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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정한 기와 아래 정성스런 음식···오래 사랑받는 이유 짐작케

통일전 옆 서출지에 연밥이 익어간다. 둘레에 큰 소나무와 오랜 세월을 견딘 배롱나무가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서출지 바로 옆에 시래기 맛집이 있어 한걸음에 달려갈 거리다. 배가 고팠다. 미리 예약한 경주의 소박한 식당, ‘여기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은 경주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맛집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라 예약 없이 가면 자리가 없어 30분은 기다려야 하거나 그보다 운이 모자라면 솔드아웃이다. 정해진 양의 점심 장사만 하는 곳이니 예약은 필수다. ‘여기당’을 처음 소개해 준 친구는 경주에 살지 않는 경기도 친구였다. 연휴에 자전거 여행하려고 트렁크에 싣고 2박3일 다니러 와서 내게 연락했다. 여행자들의 단골집이라고 외지인이 추천한 맛집이어서 조금 의심하며 찾아갔다가 소박한 메뉴판을 보고 진짜 맛집인가 했다. 시래기 비빔밥과 시래기 전 두 가지와 곁들여 목을 축일 막걸리와 동동주가 다였다. 기와지붕 아래 세 글자뿐인 간판만큼이나 단정하다.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은 글자, 내부 인테리어도 단순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가 손님을 맞는다. 전화로 비빔밥 하나와 전 하나만 시켜도 되냐니까 가능하다고 해서 더 좋았다. 창가 자리에 수저가 세팅되어 우리 자리가 분명했다. 꽃병에 꽃이 이 집 분위기와 잘 어울려 주인장의 센스가 보통은 넘어 보였다. 시래기 전이 먼저 나왔다. 질길 거라 예상했는데 식감이 좋았다. 버섯과 새우가 섞여 풍미를 올렸다. 정갈한 주인장은 전을 찍어 먹는 간장을 손님 수에 맞게 따로 써빙 한다. 송송 썰어진 양파와 땡초를 하나씩 올려 바삭한 전으로 초요기했다. 샐러드도 각자 하나씩 앞에 놓아주었다. 기름에 구운 전과 상큼한 샐러드가 잘 어울렸다. 식기도 전에 전을 다 먹을 때쯤 비빔밥이 나왔다. 둘이서 한 그릇만 시키니 달라고 하지 않아도 여분의 그릇을 주며 나눠 먹으라 한다. 시래기가 부드럽고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부추 양념장을 곁들여 김에 싸 먹는 방식이 별미다. 함께 나온 반찬도 하나하나 맛있었다. 오이무침, 계절 나물, 무생채, 된장찌개 등 손맛이 느껴졌고, 전부 짜지 않아서 밥과 함께 먹기 딱 좋았다. 다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했다. 이렇게 손님이 늘 많은데 저녁 장사는 왜 안 하냐고 물으니, 오후 2시면 문을 닫고 저녁은 재료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재료가 소진되면 오후 2시 이전에도 문을 닫기도 한다. 욕심부릴만도 한데 소박한 밥상, 단정한 간판, 하지만 좋은 재료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마음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 때라도 좋지만 특히 가을이 압권이다. 너른 들에 벼가 누렇게 익으면 논뷰가 그저 그만이고, 가로수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그때만 이 주변이 시끌시끌해진다. 미슐랭이 우리나라에 와서 별을 준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가게가 없어져버려 안타깝다는데 ‘여기당’은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 머문다. 경주에서 역사를 느끼고 한끼 맛있게 먹을 곳이 여기라고 당당히 말하는 ‘여기당’이다. 월, 화요일 휴무이며 주차는 건물 앞에 가능하다. 8월 27일에서 9월 9일까지 휴가이니 그 후에 다녀가기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2

미술관 음악회, 100회를 맞다

더위가 여전히 온몸을 감싸지만, 조금 시원하다 느끼며 포항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포항시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지난 8월 28일 100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2014년 어느 봄날 시작한 미술관 음악회는 코로나 시기에 잠시 멈추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즐겨 찾는다. 10여 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다. 꾸준히 미술관 음악회를 찾아주는 시민들의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다. 100번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미술관 관람도 할 겸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미술관에 도착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음악회지만 로비에 조금 일찍 정돈된 의자는 100번의 음악회를 즐기려는 시민들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의 한 구절이 적힌 종이가 의자 위 얇은 비닐에 포장되어 함께 시민들을 맞이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구절이다. 포항시립미술관 음악회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우리의 놓은 문화를 보여주는 힘 중의 하나라고 느껴졌다. 의자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100번의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세로로 긴 파란색의 현수막이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 같다. 무대 위에는 첫 무대를 장식할 플룻과 기타의 연주가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중이다. 기타 소리가 플루트와 잘 어울리니 새롭게 다가온다. 연습하는 곡은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직접 작곡해 그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포항시립미술관 음악회의 참여 경험도 있는 기타리스트라는 친근함도 느껴졌다. 미술관 음악회를 시작하기 전,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미술관 음악회는 문화가 있는 날의 하나로 매월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10여 년 넘게 이어지며 372명의 뮤지션과 40개 가까운 밴드와 함께 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아주신 2만여 명의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200회를 위해 시민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가길 바란다는 말씀도 남겼다. 또 미술관 음악회를 즐길 수 있게 애써 주신 임희도 미술관 음악회 감독님께 시민이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플루트와 기타의 협연으로 음악회가 시작했다. 직접 작곡한 ‘100번의 기다림’ 연주가 끝나고 바흐 ‘첼로 모음곡 3번’과 가스파르 카사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3악장으로 이어졌다. 첼로 모음곡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곡들로 이루어진 연주였다. 미술관 로비는 이내 첼로의 낮지만 깊은 울림으로 가득 찼다. 로비에 앉은 사람들은 귀로 음악을 들으며 눈길도 따라 움직였다. 자리에 앉은 눈빛들은 이어지는 해설에도 공감의 반응을 하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누워있고 서 있는 에너지 있는 철의 모습과 장두건 미술상을 수상한 작품과도 의미를 연결 지어 본다. 플루트로 듣는 박실의 ‘한오백년’은 맑고 가는 플루트의 소리가 ‘한오백년’의 곡이 다 표현이 되니 공감하기도 쉬웠다. 마지막은 플루트와 기타와 첼로가 함께 했다. 각자가 내는 악기 소리가 튀지 않아 차분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니 100회를 기념한 쿠키가 기다리고 있다. 함께한 시민 이은경(52)씨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매월 참석한다. 나에게 미술관 음악회는 미술 작품 관람도 하고 음악도 듣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날이다”고 반겼다. 미술관 음악회는 9월은 작품 전시로 쉬어가고 10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2

봉화 정자문화생활관에서 1박2일 어때요?

