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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맑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청량한 여름 숲으로

작가 김훈은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고 했다. 그 바람은 온몸을 감싸고 여름의 열기까지 가라앉힌다.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망망한 수해(樹海)가 창창하게 펼쳐진 숲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숲이 주는 치유와 깊은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음자연휴양림 산그늘 진 ‘치유의 숲’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 산림치유지도사 상주하며 ‘숲 속 체조’ 등 프로그램 미천골자연휴양림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울창한 산림 은둔하기 좋은 곳 12km 미천골 계곡 크고 작은 폭포들 굽이쳐 흘러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사계절 아름다운산 … 자연 힐링·짜릿한 모험 가득 인근 용추계곡 연인원 10만여 명 인파 몰리는 영산 △사계절 보약 같은 산음자연휴양림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되었다. 센터 뒷길에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은둔의 유토피아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 6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숲으로 들자.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고 세상을 잠시 잊어보자. 국립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과 홍천군 사이의 구룡령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휴양림으로, 미천골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약 12km에 달하는 미천골계곡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를 형성하며 굽이쳐 흐른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은 태백산맥 준령의 남·동편 사면에 위치해 있어 온대 중부 기후대에 속하고, 고산지대는 온대 북부에 속하며, 주 계곡 양편으로 박달, 물푸레, 고로쇠, 층층, 피나무, 음나무, 복자기, 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분포되어 있다. 울창한 산림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청정 지역으로 물안개를 일으키며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과 크고 작은 폭포로 이루어져 수려한 경관을 갖춘 계곡이다. 또한 휴양림 내에 산림문화휴양관 등의 숙박시설과 편의시설, 선림원지와 불바라기약수터가 있어 산림 휴양지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 유적 탐방과 자연 체험의 장으로도 활용 가치가 크다. 휴양림에서 묵은 다음 날에는 양양의 바다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해담마을을 찾으면 수륙양용자동차 타고 스릴을 즐길 수도 있고, 송천떡마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떡도 맛볼 수 있다. 주변에 남대천연어생태공원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낙산사도 꼭 들러볼만 한다. △싱그러운 초여름 숲 용봉산자연휴양림 용봉산은 해발 381m로 야트막하고, 기슭에 자연휴양림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자연 체험 공간도 갖췄다.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체험 프로 그램은 늘 예약이 꽉 찰 만큼 반응이 좋다. 등산로는 2시간 코스부터 3시간 30분이 걸리는 종주 코스까지 3개가 있고,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산림휴양관과 숲속의집을 둘러싼 숲길이 좋다. 숲길이 짧아 아쉽다면 좀 더 멀리 용봉사까지 다녀와도 괜찮다. 용봉산에는 소나무와 화살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신갈나무 등이 자란다. 가장 많은 수종은 소나무다. 용봉산 소나무는 대부분 암반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분재형 소나무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병풍바위, 사자바위 등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충남 홍성은 산과 바다, 역사적 명소를 두루 갖췄다. 조선 시대에 축성한 홍성 홍주읍성, 한용운선생생가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이응노 선생의 예술 세계를 만날 볼 수 있다.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천수만 권역의 속동전망대와 일몰이 아름다운 궁리포구도 꼭 가볼만한 여행지다. △마법의 숲,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전남 보성에 있는 제암산의 사계는 봄에는 철쭉으로, 여름에는 풍부한 수량으로 가을에는 억새가, 겨울에는 설화가 아름다운 산이다. 하지만 산의 명칭이 말하듯 모든 산을 압도하는 황제의 산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용추계곡이 있어 휴가철에는 연인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는 영산이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이 가득한 마법의 숲이다. 더늠길은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초록빛 세상을 따라 바람과 새소리가 흐르는 힐링 로드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 속 체험 시설이다.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광주 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은 황토 돌담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을 걷다, 완도수목원 1991년 문을 연 완도수목원은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다. 난대림 문화와 전통 창호 문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림박물관과 남부지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열대 온실이 있다. 상왕봉(象王峯)의 후사면에 조성된 완도수목원은 상록활엽수로는 세계 최고·최대의 집단 자생지이다. 2,000ha의 광활한 면적에는 169개과 3,449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거나 이식되어 자라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 온실, 관찰원,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완도수목원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2011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목원의 60%를 차지하는 붉가시나무는 탄소저장량과 흡수량이 가장 높아 최적의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알려져 있고 사계절 변함없이 산소 발생량이 크므로 언제나 쾌적한 산책을 할 수 있다. 수목원 아래 대문저수지의 물그림자는 마치 거울을 비추는 듯하다. 완도의 상징인 완도타워에 설치된 48인승 대형 모노레일을 타면 사방이 커다란 유리창이라, 완도 읍내와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섬이다. 약 1200년 전 동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은 신라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았다. 올해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개통하면 고금도와 약산도(조약도)는 물론, 고금대교를 건너 전남 강진이나 장흥으로 향하는 여정이 더욱 쉬워진다. △ 다도해 옆 편백 바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 경남도 남해는 ‘다도해의 보물섬’이라 불린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ha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힐링을 약속하는 곳이다. 피톤치드는 특유의 살균 효과 덕분에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 질환에 좋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우러진다. 오래전에 문 닫은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 이름처럼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문항어촌체험마을, 이순신 장군의 가묘가 있는 남해 충렬사 등도 이 지역의 보물이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23

인도, 그 슬픈 눈동자

인도를 두 번 여행했는데 첫 번째 여행은 부처님의 행적지를 따라가는 여행길이었습니다.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가 있는 보드 가야에서 죽림정사가 있는 라지기르, 부처님이 태어난 사비성까지 돌아보는 일종의 성지 순례였던 셈이죠. 불교도는 아니었지만 인도 여행은 대단히 매혹적이고 아름 다웠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도인 빕은 오랫동안 여행 가이드를 한 스물아홉 살의 청년입니다. 언제나 순박한 미소를 얼굴에 달고 다닙니다. 영어도 잘하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 는 한국어가 걸작입니다. “형님 오늘 재미있는 것 많이 보게나.” 빕에게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특히 존칭을 쓰는 일이 더욱 어려운가 봅니다. 그는 10박이 넘는 인도 여행 기간 동안 좋은 친구이자 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빕이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 안 보이는 곳 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옵니다. 동행자 중에 또 한 사람의 인도인이 있었습니다. 칸은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세계적인 월간지 아시아 판에 주기적으로 기고를 하는 사진 기자 겸 칼럼니스트입니다. 칸은 유머가 넘치고 박학다식합니다. 세계 역사는 물론 철학적인 이야기에 인도 신화까지 그야말로 르네상스 맨처럼 다양한 지식의 창고였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늘 유쾌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뉴욕대학교에서 사진 을 전공한 엘리트입니다. 힌두교인이라고 해도 종교적인 부분에도 제약이나 거침이 없었습니다. 타 종교에 대한 이해도 넓고 종교 간의 분쟁이 아니라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제는 빕과 칸이 한자리에 있을 때였습니다. 왠지 모르게 서로에 대해 굉장히 껄끄러워했습니다.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빕의 손을 잡고 칸과 다른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자고 앉히니 칸이 굉장히 불쾌한 얼굴을 보였습니다. 빕은 울상이 됐습니다. “형님 나 다른 데서 밥 먹어. 밥은 다른 데서….” 인도에는 ‘카스트’라 불리는 계급 제도가 있습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생긴 것은 기원전 15세기 전후입니다. 그전에는 인도 고대 민족이 있었지만 백인 계통의 아리안족이 인도로 들어오면서 계급 제도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들은 인도 고대 민족과 피부색에서부터 차이가 있었고 그 혈통을 보존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계급 제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스트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등 4개의 계급이 있고 이것이 더 분화되어 무려 2500여 종 이상의 계급 구분이 있다고 합니다. 브라만은 성직자나 학자의 역할을 맡아 오래전부터 사원에서 종교행위에 몰두하는 신성시되어 온 계급입니다. 크샤트리아는 그 밑의 계급으로 왕족이나 귀족, 법관이나 무사, 공무원, 위원, 총리, 경 찰 등 사회 안정을 위해 일합니다. 바이샤는 일종의 중인 계급이라고 보면 됩니다. 농민, 상인, 생산자, 연예인 등을 지칭하는 계급으로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사람 대접을 받는 아리안 족의 혈통입니다. 그 바로 아래 계급인 수드라는 잡일이나 하인, 청소부 등 사회의 잡다하고 어려운 육체노동을 전담합니다. 그리고 이 네 개의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 다. 이들은 신분이 너무 낮아서 사람들이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불가촉천민(Untouchables)이라 부른 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시체 닦는 일, 화장실을 치우는 일, 가죽 다루는 일을 합니다. 거대한 빨래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비왈라라고 부릅니다. 이들도 물론 불가촉천민입니다. 한번 정해진 직업은 계급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대물림합니다. 원래 계급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연애 결혼이 늘면서 계급 간의 장벽이 예전보다는 희미해졌습니다. 하지만 계급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하면 두 사람의 계급은 낮은 계급 사람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높은 계급의 가족에서 원치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인도는 맞선을 볼 때도 온 가족이 나와서 맞선을 보기 때문에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기 어렵습니다. 공식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1947년 폐지됐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를 포함한 많은 사회 개혁 운동가들이 불가촉천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면서 불가촉천민들을 ‘신의 자식’이라는 의미의 하리잔(Harijan)이라 부르고 힌두 사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급 타파에 앞장섰습니다. 하리잔은 무려 1억 명이나 됩니다. 2017년 7월에는 불가촉천민 출신의 대통령인 인도국민당의 람 나트 코빈드가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인도 역사상 불가촉천민 출신의 두 번째 대통령입니다. 카스트 제도에 따른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심리적 혹은 사회 관습적 부분에서는 여전히 노골적인 차별이 존재합니다. 이쯤해서 빕과 칸이 왜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꺼렸는지 짐작할 겁니다. 칸은 브라만 출신의 금수저였고, 빕은 불가촉천민은 아니지만 수드라 출신입니다. 칸은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사람이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세뇌되다시피 한 계급의 틀을 뛰어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물론 빕은 더더욱 어려운 일 이었을 테고요. 그들은 그렇게 여행 내내 서로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지냈습니다. 둘 사이를 엮어 주려는 내 노력은 주책맞거나 물색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12박 13일의 여행을 마치고 떠나던 날 빕은 소처럼 커다란 눈으로 꼭 다시 인도에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전 다시 인도를 찾았습니다. 빕을 다시 보 고 싶었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가 강고한 계급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23

