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대구시장 선거 판세 흔들 차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빌 클린턴 선거 캠프 벽에 붙어 있던 단 하나의 캠페인 문구가 미국 대선의 판도를 뒤집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한 줄이 대구 시장 선거판을 다시 흔들 차례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프레임은 누가 뭐라 해도 경제다.
대구 경제의 현주소를 직시해보자. 특·광역시 가운데 1인당 개인소득 최하위, 유일한 마이너스 경제성장. 이미 대구 시민 모두가 알고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불편하더라도 외면해선 안 된다. 진단을 피하면 처방도 없다.
더 무서운 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풍경의 변화다. 동성로 상가의 공실률은 해마다 올라가고, 청년들은 짐을 싸 KTX를 탄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도시가 됐다. 한때 대구의 활기를 만들었던 그 청년들이 지금은 타지에서 대구를 그리워하며 산다. 유출되는 건 인구만이 아니다. 대구의 미래 자체가 빠져나가고 있다.
산업 구조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때 대구를 먹여 살렸던 섬유·기계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고, 그 빈자리를 채울 차세대 먹거리는 아직 뿌리도 내리지 못했다. 소비는 쪼그라들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한숨은 점점 깊어만 간다. 이것이, 지금 대구 경제의 민낯이다. 이 현실 앞에서 눈을 감아선 안 된다.
선거가 다가오면 후보들은 너도나도 ‘경제 살리기’를 외친다. 그런데 진짜 물어봐야 할 건 “경제를 살리겠느냐”가 아니라 “어떻게”다. 구호는 누구나 외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이다.
김부겸 후보, 전 국무총리 출신의 정치적 무게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 경제의 문제는 정부 예산 얼마 더 가져온다고 풀릴 성격이 아니다. 정치적 네트워크로 예산을 따오는 시대는 끝났다. 뿐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어려운 재정 상태는 누가 대구광역시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구에 예산을 많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구시민들은 이제 그 이상을 요구한다.
단기 처방이 통할 구조라면 진작에 형편이 나아졌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건 잠깐 반짝하는 수액 주사가 아니라 판 자체를 바꾸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다. 산업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 그건 정치의 언어로 경제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다. 경제는 구호로 움직이지 않는다. 숫자와 구조와 실행력으로 움직인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기획재정부 관료로 수십 년, 경제부총리로 국가 경제 최일선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내세우는 대구 산업구조 대전환 공약은 단순히 기존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대구 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단기 성과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 아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구조적 처방이다. 대구의 생존전략이다.
대구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심장이었다. 선거 때마다 ‘정치 1번지’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그 자부심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대구의 정치적 뚝심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여러 번 바꿔놓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자부심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정치적 충성심으로 버텨온 도시에서, 이제는 경제적 성과로 증명하는 도시가 되어야 할 때다. 대구 시민의 선택은 언제나 대한민국의 방향을 앞서 제시해 왔다.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
대구가 ‘정치 1번지’를 넘어 ‘경제 1번지’로 도약하는 것, 그것이 이번 선거가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방식이다. 인구 250만의 대구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을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타이밍을 놓친 경제 도시가 다시 일어선 사례는 세계 어디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 기회는 항상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그리고 대구는 지금 그 준비를 마쳐야 한다.
대구 시민 앞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경제가 문제라면, 경제를 아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대구를 사랑한다면, 대구의 미래를 위해 정직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그것만이 대구가 살 길이다.
/최은석 국회의원(대구 동구·군위군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