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힘으로 바위를 붙들고 나무가 산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의 어미가 산다 모르는 척, 백 번의 달이 뜨고 해가 뜨고 그것들을 지나가려고 바람이 산다 바람이 빈방에 와 있다 벽에 붙은 크고 작은 행성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 절벽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린 새를 잃은 어미 새의 삶이 그러할까. 그럼에도 삶을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필사의 힘으로/바위를 붙들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 나무의 모습을 보면. 해와 달은 이들의 삶을 매일 들여다보지만 “모르는 척” 무심하다. 하나 바람은 이들을 지나치지 않는다. 이들의 ‘빈방’ 앞을 서성이다가, ‘행성’의 빛을 방에 불어넣어준다. 희망이라는 빛을. <문학평론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9월 7일까지 ‘2025 오 썸머 어드벤처’를 개최한다. ‘레고 해적들과 함께 떠나는 놀라운 여름 모험’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더 커진 물놀이 존과 각종 공연, 창작 체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축제 주요 퍼포먼스인 ‘파이러츠 어드벤처’는 ‘해적의 바다’ 구역에서 매일 진행한다. 관객이 무대에 함께 참여하는 형식의 공연으로 대형 물줄기를 일제히 발사하며 음악과 물이 어우러진 화려한 공연으로 무더위를 날릴 예정이다. 내달 중순부터는 총 2만3140여㎡ 규모로 넓인 물놀이 구역 ‘웻 존’을 본격 운영한다. 이곳에 1000여㎡ 규모의 바닥 분수대 ‘마리나 젯 베이’를 새롭게 조성해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와 키즈 DJ 파티를 제공한다. 또한 브릭토피아와 시티 구역에 실내 쉼터와 쿨링 포그존을 마련해 물놀이 후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레고랜드 코리아 관계자는 20일 “행사 기간 가족 모두가 함께 더위를 잊고 즐길 수 있는 대형 콘텐츠를 확충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호텔 투숙객 전용 뮤지컬과 실내 워터플레이까지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시원한 만족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작가 김훈은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고 했다. 그 바람은 온몸을 감싸고 여름의 열기까지 가라앉힌다.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망망한 수해(樹海)가 창창하게 펼쳐진 숲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숲이 주는 치유와 깊은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음자연휴양림 산그늘 진 ‘치유의 숲’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 산림치유지도사 상주하며 ‘숲 속 체조’ 등 프로그램 미천골자연휴양림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울창한 산림 은둔하기 좋은 곳 12km 미천골 계곡 크고 작은 폭포들 굽이쳐 흘러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사계절 아름다운산 … 자연 힐링·짜릿한 모험 가득 인근 용추계곡 연인원 10만여 명 인파 몰리는 영산 △사계절 보약 같은 산음자연휴양림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되었다. 센터 뒷길에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은둔의 유토피아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 6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숲으로 들자.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고 세상을 잠시 잊어보자. 국립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과 홍천군 사이의 구룡령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휴양림으로, 미천골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약 12km에 달하는 미천골계곡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를 형성하며 굽이쳐 흐른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은 태백산맥 준령의 남·동편 사면에 위치해 있어 온대 중부 기후대에 속하고, 고산지대는 온대 북부에 속하며, 주 계곡 양편으로 박달, 물푸레, 고로쇠, 층층, 피나무, 음나무, 복자기, 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분포되어 있다. 울창한 산림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청정 지역으로 물안개를 일으키며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과 크고 작은 폭포로 이루어져 수려한 경관을 갖춘 계곡이다. 또한 휴양림 내에 산림문화휴양관 등의 숙박시설과 편의시설, 선림원지와 불바라기약수터가 있어 산림 휴양지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 유적 탐방과 자연 체험의 장으로도 활용 가치가 크다. 휴양림에서 묵은 다음 날에는 양양의 바다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해담마을을 찾으면 수륙양용자동차 타고 스릴을 즐길 수도 있고, 송천떡마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떡도 맛볼 수 있다. 주변에 남대천연어생태공원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낙산사도 꼭 들러볼만 한다. △싱그러운 초여름 숲 용봉산자연휴양림 용봉산은 해발 381m로 야트막하고, 기슭에 자연휴양림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자연 체험 공간도 갖췄다.