수국으로 물든 한반도 탐스러운 꽃여행

프랑스의 시인인 제라드 드 네르발(Gerard de Nerval)은 ‘모든 꽃은 자연에서 피어나는 영혼’이라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좋아하는 꽃도 유행을 탄다. 최근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꽃은 유채꽃이었다. 아직도 가을철에는 메밀꽃이 대세고 겨울철에는 동백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꽃은 아니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전국이 핑크 뮬리(분홍억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9년 국립생태원에서 핑크 뮬리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로 지정한 이후 빠르게 퇴출됐다. 핑크 뮬리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수국이다. 수국은 한자로 ‘물 수(水)’에 ‘국화 국(菊)’ 자를 쓴다.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고 국화처럼 넉넉한 꽃을 피운다. 지금은 수국의 계절. 한반도 곳곳에 수국이 눈부시게 꽃을 피웠다. 이번 주말에는 탐스럽게 핀 수국을 따라 꽃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수국마니아들이 즐겨찾는 비밀스러운 공간 율봄식물원 여름이 막 시작되려는 6월, 계절의 색을 가장 먼저 입는 꽃은 단연 수국이다.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율봄식물원은 지금, 연보라와 하늘빛, 분홍으로 번지는 수국으로 정원을 가득 채운다. 평범한 식물원도, 단순한 공원도 아니다. 농업과 예술, 자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이곳은 이름처럼 조용한 ‘봄’의 결을 닮았다. 율봄식물원이 주는 첫인상은 ‘단정함’이다. 군더더기 없이 구성된 동선, 계절에 맞춰 철저히 계획된 식재,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인 오브제들이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진짜 매력은 꽃의 색감이 아니라, 공간에 흐르는 여백의 미에 있다. 수국이 피는 6월은 이 정원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정돈된 조경 사이로 피어난 수국은 마치 수채화의 번짐처럼 은은하게 풍경을 물들인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에서 쌓인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조용히 걷기만 하는 이도, 모두 각자의 속도로 이 정원을 소비한다. 율봄식물원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다. ‘농촌예술테마농원’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농업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자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계절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땅을 만지고 생명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생태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쉼의 공간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율봄식물원은 아직 SNS에서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덕분에 방문객의 발길도 북적이지 않아, 자연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다. △ 수십만 그루의 수국이 맞아주는 그레이스 정원 경남 고성 백암산 뒤편에도 비밀의 정원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그레이스 정원은 수국을 테마로 한 59만5000여㎡규모의 민간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마치 군인처럼 도열한 입구부터 보랏빛 수국이 화사한 꽃송이를 자랑한다.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탓인지 벌써부터 정원 곳곳에서 수국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돌담을 따라 올라가니 구릉과 언덕에도 각양각색의 수국이 만발하다. 숲 한가운데는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교회도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연장도 있다. 그레이스 정원은 경남 창원의 마금산 온천에서 온천장을 운영하는 조행연(여·76) 씨가 14년에 걸쳐 가꿔온 정원이다. 그레이스 정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눈치 챘겠지만 실상 이 정원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 씨가 선교센터를 지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정원의 시작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천장에 있던 메타세콰이어를 옮겨 심는 것이었다. 길 양옆으로 정갈하게 줄지어 메타세콰이어를 심은 뒤 숲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교회부터 지었다. 그때부터 정원과 식물에 대해 공부했다. 원예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유튜브를 뒤졌다. 하나하나 공부해가면서 정원 만들기를 진두지휘했다. 10여 년이 넘게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서 조 씨는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어 식물과 관련한 실전 지식을 익혔다. 그레이스 정원은 전문가들이 본다면 어딘가 허술해 보일수도 있지만 허세나 과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꽃의 생태적 특성보다는 꽃이 주는 위안을 생각하여 만든 정원이라 더 친근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메타세콰이어 길에 한쪽은 수국을 심고 반대쪽에는 경사진 물길을 놓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소리를 배치한 조경이다.그레이스 정원의 수국은 청명한 날에도 좋지만 장맛비가 그치고 꽃과 잎의 색감이 짙어질 때 더 청량하다. 정원에는 수국만 있는 건 아니다. 정원 위쪽의 경사지에는 자작나무와 해국을 심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햇살은 더 농밀해지고 수국을 따라가는 길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 만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 만화방초 고성에는 또 한곳의 수국명소가 있다. ‘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만화방초(萬花芳草)가 그곳이다. 규모는 그레이스 정원이 더 크지만 수국정원을 먼저 조성한 곳은 만화방초다. 1997년 정종조 대표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자 수국을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한 정원이다. 만화방초의 전체 공간은 330,578㎡인데 이중 66,115㎡는 야생 녹차밭이며 야생식물도 700여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정원에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제 색깔로 자라고 있다. 일부 수국정원이 수국을 보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인공으로 색깔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만화방초는 자연을 최대한 살리자는 정 대표의 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포크레인 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길도 원래 짐승이 다니던 길을 그대로 활용했다. 만화방초는 오래 가꿔온 곳이니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공간도 다채롭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작은 연못이 있는가 하면, 계곡 옆으로 울창한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공간도 있다. 만화방초에서 수국이 가장 많이 핀 곳은 수국꽃길이다. 6월초인데도 탐스러운 수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정원 위쪽은 벽방산으로 이어지는데 정 대표는 전망대까지 수국을 심어 그야말로 수국천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 한림공원, 혼인지, 김녕수국길 제주에 활짝 핀 수국 제주의 수국명소인 트로피칼한림공원은 1971년 협재해수욕장 인근 33만㎡의 광활한 황무지를 개간해 야자수와 관광 식물을 심으면서 조금씩 규모가 커져 9개의 테마를 담은 대규모 공원이 됐다. 아열대식물원, 야자수길, 산야초원, 협재·쌍용·황금굴, 제주석·분재원, 재암민속마을, 사파리조류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월마다 축제 테마를 달리해 연간 100만여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여름에는 공원 내 이국적 풍취가 물씬 느껴지는 야자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꽃잎 하나가 수채화 붓 자국 모양을 닮은 수국이 한편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한림공원 수국동산에는 채도 높은 자색 수국들이 가득한데 1000여 그루의 수국과 산수국이 장관을 이룬다. 수국의 또 다른 이름 수구화(繡毬花)의 뜻처럼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절로 피어오른다.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혼인지도 수국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짙은 파란색 수국이 가득한 혼인지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제주’는 고려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 이전에는 ‘탐라’라 불리는 섬나라였다.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는 수렵 생활을 하다가 온평리 바닷가에 떠밀려온 오색찬란한 나무상자를 건져 올렸다. 상자 속에는 벽랑국의 세 공주와 오곡백과가 들어 있었다. 삼신인은 세 공주를 각자의 배필로 정하고 온평리 혼인지 연못에서 혼례를 올렸다. 나무상자에서 나온 망아지와 송아지를 기르고 오곡 씨앗을뿌려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 ‘온화하고 평화롭다’라는 뜻의 온평리는 탐라국의 시작을 알린 곳으로이때부터 제주가 흥하게 됐다는 전설이다. 이런 이유로 온평리는 혼인지마을로 불리면서 전통혼례를 치르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혼인지에 수국 피는 계절이 오면 연못가에서 푸른 꽃들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돌담을 따라 삼공주추원사까지 이어진 꽃길은 공들여 장식한 버진로드처럼 화려하다. 서귀포에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잔잔한 풍경을 따라가다 닿게 되는 위미리에 여름이 오면 길가에서 푸른 꽃이 반긴다. 위미리 수국길의 꽃들은 여름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위해 인내하다가 길가에서짧고 굵게 피어난다. 마을은 고즈넉한 포구를 품고 있다. 위미항 방파제에 핀 한 다발의 수국은 엽서 한장에 담긴 그림 같다. 화려하게 가꿔 놓은 수국 명소보다 조금 쓸쓸하지만, 항구를 포근하게 감싼 서정적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주의 속살을 마주한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16

코로나·뎅기열… 해외여행객 감염병 주의

최근 중국, 대만 등에서 코로나 19 환자가 늘고 있는 등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서 올여름 해외여행객 사이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객이 즐겨찾는 여행지인 동남아시아에는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열, 일본뇌염 환자가 늘고 있고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말라리아, 황열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태국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어 해당 국가를 방문할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은 사전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홍역도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이다. 홍역은 공기 전파가 가능해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행지의 기후, 지역 특성에 따라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다르므로 질병청이 운영하는 ‘해외감염병NOW’ 홈페이지 등에서 국가별 감염병 예방 정보와 유행 동향 등을 확인하는 게 좋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손 씻기나 음식물 익혀 먹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사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홍역, A·B형간염, 황열, 일본뇌염, 장티푸스 등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다만 질환별로 적절한 접종 시기, 접종 횟수 및 간격이 다르므로 출국 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국 4∼6주 전에 접종을 완료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일반적인 백신 접종 후 방어항체가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완료하는 게 좋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16

사람과 풍경 어우러진 ‘정읍’…감성여행지로 주목

감성여행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읍시가 인물과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은 ‘트래블스냅’을 통해 지역관광을 홍보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읍시는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봄 풍경이 유독 아름다운 지역 명소 10곳을 선정해 인물 중심의 트래블스냅 촬영을 완료했다. 이번에 담긴 장소는 월영습지, 정읍사문화공원, 한국가요촌 달하, 내장산 우화정과 솔티숲, 고택문화체험관, 김명관 고택, 내장산 용굴과 케이블카, 내장산 조각공원 등이다. 선정 기준은 경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역사성, 스토리텔링 요소, 대중적 인지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이번 트래블스냅은 단순한 풍경 중심이 아닌 인물과 체험을 함께 담아 각 명소의 매력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고택문화체험관에서는 다도와 싱잉볼 체험을 즐기는 장면을, 우화정에서는 물에 비친 하늘과 푸른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담아냈다. 내장산 용굴은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역사적 의미를 담아낸 공간으로, 감성과 의미를 동시에 담은 사진이 완성됐다. 김명관 고택의 처마 아래 단아한 한복 차림의 모습이나, 솔티숲의 편백나무에 기대 잠시 쉬는 장면, 내장산 조각공원의 산책길에서 친구와 나누는 대화 등은 정읍의 일상을 특별한 여행의 순간으로 바꿔준다. 또한 가벼운 차림으로 다양한 생태자원을 체험(월영습지)하고 도심 속에서 갖는 힐링의 시간(정읍사문화공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를 테마로 조성된 공간의 특화된 매력(한국가요촌 달하)까지 인생샷 감성 여행지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시는 이달 중 수도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인생사진 기차여행’도 진행한다. KTX를 타고 서울에서 정읍까지 이동한 뒤, 트래블스냅 전문강사와 함께 지역 명소를 촬영하고, 내장산 특화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이 여행상품은 정읍시와 코레일, 전북지역 전담여행사 해밀이 공동 기획해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트래블스냅은 풍경을 배경으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웃음, 또는 혼자만의 차분한 시간을 표현해 관광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라며 “여름과 겨울 시즌에도 추가로 제작을 이어가 지역관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16

강원 태백시 산림 88% 활용 산악관광 숲길 조성 본격화

산악관광이 여행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숲길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 태백시는 도시를 둘러싼 88%에 이르는 산림을 활용해 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시는 우선 2011년부터 산소길 조성을 시작으로 지역 내 8곳 95㎞에 이르는 숲길을 조성했다. 특히 함백산에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 대조봉과 본적산 구간 등에 천상의 숲길은 수려한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바람의 언덕 일대 구봉산과 창죽령 구간(용연동굴∼창죽령)도 추가로 조성했다. 이를 통해 용연굴 관광 명소화나 순직산업전사 위령탑 성역화 공원과 연결해 시내권으로 들어와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앞서 조성한 지지리골 맨발 걷기 숲길이 시민과 관광객에게 호응을 얻어 시는 추가로 소도 탄탄대로 황톳길과 장성권 황톳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여기에 산악 지형을 이용한 스노우트레일런, 듀애슬론 등의 스포츠 대회와 숲길 트래킹을 포함한 백패킹 행사도 유치한다.이와 함께 시는 강원 남부권의 산림목재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거점지역으로 올해 산림목재 종합가공센터 착공을 준비 중이다. 50년 이상 키운 나무는 탄소 흡수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벌목이 필요해 이를 수집·가공하는 방식으로 건축 자재화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산림 부산물인 바이오매스를 800도 이상 고온 시스템에서 수증기와 촉매 화학반응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산, 이를 합성하면 청정메탄올이 생산된다는 게 태백시의 설명이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12일 “오랜 노력을 통해 경석 규제 해소를 이뤄냈고 숲길과 산악지형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하고 있다”며 “약 88%가 산림인 점을 활용해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숲길을 조성하고 시내 관광지와 연결해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16

