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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외국인 관광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지난달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6.7% 늘고, 중국, 일본, 대만 순으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년 4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방한객 수는 170만7113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163만명)대비 4.4%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4만32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25만7903명), 미국(15만3381명), 대만(15만1613명), 필리핀(6만9393명) 순으로 집계됐다. 홍콩은 전년 대비 방문객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달 6만4591명이 한국을 찾아 전년 같은 달(4만2654명)보다 51.4%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은 2019년 같은 달보다 각각 89.9%, 88.9%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대만, 필리핀 시장은 각각 49.6%, 34.1%, 4.3% 늘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중동, 동남아 시장이 99.1%, 구미주 시장은 144.5% 회복했다. 올해 1~4월 방한객은 55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2019년 동기 대비로는 101.8% 수준이다. 해당기간 국가별로 보면 중국(157만명), 일본(104만명), 대만(55만명), 미국(43만명), 필리핀(19만명) 순이다. 한편,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14만9577명으로 전년 동월(211만954명) 대비 1.8% 늘었다. 2019년 동월 대비 95.7% 수준이다. 1~4월 국민 해외 관광객은 995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8.4% 수준을 회복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K팝 ‘대합창’ 물결로 들썩이는 원주

원주에서 합창을 주제로 한 k팝 무대가 펼쳐진다. 원주문화재단은 오는 7~8일 ‘2025 원주 에브리씽 페스티벌’(WESF 2025)을 연세대 미래캠퍼스 노천극장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관객 참여프로그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축제 동선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날 오후 3시 메인무대에서 진행되는 ‘쇼콰이어 경연’은 축제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무대형 합창 무대로 펼쳐진다. 본선 무대는심사를 거쳐 선정된 강원지역 8개팀과 서울지역 1개팀 등 9개팀이 ‘K-팝‘ 을 주제로 경연을 펼친다. 각 팀은 관객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전용 하우스밴드의 라이브 반주가 더해져 풍성한 사운드와 생생한 현장감을 전할 예정이다. 축제 첫날인 7일에는 싱어송라이터 황가람,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감각적인 밴드 소란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둘째 날인 8일에는 담백한 목소리로 진심을 노래하는 최유리, ‘믿고 듣는 밴드’로 떠오른 너드커넥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무대를 채운다. 축제는 사전 예매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외에도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시민 대합창을 비롯해 에브리씽 포토부스 및 포토존, 리듬펀치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푸드트럭이 상시 운영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6월의 평창, 청옥산 자락에 펼쳐진 샤스타데이지 천국서 인생샷 ‘찰칵’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해발 1,200m 청옥산의 능선 끝자락에 ‘육백마지기’라 불리는 고원이 있다. 육백마지기는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은 들판’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축구장 여섯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광활한 초원이 산허리를 따라 펼쳐진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 길은 험하지만, 점점 시야에 들어오는 풍력발전기가 운치 있는 여정을 예고한다. 회전하는 거대한 날개 너머로 손에 닿을 듯 내려앉은 구름과 맑은 하늘이 이어진다. 자동차 창밖 풍경만으로도 여행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육백마지기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까지가 가장 아름답다. 초원 위로 ‘샤스타데이지’가 물결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하얀 꽃잎에 노란 중심을 가진 이 꽃은, 일명 ‘계란 프라이 꽃’이라 불린다. 꽃 하나의 모습은 친근하지만, 초원을 가득 메우면 그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한 송이의 화려함보다 수만 송이가 만들어내는 조화의 미학이다. 꽃 사이를 걷다 보면, 누구라도 사진기를 꺼내 들게 된다. 이곳은 굳이 포토존을 찾지 않아도, 발길 닿는 모든 곳이 명당이다. 주변을 둘러싼 산세, 청명한 평창의 하늘, 그리고 초원의 선율이 겹겹이 그림이 된다. 그래서일까, 이 시기에 육백마지기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고생하지 않아도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드넓은 하늘 아래, 능선을 타고 흐르는 구름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바람은 햇살에 데운 몸을 식혀주고, 곳곳에 있는 풍력발전기는 거대한 실루엣을 천천히 회전시킨다.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이 시작되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웨딩 촬영을 위해 오기도 하고, 노을이나 별빛을 담기 위해 삼각대를 세우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에서 머무는 ‘차크닉(차+피크닉)’이나 ‘차박’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새벽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육백마지기는 일몰 무렵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겹겹이 이어지는 산능선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그 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하루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더라도, 해 질 무렵의 풍경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유가 있다면,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다. 산속의 밤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깊다. 해가 지고 난 뒤 펼쳐지는 밤하늘은 한 폭의 우주다. 수천 개의 별이 쏟아질 듯 내려앉고, 그 아래는 오직 바람과 풀벌레 소리뿐이다. 도시의 화려한 야경도 이곳의 자연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새벽이 되면, 초원은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흙내음, 풀 향기, 새벽 이슬에 적신 바람.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시간이 주는 고요함은 깊고 신비롭다. 차박 없이 이른 시간에만 다녀가더라도, 이른 아침의 정적은 도심에선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 평창 육백마지기는 꽃과 바람, 별과 하늘이 어우러진 고요한 고원의 낙원이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은 발걸음을 옮긴 이들만의 몫이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이곳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가는 것은 어떨까? △ 여행팁 초원의 한쪽에는 소박한 카페와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평창의 지역음식(로컬푸드)과 음료를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음식이나 음료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해가 진 뒤 하산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물안개 너머 고요한 시간의 풍경 화순 세량지

◇ 자연의 품과도 같은 수묵화 풍경 화순의 세량지 여름의 햇살은 유난히 사려 깊다. 먼 길을 달려온 바람조차 조심스레 숨을 죽이는 아침, 고요히 펼쳐진 물 위로 나뭇잎이 떨구는 그림자 하나까지 섬세하다. 화순의 작은 저수지 세량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969년 조성된 이곳은, 이름난 호수들에 비해 크지 않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한 장의 사진, 한순간의 찰나가 이 평범한 저수지를 세상에 알렸다. CNN이 꼽은 ‘한국의 꼭 가봐야 할 50곳’에 이름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세량지가 있는 마을의 이름은 세량리다. 세량리는 1395년 남양 홍씨가 최초 입향하면서 샘이 있는 마을이란 이름으로 ‘새암골’로 불리게 됐다. 새암골은 세월이 흐르면서 세양동이 됐다가 1914년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세량리로 바뀌었다. 세량리에 있는 조그마한 저수지는 세량지 혹은 세량제로 불리게 됐다. 세량지를 둘러싼 흙을 다져 만든 둑은 고작 50m 남짓이지만, 새벽 무렵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연분홍 벚꽃이 피는 늦봄에는 전국의 사진가들이 해마다 이 시기를 벼르며 삼각대를 세우며 새벽을 지새운다. 하지만 세량지는 단지 ‘사진 찍는 장소’로 기억될 수 없는 곳이다. 벚꽃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무늬가 번지기 시작하면, 이 작은 저수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초여름 세량지는 조용한 사색의 공간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삼나무와 호숫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 꽃잎을 떨군 채 초록으로 돌아선 벚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수채화보다도 더 화사하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연보라 오동나무 꽃 한 그루는 나지막이 계절의 감정을 덧입힌다. 세량지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로 소박하고 친근하다. 자연이 천천히 보여주는 풍경, 그 안에서 머물게 하는 고요함. 우리는 가끔, 그런 조용한 위로가 필요하다. 세량지는 그런 위로를 건네는 곳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가라앉는 공간. 그곳이 바로 세량지다 세량지 주변을 한 바퀴 도는 800m 둘레길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통로다. 흙길을 걷다 보면 노란 들꽃이 웃고, 산그늘 아래 시원한 쉼터가 반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도, 노년의 발걸음으로도 부담 없이 닿는 길. 사는 게 벅차게 느껴질 때, 그저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길이다. 둘레길이 짧아서 아쉽다면, 세량지 오른편 능선을 따라 ‘벚꽃누리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총 4㎞인 이 트레킹 코스는 사랑 나무로 불리는 연리지를 품고 있다. 두 나무가 가지를 나눈 채 한 몸처럼 서 있는 모습은 계절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다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주민들은 이 길을 따라 매일 아침을 걷고, 저녁이면 하루를 내려놓는다. 세량지 입구 생태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연못과 분수대, 정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심은 해바라기밭은 여름날 오후를 고스란히 붙잡아 두는 장치다.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은 절정의 여름을 찬란하게 노래한다. 세량지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소아르갤러리는 잠시 멈추어가기 좋은 곳이다. 전시장과 카페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기획전부터 중견 작가의 묵직한 초대전까지 다채로운 예술의 언어가 흐른다. 마치 숲속 온실처럼 향긋한 공간에서 그림을 보고, 정원과 함께 쉬는 시간은 여행의 밀도를 더해준다. 또 하나의 보너스는 능주역이다. 이 작은 역은, 1930년에 개업한 이후 90년 가까운 시간을 품고 있다. 지금은 열차에서 표를 사야 하지만, 플랫폼에 남은 방송의 흔적과 배우들의 손글씨 안내판은 작은 정거장에 담긴 소박한 낭만을 느끼게 한다. 세량지와 함께 화순8경에 속하는 운주사도 꼭 가볼만한 곳이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절집이다. 비록 1000기의 불상과 탑이 다 남아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수십 기의 석불과 석탑이 언덕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을 맞댄 석불, 발우를 형상화한 원형 석탑, 미완의 와불까지. 이곳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 경외심 너머의 독특한 미학을 느끼게 한다. △ 전국의 호수 명소 3選 ◇ 안동호의 고즈넉한 풍경과 예끼마을의 감성 안동은 전통문화와 역사의 고장이지만,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여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예끼마을은 안동호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로,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안동호 때문에 수몰된 예안면 사람들이 이주한 곳이다. 마을에 갤러리와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고 선성현문화단지와 선성현한옥체험관이 조성돼 체류형 관광단지로 손색없다. 안동호의 비경을 간직한 선성수상길은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안동호 끝자락에는 월영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원이 엄마의 애절한 마음을 간직한 미투리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호수 위 월영교의 반영과 일몰, 야경까지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례예술촌은 임하호의 풍경을 머금은 곳이다. 대문과 행랑채 창문으로 바라보는 임하호 풍경 덕분에 ‘인생 사진’ 명소가 됐다. 월영교 주변에 다양한 벽화와 트릭 아트 등으로 꾸민 신세동벽화마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경북문화재자료 173호), 경상북도의 독립운동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도 함께 만나볼 안동의 명소다. 최근 화마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의 풍경만은 여전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주는 것이 안동을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응원이자 후원이 될 것이다. ◇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매력적인 강원 화진포의 풍경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고성은 고즈넉한 호수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가장 유명한 화진포(강원기념물 10호)는 갈대가 우거지고, 호수 둘레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하기 좋다. 화진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석호로, 길이 10km에 이르는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호수에서 길목 하나 넘어서면 백사장이 드넓은 화진포해수욕장이다. 이승만별장과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이 이곳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게 해준다. 화진포 남쪽에 있는 송지호도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매력적이다. 호수를 따라 송지호산소길이 조성돼 걷기 좋다. 호수 건너편 송지호해수욕장은 최근 서핑 명소로 떠오르고, 오토캠핑장이 있어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캠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지호에서 내려오면 화진포, 송지호와 함께 고성8경에 드는 천학정과 청간정을 차례로 만난다. 천학정은 기암괴석과 해안 절벽 위에 있다. 청간정(강원유형문화재 32호)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아이와 함께라면 아야진해수욕장으로 가자. 활처럼 부드럽게 휜 백사장 북쪽에 갯바위 지대가 펼쳐지고, 속이 훤히 보이는 물빛이 환상적이다. ◇ 호수에 잠겨 있는 나무가 이색적인 예산 느린호수길 예산의 느린호수길은 독보적이다.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바다에 놓인 덱 로드가 적지 않지만, 느린호수길처럼 긴 길은 거의 없다. 길이가 무려 7km. 예당호 둘레가 40km쯤 되니, 1/5 넘게 느린호수길이 놓였다. 느린호수길은 수문에서 예당호출렁다리를 거쳐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호수에 사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느릿느릿 걷기에 제격이다. 특히 호수에 잠겨 사는 나무 사이를 지날 때는 열대지방의 맹그로브숲을 만나는 것 같아 이색적이다. 느린호수길을 걷다 보면 어죽을 파는 여러 식당을 만난다. 어죽은 예당호에 사는 붕어와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등을 넣어 국물 맛이 깊다. 토종 민물고기로 어죽을 쑤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꼭 맛봐야 한다. 예당호 옆 봉수산 꼭대기에는 예산 임존성(사적 90호)이 자리한다. 백제 부흥군이 나당 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당당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임존성에서 드넓은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봉수산 중턱에는 봉수산자연휴양림과 봉수산수목원이 있다. 예당호를 바라보며 하룻밤 묵고, 수목원에서 숲길을 산책하기 좋다. 예산황새공원은 아이들과 함께 귀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만날 수 있는 자연 학습지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여행의 맛 어른의 맛

