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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호르무즈 통행료 불가”··· 이란 압박 공조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요구에 공동으로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원유·물류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을 둘러싼 갈등이 미·중 공조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수입 의존 국가들의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통화에서 “어떠한 국가나 조직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 표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미국과 중국이 이란 문제에서 제한적 공조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이란은 전쟁 종결 조건 가운데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사실상의 국제 항로 통제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에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 항로에서의 통행료 부과 자체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 통행 재개는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협 리스크 확대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산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급등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항 철강업계를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전력·원재료·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실제로 통행료 부과나 선박 통제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최소한 해상 통행 문제에서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최악의 봉쇄 시나리오는 일정 부분 억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5-13

[후보등록 D-1] 안동 한일정상회담·공소취소 특검법···TK지선 방향타 될까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14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사실상 실전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대구·경북(TK)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경북도지사·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 국민의힘 이철우 경북도지사·추경호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 전부터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TK지역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제대로 된 경쟁 구도를 갖게 된 첫 선거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에 탄력을 받은 민주당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선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TK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호재도 있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일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9일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안동에서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TK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면 민주당 TK후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TK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재도전이 유력한 정 대표로서는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면 연임 가도에 파란불이 켜지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정 대표는 TK를 잇달아 방문하며 민주당 후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13일에는 집권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울릉도를 공식 방문한다. 민주당 정성환 울릉군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울릉군수 선거는 정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김병수 예비후보, 무소속 남한권·남진복 예비후보 간 4파전이다. 정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진영 출신 후보들이다. 민주당이 TK에서 대구시장과 일부 기초단체장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TK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반드시 사수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대구시장 공천 논란, 장동혁 대표 리스크 등으로 대구시장 선거마저 민주당에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최근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과 잇따른 설화로 판세를 박빙 구도로 만회했다. 지난주 발표된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들어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민주당 지지세가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TK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자 등록을 1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한다고 밝혔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5월 21일부터 선거일 전일인 6월 2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6-05-13

보험 갈아타기 권유, 정말 유리할까··· 금감원 “부당승환 주의” 경보

보험설계사의 “보장을 더 늘려주겠다”는 권유에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정착지원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계약 ‘부당승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부당승환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해지시키고 새로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다. 이른바 ‘보험 갈아타기’다. 보험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처럼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환급금 손실이나 보장 공백 등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보의 배경에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1200%룰’ 확대 적용이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 판매수수료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보험 판매 첫해 지급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를 GA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일부 영업조직에서는 제도 시행 전 보험설계사를 대거 유치하기 위한 정착지원금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직한 설계사들이 약속한 실적을 채우기 위해 기존 보험 해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금감원에 접수된 부당승환 관련 민원은 211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54% 급증했다. 금감원은 보험 갈아타기 과정에서 소비자가 가장 먼저 입을 수 있는 피해로 ‘금전적 손실’을 꼽았다. 예컨대 10년 넘게 유지한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했지만, 납입보험료 2700만원보다 적은 2200만원의 해약환급금만 받고 보장 규모는 그대로인 사례도 있었다. 건강 상태 변화에 따른 가입 제한도 문제다. 기존 보험에서는 보장받던 질환이 새 보험에서는 부담보 처리되거나 가입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고혈압 약 복용 이력 때문에 뇌·심혈관 질환 보장이 제외된 사례도 소개됐다. 암보험 갈아타기 과정에서 새 보험의 ‘90일 면책기간’이 다시 적용돼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은 새로 가입하면 일정 기간 보험금 지급 책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보장금액만 보고 갈아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젊을 때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중장년 이후 새로 가입하면 보험연령 증가로 보험료가 크게 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례에서는 월 보험료가 2만1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올랐지만 주요 보장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금감원은 보험을 갈아탈 경우 반드시 ‘비교안내 확인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와 보장 범위, 면책기간, 해약환급률 등을 기존 계약과 비교해봐야 하며, 설계사가 무조건 해지를 권유할 경우 수수료 목적일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보험의 보장이 부족하다면 계약을 해지하기보다 특약 추가나 단독형 상품 가입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승환계약률 비교공시를 도입하고, 과도한 정착지원금 지급이나 부당승환 의심 계약이 많은 보험사·GA에 대해 현장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5년간 부당승환과 관련해 보험회사 20곳에 과징금 76억6000만원, GA 14곳에 과태료 8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갈아타기는 단순히 보장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해약환급금 손실, 보험료 상승, 면책기간 재적용 등 다양한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며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차이를 충분히 비교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5-12

