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민주당 비례공천, 기준도 없이 후보부터 받아 ‘고무줄 잣대’ 논란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4-14 18:29 게재일 2026-04-15
스크랩버튼
시·도당별 제각각 기준에 공정성 도마⋯중앙당 지침은 ‘뒷북’ 하달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 절차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마다 공천 잣대가 제각각인 데다, 심사 기준이 공모가 종료된 후에야 하달되는 등 상식 밖의 행정이 이어지면서 “특정 인사를 밀어주거나 배제하기 위한 ‘고무줄 공천’ 아니냐”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14일 민주당 대구시·경북도당 등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에서 ‘선출직 경력자’의 자격 유무를 놓고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비례대표는 통상 정치 신인 발굴과 사회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자리인 만큼, 기존 선출직 의원의 참여 여부는 공천의 핵심 가늠자로 꼽힌다.

문제는 타 시·도당이 과거 선출직 이력을 엄격히 제한한 것과 달리, 대구·경북 지역 공고문에는 관련 기준이 아예 빠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면접 대상자에는 현직 도의원과 지역구 의원 출신 등 ‘정치 신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구조라면 어떤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뒷말이 나왔다.

비례 후보 접수 시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중앙당이 ‘선출직 비례대표 제한’ 지침을 시·도당에 하달한 시점은 4월 초였다. 대구시당(3월 26~29일)과 경북도당(3월 26~31일)이 이미 후보 접수를 모두 마친 이후다.

전형이 끝난 뒤에 합격 기준을 바꾸는 격으로, 공당(公黨)의 공천 시스템이라고는 믿기 힘든 ‘사후 약방문’식 행정이다. 한 후보는 “중앙당이 특정 후보를 겨냥해 뒤늦게 룰을 만든 것 아니냐”며 “후보들의 전문성 검증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례대표 제도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졌다. 사회적 약자나 전문가 그룹을 의회로 진입시키는 ‘등용문’이 아니라, 당내 기득권 인사들의 자리를 보전해주거나 계파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회전문 인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논의할 사항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고, 경북도당 역시 “중앙당 방침을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정치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