올여름은 유별난 더위와 폭우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폭염으로 주춤거렸던 여름이 마침내 가고 있다. 만약 가을 여행을 계획했다면 선비들의 풍류 문화를 엿보고 체험하면서 가족과 연인, 벗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봉화 정자문화생활관으로 길을 나서 보시길 권한다. 일상생활에 갇혀 그저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많은 사람에게 이곳은 힐링의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옛 선비들이 책을 읽고 풍류를 즐겼던 정자에 누워도 보고, 정다운 이야기도 나누며 산책하기 좋은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또한, 현대식 숙박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차 한 잔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정원 속에 카페가 있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봉화 정자문화생활관은 소나무가 둘러싼 수려한 자연 7만 여 평에 조성되었으며 누정전시관, 숲속에 묻힌 숙박시설 솔향촌과 나무와 잔디, 연못으로 조성된 야외정원, 그리고 아름답고 특징 있는 누각과 정자 다섯 채가 조성돼 있다. 누각과 정자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누정전시관’ 제1전시실 누정세계는 누정 건축의 구조와 특징을 설명하고, 제2전시실 음풍농월은 누정에서 바라본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출했다. 제3전시실은 봉화 유람은 봉화의 10대 누정인 경체정, 청암정, 석천정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충북 제천에 있는 한벽루는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 관동팔경 유랑길의 마지막 행선지 중 한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완도 보길도에 있는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으로 울분을 참지 못해 제주도로 향하다 보길도의 자연경관에 감동해 지은 곳이다. 창덕궁에 있는 부용정은 부용지 연못에 기둥 두 개가 연꽃처럼 서 있다. 부용은 연꽃을 의미한다. 함양 거연정은 자연 바위를 그대로 이용하고 물과 소나무를 조화시킨 건축기법이라고 한다.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은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로 쓰였고, 비가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유명 정자까지 원형 복원해 놓은 정자문화생활관은 전국 정자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봉화의 10대 누정인 경체정, 청암정, 석천정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2020년 7월에 개장한 정자문화생활관에는 솔향 가득한 숲에 11동의 숙박시설, 8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솔향촌이 있어 1박 2일의 여유 있는 쉼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이밖에도 사계절 다양한 종류의 화초류를 감상할 수 있는 야생화정원과 그네, 널뛰기 등 옛 선조들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놀이마당, 측백나무로 미로를 만들어 놓은 도깨비정원 등 가족들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누각과 정자에서 가족들과 앉아 옛날 선비들의 풍류문화와 함께 번잡했던 일상을 내려놓고 살가운 정을 쌓으면서 풍요로운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자연 그대로의 정원에서 즐겼던 선조들의 그윽한 풍취도 느껴보고, 누정전시관의 다양한 볼거리, 솔향 가득한 솔향촌에서의 하룻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2

‘의전’

국방차관님께 받들어 총!” “충성!” 대전 국군 의무학교 연병장에서 군의관 임관식이 열렸다. 제병지휘관의 호령에 따라 사열하는 장면인데, 경례를 받는 이는 그날 행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이 장면을 보는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50년이 다 돼가는 예비역 병장으로 오늘은 아들 임관식에 초대받아 앉아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흔한 의전은 악수다. 악수는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라, 내 손에는 무기가 없습니다! 하는 신사협정이다. 군대 의전은 말 그대로 ‘칼각’이다. 받들어 총! 할 때 그 총은 수직으로 세워 방아쇠가 상대를 향하게 한다. 이건 총의 처분권을 수례자(受禮者)에게 맡기겠다는 충성심의 징표다. 우리 사회에서 의전 서열이 가장 칼 같은 집단은 단연 군대, 그 다음은 정치판이다. 국가 행사나 면 단위 잔치까지, 자리 배치는 존재감의 공식 등급표다. 대통령 다음은 국회의장, 그 다음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국무총리···. 이 순서가 잘못되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실제로 한 헌법재판소장이 참석하러 갔는데 자리가 국무총리 아래로 밀린 걸 보고는 말도 안 하고 돌아간 일화도 있다. 지방의 한 행사에 주둔군 사단장과 연대장이 동시에 초대된 적이 있다. 사회자가 순서를 헷갈려 연대장을 먼저 축사하게 했다. 사단장 얼굴이 굳더니, 끝나고 수행하던 부관 코에서 코피가 났다 한다. 군기 빠지면 코피부터 터진다는 전설이 또 하나 추가됐다 각종 행사 때마다 내빈을 소개하고 격려사와 축사를 부탁한다. 주최 측에서는 참석한 내빈을 예우하는 뜻으로 거의 빠짐없이 연단으로 불러내어 한 말씀하도록 한다. 축사가 너무 길어지면 가끔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할 때는 지루함을 느낀다. 내빈을 한 명씩 불러 축사를 시키는데, 무슨 한 말씀 부탁드린다더니 열 말씀, 스무 말씀 하신다. 어떤 분은 “오늘 날씨도 화창하고요” 하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잿빛이었다. 그저 준비된 멘트는 날씨조차 이긴다. “어···. 저 뭐냐, 요새 경기도 어렵고, 우시장 국밥도 별로고···. 어쩌고저쩌고···.”말의 앞뒤가 안 맞는 데다 중언부언, 말꼬리만 잡고 놉니다. 그런데도 끊지 않는다. “끝으로 한 말씀 드리면···.”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정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청중은 다만 침묵으로 울고 웃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진정한 내빈도 있다. “앞서 좋은 말씀 많이 하셔서 저는 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하고 넙죽 절하고 내려가는 분. 이런 분은 진짜 멋진 분이다···. 말이 짧을수록 박수는 길어진다. 사람과 자리는 궁합이 있어야 한다. 인품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히면 마치 병아리에 투구 씌운 꼴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적격자를 28명이나 고위공직에 임명했다. 자리란 사람을 빛내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자리가 초라해지기도 한다. 의전이란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결국 속마음이 따라줘야 진짜 격식이 된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의전은, 말을 짧게, 마음은 깊게, 그리고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 아닐까?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31

시니어 무지개악극단 ‘홍도야 우지마라’

무대 위에 익숙한 선율이 흐르자 객석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과거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16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초청을 받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야외무대에 오른 무지개악극단(단장 방종현)이 공연으로 선보인 작품은 고전 악극 ‘홍도야 우지마라’였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은 이날의 무대에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지개 악극단은 2024년 창단된 비교적 젊은 단체다. 그러나 단원들의 나이는 ‘젊음’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모두 계명문화대학교 공연음악학부 성인반 연기·뮤지컬 과정을 졸업한 시니어들이 모여 만든 예술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혹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다시 무대에 선 이들은 ‘노년의 도전’이라는 말 대신 ‘두 번째 봄’을 택했다.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예술극장 ‘온’에서의 ‘홍도야 우지마라’는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단원들은 배우로서의 잠재력과 열정을 재확인했고,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들을 새롭게 영입하며 규모를 확장했다. 지난 5월 봉산문화회관 공연에서는 3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집단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은 배우들에게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관객에게 한층 깊은 감동으로 돌아왔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감각을 덧입혔다는 점이다.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닌, 퓨전과 현대적 요소를 더해 고전의 묵직함 속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단원들은 나이를 뛰어넘는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객과 긴밀히 소통했으며,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작품의 정서적 파장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주인공 홍도를 연기한 배우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여인의 기개와 사랑을 향한 간절한 염원은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이날 무대에는 홍도 역에 방롱미, 혜정 역에 여명주, 시어머니 역에 노선조, 홍도의 남편 및 저승사자 역에 전종환, 홍도 오빠 철수 역에 이단숙, 회장 및 순사 역에 오세걸, 해설에는 방종현 등이 참여해 열연을 펼쳤다. 공연이 열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또한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교훈 삼아 2008년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200만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간 국내 대표 재난안전체험관으로, 지진·화재·지하철 사고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안전교육장이자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의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기억과 안전, 그리고 치유’라는 다층적 의미를 가졌다. 이날 무지개악극단의 공연은 안전교육의 공간에 ‘문화’라는 따뜻한 옷을 입혀주었다. 방종현 단장은 “무대는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을 살아온 모든 이들의 꿈이 머무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무대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은 “시민 모두가 안전의 주체가 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재미와 교육을 결합한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며 “이날과 같은 문화공연이 안전의식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윤숙 시민기자자