상수원보호구역에 수소산단…울진군, 진짜 모르고 했나, 알고도 밀어붙였나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사실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4000억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가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던 울진군이 뒤늦게 큰 난관에 봉착하자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 사업을 환영했던 군민들은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켠에서는 진짜 모르고 진행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밀어붙인 것인 것인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상세하게 군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군이 급한 대로 마련한 3가지 대안도 실현 자체가 미지수여서 논란이다. 실제, 울진군이 검토하는 첫 번째 대안인 남대천 취수장에서의 취수 방식 변경 가능 여부도 한계가 있다. 이 방안은 현재 물을 복류수 취수방식에서 표층지하수로 변경하는 것이다. 수도법 시행령에 따라 표층지하수로 취수원을 바꾸면 규제 지역을 반경 1km 이내로 축소할 수 있어 일단은 긍정적으로 들여다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보다 디테일한 면으로 다가가면 달라진다. 취수 방식을 새롭게 하려면 취수정, 집수정, 송수관로, 정수시설 등을 갖추는 데만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현재 울진군에는 이런 비용조차 제대로 추계도 안 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표층지하수는 단기 취수는 가능하지만, 갈수기 염분 침투로 인한 수질 변화 영향이 커 대규모 산업단지 인근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복류수 방식을 채택,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질 안정성 유지가 쉽고 자연적인 여과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표층지하수로 바꾼다면 주민들이 쉽게 동의해 줄지도 의심스럽다. 기존 남대천 취수장을 공업용수로 전환하고 왕피천 취수장을 확장해 군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두 번째 계획도 쉽지는 않다. 이 방안은 공업용수 전용 시설 경우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해제가 가능하다는 법의 원용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새로운 취수장을 만들거나 확장하려면 환경영향평가, 중앙정부와의 협의, 주민설명회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해 착공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원자력수소산업단지를 만든 후 산업시설을 가동시키겠다는 목표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십 년간 주민들의 생명수를 책임져온 멀쩡한 남대천을 공장용수 공급처로 변경하겠다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 세 번째 안은 산단에 대한 계획 변경이다. 이는 46만평을 원 샷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단지를 조성해 나가는 안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에 걸리지 않은 지역부터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세 가지 방안 중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안은 규제에 저촉되는 27.7%의 부지를 제외해야 해 산업단지 전체의 조화로운 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반쪽 개발이라는 악영향이 나타나면 산업단지 특성상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초기 입주율을 끌어올려 산단 전체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애초 복안에도 치명상이다. 계획 변경 시 정부가 예타 면제 부분을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상존한다. 예타 면제는 특혜적 소지가 있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권이 퇴진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LH가 몽니를 부린다면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 현 정부와 궤도를 같이하는 LH로선 전임 정부에서 한 사안이고 계획이 크게 수정되면서 당기손익이 애초 목표에 미달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탈할 수도 있는 것. 울진군 입장에선 이 경우가 최악이 국면이다. 계약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양이 담보되지 않는, 그것도 울진까지 가서 사업을 할 시공사를 다시 찾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울진군의 생각대로 일처리가 잘 되어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적 피해자는 군민들임은 자명하다. 취수 방식을 변경하거나 취수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추가 예산은 결국 울진군민을 포함한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어야 하며 공기가 상당 기간 연기가 늦춰지면 ‘수소 수도 울진’이라는 원래의 기대 목표 성과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모두가 상수원보호구역 이격거리도 살피지 않고 일 처리를 한 울진군 담당업무 라인과 상급기관, 정부 부처의 소홀함이 빚은 결과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5-12

울진군의 수소산단 3개 대안, 실현 가능성 희박…"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울진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원자력수소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라는 암초에 부딪혀 무산위기에 처하자, 군은 뒤늦게 취수방식 또는 취수원 변경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저촉되지 않는 사업 부지부터 개발에 나서는 단계적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피해 가려고 마련 중인 ‘우회로’ 대책은 또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아 부지 재선정을 포함, 원점부터 다시 심도 있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울진군은 산단 전체 부지의 무려 27.7%가 공장설립 승인지역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일단 세 가지 대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오른 대안은 남대천 취수 방식을 복류수에서 표층지하수로 변경하는 카드다. 지하수로 취수원을 바꾸면 규제 지역을 반경 1km 이내로 축소할 수 있는 수도법 시행령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다음은 기존 남대천 취수장을 공업용수로 전환하고 왕피천 취수장을 확장해 군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업용수 전용 시설은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안이다.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규제를 없애버리면 문제될 게 없다는 구상인 것. 마지막으로 원자력수소산단 계획 변경이다. 한꺼번에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추진 방식으로 가면 난관 돌파가 가능한지를 연구 중에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에 걸리지 않은 지역부터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울진군의 이런 검토는 실현 가능성도 희박할뿐더러 주민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취수 방식을 변경하거나 취수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추가 예산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어야 하고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면에서 적절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또 갑작스러운 수계 변경이 이뤄질 경우 남대천 지역 생태계와 농업용수 공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울진군민에게 공급되는 식수 공급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 현실화될지도 의문이다. 또한 기본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경우 사업 방식이 바뀌기 때문에 힘들게 받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당초 계획대로 굴러갈지도 불투명해 질 수 있다. 수자원 및 토목 전문가들은 “산단 입지를 선정하기 전, 상수원 보호구역과의 이격 거리와 법적 저촉 여부를 따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왜 이제 와서 대안을 검토한다고 호들감을 떠는지 모르겠다”면서 “울진군의 이번 원자력국가산단 업무처리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 모델케이스“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5-12

장관·지자체장·공공기관장 성범죄, 피해자 동의 없어도 성평등부에 ‘무조건 통보’

앞으로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공직유관단체장 등 공공기관장이 저지른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평등가족부에 의무적으로 통보된다. 또한 기관장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 제출 기한도 1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성평등가족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대응 강화 대책’ 과 ‘2026년 여성폭력방지정책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책은 기관장급 고위직의 권력형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과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는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5~2029)’의 일환으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해 예방부터 피해 회복까지 아우르는 범정부 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주요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기관장 사건 대응 범위를 중앙행정기관장, 지자체장, 교육감에서 앞으로는 공직유관단체장까지 확대했다. 이들이 연루된 사건 발생 시 해당 기관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성평등부에 사실을 즉시 통보해야 한다. 다만 이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건 후속 조치도 빨라진다. 기관장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제출 기한이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든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재발 방지 대책 제출 건수는 2023년 5115건에서 지난해 7841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있는 제재를 위해 기관 평가 반영도 추진한다. 방지 조치 미흡 기관에 대한 명단 공표에 그치지 않고, 사건 미통보나 대책 미제출 기관에는 시정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대응을 위한 범정부 계획도 확정했다.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감별 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효율을 높인다. 검찰은 전담 검사 대응 체계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피해자 지원 체계도 세분화해 고위험 사건은 경찰이, 저위험 사건은 가정폭력상담소가 맡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시설의 1인당 최소 면적을 6.6㎡에서 9.9㎡로 넓히고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자격을 완화하는 등 주거 환경 개선책도 시행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성폭력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지능화되고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유관기관 간 핫라인을 공고히 하고 피해자 중심의 빈틈없는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12

