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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 방문 조율 중인 브라질 대통령 부인, 한복 입은 사진 SNS 게재

한국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브라질 한인 사회와 교류한 뒤, 한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10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브라질 지회 등에 따르면 다시우바 여사는 전날 상파울루 총영사 관저에서 브라질 한인회와 총영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환담했다. 한인회는 이 자리에서 다시우바 여사에게 한복을 선물했는데, 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다시우바 여사가 선물 받은 한복은 하얀색 저고리에 푸른빛이 감도는 치마로 구성돼 있다. 사진 속 주변에는 병풍과 자개 공예품, 다식 등 한국 전통 소품들이 놓여 있다. 다시우바 여사는 인스타그램 글에서 “한국 공식 방문을 앞둔 시점에 한복을 선물로 받는 영광을 누렸다”며 한복을 “주로 축제와 결혼식, 명절, 문화 행사 등에 착용하는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음악과 음식 등 양국의 문화적 연결고리를 높이 평가하며 “곧 한국을 방문해 외교적·문화적·경제적 유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1

대구 연극계 중진 연출가 겸 배우 박현순, 제2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당선

“회원들과 소통하며 권한은 뒤로, 책임은 앞으로 하겠습니다.” 대구 연극계 중진 연출가 겸 배우 박현순씨(66)가 제2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되며 지역 연극 활성화와 협회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로운아트홀에서 열린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서울 중심 구조를 벗어나 대구·부산·광주 등 지역 연극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요 공약으로는 △회원 중심의 투명한 협회 운영 △연극인 권익 보호 및 창작 환경 개선 △지역별 창작 지원 체계 구축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혁신 등이 꼽힌다. 특히 ‘연극균형발전단 119’ 구성을 통해 원로 연극인과 협력해 지역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박 이사장이 1987년부터 대구 연극계에 헌신하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1987년 대구에 정착한 후 연극 ‘카덴자’, ‘너무 놀라지 마’ 등 30여 편을 연출하고 희곡 ‘인생배달부’를 집필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왔다. 대구연극협회장(2001~2003, 2010~2012),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금복문화상, 대구연극제 연출상·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선거 캠페인 슬로건 “권한은 뒤로, 책임은 앞으로”에서 드러난 것처럼, 박 이사장은 협회 혁신을 위한 실천적 리더십을 약속했다. 대구 연극계 관계자는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량과 침체된 공연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당선의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2030년 2월까지 4년이다. 그는 향후 이사회 순회 개최와 공청회 정례화를 통해 회원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연극인의 권익 보호와 창작 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1

“차례는 제사와 달라···구분해 간소화해야”

한국국학진흥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와 제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며 전통과 현실이 조화된 간소화된 차례 문화 보급에 나섰다. 진흥원은 조선 시대부터 축적된 68만여 점의 자료를 분석해 실용적인 제례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차례를 일상 속 예절로 여겼다. 17세기 안동 광산김씨 김령의 일기 ‘계암일록’에는 차례를 “새해 첫 날 조상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는 의식”으로 기록했으며, ‘주자가례’ 역시 차례를 일상적 예법으로 규정했다. 반면 제사는 조상의 기일에 맞춰 밤에 진행되며, 혼령을 모시는 절차가 포함된다. 반면 차례는 조상에게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의식으로, 모든 조상을 대상으로 하기에 저승에서 혼령을 모셔오는 절차 없이 밝은 아침에 지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차례와 제사가 혼재된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설날 제사를 안 지내요”라는 말처럼 용어가 뒤섞여 사용되며, 차례상에 제사 음식(포, 탕류 등)을 과도하게 올려 본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차례상은 소박했다. 19세기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의 기록 ‘가제의’에 따르면 술·떡·국수(만두)·육적·탕 2종·과일 4종이 전부였으며, 안동 진성이씨 퇴계 종가는 더욱 간소화해 술·떡국·명태전·북어, 과일 한 접시로 예법을 지켰다. 그러나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이유로 점차 화려해져 제사상보다 규모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정종섭 원장은 “설 차례는 새해 첫날 조상께 안부를 전하는 예(禮)”라며 “제사 음식까지 더해 과하게 차리는 것은 예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례상에는 대추, 밤, 탕, 포 등 의례용 제물을 생략하고, 명절 밥상에 어울리는 가족 중심의 요리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차례는 자손들이 명절 음식을 즐기며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라며 ”명절 음식 중심으로 차례상을 재구성해 부담을 줄이자“고 강조했다. 기혼 여성들의 명절 노동 부담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례상 준비로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진흥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은 존중하되 현대 생활방식에 맞는 실용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미래 세대가 지속 가능한 제례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차례의 본질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포항대, 개교 74년 만에 첫 명예졸업장 수여···원로 연극인 김삼일 교수 공로 치하

포항대학교가 개교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거목인 김삼일(84) 전 대경대 석좌교수를 추앙했다. 김 교수는 평생 연극과 교육, 언론 분야에서 헌신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영예를 안았다. 지난 6일 포항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김 교수는 명예졸업증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964년 포항대에 입학했으나, 같은 해 발생한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 관련 경찰 조사로 학업을 중단하고 제적된 아픈 과거가 있다. 김 교수는 “학업 의욕을 잃었던 시절의 상처가 오늘 완전히 치유된 기분”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대학 측은 “김삼일 동문은 문화예술 발전과 후학 양성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 평가하며, 그의 대통령상과 이해랑연극상 수상으로 입증된 예술적 성취와 지역 사회에 남긴 족적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예졸업증서에는 “언론·교육·예술 현장에서 대학의 명예를 드높인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1942년생인 김 교수는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시작해 1964년 극단 ‘은하’를 창단하며 연극계에 입문했다. 그는 ‘대지의 딸들’, ‘별은 밤마다’ 등 총 169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1983년 한국연극예술상, 2004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극단 은하는 1983년 포항시립극단으로 계승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며, 김 교수는 대경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포항연극 100년사’를 집필해 영남지역 연극사 연구에 기여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연출하며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홍해성연극상 등을 수상했고, 지역 연극 활성화 공로로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연극인상’을 받았다. 포항대는 “김 교수의 업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육의 상생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그가 제적된 후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 외길을 걸으며 포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세계 무대에 한국적 성악 알리며 K-클래식 새 장 열 것”

“포항의 작은 무대에서 세계로 향하는 꿈을 키웠습니다. K-컬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성악가로 성장하겠습니다.” 포항예술고등학교 3학년 류병진 군(19)이 2025년 국내 최고 권위의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포항 지역 최초로 고등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26년 입시에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 합격해 화제다. 형 류병찬(21·서울대 음대 성악과 휴학)씨와 함께 두 형제는 오롯이 포항에서만 음악교육을 받아 성공한 사례라서 지역 예술 교육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교육계와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류병진 군은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쟁쟁한 수도권 학생들을 제치고 포항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에는 108명이 지원한 서울대 성악과 정시 전형에서도 단 13명의 합격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실력을 입증했다. 홍태기 포항예술고 교장은 “지역 학생의 한계라는 편견을 깨뜨린 역사적 사건”이라며 “예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도 체계적인 훈련과 열정만 있다면 전국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류병진 군의 성공은 포항예술고의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는 성악 전공자를 위해 개인 레슨, 해외 마스터클래스, 국제 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홍태기 교장은 “이번 성과로 포항예술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예술 교육의 플랫폼으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학생들이 예술가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를 배우도록 교육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류병진 군의 성공 배경에는 이미숙 포항예술고 강사(56)의 헌신적인 지원도 빠트릴 수 없다. 이미숙 강사는 류 군의 발음·호흡법부터 감정 표현까지 세밀히 교정하며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예술가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류병진 군의 형 류병찬씨도 2023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다는 점이다. 두 형제가 지역 예술고 출신으로 서울대 성악과에 연이어 합격한 것은 유례가 없다. 이미숙 강사는 “병진이와 병찬이 모두 음악적 재능은 물론, 매일 4시간 이상의 자기 주도적 연습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며 “포항에서도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병진 군은 단순히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성악가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사회적 갈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처럼 인간의 내면을 울리는 작품으로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계획 중인 그는 “해외 무대에서 한국적 감성의 성악을 알리며 K-클래식의 새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지역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재능 기부 공연도 이어갈 예정이다. 류병진 군은 “형은 현재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복무 중이지만, 형과 함께 포항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한국 성악의 세계화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병진 군은 “연습 중 자신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묵묵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며 “포항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 더 많은 학생이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8

EBS ‘세계의 명화’, 장국영·원영의 주연의 ‘금지옥엽’