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체험 프로 그램은 늘 예약이 꽉 찰 만큼 반응이 좋다. 등산로는 2시간 코스부터 3시간 30분이 걸리는 종주 코스까지 3개가 있고,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산림휴양관과 숲속의집을 둘러싼 숲길이 좋다. 숲길이 짧아 아쉽다면 좀 더 멀리 용봉사까지 다녀와도 괜찮다. 용봉산에는 소나무와 화살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신갈나무 등이 자란다. 가장 많은 수종은 소나무다. 용봉산 소나무는 대부분 암반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분재형 소나무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병풍바위, 사자바위 등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충남 홍성은 산과 바다, 역사적 명소를 두루 갖췄다. 조선 시대에 축성한 홍성 홍주읍성, 한용운선생생가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이응노 선생의 예술 세계를 만날 볼 수 있다.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천수만 권역의 속동전망대와 일몰이 아름다운 궁리포구도 꼭 가볼만한 여행지다. △마법의 숲,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전남 보성에 있는 제암산의 사계는 봄에는 철쭉으로, 여름에는 풍부한 수량으로 가을에는 억새가, 겨울에는 설화가 아름다운 산이다. 하지만 산의 명칭이 말하듯 모든 산을 압도하는 황제의 산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용추계곡이 있어 휴가철에는 연인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는 영산이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이 가득한 마법의 숲이다. 더늠길은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초록빛 세상을 따라 바람과 새소리가 흐르는 힐링 로드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 속 체험 시설이다.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광주 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은 황토 돌담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을 걷다, 완도수목원 1991년 문을 연 완도수목원은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다. 난대림 문화와 전통 창호 문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림박물관과 남부지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열대 온실이 있다. 상왕봉(象王峯)의 후사면에 조성된 완도수목원은 상록활엽수로는 세계 최고·최대의 집단 자생지이다. 2,000ha의 광활한 면적에는 169개과 3,449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거나 이식되어 자라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 온실, 관찰원,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완도수목원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2011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목원의 60%를 차지하는 붉가시나무는 탄소저장량과 흡수량이 가장 높아 최적의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알려져 있고 사계절 변함없이 산소 발생량이 크므로 언제나 쾌적한 산책을 할 수 있다. 수목원 아래 대문저수지의 물그림자는 마치 거울을 비추는 듯하다. 완도의 상징인 완도타워에 설치된 48인승 대형 모노레일을 타면 사방이 커다란 유리창이라, 완도 읍내와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섬이다. 약 1200년 전 동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은 신라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았다. 올해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개통하면 고금도와 약산도(조약도)는 물론, 고금대교를 건너 전남 강진이나 장흥으로 향하는 여정이 더욱 쉬워진다. △ 다도해 옆 편백 바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 경남도 남해는 ‘다도해의 보물섬’이라 불린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ha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힐링을 약속하는 곳이다. 피톤치드는 특유의 살균 효과 덕분에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 질환에 좋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우러진다. 오래전에 문 닫은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 이름처럼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문항어촌체험마을, 이순신 장군의 가묘가 있는 남해 충렬사 등도 이 지역의 보물이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한국관광공사는 ‘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사진 부문)을 열고 7월 31일까지 출품작을 모집한다. 올해 53회를 맞이한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내가 찾은 한국의 아름다운 순간(MY PICK MY KOREA)’이다. 디지털카메라, 드론, 스마트폰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뉘며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위해 전 과정 전문가심사와 일반 국민 참여 심사를 병행한다. 