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에 협상 긴장 고조 미·이란·카타르·파키스탄 4자 회동 추진 유가·해상물류 좌우할 중동 협상 분수령
미국과 이란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고위급 협상에 돌입했다. 양국은 지난 17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최종 합의로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에 나섰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과 레바논 내 교전 지속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는 미국 측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했다.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을 비롯해 안보·중앙은행·석유 부문 고위 관계자들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카타르와 파키스탄도 중재국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오후 미국·이란·카타르·파키스탄이 참여하는 4자 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에 앞서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한다”며 “협의는 수일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체결된 휴전 합의가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협상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 군사작전과 미국의 휴전 합의 위반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란 측은 미국이 레바논을 포함한 전선에서 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합의 정신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17일 체결된 MOU에는 미국이 이란 주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안전하고 무료인 항행을 60일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인 모흐베르는 “모든 전선에서 휴전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중동 에너지 공급 차질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0일 하루 동안 상선 55척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1천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와 화물이 운송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해 “협상이 결렬되지 않는 한 최소 60일간 통항료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종 합의가 무산될 경우 미국이 중동 항로 안전 확보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협상과 동시에 경제 협력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모흐센 파크네자드 석유장관은 “서방이 합의 정신을 준수한다면 이란 에너지 산업은 세계 경제에 거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수백 건의 투자 프로젝트가 즉시 체결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레바논에서는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당국은 2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에 대응한 조치라고 주장했으며, 점령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스위스 협상의 성패가 중동 정세는 물론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흐름을 좌우할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가 최종 합의 도출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