관광공사, 日 관광객 유치 ‘2025 지역특화음식 캠페인’

한국관광공사는 11월까지 일본인의 방한여행 선호 1순위인 ‘음식’을 활용하여 일본인 관광객 대상, ‘2025 지역특화음식 캠페인’을 본격 추진한다. 2024 잠재방한여행객 조사에서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1위는 ‘현지의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45%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비율이 평균 32.8%인것에 비하면 일본인 관광객이 음식에 진심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관광공사는 일본 관광객의 음식 수요를 지역여행으로 연결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특히 향토음식으로 인기가 높은 △수원 왕갈비 △대구 막창 △춘천 닭갈비 △전주 막걸리 △광주 떡갈비 등 5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에 접근성을 높여 선보였다. 막창, 닭갈비, 막걸리안주상 등을 1인상으로 개발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각 지역 관광지와 인근 상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북을 증정해 지역 소비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중에는 일본 유명 인플루언서를 한국으로 초청해 지역특화음식을 소개하는 등 공사는 동 캠페인과 연계한 방한 여행상품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지난해 대구, 수원에서 진행했던 지역특화음식 캠페인으로 1,600여 명의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올해는 광주, 강원, 전북 등 협업 지자체를 확대하여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근희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올해 4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104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이상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가파르다”라며, “공사는 일본인 맞춤형 방한마케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수요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9

‘인천의 보물섬…’ 등 5곳 우수 해양관광상품 선정

해양수산부는 ‘제9회 우수해양관광상품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총 5개의 우수 해양관광상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선정된 상품은 ‘인천의 보물섬 덕적도와 소야도, 바다그물체험 1박2일’, ‘씨(sea)-스테이 : 외국인 대상 해양여행 장기스테이 관광 프로그램’, ‘느림이 선물하는 섬 : 위도 말도 사운드워킹’, ‘목포 삼합, 체류형 감성 여행’, ‘메모리얼 크루즈 : 이순신 승전해로 요트투어’로 6월부터 상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63개 상품이 접수되었으며, 1차 서류심사와 2차 발표심사를 거쳐 쉼이 있는 여행, 지역 밀착형 관광 등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해양관광상품을 선정하였다. 해양수산부는 5개 상품의 사업화를 위해 각 3000만 원의 자금(최우수 상품은 1000만 원 추가 지원)과 홍보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국민 SNS 체험단’을 모집하여 우수 해양관광상품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올해 ‘해양레저관광진흥법’ 시행 첫 해를 맞아, 해양레저관광 업계에서 공모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라며, “지역의 특색을 살린 다양하고 매력적인 해양관광상품이 선정된 만큼, 많은 국민이 우수해양관광상품을 통해 바다에서 쉼과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9

보랏빛 향기·노란 물결 넘실… 강원도 곳곳 ‘화려한 꽃 잔치’

강원도 곳곳에 화려한 꽃의 잔치가 펼쳐진다. 보라빛 향기가 물씬 풍기는 라벤더, 노란 물결의 유채꽃과 금계국까지 강원도 일대를 물들이고 있다.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 사이에는 금계국이 만개해 있다. 태양처럼 찬란한 노란색 꽃잎을 자랑하는 금계국은 매년 이맘때 속초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통 여름 피서철인 6∼8월 꽃망울을 터뜨려 해수욕장 방문객들에게 바다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강릉 사근진해변 일원에는 대규모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국민안심해안 조성 사업에 선정된 강릉시가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올해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무허가 건물들이 즐비했던 이곳은 이제 노란 유채꽃 물결이 일렁이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과 즐기는 다양한 축제도 열린다. 동해시는 오는 14~ 22일 9일간 열리는 ‘2025 무릉별유천지 라벤더 축제’를 동해시 삼화동 무릉별유천지 일원에서 개최한다. 라벤더 꽃밭에서 감성 사진을 찍고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로 폐광 부지를 활용해 만든 무릉별유천지는 복합체험 관광시설로, 기존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축제는 2만㎡ 규모의 라벤더 정원의 라벤더 꽃 1만3000 주와 멕시칸 세이지, 아이비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미로정원, 네트 체험시설, 수상레저존, 신들의 정원, 먹거리존 등 기존 명소에 새로운 체험형 공간이 추가돼 축제의 매력을 더할 예정이다. 인기가수 나태주, 박군의 ‘태군 노래자랑 시즌2’ 결승전이 열리고, 라벤더 트레일러 전시, DJ 박스, 초대형 버블쇼, 보라색 테마 플리마켓, 수상레저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됐다. 라벤더 향기에 흠뻑 취하는 ‘룰루랄라 라벤더트레일’ 트래킹 행사도 열린다.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해 청옥호, 라벤더정원, 금곡호를 지나 잔디광장으로 돌아오는 2시간 코스로, ‘동해소금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한 뒤 참가할 수 있다. 지난 4일 재개장한 철원 동송읍 고석정 꽃밭도 오는 22일까지 운영한다. 고석정 꽃밭은 넓이는 24만㎡. 축구장 33개를 합친 크기의 광활한 들판에 철마다 형형색색의 온갖 꽃이 황홀하게 피어 있다. 고석정 꽃밭은 원래 군부대가 포 사격 훈련을 하던 곳이다. 부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유휴 부지로 남아 있던 것을 철원군이 2016년부터 꽃밭으로 조성했다. SNS에서 ‘인생 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알음알음 찾는 이가 늘었다. 꽃밭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노란색 해바라기가 만발한 옆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연못 주변에는 그림 같은 쪽배가 떠 있다. 개장 기간 동안엔느 다양한 먹거리 부스와 지역 농특산물 판매 부스가 운영되어 방문객들에게 풍성한 먹거리와 쇼핑의 즐거움을 함께 제공한다. 이밖에도 화관대여 , 깡통열차, 각종 체험부스 등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9

감성자극 대구·경북 인스타 명소, 어디까지 가봤니?

고요한 여름풍경이 돌담마다 내려앉은 한밤마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차역, 역사의 흔적이 묻어 있는 산성, 만화가 그려진 벽화, 초록빛 왕버들이 강 주변을 점령한 호수. 이 모든 것이 대구와 경상북도다. 눈 두는 곳마다 눈부신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대구·경북의 명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초여름 싱그러운 감성들이 여행자의 눈으로 가슴으로 스며들 것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고색창연한 고택과 문화재 애절한 이야기 품은 다리·신비로운 육지 속 섬 마을 영화·드라마 명장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광까지 다채로운 매력의 경북, 여행자들의 발길 사로잡아 △돌담의 정취 가득한 한밤마을 군위군 부계면에 있는 한밤마을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 여름에는 박주가리, 사위질빵이 흐드러지게 핀다.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마을이다. 한밤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마을의 상징인 돌담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우뚝 솟아있다. 조형물을 통과하면 솔향 가득한 숲길이 운치 있다. 부림홍씨 집성촌인 한밤마을은 고려 중기 재상을 지낸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마을 이름을 대야(大夜)라 불렀으나 이후 밤 야(夜)자 대신 대율로 고쳐 부르면서 대율리 한밤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마을 집터를 닦을 때 땅속에서 파낸 많은 돌로 땅의 경계를 삼았는데, 그것이 돌담의 시초다. 오랜 세월의 더께가 쌓인 고택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은 집집마다 돌담이 둘러 있어 마치 제주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로 같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돌담에 엉킨 덩굴 잎사귀들만 반길 뿐 사방이 고요하다. 4km의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은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마을 안에는 고택 사이에 넓게 자리 잡은 대청이 있다. 군위 대율리 대청은 조선 전기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인조 10년(1632)에 다시 지은 학사(學舍)로 효종 2년(1651)과 숙종 32년(1705)에 중수되었다가 1992년에 완전해체하고 보수되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문화재는 전통가옥 한가운데 자리 잡아 마을 사랑방처럼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대청 근처에 있는 350년 세월을 지켜온 남천고택과 옛집들이 고색창연하다. 군위에서 가장 오래된 남천고택에서는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화본역 영화 속에 나올법한 작은 간이역 화본역은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다. 1936년 완공해 1938년 2월 1일부터 기차가 출발했다. 산성면에 시장이 없어 영천에 오일장이 서면 열차 안은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로 와글와글했다. 화본역은 산성면 주민에게 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다. 화본역은 지난해까지 기차가 다녔지만 지금은 폐역이 됐다. 1936년대 화본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은 역사 안에 들어가 철길을 건너면 푸른 논이 넓게 펼쳐진다. 논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철길을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증기기관차에 동력이 되는 물을 대던 급수탑이 솟아있다. 1930년대 말에 지어진 화본역 급수탑은 높이 25m로 내부에는 파이프 관과 환기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묻은 탑의 벽에는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옛 문구와 낙서가 쓰여있고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화본역과 급수탑은 그림같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본마을의 명물로 남아있다. △김태리 주연의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군위군 우보면 미성리는 군위군에서도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첩첩의 시골 마을까지 찾아온 이유는 이 마을이 소박한 음식 이야기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담아낸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태리가 주연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인상깊게 남아 촬영지가 명소가 됐다. 마을 풍경에 반한 관객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문 안은 소란스럽다. 마당에는 혜원(김태리)이 아름다운 마을을 누볐던 자전거가 놓여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과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 작은 부엌도 영화 속 그대로의 모습이다. △ 삼국시대에 축조된 매력적인 산성터 고모산성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고모산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고모산성이 있다. ‘경북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이 내려다보이는 천연요새다. 숲 여행의 시작은 고모산성 꿀떡고개다. 꿀떡고개로 들어서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은 마을 수호신이자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나 보부상이 쉬어가던 쉼터였다. 지금은 초가집으로 주막촌이 복원돼 있다. 성곽에 올라서면 고모산성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푸른 산이 두른 가운데 진남교반 아래로 영강 물줄기, 탄광 철도, 신작로, 국도와 고속도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겨있다. 진남문 아래 왼쪽 성곽을 따라가면 토끼비리로 이어진다. 토끼 한 마리 겨우 지나는 좁은 길옆에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는 험난한 길이다. 토끼비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할 때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는 길을 따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청도 프로방스 청도군 화양읍에 있는 프로방스 마을은 낮과 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마을이다. 낮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집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1000만 개의 조명이 불을 밝히고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러브러브 빛 축제, 세계 명화 100선 빛 축제, 빛의 숲, 라이팅쇼, 고흐별빛정원, 산타마을 크리마스 빛 축제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일루미네이션이 장관을 이룬다. △ 애절한 사람이야기가 전해지는 월영교 안동시 낙동강 안동호에 있는 월영교는 너비 3.6m, 길이 387m의 나무다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어스름 노을이 내리면 더없이 아름다운 다리 가운데에는 정자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월영교에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1998년 고성 이씨 문중 이응태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에서 ‘원이 엄마’의 편지가 나왔다.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복중 아기의 배냇저고리가 나왔는데,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미투리 모양으로 월영교를 형상화했다. 이런 사연 때문일까.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루 세 번 화려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분수 쇼가 열리는 월영교로 낭만 여행을 떠나보자. △ 초록빛 왕버들의 반영 반곡지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는 푸른 왕버들과 저수지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답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되었고, 2013년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뽑힌 이름난 곳이다. 농업용 저수지인 반곡지 둑에 150m로 길게 늘어선 왕버들은 수령이 200~300년 된 고목이다. 고즈넉한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이곳은 영화 ‘허삼관’과 드라마 ‘홍천기’, ‘구르미 그린 달빛’, ‘사의 찬미’, ‘붉은 단심’ 등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하다. 반곡지는 ‘소반을 닮은 골짜기’라는 지명처럼 소박하지만 늦은 가을, 산 중턱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의 신비로움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오싹한 체험 등기산 스카이워크와 등기산 등대공원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에 있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울진의 탁 트인 바다 위를 걸으며 한여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길이인 135m(목재데크 68m, 스틸그리이팅 10m, 강화유리 57m), 높이 20m로 만들어졌다. 투명한 강화유리 구간을 걸으면 마치 출렁이는 파도 위를 걷는 짜릿한 기분이 든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북 등처럼 넓은 후포 갓바위는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등기산스카이워크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 후포 앞바다를 마주한 공원이 나온다. 바닷가 언덕에는 신석기 유물전시관이 있으며, 이집트 파로스, 스코틀랜드 벨록, 프랑스 코르두앙, 독일브레멘하펜 등 세계 유명 등대를 본떠 만든 모형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스코틀랜드 벨록 등대는 실제 전망대로 등대에 올라 푸른 바다와 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내성천의 매력적 풍경 회룡포 예천군 용궁면에는 낙동강 물돌이동 마을인 회룡포가 있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육지 속의 섬 같은 마을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그림 같이 아름답다. 물길이 마을을 품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마을 건너편 비룡산 전망대인 회룡대에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날아오르면서 크게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는 옛이야기가 저절로 이해된다. 한여름의 초록빛도 아름답지만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이 오면 회룡포는 절정의 풍경을 보여준다. 섬마을 회룡포를 육지로 이어주는 ‘뿅뿅다리’는 원래의 외나무다리 대신 강관과 절발판으로 다시 다리를 놓았다. 출렁이는 발판 구멍에서 물이 퐁퐁 솟는다고 해 퐁퐁다리로 불렀으나 신문과 방송에 뿅뿅으로 잘못 보도돼 이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뿅뿅다리’가 됐다고 한다. 회룡포 마을과 전망대, 두 개의 뿅뿅다리를 이어 걸으며 트레킹을 해도 좋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9