“창업 지원인 줄 알았는데”··· 프랜차이즈 대출의 함정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에게 “본사가 대출까지 연결해준다”는 말은 솔깃하게 들린다. 초기 창업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가 정책자금을 활용해 가맹점주에게 고금리 대출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업 지원’이 오히려 점주를 옥죄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정책자금을 이용한 가맹본부의 고금리 부당대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금리 대출 사례 3건과 기타 사례 1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로 거론된 곳은 외식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이다. 조사 결과 이 회사는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연 3~6% 수준의 저리 자금을 지원받은 뒤, 대주주가 세운 특수관계 대부업체를 통해 가맹점주들에게 연 12~18% 고금리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중 부담’ 구조다. 본사는 정책금융으로 저렴하게 돈을 조달하지만, 점주는 높은 금리로 빚을 떠안는 셈이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상환 방식’이다. 일부 가맹점주는 육류 등 필수품목 대금에 대출 원리금이 포함된 형태로 돈을 냈고, 본사가 이를 다시 대부업체에 대신 상환하는 구조였다. 겉으로는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주가 자신의 대출 잔액이나 상환 현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구조다. 만약 본사가 대납을 하지 않더라도 점주가 즉시 인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폐업조차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일부 사례에서 가맹점주의 대출 원리금을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상환하도록 설계한 사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될 때는 매출 일부가 자동으로 대출 상환에 쓰이고, 장사가 안 되면 원금이 제대로 줄지 않아 빚 부담이 계속 누적될 수 있다. 결국 점주는 “장사가 안 돼도 빚 때문에 가게를 접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재테크 측면에서 보면 그저 창업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위험 부채 관리’ 문제에 가깝다. 창업 초기에는 “본사가 대출까지 연결해준다”는 점이 안정장치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금리·상환 방식·중도상환수수료·담보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보 비대칭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맹 희망자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예상 매출이나 가맹금은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대출금리·상환구조·본사와 대부업체 관계 같은 핵심 금융정보는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가맹본부가 제공하거나 연계하는 대출의 금리, 상환방식, 대부업 등록번호, 본사와의 관계 등을 정보공개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이 앞으로는 가맹본부의 가맹점 대상 대출 여부를 신규 대출·만기 연장 때마다 점검하고, 고금리 대출 등 부적절한 여신이 확인되면 정책자금 공급을 제한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대부업 ‘쪼개기 등록’ 차단도 포함됐다. 일부 업체들이 금융당국 감독을 피하기 위해 대부업체를 여러 개로 쪼개 설립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자산 규제를 강화하고 금감원 직권검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할 때 “브랜드 인지도”만 볼 것이 아니라 금융 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비용 일부를 대출에 의존할 경우,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보다 ‘어떤 조건으로 갚아야 하느냐’이기 때문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5-12

실손보험 청구, 이제는 ‘앱 한 번’··· 잠자는 보험금 찾아가세요

보험료는 꼬박꼬박 냈는데 정작 치료를 받고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일일이 챙겨 보험사 앱에 사진을 올리거나 팩스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특히 몇천원~몇만원 수준의 소액 보험금은 “귀찮아서 그냥 포기한다”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병원 치료 후 별도 서류 발급 없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24’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병·의원 연계율을 80~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보험업계·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실손보험 청구전산화(실손24) 점검회의’를 열고 서비스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네이버와 토스도 회의에 참여했다. 실손24는 병원에서 발급받아야 했던 △진료비 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을 전자적으로 보험사에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병원 창구를 다시 방문하거나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제출할 필요가 없다. 앱에서 몇 번의 클릭만 하면 보험금 청구가 끝난다. 현재는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앱뿐 아니라 네이버·토스 플랫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지도를 통해 실손24 연계 병원을 검색하고 예약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가 확대됐다.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잠자는 보험금’ 문제다. 금융위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청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는 냈지만 청구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약 4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 보험에 가깝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손24 연계 의료기관 비율은 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참여 의료기관은 3만614개이며, 가입자는 약 377만명, 청구 완료 건수는 241만건 수준이다. 다만 상황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요 EMR(전자의무기록) 업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6월 이후 연계율이 최대 52%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EMR 업체란 병·의원 전산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병원이 사용하는 EMR 시스템이 실손24와 연결돼야 자동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비스 확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재테크 측면에서 보면 실손24는 그저 편의 서비스라는 것을 뛰어 넘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금액이 적어서” 포기했던 보험금을 챙길 수 있게 되면 가계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기·물리치료·도수치료·약제비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액 진료비도 누적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예를 들어 가족 단위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아이 병원비, 약국 영수증, 부모 통원치료비 등을 매번 챙기지 못해 누락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청구전산화가 확대되면 병원 진료 직후 바로 앱으로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어 ‘보험금 누수’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도 소비자 이용 확대에 나선다. 네이버·토스와 함께 소비자가 직접 병원에 실손24 연계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병원 참여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미참여 의료기관에는 복지부 공문 등을 통해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생활금융상품”이라며 “청구 절차가 간편해질수록 소비자가 돌려받는 보험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6-05-12