EBS 1TV ‘세계의 명화’가 7일 토요일 밤 10시 45분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진가신 감독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을 방영한다. 1994년 제작된 이 작품은 성별과 정체성을 가로지르는 발칙한 상상력과 세련된 연출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홍콩 최고의 여가수 로즈(유가령 분)와 그녀를 키워낸 프로듀서 샘(장국영 분)을 우상으로 여기는 열성팬 임자영(원영의-袁詠儀 분)의 엉뚱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자영은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남성 신인가수 오디션에 남장을 하고 참가해 합격하게 된다. 샘은 미소년 같은 외모 속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자영을 아끼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지만, 자영이 남성인 줄 알면서도 싹트는 미묘한 감정에 당혹감을 느낀다. 여기에 샘의 연인 로즈까지 자영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며 세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 오해와 진실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소동극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는 상대의 성별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남장한 자영을 향해 샘이 느끼는 혼란은 사회가 규정한 성 역할의 틀을 깨고, 사랑의 본질은 결국 영혼의 이끌림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90년대 홍콩 사회의 고정관념을 경쾌하게 비판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적 고독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짚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장국영의 섬세한 멜로 연기와 원영의(袁詠儀)의 중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은 이 영화의 독보적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당대 홍콩 음악 산업의 활기찬 분위기와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시대를 초월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보장한다.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피어난 진짜 사랑의 향기를 담은 영화 ‘금지옥엽’은 토요일 밤, 안방극장을 따뜻한 감동과 설렘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7

"포항 철강공단 옆 학교가 예술의 산책로가 되다···공공미술이 바꾼 일상“

회색빛 콘크리트 담장에 가려져 있던 대송초등학교의 담장이 색색의 그림과 철판 조각으로 물들었다. 거대한 포항철강산업단지의 굴뚝 연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차가운 공장 소음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 3일, 포항문화재단이 펼친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 펜스’가 학교 담장을 예술의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핵심 사업으로, 철강 산업의 상징성과 예술을 결합해 도시 공간을 재생한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그간 ‘철’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장에 선보이는 데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학교·공장·주택가를 잇는 일상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특히 대송초등학교 아트 펜스는 철강 기업의 기술과 현장 역량이 지역의 일상 공간을 변화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의미 있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과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기술 지원을 맡았고, 지역 작가 이향희(회화)·정미솔(일러스트)씨와 대송초등학교 전교생이 직접 그림을 그리며 참여했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과 발자국이 작품에 새겨졌어요. 이 길은 이제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가 된 거죠.” (정미솔 작가) 담장에 설치된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복실이 꽃신’ 은 유기견 복실이가 가족을 찾는 포항의 원로 작가 박이득의 동화 ‘복실이 꽃신’에 정미솔 작가의 일러스트를 철판에 새겼다. 생명 존중 메시지를 산업 도시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장치다. 이향희 작가의 ‘포항의 길을 따라’ 는 작가의 아버지가 철강공단으로 출근하던 길을 추상화로 표현했다. 작품 하단에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발자국 도장과 그림이 더해져 “이 길의 주인공은 우리!”라 외친다. 겨울방학을 맞아 돌봄교실에 오던 아이들은 이제 3월 새학기가 되면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예술을 만난다. 학부모 김모(38) 씨는 “담장에 펼쳐진 동화 속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는 철판 조각을 보니 마음이 환해진다”며 미소 지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아트 펜스는 ‘산업에서 일상으로, 전시에서 생활로’ 라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되는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4

포항 인문학당 사띠스쿨, 김석모 박사 초청 ‘예술과 과학의 경계 허물기’ 강연 열어

포항 인문학당 침촌 사띠스쿨(Sati School·원장 공봉학)은 지난 3일 정기 인문학 특강의 일환으로 미술사학자 김석모 전 솔올미술관장의 강연을 개최했다. 김석모 박사는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에서 미술사 분야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강릉 솔올미술관장을 역임한 후 현재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박사는 강연에서 르네상스를 단순히 ‘인간 중심 사조’로 보는 통념을 반박하며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역사적 전환점”이라 강조했다. 특히 피렌체의 대성당 돔 설계를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의 혁신 사례를 들어 “예술은 감각적 표현을 넘어 기술적 완성으로 현실을 재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창의적 혁신가이자 예술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며 “과학과 창의성의 융합이야말로 오늘날 르네상스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 역설했다. 김 박사는 한국 미술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법과 손 기술 중심 교육으로 인해 독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박사 논문 연구 결과를 인용해 “관람객이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평균 시간이 7.5초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는 “빠른 소비적 관람 문화가 작품의 심층적 감상 기회를 차단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술 학교의 탄생 자체가 예술의 본질을 왜곡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개념(컨셉)과 설계(디자인), 즉 사고의 체계가 예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술사를 “밤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북두칠성과 같은 별자리를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 “단순한 연대기 암기가 아닌, 인류의 질서와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강조하며 “미술은 정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작업”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석자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관람객에 머무르지 말고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2014년 5월 개원한 침촌 사띠스쿨은 ‘자유와 행복으로의 여행’을 모토로 삼아, 명상과 독서를 통해 개인의 내적 성찰을 이루고, 이를 사회적 변화로 연결한다는 신념으로 설립됐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2-04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 발간

경북대 의과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수필가 모임 ‘안행수필동인회(회장 정명희)’가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학이사 발간)를 발간했다. 1984년 창간호를 펴낸 이후 40여 년의 세월 동안 인술과 문학의 만남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이번 호에는 김병준 동인의 권두시 ‘시간의 상처’를 필두로 박언휘, 이재태 회원 등 33명의 동문이 집필한 70여 편의 수필이 담겼다. 정명희 회장(정명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안행수필이 발족한 지 40년이 넘었다”며 “단일 의과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이토록 오랜 역사, 전통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동인지를 발간하는 곳은 경북의대 ‘안행수필’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동인회의 명칭인 ‘안행(雁杏)’은 기러기와 살구나무를 뜻한다. 기러기는 질서 있게 떼 지어 날아가는 ‘편안한 동행’을 의미하며, 살구나무는 의술을 상징한다. 살구나무가 의사의 상징이 된 것은 중국 오나라의 전설적인 의사 동봉(董奉)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는 치료비를 받는 대신 병이 나은 환자들에게 살구나무를 심게 했는데, 훗날 이 울창해진 숲을 ‘행림(杏林)’이라 부르며 오늘날까지 인술(仁術)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는 이번 36호 발간을 통해 의사로서의 삶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문학적 향기로 녹여내며 지역 문단과 의료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2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사람 박태준'의 길