외국인 관광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지난달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6.7% 늘고, 중국, 일본, 대만 순으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년 4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방한객 수는 170만7113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163만명)대비 4.4%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4만32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25만7903명), 미국(15만3381명), 대만(15만1613명), 필리핀(6만9393명) 순으로 집계됐다. 홍콩은 전년 대비 방문객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달 6만4591명이 한국을 찾아 전년 같은 달(4만2654명)보다 51.4%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은 2019년 같은 달보다 각각 89.9%, 88.9%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대만, 필리핀 시장은 각각 49.6%, 34.1%, 4.3% 늘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중동, 동남아 시장이 99.1%, 구미주 시장은 144.5% 회복했다. 올해 1~4월 방한객은 55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2019년 동기 대비로는 101.8% 수준이다. 해당기간 국가별로 보면 중국(157만명), 일본(104만명), 대만(55만명), 미국(43만명), 필리핀(19만명) 순이다. 한편,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14만9577명으로 전년 동월(211만954명) 대비 1.8% 늘었다. 2019년 동월 대비 95.7% 수준이다. 1~4월 국민 해외 관광객은 995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8.4% 수준을 회복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K팝 ‘대합창’ 물결로 들썩이는 원주

원주에서 합창을 주제로 한 k팝 무대가 펼쳐진다. 원주문화재단은 오는 7~8일 ‘2025 원주 에브리씽 페스티벌’(WESF 2025)을 연세대 미래캠퍼스 노천극장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관객 참여프로그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축제 동선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날 오후 3시 메인무대에서 진행되는 ‘쇼콰이어 경연’은 축제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무대형 합창 무대로 펼쳐진다. 본선 무대는심사를 거쳐 선정된 강원지역 8개팀과 서울지역 1개팀 등 9개팀이 ‘K-팝‘ 을 주제로 경연을 펼친다. 각 팀은 관객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전용 하우스밴드의 라이브 반주가 더해져 풍성한 사운드와 생생한 현장감을 전할 예정이다. 축제 첫날인 7일에는 싱어송라이터 황가람,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감각적인 밴드 소란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둘째 날인 8일에는 담백한 목소리로 진심을 노래하는 최유리, ‘믿고 듣는 밴드’로 떠오른 너드커넥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무대를 채운다. 축제는 사전 예매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외에도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시민 대합창을 비롯해 에브리씽 포토부스 및 포토존, 리듬펀치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푸드트럭이 상시 운영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6월의 평창, 청옥산 자락에 펼쳐진 샤스타데이지 천국서 인생샷 ‘찰칵’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해발 1,200m 청옥산의 능선 끝자락에 ‘육백마지기’라 불리는 고원이 있다. 육백마지기는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은 들판’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축구장 여섯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광활한 초원이 산허리를 따라 펼쳐진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 길은 험하지만, 점점 시야에 들어오는 풍력발전기가 운치 있는 여정을 예고한다. 회전하는 거대한 날개 너머로 손에 닿을 듯 내려앉은 구름과 맑은 하늘이 이어진다. 자동차 창밖 풍경만으로도 여행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육백마지기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까지가 가장 아름답다. 초원 위로 ‘샤스타데이지’가 물결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하얀 꽃잎에 노란 중심을 가진 이 꽃은, 일명 ‘계란 프라이 꽃’이라 불린다. 꽃 하나의 모습은 친근하지만, 초원을 가득 메우면 그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한 송이의 화려함보다 수만 송이가 만들어내는 조화의 미학이다. 꽃 사이를 걷다 보면, 누구라도 사진기를 꺼내 들게 된다. 이곳은 굳이 포토존을 찾지 않아도, 발길 닿는 모든 곳이 명당이다. 주변을 둘러싼 산세, 청명한 평창의 하늘, 그리고 초원의 선율이 겹겹이 그림이 된다. 그래서일까, 이 시기에 육백마지기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고생하지 않아도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드넓은 하늘 아래, 능선을 타고 흐르는 구름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바람은 햇살에 데운 몸을 식혀주고, 곳곳에 있는 풍력발전기는 거대한 실루엣을 천천히 회전시킨다.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이 시작되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웨딩 촬영을 위해 오기도 하고, 노을이나 별빛을 담기 위해 삼각대를 세우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에서 머무는 ‘차크닉(차+피크닉)’이나 ‘차박’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새벽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육백마지기는 일몰 무렵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겹겹이 이어지는 산능선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그 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하루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더라도, 해 질 무렵의 풍경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유가 있다면,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다. 산속의 밤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깊다. 해가 지고 난 뒤 펼쳐지는 밤하늘은 한 폭의 우주다. 수천 개의 별이 쏟아질 듯 내려앉고, 그 아래는 오직 바람과 풀벌레 소리뿐이다. 도시의 화려한 야경도 이곳의 자연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새벽이 되면, 초원은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흙내음, 풀 향기, 새벽 이슬에 적신 바람.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시간이 주는 고요함은 깊고 신비롭다. 차박 없이 이른 시간에만 다녀가더라도, 이른 아침의 정적은 도심에선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 평창 육백마지기는 꽃과 바람, 별과 하늘이 어우러진 고요한 고원의 낙원이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은 발걸음을 옮긴 이들만의 몫이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이곳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가는 것은 어떨까? △ 여행팁 초원의 한쪽에는 소박한 카페와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평창의 지역음식(로컬푸드)과 음료를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음식이나 음료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해가 진 뒤 하산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물안개 너머 고요한 시간의 풍경 화순 세량지