맛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입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맛있을 수 있어도 나는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름 모를 변두리 식당에서 기대하지 않고 먹은 청국장 맛에 감동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 번역가이자 수필가였던 요네하라 마리(1956-2006)는 음식이 의외로 정치적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이끌던 고르바초프의 오른 팔인 리가초프는 보수적인 인사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는 해외에 가게 되면 회나 조개는 커녕 낯선 음식이 나오면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도파에 가까운 고르바초프는 회에는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의외로 샤브샤브나 튀김은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반면 극좌파로 불리던 고르바초프 이후의 소련 지도자 보리스 옐친은 어떤 음식이든 다 즐겨 먹었습니다. 일본인보다 회를 더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음식을 먹는 취향을 보면 이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회를 좋아하는지 스테이크를 먹을 때 레어(살짝 익힘)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미디엄 레어나 웰던(잘 익힘)을 좋아하는지 낯선 음식을 잘 먹는지 아닌지. 의외로 음식 성향을 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요네하라가 혈액형보다 음식 취향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음식은 여행을 이루는 콘텐츠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인 지도 모릅니다. 오스트리아 빈은 볼 것이 많은 여행지입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에곤 실레와 클림트의 고향이기도 하고 모차르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소장했던 진귀한 작품들을 모은 빈 미술사 박물관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집니다. 마네, 모네, 모딜리아니에서 고야, 고흐까지 교과서에만 보았던 대가들의 작품이 1~3층까지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 습니다. 그 작품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 종일 보아도 어림없습니다. 빈의 심장이라 불리는 ‘슈테판 성당’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인데도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음식만은 예외였습니다. 오스트리아가 독일어를 쓰고 한때 독일 연방에 소속된 나라여서일까요? 여행내내 빈 음식이 맛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대표 음식인 슈니첼은 우리나라의 돈가스 비슷한 음식입니다. 립과 같은 음식도 있지만 이런 음식들은 대개 너무 짜서 먹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나마 슈니첼이 먹을 만한데 종류도 다양합니다. 굽거나 찌거나 심지어 튀기기도 하지만 어떤 종류의 슈니첼을 먹어도 돈가스 같습니다. 음식이 물려 버리니 도무지 여행이 흥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빈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두둑하게 김치찌개를 먹고 나서야 힘이 났습니다. 여행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면 여행하는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지 그 먼 곳까지 가서 한국 음식을 먹느냐고 비웃을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맛없는데 굳이 그 나라의 풍물을 이해하려고 억지로 먹기는 싫었습니다.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 보기는 하지만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고르바초프 형의 중도 성향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단 음식은 싫고 회 종류를 좋아합니다. 소고기는 살짝 익혀 먹습니다. 양고기, 돼지고기, 말고기 등 고기 종류는 대부분 좋아합니다. 전갈, 메뚜기 같은 음식도 잘 먹지만 기니피그나 양서류, 설치류 등의 음식은 싫어합니다. 간이 진한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린 음식을 좋아합니다. 낫토, 청국장, 취두부 같은 숙성이나 발효 음식들을 좋아하지만 노르 웨이산 청어는 냄새조차 맡기 싫습니다. 필자의 음식 취향을 고백했지만 사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좀 예민하고 까다로울 뿐입니다. 때로는 음식 보다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쓸 때도 많습니다. 종업원의 태도나 청결 같은 것도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 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렇게 음식 취향이 까다롭 지도 않습니다. 다만 히라마쓰 요코라는 일본의 유명 음식평론가의 말처럼 ‘어른의 맛’을 즐기고 싶은지도 모릅 니다. 어른의 맛은 단지 성숙한 맛이나 오래된 음식에서 느끼는 맛이 아닙니다.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맛, 사 람의 인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맛인지도 모릅니다. 언제쯤 되어야 진짜 어른의 맛을 이해하고 느끼고 먹 게 될까요? 아직 필자는 맛에 있어서는 이제 겨우 유치원을 졸업한 것은 아닐까요?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SNS 인플루언서들, 산불 피해 영덕 ‘해파랑길 생태 복구’ 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3일 산불 피해지역의 생태 복구에 힘을 보태고자 ‘코리아둘레길×경북 영덕, 퍼티라이깅’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코리아둘레길 중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경북 영덕의 해파랑길 20, 21코스(영덕 블루로드 3, 4코스)의 산림을 되살리고 영덕 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여행 분야 SNS 인플루언서 30여 명이 참여해 창포리 별파랑공원에서 묘목을 심고 해파랑길 21코스를 따라 퍼티라이깅 활동을 전개했다. 퍼티라이깅이란 비료(Fertilizer)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지역에 새로운 생명을 심고, 묘목에 거름을 주며 트레킹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상민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산불로 아픔을 겪은 지역의 생태 복원과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공사는 코리아둘레길뿐만 아니라 산불 피해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으로 해당 지역 회복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덕군은 지난 17일부터 6월 22일까지 ‘여행으로 잇는 희망, 다시 피어나는 영덕’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캠페인과 관련된 내용은 영덕문화관광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동해시, 인센티브 확대로 소규모 여행자들 발길 사로잡아

동해시가 나홀로 여행객이나 소규모 여행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동해시는 그동안 내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을 유치한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시 관광지 및 음식점, 숙박시설 이용 시 여행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단체 여행객 인센티브를 시행해 왔다. 여행이 소규모로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나홀로 여행족을 포함한 가족, 연인 등 소규모 여행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일 여행의 최적지인 동해시는 KTX와 동해선 ITX 개통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부산, 울산, 경남권 등 기차를 이용한 소규모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레일 강원본부에서는 기차와 연계한 시티투어버스, 관광택시, 숙박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에 따라 시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운영하는 등 소규모 단위의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1월부터 시행한 20인 이하 소규모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별빛동해기행’은 시행 5개월 만에 1000여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별빛동해기행은 유료 및 야간관광지 1곳을 돌아보고 관내에서 식사와 숙박을 하면 1인 최대 2만원까지 시에서 경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시는 내달부터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 야간 개장과 함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야간 개장, 야간 시티투어버스 운영 등 여름철 성수기를 대비한 맞춤형 야간 콘텐츠를 도입, 소규모 관광객 맞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24일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가족, 친구, 단체 모두가 다시 찾고, 머물고 싶은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제주 여행자들이 반한 숨겨진 명소"

