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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6주년 기획 특집] AI 이식한 쇳물, 석탄 대신 수소로… 포스코 ‘초격차기술’로 글로벌영토 넓힌다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6-06-22 18:31 게재일 2026-06-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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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황을 기회로… “철의 한계 넘어 미래 산업 판도 바꾼다”
인도·북미로 산업 영토 넓히고, 독자 기술 ‘하이렉스’로 100년 기업 향한 대전환

붉은 쇳물이 요동치는 포항제철소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영광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 본원적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거친 숨소리와 뜨거운 땀방울로 움직이던 이 거대한 제조 현장이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두뇌’를 탑재한 첨단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세계 철강업계는 미·중 패권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장벽, 중국발 저가 철강재 밀어내기, 글로벌 저탄소 규제라는 전례 없는 ‘다중 복합 위기’의 폭풍우 속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이 감산과 구조조정으로 잔뜩 웅크릴 때, 대한민국 철강의 심장 포스코는 위기의 파고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전략적 선제 투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본 기획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제철소 구축, 벤처 생태계 조성, 글로벌 생산 거점 재편, 그리고 철강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초격차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포스코의 대전환을 위한 행보를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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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기술이 접목된 포스코 전로에 뜨거운 쇳물이 장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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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직원들이 AI기반 스마트 정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설비를 관찰하고 있다.

1600℃ 넘는 쇳물공정 AI가 자동 제어
숙련 기술자 노하우 AI에 학습 ‘고도화’
중소 협력사 상생 스마트공장·1조 지원

△쇳물 끓는 전로에 AI 두뇌 탑재… 베테랑의 ‘현장 노하우’까지 디지털 자산화

포스코 디지털 전환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와 사무 생산성을 혁신하는 ‘인텔리전트 오피스(Intelligent Office)’라는 양대 축을 통해, 제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는 기계적 자동화를 넘어 AI가 인간의 노하우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자율형 지능화’ 단계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포항제철소 제강공정에서 일어났다.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 철강업계가 주목하는 ‘제강 전 공정 자율조업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섭씨 1600도가 넘는 고온의 쇳물에서 로봇이 슬래그(찌꺼기)를 정밀하게 찾아내 제거하고, AI가 전로 내부의 미세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산소 투입량을 스스로 결정한다. 현장 작업자를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격리해 안전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조업 효율을 극대화했다.

물류와 검수 영역 역시 AI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비정형 제품인 ‘선재코일’ 상차 작업에는 라이다(LiDAR) 센서와 AI 크레인이 도입됐다. 카메라와 비전 AI를 활용한 제품 검수 자동화까지 더해지며 ‘제조-검수-출하’로 이어지는 전 공정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스스로 움직인다. 포스코그룹이 로봇 자동화 솔루션 강소기업 ‘브릴스’에 70억원을 전격 투자한 것도 이러한 로봇·지능화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야심 찬 포석이다.

현장 설비 관리와 사무실 풍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EIC기술부가 개발한 ‘PIMS 로직 생성 도우미’는 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징후를 스스로 예지한다. 여기에 수십 년간 축적된 정비 노하우를 학습한 ‘설비관리 GPT 2.0’과 사내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 ‘P-GPT’는 현장 엔지니어와 사무직원들의 강력한 ‘디지털 비서’ 역할을 하며, 숙련공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지를 디지털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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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동반성장지원단이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참여한 한국협화 공장에서 현장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공급망 전체를 깨우는 ‘상생의 스마트공장’과 1조 금융 안전망

주목할 점은 포스코의 이러한 디지털·지능화 혁신이 제철소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자사가 축적한 노하우를 중소 협력사로 전파하며, 공급망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상생의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포스코의 ‘동반성장지원단’이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설비 진단부터 스마트공장 구축까지 밀착 컨설팅을 제공한다. 포스코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을 위해 총 120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자동화를 넘어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AI 도입을 돕는 ‘AI 트랙’을 신설해 제조 현장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파트너사들의 ‘체력’을 키우는 일이라면, 포스코가 조성한 금융 지원 체계는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지키는 ‘안전망’이다. 포스코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이중고를 겪는 협력 기업들을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생태계를 가동 중이다. 특히 중소·중견 거래사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철강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은 거래사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를 지원함으로써, 철강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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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그라운드 전경

체인지업그라운드, 스타트업 혁신 성장
198개 기업 육성·기업가치 2조 4000억
포항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조성 박차

△포항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2.4조 가치 벤처 키워낸 ‘체인지업그라운드’

이처럼 철강 생태계의 AI·디지털 도입을 이끌며 상생의 기반을 다진 포스코는, 이제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 씨앗을 발굴하는 혁신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포항에 둥지를 튼 ‘체인지업그라운드’는 총면적 2만 8000㎡ 규모로, 비수도권 최대의 벤처 인큐베이팅 플랫폼이자 포스코식 ‘오픈 이노베이션’의 상징이다.

