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리조트 더헤븐리조트가 오는 6일 인천 대부도에서 프라이빗 연말 파티 ‘윈터 글로우 인 헤븐(Winter Glow In Heaven)’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오후 6~11시까지 진행되며, 패션쇼와 라이브 공연, DJ 퍼포먼스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이벤트로 마련됐다. 행사는 글로벌 톱 모델들의 오프닝 패션쇼로 시작된다. 1세대 모델 김동수와 세계 런웨이를 누빈 박순희, 정다은 등이 참여해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런웨이를 선보인다. 이어 힙합 아티스트 쿤디판다가 인피니티 풀 사이드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공연 후에는 SEO, E-RIZ, KiMMi, JASON, SUNB 등 DJ 5인이 무대에 올라 5시간 동안 파티 분위기를 이어간다. 행사장에서는 신선한 생선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파티 푸드와 프리미엄 주류(위스키, 하이볼, 맥주, 와인)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아나운서, SNS 인플루언서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방문객과 직접 소통하며, 스크린 파크골프와 실내 풀장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더헤븐리조트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와 이국적인 경관으 ‘한국의 작은 몰디브’로 불린다. 서울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위치하며, 바다 전망 객실, 야외 수영장, 바비큐 시설 등을 갖춰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 모두에게 최적의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행사 패키지에는 공연 입장, 웰컴 드링크, 수영장·플레이랩 이용, 레이트 체크아웃 등이 포함되며, 최대 5인까지 객실 인원을 추가할 수 있다. 행사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티켓은 공식 SNS와 예약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더헤븐리조트 관계자는 “올해는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연말 문화 콘텐츠로 기획했다”며 “글로벌 모델과 셀럽,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특별한 겨울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내가 쓰고 싶었던 건 못 쓰고 그 곁 느티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 아래에서 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아프다 그의 생을 모르지만 그가 아프다는 것을 안다 나는 느티가 그의 나무라고 생각했다 그는 소소라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와 고양이는 나무 둘레를 매일 돌고 가지는 어느덧 푸르렀다 모두는 나무 그림자 속에서 출렁인다 못 받는 공 사랑할 수 없는 사랑···.여기 아닌 것 알 수 없는 둘레를 돌다가 먼 하루가 끝날 것 같았다 ….. 느티나무 둘레를 그의 고양이와 함께 도는 ‘그’,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왜 나무 둘레를 도는 걸까. 나무는 푸르른 가지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 그림자 속에서 출렁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여 ‘그’는 ‘느티’를 “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자신의 나무로 삼아서, 나무 그림자의 물결 위에 마음을 태워 “여기 아닌 것 알 수 없는 둘레를” 항해하며 마음을 치유하려 하는 것이겠다. <문학평론가>
코트를 꺼내 입고 거리를 나섰다. 바깥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나왔다. 구겨진 가게가 나왔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상점도 나왔다. 낯선 사람들의 이름만 있는 종이를 찡그린 손. 잉크를 떨어뜨리듯 걸었다. 번져가기만 할 뿐 도무지 결집되지 않는 오후, 쓸모 있는 것을 찾는 안주머니에서 닻이 나온다. 흉터처럼 흉측하여 보는 것만으로 아파오는… 바람이 인파를 지우는 사이, 역 출구는 전면 폐쇄됐고 거치대엔 낡고 인장이 낮은 자전거가 묶인 채 담배 연기를 받아냈다. ……….. 우리 삶의 닻은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이 “번져가기만 할 뿐” “결집되지 않는” 삶에서. 시인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상점”만이 서 있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만 이루어지는 거리를 걸으며 표류한다. 출구는 폐쇄되고 어디론가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는 자전거는 묶여 있는 상황. 하여 지금 쓸모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그래도 지탱해주고 있는 닻인 것, 그 닻이 “보는 것만으로 아파오는” 흉터처럼 흉측할지라도. <문학평론가>
껍데기만 남은 노인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휴대폰을 주물럭거린다 그의 아내의 손인 양 주물럭주물럭 전동차는 역마다 쉬어가는데 노인은 손을 놓지 않는다 죽은 아내의 문자라도 보려는가 생전의 웃음을 보려는가 전동차는 찰카닥찰카닥 섰다 가고 노인은 아내의 모습이 휴대폰 창에서 흔들릴 때마다 꽉 쥔다 옆구리를 쿡 찌르기도 하고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고 가슴에 꼭 안아보기도 한다 종로3가에서 노인이 내린다 전동차는 텅 빈 노인석을 공손히 들고 한 발짝 한 발짝 떠난다 …. 노인이 아내의 손을 만지고 있는 양, “휴대폰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보면 그 폰에는 죽은 아내의 사진이 담겨 있나보다. 이제 휴대폰 안에 모든 걸 저장하는 시대이니까, 저 노인도 이 시대의 삶의 양식 안에 있는 것이다. 애도와 그리움은 이 시대에 걸맞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나 “아내의 모습이 창에서 흔들릴 때마다 꽉”쥐며 “가슴에 꼭 안아보기도” 하는 모습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동일한 사랑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2025-12-02