◇ 자연의 품과도 같은 수묵화 풍경 화순의 세량지 여름의 햇살은 유난히 사려 깊다. 먼 길을 달려온 바람조차 조심스레 숨을 죽이는 아침, 고요히 펼쳐진 물 위로 나뭇잎이 떨구는 그림자 하나까지 섬세하다. 화순의 작은 저수지 세량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969년 조성된 이곳은, 이름난 호수들에 비해 크지 않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한 장의 사진, 한순간의 찰나가 이 평범한 저수지를 세상에 알렸다. CNN이 꼽은 ‘한국의 꼭 가봐야 할 50곳’에 이름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세량지가 있는 마을의 이름은 세량리다. 세량리는 1395년 남양 홍씨가 최초 입향하면서 샘이 있는 마을이란 이름으로 ‘새암골’로 불리게 됐다. 새암골은 세월이 흐르면서 세양동이 됐다가 1914년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세량리로 바뀌었다. 세량리에 있는 조그마한 저수지는 세량지 혹은 세량제로 불리게 됐다. 세량지를 둘러싼 흙을 다져 만든 둑은 고작 50m 남짓이지만, 새벽 무렵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연분홍 벚꽃이 피는 늦봄에는 전국의 사진가들이 해마다 이 시기를 벼르며 삼각대를 세우며 새벽을 지새운다. 하지만 세량지는 단지 ‘사진 찍는 장소’로 기억될 수 없는 곳이다. 벚꽃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무늬가 번지기 시작하면, 이 작은 저수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초여름 세량지는 조용한 사색의 공간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삼나무와 호숫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 꽃잎을 떨군 채 초록으로 돌아선 벚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수채화보다도 더 화사하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연보라 오동나무 꽃 한 그루는 나지막이 계절의 감정을 덧입힌다. 세량지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로 소박하고 친근하다. 자연이 천천히 보여주는 풍경, 그 안에서 머물게 하는 고요함. 우리는 가끔, 그런 조용한 위로가 필요하다. 세량지는 그런 위로를 건네는 곳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가라앉는 공간. 그곳이 바로 세량지다 세량지 주변을 한 바퀴 도는 800m 둘레길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통로다. 흙길을 걷다 보면 노란 들꽃이 웃고, 산그늘 아래 시원한 쉼터가 반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도, 노년의 발걸음으로도 부담 없이 닿는 길. 사는 게 벅차게 느껴질 때, 그저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길이다. 둘레길이 짧아서 아쉽다면, 세량지 오른편 능선을 따라 ‘벚꽃누리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총 4㎞인 이 트레킹 코스는 사랑 나무로 불리는 연리지를 품고 있다. 두 나무가 가지를 나눈 채 한 몸처럼 서 있는 모습은 계절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다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주민들은 이 길을 따라 매일 아침을 걷고, 저녁이면 하루를 내려놓는다. 세량지 입구 생태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연못과 분수대, 정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심은 해바라기밭은 여름날 오후를 고스란히 붙잡아 두는 장치다.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은 절정의 여름을 찬란하게 노래한다. 세량지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소아르갤러리는 잠시 멈추어가기 좋은 곳이다. 전시장과 카페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기획전부터 중견 작가의 묵직한 초대전까지 다채로운 예술의 언어가 흐른다. 마치 숲속 온실처럼 향긋한 공간에서 그림을 보고, 정원과 함께 쉬는 시간은 여행의 밀도를 더해준다. 또 하나의 보너스는 능주역이다. 이 작은 역은, 1930년에 개업한 이후 90년 가까운 시간을 품고 있다. 지금은 열차에서 표를 사야 하지만, 플랫폼에 남은 방송의 흔적과 배우들의 손글씨 안내판은 작은 정거장에 담긴 소박한 낭만을 느끼게 한다. 세량지와 함께 화순8경에 속하는 운주사도 꼭 가볼만한 곳이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절집이다. 비록 1000기의 불상과 탑이 다 남아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수십 기의 석불과 석탑이 언덕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을 맞댄 석불, 발우를 형상화한 원형 석탑, 미완의 와불까지. 이곳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 경외심 너머의 독특한 미학을 느끼게 한다. △ 전국의 호수 명소 3選 ◇ 안동호의 고즈넉한 풍경과 예끼마을의 감성 안동은 전통문화와 역사의 고장이지만,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여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예끼마을은 안동호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로,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안동호 때문에 수몰된 예안면 사람들이 이주한 곳이다. 마을에 갤러리와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고 선성현문화단지와 선성현한옥체험관이 조성돼 체류형 관광단지로 손색없다. 안동호의 비경을 간직한 선성수상길은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안동호 끝자락에는 월영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원이 엄마의 애절한 마음을 간직한 미투리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호수 위 월영교의 반영과 일몰, 야경까지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례예술촌은 임하호의 풍경을 머금은 곳이다. 대문과 행랑채 창문으로 바라보는 임하호 풍경 덕분에 ‘인생 사진’ 명소가 됐다. 월영교 주변에 다양한 벽화와 트릭 아트 등으로 꾸민 신세동벽화마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경북문화재자료 173호), 경상북도의 독립운동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도 함께 만나볼 안동의 명소다. 최근 화마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의 풍경만은 여전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주는 것이 안동을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응원이자 후원이 될 것이다. ◇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매력적인 강원 화진포의 풍경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고성은 고즈넉한 호수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가장 유명한 화진포(강원기념물 10호)는 갈대가 우거지고, 호수 둘레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하기 좋다. 화진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석호로, 길이 10km에 이르는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호수에서 길목 하나 넘어서면 백사장이 드넓은 화진포해수욕장이다. 이승만별장과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이 이곳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게 해준다. 화진포 남쪽에 있는 송지호도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매력적이다. 호수를 따라 송지호산소길이 조성돼 걷기 좋다. 호수 건너편 송지호해수욕장은 최근 서핑 명소로 떠오르고, 오토캠핑장이 있어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캠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지호에서 내려오면 화진포, 송지호와 함께 고성8경에 드는 천학정과 청간정을 차례로 만난다. 천학정은 기암괴석과 해안 절벽 위에 있다. 청간정(강원유형문화재 32호)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아이와 함께라면 아야진해수욕장으로 가자. 활처럼 부드럽게 휜 백사장 북쪽에 갯바위 지대가 펼쳐지고, 속이 훤히 보이는 물빛이 환상적이다. ◇ 호수에 잠겨 있는 나무가 이색적인 예산 느린호수길 예산의 느린호수길은 독보적이다.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바다에 놓인 덱 로드가 적지 않지만, 느린호수길처럼 긴 길은 거의 없다. 길이가 무려 7km. 예당호 둘레가 40km쯤 되니, 1/5 넘게 느린호수길이 놓였다. 느린호수길은 수문에서 예당호출렁다리를 거쳐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호수에 사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느릿느릿 걷기에 제격이다. 특히 호수에 잠겨 사는 나무 사이를 지날 때는 열대지방의 맹그로브숲을 만나는 것 같아 이색적이다. 느린호수길을 걷다 보면 어죽을 파는 여러 식당을 만난다. 어죽은 예당호에 사는 붕어와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등을 넣어 국물 맛이 깊다. 토종 민물고기로 어죽을 쑤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꼭 맛봐야 한다. 예당호 옆 봉수산 꼭대기에는 예산 임존성(사적 90호)이 자리한다. 백제 부흥군이 나당 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당당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임존성에서 드넓은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봉수산 중턱에는 봉수산자연휴양림과 봉수산수목원이 있다. 예당호를 바라보며 하룻밤 묵고, 수목원에서 숲길을 산책하기 좋다. 예산황새공원은 아이들과 함께 귀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만날 수 있는 자연 학습지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6-02

여행의 맛 어른의 맛

맛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입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맛있을 수 있어도 나는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름 모를 변두리 식당에서 기대하지 않고 먹은 청국장 맛에 감동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 번역가이자 수필가였던 요네하라 마리(1956-2006)는 음식이 의외로 정치적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이끌던 고르바초프의 오른 팔인 리가초프는 보수적인 인사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는 해외에 가게 되면 회나 조개는 커녕 낯선 음식이 나오면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도파에 가까운 고르바초프는 회에는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의외로 샤브샤브나 튀김은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반면 극좌파로 불리던 고르바초프 이후의 소련 지도자 보리스 옐친은 어떤 음식이든 다 즐겨 먹었습니다. 일본인보다 회를 더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음식을 먹는 취향을 보면 이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회를 좋아하는지 스테이크를 먹을 때 레어(살짝 익힘)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미디엄 레어나 웰던(잘 익힘)을 좋아하는지 낯선 음식을 잘 먹는지 아닌지. 의외로 음식 성향을 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요네하라가 혈액형보다 음식 취향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음식은 여행을 이루는 콘텐츠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인 지도 모릅니다. 오스트리아 빈은 볼 것이 많은 여행지입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에곤 실레와 클림트의 고향이기도 하고 모차르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소장했던 진귀한 작품들을 모은 빈 미술사 박물관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집니다. 마네, 모네, 모딜리아니에서 고야, 고흐까지 교과서에만 보았던 대가들의 작품이 1~3층까지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 습니다. 그 작품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 종일 보아도 어림없습니다. 빈의 심장이라 불리는 ‘슈테판 성당’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인데도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음식만은 예외였습니다. 오스트리아가 독일어를 쓰고 한때 독일 연방에 소속된 나라여서일까요? 여행내내 빈 음식이 맛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대표 음식인 슈니첼은 우리나라의 돈가스 비슷한 음식입니다. 립과 같은 음식도 있지만 이런 음식들은 대개 너무 짜서 먹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나마 슈니첼이 먹을 만한데 종류도 다양합니다. 굽거나 찌거나 심지어 튀기기도 하지만 어떤 종류의 슈니첼을 먹어도 돈가스 같습니다. 음식이 물려 버리니 도무지 여행이 흥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빈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두둑하게 김치찌개를 먹고 나서야 힘이 났습니다. 여행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면 여행하는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지 그 먼 곳까지 가서 한국 음식을 먹느냐고 비웃을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맛없는데 굳이 그 나라의 풍물을 이해하려고 억지로 먹기는 싫었습니다.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 보기는 하지만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고르바초프 형의 중도 성향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단 음식은 싫고 회 종류를 좋아합니다. 소고기는 살짝 익혀 먹습니다. 양고기, 돼지고기, 말고기 등 고기 종류는 대부분 좋아합니다. 전갈, 메뚜기 같은 음식도 잘 먹지만 기니피그나 양서류, 설치류 등의 음식은 싫어합니다. 간이 진한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린 음식을 좋아합니다. 낫토, 청국장, 취두부 같은 숙성이나 발효 음식들을 좋아하지만 노르 웨이산 청어는 냄새조차 맡기 싫습니다. 필자의 음식 취향을 고백했지만 사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좀 예민하고 까다로울 뿐입니다. 때로는 음식 보다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쓸 때도 많습니다. 종업원의 태도나 청결 같은 것도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 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렇게 음식 취향이 까다롭 지도 않습니다. 다만 히라마쓰 요코라는 일본의 유명 음식평론가의 말처럼 ‘어른의 맛’을 즐기고 싶은지도 모릅 니다. 어른의 맛은 단지 성숙한 맛이나 오래된 음식에서 느끼는 맛이 아닙니다.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맛, 사 람의 인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맛인지도 모릅니다. 언제쯤 되어야 진짜 어른의 맛을 이해하고 느끼고 먹 게 될까요? 아직 필자는 맛에 있어서는 이제 겨우 유치원을 졸업한 것은 아닐까요?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SNS 인플루언서들, 산불 피해 영덕 ‘해파랑길 생태 복구’ 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3일 산불 피해지역의 생태 복구에 힘을 보태고자 ‘코리아둘레길×경북 영덕, 퍼티라이깅’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코리아둘레길 중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경북 영덕의 해파랑길 20, 21코스(영덕 블루로드 3, 4코스)의 산림을 되살리고 영덕 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여행 분야 SNS 인플루언서 30여 명이 참여해 창포리 별파랑공원에서 묘목을 심고 해파랑길 21코스를 따라 퍼티라이깅 활동을 전개했다. 퍼티라이깅이란 비료(Fertilizer)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지역에 새로운 생명을 심고, 묘목에 거름을 주며 트레킹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상민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산불로 아픔을 겪은 지역의 생태 복원과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공사는 코리아둘레길뿐만 아니라 산불 피해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으로 해당 지역 회복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덕군은 지난 17일부터 6월 22일까지 ‘여행으로 잇는 희망, 다시 피어나는 영덕’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캠페인과 관련된 내용은 영덕문화관광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동해시, 인센티브 확대로 소규모 여행자들 발길 사로잡아

동해시가 나홀로 여행객이나 소규모 여행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동해시는 그동안 내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을 유치한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시 관광지 및 음식점, 숙박시설 이용 시 여행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단체 여행객 인센티브를 시행해 왔다. 여행이 소규모로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나홀로 여행족을 포함한 가족, 연인 등 소규모 여행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일 여행의 최적지인 동해시는 KTX와 동해선 ITX 개통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부산, 울산, 경남권 등 기차를 이용한 소규모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레일 강원본부에서는 기차와 연계한 시티투어버스, 관광택시, 숙박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에 따라 시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운영하는 등 소규모 단위의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1월부터 시행한 20인 이하 소규모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별빛동해기행’은 시행 5개월 만에 1000여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별빛동해기행은 유료 및 야간관광지 1곳을 돌아보고 관내에서 식사와 숙박을 하면 1인 최대 2만원까지 시에서 경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시는 내달부터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 야간 개장과 함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야간 개장, 야간 시티투어버스 운영 등 여름철 성수기를 대비한 맞춤형 야간 콘텐츠를 도입, 소규모 관광객 맞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24일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가족, 친구, 단체 모두가 다시 찾고, 머물고 싶은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제주 여행자들이 반한 숨겨진 명소"