포스코는 포스텍(POSTECH), RIST(산업과학연구원), 방사광가속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 인프라를 벤처기업들에 아낌없이 개방했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 뻗어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2조원 규모의 연구 시설이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포스코의 벤처 육성 전략은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선다. 포스코그룹의 7대 핵심사업(철강, 이차전지소재, 수소, 에너지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지분 투자를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모델을 지향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라는 확실한 테스트베드와 첫 번째 고객(First Customer)을 얻고, 포스코는 외부의 혁신 아이디어를 수혈받는 상생 구조다.

가시적인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현재까지 누적 198개 기업이 입주해 352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들의 총 기업가치는 무려 2조 4000억원에 달한다. 창출된 고급 일자리만 1977개다. 황무지였던 영일만에서 제철 신화를 일궜던 포스코가, 이제는 포항을 대한민국 미래 기술 창업의 메카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시키며 지방 소멸의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연 10% 폭풍 성장’ 인도 심장부 뚫고, 북미 장벽 넘어… 글로벌 철강 영토 재편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 전략 역시 한층 정교하고 과감해졌다. 포스코는 철강 수출 단계를 넘어, 성장 잠재력이 폭발하는 핵심 요충지에 직접 깃발을 꽂는 ‘현지 완결형 생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전장은 인도다. 포스코그룹은 인도 최대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전격 추진한다. 인도는 최근 3년간 철강 소비가 매년 10% 안팎으로 폭풍 성장하는 ‘기회의 땅’이다. 포스코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JSW의 현지 지배력이 결합해 인도 철강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 대륙의 빗장도 열고 있다.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20% 지분을 투자한 것은, 미국 보호무역과 고율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해 현지 프리미엄 철강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진입하기 위한 고도의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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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 전경. 포스코의 전기용융로(ESF)는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하여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쇳물(용선) 생산이 가능하다.

인도·북미 확대, 글로벌 생 산거점 재편
로봇·스마트업·수소환원제철 투자 UP
‘하이렉스’로 100년 포스코 향한 대전환

△영일만의 기적 일군 ‘포항’, 이제는 수소환원제철의 심장으로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 영토 확장의 기세를 강화하는 한편, 안쪽인 포스코의 모태이자 심장부인 ‘포항’에서는 더 거대한 혁신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반세기 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며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낸 포항제철소가, 이제는 인류 철강 역사를 새로 쓸 ‘수소환원제철’의 발원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수소환원제철은 단지 저탄소로의 전환이 아닌, 기업과 지역의 생사를 가를 ‘생존의 열쇠’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 중인 차세대 탈탄소 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여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낸다.

유럽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개발 중인 샤프트 환원로(Shaft Furnace) 방식은 철광석을 구슬 형태의 ‘펠렛(Pellet)’으로 가공해야 사용할 수 있어 추가 가공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포스코의 하이렉스는 자연 상태의 ‘분광(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직접 사용해 원가 경쟁력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 부지 내에 연산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실증 설비 구축에 본격 착수했으며,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가동했다. 하이렉스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 고로 공정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기술적 장벽에 직면한 가운데, 포스코는 선제적인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철강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철보국’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포스코가 그리는 100년 기업의 지도

결국 포스코가 추진하는 대전환의 종착지는 명확하다. 제철소 내부의 AI 혁신, 중소기업과의 상생, 벤처 생태계 조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수소환원제철이라는 거대한 퍼즐 조각들은 모두 미래 산업의 토양을 묵묵히 일구고, 그 위에서 자라날 ‘새로운 산업의 쌀’을 준비하여 대한민국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완성하는 하나의 지향점으로 수렴된다.

과거 포스코의 역사가 ‘철을 만들어 나라를 돕는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역사였다면, 오늘날 포스코가 써 내려가는 새로운 장은 ‘초격차 기술력과 디지털 혁신으로 국가 미래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바람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대전환기 속에서, 포스코는 웅크리는 대신 가장 뜨거운 불꽃을 피워 올리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쇳물에 AI를 이식하고 석탄 대신 수소를 품은 포스코의 거침없는 질주는, 대한민국 철강 산업이 앞으로도 글로벌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만든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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