“불법의 낙인, 이제 끝나나”···12년 만에 열린 위반건축물 양성화의 명암

수십 년간 ‘위반건축물’이라는 낙인 속에 살아온 서민들에게 다시 한 번 합법화의 문이 열렸다. 국회는 지난 8일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위반건축물 양성화 제도를 부활시켰다. 특별법은 2023년 12월 31일 이전 완공된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시행 기간은 법 공포 후 1년간 한시 적용된다. 정부는 “서민 재산권 회복과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반복되는 양성화 정책이 불법 건축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양성화 대상은 일정 규모 이하 주거시설로 제한된다. 단독주택은 연면적 165㎡ 이하, 중소규모 주택은 330㎡ 이하, 다가구주택은 660㎡ 이하까지 가능하다. 다세대주택은 세대당 전용면적 85㎡ 이하만 포함된다. 상업용 건축물이나 대형 불법 증축 시설은 제외된다. 이번 특별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 구제가 아니라 현실적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반건축물로 등재되면 금융권 담보대출 제한, 부동산 거래 감가, 반복적인 이행강제금 부과 등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이 따른다. 특히 지방 원도심에는 수십 년 전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한 베란다 확장, 옥상 가건물, 창고 증축 등이 지금까지 위반건축물로 남아 있는 사례가 많다. 당시에는 흔한 생활형 증축이었지만 건축법 강화 이후 불법 구조물로 바뀐 것이다. 포항도 예외는 아니다. 죽도동·중앙동·송도동·해도동 등 원도심 노후 주거지에는 위반건축물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는 건축물대장상 위반 표시 때문에 거래와 보상이 지연되는 사례도 반복됐다. 특별법을 통한 핵심 변화는 주차장 기준 완화다. 원도심 단독주택 밀집 지역은 도로 폭이 좁고 필지가 협소해 현행 기준대로는 사실상 양성화가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정부는 일정 조건 아래 주차장 설치 의무를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포항시 건축행정 관계자는 “원도심은 구조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곳이 많아 행정적 고민이 컸다”며 “시민들이 혼선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되, 화재·붕괴 위험 건축물은 엄격히 심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죽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위반건축물 꼬리표 때문에 대출과 거래가 막혔던 집주인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며 “다만 양성화 대상과 제외 대상 간 형평성 문제는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특별법이 “버티면 결국 합법화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합법적으로 인허가 비용을 부담한 시민들과의 역차별 문제, 무단 증축 건축물의 구조 안전과 화재 위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정부는 구조안전·소방·위생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양성화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위험성이 큰 건축물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불법 건축 구제를 넘어, 수십 년간 누적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5-12

‘내란가담’ 이상민 전 장관, 항소심 징역 9년…1심보다 2년 늘어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7년 형보다 2년 늘어났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민성철·이동현)는 12일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이 전 장관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죄책에 비해 1심형이 가볍다며 형량을 늘렸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당시 소방청장에게 “(경찰에서)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적절한 조처를 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내란중요임무 종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지 않았고, 소방청장에게 전화로 “단전·단수 요청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뿐 직접 지시하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상계엄이 위법했다거나 윤 전 대통령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음을 몰랐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상계엄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성이 명백했고, 이 전 장관도 이를 잘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수사 기간부터 항소심까지 비상계엄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법적 책임에 눈 감고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언론사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는 불법성을 인식한 소방청장이 우회적으로 지시를 전달한 것에 따른 것으로, 이 전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라며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직접 했을 뿐 아니라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불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2심은 양형 배경과 관련해 “피고인이 지시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는 물리적으로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5-12

경북도, 산불·인구감소 대응 ‘경북형 압축도시’ 선도모델 제시

경북도가 대형산불과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해위험지역 주민을 읍·면 소재지 중심으로 이주시키고 주거·의료·복지 기능을 집약한 ‘경북형 압축도시’ 선도모델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12일 ‘복합재난 대응 경북형 압축도시 선도모델 개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산불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간 재편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경북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이후 기존 재난 대응체계만으로는 주민의 생명과 생활 기반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경북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구를 맡아 진행했다. 보고회에는 도 관계부서와 압축도시 조성을 희망하는 의성·청송·영덕군 공무원, 전문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산불 피해지역 5개 시·군의 피해 규모와 인구 구조, 재난 취약성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압축도시 모델과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경북형 압축도시’는 재해위험과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농산어촌 지역 주민을 읍·면 소재지 중심으로 유도 이주시키고, 주거·의료·복지·일자리 기능을 한 공간에 집약하는 정주모델이다. 경북도는 기본 방향으로 △재난 안전 최우선 압축도시 조성 △생활 인프라 집약형 정주환경 구축 △지역 지속가능성 강화 △경북형 압축도시 표준모델 정립 및 확산 등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스마트 재난안전 공간 조성과 커뮤니티 단위 집단거주 기반 구축, 응급의료·소방 접근성 강화, 커뮤니티센터 중심의 동심원형 공간 설계, 마을주치의·공동식당 연계 돌봄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또 주민참여형 태양광단지와 공동영농지 조성, 마을관리 협동조합 운영,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 창업 인큐베이터 운영 등 지역 자립 기반 조성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핵심사업으로는 세대별 맞춤형 주택단지와 커뮤니티센터 조성, 보건지소 및 방문진료 체계 구축, 스마트 ICT 생활 인프라 확충, 수요응답형 교통체계 운영, 재난 경보·대피시설 확충 등이 제시됐다. 경북도는 지난해 용역 추진과 함께 압축도시 시범사업을 정부에 건의했으며, 해당 사업은 국정과제로 채택돼 행정안전부의 ‘주민 행복마을(집약형 도시) 조성 사업’으로 추진된다. 구광모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경북형 압축도시는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행정서비스 효율을 높이는 공간 혁신 모델”이라며 “시·군 실정에 맞는 시범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5-12

경북도, 18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경북도가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도민 부담을 덜고 지역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소득 하위 70% 도민을 대상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에 들어간다. 경북도는 12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7월 3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지원 대상은 소득 하위 70% 도민 176만3735명이다. 지급 금액은 비수도권 일반 지역 도민에게 1인당 15만 원이 지급되며, 인구감소 우대지역인 안동·영주·영천·문경·고령·성주·울진·울릉은 20만 원, 특별지역인 상주·의성·청송·영양·영덕·청도·봉화는 25만 원이 지급된다. 1차 지급 기간 내 신청하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도 이번 2차 지급 기간에 신청할 수 있다. 국민비서 알림서비스를 신청한 도민은 오는 16일부터 지급 금액과 신청 방법, 사용기한 등 맞춤형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신청 첫날인 18일부터는 카드사와 건강보험공단 누리집 등을 통해 지원 대상 여부 조회도 가능하다. 신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 운영된다. 신용·체크카드는 카드사 누리집과 앱, 콜센터, 은행 영업점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은 주소지 관할 지자체 상품권 앱이나 누리집에서 신청 가능하며, 지류형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경북도는 신청 초기 혼잡을 줄이기 위해 첫 주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 요일제를 시행한다. 18일은 1·6, 19일은 2·7, 20일은 3·8, 21일은 4·9, 22일은 5·0 대상자가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금 사용 기한은 8월 31일까지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신용·체크카드와 선불카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한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업체에서 사용 가능하다. 특히 지난 1일부터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주유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가 확대됐다. 지원금 중고거래와 양도가 불가능하며 불법 유통 적발 시 전액 환수 조치된다. 또 정부와 지자체, 카드사는 URL이나 링크가 포함된 지원금 안내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며 스미싱 피해 주의도 당부했다. 앞서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진행된 1차 지급에서는 17만5000명이 지원금을 받아 총 1024억 원이 지급됐다. 이재훈 경북도 경제통상국장은 “도민 생활 안정과 지역 상권 소비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회복 대책인 만큼 도민 누구나 불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5-12

