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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HyREX,‘그린 철강’의 꿈과 에너지 믹스의 현실

등록일 2026-04-29 15:47 게재일 2026-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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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기로에서 수소환원제철까지
‘투 트랙’ 탈탄소 전략으로 산업구조 전환

포항 HyREX 실증·광양 전기로 건설에 
LNG·SMR 의존에 RE100 달성에 난항

포스코, 무탄소 에너지 전환 결단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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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글로벌 수요 둔화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 포스코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뽑아내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이라는 탄소중립 시대의 마침표가 될 꿈의 공법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을 축으로 한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로를 브리지 기술로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HyREX 상용화를 통해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광양제철소에는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가 올해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며, 포항제철소에서는 해안매립을 통한 HyREX 데모플랜트 구축과 함께 스크랩과 열간성형환원철(HBI) 등 저탄소 제철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포스코가 이 거대한 전환을 위해 LNG(천연가스) 발전과 SMR(소형모듈원전)에 의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의 엄격한 잣대인 RE100 달성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웃 나라 중국의 행보다. 중국의 최대 철강사 바오우(Baowu)는 이미 태양광, 풍력을 넘어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Pink Hydrogen)’라는 치트키를 꺼내 들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포스코가 직면한 에너지 딜레마와 구조적 모순을 ESG 관점에서 분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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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탄소 배출 1위’를 벗고 그린 스틸 승자로 남을 수 있을지는 에너지 전환에 달렸다. 수소환원제철(HyREX)을 둘러싼 에너지 믹스 딜레마를 보여주는 이미지. /서득수 제공

△환경(E)의 역설:수소로 탄소를 지웠으나 에너지는 ‘회색’
수소환원제철은 고로에서 유연탄을 태워 산소를 제거하는 대신 수소를 사용해 물(H2O)만을 배출하는 혁신 공법이지만 문제는 ‘그 수소를 만드는 전기의 출처’다. 포스코가 수소 생산 및 전기로 가동을 위해 LNG 발전을 중간 가교(Bridge)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단기적인 탄소저감 효과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넷제로(Net-Zero)’와는 거리가 먼 ‘회색 에너지’이다. LNG 역시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탈탄소가 아닌‘전환기의 지연’으로 해석할 위험이 아주 크다. 이에 반해 중국 바오우의 잔장제철소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 초기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썼으나 원가와 간헐성 문제가 발생하자, 내년부터 인근 대형 원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탈탄소’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는 RE100 기준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실무적 규제 장벽을 가장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탈탄소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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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그린 스틸 경쟁은 에너지 전환 속도에서 갈린다. /서득수 제공

△지배구조(G)와 사회(S)의 리스크: 원전과 RE100 사이의 외줄 타기
ESG의 ‘S’와 ‘G’ 측면에서 볼 때, 포스코의 현재 에너지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고립이라는 지배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포스코가 기대를 거는 SMR은 탄소 배출이 없지만, 현재의 RE100 규정상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 ‘CF100(무탄소 에너지)’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CF100’이 아닌 ‘RE100’인 경우가 압도적이다. 즉, SMR이나 LNG로 생산한 쇳물은 RE100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수출 경쟁력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바오우는 1.3GW급 대형 원전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즉각 활용하는 반면, 포스코는 미완의 기술인 SMR 실증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G)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믹스라는 국가적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성공적인 탈탄소 전환을 통한 청정제조업 생태계 조성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역 사회(S)의 불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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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그린 스틸’ 전환을 위한 에너지 거버넌스 혁신 구상을 나타낸 모습. /서득수 제공

△ESG 결론:‘Bridge’ 전략의 위험성을 넘어 ‘Full Green’으로의 결단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하이렉스(HyREX) 상용화 전까지의 기술적 공백기를 메울 정교한 로드맵으로 포스코의 LNG와 SMR 의존의 ‘Bridge’ 전략은 국내 에너지 수급 환경을 반영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 하지만 ESG는 포스코의 어려운 현실을 변명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시장은 결과로 말하며, 중국은 이미 실질적인 탄소 저감 성과를 내며 앞서가고 있다. 포스코가 진정한 ESG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Full Green’으로 전환이 필수적이다. LNG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형원전 무탄소 전력 공급망 확보나 자체적 재생에너지 인프라 조기 구축을 통한 에너지 믹스의 대담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원전을 활용하되, 이를 통해 생산된 철강이 국제 시장에서 어떻게 ‘친환경’으로 인정받을지에 대해 중국의 핑크수소에 대응하는 전략적 글로벌 표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LNG와 SMR이 한시적인 역할임을 명확히 하고, 최종적인 100% 재생에너지 도달 시점을 명시하는 투명한 로드맵 공표로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철강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포스코가 ‘탄소 배출 1위’라는 불명예를 벗고 지속가능한 ‘그린 스틸’의 승자로 남을 수 있을지는, 지금 그들이 선택하는 에너지의 빛깔에 달려 있다. 중국 바오우가 핑크수소로 앞서가는 지금, 포스코는 LNG라는 회색빛 안개를 뚫고 푸른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에너지의 결합이라는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SG 경영은 명분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이 포항의 바닷가에만 머무는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에너지 거버넌스의 대혁신과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맞물려야 한다. 글로벌 철강의 주도권은 ‘누가 더 깨끗한 에너지를 더 싸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소리 없이 재편되고 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이 중국의 핑크수소를 넘어 전 세계 그린 스틸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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