2025-08-31

내방가사문학회 옥산서원, 양동마을서 문학기행

내방가사문학회(회장 권숙희)는 지난달 24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옥산서원과 양동마을을 방문하는 문학기행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내방가사의 뿌리를 탐방하고 전통문학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권숙희 회장은 “한글의 맥을 이어온 내방가사 여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정신을 계승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 모두가 내방가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양동마을은 안동, 현풍, 영천 등 인근 명가와 혼반으로 얽힌 전통 마을이다. 이씨 가문과 손씨 가문을 중심으로 수많은 내방가사가 창작된 곳이다. ‘만수가’ ‘독락당’ ‘학지가’ ‘회재 선생 사모애가’ ‘사모곡’ 등 여러 작품이 이곳에서 탄생했으며, 회원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문학적 자취를 체험했다. 특히 옥산서원에서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14대 후손인 이원균 전 교수가 해설을 맡아 서원의 역사와 학문적 의의를 상세히 전했다. 38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회원들은 2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경청하며 전통의 정신을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역사를 배우고 전통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함을 시사한다. 옥산서원은 추사 김정희, 한석봉, 퇴계 이황, 아계 이산해 등 당대 명필과 학자의 흔적이 남아 있어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 자계천과 계정을 찾은 회원들은 자연과 어우러진 선현의 학문적 경지를 떠올리며 전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계정과 어우러진 자계천의 풍광에 도취된 회원들은 잠시 발을 담그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호사를 누렸다. 양동마을 무첨당에서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만수가’를, 계정에서 ‘독락당’ 가사를 낭독하여 기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언적 선생의 종가 후손인 이윤지 선생 남매분이 일행을 위해 점심과 매실차를 후하게 대접해 일행의 갈증을 달래며 훈훈한 시간을 나누었다. 권숙희 회장은 “이번 기행을 통해 그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작품 발표회와 전통 놀이 등을 통해 교류의 장을 넓히길 바란다” 고 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옛 선현들의 학문과 정신을 현장에서 배우고, 내방가사의 가치를 오늘에 되살리는 뜻깊은 자리로 평가됐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8-31

대경선 타고 구미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대경선 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산에서 대구로 가는 길이 10여 분이면 됩니다”. 대구로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 김 모씨(57)는 대경선 개통으로 인해 경산과 대구를 오가는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경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으며, 구미에서 대구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철도 이용객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개통 6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수가 253만 명을 돌파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핵심 교통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경선은 대구와 경북의 앞 글자를 결합한 이름으로, 비수도권 지역 최초의 광역철도다. 지난해 12월 14일 개통을 시작한 이래 지역민들의 일상 속 필수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정착했다. 총 연장 61.85km 구간을 운행하는 대경선은 경산역, 동대구역, 대구역, 서대구역, 왜관역, 북삼역(건설 중), 사곡역, 구미역 등 총 8개 역을 경유하며, 평일 기준 하루 100회 운행된다. 시민기자는 최근 대구역에서 구미까지 직접 타보았다. 대구지상철(3호선) 타는 것과 같다. 어르신은 통합무임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체크하면 무료 탑승이다. 대구역에서 5분쯤 지나니 서대구 역이다. 서대구역을 출발하자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넓은 들판이 보였다. 승객들 모두 창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왜관을 지날 때 벌통이 나란히 놓여 있는 걸 보면서 양봉의 고장 칠곡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구미역에 도착했다. 모두 빠른 걸음으로 시내버스와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대경선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관리를 맡는다. 전기 전동열차 2개로 편성돼 1편성 당 80석 정도다. 전동열차는 전 구간을 1시간 이내에 달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0㎞다. 대경선을 타려면 교통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경로 카드는 대경선과 구미 시내버스도 무임승차다. 일반인은 대경선의 탑승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된다. 가장 먼 거리 구간인 경북 구미~경산까지가 최대 2800원(기본 요금 1천500원+추가 요금 1300원)이다. 시내버스 이용 후 대경선으로 환승 탑승해 구미~경산까지 이동할 경우 750원(기본 요금 50%)에 추가 요금 1천300원을 합산한 2050원을 내야 한다. 구미시에서는 대경선 개통 후 대중교통을 통한 금오산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구미역과 금오산을 잇는 시내버스 운행 횟수도 늘렸다. 또 구미에서 대구로 유입되는 인구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오산을 오가는 기존 4개 노선(27, 27-1, 27-2, 27-3)은 하루 21회 운행했으나 대경선이 개통되며 27-3번 노선에 10회를 추가해 총 31회로 증회했다. 27-3번은 ‘구미역~금오초교~경북외고~금오산’을 운행하는 노선이다. 대구 상인동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 4명이 금오산 케이블카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는 길에 대경선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경선이 개통됐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타보러 왔다”며 “구미가 고향인데 예전에는 KTX를 타고 이동했지만, 이제는 훨씬 편리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구권 광역철도는 향후 2단계 사업으로 구미에서 김천까지 노선을 연장할 계획이다. 현재 구미~대구 구간이 운영 중인 가운데, 김천까지 연장함으로써 대구와 경북 내륙 지역의 교통망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 간 연계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8-31

