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치킨게임` 양상 속에 지난달 말 시한이었던 비정규직법 협상을 결렬시킨 지 불과 보름 만에 또다시 미디어법을 놓고 양보없는 대치를 거듭하면서 `국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지난달 26일 문을 6월 임시국회는 15일 `원포인트 본회의`에서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을 처리했을 뿐 산적한 민생현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말로만 경제와 민생을 외칠 뿐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코미디 국회`, `식물 국회`, `뇌사 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사람으로 치면 회갑연에 해당하는 제61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정작 주인공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축하를 받기는커녕 비난을 받을 일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갈등을 해결해야 할 국회가 해법마련은 고사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감만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 대해선 소수 야당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를, 민주당에 대해선 건설적 대안제시 없이 반대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여야간 극한대치는 국민의 안녕과 복지보다는 당리당략를 우선시하는 우리의 잘못된 정치풍토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요 현안마다 대화와 타협 없이 오로지 정쟁으로 일관하는 것이 이런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푸는 장소가 국회라는 제도권이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는데 몸을 던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권력의 눈치를, 민주당은 지지층의 눈치를 각각 보느라 자기 몸을 망치고 있는데 이는 양당 모두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국회상 정립을 위해선 의회민주주의 원칙 확립과 정치력 복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물리적인 의사표시로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절충과 타협에 의한 문제해결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이 실종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겼는데 결국은 정치력 복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