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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탄생 100주년 기념 시 콘서트

등록일 2026-06-16 16:22 게재일 2026-06-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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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온 문학의 울림을 되새기다
한국낭송지도자협회와 대구시낭송예술협회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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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 콘서트에 참석한 문인과 낭송가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한 시대를 살다 간 시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언어는 세월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찾아온다. 

지난 12일 저녁 대구생활문화센터 어울림홀에서 열린 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 콘서트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는 바로 그러한 문학의 힘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한국낭송지도자협회와 대구시낭송예술협회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대구시인협회가 후원하여 마련한 문학 축제다. 내빈으로 정하해, 김윤현, 정숙, 김형범, 사윤수, 이해리, 김종근, 손수여, 신승원, 정삼일 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행사의 문을 연 대구시인협회 김동원 회장은 축사를 통해 박인환 시가 지닌 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어 대구시낭송예술협회 최승희 회장은 초대의 글에서 “박인환의 시가 들려주는 시대의 외침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가 시인의 서거 7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그의 문학정신과 감수성을 다시 되새기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이날 강연은 박인환과 김수영 문학 연구의 권위자인 시인 맹문재 교수가 맡았다. 그는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를 중심으로 박인환 문학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했다. 그동안 박인환은 허무와 낭만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맹 교수는 그의 시속에 내재 된 시대적 비극과 폭력의 흔적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전쟁과 폐허의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 했던 시인의 고뇌를 통해 청중들은 박인환 문학의 또 다른 깊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강연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문학이 시대를 증언하는 방식과 시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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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 탄생 기념 시 콘서트에서 목마와 숙녀를 낭송하는 이현정(오른쪽)· 노현수(왼쪽) 낭송가.

이어진 시 낭송은 강연의 감동을 더욱 깊게 확장 시켰다. 이현정 낭송가는 ‘목마와 숙녀’를 섬세한 감정선과 절제된 음성으로 표현하며 작품 속 허무와 고독, 상실의 정서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객석은 마치 전쟁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영혼의 독백을 듣는 듯한 깊은 몰입감에 빠져들었다. 이경희 낭송가의 ‘세월이 가면’은 시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 가는 청춘과 사랑, 그리고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절절하게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또한 최수련·김혜경 낭송가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공태연·정지영 낭송가의 ‘눈을 뜨고도’, 우정진 낭송가의 ‘검은 신이여’ 등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인간 내면의 고독을 절실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도 남혜신, 강현순, 이진숙, 노현수, 류현순, 조정아, 최승희, 박순애, 이형국, 최은희, 이승향, 장은숙 등 20여 명의 낭송가들이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해석과 개성으로 박인환의 시를 새롭게 빚어냈다. 그들의 목소리는 시를 살아 움직이는 예술로 승화시켰고, 관객들은 한 편의 시가 지닌 울림과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으로 일깨워 준 아름다운 밤이었다.

행사의 기획과 연출, 사회를 맡은 이지희 시인은 “이번 콘서트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 시대의 문학적 울림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 콘서트는 박인환이라는 한 시인을 통해 전쟁과 상실의 시대를 돌아보고, 인간 존재의 의미와 문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품격 있는 문화행사였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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