한여름밤의 귀호강 Insound

2주 전쯤 SNS에서 공연정보 하나를 발견했다. 실감형 입체 사운드 기술인 이머시브(Immersive)를 활용해 관객을 소리의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는 설명이다. 총 50개의 스피커가 무대를 감싸며 관객은 그 안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구조다. 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공연 형태라니 궁금해졌다. 의레 주말에 공연을 하겠거니 했는데 뜻밖에도 일요일과 월요일 저녁이다. 일요일은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월요일을 택했다. 공연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에 이뤄졌으며 ‘2025 한수원과 함께하는 지역예술 상생프로젝트 쌍쌍경주’의 일환이다. 월요일 공연은 협동조합 문화채움이 준비하고 가수 라디(Ra.D)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였다. 퇴근 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부러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갈 수 있겠다 싶어 알람을 설정해뒀다. 넓은 황성공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주차도 수월하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공연장을 둘러싸고 50개의 스피커로 재차 두른 새 둥지 같은 구조 속에 관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연히 만난 지인과 함께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이번 공연의 총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장은씨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KBS 국악한마당 국악꿈나무 및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한 리틀예인무용단이 첫 무대를 보여줬다.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과 주변을 둘러싼 다수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음들이 조화를 이루며 무대가 완성되었다. 이어서 유지원의 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분명 눈앞에선 한 명이 연주를 하고 있지만 밴드가 함께 하고 있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두 곡의 연주가 마치자 이번엔 랩퍼들이 등장했다. 비록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자들이 함께하는 건 이번 공연의 장점이다. 이우진과 Arawww의 무대가 끝나자 파래소의 공연이 이어졌다. 50개의 스피커로 전달하는 섬세한 작업이어서인지 중간 부분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사회자의 능숙한 대처로 그마저도 재밌게 마무리되었다. 덤으로 짧지만 다음 공연자인 파래소의 국악 일타 강의까지 곁들여졌다. 센스있는 대처로 한차례 웃음이 터치고 다시 본격적인 공연으로 넘어갔다. 금세 네 명의 도깨비에게 홀린듯이 빠져들었다. 주변의 둘러싼 소나무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붉은 달, 네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들. 서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두 곡이 연주되었다. 국악이 이렇게나 젊고 멋질 수 있구나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마루밴드의 공연으로 18일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잘 비벼진 비빔밥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다. 십여 년 전부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이야기 되어왔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예술과 딱딱한 기계적인 느낌의 기술의 조합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둘이 조합은 예술의 세계를 확장시켜줬다. 한여름 밤의 선물 같은 시간으로 공연 내내 음악에 푹 빠지다보니 월요일이라는 것조차 망각했다. 내키지 않는 월요일 밤은 그곳에 남겨두고 덩실대는 마음만 챙겨 서둘러 돌아왔다. 다음에도 오늘처럼 귀가 호사스런 기회가 닿길 기대해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다른 이의 수고로움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보다가 문득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한참 붉은 고기를 바라보았다. 인간을 위하여 제 몸을 내어주는 생명이 있어서 밥을 먹게 된다는 것에 새삼 숙연해졌다. 한두 번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건만 갑자기 이 고기를 어떤 마음으로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것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이지 않은가. 그 감사함을 잊고 그저 먹기에 바빴음을 반성한다. 다른 동료의 희생으로 삶을 이어가는 누 떼의 이야기인 시를 읽는다. “건기가 닥쳐오자 /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 떼가 /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 // 강에는 굶주린 악어 떼가 / 누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가 /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 누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 누 떼는 강을 다 건넌다 //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 누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복효근 시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먹거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다른 이의 수고를 입고 살게 마련이다. 스위치만 올리면 환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편리하게 이동하게 도와주는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지하에서 선로를 깔고 공사를 한 이들의 노동이 있어서 가능했다. 안전하게 늘 점검하고 운행하는 관계자들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모두 다른 이의 도움과 노력을 통해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혜택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들이쉬고 내쉬는 이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살지 못한다.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이 공기의 고마움을 얼마나 생각하고 사는가. 물은 어떤가. 물이 없으면 생명 유지가 안 되고 생활도 어렵다. 수도꼭지만 틀면 쏟아지는 맑은 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커다란 혜택을 공짜로 받으면 살고 있다. 모두 무언가를 쫓느라 잊고 살 뿐이다. 막바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서를 지났으니 여름의 기세는 꺾이고 가을이 오고 있다. 불타는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이 뜨거움도 식물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여름이 있어야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다. 서늘한 날만 있으면 쭉정이만 남는다. 뜨거움 덕에 알곡이 익고 과일에 단맛이 고인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들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줄 것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K-문화 독창성 버무린 ‘케데헌’ 글로벌 ‘문화주권’ 이끌 마중물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K-Pop Demon Hunters(케데헌)’. 한국적 리얼리티가 스며든 판타지가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역설(力說)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한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낙산 성곽길, 명동거리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성지가 되었고, 그들은 작품 속 김밥, 컵라면, 설렁탕 등의 음식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특히, 한국 민화 ‘호작도’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더피’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조선의 미학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작품 속 등장으로 성지가 되면서 뮤지엄숍의 호랑이 굿즈는 오픈런 품절사태까지 빚는다. 제품 품질을 우려해 극히 제한적으로 생산하다 보니 올 12월까지 주문 마감상태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이 무료’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케데헌’은 가상의 K-Pop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에서 등장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음악으로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서사다. 그 속에 한국적 디테일이 촘촘히 스며있다. 매기 강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외계어 같은 억지 한국어를 담았던 지난 콘텐츠들과 달리 한국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설렁탕에 보이는 소면, 식당 테이블에 휴지를 깔고 수저를 올리는 모습,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는 등의 디테일은 오히려 한국인마저 놀라게 한다. 우리는 한 때 ‘토박이 문화’를 폄하하여 미개하고, 뒤떨어졌고, 미신에 가깝다며 지우고 잊고 버리려 했었다. 고(故) 이어령 박사는 한국 문화의 뿌리를 ‘막 문화’라고 했다. 우리 선대가 일상을 기록한 글을 잡문(雜文)이라 경시하는 잡이 ‘막(雜)’에 해당하며, 정제되지 않은 잡문, 막사발, 막걸리, 막춤 등에서 무한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토박이 문화는 ‘막춤’과 ‘난타’ 같은 독창적 예술로 세계 시장을 열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날치의 국악에서도 그 ‘막’의 힘이 살아있다. ‘케데헌’ 또한 이런 맥락에서 K-문화의 생명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소니 픽처스가 제작했다. 흥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은 미국과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국이 얻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라는 간접적 효과가 전부다.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인 흥행을 이루었음에도 관광객 유치와는 큰 연관이 없었던 것과 상반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디테일한 우리문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한 것은 ‘케데헌’ 제작진이었다. ‘케데헌’은 ‘세계적 K-문화의 자생력’을 보여주었지만 수익 모델에 있어서는 외부에 종속된 사례다. 문화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 국가의 소프트 파워이자 경제력으로 연결된다. 지금처럼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K-문화가 한국의 직접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문화주권과 IP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찌됐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면서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느낀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포항 숲강아지, 유기견 입양∼사후 관리까지 ‘희망의 다리’ 역할

포항시 산림조합 마당에 숲강아지 센터가 있다. 26일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이 이곳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자랑거리가 많다고 연락이 왔다. 센터가 처음 열렸을 때 방문하고 오랜만에 찾아가니 새로운 것이 더 생겼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이 강아지를 보살피느라 바삐 움직였다. 문을 들어서니 낯선 사람이 방문해서인지 강아지 한 마리가 유독 짖었다. 한 마리는 앞발을 들고 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아 보호자를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휴가 기간이 지나고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이 늘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 반려견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을 장기간 비우면서 관리하기가 힘들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8월에 버려진 유기견이 전체의 45%라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 버림받아도 사람이 다가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숲강아지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미 해군, 포스텍, 한동대, 세명고, 포항여고, 에코프로 등에서 찾아와 목욕을 시켜주고, 센터 청소며 유기견 산책까지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리는 이도 사람이지만 돌보는 이도 사람이다. 이렇게 센터에 봉사하러 왔다가 입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방울이를 입양한 김나래(18)씨도 봉사와서 산책시키며 정이 들어 부모님을 설득해 가족이 되었다. 보통 성견이 아닌 아기를 많이 입양하는데 방울이는 4세 정도 추정되는 성견이었다. 지금은 기다려, 손, 산책, 밥 먹자 등 보호자와 소통이 가능해 함께 잠자며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사는 ‘찐친’이라고 했다. 오빠들이 있어도 방울이를 데려오자고 한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중이라고 말하는 김나래씨는 어린 나이지만 목소리에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한 생명을 보살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또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포항 숲강아지 센터는 입양을 보내고 난 후 사후 관리도 잘하는 센터였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또 센터에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반려인들에게 친정 같은 입양처가 되어 주었다. 김나래씨도 방울이를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오면, 방울이가 직원들에게 달려가 안기며 센터에서의 시간을 기억한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숲 강아지 센터 개린이의날 행사에 반려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포항시 산림조합 잔디마당에 여러 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펫 푸드 부스나 기본 미용해 주는 부스, 한쪽 부스에서는 훈련사 선생님이 강아지 행동 교정 상담도 해주셨다. 행사 중간에 숲강아지 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 받은 분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입양 전 미리 친해져 볼 수 있는 기회 같다. 이날 행사는 반려견 가족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유기견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이 참석했다. 숲강아지 센터 내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끝이 아니라 포항시 유기견 센터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 정보는 포인핸드 앱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혹시 가족을 입양하실 생각이라면 동물 사랑 배움터에서 두 시간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고 난 뒤 입양 신청할 수 있다. 입양 후 안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사도 진행하고 연락도 꾸준히 하시는 거 같아서 더욱 보기 좋은 포항시 유기견 센터였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센터인 숲강아지 센터 건물이 산림조합 잔디마당과 맞닿아서 자리하고 있어서 처음엔 나무 사러 왔다가 숲강아지 센터에 있는 유기견을 발견하고 들어왔다면 이젠 숲강아지 센터에 왔다가 산림조합에 볼일을 보는 경우도 늘었다.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너무 쉬운 쇼핑 말고 수선하는 즐거움