언제나 한국 여행의 끝은 제주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도 제주만 한 곳이 별로 없다. 섬 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한라산)이 있고 기생화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인 오름이 있다. 여행으로 피곤해졌다면 녹음 가득한 숲이 온전하게 감싸주고, 계절마다 농도가 달라지는 바다가 새로운 힘을 주는 곳. 제주는 ‘대한민국 여행1번지’답게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그저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수 백 가지 체험 여행에 느낌 있는 감성 여행도 할 수 있다. 제주를 더 깊게 여행하기 위한 여행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 익숙하지만 언제나 싱그러운 비밀의 숲 제주 스냅 사진의 비밀 명소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안돌오름 편백나무숲길. 길 양쪽에 펼쳐진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색적이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원래 사유지였으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해가 쨍한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어느 때나 가도 분위기가 좋다.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숲에서 다양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BC 수, 목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신혼여행을 온 임수향과 하석진이 손을 잡고 걷다 이마에 입맞춤하던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웨딩 사진을 찍으려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숲길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데 돌담길, 야자수와 그네, 오두막, 나 홀로 나무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초록 숲과 잘 어울리는 민트색 푸드트럭은 비밀의 숲 전용 카페로 아메리카노, 한라봉주스, 타르트와 쿠키, 빵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다. 원래 유랑하는 푸드트럭이었지만 이제는 안돌오름 비밀의 숲에 정착해 이곳을 관리한다. 숲이 생각보다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지도를 촬영해 참고하는 게 좋다. ◇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물영아리 오름 이름부터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물영아리오름은 백록담처럼 정상에 화구호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에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아리난초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물장군, 맹꽁이,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이 서식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지질학적 특이성과 다양한 생물 종의 가치를 인정받은 습지보호지역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습지와 습지에 사는 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해 체결된 람사르 협약에 따라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탐방로 입구에서 정상을 향해 가다 보면 소 방목지인 드넓은 초지가 나온다. 오름 능선 아래에 테를 두른 듯 촘촘히 줄을 선 삼나무들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초원,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황소들은 그림 속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초원을 지나면 여러 방향의 이정표가 나온다. 정상인 습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계단 탐방로다. 1000여 개의 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져 녹록지 않은 길이지만 삼나무, 박쥐나무, 생달나무, 때죽나무, 참꽃나무 등이 상쾌한 숨을 뿜어낸다. 정상에 올랐나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다. 깊은 숲이 주는 몽환적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물이 고인 호수가 나온다. 해발 508m 높이의 정상에서 너른 습지를 마주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완만한 능선 탐방로를 따라 오름을 내려오면 전망대에서 오름의 정원이라 불리는 제주 동쪽 오름들의 능선이 내다보인다. 수망리 중잣성 생태탐방로도 이어진다. 오름 아래에 닿으면 빽빽한 군락을 이룬 삼나무숲이 배웅한다. ◇ 제주의 시 간속으로 산보…산방산 용머리해안길 산방산 용머리해안 길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길’로 불린다. 용머리해안은 대지 위로 솟은 용암이 물을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며 무수한 세월 속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다. 서귀포 남서쪽 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방산은 대지를 뚫고 올라온 용암이 멀리 흐르지 못하고 쌓이면서 봉긋하게 솟은 용암돔이다. 이 둘은 80만 년의 오랜 시간 동안 바다와 땅에서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다. 이후 산방산은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고, 바닷길이 열려야만 한 바퀴를 돌아 나올 수 있는 용머리해안은 삶의 터전이 됐다. 제주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 지역에는 인간의 삶이 투영된 파도 소리와 숨비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걷는 동안 ‘시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탐나라공화국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탐나라공화국은 예술적인 조형물을 모아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나무도 물도 없는 돌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꾸미고,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었다. 강원 춘천 남이섬에 ‘나미나라공화국’을 세운 강우현 대표가 2014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직접 조성했다. 누구나 나무를 심거나 채소를 가꿀 수 있는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노자의 사상을 담은 노자예술관이 있으며, 전국에서 버려지는 헌책 30만 권을 보관하는 헌책도서관도 유명하다. 제주의 화산석을 이용해 도자기나 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작은 ‘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예약하고 여권을 발부받아야 한다. 현장을 조성한 직원이 직접 스토리 투어를 해 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 해녀의 모든 것 ‘해녀박물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는 제주의 농업 유산인 밭담이 잘 보존돼 있으며 제주 해녀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해녀박물관이 있다.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제주 해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밭담 길이 조성돼 있는데 ‘하도리 밭담 길’ 혹은 ‘숨비소리 길’이라고 부른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질할 때 참았던 숨을 내뱉는 소리다. 과거 제주의 해녀는 물질 외에 밭일을 겸하며 생활을 유지했는데, 해녀가 물질과 밭일을 하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이라 해서 숨비소리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해녀박물관 주변에 있는 불턱(해녀가 물질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쉬던 장소), 신당(신을 모신 곳), 제주도 기념물 제24호인 별방진(왜구를 막기 위해 해안에 쌓은 성곽) 등 해녀와 관련된 유산이 널려 있어 제주의 생활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 바람·돌·물…예술이 되다 수풍석 미술관 이 세상에 바람 소리를 ‘전시’하는 곳이 있을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水·風·石 뮤지엄’이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풍광이 독특하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가 특별한 영감을 받았고, 독창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담긴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묘미는 색다르다. 수(水)·풍(風)·석(石) 뮤지엄은 미술작품을 위한 전시장이 아니다. 건물 자체가 각각 물, 바람, 돌을 표현한 작품이다. 수(水) 뮤지엄은 물과 태양을 몸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건물 천장은 동그랗게 뚫려 있고, 바닥엔 물이 고여 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의 모습이 수면 위에 시시각각 다르게 비친다. 대자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풍(風) 뮤지엄에 들어가면 긴 복도가 나타난다. 그 통로 외부에는 나무를 잘라 만든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를 낸다. 자연의 연주다. 내부에 있는 돌에 앉아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석(石) 뮤지엄 안에는 돌 하나가 있다. 천장과 벽의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바닥의 돌을 비추게 설계돼 있다. 빛과 돌과 관람자가 하나가 돼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해준다. 두손지중(地中) 뮤지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산방산을 마주하며 그 산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네 개의 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곳이다. ◇ 안도 다다오 유민미술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현대 건축물의 특징은 스스로 빛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물이 사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 소통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서귀포시 성산읍 유민미술관은 그런 개념을 잘 구현한 건물이다. 현무암으로 만든 구조물이 주변의 자연과 함께 새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관람자가 건축물 내부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인공물과 자연이 이뤄낸 예상치 못한 장면에 감동한다. 돌담과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압권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를 모티브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교회를 둘러싼 인공 연못과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이 반짝이는 지붕은 햇빛을 사방으로 퍼뜨렸고, 양 옆으로는 바람이 만든 부드러운 물결과 함께 물에 비친 제주도의 파란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하늘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투영된 교회는 긴 지붕선 양 끝이 하늘을 향해 추켜 올렸다. 마치 방주 모양의 교회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항해를 떠날 듯한 풍광이 압도적이다. 교회 내부에는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 기둥들 사이로 유리창이 나 있어 예배당 안으로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어느 자리에서든 제주도의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눈에 담기는 것도 이채롭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26

바다를 즐기는 특별한 다섯 가지 체험

서정주 시인은 바다를 예찬하며 “스스로 푸르른 정열에 넘쳐 동그란 하늘을 이고 웅얼거린다”고 했다.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년중 바다가 가장 청명한 계절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해수욕을 하거나 요트를 타거나 서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해변에서 승마나 라이딩을 즐기고, 맨발로 해변을 걷거나 요가를 하기도 한다. 이번 여름 바다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자. ◇ 고창의 숨은 보물, 명사십리에서 해변승마를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서쪽, 상하면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명사십리해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누구나 쉽게 승마를 배우고, 숲과 해변을 달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이 그곳이다. 가장 기본적인 승마 체험을 비롯해 소나무 숲, 해변을 따라 달리는 외승 프로그램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다채롭게 즐기기에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원형 마장을 돌면서 승마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해변 외승이다. 말에 올라탄 채 명사십리의 드넓은 백사장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 질 녘에 방문하면 서해안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하농원과 선운사, 그리고 학원농장 등이 있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이곳은 동물농장과 공방, 파머스마켓, 숙박 시설 등이 한데 모인 ‘농촌 테마 빌리지’다. 선운산 도립공원의 도솔천 계곡을 품은 선운사는 수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사찰로, 약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학원농장은 봄마다 청보리 물결이 아름답게 흐르는 곳이다. ◇ 라이딩으로 즐기는 신도와 시도 모도의 예술 감성 인천 삼목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이면 닿는 신도는 인천 용유도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 세 섬은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어 도보나 자전거, 바이크를 이용한 일주 여행을 할 수 있다. 신도선착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릴 수 있는 업체가 있다. 섬 도로의 특성상 오르막길이 많아 자전거를 대여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바이크를 처음 타는 여행객에게는 업체 대표가 조작법을 가르쳐준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도 벚꽃길로 접어들었다. 5월에는 연둣빛으로 바뀌어 있을 길이다. 시도에는 북도면사무소, 우체국, 주민 편의시설 등 행정기관이 모여 있다. 모도에는 이일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 작품들과 바다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정의 마무리는 수기해수욕장과 신도성당의 고요한 분위기 속 산책으로 완성된다. 하루 일정으로도 섬의 자연, 예술, 여유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 떠나기 좋은 근교 여행지다. ◇ 맨발의 청춘 슈퍼 어싱성지, 태안기지포 해수욕장 발 도장을 찍으면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운다. 이따금 무게를 실어 발자국을 꾹 남기면 바람이 슬며시 모래로 채운다. ‘어싱(Earthing, 접지)’은 땅(Earth)과 진행형(ing)의 합성어로 맨발을 접촉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행동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맨발 걷기다. 몸속 정전기는 땅으로 내보내고, 땅의 음이온을 신체로 받아들이는 것. 바닷가 모래 해변에서 걸으면 어싱 효과가 높아진다고 해서 ‘슈퍼 어싱’이라 부른다. 양말을 훌러덩 벗어 던지면 어디든 슈퍼 어싱이 가능하지만, 태안 기지포탐방센터는 세족대와 신발 보관대 까지 갖추고 있어 체험장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슈퍼 어싱 구간은 총 1.89km로 기지포탐방센터를 기착점으로 두 개의 코스로 나뉜다. 센터를 중심으로 삼봉해변까지 1코스(1.09km), 꽃지해변 방향으로 내려가는 창정교까지 2코스(0.8km)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는 가벼운 산책코스다. 국내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을 걷는 데다, 170.3km의 태안해변길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노을길’을 포함한 구간이니 더욱 특별하다.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해안선 길이가 약 559km다. 길을 따라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 등 7코스가 조성됐는데 해변엔 여지없이 길이 나 있다. 기지포해수욕장을 시종점으로 걷고 싶은 만큼 슈퍼 어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걸음마다 풍기는 갯 내음은 서곡일 뿐, 넓게 드리운 이국적인 모래 언덕이 탄성을 자아낸다. 7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꽃지해변과 태안 세계튤립박람회의 꽃향기, 말린 우럭포를 뽀얗게 우려낸 우럭젓국까지 건강을 채울 수 있는 완벽한 코스, 태안으로 가보자. ◇ 바다에서 누리는 극강의 힐링 부산 광안리 SUP 요가 지금 바다에서 즐길 힙한 체험 거리를 찾고 있다면, 서서 타는 패들보드 SUP(Stand Up Paddleboarding)과 요가를 접목한 SUP 요가가 정답이다. 국내 대표 SUP 성지로 꼽히는 광안리 해변 SUP 존에서 5월부터 SUP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변과 해상에서 각각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각자 실력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해변이든 해상이든 패들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요가를 체험하면 특별한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SUP을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으며 타는 수상 스포츠인 SUP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SUP 요가 프로그램은 5월 3일~ 11월 16일 주말에만 운영하며 해변 SUP 요가는 오전 9시, 해상 SUP 요가는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이 밖에도 SUP을 마음껏 즐기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 SUP에 일출과 일몰의 낭만을 더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광안리 해변과 SUP 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여행지다. 주변에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엑스더스카이, 해운대 그린레일웨이, 송정해수욕장 등 한국관광 100선 선정지가 여럿 모여 있으니 함께 돌아봐도 좋겠다. ◇ 해녀로 살아보기, 하도어촌체험마을 해녀물질체험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바다는 땅과 더불어 매우 귀한 생계의 터전이었다. 땅이 농사의 근거지였다면 바다는 농사가 시작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수렵의 주요 무대였다. 바다에서 삶을 일구어 왔던 사람으로 ‘해녀(海女)’를 빼놓을 수 없다. 해녀는 제주도 외에도 부산, 남해와 동해 연안에 분포하며 일본,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현직 해녀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구좌읍 하도리다. 제주도청 해녀문화유산과 해녀정책팀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제주도 전체 해녀 수는 2,623명인데 그중 7%에 해당하는 186명이 하도리에 거주한다. ‘하도어촌체험휴양마을 해녀물질체험’은 현직 해녀와 함께 물질을 할 수 있는 오감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해녀와 동일한 장비를 착용하고 함께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집하고, 잡은 해산물을 시식한다. 이 체험은 4~10월까지 하루 2회(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에 걸쳐 2시간 가량 진행하며 체험 비용은 1인당 4만 원이다. 물질에 필요한 슈트, 물안경, 오리발, 태왁, 망사리, 빗창, 까꾸리 등의 장비를 대여해준다. 하루쯤 해녀의 일과를 몸소 체험하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인 해녀의 삶을 복원하고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2006년 건립해 다양한 자료와 문헌으로 제주 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전하고 있는 ‘제주해녀박물관’, 해녀의 이야기를 풀어낸 공연과 해녀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결합해 로컬 식문화의 신선한 변혁을 보여주는 ‘해녀의부엌’과 연계해 여행한다면 더욱 풍부한 해녀 테마 여행이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요즘여행이란? 여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행지에 가서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그동안의 여행패턴이었다면 이제는 느낌과 체험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색다른 체험거리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 금새 명소가 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한국관광공사는 색다른 경험과 느낌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특색을 반영해서 ‘요즘여행’이라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요즘여행은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향후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여행의 다양한 매력과 색깔을 격월로 소개하는 콘텐츠다. 요즘여행의 첫 번째 테마는 ‘해양관광’이다. ‘5월 바다가는 달’을 맞이해 요즘 감각이 묻어나는 해양관광 5선을 선보였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자연관광지 부문에서 목적지 검색 1~10위가 모두 해변, 해수욕장으로 나타나 해양관광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관광공사, 가평·무주군과 ‘배터리‘ 협약 인구감소지역 관광 활성화·지원 본격화