앞으로 여행금지 국가 방문하면 처벌이 강화된다. 지난 29일 외통위는 여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외교당국이 방문·체류를 금지한 지역·국가에 외교부 장관 허가 없이 방문하는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최근 위험 지역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사례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여행 금지구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외통위는 이날 국제연합 레바논 평화유지군, 남수단 임무단으로 파견된 국군부대의 파견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간 연장하는 파견연장 동의안과 싱가포르와의 범죄인인도조약 비준 동의안 등 안건도 의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2-01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우현)은 지난 26일 청년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현장 체험 활동’을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안전의식 내재화와 자원 순환 경제 이해를 통해 ESG 경영 실천 의지를 강화하고, 정책 제안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현장 체험은 서울 송파구 송파 안전 체험교육관과 경기도 용인시 수도권자원순환센터 두 곳에서 진행됐다. 청년이사회 구성원들은 △대형 교통수단(철도·선박·항공) 안전교육 △폐가전 재활용 공정 견학 등을 통해 현장의 ESG 핵심 가치를 직접 체험하며, 지속가능경영의 구체적 실천 방향을 모색했다. 이번 현장 활동에서는 특히 대표이사가 수도권자원순환센터 일정에 동행하여 청년 구성원들과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실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시간도 마련했다. 송파 안전 체험교육관에서는 철도·선박·항공 등 교통수단별 안전사고 대응과 비상탈출 체험을 통해 현장형 안전 리더십과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했다. 이어 방문한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서는 폐가전 재활용 전 과정과 환경성보장제도를 배우며, 순환 경제의 중요성과 기업의 환경 책임을 직접 체감했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청년이사회는 회사의 미래를 이끌 리더로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ESG 경영 실천의 주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안전과 환경을 모두 아우르는 지속가능경영의 실천 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한국관광공사는 하이커그라운드에서 2026년 2월 28일까지 ‘나의 살던 동네는 – 마이 토포필리아(My Topophilia)’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경북 안동의 박기웅씨와 영주의 박민아 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자들의 영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고자 기획했다. 전시에 참여한 창작자들은 현대 한국의 정서와 미감을 대표하는 인물로, △건축가 조병수(서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평택)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제천) △배우 겸 화가 박기웅(안동) △브랜드 ‘소백’의 대표 박민아(영주) △가구 디자이너이자 ‘하바구든’ 디렉터 문승지(제주)다. 여섯 명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동네’를 주제로 숏필름을 제작해 창작의 근원을 탐구하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인다. ‘토포필리아’는 장소를 향한 사랑으로, 특정 공간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그리움과 애정을 의미한다. 창작자들은 각자의 일상과 자연, 고향에서 얻은 영감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비롯되는 창작의 본질을 보여준다. 각자의 시선을 기반으로 구성된 여섯 개 전시 공간은 지역의 풍경, 일상 등을 담아낸 공간으로 소리·빛·질감을 활용한 영상과 오브제를 통해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앉음을 통한 몰입’이다. 전시공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승지 디자이너의 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닌 ‘앉음은 곧 사유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장치다. 관람객은 의자에 앉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속도로 전시를 감상하며 깊은 몰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윤성욱 한국관광공사 관광홍보관운영팀장은 “공사는 지난 9월 하이커그라운드의 야외 테라스를 개방하여 재단장한 ‘퍼즈그라운드’를 선보이고 독서모임, 가드닝 클래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도심 속 쉼터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하이커그라운드를 조성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 또한 공간, 예술, 일상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하이커그라운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국내외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하이커그라운드는 이번 전시 개막과 함께 방문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19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참여형 도슨트 프로그램 ‘하이-라이트(Hi-Light) 투어’를 신규로 운영하고 있다. ‘하이커그라운드의 핵심만 콕콕, 가볍지만 알차게 즐긴다’는 콘셉트로 약 40분간 진행되며,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이커의 베스트 콘텐츠를 엄선해 소개한다. 