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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요양원은 옛말”⋯인력난에 도심 빌딩숲 파고든다

김락현 기자
등록일 2026-04-08 16:42 게재일 2026-04-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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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과거 ‘공기 좋은 산골’의 전유물이었던 요양 시설들이 도심 빌딩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지독한 구인난과 ‘가족 밀착형 돌봄’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맞물리며 수십 년간 이어온 요양원의 입지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2024년 7개 특별·광역시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대구의 요양 시설은 총 263개로 집계됐다. 이는 인천(519개), 서울(480개)에 이어 전국 3위 규모다. 이어 대전(156개), 부산(122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북구(62곳)와 동구(42곳) 등 인구 밀집 지역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대구 북구의 경우 인천 남동구·서구 등 수도권 핵심 자치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국적인 실버 케어 거점으로 부상했다.

도심 집중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인력난’이다. 경북 산골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다 대구 도심 이전을 준비 중인 B씨는 “기숙사를 제공하며 구인 공고를 내도 젊은 직원들은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시내 근무만 고집한다”며 “결국 인력 확보가 용이한 도심 상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가족 관계도 도심 요양원 전성시대를 부채질한다. 과거에는 시설에 부모를 모시면 운영진에 전적으로 맡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노인학대 등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며 보호자의 ‘밀착 확인’이 필수 조건이 됐다.

진료부터 치료 방향까지 보호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퇴근길이나 주말에 쉽게 들를 수 있는 ‘집 근처, 자녀 근처’ 요양원이 최우선 순위가 됐다. 시설 입장에서도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가족의 잦은 방문을 유도하는 추세다. 이제는 멀리 떨어진 전원 시설보다 자녀가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옆집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효도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 잡았다.

시설 내부 구조 역시 ‘공간의 질’을 중심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 4~6인이 한 방을 쓰던 다인실 구조는 사라지고 호텔급 인테리어를 갖춘 1인실이나 부부 전용 2인실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다.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국민연금 등 안정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내 돈으로 최고급 서비스를 누리겠다”는 독립적 노년층이 늘어난 결과다. 이들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도심 내 프리미엄 시설을 선호한다.

대구 수성구의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세대가 지고 본인의 삶의 질을 최우선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프리미엄 요양원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요양원은 이제 기피 시설이 아닌 도심 속 필수 실버 인프라로 안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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