언제나 한국 여행의 끝은 제주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도 제주만 한 곳이 별로 없다. 섬 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한라산)이 있고 기생화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인 오름이 있다. 여행으로 피곤해졌다면 녹음 가득한 숲이 온전하게 감싸주고, 계절마다 농도가 달라지는 바다가 새로운 힘을 주는 곳. 제주는 ‘대한민국 여행1번지’답게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그저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수 백 가지 체험 여행에 느낌 있는 감성 여행도 할 수 있다. 제주를 더 깊게 여행하기 위한 여행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 익숙하지만 언제나 싱그러운 비밀의 숲 제주 스냅 사진의 비밀 명소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안돌오름 편백나무숲길. 길 양쪽에 펼쳐진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색적이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원래 사유지였으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해가 쨍한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어느 때나 가도 분위기가 좋다.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숲에서 다양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BC 수, 목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신혼여행을 온 임수향과 하석진이 손을 잡고 걷다 이마에 입맞춤하던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웨딩 사진을 찍으려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숲길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데 돌담길, 야자수와 그네, 오두막, 나 홀로 나무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초록 숲과 잘 어울리는 민트색 푸드트럭은 비밀의 숲 전용 카페로 아메리카노, 한라봉주스, 타르트와 쿠키, 빵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다. 원래 유랑하는 푸드트럭이었지만 이제는 안돌오름 비밀의 숲에 정착해 이곳을 관리한다. 숲이 생각보다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지도를 촬영해 참고하는 게 좋다. ◇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물영아리 오름 이름부터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물영아리오름은 백록담처럼 정상에 화구호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에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아리난초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물장군, 맹꽁이,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이 서식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지질학적 특이성과 다양한 생물 종의 가치를 인정받은 습지보호지역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습지와 습지에 사는 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해 체결된 람사르 협약에 따라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탐방로 입구에서 정상을 향해 가다 보면 소 방목지인 드넓은 초지가 나온다. 오름 능선 아래에 테를 두른 듯 촘촘히 줄을 선 삼나무들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초원,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황소들은 그림 속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초원을 지나면 여러 방향의 이정표가 나온다. 정상인 습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계단 탐방로다. 1000여 개의 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져 녹록지 않은 길이지만 삼나무, 박쥐나무, 생달나무, 때죽나무, 참꽃나무 등이 상쾌한 숨을 뿜어낸다. 정상에 올랐나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다. 깊은 숲이 주는 몽환적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물이 고인 호수가 나온다. 해발 508m 높이의 정상에서 너른 습지를 마주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완만한 능선 탐방로를 따라 오름을 내려오면 전망대에서 오름의 정원이라 불리는 제주 동쪽 오름들의 능선이 내다보인다. 수망리 중잣성 생태탐방로도 이어진다. 오름 아래에 닿으면 빽빽한 군락을 이룬 삼나무숲이 배웅한다. ◇ 제주의 시 간속으로 산보…산방산 용머리해안길 산방산 용머리해안 길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길’로 불린다. 용머리해안은 대지 위로 솟은 용암이 물을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며 무수한 세월 속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다. 서귀포 남서쪽 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방산은 대지를 뚫고 올라온 용암이 멀리 흐르지 못하고 쌓이면서 봉긋하게 솟은 용암돔이다. 이 둘은 80만 년의 오랜 시간 동안 바다와 땅에서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다. 이후 산방산은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고, 바닷길이 열려야만 한 바퀴를 돌아 나올 수 있는 용머리해안은 삶의 터전이 됐다. 제주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 지역에는 인간의 삶이 투영된 파도 소리와 숨비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걷는 동안 ‘시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탐나라공화국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탐나라공화국은 예술적인 조형물을 모아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나무도 물도 없는 돌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꾸미고,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었다. 강원 춘천 남이섬에 ‘나미나라공화국’을 세운 강우현 대표가 2014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직접 조성했다. 누구나 나무를 심거나 채소를 가꿀 수 있는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노자의 사상을 담은 노자예술관이 있으며, 전국에서 버려지는 헌책 30만 권을 보관하는 헌책도서관도 유명하다. 제주의 화산석을 이용해 도자기나 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작은 ‘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예약하고 여권을 발부받아야 한다. 현장을 조성한 직원이 직접 스토리 투어를 해 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 해녀의 모든 것 ‘해녀박물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는 제주의 농업 유산인 밭담이 잘 보존돼 있으며 제주 해녀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해녀박물관이 있다.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제주 해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밭담 길이 조성돼 있는데 ‘하도리 밭담 길’ 혹은 ‘숨비소리 길’이라고 부른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질할 때 참았던 숨을 내뱉는 소리다. 과거 제주의 해녀는 물질 외에 밭일을 겸하며 생활을 유지했는데, 해녀가 물질과 밭일을 하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이라 해서 숨비소리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해녀박물관 주변에 있는 불턱(해녀가 물질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쉬던 장소), 신당(신을 모신 곳), 제주도 기념물 제24호인 별방진(왜구를 막기 위해 해안에 쌓은 성곽) 등 해녀와 관련된 유산이 널려 있어 제주의 생활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 바람·돌·물…예술이 되다 수풍석 미술관 이 세상에 바람 소리를 ‘전시’하는 곳이 있을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水·風·石 뮤지엄’이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풍광이 독특하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가 특별한 영감을 받았고, 독창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담긴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묘미는 색다르다. 수(水)·풍(風)·석(石) 뮤지엄은 미술작품을 위한 전시장이 아니다. 건물 자체가 각각 물, 바람, 돌을 표현한 작품이다. 수(水) 뮤지엄은 물과 태양을 몸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건물 천장은 동그랗게 뚫려 있고, 바닥엔 물이 고여 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의 모습이 수면 위에 시시각각 다르게 비친다. 대자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풍(風) 뮤지엄에 들어가면 긴 복도가 나타난다. 그 통로 외부에는 나무를 잘라 만든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를 낸다. 자연의 연주다. 내부에 있는 돌에 앉아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석(石) 뮤지엄 안에는 돌 하나가 있다. 천장과 벽의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바닥의 돌을 비추게 설계돼 있다. 빛과 돌과 관람자가 하나가 돼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해준다. 두손지중(地中) 뮤지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산방산을 마주하며 그 산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네 개의 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곳이다. ◇ 안도 다다오 유민미술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현대 건축물의 특징은 스스로 빛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물이 사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 소통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서귀포시 성산읍 유민미술관은 그런 개념을 잘 구현한 건물이다. 현무암으로 만든 구조물이 주변의 자연과 함께 새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관람자가 건축물 내부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인공물과 자연이 이뤄낸 예상치 못한 장면에 감동한다. 돌담과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압권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를 모티브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교회를 둘러싼 인공 연못과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이 반짝이는 지붕은 햇빛을 사방으로 퍼뜨렸고, 양 옆으로는 바람이 만든 부드러운 물결과 함께 물에 비친 제주도의 파란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하늘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투영된 교회는 긴 지붕선 양 끝이 하늘을 향해 추켜 올렸다. 마치 방주 모양의 교회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항해를 떠날 듯한 풍광이 압도적이다. 교회 내부에는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 기둥들 사이로 유리창이 나 있어 예배당 안으로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어느 자리에서든 제주도의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눈에 담기는 것도 이채롭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바다를 즐기는 특별한 다섯 가지 체험

서정주 시인은 바다를 예찬하며 “스스로 푸르른 정열에 넘쳐 동그란 하늘을 이고 웅얼거린다”고 했다.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년중 바다가 가장 청명한 계절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해수욕을 하거나 요트를 타거나 서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해변에서 승마나 라이딩을 즐기고, 맨발로 해변을 걷거나 요가를 하기도 한다. 이번 여름 바다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자. ◇ 고창의 숨은 보물, 명사십리에서 해변승마를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서쪽, 상하면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명사십리해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누구나 쉽게 승마를 배우고, 숲과 해변을 달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이 그곳이다. 가장 기본적인 승마 체험을 비롯해 소나무 숲, 해변을 따라 달리는 외승 프로그램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다채롭게 즐기기에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원형 마장을 돌면서 승마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해변 외승이다. 말에 올라탄 채 명사십리의 드넓은 백사장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 질 녘에 방문하면 서해안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하농원과 선운사, 그리고 학원농장 등이 있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이곳은 동물농장과 공방, 파머스마켓, 숙박 시설 등이 한데 모인 ‘농촌 테마 빌리지’다. 선운산 도립공원의 도솔천 계곡을 품은 선운사는 수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사찰로, 약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학원농장은 봄마다 청보리 물결이 아름답게 흐르는 곳이다. ◇ 라이딩으로 즐기는 신도와 시도 모도의 예술 감성 인천 삼목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이면 닿는 신도는 인천 용유도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 세 섬은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어 도보나 자전거, 바이크를 이용한 일주 여행을 할 수 있다. 신도선착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릴 수 있는 업체가 있다. 섬 도로의 특성상 오르막길이 많아 자전거를 대여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바이크를 처음 타는 여행객에게는 업체 대표가 조작법을 가르쳐준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도 벚꽃길로 접어들었다. 5월에는 연둣빛으로 바뀌어 있을 길이다. 시도에는 북도면사무소, 우체국, 주민 편의시설 등 행정기관이 모여 있다. 모도에는 이일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 작품들과 바다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정의 마무리는 수기해수욕장과 신도성당의 고요한 분위기 속 산책으로 완성된다. 하루 일정으로도 섬의 자연, 예술, 여유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 떠나기 좋은 근교 여행지다. ◇ 맨발의 청춘 슈퍼 어싱성지, 태안기지포 해수욕장 발 도장을 찍으면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운다. 이따금 무게를 실어 발자국을 꾹 남기면 바람이 슬며시 모래로 채운다. ‘어싱(Earthing, 접지)’은 땅(Earth)과 진행형(ing)의 합성어로 맨발을 접촉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행동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맨발 걷기다. 몸속 정전기는 땅으로 내보내고, 땅의 음이온을 신체로 받아들이는 것. 바닷가 모래 해변에서 걸으면 어싱 효과가 높아진다고 해서 ‘슈퍼 어싱’이라 부른다. 양말을 훌러덩 벗어 던지면 어디든 슈퍼 어싱이 가능하지만, 태안 기지포탐방센터는 세족대와 신발 보관대 까지 갖추고 있어 체험장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슈퍼 어싱 구간은 총 1.89km로 기지포탐방센터를 기착점으로 두 개의 코스로 나뉜다. 센터를 중심으로 삼봉해변까지 1코스(1.09km), 꽃지해변 방향으로 내려가는 창정교까지 2코스(0.8km)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는 가벼운 산책코스다. 국내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을 걷는 데다, 170.3km의 태안해변길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노을길’을 포함한 구간이니 더욱 특별하다.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해안선 길이가 약 559km다. 길을 따라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 등 7코스가 조성됐는데 해변엔 여지없이 길이 나 있다. 기지포해수욕장을 시종점으로 걷고 싶은 만큼 슈퍼 어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걸음마다 풍기는 갯 내음은 서곡일 뿐, 넓게 드리운 이국적인 모래 언덕이 탄성을 자아낸다. 7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꽃지해변과 태안 세계튤립박람회의 꽃향기, 말린 우럭포를 뽀얗게 우려낸 우럭젓국까지 건강을 채울 수 있는 완벽한 코스, 태안으로 가보자. ◇ 바다에서 누리는 극강의 힐링 부산 광안리 SUP 요가 지금 바다에서 즐길 힙한 체험 거리를 찾고 있다면, 서서 타는 패들보드 SUP(Stand Up Paddleboarding)과 요가를 접목한 SUP 요가가 정답이다. 국내 대표 SUP 성지로 꼽히는 광안리 해변 SUP 존에서 5월부터 SUP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변과 해상에서 각각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각자 실력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해변이든 해상이든 패들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요가를 체험하면 특별한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SUP을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으며 타는 수상 스포츠인 SUP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SUP 요가 프로그램은 5월 3일~ 11월 16일 주말에만 운영하며 해변 SUP 요가는 오전 9시, 해상 SUP 요가는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이 밖에도 SUP을 마음껏 즐기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 SUP에 일출과 일몰의 낭만을 더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광안리 해변과 SUP 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여행지다. 주변에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엑스더스카이, 해운대 그린레일웨이, 송정해수욕장 등 한국관광 100선 선정지가 여럿 모여 있으니 함께 돌아봐도 좋겠다. ◇ 해녀로 살아보기, 하도어촌체험마을 해녀물질체험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바다는 땅과 더불어 매우 귀한 생계의 터전이었다. 땅이 농사의 근거지였다면 바다는 농사가 시작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수렵의 주요 무대였다. 바다에서 삶을 일구어 왔던 사람으로 ‘해녀(海女)’를 빼놓을 수 없다. 해녀는 제주도 외에도 부산, 남해와 동해 연안에 분포하며 일본,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현직 해녀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구좌읍 하도리다. 제주도청 해녀문화유산과 해녀정책팀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제주도 전체 해녀 수는 2,623명인데 그중 7%에 해당하는 186명이 하도리에 거주한다. ‘하도어촌체험휴양마을 해녀물질체험’은 현직 해녀와 함께 물질을 할 수 있는 오감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해녀와 동일한 장비를 착용하고 함께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집하고, 잡은 해산물을 시식한다. 이 체험은 4~10월까지 하루 2회(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에 걸쳐 2시간 가량 진행하며 체험 비용은 1인당 4만 원이다. 물질에 필요한 슈트, 물안경, 오리발, 태왁, 망사리, 빗창, 까꾸리 등의 장비를 대여해준다. 하루쯤 해녀의 일과를 몸소 체험하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인 해녀의 삶을 복원하고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2006년 건립해 다양한 자료와 문헌으로 제주 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전하고 있는 ‘제주해녀박물관’, 해녀의 이야기를 풀어낸 공연과 해녀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결합해 로컬 식문화의 신선한 변혁을 보여주는 ‘해녀의부엌’과 연계해 여행한다면 더욱 풍부한 해녀 테마 여행이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요즘여행이란? 여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행지에 가서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그동안의 여행패턴이었다면 이제는 느낌과 체험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색다른 체험거리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 금새 명소가 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한국관광공사는 색다른 경험과 느낌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특색을 반영해서 ‘요즘여행’이라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요즘여행은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향후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여행의 다양한 매력과 색깔을 격월로 소개하는 콘텐츠다. 요즘여행의 첫 번째 테마는 ‘해양관광’이다. ‘5월 바다가는 달’을 맞이해 요즘 감각이 묻어나는 해양관광 5선을 선보였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자연관광지 부문에서 목적지 검색 1~10위가 모두 해변, 해수욕장으로 나타나 해양관광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관광공사, 가평·무주군과 ‘배터리‘ 협약 인구감소지역 관광 활성화·지원 본격화