참여를 원하는 관람객은 하이커그라운드 네이버 예약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지난달 말부터 격화된 중국과 일본 간 외교 갈등이 관광 수요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일본을 목적지로 삼았던 중국인 단체·개별 여행객과 크루즈 노선 일부가 일본을 피하고 한국으로 향하거나 체류 일정을 연장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중국의 항공사들은 12월에 운항할 예정이었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과 일본 간의 항공편 노선은 172개 였지만 이중 72개 노선이 취소됐다. 항공권 시장에서도 일본행 수요의 급감과 환불 사례가 보고됐다. 일부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노선에 대해 환불을 실시하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크루즈 일정 변경이다. 5,000여 명을 태운 것으로 알려진 아도라 매직 시티(Adora Magic City)호 등 일부 중국계 크루즈가 후쿠오카·나가사키·사세보 등 일본 항만 기항을 취소하고 대신 제주 체류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현장에서는 항만 에이전시와 여행사들이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대응하느라 분주했다. 제주는 추가 체류에 따른 관광 상품(섬 투어·레저·쇼핑)과 숙박 수요가 급증했고, 부산·인천 항만도 대체 기항지로서 루트 협의가 진행 중이다. 크루즈 일정 변경은 곧바로 지역 경제의 실수요(식음료·교통·체험관광 등)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한국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들이 중국–한국 노선 증편을 검토하거나 임시 좌석 공급을 늘리고, 국내 여행사들은 중국발 패키지·크루즈 연계 상품을 긴급히 편성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관련 업종(여행사·항공·호텔) 주가가 촉각을 세우며 변동을 보였다. 한편 항만·관광 관계자들은 환승·검역·비자 절차 간소화 등 실무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중국발 관광객 일부가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만, 장기화되면 역내 정치·안보 리스크가 커져 결국 관광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중국 정부의 ‘여행 권고’나 자국 여행사의 정책에 따라 수요가 다시 급격히 바뀔 수 있어, 지금의 수혜를 과도하게 낙관하기는 위험하다. 과거에도 정치적 갈등은 단기적 관광 흐름을 뒤흔든 바 있으며이번 사례도 정치 변수에 매우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크루즈 일정 변경과 항공 수요 이동이라는 실사례는 한국 관광에게 즉시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회를 경제적 성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 수요 대응을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며 “항공, 크루즈 숙박 등의 제반 수용태세를 점검해야 실질적 경제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산도 좋고 물 또한 깨끗하다. 거기에 온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청도. 청도에 가면 마치 고향에 온 듯 푸근한 정취에 젖는다. 보태지도 덜어내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지향하는 청도로 떠나는 향긋한 초겨울 여행. △ 고졸하면서도 매혹적인 절 운문사 운문사는 동쪽으로는 운문산과 가지산 서쪽으로는 비슬산 남쪽으로는 화악산 북쪽으로는 삼성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대개의 산사는 산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일주문이 나오는데 운문사는 숲을 향해 가다보면 마치 평지처럼 아늑한 절에 닿게 된다. 1500년의 역사를 지닌 운문사는 고졸하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되어 6백년(진평왕 22년)원광국사가 중창하였다. 운문사는 화랑정신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원광국사가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시대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한 유서 깊은 곳이다. 사찰 내에는 대웅전, 3층 석탑 등 모두 7점의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웅숭깊은 절의 역사만큼 유명한 것은 진입로에 있는 소나무 숲. 미인송들이 열을 맞춰 도열한 듯 서있고, 여름만 되면 향긋한 솔 내음이 살포시 코끝을 스치는 곳이다. 운문사의 또 다른 명물은 경내에 있는 반송(처진 소나무)이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반송은 가지가 밑으로 늘어져 있는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어느 대사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자라서 소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채 세월을 이겨내고 있다. 이 반송은 매년 봄과 가을 나무 주변에 도랑을 파서 막걸리에 물을 섞어 대략 50말 정도를 부어준다 하여 막걸리를 마시는 소나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 하지만 소나무 치고는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운문사는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되어 있다. 현재도 살림 안에 250여 명의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 승가대학으로 통하는 문의 이름은 불이문(不二)이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그리고 만남과 이별 또한 근원이 하나이니 불이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다하여 ‘해탈문’이라고도 부른다. △ 국내 최대 빛 테마파크 청도 프로방스 청도에서 겨울밤이 가장 먼저 꽃피는 곳이 있다. 