오늘도 휴대폰 속에선 충동구매를 부채질하는 광고가 불볕더위만큼 뜨겁다. 휴대폰을 켜는 순간 개인에 맞추어진 알고리즘 광고는 언제라도 거침이 없다. 시민기자도 손안에 들린 전화기 속 화려한 광고에 혹해서 망설임 없이 클릭하고 만다. 너무 쉬운 쇼핑이다. 이렇게 잠깐의 클릭으로 구매한 바지며 셔츠가 여러 개다. 필요한 거였다고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으면 몇 번 입지도 않고 이내 심드렁해진다. 처음 광고에서 느꼈던 감흥은 없어진 탓이다. 온라인 쇼핑은 이런 소비를 부추긴다. 소셜 미디어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클릭해서 바로 구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탓에 큰 고민 없이 새 옷을 사고 옷이 많다고 하면서도 옷을 산다. 옷이 없어서 옷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충동구매로 산 옷은 수선하기보다는 몇 번 입어보다 싫어지면 그냥 버리고 다른 새 옷을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너무 많이 만들어진 옷은 40% 정도는 그냥 버려지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도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량이 생산량을 미처 못 따라가고 있다.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이 버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잉 소비가 아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옷은 수선해서 오래 입어보는 생활이 필요한 이유다. 수선은 이런 과잉 쇼핑이 아닌 우리의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옷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새로 사는 것과 고쳐서 다시 입는 것 사이에서 늘 고민이 되면서도 수선할 때는 쇼핑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수선을 즐겨하는 50대 주부 김희연(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평소에 새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 고쳐서 오래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수선을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물건에 생명 연장하는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수선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새로 옷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고 아끼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다 수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장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즉각적인 쇼핑에서 오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특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 있는 반짇고리로 단추를 달 일이 종종 생긴다. 아이들 교복이며 원피스의 단추가 달랑달랑할 때 바늘과 실로 새로 단 단추를 보면 간단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즐거움이라는 기쁨이 크다. 아끼던 옷에 얼룩이나 자국이 있을 때는 어울리는 다른 조각으로 덮어서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바지가 치마가 된다거나 하는 스스로 수선이 어려운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손재주가 없어서 직접 수선할 자신이 없거나 귀찮다면 처음부터 옷을 구매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면 무심코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화면을 끄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건강한 밥상으로 늦여름 무더위를 이겨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기승을 부리던 파리, 모기가 사라지는 무렵이란 뜻이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때이건만 더위는 여전하다. 연일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다. 이런 더위에는 시원한 음식으로 식도락을 즐기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안동에는 민가 최고의 고조리서 ‘수운잡방’과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이 전해져 온다. 조선시대의 식생활과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수운잡방’은 1500년대 초에 저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 중의 하나로 조선 중종 때 오천군자리의 탁청정 김유와 문정공 김령이 우리나라의 전통 요리법에 관해서 저술한 책이다. 음식 조리는 물론이고 술 빚기, 김치, 장류, 식초, 채소 저장하기 등 재료의 사용에서 조리,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식생활 형태를 추정할 수 있는 희귀서이다. ‘음식디미방’은 영남의 신사임당으로 불리는 장계향이 말년에 저술한 한글조리서로 복숭아, 가지, 생포 간수법 등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어떻게 음식을 보관했으며 제철이 아닌 나물 쓰는 법 등을 보면 비닐하우스 재배와 같은 방법으로 겨울철에도 채소와 과일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우리 민족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제철 음식을 먹고 저장하면서 세시풍속을 지켜왔다. 늦여름 무더위에 지쳤을 때는 살얼음 띄워진 시원한 콩 국물에 국수를 말아 한 그릇 뚝딱해도 좋고 달콤한 초장을 얹은 비빔국수에 오이, 삶은 달걀을 얹어 먹어도 별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땅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이 더위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삶아 건져내 간이 슴슴하게 무쳐낸 콩나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여름 무 생채,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사리, 마늘을 빻아 넣어 풍미를 더한 시금치,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시원한 맛으로 여름 입맛 살리기에 좋은 미나리, 겨우내 말렸던 묵나물, 삶은 호박잎에 갓 캐낸 감자를 쪄내고 거기에 강된장까지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상 완성으로 늦여름 무더위 따위야 물러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사광회 창립 70주년 사진전

전국에서 가장 전통있는 사진작가 모임인 사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회원 작품전 ‘빛으로 그린 70년, 그 기록과 감동의 순간들’을 26일부터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한다. ‘빛을 담아 삶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현재 회원과 역대 회장단의 작품으로 전시하는데, 회원 23명(회장 한경자) 각자가 바라보는 자신만의 사진 예술의 절정의 순간을 작품화 한 88점이 전시된다. 동시에 초창기 사광회를 이끈 회장들의 작품은 역사관에 별도 43점이 전시된다. 이중에 고(故) 구왕삼, 강해룡, 장국현, 한삼화, 진성스님 등의 대표작 33점이 전시되고, 사광회 창립 멤버이자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였던 고(故) 신현국 선생님의 작품 10점도 역사관에서 구경할 수 있다. 사광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사진작가 모임으로 지금도 사진작가 모임으로는 독보적인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1964년에는 해외 초청 전시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화랑 초청으로 회원 10명의 작품 56점을 출품하여 대성황을 이룬바 있다. 1981년에는 대만 신문국 초청으로 회원 7명 작품 70점으로 대북시 판화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져 대만 일간지, TV 등 각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05년 창립 50주년을 맞아서는 대구시교육청 후원으로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백두산을 주제로 한 <산과 삶> 작품집도 발간했다. 이때 전시에서 판매된 사진대금 1억 2천만원 전액을 난치병 어린이 돕기로 기부했다. 2011년 창립 56주년 기념으로는 ‘세계산림의 해’를 맞이하여 ‘천년살이 우리나무’ 사진전을 통해 산림자원으로서 나무의 중요성과 문화적 유산으로서 가치를 조명했다. 특히 수령 500년에서 2,000년이 넘는 노거수들이 도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사진으로 알려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사광회 창립 70주년 사진전을 기획한 서규원 고문은 “신현국 선생님을 비롯한 사광회를 초기 이끌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진의 발자취를 조금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자 회장은 “전시를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사진 예술의 절정의 순간을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렌즈 속 그 너머의 세상을 시민들과 함께 보고 느끼며 즐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광회 회원은 고문 서규원, 회장 한경자, 박종한, 차세환, 전창욱, 류정필, 도일중, 정시식, 차혜연, 홍우표, 황영목, 박인진, 김흥만, 조복순, 이창희, 이진국, 김성두, 윤주홍, 정일경, 김종한, 이영화, 김재원, 진영이 등이다. /김성두 시민기자

