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이후 첫 주말·부처님오신날 연휴 관광객 북적 찜닭골목·월영교·하회마을 곳곳 활기 “조용한 도시인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볼거리 넘쳐”
한·일 정상회담 이후 첫 주말이자 연휴를 맞은 안동은 오랜만에 관광도시다운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안동구시장 찜닭골목에는 모처럼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월영교와 하회마을에도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에 섰던 도시를 직접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주말 내내 안동으로 향했다.
◇관광객 몰린 찜닭골목
23일 오후 안동구시장 찜닭골목. 골목 입구부터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뒤섞이며 북적였다. 식당 앞에는 식사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섰고, 가게 안은 물론 골목 통로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말마다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정상회담 이후 높아진 관심이 더해진 분위기였다. “정상회담 이후 안동이 더 유명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관광객들은 “대통령이 찾았던 안동찜닭집이 궁금해서 왔다”, “정상회담 이후 안동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며 골목 곳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식당 앞 대기 줄에 합류했다.
찜닭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인지 평소 주말보다 손님이 훨씬 많았다”며 “골목 전체적으로도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 이후 안동이 뉴스에 계속 나오면서 관광객 관심도 커진 것 같다”며 “상인들도 오랜만에 활기를 느낄 정도로 손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찜닭을 먹은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구시장 골목 곳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간고등어와 전통주를 구경하거나 카페와 기념품 가게를 찾는 관광객들도 이어졌고, ‘안동찜닭’ 간판과 오래된 시장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젊은 방문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월영교 야경까지 하루 종일 여행
해가 완전히 내려앉은 월영교 일대에는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동댐 아래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월영교는 국내 최장 목책 인도교로, 안동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다리 위로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었고, 중앙 정자 주변에서는 야경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변 산책로에는 주말 저녁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이어졌고, 다리 아래 수면 위로 번지는 조명이 낙동강 풍경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관광객들은 다리 난간에 기대 야경을 촬영하거나 일행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날 안동을 찾은 구미시민 김용갑(37) 씨는 가족과 함께 안동구시장 찜닭골목에서 식사를 한 뒤 월영교를 찾았다고 했다.
김 씨는 “안동은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았다”며 “찜닭골목 분위기부터 월영교 야경까지 하루 종일 여행하는 느낌이었다”고 좋아했다.
◇하회마을은 거대한 야외극장
주말을 맞은 하회마을 일대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마을 입구부터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문화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한옥 골목을 걷는 관광객들과 부용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이어졌다.
해가 지자 관광객들의 발길은 부용대 아래 모래사장으로 몰렸다.
선유줄불놀이를 보기 위해 해가 지기 전부터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행사 시작 전에는 강변이 수천 명의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해가 지기 전부터 강변에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렸다.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로 부용대와 낙동강 풍경을 촬영하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회마을 저녁 풍경을 즐겼다.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이 시작되자 강변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로 무대를 촬영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공연 장면을 눈여겨보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만송정 숲 일대에서 줄불이 점화되자 강변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유줄불놀이는 만송정에서 낙동강 위로 길게 연결한 줄을 따라 숯불 봉지를 흘려 보내는 안동의 대표 전통 불꽃놀이로, 부용대 절벽에서 펼쳐지는 낙화놀이와 함께 하회마을의 밤 풍경을 상징하는 전통 행사다.
낙동강 위로 길게 뻗은 줄을 따라 붉은 불꽃이 흩날렸고, 관광객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장면을 기록했다.
부용대 절벽 위에서 낙화놀이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낙화야”를 외치며 환호했다. 고즈넉하던 하회마을 밤 풍경은 순식간에 거대한 야외 축제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류한철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은 “정상회담 이후 하회마을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유줄불놀이 현장을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진 분위기”라며 “안전을 위해 회차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현장 통제에 협조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반짝 효과로 끝나선 안 된다
숙박업계도 정상회담 효과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만찬 장소로 알려진 락고재 인근에는 연휴 기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옥 호텔 주변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거나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호텔 내에 입점한 수운잡방의 전통 닭요리 ‘전계아’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전계아는 안동찜닭의 원형으로 알려진 음식으로, 조선시대 조리서인 ‘수운잡방’에 기록된 전통 음식이다.
하회마을 인근 숙박업소들은 연휴 기간 대부분 객실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정상회담 이후 문의 전화와 예약 관심이 확실히 늘어난 분위기”라며 “숙박뿐 아니라 식사와 관광을 함께 즐기려는 방문객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정상회담 만찬 장소로 알려지면서 일부 관광객들은 호텔 주변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상회담 이후 높아진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안동시 풍산읍에 거주하는 권인숙(61) 씨는 “한·일 정상회담이 안동에서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국제행사가 우리 지역에서 열리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니 안동 시민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어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건 반갑지만 잠깐 반짝하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안동만의 전통문화와 분위기를 꾸준히 살려가면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