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연은 왜 자유로운가?!

등록일 2026-05-31 18:43 게재일 2026-06-01 19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날마다 마당에 나가 풀을 뽑는다. 사람들은 그런 풀을 잡초라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불원초(不願草)라 부른다. 내가 ‘원하지 않은 풀’이란 의미다. 세상에 잡놈은 있어도, 잡초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풀은 지구 전역을 빼곡하게 덮고 있는, 지구상 최고 최후의 생명체다. 지독한 산불이 일어난 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최초의 전위(前衛)도 언제나 풀이다.

박주가리, 메꽃, 개망초, 닭의장풀 같은 불원초를 뽑다 보면 찾아오는 생각이 있다. 풀은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뽑아도 풀은 곧바로 다시 돋아난다. 어떻게 저리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비어있으나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 생긴다.(虛而不屈 動而愈出)” ('도덕경' 5장) 자연에 내재한 생명력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행하는 인위(人爲)에 대응하는 말이 무위(無爲)인데, 거기서 무위자연이란 말이 나왔다. 자연(自然)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스스로 그러하다’이다. 외부의 힘이 개입하여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그런 게 자연이다. 자연의 속성은 본래부터 그런 것이다. 누가 시키거나 강제한 것이 아니라, 제가 본래 그런 것이 자연이다.

자유(自由)는 ‘스스로 말미암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강력한 인과율(因果律)이 작용한다. 사유와 인식의 결과 행해진 행동의 원인과 과정 및 최종적인 결과까지 책임지는 것이 자유다. 자유를 외치는 존재는 사태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저 홀로 감당(堪當)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했으니, 결과도 내 몫이란 것이다.

무한대로 증식하고 번창하는 자연을 보노라면, 자연이야말로 유일하게 자유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왜 그런지 묻지도 않지만, 그 결과를 철두철미 끝까지 책임지기 때문이다. 보라! 자연에서 무의미하게 탕진되거나 소모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당신 주변의 다채로운 자연의 활동을 살펴보면 이 말에 담긴 의미를 명명백백 통찰하리라!

지난 며칠 가물었기로 마당과 텃밭에 공들여 물을 준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 매번 두 시간 정도 골고루 물을 준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물을 준대도 거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내가 정성을 다해 주는 물은 절대로 고르게 뿌려지지 않는다. 최적의 분배에 나는 언제나 실패하는 것이다. 스프링클러를 작동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는 그런 법이 없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대지에 내리는 강수(降水)는 모든 공간에 지극히 적절하게 배분된다. 자연의 힘이다. 강수는 대지로 흘러들거나, 지하수로 내려가거나, 일부는 증발하여 천공의 구름이 되었다가 비나 눈이 되어 순환한다.

인간이 불러온 잉여(剩餘)와 그것이 야기(惹起)한 부정적인 결과로 지구의 오염이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시대다. 푸른 행성 지구의 작은 공간에 의지하여 제한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행악질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저로 말미암은 모든 행위의 결과와 조화롭게 공존한다. 자연은 그러므로 끝내 유유자적 자유롭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破顔齋(파안재)에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