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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너머 마주한 ‘순백의 꿈’, 영주를 울린 노년의 웨딩마치

김세동 기자
등록일 2026-05-12 13:59 게재일 2026-05-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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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인회 영주지회, 사랑나눔 바자회서 어르신 웨딩드레스 체험 진행
전통혼례로 드레스 못 입은 한(恨) 달래… “다시 태어난 기분” 감동 확산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영주시 제공

영주시 하망동 다리다 카페 앞마당은 여느 때와 다른 설렘으로 가득 찼다. 

한국부인회 영주지회가 주최한 사랑나눔 바자회의 풍경은 긴 세월 가슴 한구석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묻어두었던 어르신들의 애틋한 꿈을 현실로 소환하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이날 행사의 중심에는 가난과 관습 때문에 제대로 된 예식조차 올리지 못했던 지역 어르신들이 있었다. 

연지곤지 찍은 전통혼례가 전부였던 시절, 서구식 웨딩드레스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한평생 자식 뒷바라지와 거친 삶의 파도를 견디느라 자신의 이름 석 자조차 잊고 살았던 어르신들이 난생처음 순백의 드레스를 마주했다.

부드러운 레이스가 주름진 살결에 닿는 순간, 어르신들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다. 전문가의 손길로 화사하게 피어난 ‘오월의 신부’들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고운지 연신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어르신은 드레스 자락을 매만지며 “죽기 전에 입어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 평생의 한을 다 푼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또, “그 시절에는 전통혼례를 치러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사진도 찍으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을 이었다.

사랑나눔 바자회와 회원들이 함께한 모습.   /영주시 제공

행사장은 이내 온 동네가 들썩이는 잔칫집으로 변했다. 국악밴드의 신명 나는 재능기부 공연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먹거리와 시민들이 기부한 정성이 담긴 물건들이 나눔의 가치를 더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체험 공간도 마련 됐다. 팔찌를 만들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드레스 입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손주들의 모습은 세대를 뛰어넘어 하나가 된 지역 공동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한국부인회 영주지회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어르신들의 간절한 바람을 채워주는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현숙 회장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소녀처럼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다”며 “영주의 여성 리더로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소외된 이웃의 가슴 속 응어리를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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