“K-팝, K-뷰티, K-푸드 등에 이어서 요즘 들어 부쩍 K-방산, K-조선이란 말도 우리 국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는데 그 기반을 조성하는 역사적 대업에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앞장선 박태준 회장의 삶과 정신은 우리에게 언제나 자랑스럽고 감사한 ‘K-축복’이다.”(‘K-축복’ 221쪽) 1985년 2월부터 2년간 포항공대(포스텍) 건설본부장을 맡아 그 책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던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2011년 12월, 향년 84세로 서거한 박태준 포스코 창립회장의 생애와 정신을 왜 ‘K-축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한 책이 바로 ‘K-축복: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아시아)다. ‘박태준 평전’의 저자 이대환 작가는 2026년 새해, 그를 기리며 이 신간을 출간했다. 프롤로그, 1부, 4부는 박태준의 삶과 정신에 대해 작가가 쓴 에세이고, 2부와 3부는 국내 저명인사 13인과 해외 저명인사 17인이 35년∼40년 전에 남겨둔 박태준 리더십의 특질과 인간적 체취에 대한 글들로 엮었다. 고인의 영전에 띄우는 편지 10통 형식으로 구성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박태준의 역사적 공적에 대해 세계 최빈국이라는 ‘궁핍 골짜기’의 한국사회를 ‘융성 대평원’으로 건네주는 철교(鐵橋) 건설 현장의 가장 탁월한 총감독과 같았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 편지에는 작가가 평전을 쓰기로 했을 때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과 투쟁을 그냥 묻어두는 것은 사회적 큰 손실이라는 작가의 담담한 발의’(14쪽)에 의거해 서로가 순정한 마음으로 긴 작업을 하게 됐다는 사연도 담겨 있다. 여덟 번째 편지에는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화합”을 외치는 고희(古稀)의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1997년 12월 5일 김대중(DJ) 대통령 후보와 함께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게 된 시대정신, 경위, 연설 요지, 사진 등을 담고 있다. DJ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화해하는 명연설을 남겼다. “고인이 경제에 7할을 바치고 인권에 3할을 쓴 분이었다면, 고인과 정치적으로 대결하던 시절의 나는 인권에 7할을 바치고 경제에 3할을 쓴 사람이었습니다”(26쪽) 대립과 갈등을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사회가 ‘국민통합의 디딤돌’로 삼고 기려야 마땅한 시대적 중대사였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작금의 현실에 대해 작가는 개탄하는 심정을 하늘로 띄운다. 제1부 ‘박태준의 길, 천하위공의 길’은 이 작가가 박태준 정신을 탐구한 에세이 한 편이다. 2011년 1월 하노이국립대학 특별강연에 담겼던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좌우명이 가리키는 대로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두 레일을 따라 완주하며 천하위공 사상을 실천한 박태준의 생애를 정신적 설계도처럼 그려놓은 글이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온다. 중국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孫文)이 중시했고, 해방공간에서 백범 김구도 소중히 여긴 말이다. 제2부 ‘박태준은 우리의 축복이다’는 한국경제의 근간을 만들고 작고한 11인과 생존한 2인의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경영자의 살아 있는 교재”(이병철 회장), “국영기업으로 종합제철을 성공한 것은 박태준이 총괄하는 포철뿐”(정주영 회장), “청렴한 박태준의 인품에 끌려 종합제철 기본계획을 그냥 넘겨줬다”(신격호 회장), “박태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익(國益) 지상주의자”(류찬우 회장), “박태준의 청렴결백 철학과 바른 건의를 듣는 안목 덕분에 행복하게 일했다”(황경로 포스코 2대 회장) 등 거장들이 일찍이 밝혀놓은 박태준의 진면모를 대면할 수 있다. 제3부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이다’는 작고한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남겨둔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불같은 의지와 신념의 사내로서 거시적인 안목의 설계자”(후쿠다 다케오), “박태준은 진정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제 신사”(나카소네 야스히로), “박태준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생각하는 리더십을 지녔다”(다케시타 노보루),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박태준은 한국의 행운”(헬무트 하세크), “마음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지닌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유고 세키라), “박태준은 미래지향적인 지도자이며 뛰어난 친화력의 소유자”(데이비드 로데릭), “박태준은 한국에 봉사하고 또 봉사하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 사람”(로베르 미테랑) 등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예리하게 읽어냈던 ‘사람 박태준’의 인간적 체취·리더십·정신과 만날 수 있다. 제4부 ‘태어나서 곧 사라질 뻔한 포항제철이 전화위복의 새 지평을 열어젖히는 그 날까지’에는 1968년 4월 포스코 창립으로부터 1970년 4월 1일 영일만 백사장에서 마침내 포항제철 착공식이 열리는 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던 갖가지 우여곡절과 고난의 사연들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리해놓았다. 작가는 ‘박태준의 하와이 구상’과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제철보국의 길로 나아간 포스코에 대해 이렇게 글을 맺었다. “역사가 간택하고 관장한 특정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운명은 포항종합제철, POSCO의 운명으로 전화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 의지가 지명한 운명은 회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다. 회피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진작에 처음부터 운명이 아니다”(485쪽) 한편, 이 책의 끝에는 1992년 10월 5일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 이사회에 제출한 ‘사임서’, 임직원들의 ‘철회 건의문’, 그의 ‘반려 이유’ 등이 특별자료로 첨부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2

케데헌 OST ‘골든’ K팝 최초 그래미상 수상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가 ‘골든‘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골든‘은 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 수상작이 됐다. ‘골든‘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K팝 장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석권하는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악령을 막는 마법진 ’혼문‘을 완성하는 노래인 골든은 넷플릭스 역대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케데헌의 인기를 타고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골든이 수상한 이 부문은 노래를 만든 작사·작곡자인 송라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에 따라 ‘골든‘을 만든 한국계 미국 가수 이재, 작곡에 참여한 테디, 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 24 등이 수상자가 됐다. K팝 작곡가 혹은 음악 프로듀서가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는 수상 이후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저희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님인 ‘K팝의 개척자’ 테디형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밝혔다. 골든 수상을 해외 주요 언론들은 긴급 뉴스로 전하며 비중있게 다뤘다. AP통신은 이 부문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첫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상) 작곡가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이 곡의 이중언어적(bilingual) 매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골든‘의 그래미 수상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히트곡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장르(K팝)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골든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주인공인 루미가 속한 3인조 K팝 그룹 ‘헌트릭스’가 부르는 노래. 비현실적으로 높은 고음(최고음 3옥타브 A)이 오히려 캐릭터성과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특히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는 OST로서 매우 이례적으로 8주간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2-02

“신자·지역민 함께 하는 열린 교회로”

"조선시대 순교자들의 흔적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의 깊은 신앙의 뿌리를 지닌 신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 신부로 부임한 최환욱(63) 신부의 포부다. 그가 관할하는 지역은 포항시, 경주시, 울릉군 등 경상북도 남부 지역의 27개 성당이다.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주임 시절 문화예술을 접목한 선교 혁신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4대리구는 조선시대 순교자들의 흔적이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경주 산내면에는 기해박해(1839년)와 병인박해(1866년) 당시 신자들이 은신했던 산내 동굴이 있으며, 포항 청하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사제 김대건의 수행자였던 김 프란치스코, 흥해로 유배된 최해두의 자책서 등 역사적 자산이 풍부하다. 최 신부는 “이곳의 신앙적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인의 삶에 맞는 의미로 재해석해 지역민과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해두의 자책서를 뮤지컬로 제작하거나 김대건 신부와 김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최 신부의 대표적 프로젝트는 창작 뮤지컬 ‘4처’다. ‘성모 마리아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지난달 18일 범어대성당에서 시연회를 가졌고, 3월 7~8일 범어대성당 봉헌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정식 무대에 오른다. 최 신부가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 김호령 씨가 작곡한 이 작품은 신자 40여 명이 6개월 동안 연습했으며,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마음을 그려낸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종교 예술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는 것이 선교의 한 방법”이라며 지난 2009년 제4대리구 사목국장 소임 때 불교 합창단과 협업한 ‘상생과 평화’ 공연처럼 타 종교와의 교류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4대리구는 들꽃마을 민들레 공동체, 성모자애원 마리아의 집 등 14개의 사회복지시설과 경주의 근화여중고, 포항의 오천중고를 운영하며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최 신부는 “사회복지시설은 단순한 구호 활동을 넘어 신앙의 가치를 전파하는 공간”이라며 이주민 대상 언어 교육과 방문 미사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베트남 커뮤니티 등 다문화 신자를 위한 문화 행사도 기획 중이다. 대구대교구는 2000년대 초 교구 규모 확대에 따라 5개 대리구로 분할됐으며, 각 대리구에는 주교대리 신부가 임명돼 교구장의 현장 업무를 분담한다. 최 신부는 “27개 본당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본당 지원 센터’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울릉도의 천부성당과 도동성당은 육지와 떨어져 있어 정서적 연결이 필요하므로 정기적으로 방문해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주 진목정성지나 포항 청하 지역처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을 순례하며 신앙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 신부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노인층 신자 수가 감소했지만, 온라인 미사에 익숙해진 신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목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앙은 개인적 구원을 넘어 공동체의 빛이 되어야 한다”며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자와 지역민이 함께하는 열린 교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자들에게 “신앙은 개인적 구원을 넘어 공동체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으로 하나 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며 하느님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1