대구시선관위,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명 고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허위 지지선언을 한 혐의로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시선관위는 12일 대구경찰청에 자신이 지지하는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리하도록 특정 단체의 지지 여부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A씨와 B씨를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말 C당 대구시당 당사 앞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단체 D 명의로 입후보예정자 E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뒤,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는 지난달 초 E의 사무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단체 F 명의로 E 지지선언을 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제공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신문·통신 등 방법을 통해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특정 단체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당선 또는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 행위는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 선거범죄”라며 “앞으로도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5-12

TK 총집결한 국힘 경북 선대위, ‘반이재명·원팀’ 총력전

“필승! 국민의힘 압승!” 12일 오후 국민의힘 경북도당 5층 강당에서 열린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은 시작 전부터 붉은 점퍼를 맞춰 입은 후보자들과 당원들의 구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참석자들은 단체 사진 촬영 뒤 “압승”, “원팀”, “대한민국 수호” 구호를 연이어 외치며 지방선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이날 행사에는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를 비롯해 경북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지방의원 후보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선거 운동복 차림의 후보들이 빼곡히 자리했고, 연설 중간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장동혁 대표는 “오늘 받은 공천장은 대한민국을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재판을 멈추고 검찰과 사법 체계를 흔드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세금폭탄이 시작될 것이다. 기업이 살아야 투자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당을 변함없이 지켜온 사람이 이철우 후보”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 필요한 리더”라고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경북의 표심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바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탄핵 정국과 혼란 속에서도 경북을 안정적으로 이끈 사람이 이철우 후보”라며 “행정 역량이 이미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원팀으로 함께 가야 한다”며 “추경호 후보 역시 경제 전문가답게 대구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철우 후보는 “경북에서 바람을 일으켜 전국으로 퍼뜨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살린다는 심정으로 뛰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당이 어려울 때도 한 번도 곁눈질하지 않고 당을 지켜왔다”며 보수 결집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추경호 후보도 “이번 선거는 후보 개인의 당락을 넘어 대한민국 자유주의를 지켜내느냐의 문제”라며 “대구·경북이 함께 압승해 대한민국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이 끝난 후 22개 시군을 대표해 자리에 참석한 시장·군수·시도의원·구군 의원 후보들은 지역별로 무대에 올라 구호를 제창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편, 이철우 후보와 박용선 포항시장 후보는 18일 오후 3시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산업 고도화에 대한 공약을 발표한다. 두 후보는 이날 광역단체장에게 전기요금 책정 권한을 이양해 산업용 전기료를 인하함으로써 포항 철강기업의 부담을 덜고,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과 특수강 생산 시설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특히 ‘꿈의 신소재로’로 불리는 그래핀 등 신소재 산업 육성 지원과 더불어 남구 청림동 앞바다에 기업전용항만을 보유한 스마트 산업 밸리를 구축해 포항을 초혁신 산업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놓는다. 두 후보는 이날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권한 확대를 위해 경북도가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매칭사업 등의 명목을 걸지 않고 풀예산 형식으로 포항시에 배정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배준수·김재욱기자

2026-05-12

‘보수결집’···지방선거 판세 흔들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의 입법 독주 논란이 커지면서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권 지방선거의 보수 결집 흐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응답률이 높아지는 추세가 이를 대변해 준다. 지난달 국민의힘이 한 달 넘게 광역단체장 공천 관련 내홍을 겪을 때 민주당 쪽에서 ‘경북도지사를 제외하고 광역단체장 전체를 석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선거판세가 크게 변했다. 여권의 대표적인 악재는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이다. 특검법 제정이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지방선거 후로 연기되긴 했지만, 여전히 선거판을 뒤흔드는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박성준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 10명 중 8~9명은 공소취소 뜻을 잘 모른다”고 한 발언은 후폭풍이 거세다. 박 의원은 국회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의 민주당 간사이고, 특검법 발의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주(4~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결과, 이번 선거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자가 32%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 지역에선 ‘정부 견제론’이 전주보다 5% 오른 43%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 외에도 최근 다양한 설화(舌禍)로 보수진영 결집을 도왔다. 장세용 구미시장 후보는 ‘박정희가 일찍 죽어서 대한민국이 발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보수진영을 자극했다. 그리고 정청래 대표의 ‘오빠 호칭 논란’ 이후, 김광민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머릿속이 온통 음란 마귀로 차 있으니 섹슈얼하게 들리는 것”이라고 대응한 것도 후유증을 키웠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의 ‘손 털기 논란’,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시장 상인 컨설팅’ 발언도 보수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데 일조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이러한 말실수는 TK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5~6일) JTBC가 대구 유권자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0%,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41%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그동안 김 후보가 앞서가던 초반 흐름이 달라졌다. 아마 두 후보의 판세는 선거일까지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추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TK지역 보수결집의 동력이 됐다. 지난주에는 대구시장 공천 파동으로 반발해 왔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대구시당 선대위에 합류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주 부의장의 선대위 합류는 TK정치권을 ‘원팀’으로 묶는 주요 계기가 됐다. 이에 앞서 추 후보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달성군 유가읍)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함께 방문했던 것도 TK 보수결집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이제 20여 일 남은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결집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5-12

