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향교, 임진왜란 순국 434주기 맞아 충절 기려
초여름 햇살이 비친 12일 오전 11시,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충렬사에는 엄숙한 향이 피어올랐다. 문경향교(전교 이용원)는 임진왜란 당시 문경을 끝까지 지키다 장렬히 순절한 신길원(申吉元·1548~1592) 현감의 충절을 기리는 향사를 봉행하며 나라 사랑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날 제향에는 문경지역 유림과 기관·단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선열의 넋을 기렸다. 이용원 문경향교 전교가 초헌관으로 첫 잔을 올렸고, 김제윤 문경문화원장이 아헌관, 신홍식 평산신씨화수회 부회장이 종헌관을 맡아 예를 다했다. 집례는 이학용 장의, 대축은 김영우 장의가 맡았으며 문경향교 장의들이 제집사로 참여해 전통 의식에 따라 제례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머리 숙여 434년 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신길원 현감의 충의를 기렸다. 조용한 충렬사 경내에는 경건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제례가 이어질수록 선현을 향한 추모의 마음도 더욱 깊어졌다.
신길원 현감은 1590년 문경현감으로 부임한 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군사를 이끌고 왜군에 맞서 싸웠다. 전투 중 총상을 입고 포로가 된 뒤에도 항복을 거부하며 적장을 꾸짖다가 끝내 사지가 절단되는 참혹한 죽음을 맞았지만 끝까지 절개를 지켜 충절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의 충성심은 조정에서도 높이 평가돼 선조가 좌승지에 추증하고, ‘삼강행실록’에 충의를 기록해 널리 알렸다. 또한 1706년(숙종 32)에는 국가에서 충렬비를 세워 그 정신을 기렸으며, 현재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옮겨 세워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용원 전교는 제향 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보다 백성과 국가를 먼저 생각한 신길원 현감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애국충정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충렬사에 모인 참석자들은 묵묵히 제례를 마친 뒤 충렬비를 둘러보며 신길원 현감의 삶과 희생을 되새겼고, 문경을 지켜낸 호국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