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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정경제의 모범 ‘상생결제’

공정경제의 모범사례로 ‘상생결제’가 주목받고 있다. 상생결제는 협력업체가 결제일에 현금지금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대기업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결제 제도를 말한다.연쇄 부도의 위험이 높은 어음 결제 대신 중소기업의 사업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음의 경우 상환청구권으로 어음 부도 시 연쇄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결제일 장기화로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상생결제는 납품대금이 상생결제 예치계좌에 보관됐다가 하위 거래기업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부도나도 압류 및 가압류를 할 수 없어 연쇄 부도 위험이 높은 어음보다 안전한 결제수단이다.또 만기일 전 대기업 신용의 저금리 할인으로 금융 비용이 절감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올해 상생결제 확산 모범사례로는 LG전자가 선정됐다. LG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5개 관계부처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서 개최한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에서 상생결제를 공정경제 모범사례로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 해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방식으로 7조148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5천314억원이 2차 협력사에 지급됐다. 상생결제를 통한 낙수율(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물품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전달되는 비율)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공정경제의 모범인 상생결제를 적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욱 늘려야 한다. 상생결제의 보편화가 공정경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6

1500년 전 잠든 말 갑옷, 쪽샘에서 깨어나다

쪽샘 고분 유적은 4~6세기 축조된 신라 왕경인들의 집단 무덤군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부터 쪽샘 유적에 대한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4월 우리나라 고고학계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쪽샘 유적 내 C-10호라고 부르는 무덤에서 거의 완벽한 형태의 말과 장수의 철제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이다.1600년 전 신라시대 갑옷이 출토된 것만으로도 드문 일인데, 말과 장수의 두 갑옷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굴되었다는 것에 당시 학계나 관련연구자, 그리고 언론에서 주목했었다. 두 갑옷은 비늘 모양의 작은 쇠 조각(小札)을 엮어 만든, 소위 찰갑(札甲)으로 부르는 형태였다. 이러한 찰갑은 넓은 쇠판으로 제작한 판갑(板甲)보다 발전된 기술로 이동성에 있어 훨씬 용이하다. 이러한 완벽한 형태의 찰갑, 그것도 말과 장수의 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은 동아시아에서 최초의 사례이다.발굴 당시 말 갑옷은 목·가슴-몸통-엉덩이를 가리는 한 벌이 펼쳐져있고, 말 몸통 갑옷 위에 장수의 갑옷 일부가 깔려있었다. 주변에는 장수가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투구, 목가리개와 긴 칼 등이 놓여있고, 말 얼굴을 보호하는 갑옷 부분(馬5191)은 별도의 나무곽(副槨)에 넣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발굴된 말 갑옷은 당시 부식 상태가 심각해 긴급하게 현장에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흙 속에 묻혀 있던 말 갑옷이 노출되면서 상태변화로 인해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굴 현장보다는 안전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발굴 현장에서 연구소 보존과학실로 이동해 오래시간 동안 정밀 보존처리가 이뤄졌다.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을 별도 마련된 처리실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발굴된 원형대로 말 갑옷을 이동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였기 때문에 안전한 이송을 위해 먼저 국내·외 유사 사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모의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이동계획이 수립되었다.먼저 말 갑옷이 부서지거나 흐트러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제를 도포하여 임시 강화처리를 하고, 충진재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한지를 덮고 석고붕대로 드레싱을 한 후 우레탄폼으로 유물(갑옷)을 보호했다. 말 갑옷 아래쪽은 흙을 깊게 파고 바닥과 주변에 목재프레임으로 벽을 세운 후 빈곳을 우레탄폼으로 채워 보강하고 크레인을 이용하여 들어 올려 이송하였다. 즉, 발굴된 갑옷만 수습한 것이 아니라, 갑옷에 고착된 흙을 비롯해 주변 흙을 통째로 이동한 것이다. 작은 철판 하나하나가 부식이 심해, 하나씩 수습하는 것은 유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유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더라도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원형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보존실로 옮겨온 말 갑옷은 현장에서 포장한 방법과 반대로 포장재를 해체하는 작업부터 실시했고, 이후 갑옷의 내면부터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이송 중 파손을 줄이기 위해 보강된 우레탄폼, 임시강화제 등을 제거하고, 에어브러시브를 이용해 표면의 이물질과 부식화합물 등을 클리닝했다.분리가 가능한 편들은 X-ray 촬영을 실시하고 가죽, 목질, 섬유 등 남아있는 유기질에 대한 자료 등을 기록했다. 이물질 제거 후 파손되거나 결실된 부분은 접착제로 접합하고 복원재로 결실부를 제작했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혀 실제 유물과 어울리도록 복원했다. 그리고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도록 내면에 불소계 수지(V-flon 10%)를 2차에 걸쳐 도포하여 전면을 코팅했다.내면 처리가 완료된 후 외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유물을 다시 뒤집어야 했다. 말 갑옷은 약 740매의 작은 철판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뒤집을 시 각각의 철판이 움직이거나 유동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유물의 유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여러 보호 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먼저 말 갑옷 주변부에 유토를 사용해 높이를 맞추고, 그 위에 한지를 덮었다. 말 갑옷 표면에는 얇은 주석박지를 밀착시켜 다시 보호한 후 유리섬유, 거즈 등을 덮고 실리콘으로 도포했다. 그 위에 우레탄폼으로 1차로 층을 만들고 목재 격자프레임을 설치한 후 격자 안에 2차로 우레탄폼을 다시 채웠다. 전체 중량 때문에 혹시라도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벌집형구조체를 덮어 보강했다. 전상은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안전하게 말 갑옷을 뒤집은 후 우레탄폼과 한지 및 강화제, 흙, 자갈 등을 차례로 제거한 후 말 갑옷 표면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에어브러시브로 클리닝 해주었다. 내면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수착된 가죽, 목재 등 유기질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X-ray촬영도 함께 했다. 이후 이동이나 뒤집기 과정에서 파손된 편을 접착제로 접합하고, 결실된 부분은 주변부와 이질감이 없도록 복원했다. 기타 부가적인 처리작업은 내면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었고, 말 갑옷은 발굴되었을 때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문화재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에 묻어 있는 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때로는 깨지고 부서진 부분은 다시 수리하고 복원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보존처리는 오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작업이며, 각 분야 전문가의 세밀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 화려하게 전시된 문화재 역시 대부분 이러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유물들이다. 지난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특별전시 ‘말, 갑옷을 입다’에 출품된 말 갑옷은 이러한 지난한 문화재 보존처리의 과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전시가 가능했다.