대상(대통령상)은 상금 500만원이 수여되며 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300만원, 은상 (한국관광공사 사장상) 200만원, 동상(한국관광공사 사장상)상금 100만 원과 상장을 수여한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 외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공모전 누리집을 (kto.visitkorea.or.kr/photocon)‘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최종 수상작은 11월 4일에 발표하며, 공사가 운영하는 포토코리아(phoko.visitkorea.or.kr)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전략본부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순간을 조명하는 작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수상작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한국관광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23
인도를 두 번 여행했는데 첫 번째 여행은 부처님의 행적지를 따라가는 여행길이었습니다.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가 있는 보드 가야에서 죽림정사가 있는 라지기르, 부처님이 태어난 사비성까지 돌아보는 일종의 성지 순례였던 셈이죠. 불교도는 아니었지만 인도 여행은 대단히 매혹적이고 아름 다웠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도인 빕은 오랫동안 여행 가이드를 한 스물아홉 살의 청년입니다. 언제나 순박한 미소를 얼굴에 달고 다닙니다. 영어도 잘하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 는 한국어가 걸작입니다. “형님 오늘 재미있는 것 많이 보게나.” 빕에게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특히 존칭을 쓰는 일이 더욱 어려운가 봅니다. 그는 10박이 넘는 인도 여행 기간 동안 좋은 친구이자 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빕이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 안 보이는 곳 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옵니다. 동행자 중에 또 한 사람의 인도인이 있었습니다. 칸은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세계적인 월간지 아시아 판에 주기적으로 기고를 하는 사진 기자 겸 칼럼니스트입니다. 칸은 유머가 넘치고 박학다식합니다. 세계 역사는 물론 철학적인 이야기에 인도 신화까지 그야말로 르네상스 맨처럼 다양한 지식의 창고였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늘 유쾌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뉴욕대학교에서 사진 을 전공한 엘리트입니다. 힌두교인이라고 해도 종교적인 부분에도 제약이나 거침이 없었습니다. 타 종교에 대한 이해도 넓고 종교 간의 분쟁이 아니라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제는 빕과 칸이 한자리에 있을 때였습니다. 왠지 모르게 서로에 대해 굉장히 껄끄러워했습니다.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빕의 손을 잡고 칸과 다른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자고 앉히니 칸이 굉장히 불쾌한 얼굴을 보였습니다. 빕은 울상이 됐습니다. “형님 나 다른 데서 밥 먹어. 밥은 다른 데서….” 인도에는 ‘카스트’라 불리는 계급 제도가 있습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생긴 것은 기원전 15세기 전후입니다. 그전에는 인도 고대 민족이 있었지만 백인 계통의 아리안족이 인도로 들어오면서 계급 제도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들은 인도 고대 민족과 피부색에서부터 차이가 있었고 그 혈통을 보존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계급 제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스트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등 4개의 계급이 있고 이것이 더 분화되어 무려 2500여 종 이상의 계급 구분이 있다고 합니다. 브라만은 성직자나 학자의 역할을 맡아 오래전부터 사원에서 종교행위에 몰두하는 신성시되어 온 계급입니다. 크샤트리아는 그 밑의 계급으로 왕족이나 귀족, 법관이나 무사, 공무원, 위원, 총리, 경 찰 등 사회 안정을 위해 일합니다. 바이샤는 일종의 중인 계급이라고 보면 됩니다. 농민, 상인, 생산자, 연예인 등을 지칭하는 계급으로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사람 대접을 받는 아리안 족의 혈통입니다. 그 바로 아래 계급인 수드라는 잡일이나 하인, 청소부 등 사회의 잡다하고 어려운 육체노동을 전담합니다. 그리고 이 네 개의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 다. 이들은 신분이 너무 낮아서 사람들이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불가촉천민(Untouchables)이라 부른 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시체 닦는 일, 화장실을 치우는 일, 가죽 다루는 일을 합니다. 거대한 빨래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비왈라라고 부릅니다. 이들도 물론 불가촉천민입니다. 한번 정해진 직업은 계급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대물림합니다. 원래 계급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연애 결혼이 늘면서 계급 간의 장벽이 예전보다는 희미해졌습니다. 하지만 계급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하면 두 사람의 계급은 낮은 계급 사람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높은 계급의 가족에서 원치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인도는 맞선을 볼 때도 온 가족이 나와서 맞선을 보기 때문에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기 어렵습니다. 