[역사 칼럼] 정유재란 울산성 전투: 지옥의 성벽 위로 흐른 탐욕과 생존

전쟁은 기본적으로 모든 가치를 파괴하는 지옥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본능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420여 년 전, 정유재란의 막바지 혈투가 벌어졌던 울산성(울산왜성) 전투는 그 비극적 모순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조명(朝明) 연합군은 승리를 위해 조선의 최첨단 공성(攻城) 장비들을 투입했다. 조선의 포(砲)는 위력적이었음에도 곡사(曲射) 능력이 취약해, 가파른 지형을 활용한 왜성의 방어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성전의 일반적인 상식 또한 울산성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대개 성(城)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방어 측보다 압도적인 군사력(보통 10대1)이 필요하지만, 연합군은 2~3배 군사적 우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연합군 4만7500명, 왜군 2만9000명) 기술적 한계와 견고한 요새화는 결국 전투를 장기적인 고사(枯死) 작전으로 몰고 갔으며, 이는 성 안팎 모두에게 지옥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울산성을 사수(死守)하기 위한 왜군의 총집결도 패전의 한 원인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수군과 육군을 총출동시켜 울산성으로 모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순천왜성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까지 구원병으로 출정했다는 사실이다. 평소 극심한 반목 관계였던 이들이 생사 위기 앞에 전면적으로 협력한 모습은 당시 일본군에게도 울산성 수성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립된 성 안의 풍경은 참혹했다. 보급이 끊긴 일본군은 군마(軍馬)를 잡아 허기를 채우고, 말의 피와 소변으로 목을 축였다. 기록에 남은 이 장면은 전쟁이 영토와 명분을 넘어, 한 모금의 물과 한 점의 살점을 두고 벌이는 원초적 사투임을 증언한다. 당시 왜군 종군(從軍)승려 경념(慶念)의 일기에는 “성 안에 물과 식량이 떨어져 오줌을 받아 마시거나 말을 잡아먹었다“고 “말고기를 먹고, 흙벽을 긁어 먹거나 종이를 끓여 먹는 등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었다”고 적고 있다. 12월 엄동설한을 배경으로 전개된 전투에서 변변한 방한(防寒) 장비가 없었던 조선의 민초들의 동사자도 속출했다. 이 지옥 속에서 가장 이질적인 대목은 성벽을 넘나든 ‘물장수‘들의 이야기다. 매일 새벽, 물동이를 든 물장수들이 사선(死線)을 넘어 성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가져온 물 한 병을 금과 은으로 바꿨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에서 피어난 이 기묘한 상거래는 ‘상혼(商魂)‘이 절망의 끝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지독한 본성임을 말해준다. 산성에서의 경험은 생존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겼다. 가토 기요마사는 일본으로 돌아가 구마모토성을 쌓으며 무려 130개의 우물을 팠고, 다다미조차 고구마, 토란줄기로 만들어 비상식량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는 울산성에서 겪었던 고립과 갈증에 대한 공포가 형상화된 트라우마의 기록이다. 울산성 전투는 군사적 충돌 외,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탐하는지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보고서다. 금과 바꾼 물 한 병, 그리고 그 물로 연명했던 이들이 만든 찰나의 ‘시장‘은 전쟁의 명분보다 질긴 생존의 욕망을 증언한다. 울산성의 척박한 땅 위에 흐른 것은 피뿐만이 아니었다. 절망을 자양분 삼아 피어난 기묘한 상흔과 생존의 본능은, 42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사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31

[EBS 세계의 명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EBS 1TV ‘세계의 명화’는 31일 밤 10시 45분, 일본 영화의 대표적인 ‘슬로 무비’로 꼽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을 편성했다. 이 작품은 갈등 구조 없이 일상의 단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일본 영화 특유의 미니멀리즘(단순함으로 미를 추구하는 문화·예술적 사조)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핀란드 헬싱키. 주인공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이곳에서 일본식 가정식을 판매하는 작은 식당 ‘카모메’를 운영한다. 개업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외면으로 손님이 없었으나, 일본 만화 주제가에 관심을 둔 핀란드 청년 토미를 시작으로 미도리, 마사코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며 활기를 띤다. 영화는 이들이 식당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인물들이 음식을 분모(分母)로 교류하며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인간관계 모델을 시사한다. ‘카모메 식당’은 북유럽의 여유로운 풍광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고독을 놓치지 않는다. 흔히 복지국가나 낙원으로 인식되는 핀란드에도 슬픔, 외로움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전달한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 가업을 잇지 못하고 방황하는 커피 장인(匠人)의 에피소드는 판타지적 배경을 현실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장치다. 영화는 이들이 겪는 내면의 상처를 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감상적 환기를 유도한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여백’이다. 나오코 감독은 과장된 대사나 감정 과잉을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식재료를 손질하는 소리, 오니기리를 만드는 손동작, 시나몬 롤이 구워지는 과정 등 일상의 시청각적 요소들을 정교하게 배치해 영상미를 구축했다. 화려한 연출 기법 없이 담백한 연기와 차분한 배경만으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 영화 속 사치에(さちえ)는 타협하지 않고 오니기리와 같은 소박한 메뉴를 고집한다. 이는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일상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상징한다. ‘카모메 식당’은 일상이 잠시 궤도를 이탈했을 때, 음식을 나누는 단순한 행위가 개인에게 어떤 심리적 안전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31

윤명희 수필집 ‘내 마음의 못된 구석’ 발간

경주에서 활동 중인 수필가 윤명희(64)씨가 두 번째 수필집 ‘내 마음의 못된 구석’(교보문고)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한 글 45편을 묶은 것으로, 첫 수필집 ‘말대가리 뿔’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윤 수필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거주하다가 지난 2016년 “늦가을 나이에 고요를 찾아” 경주로 이주했다. 대구수필가협회와 경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단에 몸담은 지 20여 년. 그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라며 “무말랭이처럼 메마른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마른 가슴에 습기를 채운다”고 말한다. 이번 수필집은 과거 자신 안에 숨은 ‘못된 구석’을 마주한 성찰의 기록이다. “누군가를 섭섭해하고 미워했던 시간들, 시간이 흘러도 변명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작가는 “헛것을 붙잡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지난 시간이 아쉽다”고 고백한다. 특히 “‘그때 왜 그랬어?’라고 묻고 싶다가도, 상대 역시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야기를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책은 교보문고의 POD(Print On Demand) 시스템을 통해 출간됐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 편집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아 “새로운 창작의 매력”을 느꼈다는 윤 수필가는 “작은 진전이지만,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윤명희 수필가는 2008년 계간 ‘현대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구수필가협회와 경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첫 수필집 ‘말대가리 뿔’(2018)을 비롯해 ‘경상도 우리 탯말’ 등 다수의 공저를 출간했으며, 지역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다. 2022년 12월부터는 경북매일 Essay 필진으로 참여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31

포항문화재단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에 창작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최종 선정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6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 공모에서 창작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정으로 포항문화재단은 국비 9000만 원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는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한 창작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예술 콘텐츠로 제작‧확산하는 ‘문화의 발신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정작품인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은 포항시 송라면 하송리에 전해지는 ‘여인의 숲’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조선시대 실존 인물인 ‘김설보’ 여사의 삶을 중심으로, 여성의 선택과 실천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이어왔는지를 섬세한 서사로 풀어낸다. 작품은 지역에 깃든 기억과 관계의 의미를 무대 위에 담아내며, 오늘날 관객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포항문화재단은 2025년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의 예술적 가능성과 확장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본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재단의 대표 창작 공연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축제 및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공연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자원을 창작의 토대로 삼아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 콘텐츠로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축적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포항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9

포항문화재단, 청년들과 함께하는 머신아트랩 결과공유회 ‘Open Lab’ 개최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31일부터 2월 2일까지 머신아트랩 작업장(북구 우현동)에서 ‘그랜드 로보틱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머신아트랩 워크숍 결과공유전시회 ‘Open Lab(오픈 랩)’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동대학교 RISE 사업단이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과 Machine Art Lab.(Engine42 Inc.)이 공동 주관한 워크숍의 최종 마무리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워크숍에는 지역 내외의 대학생 등 청년 14명이 참여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Open Lab’은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한 결과 공유 행사로,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기존 전시방식에서 벗어나 창작이 이뤄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전자공학 △공연·영상 △디자인·홍보 △기획·예술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팀을 구성했으며,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팀원들과 협업하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전시에서는 각 팀의 작업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 중 겪은 시행착오와 해결 방식, 팀별 접근 법 등을 아카이빙 형태로 공유함으로써, 창작의 본질과 도전 정신을 관람객에게 생생히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 첫날인 31일에는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오전에는 시민 체험 프로그램으로 머신아트랩 소개 및 팀별 작품 설명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로봇(이아피)을 조작해보는 ‘내 친구 머신아트 : 나도 머신아티스트!’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워크숍 참여자, 관계자,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워크숍의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질 칠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Open Lab’은 결과물뿐 아니라 청년들의 실험과 협업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실행한 방식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그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머신아트랩(Machine Art Lab)’은 포항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창의융합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예술가와 기술자, 기획자가 함께 협업하여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움직이는 대형 기계작품과 퍼포먼스를 개발하며, 지역 내 창작 생태계 조성과 융합형 예술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8