2021-12-06

예술과 기술에 대한 미술사적 고찰(上)

예술, 기술, 주술, 마술은 역사 속에서 기묘한 관계를 맺어 왔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미술을 테크네(τ03ADχνη)라 불렀다. 테크네는 기술, 기교를 뜻하는 테크닉의 어원이기도 하다. 테크네는 인간이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전체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미술도 포함된다. 그리스어 테크네를 고대 로마인들의 라틴어로 옮긴 것이 아르스(ars)이다. 오늘날 우리가 예술 혹은 미술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단어 아트(art)가 여기서 왔다. 예술의 어원은 예술이 기술과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음악가들은 오랜 시간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무용수들 역시 동작을 익히고 유연성과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단련한다. 미술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는 기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하는 재료,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다루는 기술을 마스터한 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술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적어도 도제식 교육을 받던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그랬다.대부분의 예술 장르에서 기술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기교나 기술적 완벽함이 음악가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탁월한 음악가에게 기술적 완성도는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무용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은 형편이 많이 다르다. 미술사학에서는 대체적으로 현대미술의 태동 시점을 19세기 중반으로 본다. 이전 미술이 따르고 쫓았던 규칙, 원리, 규범, 가치를 부정하면서 현대미술이 태어났다. 15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 태동기까지 서양미술의 근간은 모방과 재현이었다. 잘 모방하고 잘 재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르네상스 이전 고대나 중세 까지만 하더라도 미술가는 기술자였다. 육체노동을 천시했기 때문에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았다.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미술창작이 몸을 쓰는 육체노동에 그치지 않고 고대의 시인들처럼 고도의 정신작용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미술가들은 기술을 익혀야 했음은 물론이고 기술로 구현될 그림이나 조각에 정신적 가치를 담아야 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르네상스의 만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거장들이다.그렇다면 마네, 모네, 세잔 등을 비롯한 이른바 현대미술의 선구자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앞선 미술에 반기를 들고 규칙과 규범들을 깨트렸던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미술이 권력화 되어 권위적이고 배타적이며 폐쇄적이고 경직되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이 사유하고, 자유로이 탐구하고, 자유로이 창작하던 르네상스 미술정신이 어떻게 그토록 변질되어 버린 것일까? 이와 관련해 여러 요인들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1648년 프랑스 왕립미술학교의 설립이다.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로마 가톨릭의 교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종교개혁자들에 맞서 가톨릭교회는 반종교개혁의 움직임을 형성했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크미술이다. 장식성이 강한 바로크 미술은 화려하다. 앞선 르네상스 미술이 비례, 균형, 조화, 통일을 추구했다면 바로크에서는 비례와 균형이 무너지고 조화나 통일성 대신 스펙터클이 펼쳐졌다. 로마에서 바로크가 발달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서양미술의 중심지는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로마였다. 그런데 루이14세가 프랑스의 왕으로 즉위한 17세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미술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자신을 ‘태양 왕’으로 신격화한 절대왕정의 루이14세는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정책들을 폈다. 절대적 권력의 상징이 되는 곳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늪지를 메워 상상을 초월하는 궁전을 세우고 35㎞ 떨어진 센 강으로부터 파이프로 물을 끌어와 화려한 분수로 장식된 어마어마한 정원을 조성했다. 미술은 오랫동안 권력의 불편한 동행자였다. 권력은 선전도구로서 미술을 활용했고, 미술은 기꺼이 그 필요를 충족시켜 주었다. 절대왕정을 위한 미술가를 양성하기 위해 1648년 서양미술사 최초로 국립미술교육기관 ‘왕립미술학교’가 설립되었다. /미술사학자

2021-12-06

장수 기업의 비밀, 득심 경영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12월이 되면 늘 찾아오는 단골집의 반가운 카카오 톡이 있다. 직접 잡은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대게가 들어왔다는 연락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대게를 먹고 오곤 하였다.아마도 스스로 애주가나 미식가로 자부한다면, 믿고 갈만한 단골집 한 두 곳 쯤은 두었을 것이다.단골이란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간다’는 단순한 산술적 통계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이 어우러져 같이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동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진정한 단골을 만들고 싶다면 그 곳을 찾는 손님 각각의 취향을 잘 알아야하고, 그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 손님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이번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골이 많기로 소문난 ‘호시료칸’의 장수 비법을 배워보고자 한다.호시료칸은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건축 회사 ‘콩고구미’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기업이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해 있고, 718년에 세워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여관이며, ‘천년 기업’을 이미 오래전 뛰어넘은 1300년된 일본 장수 기업이다.호시료칸은 단골 손님이 많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시료칸의 정신은 일기일회(一基一會)이다. 이는 “한 번 만날 때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며 평생 단 한번의 만남이라고 여겨 온 힘을 쏟는다.”는 말이다.이로 인해 고객의 마음을 얻는 ‘득심(得心) 경영’이 성공하였기에 지금의 장수 기업이 되었다고 필자는 본다.이 기업의 ‘득심 경영’ 특징 세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객과 종업원을 1:1로 매칭(Matching)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하였다. 이는 고객에 대한 세심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둘째 고객이 최고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온천수의 수질 관리와 식사에 만전을 기하여 항상 고객이 최고의 품질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는 것, 셋째 고객이 남들에게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이 곳에 와서 차 한잔, 술 한잔 마시며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고객 개인에게 ‘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전해 주었고, 이는 한번 온 고객은 다시 찾게 되는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많은 기업들이 무수한 별처럼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11년으로 생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70%가 창업과 동시에 폐업한다는 의미이다.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몽고 식품 단 3곳 뿐이다.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득심 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2021-12-06

세 번째 스무살, 살맛나는 멋~!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수묵빛 세월의 흐름도 뉘엿뉘엿 세모(歲暮)의 긴 그림자를 드리워가고 있다. 요동치는 코로나의 난국에 살얼음판 걷듯이 불안하고 조바심을 태우며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데, 일월의 바퀴는 또 한 겹의 나이테를 물레처럼 감는듯 굴러가고 있다. 뒤돌아보면 책장같이 빼곡한 한 해 하루하루 일상들이 모이고 쌓여 이제 한 권의 책처럼 편철해야 하는 마무리 시점이라고나 할까?대나 갈대, 나무 따위의 줄기에서 생기는 마디는 세월과 사람에게도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무던한 세월은 무심치 않아 시간의 마디 같은 연륜을 쌓고 있고, 사람은 10대나 20대 등 나이대를 통칭해서 세대의 마디 같은 전환의 시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것을 뜻하는 전환(轉換)은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 용기와 도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낯선 설레임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세번째 스무살’ 프로그램은 삶에 대한 인식전환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과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100% 국비 지원의 신중년 생애전환 특화사업이다. 2021년 경북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지원사업 ‘세번째 스무살’은 경북지역 신중년 세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발견하며 청년시절 꿈꾸었던 숨은 열정을 다시 일깨워 삶을 전환하고자 기획됐다. 즉, 공모사업 신청자가 하고싶은 사업과 테마를 직접 선정하고 강사 초빙, 운영, 평가, 정산 등 일련의 과정을 참여자들이 자체 기획, 진행, 결과물 정리 등 일반 문화예술교육과는 확연히 차별성이 있는 참여 발굴형 문화예술 진흥사업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운영으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실현의 기반을 마련하고, 경북 내 23개 시·군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창의적 문화예술 체험활동의 장려를 권장하고 있다.필자는 포항지역에 거주하는 시낭송가와 동화구연가 등과 함께 ‘살 맛나는 멋’ 팀명으로 ‘나를 노래하고 세상을 노래한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갈수록 흥미와 재미가 쏠쏠하다. 투박하지만 나를 닮은 토기를 빚고 20대에 즐겨 외웠던 시를 자연 속에서 낭송하는가 하면, 아무런 생각없이 장작불 불멍을 때리며 심신을 이완시키기도 하면서 별 바라보기와 나에게 편지쓰기 등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 몰입과 자각으로 내 마음을 풀며 새로운 나의 발견과 전환의 의미를 되새겨가고 있다. 그렇게 따로 또는 같이 먹고 살고 놀고 즐기면서 붓과 시낭송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노래할 수 있으니, 정말 살맛나는 멋이 아닐 수 없다.거의 한 달 내내 축제같고 선물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낯선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좀더 차분하게 넓혀가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나를 위한 쓰임에 한땀 한땀 생각과 마음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인생과 마주하며 세번째 스무살을 충만하고 충분하게 정성껏 살기로 다짐해본다.