상수원 구역에 수소산단 추진, 모르고 했나

정부와 울진군이 수천억 원을 투입, 야심차게 조성하려는 울진의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상수원 보호구역과의 이격거리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사업의 존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 내 산단 설치가 법적으로 불가한데다 울진군의 미래 발전을 담보로 한 대형 프로젝트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돼 문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진 원자력수소산단은 4334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으로 2023년 국토부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공식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예타 면제를 승인했고, LH가 사업자로 참여한다. 계획대로 조성되면 3만8000명의 고용 효과와 17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GS건설 등 대형 기업들이 입주의향을 밝힌 바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일대에 조성하려는 46만평 규모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의 위치는 상수도 보호구역과 불과 5.9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현행 수도법 및 산업입지 관련 법령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식수와 관련한 상수원 오염문제로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국토부 산업입지개발에 관한 통합지침에 의하면 취수시설에서 10km 떨어져야 산단 조성이 가능하다. 또 수도법에는 상수원 보호구역 상류지역에서 10km 이내에 공장 설립을 제한한다. 이는 식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에 예외가 없다. 각종 오염사고 발생 시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시간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문제는 40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국가산단을 추진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입지 검토과정에서 상수원과의 이격거리가 검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도시전문가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산단 조성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특혜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도 했다. 산단 추진 과정에 대한 종합적이고 철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모르고 했다면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군민이 실망하지 않는 대안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26-05-12

사전선거일 보름 앞···여야 TK에 화력 집중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들어간 여야가 대구·경북(TK)지역 공략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일 선대위를 출범시킨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권역별 공천자대회를 열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일정은 정청래 대표 일행이 15일 새벽부터 울릉군을 방문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공지한 스케줄을 보면, 정 대표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울릉군 도동 상가 방문을 시작으로 주민 현장간담회, 북면 체육대회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보수세가 강한 TK 전 지역을 찾아 ‘지방권력 지각변동‘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오는 1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한일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어서, 여권에 대한 TK지역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들어 영남권 후보들의 약진에 고무된 분위기다. 장동혁 대표의 미국 방문 전후로 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민주당의 일방적인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으로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에서 판세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장 선거에서 갈등을 겪던 예비후보들이 최근 원팀으로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장 대표에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TK지역 여야 후보들은 진영 결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TK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TK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 정책 협약식을 하기도 했다. 최근 공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보수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일주일쯤 뒤인 21일부터 시작되며, 29일부터 30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선거가 이제 보름 정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판세가 박빙구도인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가 남은 기간 얼마나 지지자들을 결집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5-12

불장증시와 서민경제

증시를 해본 적도 없고 주식이라곤 한주도 가져보지 못한 증시 문외한이 보는 한국증시는 정상이 아니다. 증시란 실물경제의 성장이 밑바탕 되면서 장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실물경제를 보면 지금의 국내 증시는 분명 과열이다. 작년 초 2000 초반이던 코스피 지수가 불과 1년 반 만에 약 3.5배나 뛰었다. 작년 국내 주식은 76%가 급등,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달 11일 코스피 지수가 7800선을 훌쩍 넘어 8000선 고지를 코앞에 뒀다. 증권가에선 1만2000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너도나도 빚내 증시에 덤벼들면서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36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신용융자 잔고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돈을 말한다. 파죽지세로 달려가는 국내 증시의 일등공신은 삼성증권과 SK하이닉스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전체 총액의 거의 절반인 47%다. 반도체 호황이 국내 증권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지만 900여 전체 종목 중 실제 오르는 종목은 20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700여 개는 내리거나 제자리걸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등세에 가려 증시 전체가 마치 폭등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는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2.6% 올랐다. 주식시장 호황과는 별개로 시장경제는 고물가로 여전히 악화일로다. 장사가 안돼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스런 목소리도 여전하다. 증시와 실물경제 간에 놓인 괴리감을 메울 정책이 안 나오면 우리경제에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5-12

“보험, 가입보다 청구가 중요”

보험은 참 묘한 존재다. 가입할 땐 미래를 대비하는 든든한 안전장치처럼 느끼지만, 정작 보험금을 받으려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절차와 마주친다. 특히 실손보험은 그랬다. 병원 진료가 끝나면 일단 영수증에 진료비 세부내역서도 떼고, 약 처방전까지 챙겨 보험사 앱에 사진을 올리는 과정은 번거롭기 그지없다. 금액이라도 크면 몰라도 감기 몇천 원, 물리치료 몇만 원 때문에 시간을 들여 청구하는 게 귀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면서도 정작 보험금은 청구하지 않는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매년 청구되지 않고 사라지는 실손보험금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실손24’라는 전산 청구 시스템을 확대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요한 병원 서류를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스마트폰 앱 하나로 보험금 청구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4000만명에 이른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생활형 금융상품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보험산업은 가입할 땐 엄청 친절하고 적극적인 데 반해 지급 청구할 때의 불편함은 소비자에게 떠넘긴 측면이 적지 않았다. 보험사 입장에서야 소액 보험금 청구가 줄어들수록 유리하다. 소비자는 “귀찮아서” 포기하고, 보험사는 지급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 주변을 보면 아이 병원비, 약국 영수증, 도수치료비 등은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손24 같은 전산시스템이 확대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병원에서 보험사로 서류가 자동 전송되면 소비자는 클릭 몇 번만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네이버나 토스 같은 익숙한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연계시킨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보험이 어렵고 복잡한 것에서 일상 속 생활 서비스로 바뀐다는 신호다. 물론 아직 갈 길은 아직 멀다. 현재 실손24와 연결된 의료기관 비율은 30%도 안된다. 동네 의원 상당수는 여전히 시스템에 불참하고 있다. 병원 전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EMR 업체들의 참여도 걸려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연계율을 80~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손보험 시장은 지금 심각한 갈등 구조 속에 있다. 소비자는 보험료가 너무 빨리 오른다고 불만이고, 보험사는 과잉진료와 과다청구로 손해율이 크다고 말한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진료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시스템 개선은 갈등 구조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병원에서 어떤 진료가 얼마나 반복되는지 데이터가 축적되면 허위·과잉 청구를 걸러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결국 정상 가입자는 더 쉽고 빠르게 보험금을 받고, 비정상적 청구는 줄어드는 방향으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본래 금융의 본질은 복잡한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쉽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보험이라도 가입은 쉽지만 정작 필요시 보험금 청구가 어렵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금융서비스가 아니다. 실손24의 의의는 보험이 이제서야 “팔기”보다 “돌려주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김진홍 경제에디터