공식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1947년 폐지됐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를 포함한 많은 사회 개혁 운동가들이 불가촉천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면서 불가촉천민들을 ‘신의 자식’이라는 의미의 하리잔(Harijan)이라 부르고 힌두 사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급 타파에 앞장섰습니다. 하리잔은 무려 1억 명이나 됩니다. 2017년 7월에는 불가촉천민 출신의 대통령인 인도국민당의 람 나트 코빈드가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인도 역사상 불가촉천민 출신의 두 번째 대통령입니다. 카스트 제도에 따른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심리적 혹은 사회 관습적 부분에서는 여전히 노골적인 차별이 존재합니다. 이쯤해서 빕과 칸이 왜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꺼렸는지 짐작할 겁니다. 칸은 브라만 출신의 금수저였고, 빕은 불가촉천민은 아니지만 수드라 출신입니다. 칸은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사람이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세뇌되다시피 한 계급의 틀을 뛰어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물론 빕은 더더욱 어려운 일 이었을 테고요. 그들은 그렇게 여행 내내 서로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지냈습니다. 둘 사이를 엮어 주려는 내 노력은 주책맞거나 물색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12박 13일의 여행을 마치고 떠나던 날 빕은 소처럼 커다란 눈으로 꼭 다시 인도에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전 다시 인도를 찾았습니다. 빕을 다시 보 고 싶었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가 강고한 계급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구보훈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4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23일 대구보훈병원에 따르면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4년 주기로 실시하는 제도다. 대구보훈병원은 △환자안전보장활동 △질 향상 및 환자안전 활동 △감염관리 △인적자원관리 △시설 및 환경관리 등 종합병원 기준 512개의 조사항목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필수 조사항목이 포함된 11개 기준에 대해 해당 기준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우수한 결과를 획득했다. 대구보훈병원은 2013년 1주기 인증을 시작으로 2017년 2주기, 2021년 3주기 인증을 차례로 획득한 데 이어, 이번 4주기 인증까지 연속으로 달성함으로써 총 4회 연속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은 획득한 시점부터 4년간 유효하며, 2029년 7월까지 인증이 유지된다. 이상흔 병원장은 “이번 4주기 인증 획득은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대구보훈병원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신뢰 받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지난 20일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5세대(Da Vinci 5)’를 도입했다. 칠곡경대병원은 수술 진료 시스템 전반의 질적 향상과 환자 중심 수술환경 구축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로봇수술 장비를 기존 3대에서 총 4대로 확충했다. 기존 위장관외과, 비뇨의학과, 대장항문외과, 산부인과, 유방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간담췌외과 등에서 활발히 로봇수술을 시행해 왔으며, 이번 장비 확충으로 더 많은 의료진들이 더 많은 환자에게 고르게 수술 기회를 제공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로봇수술은 환자에게 출혈, 통증, 회복 시간 감소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며,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고난이도 수술이나 미용적 결과가 중요한 부위의 수술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은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최신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5세대(DV5)’를 통해 의료진의 수술 역량 강화와 교육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다빈치 5세대(DV5)’는 수술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기능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수술 참관 및 멘토링이 가능해져 표준화된 술기 교육이 가능하다. 