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6개 구에 무소속 8명 대거 출마… 보수 인사 민주당 입당 등 ‘역대급 대혼전’ 선거가 남긴 깊은 반목의 후유증…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 시민 갈등과 반목 봉합
6·3 지방선거를 치른 경북 영주시의 선거판은 극심한 반목과 불신, 갈등으로 얼룩진 치열한 전쟁터였다.
지난해 3월 13일 대법원의 선거무효형 판결로 박남서 전 영주시장이 직을 상실한 이후, 영주시는 약 1년 3개월간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공백기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영주시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자존감의 상처와 상실감의 시간은 고스란히 이번 선거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도약하는 영주시를 이끌어줄 리더를 그 어느 때보다 갈망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자들은 시작부터 파열음을 냈다.
특히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두고 낙마한 후보자들은 투명하지 못하고 기준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선거전 내내 이어졌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속출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지역구 변경 출마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든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영주시 선거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정치적 풍토를 보였다.
가장 주목받은 변화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방위적 행보다. 민주당은 시장 선거를 비롯해 도의원 2개 선거구, 시의원 6개 선거구 등 영주시 전 선거구에 후보를 모두 공천하며 깃발을 올렸다.
영주 지역 정가에서 이처럼 전 선거구에 걸쳐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들의 반격이 더해지며 전선은 복잡해졌다.
공천에 불복한 일부 후보는 지역구를 바꿔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기초의회 선거구 6곳에 무려 8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는 대혼전이 벌어졌다.
심지어 보수 성향의 도의원 후보는 무소속으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고 기초의회 후보 1명은 더불어민주당으로 1명은 지역구를 바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특이한 현상까지 보였다.
이로 인해 영주시 기초의회 선거는 역대 최다 규모의 후보군을 형성하며 그야말로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을 벌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공천 파동으로 뛰쳐나온 무소속 후보들의 만만치 않은 경쟁력이 선거 결과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텃밭을 자처하는 국민의힘과 전 선거구 공천으로 세를 넓힌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무소속 후보들이 엉키면서 이번 영주 선거는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고 시정을 정상화하려던 시민들의 염원과 달리, 출마자 간의 비방과 갈등은 지역 민심을 갈라놓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 영주 사회는 깊은 반목과 분열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를 통해 선택받은 당선자들이 마주한 가장 시급하고 무거운 과제는 지역 민심의 회복과 갈등 치유다.
선거 과정에서 찢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지 못한다면 영주시의 재도약은 불가능하다.
김모(57·가흥동) 씨는 “당선자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에 앞서, 선거전이 남긴 상처를 보듬고 반목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된 국민의힘 황병직 영주시장 후보의 합동연설회와 무소속 황선종 후보의 남부육거리 유세 등을 끝으로 6.3 지방선거 13일간의 선거 여정은 막을 내렸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