한국관광공사는 경기 가평군, 전북 무주군과 13일, 공사 서울센터에서 인구감소지역 관광인구 충전 사업 ‘BETTER里(이하 배터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사업은 관광벤처기업과 유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인구감소지역에 접목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2023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올해 사업 대상지로는 가평군과 무주군이 선정됐다. 해당 지역의 특성과 연계한 아이디어를 실증할 배터리 참여기업 14개사도 선정됐다. 공사는 선정된 참여기업에 각 4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 창업보육기관의 사업모델 컨설팅, 홍보마케팅 지원 등을 제공한다. 공사와 지자체는 참여기업의 현장 정착, 사업 운영, 성과 확산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한다. 가평군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수려한 자연환경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으로, 이러한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한다. △‘디어먼데이’와 ‘스트리밍하우스’는 거점 오피스와 숙소 등 연계한 프리미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문카데미’는 러닝(running) 기반 여행 콘텐츠를 기획한다. △‘반려생활’은 반려동물 동반 물놀이·숙박 상품을 선보이고 △‘한수코퍼레이션’은 지역의 체험 콘텐츠를 중심으로 ’스테이가평’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무주군에서는 반딧불이 등 천연자원과 야간관광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이 팔을 걷어붙인다. △‘파머스에프앤에스’가 백패킹과 지역 축제를 결합한 ‘산산한 하루’를 운영하고 △‘산골낭만’은 무주의 감성을 담은 체험 콘텐츠 ‘로맨스몽, 무주’를 개발한다. △‘네이처’는 하이커와 캠퍼 대상 아웃도어 콘텐츠를 △‘세터데이엔지니어링’은 디자이너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실증한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이기도 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는 올해 배터리 프로젝트의 자문역으로 참여하며, “지역을 살리는 힘은 지역의 고유한 방식과 지역다움에서 나온다. 배터리 사업은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가 다시 찾고 싶은 여행 경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증하는 로컬 실험실이자, 머물고 싶은 곳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 라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경북을 담아서… 5개 언어 관광안내 리플릿 제작

경북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도내 관광지를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안내지도 리플릿을 전면개편하고 5개 언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 번체자)로 번역해 총 5,100부를 제작·배포한다. 새롭게 개편한 안내 지도는 다양한 관광 정보를 압축해 담은 종합 관광 안내 리플릿으로, 경북의 주요 관광지를 삽화로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 지도는 22개 시군의 대표 관광명소를 비롯해 지역 축제, 웰니스 관광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이 소개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식(美食) 관광 추세에 맞춰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함께 수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아이유(금명 역)의 결혼식 배경으로 등장한 칠곡 가실성당 등 주요 드라마 촬영지도 포함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리플릿은 도내 주요 관광지, 고속도로 휴게소, 국내 주요 공항, 관광안내소 등에서 무료로 배포되며, 해외에서는 국제 관광박람회와 로드쇼 등을 통해 해외여행사와 개별관광객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경북도 공식 관광 누리집(https://tour.gb.go.kr/:경북나드리)을 통해 디지털 버전도 함께 제공한다. 김병곤 경상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다국어로 제작된 관광 지도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경상북도를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7월에 지진 난다’ 소문에… 일본여행 수요 주춤

올 여름 일본에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시아권 여행객들의 일본여행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현지 풍수사와 난카이 대지진을 예언한 일본 만화가 다시 주목받으며 ‘7월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방일객이 감소하고 일부 항공편은 감편까지 됐다고 밝혔다. 예언을 한 풍수사의 영상은 “일본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며, 이 영상은 1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주일 중국대사관도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지진 피해 주의 당부’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통해 “ 일본 여행이나 유학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부동산 구입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현지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가 9.0규모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시 추정한 피해 규모와 비상식량 비축, 재해 발생 시 조기 대피 등 일반적인 주의 사항이 담겼다. 난카이 대지진설은 일본 시코쿠 남부 해안에서 기이 수도(紀伊水道, 혼슈의 와카야마 현과 시코쿠의 도쿠시마현, 효고현 아와지 섬으로 둘러싸인 해역)에 걸친 해역에서 약 100~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역사적 경험때문에 퍼진 소문이다. 실제로 오사카, 시코쿠 등에 엄청난 피해를 준 1707년 호에이 대지진과 1946년 도쿠시마, 고치 현에서 발생한 난카이 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난카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지진규모는 8.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29만 8000여명이 사망하고 경제피해규모도 292조3000억엔(약 29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카이 대지진이 민간에 급속하게 퍼지게 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을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의 작품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는 내용 때문이다. 작품에서 타츠키는 “대재앙의 꿈을 꾸었다”며 “일본 열도의 남쪽에 있는 태평양의 물이 솟구쳤다”고 적었다. 1999년 처음 출간됐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절판됐지만, 이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19를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절판본이 중고 거래 앱 등에서 수십만 엔에 거래되자, 출판사는 2021년 완전판을 냈다. 한편 일본 정부와 과학자들은 30년 이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70~80%지만 과학적으로 특정 시점과 장소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공식발표했다. 일본정부가 이례적으로 루머에 대응한 이유는 난카이 대지진설이 일본 여행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지진설이 광범위하게 퍼지자 아시아 여러 곳에서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했다.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은 내달 중순부터 홍콩과 일본 센다이, 도쿠시마를 각각 잇는 항공편을 일부 감편하기로 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2월부터 5월 초 까지의 홍콩 여행 수요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여행객의 일본여행 예약 취소나 감소는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7~8월은 태풍과 폭염의 영향으로 일본여행객이 감소하는 시기인데 난카이 대지진에 대한 풍문까지 퍼져 지난해에 비해 예약자가 소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 일본 정부나 우리 정부에서 추가적으로 여행경보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문의가 많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9

“산불 피해지역으로 착한 여행 떠나요”

“경상북도 산불피해지역을 돕고 싶다면 여행오세요.” 한국관광공사는 14일 산불 피해지역 회복을 위해 오는 7월 중순까지 경북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여행+동행’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지역을 살리는 여행, 마음을 잇는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캠페인은 여행이 곧 피해지역의 일상 회복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아 마련했다. 구체적인 방문 지역은 경북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과 경남 김해시, 하동군, 산청군, 울산 울주군 등이다. 공사는 안동 하회마을, 하동 쌍계사 등 산불 피해지역의 주요 관광지 홍보는 물론 디지털 관광주민증,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한 특별한 여행 혜택을 준다. 또 산불 피해지역 지자체와 공사 국내 지사가 추천하는 관광지 22곳의 관광지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 여행사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초특가 여행상품 ‘영덕 하루 기차여행’, ‘울산-하동-산청 단비투어’ 등의 여행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여행상품의 수익금 일부는 산불 피해지역에 기부할 예정이다. 산불 피해 지역 방문을 독려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방문 인증 이벤트도 진행한다. 6월 20일까지 추천관광지 정보를 확인하고 퀴즈에 참여하거나 해당 지역 방문 인증을 하면 추첨을 통해 1000여 명에게 갤럭시 버즈 프로3, 온누리상품권, 네이버페이 쿠폰 등을 제공한다. 6월 중에는 산불 피해지역에서 디지털 관광주민 3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형 여행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안동 한옥스테이 숙박권’, ‘하동 케이블카 이용권’ 등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 상당의 쿠폰 1만 장을 디지털 관광주민에게 배포하는 등 풍성한 혜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외에도 K-관광마켓 10선으로 선정된 안동구시장을 중심으로 간고등어, 헛제삿밥, 전통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과 연계해서는 전용 온라인몰 ‘휴가샵’에서 특별 프로모션을 연다. 6월 2~7월 17일 경북 지역 숙박상품 10만 원 이상 구매자에게 5만 원 한도로 최대 50% 깎아준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과 모바일앱에서는 이번 캠페인의 주요 혜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상민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이 최선의 응원인 만큼 관광공사는 지난달말 지역관광추진조직 협의체 행사를 영덕에서 연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산불 피해지역에서 개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산불 피해지역의 관광이 조기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2025-05-14