국내 최대 빛 테마파크,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미끄러지고 나면, 1000만 개의 조명이 온 마을을 물들인다. 빛은 이곳에서 더 이상 장식이 아니라 ‘경험’이며, 어둠이 짙어질수록 화려한 감정의 층위가 살아난다. 프랑스 남동부의 햇살과 목가적 풍요로움으로 알려진 프로방스를 모티브로 한 이 테마파크는 남프랑스 특유의 로맨틱한 감성을 한국적 방식으로 소화해냈다. 따뜻한 노천 마을처럼 꾸며진 골목에서는 고흐나 샤갈의 그림에서나 보던 색감이 현실이 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청도 프로방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해가 지기 전, 오후 무렵 입장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카메라는 필수 장비다. 작품처럼 꾸며진 100여 개의 포토존은 관람객이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도록 계산된 구도와 조명을 제공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셔터 소리는 마치 이곳의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다. 아이들의 웃음은 썰매장에서 터져 나온다. 사계절 내내 운영되는 사계절 썰매장과 간단한 놀이기구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단순한 관광 이상의 기억을 남긴다. 하지만 이곳이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은 땅거미가 내려앉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밤이다. 작은 전구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마을은 순식간에 색의 파동으로 채워진다. 러브 로드, 큐피트 로드, 프로포즈 로드로 이어지는 빛의 터널은 연인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겨울 성지’라 불릴 만큼 낭만이 짙다. 빛의 숲에서는 빛으로 만든 동물 조각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동화 속 밤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아이들은 추위마저 잊은 채 동심의 환상에 빠져든다. 청도 프로방스의 겨울은 올해 특히 산타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핀란드 로바니에미까지 갈 필요도 없다. 책 읽는 산타, 선물 나르는 산타, 스키 타는 산타, 수십 명의 산타가 루돌프와 함께 이곳의 크리스마스를 밝힌다. 반짝이는 트리, 여기저기 서 있는 귀여운 눈사람들은 눈이 내리지 않아도 충분한 설렘을 만든다. 산타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겨울의 첫 추억’이 된다. 이곳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야광 장식으로 꾸민 몽환적인 ‘야광물고기 이야기’, 어른조차 길을 잃을 만큼 묘하게 빠져드는 거울미로, 갑작스러운 공포가 소리를 자아내게 하는 귀신열차까지 각종 체험관은 어른에게도 오랜만의 동심을 선물한다. 빛이 만든 상상력의 무대. 겨울의 긴 밤이 더 이상 춥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계절의 온도가 뒤집히기 때문이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마을이 바로 청도 프로방스다. △ 감 향기 가득한 와인터널 청도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 하나는 감이다. 다른 지역에도 지천으로 생산되는 것이 감인데 유독 청도가 감으로 유명한 것은 물론 감 생산량이 전국 제일이라는 점도 있지만 씨가 없는 반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에 씨가 없으니 그만큼 먹기도 좋고 실제 맛도 여타 지역보다 떫은맛이 덜하고 달다. 청도는 감을 이용해 다양한 부대 상품들을 만들었다. 곶감보다 더 부드러운 반 건시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말린 감 말랭이, 그리고 감 와인까지. 특히 감 와인은 지난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부산에서 열린 APEC 공식만찬주로도 쓰였으며 정권이 바뀌어 2008년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도 건배주로 쓰이며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옛날로 치면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물품 정도로 각광을 받은 셈이다. 감 와인이 유명해지자 대한제국 말기에 완공된 옛 경부선 경산-철도간 열차 터널이 11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감와인 숙성 저장고로 용도가 바뀌었다. 붉은 벽돌의 자연석으로 마감한 이 터널은 원래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해 건설한 터널이었다. 일제 때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나와 경부선 터널을 파야 했다. 아직도 터널 입구에는 대천성공(代天成功) 명치 37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하늘을 대신하여 천황이 사업을 완수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 왕을 위해 이유 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한 조선 민중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들큰한 감의 향기만 남아 아픈 역사를 은근하게 치유하고 있다. 실상 터널을 들어서면 치장해놓은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터널을 이용해 감 숙성저장고로 용도만 바꾼 셈이지만 저장과 숙성하는데 이만한 조건을 갖추기가 어려운 듯 싶다. 와인 터널이 유명세를 타면서 가족 단위로 그리고 커플 단위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터널 안 벤치에 앉아 우아하게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여행메모 청도의 먹거리 - 한재 미나리 청도의 일품 음식으로 꼽는 것이 바로 한재 미나리다. 미나리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다. 한재 미나리는 매운탕 등에 넣어서 향미를 돋우는 일반 미나리와 차원이 다르다.