한국관광공사는 경기 가평군, 전북 무주군과 13일, 공사 서울센터에서 인구감소지역 관광인구 충전 사업 ‘BETTER里(이하 배터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사업은 관광벤처기업과 유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인구감소지역에 접목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2023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올해 사업 대상지로는 가평군과 무주군이 선정됐다. 해당 지역의 특성과 연계한 아이디어를 실증할 배터리 참여기업 14개사도 선정됐다. 공사는 선정된 참여기업에 각 4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 창업보육기관의 사업모델 컨설팅, 홍보마케팅 지원 등을 제공한다. 공사와 지자체는 참여기업의 현장 정착, 사업 운영, 성과 확산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한다. 가평군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수려한 자연환경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으로, 이러한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한다. △‘디어먼데이’와 ‘스트리밍하우스’는 거점 오피스와 숙소 등 연계한 프리미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문카데미’는 러닝(running) 기반 여행 콘텐츠를 기획한다. △‘반려생활’은 반려동물 동반 물놀이·숙박 상품을 선보이고 △‘한수코퍼레이션’은 지역의 체험 콘텐츠를 중심으로 ’스테이가평’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무주군에서는 반딧불이 등 천연자원과 야간관광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이 팔을 걷어붙인다. △‘파머스에프앤에스’가 백패킹과 지역 축제를 결합한 ‘산산한 하루’를 운영하고 △‘산골낭만’은 무주의 감성을 담은 체험 콘텐츠 ‘로맨스몽, 무주’를 개발한다. △‘네이처’는 하이커와 캠퍼 대상 아웃도어 콘텐츠를 △‘세터데이엔지니어링’은 디자이너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실증한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이기도 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는 올해 배터리 프로젝트의 자문역으로 참여하며, “지역을 살리는 힘은 지역의 고유한 방식과 지역다움에서 나온다. 배터리 사업은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가 다시 찾고 싶은 여행 경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증하는 로컬 실험실이자, 머물고 싶은 곳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 라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경북을 담아서… 5개 언어 관광안내 리플릿 제작

경북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도내 관광지를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안내지도 리플릿을 전면개편하고 5개 언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 번체자)로 번역해 총 5,100부를 제작·배포한다. 새롭게 개편한 안내 지도는 다양한 관광 정보를 압축해 담은 종합 관광 안내 리플릿으로, 경북의 주요 관광지를 삽화로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 지도는 22개 시군의 대표 관광명소를 비롯해 지역 축제, 웰니스 관광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이 소개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식(美食) 관광 추세에 맞춰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함께 수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아이유(금명 역)의 결혼식 배경으로 등장한 칠곡 가실성당 등 주요 드라마 촬영지도 포함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리플릿은 도내 주요 관광지, 고속도로 휴게소, 국내 주요 공항, 관광안내소 등에서 무료로 배포되며, 해외에서는 국제 관광박람회와 로드쇼 등을 통해 해외여행사와 개별관광객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경북도 공식 관광 누리집(https://tour.gb.go.kr/:경북나드리)을 통해 디지털 버전도 함께 제공한다. 김병곤 경상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다국어로 제작된 관광 지도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경상북도를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7월에 지진 난다’ 소문에… 일본여행 수요 주춤

올 여름 일본에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시아권 여행객들의 일본여행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현지 풍수사와 난카이 대지진을 예언한 일본 만화가 다시 주목받으며 ‘7월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방일객이 감소하고 일부 항공편은 감편까지 됐다고 밝혔다. 예언을 한 풍수사의 영상은 “일본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며, 이 영상은 1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주일 중국대사관도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지진 피해 주의 당부’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통해 “ 일본 여행이나 유학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부동산 구입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현지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가 9.0규모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시 추정한 피해 규모와 비상식량 비축, 재해 발생 시 조기 대피 등 일반적인 주의 사항이 담겼다. 난카이 대지진설은 일본 시코쿠 남부 해안에서 기이 수도(紀伊水道, 혼슈의 와카야마 현과 시코쿠의 도쿠시마현, 효고현 아와지 섬으로 둘러싸인 해역)에 걸친 해역에서 약 100~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역사적 경험때문에 퍼진 소문이다. 실제로 오사카, 시코쿠 등에 엄청난 피해를 준 1707년 호에이 대지진과 1946년 도쿠시마, 고치 현에서 발생한 난카이 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난카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지진규모는 8.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29만 8000여명이 사망하고 경제피해규모도 292조3000억엔(약 29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카이 대지진이 민간에 급속하게 퍼지게 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을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의 작품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는 내용 때문이다. 작품에서 타츠키는 “대재앙의 꿈을 꾸었다”며 “일본 열도의 남쪽에 있는 태평양의 물이 솟구쳤다”고 적었다. 1999년 처음 출간됐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절판됐지만, 이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19를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절판본이 중고 거래 앱 등에서 수십만 엔에 거래되자, 출판사는 2021년 완전판을 냈다. 한편 일본 정부와 과학자들은 30년 이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70~80%지만 과학적으로 특정 시점과 장소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공식발표했다. 일본정부가 이례적으로 루머에 대응한 이유는 난카이 대지진설이 일본 여행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지진설이 광범위하게 퍼지자 아시아 여러 곳에서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했다.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은 내달 중순부터 홍콩과 일본 센다이, 도쿠시마를 각각 잇는 항공편을 일부 감편하기로 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2월부터 5월 초 까지의 홍콩 여행 수요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여행객의 일본여행 예약 취소나 감소는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7~8월은 태풍과 폭염의 영향으로 일본여행객이 감소하는 시기인데 난카이 대지진에 대한 풍문까지 퍼져 지난해에 비해 예약자가 소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 일본 정부나 우리 정부에서 추가적으로 여행경보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문의가 많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산불 피해지역으로 착한 여행 떠나요”

“경상북도 산불피해지역을 돕고 싶다면 여행오세요.” 한국관광공사는 14일 산불 피해지역 회복을 위해 오는 7월 중순까지 경북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여행+동행’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지역을 살리는 여행, 마음을 잇는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캠페인은 여행이 곧 피해지역의 일상 회복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아 마련했다. 구체적인 방문 지역은 경북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과 경남 김해시, 하동군, 산청군, 울산 울주군 등이다. 공사는 안동 하회마을, 하동 쌍계사 등 산불 피해지역의 주요 관광지 홍보는 물론 디지털 관광주민증,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한 특별한 여행 혜택을 준다. 또 산불 피해지역 지자체와 공사 국내 지사가 추천하는 관광지 22곳의 관광지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 여행사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초특가 여행상품 ‘영덕 하루 기차여행’, ‘울산-하동-산청 단비투어’ 등의 여행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여행상품의 수익금 일부는 산불 피해지역에 기부할 예정이다. 산불 피해 지역 방문을 독려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방문 인증 이벤트도 진행한다. 6월 20일까지 추천관광지 정보를 확인하고 퀴즈에 참여하거나 해당 지역 방문 인증을 하면 추첨을 통해 1000여 명에게 갤럭시 버즈 프로3, 온누리상품권, 네이버페이 쿠폰 등을 제공한다. 6월 중에는 산불 피해지역에서 디지털 관광주민 3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형 여행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안동 한옥스테이 숙박권’, ‘하동 케이블카 이용권’ 등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 상당의 쿠폰 1만 장을 디지털 관광주민에게 배포하는 등 풍성한 혜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외에도 K-관광마켓 10선으로 선정된 안동구시장을 중심으로 간고등어, 헛제삿밥, 전통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과 연계해서는 전용 온라인몰 ‘휴가샵’에서 특별 프로모션을 연다. 6월 2~7월 17일 경북 지역 숙박상품 10만 원 이상 구매자에게 5만 원 한도로 최대 50% 깎아준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과 모바일앱에서는 이번 캠페인의 주요 혜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상민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이 최선의 응원인 만큼 관광공사는 지난달말 지역관광추진조직 협의체 행사를 영덕에서 연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산불 피해지역에서 개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산불 피해지역의 관광이 조기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2025-05-14