대구문예회관, ‘2026 올해의 청년작가’ 5인 선정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삼보모터스 삼보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한 ‘2026 올해의 청년작가’ 공모에서 최종 5명의 작가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대구·경북 지역 연고를 가진 만 35~45세 청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시각예술 분야 지원 사업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권세진(회화), 방정호·서현규(이상 영상·설치), 이성경·이혜진(회화) 등 5인이 선정됐다. 2025년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총 61명의 작가가 지원했으며, 평면(42명), 입체(설치·7명), 미디어(영상·12명) 분야에서 고루 응모자가 몰렸다. 1차 포트폴리오 심사와 2차 면접 심사를 거친 결과, 동시대 시각예술의 감각과 태도를 독창적으로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지닌 작가들이 선정됐다. 권세진은 빛과 대기의 변화로 시간의 흔적을 회화에 담아내며, 방정호는 생명과 기술의 융합을 영상으로 시각화해 미래 생명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서현규는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의 존재론을 인공생명체의 진화로 풀어내고,이성경은 그림자와 반사된 풍경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회화로 표현한다. 이혜진은 사라지는 존재의 상실감과 삶의 일시성을 장소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조명한다. 선정 작가들은 창작 지원금과 도록 제작, 대구문화예술회관 내 스페이스 하이브 1~5전시실 제공, 평론가 매칭 등 전시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다. 오는 11월 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작가 세미나와 심사를 통해 대상 1인에게 삼보미술상과 함께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삼보문화재단과의 협력으로 지역 청년 작가들의 창작 역량을 키우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가 작가들이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확장하고, 지역 예술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7

TK 행정통합 “속도보다 주민 동의와 정당성이 핵심”

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서진국) ‘2026년 1월 정례회의’가 27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지난 1월 한 달간 경북매일에 실렸던 기사들을 되짚어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독자권익위원들의 경북매일 지면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정리했다. △서진국(전 포항시 북구청장) = 경북매일신문이 최근 1월 22일 자 등을 통해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를 지속적으로 기사화하고 있는 점은, 지역 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행정통합은 단순한 정책 협의나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시·도의 존립 구조와 주민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영일군과 포항시 통합 역시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추진되었고, 통합 이후에도 지역 간 갈등과 행정적 불균형이라는 과제를 남겼다는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TK 행정통합 논의는 시·도의회 논의나 행정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동의와 정당성이며, 충분한 설명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상준(향토사학자) = 21일 자 5면에 실린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수탈역사 담는다’ 기사를 잘 읽었다. 지금까지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는 ‘근대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일본인의 번영과 향수만 소비됐다. 그러나 그 번영은 조선의 어족자원과 지역민의 삶을 짓밟은 수탈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수탈의 역사를 지운 전시는 왜곡이며, 왜곡된 문화유산은 또 다른 가해다. 13년 만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재추진은 면죄부가 아니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아울러 관광을 위한 미화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실체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전시로 바뀌지 않는다면 국가등록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은 없다. 포항시가 10월까지 사업비 5000만원을 투입해 용역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번 용역에는 이 점을 고려하여 학술 자료 정리와 국가유산청 등록신청서 작성, 그리고 현장 조사 이전까지 전시물과 설명 문구 전반을 수정·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건의한다. △박춘순(전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 = 21일 홈페이지에 실린 ‘포항시 겨울 바다의 낭만과 먹거리 관광 마케팅 본격화’라는 타이틀의 기사에 의하면 포항시가 ‘겨울 바다의 낭만과 먹거리’를 앞세운 관광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겨울 바다와 제철 미식을 결합한 콘텐츠를 통해 겨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는데, KBS2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포항의 대표 겨울 별미인 과메기를 활용한 이색 요리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구룡포와 죽도시장, 호미곶 등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와 드라마 촬영지를 따라 걷는 여행도 겨울철 인기 콘텐츠라 한다. 또한 도심 속 물길을 따라 동빈항과 영일만을 감상하는 ‘포항 운하 크루즈’는 포항만의 겨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대표 체험으로 꼽힌다. 포항의 미래를 밝힐 대표적인 산업이 철강뿐 아니라 관광 문화가 대안일 수도 있겠다. △김미정 ODS 다문화교육연구소 포항지사장 = 16일 홈페이지에 실린 ‘경북교육청 다문화교육 선도학교·한국어 학급 공모 추진’ 기사를 잘 읽었다. 포항은 산업단지, 항만, 농어촌 지역의 이주 배경 가정 증가로 다문화 학생이 급증하며 교육 현장의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언어 장벽, 학습 격차, 또래 관계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경북교육청의 다문화 교육 확대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의 단순 ‘적응 지원’에서 나아가 ‘다문화이해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모든 학생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미래 지향적 교육으로, 교내 갈등을 줄이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시민 육성의 토대가 된다. 포항의 산업 구조와 인구 변화를 고려할 때 다문화이해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교에서의 작은 변화가 지역 사회의 건강한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자(라온재심리상담연구소장) = 22일 홈페이지에 실린 ‘한강 소설, 전미 NBCC 어워즈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 올려’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 중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번역본 역시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아 해외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는 한강의 문학적 성취가 언어 장벽을 넘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자임에도 소박한 행보로 주목받는 작가의 모습은 더욱 의미 깊다. △류영재(전 포항예총 회장) =23일 자에 게재된 시민기자의 “우리는 어떤 리더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기사는 6·3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에서 시의적절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개그맨 고(故) 전유성이 청도를 떠나며 방치되었던 ‘철가방 극장’의 철거와 그 자리에 새롭게 추진 중인 ‘청도문화살롱’ 건립의 과정을 조명하며, 행정권한의 잘못된 사용은 결국 지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가장 가까운 정치이므로 지자체장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능력 뿐 아니라 소통의 자세,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 그리고 권력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요구된다. 곧 다가올 6·3지방선거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는 단순히 인물을 바꾸는 절차가 아니라 우리 지역을 위해 행정권한을 책임 있게 사용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황병기(전 포항시 도시해양국장) = 23일자 19면에 게재된 ‘영일만항 북극항로 관문 역할, 국가 계획으로’ 제하의 사설에 의하면 정부는 국정과제인 북극항로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올 상반기 중 북극항로 거점항만 조성 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할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부산을 해양수도로, 부산-울산-경남을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며,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포항, 여수, 광양, 진해, 부산, 울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벨트 조성이 목표라 한다. 영일만항의 북극항로 관문항 역할은 현재의 정부 구상대로라면 반드시 수행돼야 하고 영일만항은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강점을 갖추고 있다. 애초부터 정부 항만 계획에 대북전진기지, 환동해 중심항만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철강과 이차전지와 같은 배후산업이 발달해 산업지원 측면에서 영일만항의 존재감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노정구(포항대 학생입학처장) = 대구·경북 전시&공연 라인업 시리즈<1>로 지난 6일 자에 보도되었던 대구콘서트하우스 편에 이어서 시리즈<2>로 구성된 19일 자 대구미술관 편을 관심있게 살펴보았다. 2026년에 개관 15주년을 맞은 대구미술관은 ‘시대정신을 품은 미술관’을 새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시·교육·연구 역량 강화와 시민 소통 확대에 나선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총 9회의 전시를 기획 중이며, 전통 서화부터 프랑스 유명 미술관과의 국제전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교육, 수집 및 연구 분야도 광역시의 위상에 걸맞게 계획하고 있다니 최근 제2관의 건립에 착공한 포항시립미술관과 인근 지자체의 미술관 간의 협력 방안도 논의해 볼만한 일이다. △이형(포항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 12일 자 14면 ‘여국현 시인 ‘한국 현대 서정시’ 출간 기념 북콘서트’ 기사에 의하면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씨가 직접 시를 선정하고 시적 감성을 살린 영문으로 번역한 ‘한국 현대 서정시’를 출간, 이를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젝트로 한국 문학과 영어권 문학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시와 번역의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기대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 등 타 지역의 문인들과 포항문인협회, 문예아카데미 회원들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하여 열기를 더했는데, 지역 문학인들의 소망으로 수년째 추진을 이어오고 있는 한흑구문학관 건립의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민규(포항 대동중 교장) = 23일 홈페이지에 실린 '경북교육청 학년 전환기 학생 위한 마음성장학년제’ 본격 운영이라는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MZ세대’니 ‘신인류’라 부르며 그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성세대인지라 자연히 전환기 학생들의 마음성장에 관심이 끌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경북교육청이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정서교육 학년제인 ‘마음성장학년제’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한다는데, 학년 전환기에 겪는 정서적 불안과 관계 갈등을 예방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실 속에서 사회정서역량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경북교육청의 ‘마음돌봄정책’ 시행을 적극 환영하며, 학교 내의 사회성 학습이 향후의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으로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7

“시민·공간·콘텐츠 연결 플랫폼 강화, 포항만의 잠재력 극대화”

