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인간 V 철인

등록일 2026-06-22 18:10 게재일 2026-06-23 22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공봉학 변호사

국가가 왕의 소유에서 벗어 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왕정이 무너지고 귀족이 권력을 잡았고, 귀족정이 쇠퇴하자 민주주의가 등장하였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발명한 최선의 정치제도라 불렸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일 뿐이지, 최고의 정치제도는 아니다. 민주주의 역시 인간이 만든 정치제도라는 한계 속에 있다. 인간의 무지와 편견, 탐욕과 선동, 당파성과 집단적 광기들은 민주주의 속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인지는 역사 속에서 의심받아 왔다. 순수한 의미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자본주의의 탈을 쓴 민주주의’, ‘독재의 탈을 쓴 민주주의’라는 말 쪽으로 훨씬 더 그럴싸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최고의 제도가 아니라, 죄고의 선택일 뿐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철인정치를 꿈꾸었다. 가장 현명한 자가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다. 플라톤이 이데아론에서 잃은 점수의 상당 부분을 철인정치에서 만회하였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런데 플라톤이 꿈꾼 철인은 인간의 욕망과 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그냥 상상 속의 인간일 뿐이었다. 철인을 정의하기 어렵지만, 플라톤식으로 유추하자면 ‘모든 것에 능통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하며,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는 자’ 정도일 것이다. 이런 상상 속 철인이 드디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인간의 지능으로. 
 

AI가 플라톤의 철인이다. AI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축적해 온 지식과 데이터를 흡수한 인류 최고의 집단 지성의 총결산이다. 인간은 개개인의 경험과 지능과 지식 내에서 사고하지만, AI는 인류 전체의 경험과 지능과 지식으로 사고한다. 모든 것을 알며, 완벽히 도덕적일 수 있으며, 병에 걸려 죽음을 고뇌하거나 피곤을 핑계로 일을 뒤로 미루지도 않는다. 술과 마약, 성,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망과 고뇌도 없다. 


현대 정치를 보라. 유권자는 종종 사실보다 감정에 움직이고, 정치인은 시민의 미래보다 다음 선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시민의 이익보다 당리당략과 정치인 개인의 욕망 추구에 매달리는 것이 인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책 결정 하나를 하기 위해 고려 하여야 할 변수는 수만 개에 이른다. 세금과 금리, 환율과 인구구조, 국제 정세와 기술의 변화가 엉킨 실타래처럼 무한히 복잡하다. 인간 정치인이 이 모든 요소를 객관적으로 계산하여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있겠는가. 결국은 직관과 이념, 이해관계가 빈틈을 메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판단이란, 불완전한 정보와 편향된 인식의 산물인 셈이다. 
 

제프리 힌턴을 포함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미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도 노동력도 아닌 지능’이라는 것이다. AI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다. 어떤 부분은 살아남고 어떤 부분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부분이 죽거나 변한다. 시간문제다. 정치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 입법, 사법의 비효율을 보라. 얼마나 심각한가. 플라톤이 살아난다면, 철인 AI를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누군가 ‘인공지능이 정치인을 대신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OK”이다. 뭐가 두려운가? 어차피 그렇게 될걸.

/공봉학 변호사
 

공봉학의 인문학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