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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다 알아요

등록일 2026-06-08 17:56 게재일 2026-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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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수 수필가

올 초파일. 어머니 기일이어서 고향에 가는 길이다. 오늘은 두 손자도 함께 간다. 우리 부부는 맏이 차에 맏손자와 함께 탔다. 맏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둘째네와 만나기로 하고 출발했다.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첫 터널을 지나자 오월의 푸르른 신록이 생기를 뿜어내며 길손들을 반긴다. 초록 생기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차가 기계 부근을 달린다. 고속도로를 향해 병풍같이 둘러선 산이 지난가을엔 타지 않는 불이 활활 타는 듯했었다. 이젠, 회갈색을 띠면서 불이 조금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힐링에 금이 간다. 저 많은 소나무가 늘 푸름을 빼앗기고 죽어, 선 채로 삭아 물질로 되돌아가고 있다. 도대체 재선충(材線蟲)이란 놈은 왜 소나무류만 골라서 죽이는 팔자로 태어난 걸까. 
 

터널 하나를 더 지났다. 이곳 산은 아직 별 흠 없이 푸르다. 다행이다. 요즈음의 관심사인 ‘고유가 피해지원금’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가 맏이에게 지원금 받았느냐고 묻자, 받았다고 답했다. 어떤 것에 쓰는 게 좋겠는지 등 세 사람의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자연스레 나랏빚 걱정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큰손자가 말했다.
 

 “그 돈, 우리가 갚아야 하잖아요!” “어? 응. 근데,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뒤통수를 쿵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으며, 얼떨결에 내가 손자에게 되물은 말이다. 속으로, 부모나 선생님에게서 들었으려니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도 다 알아요···.”하고 대답하는 뉘앙스에서 친구들과 사귀면서 알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갓 철드는 초등생들까지도 정부가 주는 공짜 돈이, 후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생각하니 소름 돋았다. 더 묻지 않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둘째네와 만나기로 한 휴게소로 차가 들어섰다.
 

‘기본소득’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외국 말처럼 이질감이 들었었다. 조금 전 보았던 재선충 감염에 죽어가는 소나무 같다는 마음도 스쳤다. 대기업 기능직 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줄곧, 주경야독으로 살아온 내가 왜 그런 생각들이 났을까. 블루칼라였던 사람은 오히려 반겨야 할 일일 텐데, 거부감 같은 다른 느낌은 우리 세대가 살아낸 체험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기본소득은 결국, 모든 이에게 나라가 일정한 돈을 계속 준다는 뜻이다.


 ‘민생지원금’도 ‘고유가 지원금’도 기본소득의 하나이므로,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체제의 정책과 같다. 전문가나 학자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여러 주장을 웹에서 찾아보았다. 상식선에서 다루어도 될 걸 이리저리 어렵게 말하고 있었다. 누구든 수입이 있어야만 지출할 수 있다. 나라도 같다. 나라가 국민을 먹여 살린다면 누가 일하고 세금을 낼까. 누구나 드는 의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인간 본성에 기반한다고 본다. 나라 배급에 매달린 사회가 전체주의다. 만일, 정치인들이 장기집권 의도로 구상한 ‘기본소득제’라면 이는 사람 본성에 반한다. 초등학생들도 빚이라고 아는 ‘기본소득 정책’은 국민 공론에 부쳐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강길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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