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제행무상’의 정치철학적 함의

등록일 2026-06-22 18:12 게재일 2026-06-23 23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자연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이,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불교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즉 “모든 존재와 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가르친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정치인들이 불행을 자초하는 까닭이다. 
 

‘제행무상’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정치철학적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첫째, ‘권력의 유한성을 깨닫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무상(無常)’이란 ‘항상(恒常)함이 없는 것’, 즉 ‘변화’를 의미한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민심도 변하는데 영원한 권력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임기는 5년,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니 모두가 시한부 권력이다. 물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권력은 교체된다. 국민의 지지와 비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니 정치인들은 목에 힘을 빼고 겸손해야 한다. 정치인이 무상의 진리를 깨닫고 있을 때 권력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한 정치를 할 수 있다. 
 

둘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혁신하라’는 것이다. 정치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변화에 수반하는 부담을 회피하고 기득권 유지에 안주하려 한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정치적으로 ‘보수(保受)’는 ‘수구(守舊)’가 아니다. 보수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변화된 민심을 받들어 제대로 혁신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AI시대에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지조’가 아니라 ‘무지’의 소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치인은 국민은커녕 자기 자신도 결코 구제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유연성을 가지고 소통하고 포용하라’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너도 변하고 나도 변하는데 어떻게 나의 생각만 고집할 수 있겠는가? 남녀노소(男女老少)가 서로 다른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 사고로서는 소통할 수 없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은 다름을 인정하고 제3자의 관점에서 소통하려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유연성은 변화에 대처하는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경직된 사고에 갇혀 독선과 아집을 버리지 못하면 혁신할 수 없고, 혁신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인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잘못된 사고의 덫’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어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처럼 ‘제행무상’은 정치인들에게 바른 정치를 위한 실천적 지혜를 제공해준다. ‘제행무상’은 ‘모든 것이 덧없다’는 허무주의가 아니라,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세상을 보는 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