2026-05-12

리더십과 혁신경영

기업은 위기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그 위기를 돌파하는 힘은 결국 리더십에서 나온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전쟁 영웅을 떠나 위기 속 조직을 살리고 약한 자원을 강한 경쟁력으로 바꾼 ‘혁신형 리더십 모델’이다. 12척의 배로 압도적인 적을 상대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그의 승리는 전투의 결과가 아니라, 준비와 전략,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십의 승리였다. 이러한 탁월한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매일 아침 전쟁을 치루는 기업 혁신 경영에 어떻게 적용하여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인가, 그 시사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순신 리더십은 첫째, 명확한 사명이다. 싸움의 이유를 분명히 했고, 조직원들에게 생존이 아닌 ‘지켜야 할 가치’를 제시했다. 오늘날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아 이익 실현보다 고객의 니즈(Needs)를 읽어 ‘휴식 공간과 일터 제공’이라는 컨셉으로 성공한 것은 매출과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조직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둘째, 철저한 준비다. 그는 해류와 지형, 적의 움직임까지 분석하며 전투를 설계했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기업 경영에서도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래 경쟁력 확보 방향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사전 시뮬레이션 수준이 좌우한다. 셋째, 현장 중심 리더십이다. 그는 언제나 전장의 최전선에 있었다.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회의실이 아닌 생산현장, 고객 접점에서 문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기획과 실행의 불균형은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현장을 떠난 리더십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넷째, 리더와 조직의 신뢰다. 수장의 인간적 신뢰와 리더십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목숨을 건 전쟁에서 전투력과 승리는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공정한 평가와 원칙 있는 행동은 조직의 결속을 맺는다. 이순신의 군대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전술이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 간 신뢰였고, 신분을 떠나 열심히 하면 성장의 기회가 부여된다는 믿음인 것이었다. 기업에서도 신뢰 없는 조직은 형식적 업무와 관행적 행위가 일어나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진정한 혁신을 실행할 수 없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오늘날 기업 혁신 경영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위기 속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리더십이다. 극심한 압박과 열세 속에서도 준비 없는 출전 금지, 백성과 병사 보호 우선 등 ‘기본과 원칙’이 무너지지 않았다. 기업에서 보면, 안전을 베이스로 설비 안정, 노무에 흔들리지 않는 현장 규율, 데이터 기반 판단 등 원칙과 일관성이다. 적은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만드는 전략형 리더십이다. 물살, 지형, 타이밍, 심리전을 활용하여 이기는 전쟁을 했다. 생존을 위한 인원, 투자, 시간 부족에도 핵심 역량에 선택과 집중하며, 차별화된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은 리더십과 구성원 생각 수준,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

2026-05-12

발칸반도의 비극, 2차 세계대전의 서막

발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세르비아 대표단과 협상테이블에 앉은 크로아티아 대표단은 하나의 통합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는 카라조르지예의 왕가의 지도아래 한 살림을 꾸리기로 했다며 발표했다. 드디어 하나의 나라로 합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전개될 폭력의 서막에 불과했을 뿐이다. 결국 세르비아의 왕 알렉산다르의 폭정을 피해 이탈리아 등지로 망명길에 오른 크로아티아 민족주의자들은 극우단체 ‘우스타샤’를 조직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이 뒤에는 무솔리니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우스타샤의 최종목표는 순진하고 바보스럽기만 했던 과거, 세르비아에 나라를 헌납한 치욕적인 역사를 뒤집을 크로아티아 독립이었다. 그 과정이나 방식은 반드시 무력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나치의 지원 하에 세르비아인 학살의 선봉에 선다. 알렉산다르 역시 이들의 손에 죽음을 면치 못했으니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역사와 아무런 상관없이, 세르비아 왕 알렉산다르와는 하등의 관계없는, 권력의 단물을 단 일도 빨아본 적이 없는 단지 크로아티아 땅에서 세르비아인이란 이유로, 즉 오래전 피폐해진 삶을 벗어나고자, 아니면 오스만제국의 압정을 피해 고향을 떠나 크로아티아에 정착한 뒤, 그것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던 세르비아인들은 프레차니란 이유로 죽어야 했던, 특히 여성과 어린아이의 주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각설하고, 유고슬라비즘의 완성, 즉 세르비아의 왕이자 유고슬라비아의 왕으로 등극한 알렉산다르의 대세르비아주의는 일단의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알렉산다르는 탁월한 외교술을 발휘하면서 문화의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던 프랑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국제사회는 모든 것이 국방과 경제적 논리만 통하는 법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서 저희들끼리 지지고 볶고 뭐를 한들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제사회다. 그러니까 유고슬라비아 친 프랑스 정책은 반 이탈리아라는 의미를 갖는다. 원래가 발칸반도 여러 민족은 이탈리아라면 이를 갈았다. 아드리아해에 대한 지배권을 위해 이탈리아의 집요한 침략에 대한 반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지도에서 국경을 찾아보면 발칸반도 서북쪽 끄트머리 발칸반도에 살짝 굽어진 땅이 여전히 이탈리아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1934년 10월 알렉산다르는 강대국 프랑스의 사랑을 확인받고, 더불어 대내외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방문했다. 그러나 어찌 알았을까? 그도 한 인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알았다면 과연 그가 그따위 독재정을 비롯해 차별적 정책을 버젓이 펼칠 수 있었을까. 알렉산다르는 의기에 넘치는 마케도니아 출신 슬라브인에게 암살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이 암살자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지만, 이탈리아 사주를 받았거나 아니면 크로아티아 민족주의 극우단체 우스타샤 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것이 이탈리아나 우스타샤들에게 변명의 빌미를 제공했다. 알렉산다르가 암살당하자 11세의 그의 아들 페타르 2세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그러자 사촌 폴(파블레)이라는 왕자가 수렴청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수렴 뒤에 신임 총리가 또 대리청정하고 있었다. 신임 총리에 밀란 스토야디노비치가 오르면서 마치 조선 영조대의 탕평책을 쓰듯 세르비아급진당을 비롯해 보스니아 이슬람과 슬로베니아 국민당 등 여러 계층과 민족을 껴안으려 노력했다. 그 역시 건국 초기에는 외교에 치중했다. 그러나 알렉산다르와는 반대로 프랑스 사랑을 뿌리치고 이탈리아와 독일에게 사랑을 구걸했다. 그에게는 이탈리아 파시스트와 독일 나치가 상당하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신임 총리 밀란 스토야디노비치는 히틀러 친위대 SS단(검은 셔츠단)을 벤치마킹해 ‘녹색 셔츠단’을 만들어 세르비아극우민족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또 시위라는 뜻의 폭력조직 ‘즈보르(Zbor)’를 창설해 대세르비아주의를 지상과제로 설정했다. 더 나아가 휘하에 ‘흰독수리’단을 만들어 마치 어린이들 병영놀이처럼 청년조직을 꾸렸다. 알렉산다르에 의해 괴멸된 ‘블랙핸드’ 사생아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이때 국제사회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임에도 밥그릇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이탈리아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로 재무장을 하면서 독일 히틀러와 손을 잡았다. 기세를 올린 독일은 순식간에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오스트리아는 좋던 싫던 독일군에 합병되어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1차 세계대전 전쟁 패전국으로서의 독일의 어마어마한 전쟁배상금은 독일 국민을 히틀러, 나치의 깃발 아래 모여들게 만들었다.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니, 이렇게까지 밀어붙인 연합국 중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나라라며 날을 세웠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6-05-12