2025-08-24

함께 있어 빛나는 우리, 송해공원서

“밤에 운전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이참에 야경 보러 갈까?” “그럼 우리 송해공원 갈까?” MBTI의 대문자 P답게 즉흥적으로 떠난 밤나들이는 수빈이와의 귀가길에서 시작되었다. 송해공원은 대구 달성군 옥포읍에 위치한 공원으로, ‘전국노래자랑’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송해 선생님의 이름을 딴 달성군 대표 관광지다. 달성군 명예군민인 송해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와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송해기념관이 있다. 또, 사계절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피어나는 자연의 색채는 마음을 알록달록 색칠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봄철이면 만개하는 벚꽃이 호수 위로 흩날리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많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산책로를 수놓아 또 다른 계절의 매력을 더한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공원은 언제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선물한다. 호수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은 근심 걱정을 덜어내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물 위에 설치된 백년수중다리에서는 밤에 물 위에 떠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달, 풍차, 오리, 나무, 사슴, 하트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어, 가족·연인·친구 누구와 함께해도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바라만 보아도 아찔할 정도의 높이에 조성된 구름다리는 폭포와 인접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빙벽의 아름다움을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빛으로 물든 하트 길, 송해공원의 로맨틱 포토존. 뒤편의 산길도 산책로로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다람쥐와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송해공원을 방문하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산길 끝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날 수빈이와 시민기자는 아름다운 밤 풍경에 젖어 말없이 불빛을 바라보며 서로가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까만 밤하늘과 대비되는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음의 어두움을 걷히게 했고, 잠깐 있다가 귀가하려던 우리의 발걸음이 그네 의자에 묶였다. 앉아서 잔잔한 호수와 불빛들, 행복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수빈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뜻밖의 밤나들이에 또 다른 추억을 얻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깜깜한 밤에 마음을 위로하는 반짝이는 불빛처럼 수빈이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변함없는 빛이다. 그리고 그 빛이 있어 언제나 감사하다. 송해공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서 행복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야외 활동때 진드기 물림 주의하자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갔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조금씩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연휴를 맞아 가벼운 운동을 위해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매미가 여름 하늘을 울음으로 채우고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둥실거려 평화로웠다. 산책을 나선 김에 공원 뒤의 산을 올랐다. 풀숲을 지나 산길을 여유롭게 걸었다. 이름 모를 들꽃들에 눈 맞추는 일이 즐거웠다. 내려와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양말을 벗으려고 보니 다리에 까만 점이 보였다. 산에서 묻어온 낙엽 부스러기려니 하고 떼어내니 조그마한 진드기였다. 산을 올랐을 때 붙어온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아도 물린 자국은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동안 매스컴에 자주 방송되던 쯔쯔가무시병이 떠올랐다.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심각한 내용이 나왔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혹시라도 물려서 감염된 건 아닐까?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했다. 그동안 진드기의 위험에 대해 들어도 그저 남의 일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 몸에서 직접 진드기를 발견하니 걱정이 되었다. 진드기에 대해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 더 찾아보았다. 진드기는 기생성 절지동물로, 사람과 동물에게 질병을 매개할 수 있는 해충이다. 특히 털진드기나 작은소참진드기 등은 피부에 침입해 가려움, 발진, 부스럼을 유발하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치명적 질병을 전파할 수 있다. 모든 진드기가 병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진드기에 물렸을 경우는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진드기 접촉 후 2주 이내에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고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감기인 줄 알고 방치하다가 증상이 중증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진드기는 크기가 작고 물렸을 때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물려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 시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이나 모자, 토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드러눕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로가 아닌 산길은 되도록 피하고 야외에서 돌아와서는 꼭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입은 옷은 세탁을 한다.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가을은 진드기의 활동성이 더 높아지는 계절이라고 한다. 야외 활동이나 등산 시에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알아두고 예방을 하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므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주의로 큰 질병에 노출되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산불 피해 ‘고운사’ 사찰림, 인공조림 대신 ‘자연 복원’ 선택

한여름 무더위 기세가 입추를 넘기며 조금은 꺾인 듯하다. 한낮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조석의 기온 차로 새벽녘 이슬이 내리고 풀벌레도 찌르찌르 가을을 알린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이며 나고, 자라고, 거두고, 감추는 사계의 순환에 한 치 어김이 없다. 지난 3월 전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의성 산불이 영덕으로까지 번지며, 불길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천년고찰 고운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불탄 숲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자연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한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인공조림 대신 ‘자연복원’을 선택한다. 지난해 템플스테이로 인연을 맺었던 고운사. 산불이 진압된 지 5개월이 지났다. 극심했다던 피해 이후 소식이 궁금해, 고속도로 대신 28번 국도를 따라 의성으로 향한다. 어느 순간, 차 창밖으로 불탄 산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까맣게 타버린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능선은 녹음이 짙어진 사이를 가로지르며 당시 성난 화마가 내달렸던 궤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 궤적이 영덕 따개비 마을까지 이어졌다 생각하니 당시의 공포가 살아나는 듯하다. 천년 고찰 고운사. 직접 보니 더 처참하다. 5개월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깊은 상처 그대로다. 고운사 들어서기 전 최치원문학관의 참혹한 모습에 먼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고운(孤雲) 최치원이 머물며 지었다던 가운루와 우화루 그리고 조선시대 국왕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기념하던 황실 건축 연수전은 흔적조차 없다. 연수전의 솟을삼문이 주던 위엄도 사라졌다. 화마가 지난 자리 그나마 남아있는 보물들을 하나라도 더 수습하고자 애쓰는 국가유산청 연구원들을 지켜보던 주지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인 무상(無常)을 언급하며 “자연재해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주지 스님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소나무가 싹이 트면 소나무대로, 참나무가 싹이 트면 참나무대로 자연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믿음은 ‘사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환경단체와 전문가가 불교계와 힘을 모아 인공 식재가 아닌 자연 스스로 숲을 재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사찰림 복원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국내 산림정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온전한 대웅전에서 내려다본 천년 고찰(古刹)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불타고 깨진 잔해더미를 시름없이 바라보다 먼 산을 보니 까맣게 불탄 나무들 틈새로 초록 풀무더기들이 얼핏 설핏 눈에 들어온다. 죽음의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난다는 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발현시키는 자연의 힘 그대로의 광경이다. 고운사 사찰림에서 자연 복원 가능성을 본다. 서울환경연합 추적조사에 따르면 소실된 침엽수 대신 참나무류가 빠르게 싹을 틔웠고 너구리, 박쥐와 각종 조류가 숲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비록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탄 땅에서도 새 생명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지 스님이 화두처럼 던진 ‘무상(無常)’. ‘세상 모든 것이 덧없다’지만 그 덧없음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산과 숲 그리고 재해로 다친 마음까지도 자연치유에 희망을 가지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기와불사에 동참하며 고운사를 나섰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제2회 김동극 아동문학상 시상식

2025년 8월 16일 경북 영주 아트 스퀘어 공연장에서 아동문학 소백 동인회 (회장 박현화)와 김동극 아동문학상 위원회 (위원장 박근칠)가 공동 주관하여 소백 아동문학 38집 33집 출판기념회와 제2회 김동극 아동문학상 시상식 열렸다. 아동문학상에는 최진씨의 “칭찬해주세요”가 선정됐다. 박현화 아동문학 소백동인회 회장은 66주년을 맞이하는 아동문학 소백 동인회를 생각하는 마음과 아동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석해 주신 모든 내빈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김동욱 아동문학상에 대해 언급을 했다. 이어 박근칠 김동국 아동문학상위원회 위원장은 김동극 아동문학상 재정 이유와 제2회 수상자 선정에 대한 경과보고를 했다. 김용희 심사 위원장은 김동극 아동문학상 작품 선정 배경과 당선작에 대한 작품명을 상세히 했다. 제2회 아동문학과 최신 수상자 시상은 박근칠 위원장, 박현화 회장, 유족 대표 김인환 대구대 명예교수가 함께 상패와 상금(2백만원) 꽃다발을 수여했다. 최진 수상자는 수상 인사에서 당선작으로 뽑아준 주최 측과 심사위원께 감사하고 “김동극 아동문학상 제2회 수상자가 된 만큼 어깨가 무겁다. 김동극 선생의 아동문학 정신이 벗어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인사를 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21

