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규제에 발목이 잡혀 차질을 빚던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본지 5월 12일자 1·3면, 13일자 1·2면 보도>이 새로운 취수원 확보에 성공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상수원 규제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놓였던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새로운 취수 방식이라는 해법을 통해 다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울진군에 따르면 군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울진정수장 상수원인 남대천 일대 3곳에서 표층지하수 확보를 위한 관정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첫 번째 관정에서만 하루 1만2000t 이상의 취수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현재 복류수 방식으로 공급 중인 하루 9000t보다 많은 규모다.
표층지하수는 하천 주변 지하 대수층에 저장된 물을 취수하는 방식으로, 하천 바닥을 통과한 물을 이용하는 복류수보다 오염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상수원 보호를 위한 공장설립 제한 범위도 대폭 줄어든다. 복류수 취수시설은 상수원으로부터 반경 10㎞ 이내 공장설립이 제한되지만 표층지하수는 제한 범위가 1㎞ 수준에 그친다.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예정지는 울진정수장 취수시설로부터 약 7.5㎞ 떨어져 있다. 현재 복류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산업단지 전체 면적 144만㎡ 가운데 약 41만㎡가 공장설립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전체 부지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북도개발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며 전략사업으로 추진한 국가산단이 상수원 규제에 가로막히면서 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울진군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9월 군비 1억5000만원을 투입해 상수원 확보 용역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용역업체를 선정한 뒤 남대천 일대 지질조사와 관정 시공을 진행했고, 최근 충분한 취수량이 확인되면서 취수 방식 전환 가능성을 높였다.
울진군 관계자는 “총 3곳에 관정을 설치했는데 첫 번째 관정에서만 현재 공급량보다 많은 수량이 확인됐다”며 “표층지하수는 수질이 우수하고 기존 취수시설 인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달 말 최종 용역 결과가 나오면 대구지방환경청에 수도정비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통상 심의와 승인에는 4~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군은 환경 당국 승인이 이뤄질 경우 중단 상태였던 국가산단 조성사업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은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일원 144만㎡ 부지에 총사업비 40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인근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잉여전력을 활용해 무탄소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공정 등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6개 대기업이 입주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4년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국가산단 가운데 가장 빠른 추진 속도를 보여왔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황이주 울진군수 당선인도 국가산단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황 당선인은 “추진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포기할 사업은 아니다”며 “수년간 준비해 온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인 만큼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표층지하수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수도정비계획 변경과 환경당국 심의 등 남은 행정절차가 적지 않은 만큼 최종 승인 여부가 사업 재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