2021-12-06

최우선의 덕목은 ‘청렴’이다

서숙희시인·포항문인협회 회장 내년 2022년은 월드컵이 열린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2022년이 얼핏 2002년과 겹쳐 보인다. 2002와 2022는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일치하는 숫자가 많다. 새삼 그때의 감동이 상기되면서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인 2001년에 우리는 어땠는가를 생각해 본다. 온 국민이 우리나라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면서, 혹은 우승 국가를 점치면서 얼마나 설레고 또 얼마나 흥분했던가.그로부터 꼭 20년 후, 2002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가 비슷한 2022년은 바야흐로 선거의 해다. 대선을 비롯하여 4대 지방선거까지 열리는, 선거에 선거를 거듭하는 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축제라고 했던가.선거라는 축제를 1년 앞둔 지금 우리는 축구 축제인 월드컵을 1년 앞둔 그때처럼 한마음으로 설레면서 그날을 기다리는가.나라의 지도자를 뽑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일, 당연히 즐거워야 하고 설레야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막이 오른 대선판도 그렇지만 몇 달 후면 지역은 지역대로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어수선함을 넘어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편치 않다.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 200 년도 더 된 고전, 목민심서를 21세기에 다시 소환해 본다. 목민관의 자세와 도리를 밝힌 목민심서의 키워드는 ‘청렴’이다. 200 년 전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강조되어야 함은 무슨 의미일까.다산은 청렴함에서 위엄이 나오고 신뢰도 나온다고 하였다. 청렴은 단순히 부정한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상이다. 청렴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정직하고 공정하여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이다.며칠 전 한 일간지의 설문조사 내용 중,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갖추어야 자질로 ‘도덕성’과 ‘미래비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지역을 이끌 지도자로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설문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것은 아니겠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는 분명한 것 같다.그것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우리의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도덕적이지 않았고 미래비전에 약했다는 말이 아닐까.도덕성은 곧 청렴이다. 청렴의 바탕 위에서 비로소 다스리는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니 모든 것의 근본이요 바탕이다. 논어에서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처럼 말이다. 청렴에 더해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통섭의 사고와 지혜를 지닌 지도자이면 더 좋겠다. 눈앞의 단편적인 생각에 묶여, 혹은 사소한 감정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없는 품이 넉넉하고 품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겠다.우리 지역의 지도자에게 바라는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예술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그 가치나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기에 다른 분야에 비해 후순위가 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우리의 지도자가 어디서 백마 탄 초인 같이 홀연히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초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년 선거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가려지기를 바란다. 그런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20년 전 2002년 월드컵처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가 되고, 거기서 뽑힐 지도자를 지금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시간이면 좋겠다. 선하고 깨끗한 품성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 거기에 시와 음악과 미술의 가치를 아는 문화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로 오면 참 좋겠다.

2021-12-05

붉은 등을 켰다

가을이 겨울을 위해 붉은 등을 켰다. 동네가 환하다. 수백 년 전부터 바알갛게 불을 밝힌 만 그루의 나무 곁에 십만 그루가 가로등처럼 꽃불을 켜서 마을 전체가 환하다. 의성 사곡면 화전리로 들어서는 순간 어찌나 동네가 붉은지 ‘산수유 마을’이란 별칭이 꼭 맞아떨어진다. 지난봄, 입구에서부터 버스 정류장에도 산자락에도 어김없이 산수유꽃이 노랗더니 지금은 붉은 물감을 칠해 새로운 겨울 축제를 열었나 싶다. ‘영원불변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300년 넘게 오래도록 마을을 밝힌다.산책로에 들어서니 발밑에 빨간 열매가 떨어졌다. 학창시절 국어책에 실렸던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聖誕祭)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애처롭게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려고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고,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하며 끝맺던 시.그 시절 나는 산수유를 알지 못했다. 꽃의 색깔뿐만 아니라 모양도, 시에 등장하는 빨갛다는 열매가 콩알만 한지 사과만 한지도 궁금했다. 지금은 얼른 핸드폰을 열어 검색 찬스를 쓰면 되지만, 그때는 국어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손톱만 한 작은 열매라고 하셔서 앵두 같겠거니 했는데 발아래 산수유는 투명한 다홍 색의 타원형 보석 같다. 그때 이 어여쁜 모양을 알았더라면 시가 더 내 몸속에 알알이 새겨져 흘렀을 것이다.혹여 시인은 산수유 마을을 겨울의 길목에 다녀갔을지도 모른다. 본관이 의성이고 안동에서 태어나셨으니 이곳 사곡면 화전리에 와서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산수유 붉은 물결을 눈에 넣고 시를 썼을 것이다. 시 전체에 산수유 빛깔이 흩뿌려져 있다. 바알간 숯불로 시작해 열로 상기한 볼, 불현듯 느끼는, 마지막 구절에 산수유 알이 박혀 흐르는 혈액을 보면 동네에 내를 따라 늘어진 붉은 산수유 가지들을 보고 부리나케 시상을 떠올렸을 것이다.물이 흐르는 곳으로 작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섰다. 골짜기 가득 붉은 산수유 이불을 덮어놓았다. 찾아간 시간이 해거름 녘이라 물가에 늘어진 가지 뒤에 붉은 조명을 비추는 듯해 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잎은 하나 없이 온통 붉게 상기된 얼굴을 냇물에 비추니 물빛도 산수유를 꼭 닮아 버렸다. 넋 놓고 올려다보노라니 나도 덩달아 달아올랐다.가만히 열매를 생각하니 꽃이 피었다 지고, 또 열매가 익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도 걸렸다 싶다. 가장 일찍 눈을 떠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노릇을 하는 녀석이 여름에 붉게 익어도 될 터인데 뒤에 핀 사과꽃도 열매 다 익혀 시장으로 마트로 팔려갔는데, 더 늦게 핀 감꽃도 주황색 까치밥만 남겨둔 지금, 이렇게 활짝 붉은 꽃 잔치를 느지막하게 열었다. 누구보다 많은 계절을 담기 위해 봄 여름 갈 겨울을 기다린 녀석들이다. 성격 급한 나로선 따라 하기 힘들다.노란 산수유 꽃이 필 때는 동네가 사람들로 넘쳤었다. 산책로를 따라 사진을 찍으면 꽃만큼 사람도 찍혔더랬다. 붉은 산수유 꽃이 핀 지금은 우리뿐이다. 꽃등 아래 흐르는 냇물 소리만 가득하다. 봄에 기념사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 자리가 오로지 내 차지다. 뒷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남편이 하라는 대로 포즈를 취하며 붉은 내음새를 가득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고선 폰을 내려놓고 눈으로도 한참 바라보았다. 마음에 알알이 새겨넣었다.산수유 마을은 가로등 모양도 산수유다. 사람이 자연을 따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순리를 따르는 일이다. 거스르며 사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산수유 마을 사람들은 300년 전에 알았다. 골짜기 깊은 곳이라 해가 일찍 졌다. 기둥 끝에 빨간 열매 두 개가 부리나케 불을 켰다. 불현듯 성탄이 가까웠다는 게 떠올랐다. 집에도 산수유 닮은 불빛 몇 개 내 걸어야겠다. /김순희(수필가)