모래 언덕위로 부는 바람 돗토리를 만나다

일본에는 다양한 소도시가 있지만 중부 주코쿠(中國) 돗토리현은 어떤 지역보다 특색이 있다. 돗토리는 자연이 빚어낸 조형물과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바람 따라 흩날리는 모래, 그리고 요괴와 동행하는 기이하고도 유쾌한 여행이 시작되는 곳. 돗토리로 여행을 떠나보자. ◇ 153개 요괴와 함께 즐기는 사카이미나토 항구도시 돗토리(鳥取)는 한문 뜻 그대로 새를 잡는 곳이다. 일본 고대 나라(奈良)시가 수도 였던 시절 ‘새를 세금으로 바치라’는 법령이 있었다. 지금의 돗토리 시는 호수와 늪이 많아 물새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새 진상의 중심지였다. 새를 진상하는 법령에 따라 다양한 새를 잡아 나라에 진상하는 관직도 있었는데 이를 돗토리베(取財部)라고 불렀다 한다. 돗토리의 지명도 돗토리베에서 왔다고 한다. 지금도 돗토리는 새가 많은 곳이다. 돗토리의 중요 관광지 중 하나인 요나고 물새 공원은 고니의 집단 서식지로 알려져있다. 돗토리 여행은 사카이미나토에서 시작된다. 돗토리는 새의 고장이지만 사카이미나토역을 나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요괴들이다. 사카이 미나토역 앞에서 혼마치 아케이드 까지 이어지는 약 800m길이의 거리 곳곳에 153개의 요괴동상들이 세워져있다. 앙증맞은 요괴 오브제가 인상적인 ‘갓파노이즈미’를 비롯하여 요괴 점괘를 볼 수 있는 ‘요카이진자’(妖怪神社), 요괴 소인이 찍혀진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요괴우체통’이 놓여 있다. 작은 항구도시인 사카이 미나토가 요괴를 테마로 한 관광도시로 재탄생한 것은 사연이 있었다. 돗토리 시는 역 앞 상점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유명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을 설치했다. 만화 캐릭터를 도심 부활과 관광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시 중심가를 요괴들의 놀이터로 꾸민다는 콘셉트로 거리를 조성하고 가로등과 버스 , 택시에도 요괴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초반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1993년 처음으로 23개의 요괴동상이 설치된 이후 2003년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문을 열었고 현재는 무려 177개의 요괴 동상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인구 3만3000명의 작은 마을에 연간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관광객들은 요괴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요괴 모양의 간식을 맛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철길 위를 달리는 ‘요괴열차’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들뜨게 만든다. 유년기 즐겨보던 만화가 현실속으로 다가오는 순간, 동심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거리 끝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있다. 한쪽 팔을 잃고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익살스러운 그의 작품과는 달리 처절하기만 하다. ◇ 천천히 걷는 사구, 바람을 담은 시간 돗토리의 상징, 사구(砂丘)는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특별하다. 사막처럼 펼쳐진 모래 언덕은 천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돗토리 사구는 일본 최대의 해안사구로 남북 2.4㎞, 동서 16㎞나 된다. 사구는 주고쿠산지(中国山地)의 화강암 암석이 풍화하여 센다이 강에 의해 동해로 흘러들어온 뒤 해안에 쌓인 것이다. 돗토리사구에는 3개의 사구 행렬이 동해와 거의 평행으로 나 있다. 해안 쪽에서부터 제1, 제2, 제3 사구열(砂丘列)로 부르고 있다. 사구의 최대 높낮이의 차는 90m에 이르며 움푹 패인 모양이 막사발과 닮았다고 하여 일본어로 스리바치(すりばち)라 부른다. 돗토리사구에는 다양한 모양의 사구들이 놓여있다. 막사발 모양과 함께 볕을 가리기 위한 발과 닮은 후렌(風簾)과 풍속 5~6m 정도의 바람이 만들어낸 후몬(風紋)이라 부르는 힘줄 모양의 무늬가 가장 유명하다. 이외에도 사구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16종의 사구식물을 볼 수 있다. 사구에서는 신발에 커버를 씌우고 다녀야 하지만 사구를 제대로 느끼려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올라야 한다. 사구를 맨발로 오르는 그 길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래 자국,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쓸려가는 풍경은 인생의 무상함마저 느끼게 한다. 사구 아래에서는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수 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인간의 발자국이 모래 위 여기저기서 재잘댔고, 그보다 더 이전부터 사막에 적응해온 쌍봉낙타는 사구가 원래 저 살던 곳인 듯 심드렁하게 인간에 제 등을 내주었다. 그렇게 돗토리 사구에는 여러 겹의 시간이 교차했고 또 쌓였다. 사구 옆의 모래미술관은 사구의 분위기를 더 깊이 있게 해준다. 매년 바뀌는 테마 전시에서는 모래로 빚은 사람과 문명의 형상이 우리를 압도한다. 바람이 남긴 흔적 위에 인간이 남긴 창조의 흔적이 덧입혀진다. ◇ 역사의 음영이 남은 돗토리성 돗토리 시내에 있는 돗토리성은 찬란함보다는 쓸쓸함을 담고 있다. 돗토리성은 수많은 전란을 겪은 비운의 성이다. 그중 1581년 펼쳐진 전투는 전쟁이 인간성까지 파괴할 수 있음을 기록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역사서인 ‘신장공기’에 따르면 적장인 하시바 히데요시가 성을 둘러싸고 농성전을 벌이자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귀처럼 야윈 남녀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밖으로 나와 도움을 부르짖는다”고 했다. 농성이 길어지자 식량을 구할 수 없던 성안 주민들은 인육까지 먹었다고 한다. 돗토리성은 성벽을 제외하고는 터만 남아 있지만 돌담 사이로 스며든 역사의 비명이 여전히 귀를 스친다. 성터 아래 있는 이케다 가문의 별장 ‘진푸카쿠’는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에 일본식 지붕이 얹혀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정원에서는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꽃잎이 정자 위로 흩날린다. 그곳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이 머물렀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 한일 양국의 얄궂은 인연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 일본인이 사랑한 산, 다이센 돗토리의 대지를 듬직하게 지키는 산, 다이센. 이름 그대로 ‘큰 산’이라는 뜻의 이 산은 후지산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다. 해발 1729m의 다이센은 1936년 일본에서 세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유래가 깊고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다이센 주변은 한때 수십 개의 절과 신사들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신성한 산으로 숭배된다. 다이센은 만년설에 가까운 눈이 항상 보이고 전국 어디서든 접근하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이센의 품속에는 다이센 목장우유마을이 있다. 목장에는 방목된 소들이 느릿하게 풀을 뜯는다. 목장 한 켠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설산의 정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유 한 잔의 고소함마저도 이곳에서는 자연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다이산이 한눈에 보이는 길목에 있는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은 돗토리의 사구와 사람, 가족을 사랑했던 한 작가의 시선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돗토리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작품은 연출된 듯하지만 자연스럽고, 진지하지만 발랄하다. 관행을 벗어난 과감하고 참신한 구도, 현실의 시공간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연극적인 연출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집 근처 바닷가로 마을 소녀들을 데려와 각각의 포즈를 취하게 해 섬세하게 구성한 '네명의 소녀, 네가지 포즈 (少女四態)가 백미다. 이 작품은 그가 26세 였던 1939년 촬영한 것으로 이후 우에다 쇼지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한 초기 걸작 중 하나다. 우에다 쇼지의 작품도 이색적이지만 미술관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다이센의 풍경은 현실과 예술 사이를 잇는 창문처럼 이채롭다. 돗토리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다녀온 이들은 오래도록 이곳을 떠올린다. 모래의 감촉, 요괴와 눈을 맞추던 순간, 목장에서 들려오던 종소리,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하나까지. 이 여름 신선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돗토리는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을 것이다. ◇ 여행메모 돗토리 사구는 걸어서 즐겨도 좋지만 낙타를 타면 더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낙타를 타고 사구를 거니는 ‘낙타유람’은 1인 1600엔, 2인 2600엔이다. 기념 촬영용 낙타 타기는 1인당 650엔 샌드 보드로 사구를 누빌 수도 있다. 샌드 보드 2시간 코스는 지도비 및 장비 임대 비용 등을 포함해 5000엔. 모래 위도 달릴 수 있는 자전거인 팻바이크는 8000엔, 패러글라이딩은 반일 8000엔 부터다. 외국인 전용 4000엔 택시도 있다 . 4000엔에 세 시간 동안 원하는 테마의 코스를 돌 수 있다. 사구와 미술관, 성터와 폭포, 그리고 술과 전통가옥. 다섯 가지 코스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닌 돗토리를 보여준다. 사람의 체온이 깃든 이 도시에서는, 택시마저도 친절하게 다가온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16~18일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 축제 ‘봄의 정원, 꽃놀이 가자’

울산광역시는 오는 16~ 18일 태화강 국가정원 일원에서 ‘2025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를 개최한다. ‘봄의 정원, 꽃놀이 가자’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면적 2만 8,000㎡에 꽃양귀비, 작약, 수레국화, 안개초, 금영화 등 5종 6,000만 송이 꽃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만든 자연주의 정원도 관람객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는 5월 16일 봄의 왈츠 댄스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오후 7시 왕버들마당 특설무대에서 봄꽃 새싹 물주기 행위 , 봄꽃을 주제로 한 가수 신성의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올해 봄꽃 축제 특별행사로 ‘우리가족 정원 만들기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가족, 연인 등이 팀을 이뤄 국가정원에서 정원식물을 직접 심는 등 정원을 만들어 보는 체험행사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가치를 널리 홍보하고 정원문화 활성화를 위해 새내기 정원사 경진대회, 행복한 정원사, 나는야 꼬마 정원사 등 다양한 어린이·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올해는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 십리대숲을 배경으로 울산 학춤, 발레, 울산의 대표적인 처용탈 제작 시연 등과 함께 (사)한국사진작가협회 도움을 받아 울산 전국사진촬영대회도 개최한다. 소풍마당에 꾸며진 ‘정원체험 공간’에서는 목공예 체험, 반려수목 입양, 꽃다발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텃밭정원에서 생산된 허브식물을 활용한 요리체험 등 먹거리체험이 운영되는 등 다양한 정원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기간 중 왕버들마당에서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 창작 인형극과 어린이 마술쇼 등이 진행되며, 7080세대를 위한 추억의 공연등 다영한 연령층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이 밖에 태화강 국가정원 시화전을 비롯해 태화강에 자생하는 야생화 분재 전시, 프리마켓, 봄꽃을 배경으로 인생네컷(포토존), 이동 카메라 운영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야간에는 이용자의 관람 편의를 위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초화원 주변 봄꽃탑 설치, 알록달록 아치형 꽃조형물과 함께 느티나무길에 조명이 비춰질 예정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

비트펠라하우스, 바다여행의 낭만 ‘블루이즘’ 공개

칠곡할매에 이어 세계적인 비트박스 크루가 바다여행의 낭만을 노래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칠곡할매의 바다여행기’에 이어 세계적인 비트박스 크루 비트펠라하우스의 ‘윙’과 ‘히스’가 출연하는 ‘5월은 바다 가는 달’ 의 두 번째 홍보영상을 지난 9일, 유튜브 한국관광공사TV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비트펠라하우스의 ‘윙’과 ‘히스’가 바다여행에서 얻은 음악적 영감으로 완성한 ‘블루이즘(Blueism)’을 만나볼 수 있다. 블루이즘은 바다를 유영하듯 음악에 몰입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이번 영상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 형태로 최초 공개된다. 동해안의 풍경과 파도 소리를 비트박스로 풀어내며 바다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창조의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앞서 공개된 1탄 ‘칠곡할매의 바다 여행기’가 평생을 내륙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봄바다 여행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바다여행’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2탄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MZ세대의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원년인만큼 세대별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다의 매력을 확산하고 바다여행의 공감대를 넓혀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