또 이번 최신 로봇수술 장비에는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술이 탑재돼 수술자가 조직에 가하는 힘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신경이나 혈관 등 민감한 구조물을 보다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김종광 원장은 “이번 로봇수술 장비 확충은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을 확대하고, 의료진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며 “이번 변화를 통해 칠곡경대병원은 대구·경북 지역을 넘어 경상권 전체 첨단 수술 중심 병원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수술 환경이 지역으로 분산돼 의료 접근성 또한 한층 더 향상될 전망”이라며 “앞으로도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도화된 수술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주최한 ‘KOADMEX(코아디 멕스, 대한민국 국제 첨단 디지털 의료기기 및 의료 산업전) 2025’가 3일간의 대장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KOADMEX는 대구시가 주최하는 ‘메디엑스포 코리아’와 공동개최돼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엑스코 동관과 서관에서 열렸다. KOADMEX는 올해부터 디지털(Digital), 진단(Diagnosis), 대구(Daegu), 꿈(Dream)의 4개 ‘D’ 키워드를 담고 첨단의료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선보였다. KOADMEX 2025는 100개 기업이 250개 부스 규모로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참관객 3만여 명, 수출계약 추진액 2048만 달러(283억 원)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의료산업 관계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비수도권 최대 규모 국제의료산업전의 면모를 보여줬다. 전시회 현장에서는 기업은 물론 해외 바이어와 국내 병·의원 구매담당자가 다수 참여해 더 욱 활기를 띠었다. ‘해외바이어 수출상담회’와 ‘병원 구매팀 구매상담회’에는 미국, 중국, 프랑스 등 15개 국가의 바이어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경북대학교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 병원 등 지역 상급종합병원 등 21개 병·의원 구매담당자가 참여했다. 맨엔텔의 정광욱 대표는 디지털과 의료기술을 융합한 고령자 질병예방용 ‘꿈의자전거’ 를 선보이며 “작년 전시회를 통해 카자흐스탄 수출에 이어 올해는 인도, UAE, 리비아에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전시 마케팅을 통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출상담회에서는 진단, 수술용 의료기기 제품이 주목받았다. KOADMEX 참가기업이 출품한 휴대용 엑스레이와 복강경 수술로봇은 바이어 상담이 이어졌으며 실제 계약체결까 지 논의되고 있다. 올해 KOADMEX에 처음 참가한 덴탈 전문기업 ㈜덴티스(대표 심기봉)는 수출상담회에 의료 용 LED 수술등 ‘LUVIS’제품을 선보이며 바이어와 유럽시장 진출을 논의했다. 덴티스 메디컬영업본부 배원호 본부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덴탈 의료기기는 물론 수술 등, 수술대 등 수술실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며 "KOADMEX 참가를 통해 서유럽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KOADMEX가 신정부의 혁신적 제약기업 및 의료기기 제조 기업 산업규모 확대 정책과 발맞춰 첨단의료기기 산업의 미래 혁신을 견인하고 산학연병 간 상생협력의 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비수도권에서 최초로 시야장애 개선 디지털치료기기인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을 도입했다. 23일 계명대 동산병원에 따르면 ‘비비드 브레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제3호 디지털치료기기로, 뇌졸중 등으로 시야가 좁아진 환자들을 위한 가상현실(VR) 기반의 모바일 앱 형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환자는 12주간 맞춤형 시지각 훈련을 통해 시야 회복을 도모할 수 있으며,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치료 관리도 가능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이번 치료기기 도입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의 뇌졸중 후유증 환자 치료에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디지털 기반 정밀의료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이번 도입을 주도한 홍정호(신경과) 교수는 “명확한 치료법이 부족했던 시야장애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환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게 돼 매우 뜻깊다.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첨단 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영욱 동산병원장은 “비비드 브레인 도입은 환자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선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래형 스마트병원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계명대 동산병원은 2023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중증 응급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선정된 바 있으며, 지역 중증 심뇌혈관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전국의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에서 대구가 광역자치단체 중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 23일 심평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전국 요양병원 1325개소를 대상으로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입원진료분에 대해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결과 종합점수는 평균 77.9점으로 전 차수 대비 0.5점 상승했으며, 전체 요양병원 중 52.8%가 평가등급 1, 2등급을 획득했다. 