2021-12-05

내로남불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예를 들면, 시험공부 할 때 저녁에 공부하지 않고 자면서 어머니에게 아침에 공부할 테니 일찍 깨워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그런데 어머니가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깨워도 깨지 않고 계속 자다가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일찍 깨워주지 않아서”라며 어머니 탓을 한다.평소에는 부하 직원의 보고서를 보거나 감독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던 상사가 사장에게 꾸중을 듣고 나면 부하 직원을 탓하며 난리를 친다.또 매사를 남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심한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인은 어떤 불미한 사건에 연루되면 하나같이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말한다.만에 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되어 유감”이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거나 반성은 하지 않고 서로 남 탓하기 바쁘다. 오죽하면, 올해 4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내로남불(Naeronambul)’이 등장했겠는가. 자신한테 관대하고 남한테는 엄격하다. 이중성의 극치이다.이렇듯, 사람은 대개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다. 왜 사람은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려 하는 것일까? 인간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갈등이 있으면 내적으로 긴장하고 불안을 느낀다. 불안과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 뇌는 여러 심리적 대응책을 작동시키게 된다. 이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남 탓을 하는 것은 정신의학으로는 갈등이나 내외적인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이렇게 남 탓하는 방어기제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영사기를 통해서 나오는 스크린의 영상을 보고 그것이 영사기가 아닌 스크린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데서 나온 용어이다. 투사는 자신의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 등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 자신의 불안감, 책임감, 죄책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아의 의도이다.그러나 문제는 투사가 부적절하게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신병적 증상 중에는 환자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이라는 증상이 있다. 실제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투사되어, 바로 그 사람이 자신을 미워해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그 사람의 잘못이므로 그 사람이 변해야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탓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내 인생에서 잘못된 모든 것을 남 탓으로 규정한다면, 남이 바뀌기 전에는 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자기 주체적 삶’이 아니다.정치의 경우, 자기반성 없이 남 탓만 하는 정치는 절망이고 자기반성에 투철한 정치는 희망이다. 우리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든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정치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 때문에 불편하다.‘내로남불’의 풍토가 고쳐지지 않으면 희망의 정치는 없다. 어떤 정치를 선택할 것인가는 국민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희망의 정치가 없다면 희망의 대한민국은 없다.논어나 맹자에도 “소인은 무엇이 잘못되면 남을 원망하고 심지어 하늘까지 원망하는데, 군자는 우선 자기에게 잘못이 없나 반성해보고 잘못이 없을 때 비로소 외부를 검토한다”고 돼 있다.요즘은 자기반성보다는 남 탓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불가에서 깨달음의 핵심은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 즉 ‘바깥 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춰라’는 데 있다.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으면 바깥모양(外相), 다시 말해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심반조,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보라는 뜻이다.사실 정신치료도 자기 문제를 남이나 외부로 투사하고 있는 것을 깨우쳐 자심반조 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석가의 깨달음처럼 바로 이 투사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힘겨워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진료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 때문에, 부모 때문에, 자녀 때문에, 상사 때문에, 동료나 친구 때문에, 부하직원 때문에, 자신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한다. 비록 타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오롯이 남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타인 의존적 삶’이다. ‘자기 주체적 삶’은 자심반조하고 투사를 없애는 것이다.나는 우리가 남 탓하지 않는 자기 주체적 삶을 통해, 우리 정치도 남 탓하지 않는 희망의 정치를 통해 오늘보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2021-12-05

‘이준석 가치’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Inner circle)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다. 주로 거물급 인사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쓴 윤핵관은 일종의 이너서클이다. 경선과정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왔던 중견정치인들 다수가 해당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트린 것도 근본원인은 윤핵관에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이 의도를 갖고 당내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핵관 일원으로 지목되는 익명의 한 의원은 이 대표를 두고 “당무우선권을 가진 후보가 대표를 징계할 수 있다. 초장에 버릇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막말이다. 전형적인 호가호위(狐假虎威)다.최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선대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 임하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문고리 3인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불만이 나왔다. 윤 후보가 소수의 핵심인물에 의존해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이라며 부정적으로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대표는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당시 국민이 이준석을 국민의힘 사령탑으로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권이 급증했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윤 후보가 지난 3일 울산에 머물던 이 대표를 직접 찾아가 그동안의 갈등을 풀고 ‘일체(一體)’가 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윤핵관 울타리를 벗어난’ 윤 후보의 리더십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선대위 합류를 보류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니 이제 ‘윤석열 선대위’는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그때의 변화 돌풍이 지금 불면 집권여당이 아무리 자금이나 조직, 여론형성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더라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내년 대선은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준석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며, 그가 활동할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줘야 한다. 윤 후보가 포용력과 수권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싸늘해진다.

2021-12-05

기대 수명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란 11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300∼400명의 슈페센티네리안이 존재한다고 하나 정확한 조사는 없다.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은 기네스북에 오른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고 연장자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까지 122살을 생존한 유일한 여성이다. 1995년 그녀의 삶은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파리 에펠탑이 완공되기 14년 전에 태어났으며 빈센트 고흐(1853∼1890년)를 직접 본 인물로 화제가 됐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말까지 산 근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1800년의 인간 평균수명은 26세였다. 1900년 31세, 1950년 49세였으며 2000년에 들어 66세까지 높아졌다. 국가에 따라 평균수명은 조금 차이가 나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인 일본은 2000년에 81세를 기록했다.남자보다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5세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살이라고 밝히면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2020년 한국인의 생명표가 발표됐다. 생명표는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유지된다면 특정 나이의 사람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짐작게 하는 나이 통계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10년 사이 3년이상 늘었다. 작년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보다 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는 82.9세, 경북 사람은 82.6세로 전국 평균 83.5살보다 낮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얼마나 더 늘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5

초겨울 단상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2월 초순이다. 아직은 가을의 잔병들이 머뭇거리고 있지만 입동과 소설이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겨울인 셈이다. 만산홍엽 타오르던 단풍은 낙엽이 되고 엽록소를 탈색한 마른 풀잎들이 싸늘해진 북서풍에 수런거리는 계절이다. 개구리와 뱀이 동면에 들어가고 풀벌레들도 월동준비를 마치면 겨울 철새들이 돌아온다. 초겨울의 대략적인 풍경은 이러하지만 자세한 내막으로는 적지 않은 예외와 이변도 없지 않다. 특히나 풀을 배어낸 곳에는 뒤늦게 새싹이 돋아나 철없이 꽃을 피운 것도 있고, 가끔씩은 메뚜기나 나비가 초췌한 모습으로 눈에 띄기도 한다.12월은 세월의 강물 소리를 듣는 달이다. 벽시계의 톱니 소리를 평소엔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듣게 되는 것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선 문득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월의 강에 인간사가 휩쓸려가면서 역사가 된다. 얼마 전 그 역사의 흐름에 두 전직 대통령이 잇달아 떠내려갔다. 그들의 재임기간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포함한 삼십년을 군사정권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 삼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가장 눈부신 성장을 했다. 국민소득이 고작 100불에 불과하던 극빈 후진국이 8천불이 넘는 국민소득에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른 중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 성과와 업적에 대해서는 김일성이 집권한 북한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터이다. 군사독재라고 하지만 그것이 북한 김일성의 독재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하는 일이다.박정희의 5·16은 다행히 무혈의 쿠데타였지만 전두환의 군사정변은 5·18이라는 유혈사태를 초래했다. 항쟁하던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해서 무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희생이 훨씬 적었을 테지만, 12·12사태와 과잉진압 등이 원안제공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두 사람 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는 했지만 후임 김영삼 정권 때 군사반란 및 내란혐의, 불법비자금조성 등의 혐의로 처벌받고 자격을 박탈당했다. 나중에 특별사면을 받았으나 전임 대통령의 예우는 물론 유골을 묻을 장지조차 정하지 못한 처지라고 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 발생했던 일들도 600년이 지난 오늘에는 은원친소의 감정을 떠난 역사적 사실로만 평가를 하듯, 군사정권 30년도 먼 훗날에는 원한과 감정의 앙금이 가신 역사적 사실로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5·16도 5·18도 진행 중인 역사다.인류역사라는 대하(大河)의 한 지류인 대한민국 역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통치자 한 사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예가 드물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현 정권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뭔가 크게 잘못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안을 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온 국민이 신뢰하고 기대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한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국민 개개인의 의지와 판단이 역사의 흐름을 만든다. 한 해가 기우는 초겨울, 나를 돌아보는 일과 함께 역사의 향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2021-12-02

