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난 19일 유럽과 G7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보완
수사는 안 하는 게 맞는데,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마무리
단계다. 지금 남은 가장 큰 쟁점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 수사 요구권을 줄 것인지 여부다.
정청래 대표는 강경하다. 보완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한다. 이날 오전에도 정 대표는 “보완 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아직도 수사권의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검찰이 있다면 꿈 깨라. 민주당은 반드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하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의 일부 온건파는 민생 사건 처리 지연이나 피해자 구제 공백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예외적 허용’ 조항을 정교하게 짜 넣자는 생각이다. 연초 검찰개혁추진단의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일반 국민의 45.4%가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권 행사에 긍정적(부정 34.2%)이었다. 특히 실무에 익숙한 판사(80%), 변호사(75%) 등 법조 전문가들은 사법 통제와 실효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보완 수사권을 제한적으로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다. 그의 실용주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선 경쟁이 치열하다. 정 대표는 선명성 경쟁을 무기로 삼고 있다. 이 문제 역시 그 소재로 활용한다. 이 대통령이 거기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의견이 이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은 “검찰권 남용은 철저히 통제하되, 민생 사건 처리 지연이나 구제 공백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교하게 제한된 예외적 보완 수사’를 열어두자”라는 의견이다.
이달 초에도 그는 제도 개편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렇게 거듭 지적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의견을 묵살해온 정 대표를 직접 질책하는 말로 들릴 법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출국 환송과 입국 환영 인사와 관련한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강경파는 검찰의 과거 잘못된 권력 남용만 지적한다. 탈레반처럼 외골수다. 물론 검찰이 과거 자신들의 권한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른 업보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인정하지만, “악용하지 않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검사가 남용하던 권력이 경찰에 넘어가면 절제될 수 있을까. 경찰이 검찰보다 인품이 훌륭한 것도, 직업 윤리가 철저한 것도 아니다. 특정 직업군을 일반화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위험한 권력이라고 빼앗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누군가가 그것을 차지하게 된다. 다른 조직에 그 권한을 몰아주느냐, 분산하고, 적절히 견제와 감시하게 만드느냐의 문제다. 권력은 집중될수록 위험하다. 경찰의 권한에 검찰의 수사권까지 더하고, 감시까지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보, 권력기관을 분산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게 했다. 후임 대통령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당 기관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럴수록 권한이 집중됐다. 민주당이 공적으로 삼는 검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것도 다른 기관들의 기능을 몰아준 탓이 크다. 이제 검찰마저 무력화한다. 경찰의 비대해진 권력과 권한 남용은 누가 막나.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그래서 외부 간섭을 막아놓았다. 하지만, 모든 감시와 견제가 다 사라지면 어떻게 망가지는지 최근에 우리는 눈으로 확인했다. 막강한 권력일수록 감시와 견제 장치를 제거하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