대구 6곳·경북 15곳이 적성성 평가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대구에서 1등급을 받은 곳은 의료법인정목의료재단한패밀리요양병원, 첨단요양병원, 달성요양병원, 한솔요양병원, 앞산요양병원, 김신요양병원 등 6곳이며 이 중 2년 연속 1등급을 획득한 병원은 4곳이다. 경북에서 1등급을 받은 곳은 안동요양병원, 의료법인 경진의료재단 경희요양병원, 더조은요양병원, 의료법인경북의료재단 길주요양병원, 의료법인양지의료재단 양지요양병원, 의료법인은성의료재단 좋은선린요양병원 등 15곳이며 이 중 2년 연속 1등급을 획득한 병원은 6곳이다. 대구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제주도를 제외, 최하위를 기록했다. 1등급 병원이 많은 순은 경기로 58곳 2회 연속은 36곳에 달했다. 그 다음은 서울(1등급 26곳·2회 연속 13곳), 부산(1등급 25곳·2회 연속 16곳), 인천(1등급 21곳·2회 연속 14곳) 순이다. 대구는 1등급 6곳·2회 연속 4곳으로 제주(1등급 1곳·2회 연속 1곳)를 제외한 전국 꼴찌였다. 그 다음은 울산(1등급 6곳·2회 연속 5곳), 충북(1등급 7곳·2회 연속 4곳), 전남(1등급 8곳·2회 연속 2곳) 순이다. 평가지표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 대비 전문 인력의 비율을 평가하는 ‘구조영역’과 요양병원 환자의 의료서비스를 평가하는 ‘진료영역’으로 나눠진다. ‘구조영역’의 평가지표 대부분은 전 차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으며, ‘진료영역’의 평가지표는 전 차수 대비 대부분 개선됐다. 심사평가원 전미주 평가운영실장은 “요양병원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종합점수를 비롯한 평가지표 대부분이 개선됐다”며 “이번 평가결과 공개가 국민들이 요양병원을 안심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우리가 떠돌며 거쳐 가는 이 들판에서 나비들은 하얀색이고 푸른 색이다. 네 손을 잡도록 허락해 다오.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라. 그 시각에는 우리가 알았던 모든 것들이 재가 되리라. 저 무상한 나비를 마음에 새겨 두라. 나비가 꽃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네 손을 잡도록, 허락해다오. 너를 가슴에 품도록 허락해다오, 하늘에 새벽이 나타날 때까지. 내가 그르든 혹은 옳든,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라. ….. 1900년대 초중반에 활동한 미국의 여성 시인 빈센트 밀레이. 그녀는 매우 활동적인 삶을 살았지만, 한편으로 깊은 니힐리즘을 녹인 시-옮긴이 최승자의 시와 잘 어울리는-를 발표했다. 위의 시도 그렇다. 화자는 보통 저승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여겨져 온 나비의 손을 잡고 마음에 새겨두고자 한다. 꽃에 매달린 나비의 아름다움을 따라 가기 위해서, 하여 “하루나 이틀 뒤에” 올 죽음의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서. <문학평론가>
아직 나는 유년의 대륙을 찾지 못해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증오를 직업으로 삼은 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리움은 쉽게 마모되고 희망은 마약인가. 가진 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눈 부라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저주받은 시나 쓴다.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내 유년의 대륙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가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 저주받은 시인. 현대 시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시인은 이 운명의 전통을 살아가는 중이다. 가진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계와는 화해할 수 없기에, 시인은 “증오를 직업으로 삼”고 “저주받은 시나” 쓰며 살아간다. “마모되”는 그리움을 품고 마약 같은 희망을 마시며. 하여, 그는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행복했던 유년이 있던 대륙으로. 그곳에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어 서 있고 싶다. <문학평론가>
2025-06-22
공중에 불꽃이 튑니다 수십 발의 비명소리 밤의 키보드는 발자국 위에 붉은 꽃잎을 찍어놓습니다. (중략) 지구 반대쪽의 우리는 겁에 질린 방관자 피 묻은 찢긴 새의 날개를 주섬주섬 챙겨 넣습니다. 횡경막 밑에 고여 있는 새의 울음을 훔칩니다.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세계는 혼돈의 소용돌이 심장을 향해 과녁을 맞춥니다. 새벽이슬에 젖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콘크리트 벽 속으로 장미꽃이 가시를 숨깁니다. (하략) …. 방금 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뉴스를 보았다. 위의 시에서 말하듯 폭발음이 비명 같았다. 21세기에도 인류는 혼돈 속에 있고,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행인지 우리는 ‘지구 반대쪽’에서 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폭력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음을 방관하며 보고 있을 뿐. 하나 세계의 심장에 미사일의 과녁이 맞추어져 있고, 파국으로 가는 시간 위에 우리 역시 탑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2025-06-19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고 옥천에 간다 옆자리에 꽁지머리 총각이 앉았다가 수원역에서 내리고 한참 빈자리로 가다가 빨간 머리 여자가 타고 내린 후 또 혼자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문득 아려오던 명치 옆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또 비우며 같이, 또 따로 종착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 인생이란 혼자 가는 여행일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혼자 가고 있음을 문득 깨달을 때가 있는 것이다. 시인은 기차를 타고 가다 혼자임을 자각하고는 ‘너’와의 헤어짐을 기억한다. 명치가 아려오는, 몸으로 인지되는 기억을. 하지만 빈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가 내린다는 현상을 시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같이, 또 따로” 가는 것이 인생의 여정임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2025-06-18