통계의 함정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국민 98%는 종부세 청구서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크게 뛰어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낙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외친 말이다.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이 약 100만이니까 5천만 인구의 2%라는 뜻이다. 일견 듣기에 “종부세 내는 사람은 2%밖에 안 되는구나. 많지 않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통계의 함정이다.거꾸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종부세를 낼 사람의 모집단의 크기는 얼마인가?” 어린아이나 청소년 등 또한 자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인구를 제외한다면 이 모집단의 크기는 1천만 이하일 수 있다. 1천만 이하라고 가정하면 종부세 내는 사람은 10%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올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언론도 이런 종류의 통계의 오류에 빠져서 여론을 잘못 호도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코로나 중증환자 숫자가 매일 발표된다. 그런데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가보다는 현재의 중증환자 숫자만 발표하여 현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고만 보도한다. 현재의 숫자보다 얼마나 중증환자가 늘어가는지를 보도하는게 중요하다. 중증환자의 증가 추세가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최근 65세 시니어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보도와 함께 시니어 운전자의 면허증 유효기간을 짧게 하고 검사를 엄격히 강화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체 교통사고에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매년 높아진다고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있다. 의학상으로 시니어들의 노화 현상으로 운동감각이 저하되고 운전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절대 숫자가 늘고 있다면 당연히 시니어의 교통사고가 느는 건 인구 고령화 시대에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구 중 65세 시니어 비율이 늘어가는 통계와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도 들쭉날쭉하다. 조사방식과 조사대상의 표본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게 대통령 후보의 선호도에 따른 여론조사의 본질이다. 조사방식이 어떤 계층에 유리한가 조사대상이 누구인가가 엄청 중요하지만, 조사기관들은 그런걸 발표하지 않고 여론조사라는 명목으로 결과를 발표한다.이러한 오도된 결론을 “컨벤션 효과가 있다 없다”로 언론매체들은 그에 따른 해석을 내놓는다. 결국 2중의 오류가 빚어진다. 통계도 문제지만 거기에 해석을 맞추는 언론의 견강부회식 해석도 분석의 오류일 뿐이다.최근 끝난 야당후보 경쟁에서 ‘역선택’ 논란도 있었다. 한 후보는 민심이 자기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그 통계를 들여다보면 여당 지지자들의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그렇다면 그가 선출되면 그 지지자들이 그를 찍어 줄 것인가? 야당 후보 중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후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역선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통계의 오류, 해석의 오류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관계기관은 통계의 오류를 이용하여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해서도 안 되고 언론들은 해석의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2021-12-02

집단면역의 실패

집단면역이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늦어지거나 멈추게 되면서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많은 어린이가 홍역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과학자들에 의해 관찰되면서 집단면역의 효능이 입증됐다.1977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 천연두는 집단면역의 결과다. 18세기 유럽에서만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40만 명에 달했다. 치사율 30%의 전염병이 집단면역 효과로 지구를 떠난 것이다.LA타임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전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팬데믹의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보도했다. 세계 최초로 접종률 60%를 달성했던 이스라엘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를 억누르지 못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80%의 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신규 확진자는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19 종식을 학수고대했던 국민 모두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 사례가 빈발한 가운데 최근에는 델타변이 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백신접종은 병세 악화를 막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미국의 전문가들도 집단면역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을 아낀다고 한다. 온 국민이 고대했던 집단면역 날 새고 만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12-02

윤석열의 오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호가 위기에 빠졌다. 경선 이후 한 달이 지났는 데도 원팀 선대위 구성이 지지부진하고 내부 잡음만 무성하다. 더 큰 문제는 선장을 맡은 윤 후보가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줄 모른 듯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문고리 3인방’ 원성을 듣고도 외면하고,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채 연락을 끊어 후보 따로 대표 따로. ‘따로 국밥’신세다.중도와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젊디 젊은 당 대표가 당무 거부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졌다. 그 결과 2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선대위 두 번째 회의마저 취소됐다. 당 대표가 정식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잠행하는 바람에 선대위 전체가 마비된 셈이다.사태의 전말을 들어보니 한 달 전에 잡힌 외교사절과의 면담일정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충청권 유세 참석여부를 묻는 패싱 논란이 도화선이었다. 뒤이어 후보의 제의로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는 데, 뒤돌아서자 마자 막대한 홍보예산을 탐낸 행보라는 식의 음해성 뒷담화가 결정타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태의 발단은 당 대표를 적대시하고 배척하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이중 플레이에 있다. 이준석 당 대표의 이유있는 당무거부에도 윤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않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이다.내년 3월 대선지형을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대선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국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좋아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젊은 층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부동산 값 폭등을 막지못해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게 만든 실정 탓이다. 잘한 것 없는 정부여당이 정권 연장을 꾀하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제1야당 후보에게 모여들었을 뿐이다.이 대표의 당무거부는 벌써 일부 청년 지지자들의 지지철회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20대 지지자 모임인 ‘팀 공정의 목소리’는 1일 “이준석 당 대표의 지위를 부정하며 ‘패싱’으로 일관하고 변화를 갈망해 모여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익만을 앞세워 각자가 챙겨갈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라며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가 절실한 윤석열 후보에게는 뼈아픈 실점이다.당 주변에서는 오만과 불통으로 귀닫은 ‘이회창 대세론’의 실패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 십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하던 윤 후보가 이제 대선 본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불길하다. 해법은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수습하는 길뿐이다.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후보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주고, 유권자를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젊은 당 대표 이준석을 설득못하면 어떻게 중도층·2030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2021-12-02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위하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거리마다 가로펼침막이 전시회를 이루었다. 대부분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불법으로 내건 것들이다.12년 무상교육을 마무리 짓는 시험! 오로지 이날을 위해 가장 빛나야 할 청소년 시기를 너무도 아프게 보낸 학생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보상을 떠나서 올해 수능부터는 제발 불수능, 물수능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난주부터 필자의 심장에 꽂힌 뉴스가 있다. 그것은 대학 순위 발표! 물론 해당 기관은 좋은 의도로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수험생 자녀를 둔 지인은 대학 서열을 조장하는 짓을 왜 하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대학 순위는 국내 순위, 아시아 순위, 세계 순위 등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국내 대학 중 세계 순위가 가장 높은 대학 순위는 129위였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위다. 그 이유를 해당 기관에서는 “피인용 상위 논문·출판물 비율과 국제 공동연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기 때문이라고 하였다.필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 순위가 아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대학교와 많은 교육 연구 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될 것이고, 비록 실효성 없는 해결책이지만 해결책도 제시될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등학교 제자 이야기다. 이맘때만 되면 유독 더 생각난다.“세계 100위 안에도 못 드는 대학은 안 가겠습니다. 대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왜냐면 수도권 대학에 갈 성적도 되고, 그래서 당연히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기에 필자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예전의 당연함을 강요하지 않는다.필자의 학교에서도 얼마 전 신입생을 위한 입학 전형이 있었다. 중학교에 무슨 입학 전형이 있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아주 엄정하게 입시가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전형 방법은 서류 전형과 면접이며, 서류 전형의 핵심 문제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이다.이 문제를 넣은 이유는 교육 수요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전형을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면 갈수록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체된 학교 안과 변하려는 학교 밖! 그 차이 정도가 곧 공교육 붕괴의 속도와 비례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올해 단연 으뜸 답은 주문과도 같은 다음 말이다.“첫째 아이가 그랬습니다. ‘○○○중학교에서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보냈다고….’”모든 수험생에게 이 주문을 꼭 전하고 싶다. 비록 지난날이 그렇지 못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분명 자신의 생애에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고!