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한재 미나리는 한재고개를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욕망이 홍수처럼 도시를 덮쳤다 증권거래소의 전광판이 산산이 부서지고 욕망은 으르렁거리며 거칠게 바닥을 뒤덮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넘쳐흘러 교차로에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욕망은 형체가 없어 문틈과 열괴 구멍을 비집고 스며들어 순식간에 모든 방을 잠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졌다 살아남은 자들은 욕망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밤이 되자 거리 곳곳에서 화톳불이 타오르고 사람들이 속삭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그저 행복을 원했을 뿐인데 그 외엔 아무것도 탐하지 않았는데 이윽고 모두가 잠들었다 잠시 후 차가운 비가 내려 화톳불을 삼켰다 …. 자본주의 주식 시장은 햇볕을 비추어주기고 하지만 홍수를 뿌리기도 한다. 즉 자연과 같은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그저 행복을 원”하면서 이 시장에 참여하지만 곧 거센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져버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욕망의 물보라에 흠뻑 젖어 있다. 실패한 이들은 “거리 곳곳에” 화톳불을 피워 “왜 이렇게 된 걸까” 속삭이지만, 그들이 잠들자 그 화톳불마저 시장의 차가운 비가 꺼뜨리고 만다. <문학평론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리드엠통증의학과(대표원장 이용호)가 지역 교육기관 및 소상공인들과 손잡고 지역 사회 건강 증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리드엠통증의학과는 최근 대구여자고등학교를 비롯해 병원 인근의 주요 상가 및 식당들과 ‘지역 사회 건강 증진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학업으로 인해 목·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학생들과 생업 현장에서 만성적인 관절 통증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을 통해 리드엠통증의학과는 협약 기관 구성원들에게 전문적인 통증 관리 상담과 예방 교육 등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리드엠통증의학과는 1차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임상 연구를 통해 국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이번 지역 사회 협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용호 대표원장은 최근 재활 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Rehabilitation Sciences’에 비수술 통증 치료 성공 사례를 담은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논문은 심각한 마비 증세를 동반한 경추 디스크 환자를 수술 없이 치료해낸 임상 증례를 다룬 것으로, 이 원장의 이러한 연구 역량과 임상 노하우가 이번 지역 사회 의료 지원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호 대표원장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는 결국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우수한 의료 기술이 논문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지역 학생들과 이웃 상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리드엠통증의학과는 과학적 근거(Evidence-based)에 기반한 비수술적 통증 치료를 원칙으로 하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척추·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대구의료원은 최근 라온제나 호텔에서 ‘2025년 대구시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사업 성과공유회’를 열고 지역 책임의료기관 간 협력 강화와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장, 김건엽 경북대병원 공공부원장, 김종연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박종명 대구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등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김흥준 과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어 대구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올 한 해 수행한 사업을 공유하고, 2026년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에 대비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첫 발표에서 이희영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책임의료기관에서의 지역사회 돌봄’을 주제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주요 동향과 과제, 병원의 역할, 향후 정책 방향 등을 경기도 사례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 발표는 김혜주 경북대병원 공공의료연계팀장이 맡아 ‘2025년 권역 책임의료기관 사업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권역 협의체 운영 현황, 협력사업별 추진 성과, 향후 일정 등을 설명하며 지역 간 협력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서상희 대구의료원 공공의료팀장은 ‘2025년 지역 책임의료기관 사업결과’를 통해 필수의료 강화 계획과 대구 서남권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수행한 역할, 사업 과정에서의 한계와 개선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발표 후에는 김종연 단장이 좌장을 맡아 김건엽 부원장, 박종명 본부장, 이혜진 부단장(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은재식 사무처장, 