젊은 날 우리 한 사랑을 돌아보지 마오 눈 비비면 후드득 떨어지는 소금 같은 시절 뙤약볕 아래 물 새는 병을 쥐고 서서 뽑을 것처럼 머리채를 움켜쥐고 극치를 맞던 몸부림을 곱씹지 마오 (중략) 단 우리가 열일곱으로 돌아갈 것인가만 생각하오 이 세상 다 신어야 할 구두는 얼마나 많을 것인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 이마에 내려앉은 슬픔의 그림자 따라 좋은 옷 한 벌 훔쳐 내달릴 수 있을 것인지 (하략) 성인이 된 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을 터, 시인은 이 “사랑을 돌아보지” 말자고 한다. 점점 병에서 물은 빠져나가는데 “뙤약볕 아래”에 있게 했던, 그러다 극치의 몸부림을 치게 했던 첫사랑. 시인은 그 사랑을 돌아보는 대신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첫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듯이. 지금도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을 맞이해야 하기에. 하나 그 회귀는 “슬픔의 그림자”를 따라가야 한다. <문학평론가>
2025-06-17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료원장 조치흠)이 지난 12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공동 발표한 ‘2025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전문병원(Best Specialized Hospitals APAC 2025)’에서 소아과 부문 대구·경북지역 1위에 올랐다. 동산의료원은 3년 연속 APAC 소아과 분야에 선정되며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소아과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조사는 뉴스위크와 스태티스타가 아태지역 10개국 8000여명 의료진에게 전문가 설문, 환자 경험 평가(PROMs), 의료 질 환자 만족도 평가 등을 다층 분석해 전문 분야별 최고 병원을 선정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는 평가항목들에서 대부분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지역 소아과 진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공의 부족 등 소아과 분야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조치흠 동산의료원장은 “전공의 수급난 등으로 전국 소아과 진료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결과는 매우 뜻깊은 성과”라며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오랜 아동 의료의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930년대 대구영아보건소 설립, 1953년 국내 최초 아동병원 개원, 그리고 전쟁고아 진료 봉사 등 90년 이상의 소아 의료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앞)은 올해 4월 대구광역시 공공어린이 재활의료센터를 개소하여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2025-06-16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글로벌 비영리 국제단체 DNDi(Drugs for Neglected Disease Initiative, 소외질환신약개발재단)와 함께 소외질환 중 하나인 회선사상충증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옥스펜다졸 성분을 활용해 회선사상충증 및 기타 사상충증에 대한 안전하고 저렴하며, 전세계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둔다. 회선사상충증은 실명의 원인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 유속이 빠른 강 주변에 서식하는 검은파리에 물려 감염된다. 심한 가려움증, 피부 손상, 시력 저하 및 실명을 유발하며 현재 감염자는 약 1900만 명, 그중 시력을 잃은 환자는 1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프로젝트는 DNDi가 주관하고 케이메디허브가 공동 참여기관으로 함께한다. DNDi는 2003년 국경없는의사회(MSF), 파스퇴르 연구소(Institut Pasteur), 열대소외질병 유행 국가 4개 주요 의학 연구기관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 국제 연구기관이다. 연구는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금(이하 라이트재단)의 지원 하에 수행되며, 총 2년 6개월·22억 유로(약 32억 원) 규모에 달한다. DNDi는 소외열대질환 치료법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에 관한 풍부한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한다. 케이메디허브는 보유한 임상용 의약품 연구개발 역량을 발휘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회선사상충증 치료 완제의약품의 제제연구 및 양산 가능한 공정 개발을 수행한다. 