아버지의 안경

낡은 서랍 깊숙한 곳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끼시던 돋보기를 발견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유품을 정리하며 수많은 물건을 비워냈지만 손때 묻은 이 안경만큼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안경알 너머로 아버지가 평생을 걸쳐 찾아내고 응시했던 수많은 글자와 세상들이 여전히 그 안에 고여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 안경을 챙겨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노년은 적막했다. 귀가 어두워지면서 세상의 활기찬 소음들은 아버지의 문밖에서 길을 잃었다. 소리로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린 아버지에게 이 돋보기는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하고도 절박한 창구였다. 지인들이 보내온 안부 문자, 서툰 맞춤법으로 사랑을 전하던 손주들의 메시지를 아버지는 이 렌즈를 통해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셨다. 아버지에게 돋보기는 사물을 크게 보여주는 도구만이 아니라, 고립된 침묵 속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아버지의 마지막 의지였다. 돋보기 렌즈가 사물을 확대할 때, 그 이면에는 소외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서려 있다. 아버지에게 그 작은 유리알은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붙들었던 마지막 끈이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흩어질 때, 아버지는 침묵의 방 안에서 홀로 돋보기를 닦으셨을 것이다. 깨끗하게 닦인 렌즈 위로 자식들의 짧은 안부를 올리고, 당신의 시력을 다해 그 글자들을 마음속에 새기던 시간들. 멀어져 가는 세상을 다시 끌어당겨 품에 안으려는 눈물겨운 포옹이었음을 나는 체감한다. 책상 앞에 앉아 아버지의 안경을 가만히 써 본다. 시야가 일렁이며 초점이 흐릿해지지만 그 굴곡진 렌즈 너머로 아버지가 걸어온 생의 궤적이 만져지는 듯했다. 아버지는 평생 타협할 줄 모르는 원칙주의자였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무뚝뚝해 보였지만, 당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 앞에서는 한없이 올곧은 분이었다. 그 안경은 아버지가 세상을 왜곡해서 보기 위함이 아니라 흐려지는 세상 속에서도 본질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했던 정직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누군가는 욕망의 색채가 덧칠해진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화려하게만 보려 하고, 누군가는 편견이라는 도수가 맞지 않는 렌즈로 타인의 삶을 왜곡하여 재단하기도 한다. 내가 낀 안경의 색깔에 따라 세상은 때로 차갑게 얼어붙기도, 때로 지나치게 과열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 주관적인 굴곡 안에서 우리는 종종 사물의 본질을 놓치고, 보고 싶은 것만을 선택적으로 망막에 담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돋보기는 달랐다. 그것은 화려한 색을 입히지도,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흐릿해진 경계를 선명하게 끌어올리고 작아서 보이지 않던 진실을 정직하게 확대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자신만의 안경을 닦으며, 세상이 아무리 소란하고 변칙적일지라도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이라는 상(像)을 맺기 위해 평생을 분투하셨던 것이다. 비록 아버지는 곁에 계시지 않지만 나는 이 안경을 통해 아버지의 시선을 배우려 한다. 아버지가 돋보기로 작은 문자 속에 담긴 진심을 찾아내셨듯, 나 또한 삶의 소소한 풍경들 속에서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 원칙을 지키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던 그 투명한 시선을 물려받고 싶다. 이제 아버지의 유품은 나의 책상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아버지가 돋보기를 통해 세상을 읽었다면, 나는 그 시선을 빌려 세상을 ‘기록’하려 한다. 타협하지 않는 원칙과 올곧은 성품이 때로는 고독한 길이었을지라도, 아버지는 한 번도 그 안경을 벗어 던지지 않았다. 나 역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때로는 눈앞의 이익이나 편안함에 시야가 흐려질 때마다 아버지의 안경을 떠올릴 것이다. 돋보기가 작은 것을 크게 보이게 하듯,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미소한 존재들의 가치를 크게 들여다보고 아버지가 지켜냈던 그 투명한 진심을 문장 사이에 촘촘히 박아 넣고 싶다. 아버지의 안경은 이제 나의 시력이 되어 내가 써 내려갈 수많은 원고지 위를 묵묵히 동행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버지의 돋보기를 곁에 두고 펜을 든다. 이 렌즈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이전보다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정직하다. 아버지가 그러하셨듯, 나 역시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굽힘 없이 그리고 따뜻하게 지켜내며 살아내고 싶다. /김경아 작가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