포항시가 출자출연기관인 (재)포항문화재단 이상모(63)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했다. 지난 2년간 보여준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문화 정책 추진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이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8년 1월 4일까지 2년이다.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포항문화재단을 대표해 재정과 사무를 총괄하며 지역 문화예술 진흥 및 발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시민 문화 향유 증진 등 문화예술 관련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부의장 수석비서관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인재교육원 교수와 (재)독도재단 대표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2024년 1월, 제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포항문화재단을 재정비하며 디지털 전환, 글로벌 협력 강화, 예술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사업들을 추진했다. 지난 25일 그를 만나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로 3년째가 된다. 그동안 가장 주력한 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포항문화재단은 문화복지 강화, P(Pohang)-콘텐츠 산업 육성, 문화플랫폼 확장을 통해 도시 문화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문화복지에서는 놀이형 전시 ‘우당탕탕! 지구탐험대’로 9600명의 관람객을 유치했으며, 4억8000만원 규모의 문화예술교육 예산을 확보해 생애주기별 프로그램(꿈의 오케스트라, 생활예술 교육 등)을 운영했다. P-콘텐츠 부문에서는 지역 설화 기반 공연 ‘설보:여인의숲’ 제작과 ‘2025 포항국제음악제’에서 동해안 별신굿을 창작·초연했다. 또한 AI·로봇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창작 지원으로 청년층의 혁신적 실험을 뒷받침했다. 문화플랫폼으로는 동빈문화창고 등 재단 공간을 연간 12만 명이 찾는 문화 허브로 성장시켰고, 시민 주도 플랫폼 ‘판플러스’로 생활문화를 활성화했다. APEC 연계 포항 불꽃&드론쇼와 전통 낙화놀이+미디어아트 결합 행사로 기술과 전통의 융합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포항문화재단은 지역 자원 활용과 시민 참여 확대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 도시 기반을 마련했다.   -성과의 비결이 궁금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전환의 흐름 속에서 문화가 도시의 미래를 이끄는 힘이 되도록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문화복지와 문화민주주의 실현, P-콘텐츠 산업 육성,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문화플랫폼 구축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의 문화를 다시 깨웠다. 예술이 시민 곁으로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공연·전시·창작 지원을 확대했다. 다양한 국비 공모를 통한 우수공연을 유치하고 자체기획 전시를 더욱 확대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예술을 일상에서 만나는 기회를 열었다. -포항문화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변화가 필요한 지점도 있을 텐데. △2026년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 산업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도시는 문화 경쟁력을 새로운 생존 조건으로 요구받고 있다. 문화는 이제 선택적 여가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 활성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문화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특히 창립 10주년을 맞아 ‘환동해 문화중심도시 포항’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3대 전략, 13개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올해 계획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2026년 3대 전략은 첫째, 문화복지 강화를 통한 일상 속 문화 확산 둘째, 포항형 원천 스토리와 지역 자원을 활용한 P-콘텐츠 산업 육성 셋째, 문화와 공간, 콘텐츠의 점, 선, 면을 연결하는 문화플랫폼 구축이다. 구체적으로 공연·전시 체계 정비, 생활문화 거점 ‘판플러스’ 사업, 문화기획 인재 양성을 통해 문화 접근성 확대, ‘김설보:여인의 숲’ 뮤지컬 제작, SODO 프로젝트, 첨단기술과 예술 융합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 산업 성장을 추진한다. 해양문화와 예술·기술을 결합한 동빈문화창고 융복합문화 허브 조성을 통해 시민·공간·콘텐츠가 연결되는 플랫폼을 강화할 것이다. -“포항만의 잠재력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해 왔는데. △취임하면서 지방이 문화의 수신자에서 발신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포항의 대표 축제랄 수 있는 ‘포항 국제불빛축제’는 라이트아트로 빛 콘텐츠를 강화했고, ‘장기유배문화축제’는 유배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켜 문화·관광·교육을 아우르는 도시형 축제로 도약했다. 포항 고유의 이야기인 북구 송라면 하송리 ‘여인의 숲’을 조성한 조선시대 실존 인물인 김설보 여사의 서사를 특화 공연 콘텐츠로 제작해 지역 자원 기반의 새로운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제5회 2025 포항국제음악제’는 동해안 별신굿 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곡 초연 등으로 포항의 문화적 위상과 국제적 연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202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SODO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환동해 공예산업 특화지역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SODO 프로젝트’는 Symbiosis of Design & Origin의 약자로, ‘디자인과 근원의 공생’을 뜻하며, 산업의 기억 위에 예술의 터전을 세우려는 중장기적 공예산업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스틸아트공방, 동빈문화창고1969, 꿈틀로 창작지구를 연계해 구도심을 공예·융합예술 중심의 문화산업 벨트로 육성하고, 금속, 유리, 지화, 특수소재 등을 활용한 포항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2024년에 쇼케이스 공연으로 선보인 그랜드 로보틱스 퍼포먼스는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때 성공적인 데뷔를 하지 않았나. △지난해 10월 29일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준비한 ‘불꽃&드론쇼’에서 소개됐다. 시민과 관광객, APEC 경제인들까지 총 8만 명이 몰리며 장관을 이뤘다. 포항문화재단이 제작한 그랜드 로보틱스 ‘이아피’가 포항의 도시 재탄생을 주제로 한 SF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취임 직후부터 ‘수신지에서 발신지로!’를 모토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이 있나. △예전의 포항은 철강 도시였다. 이젠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포항은 도시 자체가 문화적 자산이다. 포항이 문화로 재밌고, 친절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 사라진 옛 포항의 유산, 기억들을 미디어 아트 등 첨단 현대 기술로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빛축제는 도시투어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고 스틸아트 작품 아트 투어도 좀 더 고급지게 상설화해서 일상적으로 포항의 아름다움을 시민, 외지인들에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린다. △문화예술 발전기금 조성을 통해 재단의 재원 구조를 안정화하고, 브랜드형 기금 모델과 후원 방식 다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마련하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6

[역사 인문학] 단종의 시신을 거둔 용기, 엄흥도가 남긴 교훈

성서에서 장엄한 장면 중 하나는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의 시신이 매달린 십자가 아래로 다가가는 대목이다. 처형된 이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단순한 장례를 넘어, 빌라도의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결단이었다. 이런 도덕적 저항의 서사는 중국의 사서에서도 발견된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중상모략에 의해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졌을 때, 백성들은 북을 치고 음식을 던지며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그것은 억울한 죽음 앞에서 공동체가 선택한 최후의 예우였으며, 훗날 단오(端午)라는 거대한 문화적 의례로 승화되었다. 시대와 지역은 달라도, 권력이 버린 죽음을 인간이 거두는 행위는 인류 역사의 서사로 흐르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이 보편적 윤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조선 영월의 민초, 엄흥도(嚴興道)다. 세조에 의해 폐위, 시해된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당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금기(禁忌)였다. 시신에 손을 대는 순간 삼족이 멸하리라는 공포가 영월 땅을 짓눌렀다. 하지만 엄흥도는 밤의 어둠을 틈타 왕의 시신을 수습했다. 칼을 든 군사도, 녹을 먹는 관료도 아닌 한 명의 민초가 왕권의 폭력이 남긴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그의 충절은 일회성 용기에 그치지 않았다. 엄흥도는 가솔을 이끌고 깊은 은거를 택했다. 족보마저 없애며 세상과 절연한 채 스스로를 지웠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마을 사람들의 태도다. 관청이 사라진 그들의 행방을 쫓았으나, 주민들은 그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짐작하면서도 끝내 함구했다. 역사 정의의 회복은 200여 년 후에 찾아왔다. 숙종 대에 이르러 단종이 복위되자 엄흥도 역시 공조판서로 추증되며 ‘충의(忠義)’라는 시호를 받았다. 그가 밤새 눈물을 흘리며 시신을 안장했던 자리는 오늘날의 ‘장릉’(莊陵)이 되었고, 그의 이름은 그 능역의 수호자로 영원히 각인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수습과 의리’의 정신이 가문의 전통을 타고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엄흥도의 직계 후손 엄항섭(嚴恒燮)은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항일 투쟁의 중심에 섰다. 또 다른 후손 산악인 엄홍길은 히말라야의 차가운 눈 속에 갇힌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건 ‘휴먼원정대’를 이끌었다. 가문의 윤리가 시대에 따라 항일 정신으로, 또 동료애적 인본주의로 변주되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역사는 대개 승자의 기록을 화려하게 장식하지만, 엄흥도의 선택은 패자의 마지막을 지켜낸 자가 쓴 소리 없는 기록이다. 그는 격문을 쓰지도, 창칼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다만 버려진 시신을 정성껏 거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가장 인간적인 행위가 왕권의 폭압에 맞선 가장 강력한 저항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참된 충(忠)과 의(義)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24