이현주 사무관(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이 참여한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들은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지역 협력 네트워크 강화, 취약계층 중심의 건강 돌봄 확대 등 다양한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김흥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성과공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내년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사업계획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지역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 대구 시민의 필수의료 건강안전망을 든든하게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구보훈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1일 대구보훈병원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두는 것이다. 19세이상이라면 누구나 보건복지부 지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할 수 있다. 대구보훈병원은 대구지역 의료기관으로는 11번째로 지정됐으며, 호스피스 병동 근무경력이 있는 연명의료전담간호사와 숙련된 의료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을 지원하고 작성 절차 및 제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안내할 예정이다. 또 보훈가족 및 지역 주민들이 보다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홍보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상흔 병원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은 임종 시점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전 과정에서 환자 의사 존중 문화를 확신시키는 첫걸음”이라며 “우리 병원은 환자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계속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보훈병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병상을 18병상 운영중이며 보건복지부 주관 호스피스전문기관 평가에서 2016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10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외래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앉아 있을 땐 괜찮은데, 조금만 걸으면 허리가 자꾸 앞으로 굽어요.”, “굽은 상태로 걷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금방 지쳐요.” 누워 있을 때는 멀쩡하고, 다리가 심하게 저린 것도 아닌데 걷기만 하면 허리가 저절로 숙여져서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주사 한 번 맞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갖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증상이 시술이나 주사로 단번에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믿음으로 여러 치료를 받아본 뒤에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해 다른 방법을 찾다가 외래에 오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허리가 굽는 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왜 굽을까 우리가 흔히 보는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모습’은 특정한 사고나 질병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겪는 여러 변화가 겹쳐 만들어지는 결과다. 먼저, 허리를 곧게 세워주는 기립근이 약해지고, 디스크의 높이가 줄면서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인 전만이 점점 사라진다. 전만이 줄어들면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몸은 골반을 뒤로 기울이는 보상작용을 사용한다. 하지만 골반이 뒤로 기울어질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이 보상 능력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부터는 몸이 더 이상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고 허리는 급격히 앞으로 굽은 형태, 즉 나이가 들며 흔히 보이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것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나타나는 ‘허리가 펴지지 않는 이유’다. △왜 치료하면 바로 펴지지 않을까 허리가 굽는 이유는 근육이 약해지고, 디스크가 낮아지고, 골반의 보상 능력이 떨어지면서 몸 전체의 정렬이 무너진 결과다. 즉, 허리를 세워줄 힘이 사라진 것이지 어딘가가 막혀서 굽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통증을 줄이는 시술이나 주사는 걷다가 느끼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굽어진 허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펴주는 치료가 되기는 어렵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허리가 거의 90도 이상으로 굽어 걷기조차 힘들거나, 허리를 펴면 참기 어려운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처럼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허리 정렬을 교정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전체 환자 중 아주 일부에만 해당한다. 대부분은 수술 없이도 관리가 가능하다.