라이트재단은 2018년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국내 생명과학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중저소득국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국제 보건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0개 연구과제에 총 1077억 원을 지원했다. DNDi 최고 경영자 Luis Pizarro 박사는 “현재 세계가 당면한 보건의료 불평등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옥스펜다졸과 같은 사상충 감염 치료제 보급은 물론 표적화된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병행이 WHO(세계보건기구)의 질병 근절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재단이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뜻깊다”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소외질환 치료제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제 보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자궁절제술은 자궁과 자궁경부를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말하는 것으로, 자궁절제술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경부암, 자궁탈출증, 자궁출혈 등의 경우와 같이 자궁 전체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적용됩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궁절제술은 복부에 상당한 길이의 절개를 가하는 개복 자궁절제술에서 시작하여, 복강경 자궁절제술이 개발되었고, 최근에는 로봇 자궁절제술이 상용화되었습니다. 로봇 자궁절제술은 고화질 3D 확대, 로봇 테크놀러지 및 정밀 소형화 수술기구의 조합을 사용하여, 환자의 자궁과 자궁경부를 제거할 때, 부인과 전문의에게 수술적 테크닉 부분에 많은 도움을 제공하는데, 정확하고 선명한 수술 시야, 수술 부위 조직에 대한 미세하고 정밀한 조작, 그리고 광범위한 제거에도 많은 도움을 제공합니다. 복강경 자궁절제술은 기존의 개복 자궁절제술보다 통증과 회복이 빨라, 그 적응증의 수가 증가했으며, 현재 널리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고전적 개복 자궁절제술에 비해 복강경 자궁절제술의 장점에는 더 작은 피부 절개, 더 빠른 회복, 더 낮은 출혈 및 더 적은 감염 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복강경 자궁절제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수술 기술 및 많은 임상 경험이 필요하고,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롭게 개발된 로봇 수술장비와 관련된 접근 방식인, 로봇 자궁절제술이 임상 현장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자궁절제술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복강경 수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강경 자궁절제술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복강경 수술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3차원 확대 시야, 로봇 테크놀러지 및 정밀 소형화 수술기구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하여 기술적으로 복잡한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보다 더 유리한 측면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 시스템은 제어 패널과 고화질 모니터가 장착된 수술 집도의의 수술 콘솔(console)과 가늘고 긴 여러 개의 로봇 팔(Robot arm)이 장착된 환자 사이드 카트(patient side cart)로 구성되며, 수술 집도의뿐만 아니라 수술 전담 간호사가 상주합니다. 집도의의 손을 수술 부위에 진입시키기 위해, 충분히 긴 절개가 필요했던 고전적 개복 자궁절제술과는 달리, 로봇 자궁절제술에 사용되는 로봇 팔과 수술 도구들은, 복부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수술 부위로의 진입이 가능합니다. 고화질 3D 확대 카메라가 장착된 팔 1개와 외과의의 팔 역할을 하는 팔 3개 등 총 4개의 팔이 있으며, 각 팔에는 특정 작업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수술기구를 결합시킬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수술 집도의에게 3차원적으로 향상된 시야, 선명한 원근감 및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며, 로봇 팔의 넓은 가동 범위는 더욱 다양한, 민첩한 동작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수술 집도의의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술 콘솔의 고유한 인체 공학적 디자인과 수술 기구들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 동작 메커니즘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수술 집도의는 환자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술 콘솔에 앉아 로봇 팔을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이러한 부드럽고 손쉬운 움직임과 로봇 팔 자체의 인체 손목관절과 유사한, 관절 가동 기능은 로봇 수술이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갖는 가장 중요한 이점입니다. 이러한 향상된 시야, 기계적 정밀도 및 민첩성, 그리고 증가된 가동 범위는 방광, 요관, 혈관 및 신경과 같은 중요한 구조 주변에서 작업할 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여 잠재적인 손상을 예방하여, 결과적으로 출혈 감소, 수술 후 통증 감소 및 약물 복용 감소, 더 빠른 회복 및 정상 활동으로의 복귀 등의 여러 가지 이점들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