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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쇼크에 美 LCC 붕괴··· 스피리트 운항 중단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6-05-03 05:07 게재일 2026-05-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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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 소비·중동 리스크 겹치며 저가항공 모델 흔들
중동발 연료비 폭등에 재건 무산··· 트럼프 구제 실패
미국 최초의 LCC 스피리트항공이 유가 쇼크로 운항중단을 결정했다. /스피리트항공 제공

미국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리트항공이 운항을 전면 중단하며 설립 46년만에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연료비가 치솟으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연료비 급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첫 대형 LCC 붕괴 사례로 평가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일본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스피리트항공은 이날 모든 항공편을 취소하고 “질서 있는 사업 축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근 원유 가격 급등과 각종 비용 압박이 재무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다. 이란 군사 충돌 이후 제트연료 가격은 당초 예상치의 두 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스피리트항공은 2026년 제트연료 가격을 갤런당 2.24달러로 가정했지만, 실제 가격은 4월 말 기준 4.5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

재무계획이 흔들리면서 추진하던 회생 시나리오도 무너졌다. 회사는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연방파산법(챕터11)을 신청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데이브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지속을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필요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억달러 규모의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구제에 나섰지만, 채권단과의 합의에 실패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안을 제시했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며 정치적 부담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운항 중단에 따른 파장은 단기간에 확산되고 있다. 스피리트항공은 이달 중순까지 약 4100편, 80만석 이상의 항공편 운항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 정부는 사전 대응 차원에서 타 항공사에 승객 분산 수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쟁 항공사들은 긴급 수송 대책을 내놨다. 프론티어항공은 전 노선 할인과 증편을 발표했고, 제트블루는 한시적 저가 운임을 도입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도 특별 운임과 증편 검토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별 기업 파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신호로 보고 있다. 미국 소비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양극화되는 ‘K자형 경제’가 심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해온 LCC 사업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항공·물류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연료비 의존도가 높은 항공업은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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