나무 밑의 보랏빛

오전 9시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익숙한 DJ가 ‘굿모닝’ 아침 인사를 한다. 친구 중에 약속 시간에 늘 늦는 친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아 전화로 어디쯤이냐고 물으면 거의 다 왔다고 하고도 일찍 오면 30분, 늦으면 1시간을 넘겨서야 나타난다고. 가을이라는 녀석도 그렇다고. 입추라고 했는데 아직도 열대야가 연속인 여전히 여름 날씨라고 말이다. 8월 7일부터 21일까지는 절기로 입추이다. 하루만 입추가 아니라 15일 동안이 입추 기간이다. 하지만 포항은 여전히 낮 기온 30도를 웃도니 여름 중이다. 맥문동은 광복절 즈음에 만개하니 여름꽃이다. 폭염을 피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영천 우로지 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맥문동을 보기 위해서다. 이른 시간에도 주차장은 이미 거의 만차다. 보라색 맥문동을 찍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들고 고운 원피스 입은 모델과 함께였다. 이른 시간이라 산책하는 사람은 적고, 길게 늘어선 나무 아래 수줍게 웃는 맥문동의 어울림을 앵글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삼각대를 세우고 나뭇잎 사이로 비껴드는 아침햇살의 순간을 잡으려고 모두 렌즈에 눈을 고정했다. 맥문동은 주로 그늘에 많이 심는다. 한국·타이완·일본 등에 분포하며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불사초라고도 한다. 높이는 30~50센티미터 정도로서 뿌리줄기가 짧고 굵으며, 수염뿌리는 가늘고 긴데 어떤 것은 굵어져서 덩이뿌리가 된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난처럼 늘씬하다. 그 위에 꽃줄기가 떠 있는 듯 황홀하게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데 마디마다 3~5개씩 모여 달렸다. 맥문동의 덩이뿌리를 말리면 반투명한 담황색이 되는데,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거나 폐장의 기능을 돕고 기력을 돋우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강장·거담·진해·강심제 등에 사용한다. 최근 새집증후군이 자주 언급되면서 맥문동의 공기정화 능력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영천 우로지 산책로는 길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그늘이라 뜨거운 여름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왔더니, 동네분들은 아직이고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로 수런거렸다. 보랏빛에 취해 맨발 걷기를 했다.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날아왔다. 맥문동은 향이 거의 없는데 무슨 향일까 살피니, 근처에 꽃댕강 울타리가 보였다. 아침 선선한 공기에 은은하게 자신의 존재를 묻히는 꽃댕강, 맥문동에게 쏠리는 관심을 자신에게도 나눠달라는 손짓이었다. 걷다 보니 작은 알갱이가 깔린 길이 나타났다. 퓨리스텝이라는 이름의 천연소재였다. 이 길을 맨발로 걸으면 부드러운 자극으로 발을 보호하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비가 와도 걷는데 문제가 없어서 위생적으로도 좋을 것 같다. 다른 곳에는 알갱이가 좀 굵어서 발이 아팠는데 이곳은 알갱이가 작아 발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되돌아서 한 번 더 걸으며 발에 감촉을 즐겼다. 영천에는 우로지 말고도 맥문동이 가득한 숲이 또 있다. 자천리 오리장림이다. 그곳엔 왕버드나무 아래 보라색 융단이 깔린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라 다음 주에 찾아가면 최적기다. 또 가까운 경주 황성공원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맥문동의 콜라보가 아주 그저 그만이다. 노을 질 때 가면 꽃빛이 더 고와서 사진에 담기에 좋다. 여유가 있다면 울산 대왕암 소나무 숲과 포항 송도 솔밭 맥문동도 지금 절정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소리가 덤으로 들리니 금상첨화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꽃보다 많을 수도 있으니 이른 시간에 방문하길 권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9

봉화 산골 ‘카페 임기역’을 아시나요?

반가움이 있고 그리움이 있는 곳, 설렘이 있고 쓸쓸함이 공존하는 간이역,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가사가 떠오르는 곳. 아련한 추억 하나 있을 것 같아 애틋하게 다가오는 간이역이 봉화 산골 임기역이다. 춘양역에서 녹동역과 터널을 지나면 산줄기 따라 휘어진 아름다운 철길에 작고 아담한 임기역이 있다. 역무원도 승차권 단말기도 없는 임기역은 연평균 하루 1명이 이용하는 외로운 산골 간이역이다. 그런데, 조용하던 첩첩산골 간이역이 새로운 핫 플레이스 카페 임기역이 생겼다. 임기역은 1956년 문을 열어 1957년 현 역사를 준공해 보통역이 되었고 2013년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하루에 왕복 3번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임기역이 있는 마을은 농사지을 땅도 별로 보이지 않는 산골 마을. 춘양목과 석탄, 돌을 생산하는 광산 지역이었다. 병풍처럼 산이 둘러쳐진 독산, 작은 산언저리에 자리 잡은 마을은 소나무와 광산업체의 화물 운송량이 많던 30년 전에는 기차를 타려고 100미터씩 줄을 섰을 정도로 풍성했던 산골 마을이었다. 지금은 그 흔하던 구멍가게조차도 사라지고 사거리슈퍼, 휘어진 담뱃가게 간판, 천일약방 등 아직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만 번성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임기 숲터 마을 삶의 이야기들이 배어 있고 한적한 풍경 속, 추억이 머무는 임기역은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기억을 돌려주는 공간이다. 산골짜기의 낡은 집 여러 채와 언덕배기의 텃밭이 배경이 되고, 고즈넉한 풍경을 따라 오르면 가장 높은 자리에 임기역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민 참여형 카페가 문을 열었다. 작은 역사 안에는 열차 시간표와 카페 메뉴가 함께 걸려 있고 승차권을 팔던 창구는 주방으로 탈바꿈돼 길게 누운 철길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감성카페로 다시 꿈을 꾼다. 임기역 작은 광장에도 테이블을 놓아 마을이 내려다보는 운치 속에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역무원은 없지만 기차가 서고 사람이 타고 내리는 간이역. 이제 카페가 생기면서 지금도 임기역은 진행형의 역사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여유, 쉼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을 맘껏 누리면서 산골 간이역의 감성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카페 임기역’을 찾아보길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9

광복 80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들

지난 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곳곳에서 관련 행사들이 펼쳐졌다. 우리의 기억에서 점점 잊히고 있는 광복의 의미와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나부끼는 태극기 물결과 대형 태극기 앞에서 다시 뭉클해지는 시간이었다. 80년 전, 우리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을 향한 열망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의 여러 희생이 있었다. 독립운동가는 독립기념관 정의에 따르면 ‘통상 일본의 공권력 집단이 서울에서 조선의 명성황후를 살해한 1895년 을미사변부터 1945년 8월 해방까지 일제의 식민 통치에 맞서 한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최근 유묵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안중근 의사, 윤봉길, 안창호 등이 그들이다. 또 이들과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빛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이 있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면 언뜻 ‘유관순 열사’ 정도가 떠오르지만 그 다음은 바로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독립운동에 당당히 한몫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아직까지 남성 독립운동가에 가려 적극적으로 여성은 독립운동가는 부각 되지 못한 탓이 크다. 정부에서 독립 유공자로 지정한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는 현재(2025년) 1만8000명이 넘는 가운데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660명 정도로 전체 3.6%에 불과하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 외에도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의 남자현 같은 알려지지 않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2000여 명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하와이 등 나라 밖에서의 활약도 남성 독립운동가들과 못지않게 컸다. 영화 이후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어났고 관련된 책들도 나왔다. 그중에서도 광복의 밑거름이 된 대구·경북의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여럿이었다. 이들은 독립운동가 집안이거나 다시 독립운동가 집안과 결혼했고 남편이 독립운동을 하는 등 늘 독립운동을 옆에 두고 있었다. 만주에서 의열 투쟁을 펼친 경북 영양 출신의 남자현 지사를 대표로 3·1 독립 만세를 한 김락, 그녀의 며느리 이해동, 석주 이상룡 선생의 부인 김우락, 손자 며느리 허은, 하와이의 여성단체를 이끈 이희경, 윤악이, 신분금, 임봉선, 대한 미국애국부인회를 이끈 유인경, 한국광복군에 입대한 김봉식, 민영숙, 전월순, 양태원, 임봉선 등의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이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나 독립을 향한 치열한 삶과 뜨거운 눈빛은 남성 독립운동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도 목숨을 내놓을 만큼 대범했다. 이들은 자식과 시부모를 부양하고 독립운동가 남편이 돌보지 않는 집안일을 책임졌다. 자금을 대며 독립군 후방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힘을 기르게 하고 스스로 광복군이 되거나 직접 무기를 들고 항일운동을 한 여성 독립운동가들, 여기에 더해 태어나고 사라져간 한 줄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아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의 어느 여성들은 우리가 앞으로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들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9