모래 언덕위로 부는 바람 돗토리를 만나다

일본에는 다양한 소도시가 있지만 중부 주코쿠(中國) 돗토리현은 어떤 지역보다 특색이 있다. 돗토리는 자연이 빚어낸 조형물과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바람 따라 흩날리는 모래, 그리고 요괴와 동행하는 기이하고도 유쾌한 여행이 시작되는 곳. 돗토리로 여행을 떠나보자. ◇ 153개 요괴와 함께 즐기는 사카이미나토 항구도시 돗토리(鳥取)는 한문 뜻 그대로 새를 잡는 곳이다. 일본 고대 나라(奈良)시가 수도 였던 시절 ‘새를 세금으로 바치라’는 법령이 있었다. 지금의 돗토리 시는 호수와 늪이 많아 물새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새 진상의 중심지였다. 새를 진상하는 법령에 따라 다양한 새를 잡아 나라에 진상하는 관직도 있었는데 이를 돗토리베(取財部)라고 불렀다 한다. 돗토리의 지명도 돗토리베에서 왔다고 한다. 지금도 돗토리는 새가 많은 곳이다. 돗토리의 중요 관광지 중 하나인 요나고 물새 공원은 고니의 집단 서식지로 알려져있다. 돗토리 여행은 사카이미나토에서 시작된다. 돗토리는 새의 고장이지만 사카이미나토역을 나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요괴들이다. 사카이 미나토역 앞에서 혼마치 아케이드 까지 이어지는 약 800m길이의 거리 곳곳에 153개의 요괴동상들이 세워져있다. 앙증맞은 요괴 오브제가 인상적인 ‘갓파노이즈미’를 비롯하여 요괴 점괘를 볼 수 있는 ‘요카이진자’(妖怪神社), 요괴 소인이 찍혀진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요괴우체통’이 놓여 있다. 작은 항구도시인 사카이 미나토가 요괴를 테마로 한 관광도시로 재탄생한 것은 사연이 있었다. 돗토리 시는 역 앞 상점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유명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을 설치했다. 만화 캐릭터를 도심 부활과 관광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시 중심가를 요괴들의 놀이터로 꾸민다는 콘셉트로 거리를 조성하고 가로등과 버스 , 택시에도 요괴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초반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1993년 처음으로 23개의 요괴동상이 설치된 이후 2003년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문을 열었고 현재는 무려 177개의 요괴 동상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인구 3만3000명의 작은 마을에 연간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관광객들은 요괴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요괴 모양의 간식을 맛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철길 위를 달리는 ‘요괴열차’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들뜨게 만든다. 유년기 즐겨보던 만화가 현실속으로 다가오는 순간, 동심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거리 끝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있다. 한쪽 팔을 잃고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익살스러운 그의 작품과는 달리 처절하기만 하다. ◇ 천천히 걷는 사구, 바람을 담은 시간 돗토리의 상징, 사구(砂丘)는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특별하다. 사막처럼 펼쳐진 모래 언덕은 천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돗토리 사구는 일본 최대의 해안사구로 남북 2.4㎞, 동서 16㎞나 된다. 사구는 주고쿠산지(中国山地)의 화강암 암석이 풍화하여 센다이 강에 의해 동해로 흘러들어온 뒤 해안에 쌓인 것이다. 돗토리사구에는 3개의 사구 행렬이 동해와 거의 평행으로 나 있다. 해안 쪽에서부터 제1, 제2, 제3 사구열(砂丘列)로 부르고 있다. 사구의 최대 높낮이의 차는 90m에 이르며 움푹 패인 모양이 막사발과 닮았다고 하여 일본어로 스리바치(すりばち)라 부른다. 돗토리사구에는 다양한 모양의 사구들이 놓여있다. 막사발 모양과 함께 볕을 가리기 위한 발과 닮은 후렌(風簾)과 풍속 5~6m 정도의 바람이 만들어낸 후몬(風紋)이라 부르는 힘줄 모양의 무늬가 가장 유명하다. 이외에도 사구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16종의 사구식물을 볼 수 있다. 사구에서는 신발에 커버를 씌우고 다녀야 하지만 사구를 제대로 느끼려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올라야 한다. 사구를 맨발로 오르는 그 길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래 자국,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쓸려가는 풍경은 인생의 무상함마저 느끼게 한다. 사구 아래에서는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수 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인간의 발자국이 모래 위 여기저기서 재잘댔고, 그보다 더 이전부터 사막에 적응해온 쌍봉낙타는 사구가 원래 저 살던 곳인 듯 심드렁하게 인간에 제 등을 내주었다. 그렇게 돗토리 사구에는 여러 겹의 시간이 교차했고 또 쌓였다. 사구 옆의 모래미술관은 사구의 분위기를 더 깊이 있게 해준다. 매년 바뀌는 테마 전시에서는 모래로 빚은 사람과 문명의 형상이 우리를 압도한다. 바람이 남긴 흔적 위에 인간이 남긴 창조의 흔적이 덧입혀진다. ◇ 역사의 음영이 남은 돗토리성 돗토리 시내에 있는 돗토리성은 찬란함보다는 쓸쓸함을 담고 있다. 돗토리성은 수많은 전란을 겪은 비운의 성이다. 그중 1581년 펼쳐진 전투는 전쟁이 인간성까지 파괴할 수 있음을 기록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역사서인 ‘신장공기’에 따르면 적장인 하시바 히데요시가 성을 둘러싸고 농성전을 벌이자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귀처럼 야윈 남녀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밖으로 나와 도움을 부르짖는다”고 했다. 농성이 길어지자 식량을 구할 수 없던 성안 주민들은 인육까지 먹었다고 한다. 돗토리성은 성벽을 제외하고는 터만 남아 있지만 돌담 사이로 스며든 역사의 비명이 여전히 귀를 스친다. 성터 아래 있는 이케다 가문의 별장 ‘진푸카쿠’는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에 일본식 지붕이 얹혀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정원에서는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꽃잎이 정자 위로 흩날린다. 그곳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이 머물렀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 한일 양국의 얄궂은 인연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 일본인이 사랑한 산, 다이센 돗토리의 대지를 듬직하게 지키는 산, 다이센. 이름 그대로 ‘큰 산’이라는 뜻의 이 산은 후지산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다. 해발 1729m의 다이센은 1936년 일본에서 세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유래가 깊고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다이센 주변은 한때 수십 개의 절과 신사들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신성한 산으로 숭배된다. 다이센은 만년설에 가까운 눈이 항상 보이고 전국 어디서든 접근하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이센의 품속에는 다이센 목장우유마을이 있다. 목장에는 방목된 소들이 느릿하게 풀을 뜯는다. 목장 한 켠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설산의 정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유 한 잔의 고소함마저도 이곳에서는 자연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다이산이 한눈에 보이는 길목에 있는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은 돗토리의 사구와 사람, 가족을 사랑했던 한 작가의 시선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돗토리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작품은 연출된 듯하지만 자연스럽고, 진지하지만 발랄하다. 관행을 벗어난 과감하고 참신한 구도, 현실의 시공간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연극적인 연출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집 근처 바닷가로 마을 소녀들을 데려와 각각의 포즈를 취하게 해 섬세하게 구성한 '네명의 소녀, 네가지 포즈 (少女四態)가 백미다. 이 작품은 그가 26세 였던 1939년 촬영한 것으로 이후 우에다 쇼지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한 초기 걸작 중 하나다. 우에다 쇼지의 작품도 이색적이지만 미술관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다이센의 풍경은 현실과 예술 사이를 잇는 창문처럼 이채롭다. 돗토리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다녀온 이들은 오래도록 이곳을 떠올린다. 모래의 감촉, 요괴와 눈을 맞추던 순간, 목장에서 들려오던 종소리,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하나까지. 이 여름 신선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돗토리는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을 것이다. ◇ 여행메모 돗토리 사구는 걸어서 즐겨도 좋지만 낙타를 타면 더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낙타를 타고 사구를 거니는 ‘낙타유람’은 1인 1600엔, 2인 2600엔이다. 기념 촬영용 낙타 타기는 1인당 650엔 샌드 보드로 사구를 누빌 수도 있다. 샌드 보드 2시간 코스는 지도비 및 장비 임대 비용 등을 포함해 5000엔. 모래 위도 달릴 수 있는 자전거인 팻바이크는 8000엔, 패러글라이딩은 반일 8000엔 부터다. 외국인 전용 4000엔 택시도 있다 . 4000엔에 세 시간 동안 원하는 테마의 코스를 돌 수 있다. 사구와 미술관, 성터와 폭포, 그리고 술과 전통가옥. 다섯 가지 코스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닌 돗토리를 보여준다. 사람의 체온이 깃든 이 도시에서는, 택시마저도 친절하게 다가온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16~18일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 축제 ‘봄의 정원, 꽃놀이 가자’

울산광역시는 오는 16~ 18일 태화강 국가정원 일원에서 ‘2025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를 개최한다. ‘봄의 정원, 꽃놀이 가자’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면적 2만 8,000㎡에 꽃양귀비, 작약, 수레국화, 안개초, 금영화 등 5종 6,000만 송이 꽃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만든 자연주의 정원도 관람객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는 5월 16일 봄의 왈츠 댄스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오후 7시 왕버들마당 특설무대에서 봄꽃 새싹 물주기 행위 , 봄꽃을 주제로 한 가수 신성의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올해 봄꽃 축제 특별행사로 ‘우리가족 정원 만들기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가족, 연인 등이 팀을 이뤄 국가정원에서 정원식물을 직접 심는 등 정원을 만들어 보는 체험행사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가치를 널리 홍보하고 정원문화 활성화를 위해 새내기 정원사 경진대회, 행복한 정원사, 나는야 꼬마 정원사 등 다양한 어린이·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올해는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 십리대숲을 배경으로 울산 학춤, 발레, 울산의 대표적인 처용탈 제작 시연 등과 함께 (사)한국사진작가협회 도움을 받아 울산 전국사진촬영대회도 개최한다. 소풍마당에 꾸며진 ‘정원체험 공간’에서는 목공예 체험, 반려수목 입양, 꽃다발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텃밭정원에서 생산된 허브식물을 활용한 요리체험 등 먹거리체험이 운영되는 등 다양한 정원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기간 중 왕버들마당에서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 창작 인형극과 어린이 마술쇼 등이 진행되며, 7080세대를 위한 추억의 공연등 다영한 연령층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이 밖에 태화강 국가정원 시화전을 비롯해 태화강에 자생하는 야생화 분재 전시, 프리마켓, 봄꽃을 배경으로 인생네컷(포토존), 이동 카메라 운영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야간에는 이용자의 관람 편의를 위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초화원 주변 봄꽃탑 설치, 알록달록 아치형 꽃조형물과 함께 느티나무길에 조명이 비춰질 예정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비트펠라하우스, 바다여행의 낭만 ‘블루이즘’ 공개

