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경쟁, 알고리즘 넘어 연산·전력·생태계 확보전으로 급변 초대형 인프라부터 인재 양성, 규제 철폐 아우르는 마스터플랜 가동 “산업도시 축적된 역량 AI로 재편해 대한민국 패권 도약 이끌 것”
포항시가 철강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지역 산업 지형을 재편한다.
과거 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포항시는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 첨단 신산업 분야를 선점해 온 제조 경험과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기존 산업 기반에 AI 연산 능력과 지역 내 대학의 연구 역량, 기업 생태계를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산업 현장의 문제를 예측하며 연구개발(R&D)과 제조 공정 수준을 고도화하는 AI가 전 산업의 필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현재 국가 간 AI 경쟁의 양상은 단순한 알고리즘 개발 단계를 넘어 대규모 연산 인프라 구축,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데이터 활용 역량, AI 인재 및 기업 생태계 확보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 수도 포항’을 새로운 도시 비전으로 설정하고 산업도시로서 축적된 역량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국제협력 센터 유치, 규제 완화 특화지구 지정이라는 3대 과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립
핵심 하드웨어 사업은 총 2조 원 규모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구축이다. 포항시는 광명일반산업단지 일원에 1단계 사업으로 40MW급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연산 인프라를 건립한다.
이 시설은 단순한 장비 집적 공간이 아니라 초대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 대규모 데이터 처리, 산업 특화 AI 모델 개발, 기업 및 연구기관의 공동 활용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AI 산업 경쟁의 본질이 연산 능력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AI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사업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전액 민간투자를 통해 진행된다.
고성능 GPU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액체냉각(Liquid Cooling) 기반 시스템과 무결점 운영체계를 전면 도입해 고성능 컴퓨팅 등 국내 AI 서비스 확산을 전담한다.
포항시는 시설 조기 구축을 위해 인허가 패스트트랙 태스크포스(TF)를 별도 구성해 가동했다. 이를 통해 전력계통영향평가, 산업단지계획 변경, 기업 입주 승인, 건축허가 등 주요 사전 행정 절차를 속도감 있게 마쳤다.
다음 달 광명일반산업단지 내 사업 부지에서 착공식을 개최하고 이후 2027년 12월 1단계 준공을 목표로 본공사를 진행한다.
완공된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연산 자원은 포항 지역 내 철강,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 국가 전략산업 현장에 직접 투입된다. 공정 고도화, 품질 예측, 설비 이상 탐지, 생산 최적화 등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는 동력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건설 단계에서는 토목, 전기, 통신, 설비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운영 단계에서는 시설 유지관리, 시스템 운영, 보안 통제, 네트워크 관리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상시 투입된다.
포항시는 전력, 냉각, 통신, 보안 전후방 연관 기업 유치를 추진해 데이터센터 2단계 확장을 염두에 둔 생태계를 계획하고 있다.
◇ ‘아태 AI센터’ 유치 국제협력망 확보
대규모 연산망 구축과 병행해 AI 정책 수립과 핵심 인재 양성을 담당할 ‘아시아태평양 AI센터’ 유치도 추진한다.
AI 경쟁이 정책, 규범, 안전성, 국제협력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국제 협력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전략이다.
이 센터는 회원국 간 기술 격차를 줄이고 AI 후발국을 대상으로 정책 수립 지원과 인재 양성, 역량 강화를 돕는 실행형 국제협력 기구다.
단순히 기술을 이전하는 수준을 넘어 각 국가가 직면한 교육, 의료, 행정, 재난 대응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 발굴해 AI 기반 브릿지 협력사업으로 연결하는 ‘문제 해결형 협력’ 역할을 전담한다.
포항시는 199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를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이력을 핵심 유치 근거로 내세운다.
다국적 연구자와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동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신뢰를 축적한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지역 내 대학의 역량을 결합해 국제협력 사업의 실질적 실행력을 높인다.
AI 기술 연구와 고급 인재 양성을 수행하는 포스텍(POSTECH)의 역량과 국제개발협력(ODA) 분야에서 현장 실무 경험을 다수 축적해 온 한동대학교의 노하우를 접목한다.
포스텍과 한동대, 지역 연구기관의 박사급 전문가 그룹이 해당 기구에 참여해 회원국의 정책 수립과 기술 자문을 돕고 정규 AI 교육과정과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양성을 지원한다.
또 지역의 첨단 산업 현장들은 회원국들이 자국의 AI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검증할 실증 모델로 개방된다.
포항시는 국회 포럼 개최, 중앙부처 건의, 지역 대학 간담회를 지속해 유치 논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 ‘AI 특화지구’ 지정 추진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AI 특화지구’ 지정도 핵심 추진 과제다. 혁신 기술을 자체 개발하더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실증할 환경이 부족할 경우 사업화에 한계를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포항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 특례 제공, 실증 기반 마련, 창업 및 입주 공간 제공, 투자 유치 지원이 하나로 결합된 특화지구를 조성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 활용과 기술 실증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각종 규제 애로사항을 완화하는 ‘AI 규제 프리존’을 조성하는 것이다.
포항 지역에는 포스텍, 한동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등 산학연 산업·연구·교육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이와 함께 AI 기술 적용 수요가 높은 철강,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의 실물 산업 현장이 공존하고 있어 기업이 개발한 솔루션을 연구 인프라와 실제 현장에서 동시에 검증하고 고도화하기 적합하다.
시는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과 인재를 유치해 공동연구와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히 입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창업 초기부터 현장 실증, 벤처 투자 유치, 해외 시장 진출을 연계하는 원스톱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해외 우수 AI 인재와 스타트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 지원 프로그램과 공동연구 과정을 연동해 유입 기반도 마련한다.
또 현재 민·관 협동으로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 ‘디지털혁신 Tech-HUB’와 ‘엠바디드 AI 오픈플랫폼’ 등 포항형 창업 인프라를 신규 특화지구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높인다.
이 두 시설은 AI 및 로보틱스 기업의 입주와 성장을 지원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로서 특화지구의 기업 유치와 스타트업 육성 기능을 후방에서 뒷받침한다.
포항시는 AI 특화지구 지정을 위한 기본구상 및 전략수립 전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지곡 연구단지와 강소연구개발특구 내 입주한 AI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기술 애로사항 등을 꼼꼼히 조사하고 있다.
도출된 조사 결과와 유치 논리를 구체화해 앞으로 중앙부처 건의와 언론 홍보 등을 통해 특화지구 지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나갈 방침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