2021-12-01

잠을 자야 꿈을 꾸지

사람이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이다. 인생의 1/3이나 잠을 자는 셈이다. 백 년도 못 사는 유한한 삶에서 그만한 시간을 무의식으로 보낸다니, 낭비도 이러한 낭비가 없다. 잠만 없다면 얼마든지 인생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고단한 우리네 인생에서 잠만큼 달콤한 것이 없다.우리말은 잠도 여러 갈래로 나누었다.때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나누고 깊이에 따라 나눈다. 모양에 따라 비유해 이름만으로도 잠자는 모습이 그려진다. 잠의 종류를 음미해보면 다시 느끼게 된다. 어느 언어가 이처럼 세밀하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우리말의 표현력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개잠 :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겉잠 : 겉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잠. 선잠.괭이잠 :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면서 자는 잠. 노루잠.굳잠 : 아주 깊이 드는 잠. 귀잠.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두벌잠.꾀잠 :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꿀잠 : 꿀맛처럼 달콤한 잠. 단잠.나비잠 :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낮잠 : 낮에 자는 잠.노루잠 : 자다가 자꾸 깨어 깊이 들지 못하는 잠. 괭이잠.늦잠 : 아침 늦게까지 자는 잠.단잠 : 깊이 달게 자는 잠. 곤하게 든 잠.도둑잠 : 자지 않아야 할 시간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자는 잠.도적잠 : 자는 시간이나 곳이 아닌데, 사람의 눈을 피하여 살짝 자는 잠.돌꼇잠 : 누운 자리에서 빙빙 돌며 자는 잠.두벌잠 : 한 번 들었던 잠이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개잠.등걸잠 : 옷을 입은 채 아무 데서나 나뒹구는 잠.말뚝잠 : 앉은 채로 자는 잠.발칫잠 : 다른 사람의 발치에서 자는 잠.발편잠 : 발을 죽 펴고 편안하게 자는 잠.밤잠 : 밤에 자는 잠.사로잠 :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는 잠.새벽잠 : 새벽에 깊이 드는 잠. 아침잠.새우잠 : 새우처럼 모로 누워 몸을 구부리고 자는 잠. 시위잠.선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겉잠. 여윈잠. 수잠.속잠 : 깊이 든 잠.수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선잠. 여윈잠.시위잠 : 활시위 모양으로 웅크리고 자는 잠. 새우잠.아침잠 : 아침에 자는 잠. 새벽잠.안잠 : 남의 집에서 그 집 일을 해 주고 그 집에서 자는 일.여윈잠 : 깊이 들지 못한 잠.온잠 : 밤새 온전히 자는 잠.이승잠 : 병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줄곧 자는 잠.쪽잠 :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쪼그리고 잠깐 자는 잠.칼잠 : 비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잘 때, 한쪽 어깨만 바닥에 대고 옆으로 길게 뻗어 자는 잠.풋잠 : 잠든 지 오래지 않아 깊이 들지 않은 잠.한뎃잠 : 한데서 자는 잠.한잠 : 한창 깊이 든 잠.헛잠 : 자는 체하는 잠.늘 불안한 노루처럼 자는 잠, 눈은 감고 귀는 살아 있어 고양이처럼 자는 잠, 자리가 비좁아서 모로 누운 칼처럼 자는 잠, 꼿꼿하게 박힌 말뚝처럼 앉아서 자는 잠,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등걸처럼 자는 잠, 실을 감고 푸는 돌꼇처럼 빙빙 돌며 자는 잠, 나비처럼 팔다리를 활짝 벌리고 자는 잠, 이처럼 우리말은 비유가 살아 있어 말만 들어도 어떻게 잤는지 알 수 있다.- 쟤는 얼마나 피곤한지 등걸잠을 자더라.- 노루잠을 잤어.- 쪽잠이라도 청하세.- 한뎃잠 잤더니 삭신이 쑤시네.잠은 때와 곳을 가리지 않는다. 때에 따라 새벽잠, 아침잠, 낮잠, 초저녁잠, 밤잠이다. 곳에 따라 집 밖에서 자면 한뎃잠, 바깥잠, 남의 발치에서 자면 발칫잠이다. 목적에 따라 속이려면 헛잠, 꾀잠, 시간에 따라 나누어 자면 쪽잠, 두벌잠, 토막잠, 깊이에 따라 괭이잠, 단잠, 꿀잠, 풋잠, 여윈잠이다. 말만 들어도 잠을 잘 잤는지 못 잤는지 알 수 있다.잠을 잘 여유가 많지 않은 세상이다. 잠을 줄이며 공부해야 하고 잠 안 자고 일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모자라는 잠을 채우려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데, 피로가 쌓였을 때 눈꺼풀은 역기보다 더 무겁다. 운전하다가 아주 가벼운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못해 영원한 잠에 빠지기도 한다.잠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생물학적 장치이다. 언제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의 스위치를 끄고 눈을 감아야 꿈을 꿀 것이 아닌가. 인간은 꿈꾸는 동물이고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므로. /수필가·문학평론가

2021-12-01

한판 승부 성공 방정식

장규열 한동대 교수 구도, 조직, 사람, 정책, 홍보, 여론, 시대정신. 선거를 앞두고 늘 고심하는 가닥들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치르는 한판승부에서 무엇이 승패를 가를 것인지 모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관심이 평균적으로 높은 우리는 누가 무엇을 잘 활용하여 최후 승리에 이를 것인지 궁금하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진영을 오가며 정권의 향배가 길을 찾는 이즈음에는 특히 선거전략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모두에게 흥미깊은 관전거리다. 백일도 안 남은 결전의 순간까지 양 진영은 치열한 수싸움에 집중할 터이다.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파월(Colin Powell)은 리더십에 대하여 말하면서, ‘조직은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다. 계획이 무엇을 성취하지 않는다. 경영이론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성패는 어떤 사람이 일하느냐에 달려있다. 위대한 성공에 이르려면, 최고의 인재를 끌여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조직구도와 직위명칭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선언하였다. 디지털과 온라인이 주도하는 지식경제에서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다. 고정관념에 빠져 오래된 습관에 의지하면 정작 해야할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자리다툼에 몰입하게 되어, 가장 중요한 사람을 놓치고 만다.정치권이 딱 그 모양이다. 대선판에서 후보가 물론 잘 해야 하지만, 그의 곁을 지키며 판을 이끌어갈 장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대정신과 사회적 트렌드를 잘 짚으며 직전 선거에서 중요한 승리를 이끌었던 젊은 기수가 신음하고 있다. 실로 오래간만에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였던 국민은 정치적 경향성을 떠나 그의 부침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이 가닥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든든하게 일어서기를 기대한다. 정치적 기득권이 옥죄는 모습에도 물러서지 않을 용기와 기백에 희망을 걸고싶다. 변화가 어려운 까닭은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을 답습하면서 새로움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정치는 말로만 변화를 외칠 뿐, 실제로는 ‘내일을 향한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닌가.기억과 전통이 필요하기는 하다. 지나간 흔적 가운데 실수와 패착을 발견하고 진정한 혁신을 이어가기 위하여 돌아보아야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아닐까. 오래된 이름들과 식상한 직책들에 매달리는 오늘 저들의 모습은 비전과 꿈으로 펼쳐가야 할 우리의 내일과는 너무 먼 게 아닐까. 무엇을 바꾸겠다는 집단이 옛 모습만 끌어모으는 행태도 이해하기 힘들다. 구태와 암투의 그늘에서 힘들어하는 젊은 리더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진영의 이쪽저쪽을 넘어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 나이는 물론 생각이 맑고 신선해야 한다. 싱싱한 기운으로 가득해야 한다. 바라보는 국민이 안심하고 내일을 맡기려면, 그 내일을 닮은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어제의 습관만 반복하는 당신들의 오늘에 실망하는 중이다.돌아올 그가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새롭게 던질 돌직구와 변화구를 기대한다. 발상이 전환되고 상상력이 발동되는 대한민국 정치권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보고 있으니.

