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비구니 수련 도량’ 석남사를 가다

등록일 2026-04-29 17:46 게재일 2026-04-30 12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석남사 대웅전 앞 전경. 석가탄신일을 준비하려 매달린 고운 연등이 가득하다. 

울산시 울주군 석남로 557, 석남사가 위치한 주소다. 가지산에 자리한 석남사는 비구니 도량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주차장에서 700여 미터 걸어 들어가면 사찰 건물이 나타난다. 걷는 내내 양쪽에서 오랜 나무들이 초록 그늘을 만들어주고, 더불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더없이 평화롭다. 계곡을 이루는 널찍한 바위들은 지역 화백들의 그림 속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사찰로 향하는 길 자체가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길을 걷다 보니 중간중간 일제강점기 때 이뤄진 송진 채취로 깊게 상처 입은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라 잃은 아픔은 사람만이 겪은 게 아니었다. 도려내듯 움푹 파인 상처를 갖고도 잘 살아남아 준 나무들이 장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어느덧 입구에 도착했다. 연꽃이 조각된 반야교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자 대웅전 앞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삼층석탑이 보였다. 곧 있을 석가탄신일을 준비하려 매달린 고운 연등이 가득이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연등이 경내를 더욱 따뜻하게 물들인다.

석남사는 통일신라 헌덕왕 16년(824)에 도의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뒤 재건됐으나 6·25전쟁으로 다시 폐허가 됐다. 이후 1957년 인홍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크게 증축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대웅전 삼층석탑 역시 임진왜란으로 기단만 남아 있었으나 1973년 인홍 스님의 원력으로 다시 세워졌고, 탑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
 

Second alt text
석남사 승탑. 보물 제369호다. 

정갈하게 잘 정리된 경내를 돌아보다 승탑으로 이어진 길을 찾았다. 대웅전 뒤쪽 언덕에는 높이 약 3.5미터의 승탑이 자리하고 있다. 한켠에 가득 핀 고운 철쭉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승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승탑은 보물 제369호로 지정돼 있다. 올라가는 길 또한 풍경이 아름답기로 잘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 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팔각형 받침돌 위에 몸돌과 지붕돌을 올렸고 머리장식도 잘 남아 있다.

제일 아래 받침돌에는 사자와 연꽃 문양이 장식돼 있다. 탑신석인 몸돌에는 신장과 문비가 조각돼 있다. 아이와 함께 손을 모으고 탑 주위를 한 바퀴 돈 뒤 한켠에 놓인 벤치에서 숨을 골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넓게 펼쳐진 기와들이 장관이다. 멋진 풍경에 사진기를 들이대 보지만 그 느낌이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우측으로 돌아가자 극락전이 보인다. 극락전 앞에는 3층 석탑이 있다. 통일신라 양식을 계승한 고려 전기 석탑이다. 원래 대웅전 앞에 있다가 극락전 앞으로 옮겨졌으며 9세기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와 높이가 줄어들어 안정적인 형태를 보인다. 상륜부 일부는 최근 복원됐다.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잘 보여주며 울산시 유형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돼 있다.

Second alt text
한 어린이가 예쁜 돌수조를 보고 있다. 

석탑 외에도 고려 말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수조 또한 귀중한 문화재다. 길고 각이 없이 둥글게 다듬어진 수조는 화강암을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길이 2.7m, 높이 0.9m, 너비 1m, 두께 14cm로 꽤 큰 규모다. 지금도 물을 담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사찰 관람은 무료이며 개인 차량 이용 시 상가 입구에 위치한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며 한 대당 4000원으로 카드 결제가 이뤄진다. 조용히 머물며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