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 나이가 들며 생기는 이런 변화는 이미 진행된 부분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그러나 진행 속도를 늦추고 불편함을 크게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허리를 지탱하는 기립근을 꾸준히 강화하는 것, 허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올바른 자세 습관을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약이나 시술보다도 지속적인 효과를 준다. 허리는 하루아침에 구부러지지 않고, 하루아침에 곧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늘부터라도 천천히, 꾸준히 관리해 나가면 지금의 불편함은 분명히 줄어들고, 앞으로 더 나빠질 길을 막아낼 수 있다. 허리를 펴는 길은 특별한 순간이나 기적 같은 치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의 자세와 움직임을 조금씩 바로잡는 그 조용한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
<문>근로복지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에 대해 궁금합니다. <답> 네. 장기간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는 근로자들이 생계 부담 없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본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청 대상은 포항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총 140시간 이상의 대부대상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 중인 사람입니다. 또한, 전년도 기준 20세 이상 가구원 합산 연간 소득액이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비정규직 근로자, 전직 실업자, 무급 휴직자, 자영업자인 피보험자 중 대부대상 월의 훈련일수가 15일 이상인 경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문> 운영기간 및 대부한도는 어떻게 되나요? <답> 2026년 5월 20일까지 운영합니다. 한도는 훈련 기간에 따라 결정되고 월 50~200만 원, 총 2000만 원 입니다. <문> 대부금리, 보증료 및 상환방법 등은 어떻게 되나요? <답> 대부금리는 연 1%이며, 신용보증료 연 1%는 선공제입니다. 상환방법은 1년거치 3년, 2년거치 4년, 3년거치 5년 분할 상환 중 선택이 가능합니다. <문> 대부 신청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답> 훈련월의 다음달 1일~10일(휴일인 경우 평일인 익일) 접수 가능하며, 신청기한이 지난 훈련월은 소급 신청이 불가합니다. 대부신청은 근로복지넷에 로그인 후 ‘직업훈련생계비’에서 신청 또는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경영복지부(054-288-5252)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11-30
가만히 돌을 들어 올리면 옹기종기 붙어있는 새까만 눈들 눈 먼 별 하나 보고 싶어 눈빛처럼 까만 밤 기다리고 있었는지 가녀린 촉수를 뻗어 반짝이는 물비늘을 끌어당긴다 산내 천 냇가에서 천둥벌거숭이로 뛰놀던 어린 꿈 닮은 천진난만한 눈빛들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 꿈들을 따버리는 일이라니 차마 끓을 수가 없다 ….. 미물도 희망이 있고 의지가 있을지 모른다. 시에 따르면 우리가 즐겨 먹는 다슬기도 그렇다. 아마 바닷가일 듯하다. 돌을 들어 올리니 발견한 다슬기에서 “눈 먼 별 하나 보”려고 하늘을 향해 “옹기종기 붙어있는 새까만 눈”을 시인은 읽는다. 그 눈은 냇가에서 뛰놀던 시인의 어릴 적 꿈 품은 눈빛과 닮아 있었다고. 이 꿈을 위해 “가녀린 촉수를 뻗어/반짝이는 물비늘을 끌어당”기는 다슬기의 모습이 안타깝다. <문학평론가>
더러는 휘어지고/ 더러는 꺾인 겨울 연밭/ 얼키설키 몸을 포갠 적요를 바라본다 뼈대만 남은 앙상한 몸/ 비정상적인 커다란 발/ 성난 듯 허망한 듯 어딘가를 바라보는 강렬한 시선/ 쓰러질 듯 위태롭게 걸어가는 자코메티 빈한한 실존 앞에 명치끝이 아프다 살아간다는 것은 직립을 포기하지 않는 힘/ 걸어간다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일/ 바라본다는 것은 미지를 향한 모험 (중략) 군더더기 없는 깡마른 몸으로/ 너머를 응시하면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생은 직진이니까 …………. 자코메티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 시인은 이 작품을 “적요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내면과 겹쳐 놓으면서 그 의미를 생각한다. 그는 “뼈대만 남은” 조각품과 “위태롭게 걸어가는” 자코메티를 동일시한다. 그 깡마름과 위태로움은 ‘빈한한 실존’에 놓인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지만, 한편 그 ‘성큼성큼’한 걸음은 직립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다르게 보며 미지를 향한 모험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2025-11-27
언덕을 넘어서면 거대한 도시가 있다 거대한 도시는 웅장한 탄생을 기다린다 거대한 도시는 웅장한 숨을 쉬고 있다 거대한 도시는 한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거대한 도시는 엄청난 고통과 죽음과 탄생이 숨어 있고 거대한 도시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다른 음모를 꿈꾸고 있다 거대한 도시는 거대한 세상을 향해 무섭도록 돌진한다 공룡 속 같은 거대한 도시, 거대한 도시는 수많은 여자와 남자와 수많은 거물과 음악과 수많은 희로애락이 숨어 있다 거대한 도시는 밤새 잠들어 있던 도시를 깨운다 거대한 도시는 용트림하듯 도시에서 나온다 거대한 도시는 다시 반란의 꿈을 꾼다 … 위 시의 언덕 너머 ‘거대한 도시’는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 안에 있는 것일 테다. 도시가 가진 잠재성-‘웅장한 숨’-이 거대한 도시인 것이다. 우리가 지나치며 사는 도시의 잠재성,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죽음과 탄생이 숨어 있”는 곳에 존재한다. 그 잠재성은 현재의 도시에서 용트림하며 나와 도시의 잠을 깨운다. 그 잠깸은 역설적으로 “웅장한 탄생을 기다”리며 “다시 반란의 꿈을” 꾸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평론가>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