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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존중은 구호뿐이었나”…경주시청 익명광장에 터져 나온 공직사회의 분노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6-06-14 14:24 게재일 2026-06-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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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불신·업무 편중·연공서열 평가 성토
직원들 “공정성 무너진 조직, 존중도 없다” 비판
경주시 청렴감사관 청렴윤리팀이 운영한 내부 익명 소통창구 ‘청렴톡 익명광장’. 상호존중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마련됐지만, 인사 불신과 업무 편중, 조직 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쏟아지며 공직사회 내부의 민낯을 드러냈다. /독자 제공

경주시가 ‘상호존중 조직문화 조성’을 내걸고 운영한 내부 익명 소통창구 ‘청렴톡 익명광장’이 오히려 조직 내부의 깊은 불신과 불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직원들은 인사·승진의 불공정성, 업무 편중, 폐쇄적 조직문화 등을 집중 성토하며 “상호존중 이전에 공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시 청렴감사관 청렴윤리팀은 지난 8일 시청 내부 게시판에 ‘상호존중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우리 조직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한 가지’를 주제로 익명광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쏟아낸 의견은 조직문화 개선 제안이라기보다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집단적 문제 제기에 가까웠다.

‘청렴톡 익명광장’에 올라온 직원들의 의견에는 인사 불공정, 업무 편중, 승진 불신 등 경주시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담겼다. 직원들은 공정한 인사와 실질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독자 제공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인사 문제였다. 

전체 의견의 약 30%가 인사·승진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승진 기준 공개, 인사 운영 투명성 확보, 기피부서 보상체계 마련, 순환보직 원칙 확립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특정 부서 장기 근무와 인사 정체 현상을 지적하며 “능력보다 줄을 잘 서야 승진한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퍼져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제기했다. 

게시판에는 특정 인맥이나 비공식 관계망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성 글까지 등장했다.

업무 분장과 평가 체계에 대한 불만도 거셌다. 

“일은 하는 사람만 한다”, “성과는 일부가 내고 평가는 모두가 나눠 가진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실제 업무 성과보다 연차와 직급이 우선시되는 평가 문화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간부 공무원들의 리더십 부재와 책임 회피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실무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불만과 함께 노조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익명광장은 사실상 조직 내부 고충창구 역할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만이 특정 개인이나 일부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사안이 인사 공정성과 업무 배분 문제라는 것은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인사와 업무 배분에 대한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상대적 불공정이 누적된 결과가 이번 게시판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상호존중은 서로 믿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인사가 공정하다는 신뢰가 없고 일하는 사람만 계속 일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조직문화 개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익명광장이 오히려 경주시 조직문화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직원들의 불만이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인사 시스템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제기한 의견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익명 게시판의 특성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내용도 있는 만큼 게시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불만이나 익명 게시판의 특수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한 인사와 합리적 업무 배분이라는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조차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호존중 조직문화’는 선언적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익명광장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경주시 조직 내부에 쌓여온 불신의 민심이다. 경주시가 이를 조직 혁신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일지, 또 하나의 의견 수렴 행사로 넘길지는 시민과 공직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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