[EBS 세계의 명화] ‘4인의 프로페셔널’ … 해결사로 나선 서부 최고의 총잡이 4인

EBS ‘세계의 명화’는 오는 24일 밤 10시 45분, 고전 서부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4인의 프로페셔널’(The Professionals, 1966)을 방영한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기존 서부영화의 선악 구도를 비틀며 장르의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1917년 멕시코 혁명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텍사스의 부호(富豪) 그랜트는 아내 마리아가 멕시코 혁명 지도자 라자에게 납치됐다며 서부 최고의 전투 전문가 4명을 고용한다. 혁명가 출신 전략가 리코(리 마빈), 말 다루기에 능한 에렌가드(로버트 라이언), 다이너마이트 전문가 돌워스(버트 랭카스터), 사막 지형에 밝은 제이크(우디 스트로드)는 거액의 보수를 약속받고 멕시코 사막으로 향한다. 그러나 치열한 구출 작전 끝에 이들이 마주한 진실은 예상과 다르다. 마리아는 납치된 피해자가 아니라, 소유욕 강한 남편에게서 벗어나 옛 연인 라자에게 돌아간 인물이었다. 거짓에 기반한 의뢰였음을 깨달은 ‘프로페셔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영화는 통쾌한 반전과 함께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인디언이나 멕시코인을 적으로 설정하던 전통적 서부영화에서 벗어나, 미국 자본과 탐욕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과거 혁명을 함께 꿈꿨던 리코와 돌워스가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과정은 인물의 내적 갈등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대사 곳곳에 배어 있는 유머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깊이를 더한다. ‘4인의 프로페셔널’은 그의 연출 역량과 배우들의 개성이 가장 빛나는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가장 현대적인 서부영화’로 회자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24

한강 소설, 전미 NBCC 어워즈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 올려

한국 문학이 다시 한 번 미국 문학계의 중심 무대에 섰다. 작가 한강의 소설이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0일(현지시간) 2025년 NBCC 어워즈 소설 부문 최종 후보 5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 번역본이 포함됐다. 영어 제목은 We Do Not Part로, 번역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맡았다. NBCC 어워즈는 미국 문학계에서 ‘비평가의 선택’으로 불린다. 출판사나 판매 성과보다 작품성 자체를 중시하는 상으로, 언론과 출판계에서 활동하는 전문 도서 비평가들이 직접 심사한다. 상금은 없지만, 한 해의 문학적 성취를 가장 엄정하게 가려낸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무엇보다 큰 명예로 여겨진다. 1974년 뉴욕에서 창설된 NBCC는 이듬해부터 매년 영어로 출간된 책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왔다. 시와 소설, 논픽션, 전기 등 부문별 수상작은 곧바로 미국 문학사의 중요한 좌표로 기록된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최종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작품성과 작가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셈이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실과 기억, 그리고 끝내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층위를 절제된 문장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번역본 역시 원작의 정서를 해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후보 선정은 한강의 문학 세계가 언어의 경계를 넘어 독자와 비평가 모두에게 닿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2025년 NBCC 어워즈의 최종 수상작은 오는 3월 26일 발표된다.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문학은 이미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호명되고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22

“포항의 문화유산은 시민 모두의 자산”

“조선 시대 포항의 선조들이 성리학을 토대로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며 남긴 유산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당장의 현실에 치우쳐 학문과 문화로 시대를 이끌었던 그 정신을 잇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소홀해지고 있지는 않을까요?” 최근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김윤규 한동대 명예교수(문학박사)는 1996년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포항문화의 뿌리와 원천을 연구하고 학술적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인문학자다. 그동안 ‘죽장입암시가산책’ 등 21건의 저서와 ‘국역암재창수록’ 등 18건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포항고전문학사 시론’ 등 48건의 논문을 발표하며 고전 및 향토사 연구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우리 정체성의 근간이자 문화적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초석인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포항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되셨다. 문화원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인 연구소를 소개해 달라. △포항문화연구소는 1996년 포항문화원 부설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어, 지역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온 싱크탱크다. 연구소는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 성과가 시민의 삶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초대 배용일 교수님을 비롯해 역대 소장과 연구위원들께서 포항학의 기초를 다져오셨고, 김삼일 교수님에 이어 올해부터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현재 연구소에는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 열세 분이 매년 포항 관련 단행본 발간과 신규 연구, 시민 대상 연구 성과 공유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연구소의 단기·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특히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포항에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민께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포항의 옛 지도와 고문헌을 시민에게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는 열린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포항 시민이 지역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수준 높은 문화 자료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도록 연구 성과를 집적·정리하여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타 지역과의 비교 연구나 국제적 협력 계획이 있는가? △연구소는 그동안 입암 시가, 유배문학, 서원, 독립운동, 민속, 지리지 등 다양한 주제로 단행본 15권을 포함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축적해 왔다. 포항 문화 연구는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과의 교류는 물론 일본 학자들과의 학술 토론, 대학과의 연구 협력도 지속해 왔다. 특히 환동해 해양문화,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문화 변화는 국제적 비교 연구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 -포항만의 문화적 정체성과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본래 인문적 전통이 깊은 1차 산업 중심 지역이었던 포항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스스로의 문화적 뿌리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 포항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권과 전통, 산업과 장인 정신이 공존해 온 매우 다층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포항의 큰 장점이다. 이제는 산업화의 성취 위에서, 우리 삶을 문화적으로 품위 있게 누리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조상들이 누렸던 문화적 품위에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 문화유산을 전파하기 위한 계획은?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기는 가치다. 연구소는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적 내용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다행히 포항에는 우수한 대학과 연구 인프라가 있으며, 인문학과 기술이 결합할 여건도 충분해 지역사회와 협력한다면 포항만의 인간 중심적 디지털 문화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 참여를 위한 계획은? △포항문화연구소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 현장이다.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연구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청소년이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성취를 인정받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마을의 지명, 전설, 놀이를 직접 조사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는 경험도 제공하고 싶다. 이러한 경험이 청소년의 자존감을 높이고, 포항문화의 미래를 밝히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포항의 문화유산은 단순한 행정 관리 대상이 아닌 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이해하고 찾고 즐기는 사람이 곧 주인이다. 우리 지역에는 서원과 정자, 문헌과 무형의 유산이 풍부하며, 그 공간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존재한다. 문화연구소는 언제든 시민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19

[EBS 세계의 명화 ‘아마겟돈‘] 인류 멸망 앞에 선 석유시추공들의 대활약

EBS ‘세계의 명화’는 17일 밤 10시45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아마겟돈‘(Armageddon·1998)을 방영한다. 브루스 윌리스, 빌리 밥 손튼, 리브 타일러, 벤 애플렉 등 당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영화는 평화롭던 지구에 쏟아진 대규모 유성우(流星雨)가 뉴욕시를 초토화시키며 시작된다. 이를 분석한 나사(NASA) 과학자들은 텍사스 크기에 맞먹는 초대형 운석(隕石)이 18일 후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인류 멸망은 불가피한 상황. 과학자들이 제시한 유일한 해결책은 운석에 핵폭탄을 설치해 폭파하는 것이다. 이 임무를 위해 최고의 굴착 전문가 해리(브루스 윌리스)와 석유시추공들이 차출돼 두 대의 우주왕복선 ‘자유호’와 ‘독립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임무는 순탄치 않다. 러시아 우주정거장에서 연료 보급 도중 대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운석 착륙 과정에서 한 척의 우주선이 추락하는 등 위기가 이어진다. 살아남은 대원들은 지구의 운명을 걸고 극한의 환경 속에서 운석에 구멍을 뚫는 마지막 작업에 돌입한다. ‘아마겟돈’은 약 6500만년 전 공룡 멸종을 초래한 운석 충돌 가설을 바탕으로, 인류가 다시 한 번 종말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설정을 그린다. 특히 전쟁 전문가나 과학자가 아닌 석유시추공들이 인류의 구원자로 나선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같은 해 개봉한 ‘딥 임팩트’와 자주 비교되지만, ‘아마겟돈’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감성적인 가족 서사, 블록버스터적 재미로 더 큰 흥행 성과를 거뒀다. 영화의 마지막, 해리가 딸과 나누는 이별 장면은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17

