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차별에 맞선 24년 “이해와 인간 존중이 예방 시작”
“사람들은 에이즈를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지와 편견입니다.”
24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HIV/AIDS 예방과 인식 개선 운동에 자신의 삶을 바쳐온 박용철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대구경북지회장이다. 세상이 외면하던 시절부터 그는 거리와 학교, 강단과 지역 사회를 누비며 생명의 소중함과 올바른 성 가치관의 중요성을 외쳐왔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29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한국성교육센터에서 지역 지도자와 시민, 봉사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지도자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통일교 지역협의회 신동균 회장과 임정배 사무총장, 최경집 한국군불교회장, 박철 ‘이북 5도 민회’ 대구광역시 회장, 정학봉 한국 시니어 파라다이스 회장, 김옥희 시 낭송가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뜻을 모았다.
박 회장이 에이즈 예방 운동에 뛰어든 것은 2002년. 당시만 해도 HIV/AIDS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고,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성문화가 급격히 변화했고, 성폭력과 성매매, 성매개 감염병 증가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등장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대구지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했다.
초창기 활동은 쉽지 않았다.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근거 없는 소문이 넘쳐났고, 감염인들은 사회적 냉대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예방교육과 상담, 홍보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나 비난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힘들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용모 용(容), 쇠 철(鐵)’ 자를 쓴다. 그는 “부모님께서 ‘쇳소리 나는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오해받더라도 사회에 필요한 일은 제 운명처럼 하겠다”고 했다.
최근 그는 또 다른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치료제의 발달로 과거보다 공포심은 줄었지만, 경각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신규 감염자는 20~40대에 집중된다. 특히 30대와 20대 비율이 높아 젊은 세대에 대한 예방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 성교육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성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성교육이어야 한다. 절제와 책임, 배려와 존중을 함께 가르쳐야 건강한 성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과 SNS를 통한 무분별한 음란물 확산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대구경북지회는 예방교육과 상담, 홍보활동, 인식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학교와 지역 사회 현장을 중심으로 생명 존중 교육과 건강한 성문화 확산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24년 전 작은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길. 그 길 위에서 박용철 회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외친다. “에이즈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편견은 버리고, 이해와 존중은 더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질병 예방을 넘어 인간 존엄의 가치를 일깨우는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무근 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