칠곡할매에 이어 세계적인 비트박스 크루가 바다여행의 낭만을 노래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칠곡할매의 바다여행기’에 이어 세계적인 비트박스 크루 비트펠라하우스의 ‘윙’과 ‘히스’가 출연하는 ‘5월은 바다 가는 달’ 의 두 번째 홍보영상을 지난 9일, 유튜브 한국관광공사TV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비트펠라하우스의 ‘윙’과 ‘히스’가 바다여행에서 얻은 음악적 영감으로 완성한 ‘블루이즘(Blueism)’을 만나볼 수 있다. 블루이즘은 바다를 유영하듯 음악에 몰입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이번 영상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 형태로 최초 공개된다. 동해안의 풍경과 파도 소리를 비트박스로 풀어내며 바다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창조의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앞서 공개된 1탄 ‘칠곡할매의 바다 여행기’가 평생을 내륙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봄바다 여행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바다여행’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2탄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MZ세대의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원년인만큼 세대별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다의 매력을 확산하고 바다여행의 공감대를 넓혀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AI 도입 여행업계 ‘차별화된 서비스’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여행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항공권, 숙박, 액티비티 예약 대행과 같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패키지형 여행상품 대신 생성형 AI가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일정을 짜주는 시대가 된 것. 여행업계도 빠르게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여행 상품 추천, 비교, 고객 경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여행업계 선두주자인 하나투어는 멀티 AI 대행 서비스인 ‘하이’(H-AI)를 내놨다. 하이는 일종의 AI여행비서로 ‘채팅상담’과 ‘여행정보 서비스’를 통합해 여행준비와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맞춤형으로 응답하게 설계됐다. 참좋은 여행의 큐브(Cuve) 서비스는 사용자의 여행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한 AI기반의 개인 맞춤형 여행비서다. 나만의 여행여행지 추천에서 예약관리, 사전준비사항, 여행가이드, 여행 후 리뷰 작성까지 도와준다. 모두투어는 ‘고객 후기 수집’과 ‘서비스 개선’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챗봇으로 여행 후기와 만족도를 수집하고 AI 리뷰 큐레이션이 수집한 후기를 분석해 상품 상세 페이지에 노출해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을 돕는다. 부정적인 후기나, 부적절한 콘텐츠도 감지해 고객 응대에 나서기도 한다. 패키지를 추천 비교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인터파크 투어는 패키지 추천·비교 서비스 ‘AI 픽’을 운영 중이다. 이는 여행객이 선택한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추천해주며 상품간 주요 특징을 한눈에 비교해 준다. 노랑풍선은 ‘여권 정보 등록 자동화 서비스’을 운영 중이다. 여행객이 제출한 여권 이미지를 자동으로 판독해 필수 정보를 자동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여권 정보 제출 과정이 간소화되면서 여행객은 물론, 직원들의 시간을 절약했다. 또 잘못된 여권 정보 입력으로 인한 항공기 탑승 거부 등의 문제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 여행사의 AI 도입 수준은 아직 간단한 업무보조에 머물러 있다. 정해져 있는 패키지 또는 자유 일정을 맞춤형으로 변경한 수준이다. AI에서 다양한 일정과 경험을 고객에게 제시해도 현실여건 상 여행사에서 이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도에 있어서는 한국관광공사가 더 적극적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여행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AI기술을 활용해 ‘AI콕콕’과 ‘AI콕콕 플래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콕콕은 사용자의 여행 성향을 분석하여 맞춤형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한국관광 100선, 한국관광품질인증 숙소, 안전 여행지 등의 여행정보를 제공하며 SNS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국 인기 여행지와 인기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 AI콕콕 플래너는 인공지능 기반의 여행계획 서비스로 사용자의 선호도와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개인맞춤형 여행일정을 제공한다. AI를 활용해 여행 세부 일정을 짤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여행벤처 엠와이알오가 만든 마이로(MYRO)가 그것.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 명소를 선택하면 AI가 알아서 일정을 짜준다. 스투비 플래너 앱을 활용하면 최근 유행하는 여행지를 찾아준다. 여행 예상 비용과 소요시간도 계산해 준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국내 여행업계가 AI를 도입한 시기도 짧고 대부분 외부 솔루션·제휴 API 의존해 차별화된 알고리즘이나 UX가 부족하다”며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은 가격과 수요를 예측하고 시간대별 코스 추천이나, 어린이 동반 여부나 취향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국내 여행업계도 적극적으로 AI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미지 인식기반 여행정보 제공이나 스마트 여행경비 관리 안전여행을 위한 위험예측 기능 등 첨단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한국관광공사 , 한국관광 100선스탬프투어 이벤트 개최

한국관광공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간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스탬프투어’ 이벤트를 개최한다. ‘한국관광 100선’은 2년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개를 엄선하는 사업으로, 2015년부터 국내여행 버킷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는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던 ▲전주한옥마을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 ▲울릉도와 독도 등을 비롯해 올해 새롭게 선정된 명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아시아 최초의 시드볼트(영구종자보관시설)가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편백 숲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제주 머체왓 숲길’ 등도 포함되어 있다. 만 14세 이상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한국관광 100선 여행지를 방문해 이벤트용 여권 또는 별도 용지에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한 곳만 방문해도 경품에 당첨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광명동굴 △대관령 △마이산도립공원 △우포늪 등 21개 관광지에서는 특별 경품을 더 준다. 이벤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과 ‘한국관광 100선’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사 허소영 국민관광마케팅팀장은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한국관광 100선 관광지에서 특별한 봄날의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라며, “하반기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06

포항시, 국내여행지 검색량 1위

경북 포항시가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이 발표한 ‘5월 황금연휴 국내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 국내 여행지 검색 증가량 1위를 차지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부킹닷컴이 5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플랫폼 내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포항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장 높은 검색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포항이 주목받는 여행지로 부상한 것은 최근 ‘나의 완벽한 비서’ 등 인기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로 포항이 잇따라 등장한 덕분이다. 드라마 촬영지와 연계한 테마 여행 코스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검색량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영일대해수욕장, 호미곶 해맞이광장, 포스코 야경 등 포항만의 독특한 관광 명소도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포항시도 관광활성화를 위해 스페이스워크 등 신개념 관광지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조성하는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식당·숙박업소·전통시장 등 관광 편의시설에 대한 서비스 점검을 실시한다. 주요 관광지 주변 교통 동선과 주차장 정비를 추진하는 한편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특별 계도 활동을 벌이며, 식당 위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에도 나섰다. 아울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스페이스워크 등 주요 관광지 환경정비에도 총력을 다하며, 여행객들에게 쾌적하고 만족도 높은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강덕 시장은 “앞으로도 해양 관광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젊은 감성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포항만의 매력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06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경남 18곳의 여행지"

5월엔 당항포에서 공룡보고,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 영상테마파크에서 즐겨보자. 경남도는 ‘가정의 달’ 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기 좋은 여행지 18곳을 소개했다. 경남 18개 시군이 가족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곳, 생명·자연의 신비를 접하는 동·식물원, 가족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을 한곳씩 추천했다. 고성군은 가족여행지로 공룡을 테마로 놀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당항포관광지를 합천군은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로 레트로(복고)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상테마파크를 꼽았다. 통영시는 반려동물과 함께 한려수도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통영케이블카를, 김해시는 2000년 전 금관가야로 시간여행을 하는 가야테마파크를, 밀양시는 요가를 즐기며 반려동물과 노닐 수 있는 선샤인 밀양테마파크 역시 가족 여행지로 빠지면 섭섭하다. 창녕군은 국민동요 ‘산토끼’ 발상지면서 산토끼 테마파크로 알려진 산토끼노래동산을, 거창군은 5월이면 노란 창포꽃이 흐드러진 창포원을 가족 모두의 동심을 자극하는 곳으로 추천했다. 호랑이, 불곰,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을 자랑하는 진양호 동물원(진주시), 하마·공룡과 닮은 새인 ‘슈빌’로 유명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사천시), 국내 최대 돔(Dome)형 온실 ‘정글돔’으로 유명한 거제식물원(거제시)은 경남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동·식물원이다. 초록빛 차밭에서 녹차를 마시며 심신을 내려놓는 하동야생차문화센터(하동군), ‘전통한방 휴양관광지’ 동의보감촌(산청군), 만개한 장미 향기가 그득한 장미공원(창원시), 캠핑과 ‘물멍’(물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기)이 가능한 황산공원(양산시)은 가족 여행지로 그만이다. 제방 3㎞에 양귀비가 만발한 화정 양귀비 꽃길(의령군),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와 작약이 장관인 강나루생태공원(함안군), 이순신 장군 발자취와 함께 바다 전망이 일품인 이순신바다공원(남해군), 1천100여년 역사를 간직해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상림공원(함안군) 역시 추억을 남기는 가족 여행지로 적격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06

봄의 정령처럼 눈부신 이팝나무 아래서 ‘설레봄’