[인문학 산책] ‘무사 백동수’를 통해 본 조선시대 무반의 실체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흔히 ‘문과의 나라’를 떠올린다. 이는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었다. 학계의 통설을 종합하면 조선 전기부터 말기까지 무과 급제자는 약 1만7000명~1만9000명으로, 문과 급제자 약 1만5000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무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그들의 처우였다. 무과 급제자들의 진로는 대체로 정해져 있었다. 중앙에서는 훈련원·오위도총부·내금위(內禁衛) 등 군사 실무 부서, 지방에서는 병마절도사·수군절도사·첨사·만호(萬戶) 등 군직이 전부였다. 정승이나 판서 같은 최고위 관직으로의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병조판서조차 문과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무과 급제가 곧 정치 엘리트의 길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봉록과 경제적 처우도 넉넉하지 않았다. 초임 품계는 낮았고, 전쟁이나 뚜렷한 군공(軍功)이 없으면 승진은 더뎠다. 특히 비교적 평화가 길었던 조선 중·후기에는 무인은 “할 일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무관 급제에는 시간과 경제력도 많이 소요되었다. 선산 출신 무관 급제자 노상추(盧尙樞, 1746-1829년)는 그의 일기(盧尙樞日記)에서 ‘24세에 무과에 뜻을 두었고 34세에 이르러서야 급제의 꿈을 이루었다’고 적고 있다. 유명 무인 가문으로는 △덕수 이씨: 이순신 가문 (무인의 상징) △수원 백씨 △광주 안씨: 조선 후기 무과 다수 배출 △청주 한씨:(문·무 병존, 무반 인맥 강함) 등이 있다. 이들 가문 공통점은 전시(戰時)에 존재감이 커졌다가 평화기에는 상대적으로 가문의 세(勢)가 위축 된다는 점. 무과 급제자들은 법적으로 분명 양반이었다. 그러나 체감되는 사회적 위상은 문과 양반과 달랐다. 혼인(婚姻) 시장에서 불리했고, 가문을 대대로 유지할 힘도 약했다. 문과 진출에 실패한 무반 가문은 점차 향촌에서 군반(軍班)이나 하위 양반으로 인식되며 주변화되었다. 역관(譯官)·의관(醫官)처럼 중인층을 형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활에서 느끼는 위상은 중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수원 백씨는 대표적인 무반 가문으로 자리 잡았다. 문과 명문이 아닌, 대대로 무과와 군직을 중심으로 가문을 이어온 집안이다. 변방과 해안 방어, 전시의 실무에 강점을 가진 ‘군사 전문 가문’이었다. 이 가문에서 태어난 인물이 바로 야뇌(野餒) 백동수(白東脩)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백동수의 무예를 보고 ‘인재(靭齋:백동수의 호)는 홀로 다른 세상에서 노니는 듯 했다’고 적고 있다. 백동수는 무과 급제자였고, 정치 엘리트는 아니었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신분이 아니라 시대적 만남이었다. 정조는 조선에서 드물게 문과 무의 균형을 고민한 군주였다. 친위 군사 장용영(壯勇營)을 강화하고, 실전 무예의 체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동수는 ‘무예도보통지’ 편찬을 주도하며 조선 무예의 표준을 세운 인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예외였다. 정조 사후 장용영(壯勇營)은 약화됐고, 무예와 무반에 대한 경시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백동수 개인은 빛났지만, 무과 전체의 위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의 인생 후반도 초라했다. 말년엔 정조의 승하 이후 노론으로부터 벼슬에서 축출되어 유배당함으로써 기록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검(劍)은 있으나 자리는 좁았다. 조선의 무과는 숫자로는 결코 소수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좁았다. 백동수는 무인의 신분 상승을 증명한 사례라기보다, 구조 속에서 잠시 허용된 예외였다. 그 예외가 오히려 조선 사회가 얼마나 단단한 문과(文科) 중심 구조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17

조선은행 폭파 의거 장진홍 의사 항일투쟁기 소설로 출간

일제강점기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장진홍 의사의 삶을 소설로 정리한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이 대구 도서출판 학이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언론인 출신 김신곤 작가가 집필한 역사소설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진홍 의사의 항일투쟁 행적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했다. 조선은행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금융과 자본을 통제하던 식민 통 기구였다. 장진홍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를 감행했으며, 이는 국내 항일 무장투쟁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으로 장진홍 선생은 1929년 체포돼 1930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책은 이 의거를 중심으로 장진홍 의사가 만주와 러시아 하바롭스크,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거쳐 독립운동을 이어간 과정을 시간 순으로 추적한다. 1895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장진홍 의사는 한주(寒洲) 이진상 (李震相)으로 대표되는 한주학파의 사상적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한주학파 문인 겸와(謙窩) 장지필 선생에게서 항일정신을 배우며,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실천적 태도를 삶의 지표로 삼았다. 책은 이러한 사상적 배경이 무장투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차분한 시선으로 서술한다. 또한 심산(心山) 김창숙을 비롯한 유림 인사들과의 교류, 만주와 연해주 지역에서의 독립운동 활동, 체포 이후 옥중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담았다. 개인의 삶을 넘어 당시 유림 계열 독립운동의 흐름과 시대 상황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이사 신중현 대표는 “한 독립운동가의 선택과 행적을 통해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의 또 다른 단면을 조명한다”며 “이 책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15

포항 임허사 석조보살좌상,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 지정

‘포항 임허사 석조보살좌상’이 경북도 문화유산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도 지정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북구 흥해읍에 있는 임허사가 소장한 포항 임허사 석조보살좌상은 경주 지역에서 산출되는 불석을 사용했고, 신체 비례와 의복 주름의 표현에서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의 형태적 특징이 함께 드러난다. 특히 복부의 W자형 주름과 안정된 하반신 비례는 조선 후기 석조불상의 전형적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또, 본래 보살좌상으로 조성됐다가 후대에 지장보살좌상으로 변용된 사실은 사찰 신앙의 변화와 존상의 활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이처럼 임허사 석조보살좌상은 조선후기 불교 조각사의 양식적 전개와 신앙적 변용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으로 역사·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불상을 소장한 임허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천연기념물인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지 옆에 있다.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부처님의 힘으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경내에는 대웅보전과 산령각이 있다. 이팝나무 군락지는 고려말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 20여 그루가 있으며 매년 5~6월경이면 하얀 꽃이 만개해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다. 임허사는 국가유산청의 ‘2026년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돼 ‘이팝나무 아래 명상과 쉼을 함께 하며(예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포항시에는 이번에 지정된 ‘포항 임허사 석조보살좌상’을 포함하면 국가지정유산 29건, 도지정유산 58건, 국가등록문화유산 2건으로 총 89건의 국가유산이 있다. 달전재사, 보경사 소조비로자나삼존불좌상, 오어사 대웅전 등에 관한 국가유산 지정(승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1-15

여국현 시인 ‘한국 현대 서정시’ 출간 기념 북콘서트

포항 출신의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씨가 번역한 현대 한국 서정시 선집 ‘한국 현대 서정시’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오는 17일 오후 3시 포항 송도동 조선소커피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한국 문학과 영어권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시와 번역의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 현대 서정시’는 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젝트로, 고두현, 김명리, 나종영, 맹문재, 이송희 등 한국 대표 시인 36명의 작품 72편을 한글 원문과 영어 번역문으로 수록했다. 번역은 여국현 박사(전 상지대 겸임교수, 현 중앙대 강사)가 맡아 시의 정서와 미학을 원어민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3년간 공들여 작업했다. 2022년 3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웹 매거진 ‘시인뉴스포엠’에 연재된 번역 작품들을 재구성했으며, 일상 속 삶의 의미를 탐구하거나 생태적 상상력, 사회적 상실감 등을 주제로 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진행을 맡은 권양우 낭송가는 “한국 현대시의 정수를 영어권 독자들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번역된 점이 특별하다”며 “시인과 번역가가 직접 참여해 작품의 배경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책에 표사를 통해 “가장 적절한 번역가가 가장 적합한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했다고 상찬을 한 오민석 단국대 명예교수와 번역시가 실린 포항의 서숙희·손창기·최라라 시인과 서울의 장우원 시인 등도 참석해 독자들과 함께 출간을 축하하고 소통할 예정이다. 행사는 △여국현 박사의 번역 과정 소개 △대표 시 낭독(한글·영어 병행) △참여 작가들과 청중의 Q&A 등으로 구성된다. 권양우 낭송가는 경북포항시낭송협회 대표이자 권양우의 낭독사랑방 운영자로, 시와 작가, 독자를 잇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학을 매개로 한 나눔과 치유, 소통에 힘쓰고 있다. 여국현 시인은 “시를 번역하며 느낀 한국어의 정수가 독자들에게 오롯이 전해지길 바란다”며 “이번 콘서트가 문학으로 세대·문화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