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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6주년 기획 특집] 희미해진 대구경북 행정통합 돌파구 있나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6-06-22 18:27 게재일 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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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멈췄지만… 지방소멸•성장 정체 ‘해법 찾기’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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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지방선거까지 행정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 한마디는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큰 위기의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행정통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 모습. /연합뉴스

“다음 지방선거까지 행정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 한마디는 대구경북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수십 년간 이어진 성장 정체와 인구 감소,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AI·반도체 산업벨트 조성에 힘을 싣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대구경북의 첨단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통합 논의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 의미 외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과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때 대한민국 지방행정 개편의 대표 모델로 주목받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치 환경 변화와 정부 기조 변화 속에 동력을 잃은 지금, 통합의 가능성과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대통령의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결단과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지방의원 임기 문제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2028년 통합을 전제로 초대 대구경북특별시장만 2년 임기로 선출하고 지방의원은 기존 임기를 보장한 뒤 2030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된다”고 밝혔다.

장상길 전 포항시장 권한대행도 “대구경북은 한때 행정통합을 주도한 지방 행정 개편의 대표모델로 주목 받았던 자치단체”라며 “이번 6·3지선 전에도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법과 제도’로 모든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다.

행정통합 추진을 위해 마련됐던 특별법 역시 향후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재추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특별법은 통합 자치단체의 권한 확대와 조직 구성, 재정 지원 등을 담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통합 논의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는 있지만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철우 지사의 ‘2028년 특별시장 우선 선출’ 구상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선출직 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통합 성사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국회 통과 △주민 동의 확보 △청사 위치·권한 배분 △재정 통합 △국가 권한 이양 등 복합적인 과제를 넘어야 한다.

이런 문제로 만약 행정통합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무산될 경우 대구경북은 다른 형태의 초광역 협력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오름동맹’이다. 해오름동맹은 울산과 포항, 경주가 2016년 결성한 초광역 협력체다. 인구 약 200만 명, 경제 규모 약 95조 원에 이르는 동해안 경제권을 기반으로 산업과 교통, 관광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포항의 철강·이차전지 산업, 경주의 자동차 부품 산업, 울산의 자동차·중공업 산업을 연계해 수소와 미래모빌리티 등 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으며 광역철도와 트램 연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공동 관광벨트 조성도 성과로 꼽힌다.

대구경북광역경제권 강화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구와 경북은 이미 인구 약 5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210조 원 규모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행정통합이 아니더라도 산업과 교통, 물류를 연계하는 초광역 경제권 전략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대구경북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항공물류 체계 구축과 광역철도망 확충이다. 여기에 대구의 ICT·바이오 산업, 구미의 첨단소재 산업, 포항의 에너지 신산업, 경북 북부의 농생명 산업을 연결하는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도 “구미를 한국의 피츠버그로 설정하고, 경북도가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같은 광역 전략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광역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추진될 당시 가장 큰 기대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이었다. 지역에서는 통합지원금 20조 원이 확보될 경우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 △경북 북부권 대규모 투자 △동해안권 개발 △미래 신산업 육성 등 지역의 장기 성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통합 논의가 사실상 멈춰선 지금 지역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하지만 행정통합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대구경북이 직면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제조업 경쟁력 약화, 수도권 집중 심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 국가 첨단산업 정책 과정에서 구미가 반도체 특화 전략의 핵심 축에서 비켜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역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통합 논의가 중단됐다고 해서 지역 발전 전략까지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대구환경운동엽합 최진문 운영위원은 “행정통합은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일 뿐 핵심은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통합이 성사되든, 광역경제권 방식으로 가든, 해오름동맹 같은 협력 모델을 확대하든 결국 목표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고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멈춰선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 찬반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 해법을 찾는 일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대구경북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통합 NO’ 해외 성공 사례는?]

오사카·피츠버그•獨 메트로폴리탄, 광역 협력체계로 도시 경쟁력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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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광역연합 형태로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린 자치단체로 유명한 도시다. 사진은 오사카 도심 야경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꼭 합칠 필요 있나요? 광역 협력만으로 도시 경쟁력 얼마든지 키울수 있어요.”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행정구역을 완전히 합치지 않고도 광역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 경쟁력을 높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오사카광역연합, 미국 피츠버그 광역권, 독일의 메트로폴리탄 협력체계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오사카광역연합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모델이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비롯해 인근 지방정부들이 참여해 광역 관광, 산업정책, 환경, 의료, 재난대응 등의 사무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의 독립성은 유지하면서도 광역 차원의 정책 결정과 예산 집행이 가능해 행정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유치와 도시 브랜드 강화 과정에서 광역 협력 체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 역시 지방정부 간 연계를 통해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첨단산업 도시로 변신한 사례로 꼽힌다. 피츠버그 광역권은 수십 개의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기업들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산업 전환을 추진했다. 철강산업 쇠퇴 이후 카네기멜런대와 피츠버그대학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했다. 행정구역 통합 없이도 경제권 중심의 협력이 지역 재도약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독일은 ‘메트로폴리탄 지역’ 제도를 통해 도시와 주변 지역 간 협력을 제도화했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함부르크, 뮌헨 등 주요 광역권에서는 여러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교통·산업·주택·환경 정책을 공동 추진한다. 각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유지하되 광역 교통망 구축과 산업 육성, 투자 유치 등은 공동 전략 아래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행정 경계를 넘어 하나의 생활권·경제권을 형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가 대구경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행정통합이 최선의 해법일 수는 있지만, 통합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더라도 광역경제권 구축과 공동 정책 추진을 통해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의 변화 자체가 아니라 교통·산업·인재·문화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경쟁력 있는 권역으로 만들어내느냐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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