벚꽃이 진자리에 밥풀처럼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팝나무가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벚꽃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수국이나 유채처럼 눈부시지 않은데도 이팝나무는 볼 수록 가슴을 설레게 한다. 봄과 여름의 중간기를 화려하게 수놓는 이팝나무 군락지를 찾아 설레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꽃을 치렁치렁 피워 내는 이팝나무 꽃은 화려하기가 벚꽃 못지않다. 만개한 이팝나무 꽃은 가지마다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둥실 뜬 흰 구름처럼 화려하다. 이팝나무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붙어 있다. 잔 꽃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이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여서 이밥나무라고 했다가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일까? 조상들은 꽃의 개화 상태를 보고 그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농부들에게는 이팝나무를 살피는 것이 꽃 구경이 아니라 한해의 양식을 걱정해 가슴 졸이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入夏)에 꽃이 피어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렀고, 입하가 ‘이파’를 거쳐 ‘이팝’으로 되었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곳에 이팝나무가 피었지만 이팝나무 꽃이 가장 화사한 곳을 꼽으라면 경남 밀양이 으뜸일 것이다. 밀양 도처에 피어있는 이팝나무는 때로는 모여서 아름답고 혹은 따로 떨어져서 빛을 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사한 이팝나무는 부북면 화악산 아래 연못 위량지(位良池)다. 원래 이름은 양량지. 이 연못은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 축조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 축조했다는 위양지는 논에 물을 대던 수리 저수지였지만 인근에 거대한 가산저수지가 들어서면서 쓸모를 잃었다. 논에 물을 대는 대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니 ‘쓸모가 바뀌었다’라고 하는 쪽이 맞겠다. 저수지 주변의 수 백년 된 이팝나무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면서도 경이롭다. 특히 위양지의 절정을 보려면 새벽에 나서야 한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저수지에 깔리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소나무들로 울창한 숲을 두르는 모습을 담기 위해 수 많은 사진작가가 새벽부터 저수지 주변에 진을 치고 기다린다. 위양지는 사철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봄의 풍경이 압도적이다. 저수지 둘레의 오래된 이팝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위양지의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정자다. 연못에 떠 있는 섬 하나에 1900년에 지어진 안동 권씨 문중 소유의 정자 ‘완재정’이 있다. 당시에는 배로 드나들었다는데 지금은 정자로 건너가는 다리가 놓였다. 가수 아이유가 주연으로 나온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완재정 담 너머에는 밀양 제일의 이팝나무가 자란다. 정자 담장을 끼고 있는 아름드리 이팝나무가 꽃을 피우면 실가닥 같은 순백의 꽃들이 가지마다 터져 세상이 온통 환하다. 정자로 건너가는 다리 주변에도 이팝나무 몇 그루가 더 있고, 담장 한쪽에는 이팝나무에 질세라 찔레꽃이 흰 꽃을 화려하게 피워낸다. 이팝나무와 찔레꽃이 고요한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단장면 아불 삼거리에서 밀양댐 아래로 이어지는 1051번 지방도로는 밀양의 또 다른 이팝나무 명소다. 길가에 세워진 이팝나무로 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나무가 늘어진 거리만 5km 나 된다. 단장천의 물길을 끼고 밀양댐 아래까지 이팝나무의 흰 꽃이 구불구불 긴 띠를 이룬다. 나무마다 만개한 꽃의 모습이 마치 설경(雪景)을 연상케 한다. 이팝나무 가로수는 밀양댐을 완공한 2001년 무렵 심어졌다고 한다. 헤아려보면 수령은 25년 정도인데도 성장이 빨라서인지 이팝나무 철이면 가지가 길 양옆을 가득 덮는다. 이팝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또 다른 명소는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있다. 팔복동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주를 뛰게 한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기린대로에서 신복로까지 철길 양옆 620m 구간에 늘어선 이팝나무 군락은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이팝나무 철길’로 알려진 이곳은 매년 이맘때 이팝나무가 철길을 따라 만개해 봄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팝나무 철길이 개방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시민과 관광객이 이팝나무와 어우러진 철길 경관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전주시와 코레일 전북본부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개방하게 됐다. 전주시는 올해 이팝나무 철길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철길 주변에 먹거리 부스(이팝나무 장터)와 판매 부스, 체험 부스 등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플리마켓, 먹거리 장터, 마술·버블쇼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또 철길 개방 기간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앙리 마티스&라울 뒤피’ 전시도 열려 관광객들에게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서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팔복예술공장은 1990년대 초반까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곳으로 지금은 문화 예술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실내외 전시와 카페 등이 있는 A동, 꿈꾸는 예술 터와 다목적 야외광장 등이 있는 B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휴식과 문화 그리고 예술을 경험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팝나무 철길은 5월 3~6일 개방된다.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는 기린대로에서 신복로 630m 구간이 오후 6~9시까지는 금학교부터 신복로 400m 구간이 개방된다. 낮에는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 순백의 꽃길이 펼쳐지고 밤에는 철길 개방 구간에 설치된 경관 조명이 철길과 꽃잎을 비추며 교교한 봄밤의 정취를 무르익게 한다. 한편 이팝나무 철길을 개방 시기에만 해당 구간 철길 내부에서 이팝나무 감상과 촬영할 수 있으며, 안전을 위해 개방 기간 및 구간 외 출입은 금지된다. 경북도의 이팝나무 명소 포항 흥해·경주 오릉·달성 세청숲까지 ‘힐링 포인트’ 경북의 대표적인 이팝나무 군락지는 포항 흥해읍에 있다. 일명 ‘포항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561호)로도 지정됐다. 이팝나무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향교의 풍경은 고아하면서도 화사하다. 포항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은 고려시대 충숙왕 때인 14세기 초 이곳에 흥해향교를 세우면서 기념으로 심은 나무에서 종자가 떨어져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교 주변에 자라는 이팝나무 노거수 20여 그루는 평균 가슴높이 둘레가 2m 넘고, 평균 높이는 12m 이상이다. 옛날 주역을 습득한 선비들이 전쟁을 예측하고 급할 때 무기를 만들기 위해 심었다는 설(說)도 같이 전해지고 있다. 김해에는 주촌면 천곡리와 한림면 신천리에 국내 최고령 이팝나무 2그루가 있다. 수령은 650년이나 된다. 경주 오릉은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을 비롯해 남해차차웅(2대), 유리이사금(3대), 파사 이사금(5대)의 능이 자리한 역사적 장소다. 해마다 5월이면 하얗게 만개한 이팝나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울창한 이팝나무 군집이 펼쳐진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얀 꽃으로 뒤덮이며 장관을 이루고 뒤편의 하얀 담장이 화사한 봄 풍경을 완성한다.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의 이팝나무 군락지는 대구경북지방에서 유일하게 집단 자생하는 이팝나무 숲이다. 일명 ‘세청숲’이라 불리는 이곳의 이팝나무는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구 중구 동산의 제일교회 마당 북쪽에 있는 수령 200년이 넘는 이팝나무 두 그루는 이른바 ‘현제명 나무’로도 알려진 곳이다. 대구시가 보호수로 지정하고 현제명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현제명 나무로 명명했다. 대구 동구에 있는 동촌유원지 해맞이 동산 별빛 산책로도 이팝나무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새하얀 눈송이처럼 핀 이팝나무꽃이 나들이객들에게 따스한 봄날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봄날의 청량함과 산뜻함을 느끼게 하는 이팝나무 아래를 거닐며 힐링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4-28

흑백요리사와 함께하는 특별한 해양 미식

흑백요리사의 세프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제철 음식과 푸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한국관광공사는 5월 ‘바다 가는 달’을 맞아 5월 7일까지 특별한 해양미식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셰프의 바다밥상’을 개최한다. 셰프의 바다밥상은 지역의 해산물 재료를 활용해 특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두 명의 셰프가 참여한다. 5월 17일 여수에서는 대한민국 제16대 조리명장이자 한국바다셰프협회 회장인 안유성 셰프와 함께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맛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 5월 24일 부산에서는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가 부산에서 감각적인 제철 바다한상을 선보이고 셰프와 함께하는 토크쇼와 푸드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이벤트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공식 누리집(바다가는달.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바다여행에 대한 추억과 버킷리스트 등을 작성해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참가자가 선정된다. 여수 50명, 부산 30명이 선발되며, 최종 참가자에게는 오는 12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공사는 부산 편 이벤트에 외국인 관광객 30명을 별도 모객해 한국의 제철 음식과 ‘K-로컬 미식여행 33선(2024년 선정)’ 등의 매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전략본부장은 “이번 이벤트는 바다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에 미식의 스토리텔링을 더한 새로운 해양관광 콘텐츠”라며, “앞으로도 ‘파도 파도 끝없는 매력’을 가진 바다를 활용해 다양한 지역 관광 콘텐츠를 발굴·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4-28

“피와 땀이 깃든 아름다움, 여행의 진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라!Hic Rhodus, hic salta!” 이솝 우화에서 나온 말입니다. 허풍이 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리스의 여러 섬들을 여행하고 본국으로 돌아온 뒤 자신이 로도스라는 섬에서 멀리뛰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자랑하고 다닙니다. 로도스섬은 그리스 에게해 끝 쪽에 있는 중세 도시입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코웃음 치며 그에게 말합니다. “여보게! 멀리 갈 것 있나? 자, 여기가 로도스네. 여기서 한번 뛰어 보게!” 다다를 수 없는 환상, 불가능한 허구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현실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이 문구가 유명해진 것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인용하고부터였습니다. 그전까지 철학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철학은 특정한 사람만이 하는 아주 특이한 학문이었습니다. 헤겔은 현실과 떨어진 추상적인 내용은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실에 튼튼하게 뿌리박을 때 철학이 철학다워진다는 것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들 여행을 환상적인 경치를 보거나 현실의 고통과 고민을 잊어버리기 위해 떠납니다. 여행을 가면 어떤 해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 프랑스까지 이어지는 무려 700㎞의 산티아고 순례길(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걸었던 이들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마흔을 앞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선물처럼 다가온 한 여자가 말합니다. “당신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당시 남자는 음반 회사의 중역으로 속칭 잘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자의 말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남자는 회사를 나와서 1986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영혼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가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입니다. 코엘료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순례자》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후 순례자의 여정에서 얻은 삶의 신비를 담은 《연금술사》를 출판했는데 170개국에서 무려 2억 1000만 권 이상 팔리는 슈퍼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는 명언을 남깁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그는 인생의 티핑포인트(변곡점)를 맞게 됩니다. 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은 맞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지팡이는 아닙니다. 여행이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현실이 가혹해도 현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환상적인 풍경과 여행이 주는 낭만만 기대한다면 여행지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모로코의 도시 페스는 마을이 온통 세계문화유산입니다. 눈 두는 곳마다 아름답고 화려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화려한 곳은 테너리라 불리는 천연 가죽 염색 공장입니다. 특유의 이색적인 풍경 덕분에 전 세계 사진가들이 출사 명소로 손꼽는 곳이기도 합니다. 메인 테너리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테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페스의 테너리를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하선 씨는 테너리의 풍경을 “형광처럼 빛나는 노란색을 빼기 위해 고가의 사프란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가죽 염색 과정은 전부 수작업이다. 멋진 풍광을 한눈에 담으려면 높은 건물로 향해야 한다. 옥상에 올라 밑을 내려다보니 색색의 염색 약품이 들어 있는 수많은 둥근 통과 가죽 염색 공장의 풍경은 마치 화가의 팔레트처럼 보였다.” 고 말합니다. 사진가에 눈에 아름다웠던 풍경은 현실에 발을 디디면 참혹한 노동의 현장이 됩니다. 박 작가도 실제로 그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박하향이 나는 허브 잎을 주면서 코에 대고 가라고 한다. 테너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냄새에 대한 배려인 듯하다. 역시나 소문대로 냄새가 지독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에 놀라지만 가죽 염색을 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실상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의 목소리가 스며 있거나 피와 땀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픔까지 공감할 때 우리의 여행은 더 깊어지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낭만을 느끼러 여행을 가면서 왜 아픈 현실까지 공감해야 하냐고 다소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아픈 현실에 발을 디디고 걸어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4-28