2021-12-01

Z세대 신조어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Z세대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고,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Z세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틱톡, 트위치, 아프리카에서 트렌드를 선도한다.이들은 2000년대 초반 ‘즐’, ‘OTL’, ‘깜놀’, ‘갑툭튀’ 등을 채팅 용어로 썼으나 자연 도태됐다. 새로 등장한 Z세대 신조어로는 ‘어쩌라고’라는 뜻의 신조어로, ‘어쩔티비’가 대표적이다.‘어쩔티비~ 저쩔티비~’ 또는 ‘어쩔티비~ 어쩔냉장고~’ 식으로 쓴다.‘완내스’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는 뜻으로 음식, 장소, 사람 등이 마음에 들때 쓴다.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고?’란 뜻이고, ‘반모’는 ‘반말 모드’의 줄임말이고, 반대인 ‘반말 모드 박탈’은 ‘반박’이다. 더 이상 반말 모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킹리적 갓심’은 ‘합리적 의심’이란 말에다 ‘킹’과 ‘갓’을 붙여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실에 기반해 매우 의심할 만한 상태를 가리킨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뜻인 ‘꾸안꾸’에 이어 ‘꾸꾸꾸’는 ‘꾸며도 꾸질 꾸질’이란 뜻이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로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인 말이다. ‘박박/나나/짜짜’는 각각 대박, 겁나(혹은 비속어 X나), 진짜를 두 번 반복한 말을 줄인 말이다.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인 ‘갓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말하고, ‘캘린더 박제’의 준말인 ‘캘박’은 일정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뜻이다.Z세대의 신조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문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1

허경영 현상

허경영 국가혁명당 20대 대통령 후보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특이한 대목을 마주할 수 있다. 취미는 평범한 등산이라 했지만 좋아하는 운동은 축지법과 공중부양이라 했다. 애창곡도 특이하게 은하철도 999라 했다. 보통의 생각과는 분명 다른 면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그는 17대 대선 출마 때는 결혼수당 남녀 각 5천만원, UN본부 판문점 이전, 국회의원 출마 고시제 도입 등을 주장했고 국회의원 수도 1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만 다소 황당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예전에 발표한 공약의 일부가 20대 대선에 와서는 다른 후보의 벤치마킹이 된다는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그는 정치인이자 가수다. 폴리테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두 번의 대선에서 낙마하였지만 특이한 정치 공약을 내세운 탓에 다수 국민의 기억에 각인돼 있는 인물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번 20대 대선에 나섬으로써 그는 대통령 선거만 세 번째 도전한다.이번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결혼하는 부부에게 3억원 지급,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1억원과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자신 공약이 포퓰리즘은 아니라 했다. 국회의원 수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대통령 월급도 없앤다고 했다.지난 24일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조사한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 그는 4.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 후보(45.5%)와 이재명 후보(37.2%)에 이어 3위를 해 주목을 받았다. 황당하다고 했던 그의 공약이 이제와 먹혀드는 것일까. 허경영 현상이 지지율 변화로 이어갈지 궁금하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30

어떤 전화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우리는 문명의 이기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집 안팎에는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물건들이 자리한다. 그중에서 나는 가끔 전화기를 생각한다. 1980년대 초에 거금 20만원 넘게 들여서 구한 전화기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사립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25만원 정도였으니, 전화기가 얼마나 비쌌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받은 전화번호는 아직 나의 비밀번호로 살아 남아있으니, 그 위력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아들들로 인해 괴로웠던 어머니가 한시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전화기. 가정의 풍속도마저 바꾸어놓았던 전화기에 얽힌 일화를 누구나 하나쯤 기억하고 있을 터. 러시아의 계관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던 알렉산드르 푸쉬킨이 1830년에 출간한 ‘벨킨 이야기’에 아픈 사연이 나온다. 순정파 처녀 마리아를 사랑한 사내 블라디미르가 도둑 결혼하려다 눈보라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다.프랑스 감상주의 소설로 교육받은 마리아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 귀족 청년 블라디미르. 그는 마리아의 집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에 주례를 담당할 신부와 증인까지 구해놓는다. 하지만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눈보라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소설을 읽으면서 ‘아, 전화기만 있었더라도 이런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며 구슬픈 심사를 금할 수 없었다.200년 전에 이런 사연이 어디 러시아에서만 있었겠는가?! 예기치 않게 걸려오는 반가운 소식부터 언짢고 슬픈 이야기까지 전화는 담담하게 사연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얼마 전 아픈 전화를 받았다. 재작년에 담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 건강을 상당 정도로 회복한 친구에게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속이 짠하고, 마음 한 자락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전남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학교 안팎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온갖 꽃과 풀을 사진으로 찍어 그에게 보내곤 했다. 다행히 2019∼20년 겨울은 포근했다. 눈 속에 빨갛게 피어난 장미 사진을 보내기도 했더랬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그는 항암치료 없이 베트남에서 생산된 ‘개 구충제’만으로 2년 이상을 버텨왔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기적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맑고 투명한 그의 웃음소리에 환호하곤 했다.그런데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모든 기쁨과 환희와 미래기획을 눌러버린 것이다. 아, 하는 짧은 탄식과 아픈 가슴 그리고 무거운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의 가족과 학생들과 그가 기획한 미래가 스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상념(傷念). 하지만 우리는 단념하지 않기로 한다. 2년도 넘게 버텨온 그의 생명력과 낙천성 그리고 강고한 긍정적 사유와 환한 웃음이 그를 반드시 살려내리라 믿는다.우리가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음은 내일과 모레, 그리고 그 내일의 장밋빛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꿈과 기적 같은 미래가 그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21-11-30

