수원 인재개발원은 원전 운영 교육과 안전 훈련, 시뮬레이터 교육, 신규 직원 양성, 숙박·연수 기능 등을 수행하는 핵심 시설로, 이전을 위해서는 대체 부지 선정과 교육시설·숙박시설 재구축이 필요하고, 고가의 원전 시뮬레이터 이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시뮬레이터는 보안시설과 인증체계를 포함하고 있어 이전 비용과 기간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절차 역시 기존 시설 운영 종료 이후 대체 시설 완공과 기능 이전, 기존 시설 철거를 거쳐야 신규 원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은 되레 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이전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KINGS는 단순 연수시설이 아니라 대학원 기능과 국제 학생 교육, 연구시설, 기숙사, 국제협력 기능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서, 이전 과정에서 교육부 협의와 법인 문제, 학생·교수 이전, 연구시설 재구축 등이 복합적으로 얽힐 가능성이 크다. 또한 KINGS는 UAE 등 해외 원전 협력국 인력 양성과 국제연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이전 자체가 정책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에너지 업계 안팎의 전망은 일단은 영덕에 시선이 쏠린다. 현 여건만을 따진다면 영덕이 다른 곳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영덕군 또한 “정치적 결론만 아니라면 영덕이 승산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영덕과 울주가 신규 원전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 예단은 섣부르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한수원 전 고위 관계자는 “경합이 치열하면 결국 주민 수용성과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이 최종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