충남 아산에서 색의 향연에 빠지다

충남 아산의 봄은 늘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탕정면 지중해마을은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건물이 이채롭고, 세계꽃식물원은 붉은빛과 보랏빛 등 형형색색의 꽃이 대형 온실을 채운다. 푸른 색 소나무 울울창창한 봉곡사까지 화려한 색깔잔치가 펼쳐진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가는 봄이 아쉽다면 아산에서 마지막 봄의 향기에 취해보면 어떨까? ‘치유와 쉼’을 모토로 지어진 지중해마을 그리스 섬과 프랑스 남부 건축양식 `눈길‘ 산토리니·파르테논·프로방스구역 나눠 예술과 패션, 뷰티·식음료의 거리로 꾸며 연중 3000여 종 원예종 관상식물 가득한 ‘세계꽃식물원’ 다양한 꽃 축제도 선보여 쉼없이 펼쳐진 소나무 숲을 지나 만나는 천년고찰 봉곡사 때 묻지 않은 소박함 물씬 ◇ 이채로운 색감의 향연 지중해 마을 지중해마을은 색감이 다르다. 마을에 들어서면 첫인상부터 이국적이다. 이름에서 엿보이듯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양식을 빌렸다. 건물 64동이 들어선 골목은 산토리니구역과 파르테논구역, 프로방스구역으로 나뉜다. 산토리니구역은 흰 담장에 파랑·주홍 지붕을 인 건물이 늘어섰다. 관광객의 촬영 포인트로 지중해마을을 대변하는 이색 골목이다. 파르테논구역은 희고 굵은 기둥으로 안팎을 치장한 레스토랑과 상가가 두드러진다. 지중해마을 공원 너머 자리한 프로방스구역은 건물 전체를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단장했다.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며 삶의 터전을 잃은 72가구의 이주민들은 전혀 새로운 선택을 했다. 전원주택도, 아파트 단지도 아닌, 유럽 지중해의 건축양식을 본뜬 ‘테마 마을’을 만든 것이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 마을의 의미는 더 크다. 2013년 봄 ‘지중해마을(Blue Crystal Village)’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양식을 빌린 데는 ‘치유와 쉼’이 모토가 됐다. 지중해풍 건물 2~3층은 주민이 거주하고 1층은 레스토랑과 빵집, 카페, 기념품 숍, 식당 등이 들어섰다. 정착 초기에는 예술가의 아틀리에가 한 축을 차지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산토리니구역을 공방과 카페가 있는 예술거리, 파르테논구역을 패션거리, 프로방스구역을 뷰티·식음료거리로 꾸몄다. 지중해마을은 골목 곳곳을 누비며 개성 넘치는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콜릿 만들기, 자기 빚기 등 체험 공간이 마련됐으며,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와인 레스토랑, 호두파이집, 빵집 같은 가게를 하나하나 방문하는 시간도 알차다. 밤이면 골목 위로 매달린 은하수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마을 공원에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쉬기 좋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포토존으로 천사의 날개, 등대모양의 빨간 우체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중해마을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젊은 방문자가 늘면서 여행자 카페, 각종 소품 숍 등도 인기를 끈다. ◇ 365일 꽃피는 정원 세계꽃식물원 아산의 봄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또 한 곳은 세계꽃식물원이다. 아산시 도고면에 있는 ‘세계꽃식물원’은 연중 3,000여 종의 원예종 관상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이다. 4월이면 온실 외부까지 꽃이 만발해 예쁜 꽃 마당을 만든다. 대형 온실에 들어서면 붉은 베고니아 꽃 터널이 봄 분위기를 한껏 뽐낸다. 열대정원, 연못정원, 미로정원, 에코정원 등 다양한 테마 정원도 관람로를 따라 이어진다. 연중무휴에 계절별로 다른 꽃이 피는 세계꽃식물원은 ‘365일 꽃 피는 공간’을 표방한다. 세계꽃식물원의 가장 큰 특징은 버려진 재료로 새 생명을 부여한 정원구성이다. 항아리 정원은 오래된 옹기와 기와를 활용해 우리 전통의 정취를 담았고 사막정원은 화재로 파손된 이탈리아산 토분 조각을 재활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울 정원은 반사 효과를 식물관람이 가능하다. 플라스틱 가든은 폐플라스틱을 재구성해 식물의 형상으로 구현해낸 재활용 예술의 사례다. 시즌별로 변화도 화려하다 봄이면 튤립, 히야신스, 수선화 등이 만개해 식물원 전체가 형형색색으로 물든다. 여름에는 쿠르쿠마, 칸나 같은 열대성 화초들이 온실을 채운다. 가을에는 대표적인 꽃인 국화처럼 식물과 뿌리나 줄기등이 비대한 구근류 꽃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겨울에도 포인세티아와 오렌지 트럼펫 등이 온실을 수놓는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보라색 스트렙토칼펠라 꽃이 작은 터널을 이룬 정원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잠시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거대한 킹벤자민고무나무를 만나거나 피톤치드가 듬뿍 나오는 골드크레스트 ‘윌마’ 미로공원을 거니는 경험도 이채롭다.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 지난해 온실 지붕을 높이는 공사를 했다. 세계꽃식물원은 튤립, 백합 등 화훼를 생산하는 영농법인으로 출발했다. 2004년 더불어 꽃을 즐기는 문화를 위해 재배 온실을 일부 개방했으며, 원예 농민과 소비자의 행복한 공존을 바라는 마음으로 자회사 LIAF(Life is a flower)를 운영 중이다. 또한, 원예와 정원 문화가 발달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든센터’라는 공간을 도입하여 다양한 원예 체험 프로그램과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수십 년 노하우가 있는 원예 전문가에게 직접 배우는 분갈이, 꽃과 잎으로 천연 염색 손수건 만들기 등이 흥미롭다. 동백축제, 튤립축제, 베고니아축제, 백합축제, 다알리아축제, 국화축제 등 20여 가지의 테마를 바탕으로 다양한 꽃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꽃식물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1인당 1만원이며, 65세 이상은 6,000원이다. 입장료에 해당하는 식물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세계꽃식물원 공식 홈페이지(https://lia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호젓하게 즐기는 봉곡사와 맹씨 행단 호젓한 아산을 즐기고 싶다면 봉곡사가 제격이다. 봉곡사 주차장에서 봉곡사까지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소나무 숲길은 기가막힌 산책로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쉬임없이 펼쳐지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맑은 기운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한다. 이 숲길은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에 선정됐으며, 소나무 밑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새긴 ‘V 자형’ 상처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패망을 앞둔 일제가 비행기 연료로 쓰기 위해 주민을 강제 동원해 송진을 채취하던 흔적이다. 천년고찰 봉곡사는 단청없는 맞배지붕의 대웅전에서 때 묻지 않은 소박함이 느껴진다. 사찰 주변은 대숲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대숲이 흔들리고 어디선가 직박구리 소리가 적막한 사찰을 깨우는 듯 하다.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만공대선사가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도 잘알려져 있다. 배방읍에 있는 아산 맹씨 행단(사적 109호)은 조선 초 정승 맹사성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고택과 맹사성이 정사를 논한 구괴정, 사당 세덕사 등이 자리한다. 고택 앞에 수령 600년이 넘는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고택과 이어지는 고불맹사성기념관 건너편으로 돌담이 예쁜 카페가 있어 춘심(春心)을 다독이기에 좋다. 온양민속박물관 역시 고요한 봄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야외 전시 공간은 석수, 장승, 비각, 너와집 등이 산책로를 따라 옹기종기 이어진다. 박물관 내부에는 탈, 갓 등 전통 공예와 한국인의 의식주에 관련된 수준 높은 민속자료 2만여 점을 전시한다. ◇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지중해마을→아씨 맹씨 행단→봉곡사 소나무숲길→세계꽃식물원 <1박2일 여행코스 > 첫째날=지중해마을→아산 맹씨 행단→봉곡사 소나무숲길→외암민속마을 둘째날=세계꽃식물원→온양민속박물관→현충사→온양온천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4-21

베네치아, 당일치기 관광객에 입장료 과잉 관광 대응… 7월 27일까지 시행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올해도 도시 입장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탈리아의 주요통신사인 안사(ANSA)에 따르면 베네치아시 당국은 부활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했다. 베네치아는 지난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관광지 중 최초로 도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당초 기대했던 관광 수요 억제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240만유로(약 38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며 시 재정에는 도움이 됐다. 올해 입장료는 1인당 5유로(약 8000원)로 책정됐지만 방문 예정일로부터 3일 이내에 예약할 경우 10유로(약 1만6000원)를 내야 한다. 입장료 적용 기간도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작년에는 총 29일간 시행됐지만 올해는 지난 18일부터 7월27일까지 총 54일간, 주로 주말과 공휴일에 시행된다. 14세 이상의 모든 방문객은 휴대전화로 입장료를 결제한 뒤 QR코드를 발급받아 검사관에게 제시해야 한다. 검사관은 산타루치아역 등 베네치아 주요 진입 지점에서 무작위로 검표할 예정이다. 다만 베네치아 내 숙박 시설에 예약한 관광객은 입장료가 면제된다. 숙박객은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등록을 해야 입장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연간 베네치아를 찾는 3000만명 가운데 대다수가 당일치기 방문객이다. 지난해 베네치아 숙박 관광객은 약 390만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약 13%를 차지했다. 10명 중 1∼2명 정도만 숙박하고 나머지는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상황에서 베네치아시 당국은 도시 입장료를 당일치기 방문객에게만 적용해 숙박 중심의 ‘질 높은 관광’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시모네 벤투리니 베네치아 관광 담당 시의원은 “도시 입장료 제도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지만 방문객 흐름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관리 수단”이라며 “도시를 존중하고 깊이 있게 경험하는 ‘질 높은 관광’을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