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 급등·천연가스도 동반 상승 유조선 항로 변경··· 중동발 리스크 확산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와 미·이란 협상 결렬이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급격히 커진 영향이다.
13일 아시아 거래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일 종가(96.57달러) 대비 약 9% 급등한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02달러대까지 오르며 8% 안팎 상승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유럽 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5월물은 메가와트시(MWh)당 51유로 수준까지 치솟으며 전주 대비 약 18% 상승했다.
이번 가격 급등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 봉쇄’ 조치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미군은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원유와 가스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됐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에서 20시간 넘는 협상을 벌였지만 전면적인 전투 종료 합의에 실패했다. 양측은 핵 개발 문제와 해협 개방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한시적 휴전은 유지되고 있지만, 긴장 완화 기대는 크게 약화된 상태다.
실제 해상 물류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원유 운반선이 호르무즈 해협 진입을 회피하거나 항로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으로 향할 예정이던 이라크산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VLCC)은 해협 진입을 포기하고 오만만 인근에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해협 인근에 접근하는 군함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통제될 경우 유가 추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