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로 평가받지만 현재 국내 반도체 생산의 중심은 수도권으로 이동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는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생산기반과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산업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는 반도체 기판 생산기업인 LG이노텍과 국내 대표 웨이퍼 제조기업인 SK실트론,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순도 석영(쿼츠) 제품 분야 국내 선도기업인 원익QnC 등 반도체 공급망을 구성하는 주요 ‘앵커기업’들이 집적돼 있다.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만도 300여개 업체로 국내 산업단지 거점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원재료와 핵심 부품 생산을 담당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와 기판, 쿼츠웨어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소재로 평가된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가 형성되는 기반 재료이며, 기판은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전기적 신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쿼츠웨어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고온·고진공 환경을 유지하고 불순물 유입을 차단하는 필수 장비 부품으로 사용된다.
구미는 이처럼 소재·부품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정책과도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 첨단산업 경쟁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소재·부품 자립도 향상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다만 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만으로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이 초미세 공정과 인공지능(AI), 첨단 패키징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연구개발(R&D) 역량과 설계·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는 국립금오공대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비해 연구기관과 첨단 기술기업 집적도가 낮아 우수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기반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 분야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구미가 기존 소재·부품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첨단기술 기능을 결합할 경우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여건 개선과 산학연 협력 확대, 반도체 연구기관 유치 등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