낙엽 이불

강길수 수필가 낙엽경기라도 벌어진 걸까. 높하늬바람이 내려 부는 아침, 출근길이 온통 낙엽축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정신없이 하늘을 난다. 은행잎은 갈 곳 잃은 노랑나비들의 군무를 춘다. 멀리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느새 앙상한 몸이다. 사시 푸를 것만 같던 벚나무도 옷을 거의 다 벗었다.시선이 나무 밑 잔디밭에 머문다. 샛노란 은행잎들이 매스게임이라도 하듯 정연하게 도열해있다. 말라가는 잔디이파리 사이사이에 은행잎이 들어있는 모습이 아늑하다.순간, 은행잎들이 작은 황금색 이불로 보였다. ‘내년 봄도 새싹을 돋구려면 겨울잠을 잘 자야 해….’ 은행나무가 잔디에 조곤조곤 일러주는 말이 귀를 일깨운다. 도로 가장자리나 가로수 아래 잔디밭과 화초밭, 학교나 공원 화단은 이미 두꺼운 이불이 내려앉아 겨울 채비를 한다.나도 나뭇잎 이불 같은 이불로 어린 시절을 살았다. 왕골자리 위에 깐 두툼한 무명 이불이다. 목화씨를 심고 가꾸어 딴 목화송이 솜을 어머니가 직접 타서, 일부는 무명 베를 짜고 나머지는 이불 솜으로 썼다. 어머니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없는, 온전한 자연산 이불이다. 그 이불을 덮고 우리 동기들은 잠자고 자라났다. 집에 화학섬유가 없던 때를 산 어린 시절이, 지금은 왜 그리도 소중하게 생각될까.어릴 적 산골 마을 사람들은 가난해도 행복했다 싶은 것은 웬일일까. 마음은 하늘, 산, 구름, 골짜기, 내, 들이 나타나고 나무, 풀, 곡식, 꽃, 잎, 열매들이 떠오른다. 가족 같던 이웃들, 소, 개, 돼지, 닭 같은 짐승들, 야생동물들과 양서류, 파충류, 곤충들도 생각난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길, 한 건물에 살면서도 남같이 사는 도시 사람들과는 너무 대비된다.약 반세기 전, 나라는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그에 따른 시골 엑소더스 물결에 따라 나도 도회지로 떠나와 산다. 고등학교 때는 대도시에서 자취를 했다. 그때가 예비 엑소더스였으리라. 자취방에도 어머니의 목화이불은 함께했다. 머리맡에 둔 마실 물이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도, 목화이불은 너끈히 이겨냈다.군에서 제대하고 직장 따라 공업도시로 왔다. 이불은 화학섬유 제품으로 바뀌었다. 자투리 화학 천들을 성글게 뜯어 솜 대용으로 써서 누빈 커다란 이불이다. 간편히 이불 반을 접어 요로 쓰고, 반은 덮었다. 어머니의 이불은 까마득하게 잊고 바삐 살았다. 세월 흐르는 줄도 잊은 체, 모두가 일에 매달렸다.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결혼하고 아이들 둘도 태어났다. 이불은 모두 화학제품으로 바뀌었다.나라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정치 격변을 겪으면서도, 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산업화 입국 반세기 여가 흐르는 동안, 지구촌도 많이 변했다. 기후변화, 환경재앙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다가 당하는 후과(後果)일까.컴퓨터 모니터에, 손주 또래 어린아이들이 낙엽 이불을 덮고 활짝 웃고 있다.

2021-11-30

나는 왜 술자리를 좋아했을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부쩍 줄어들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술 약속을 잡는 것마저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많은 제한들이 사라졌지만, 심리적인 저항감 탓인지, 술 약속을 잡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술을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요즘엔 집에서 혼자 개인방송을 시청하며 마시곤 한다. 예전이라면 혼술 같은 건 상상도 못했었을 텐데, 코로나가 불러온 변화인 셈이다.나는 술자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에도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고, 처음 보는 학우들과 합석을 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단체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어울리는 것에 꽤 최적화된 인간이었다. 술자리가 있다고만 하면 상대가 누가 됐든 찾아가고,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되더라도 지루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곤 했으니 말이다.지금은 그런 행동들이 너무나도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땐 그런 자리 자체를 꽤 재밌게 받아들이기도 했었고, 왠지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었다.하지만 내가 단체 술자리에 기를 쓰고 참석했던 건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술자리에 참석해 흥겹게 놀고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면서 그 안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을 재밌게 하는 사람이야, 나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 안의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야… 같은 느낌들을 무척이나 필요로 했던 것 같다. 그런 느낌마저 없으면, 내가 왠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으므로.그렇다보니 나는 술자리에서 내 진심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늘 상대방의 이야기에 휩쓸리기 일쑤였고, 나와는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험담을 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에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도 많았다. 술김에 하는 말들이 늘 그렇듯이, 내 대답은 깊게 생각해서 나온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매번 그 말들을 수습하느라 바삐 지냈고, 그걸 핑계로 또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술을 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했었다. 성글은 말과 어설픈 진심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피곤하게만 만들었을 따름이다.사실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리에서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술에 취하고 기분에 취한 사람들은 늘 나를 추켜 세워줬고,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스스로가 뭐라도 된 양 굴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취기와 함께 사라지는 기분일 따름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남는 거라곤 늘 텅 빈 지갑과 피로감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다시금 술자리를 찾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술에 취해 흥겨워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했다.그런 사람이었던지라, 코로나가 시작된 후 사람들과 술을 못 마시게 되었을 때 느낀 외로움은 상상보다 컸었다. 맨 정신의 사람들과 하는 대화는 어딘가 엉성하고 모자란 기분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다들 속내를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어렵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의 말조차 쉽사리 믿지 못하는 불신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사실 생각해보면 이건 어딘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 불러온 참사가 아닌가 싶다. 누구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쉽사리 털어놓지는 않는다. 정말로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 따위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눈을 마주보고, 서로의 말에 담긴 진심을 헤아리는 건 술기운이 없이도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렇게 술 취한 사람들의 말을 덥썩덥썩 믿곤 했던 걸까. 어쩌면 나에게는 누구라도 좋으니, 진심을 다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나를 진심으로 믿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참으로 성글게 믿음을 구하며 살았었던 셈이구나 싶다.술이 아니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기에는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이에게 나는 단지 무례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건방지거나 피곤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일. 지나고 나서야 겨우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가 늘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이라도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 뿐이겠다.

2021-11-30

올바른 교실, 올바른 국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국가는 어떤 모습인지 기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조지오웰의 ‘1984’를 읽은 뒤에 그에 따른 자기 생각을 정리하라는 의도였다. 동시에 내가 완수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아이들이 내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아이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마다의 답을 써 내려갔다.답안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나 가혹한 문제를 주었다는 자괴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비뚤게 써 내린 문장마다 나에 대한 원망과 함께 열여덟 인생의 고뇌가 묻어 있었다.대부분 비슷한 답을 내어놓았는데,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가 올바른 국가이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웃음을 짓게 되는 재미있는 답도 꽤 있었다.‘인간에게 필요한 건 자유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를 통제한다. 그러니 국가는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낫다’는 입장부터 ‘국민의 삶에 국가가 너무 깊게 관여하게 되면 국민들은 화가 날 것이다. 여러 제도를 통하여 국민을 적당히 어르고 달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대한민국의 땅과 건물을 공평하게 나누어서 국민에게 재분배해야 한다. 그것이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길이다’는 입장도 있었다.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답은 이것이다.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사실 멀리 있지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는 억압과 검열에 관하여 설명한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교묘하게 주입되고 있는 사상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이야기들은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므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이 세계를 의심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것이다. 세계가 음모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기 소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의 역할이며 그러한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라는 것이었다.학생의 답을 읽고 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교실을 둘러보았다. 볼펜을 딱딱거리며 문제집을 푸는 학생,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학생…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반짝거림을 뒤로 한 채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달려가는 역할이었고 나는 아이들이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은 과연 올바른 교실의 모습인가.점심을 먹으며 선생님들과 한 인간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의 맹점과 그럭저럭 유지되는 허울 좋은 자율성, 의심이 말살된 상태에서 대입에만 매진하는 학생들이 과연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는가에 관한 의구심을 차례로 내던졌다.자연스럽게 다음 대선 이야기로 넘어갔다. 누구를 택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의문과 누가 되었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냉소의 가운데에서 우리는 다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모르겠죠.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끝맺었다.올바른 교실 그리고 올바른 국가는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돌고 돌아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어놓을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적절한 배분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며 소통을 놓치지 않고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는 장치를 구축하는 일. 어느 정점에 도달했다고 하여 방심할 수 없이 시스템을 경계하고 긴장해야 하는 일. 이 모든 것은 너무나 이상적이며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어느 날 문득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도출된 결론이 아주 형편없는 것이라도 스스로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냉소와 허무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어차피 망한 세상에서 내 할 일만 하면 그만이다는 기조가 성행하는 가운데서도 나는 올바른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자를 꺼내어 놓기를 원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하염없는 과정이다.아직도 촌스럽게 유토피아적 열정을 가지고 있네. 누군가 그렇게 말해도 별수 없는 노릇이다.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