합천에서 만난 가야의 목소리

가야인의 흔적을 찾아 경상남도 합천으로 향했다. 합천은 대야, 대량으로 불리며 대가야 전성기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400년, 광개토태왕의 남정으로 가락국이 큰 타격을 입자 일부 세력이 이주해 새로운 문명을 꽃피웠다고 전해진다. 그 증거로 합천에서는 대가야식 고분보다 가락국 양식인 덧널무덤이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합천의 위상은 역사 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일부 역사 학자들은 합천을 ‘일본서기’의 다라국과 연결지었다. 일본의 사학자 이마니시 류는 대량과 다라의 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스에마쓰 야스카즈는 ‘임나흥망사’에서 아예 합천을 다라로 비정했다. 그것은 단지 표면적 음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역사의 본질을 왜곡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옥전 고분군 주변에 ‘다라리’ 마을이 있다고 다라국으로 주장하는 역사학자도 있다.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달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오히려 대야국, 대량국이라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쇠퇴한 가락국 세력이 옮겨와 새로운 땅에서 문화를 꽃피운 세력일 것이다. 중국 양나라 ‘양직공도’의 기록 역시 사신들의 그림 중심 자료로 오늘날 지명과 단정적으로 잇기에는 무리가 있다. 합천에는 가야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 있다. 옥전 고분군은 4~6세기 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토기와 환두대도, 금동 투구 등 찬란한 유물이 쏟아졌다. 언덕 위에 촘촘히 자리한 고분들은 마치 시간을 품은 채 숨 쉬고 있는 듯했다. 삼가 고분군에는 다양한 양식의 무덤들이 혼재해 가야 고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대왕’이라 새겨진 토기는 가야에 실질적인 왕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합천박물관에 들어서면 환두대도의 모형이 당시 지배자의 위용을 떠올리게 한다. 출자형 금동관의 섬세한 장식은 신라의 금관과 견줄 만큼 정교하다. 옥전 고분에서 출토된 로만 글라스는 황강을 따라 이루어진 동서 교역의 흔적이다. 그것은 합천이 고립된 지역이 아니라 활발히 교역하며 열린 문화를 누렸음을 잘 보여준다. 성산 토성은 황강을 감싸 안듯 자리한 방어 유적으로 흙과 돌이 어우러져 견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합천의 유물은 단순한 돌이나 금속 조각이 아니다. 그 속에는 땅을 일구고 철을 제련하며 장식과 무기를 만들고 문명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삶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 고분 앞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맥동하는 듯한 실감이 전해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 사학자는 그 땅이 ‘다라국’이었다고 주장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합천, 대야는 오늘도 진실을 향해 묵묵히 외치고 있다. 침묵 속에서도 그 외침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이들의 귀에 또렷이 들린다. 황강 위로 저녁 햇살이 번지자 마치 가야의 기억이 강물 속에서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그 빛을 바라보며, 잊힌 역사를 되찾는 길 위에 서 있음을 실감했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8-17

뜨거운 여름 알리는 배롱나무를 찾아서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백일을 이어 핀다고 백일홍. 백일홍의 다른 이름이 배롱나무다. 또 배롱나무를 경상도에서는 간지름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표피가 매끈매끈하여 손으로 살살 간질이면 꽃잎이 간지러워서 웃는 것같이 살랑살랑 흔들린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수성못에는 배롱나무가 30여 그루가 있다. 그 중에서도 수성못의 북쪽과 상화동산에 나란히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듯한 배롱나무들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군락지다. 배롱나무는 분홍색,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 형형색색의 종류가 있는데, 수성못을 한 바퀴 돌면서 꽃 색이 몇 종류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배롱나무는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운다.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는 배롱나무가 만개하는 시기다. 지금 서둘러 수성못 배롱나무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러 나서기를 권해 본다. 배롱나무는 부처꽃과 배롱나무 속이며 가을에 잎을 떨구는 낙엽소교목이다. 가지 끝에 달린 화려한 원뿔 모양의 꽃차례가 돋보인다. 꽃차례 끝에 3㎝ 크기의 꽃잎 6개가 한껏 벌어져 피고 그 가운데에 수술 40여 개가 모여난다. 꽃잎이 마치 크레이프 종이처럼 주름지고 얇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크레이프 머틀’(Crape Myrtle)이라고도 불린다. 요즘은 가로수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배롱나무다. 알록달록한 꽃이 피는 여름에 주목을 받지만, 사실 배롱나무의 진가는 사시사철 드러난다. 바로 매끄럽게 벗겨지는 부드러운 질감의 수피와 가을에 붉게 물드는 낙엽도 한 몫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배롱나무를 보기 좋은 곳은 수성못, 신숭겸장군 유적지, 하목정 등이며 경북에서는 병산서원의 배롱나무 꽃의 명성이 높다. 가로수로는 백암온천 길 가로수가 이름이 있는데, 바닷가 해풍을 받은 배롱나무꽃은 더 붉고 아름답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8-17

범어로터리 한켠에 버티고 선 500년 노거수

옛말에 “나무는 천 년을 살고, 사람은 백 년을 산다” 했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주목나무 같은 장수목은 여름이면 그늘을 내어주고, 비 오면 품을 벌려 사람을 안아준다. 마을의 당산목은 액운을 막고,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품은 산 기록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로터리 한복판, 그랜드호텔 부근에는 500년 넘게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세조 14년(1468) 수성 들판 상동 마을에 심겨, 왕조의 흥망과 도시의 변화를 모두 견뎌왔다. “내 뿌리가 뽑히면, 사람 마음도 뽑힌다” 1592년 임진왜란이 대구를 휩쓸던 날, 연기와 비명 속에서도 이 나무는 잎 하나 떨지 않았다. 마치 “내 뿌리가 뽑히면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뽑히리라”는 기세였다. 일제강점기의 굴욕과 6·25 전쟁의 참상을 견디고, 2·28 민주운동과 5·16 군사정변까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보통 나무는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사는데, 이 나무는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 옛 속담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 했지만, 이건 그야말로 ‘은행나무 팔자 뒤웅박 팔자’였다. △첫 번째 이사 1972년 대구 직할시 보호수 18호로 지정되며 안심하는 듯 했으나, 1981년 도로 확장 공사가 닥쳤다. “베어야 한다”는 소문에 마을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고 시청 앞으로 갔고, 아이들은 나무를 껴안고 울었다. “이 나무는 우리 마을의 기둥이요. 베면 안 됩니다!” 그 간절함이 전해져, 나무는 200미터 떨어진 정화여고 교정으로 옮겨졌다. △두 번째 이사 정화여고에서 10년을 보내며 여고생들의 웃음과 수다를 벗 삼았다. 봄이면 연둣빛 잎으로 “시험 잘 보거라, 떨어져도 인생 끝은 아니다” 격려했고, 가을이면 노란 잎을 흩날리며 “청춘아, 너무 서두르지 마라” 부드럽게 타일렀다. △세 번째 이사 1990년대 말, 정화여고 이전과 아파트 건설이 겹쳤다. ‘그냥 없애자’는 말이 돌자, 지역 유지들이 ‘은행나무 보존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나무는 대구 사람들의 역사요, 숨결이요, 그림자요!”라는 절절한 호소 끝에, 2001년 4월 1일 범어로터리로 이사했다. 이삿날, 크레인에 매달린 나무를 보며 사람들은 ‘이제 끝이구나’ 했지만, 이듬해 봄 싱싱한 잎을 피우며 말했다. “나 아직 살아 있소. 내 뿌리는 세월보다 깊소.” △시대와 함께 숨 쉬는 나무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 산 나무가 아니다. 대구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한 ‘살아 있는 문화재’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시민들의 “대~한민국!” 함성에 황금빛 잎사귀를 흔들며 응원하는 듯했다. 밤이면 연인들의 속삭임을 들었고, 이별의 눈물엔 바람 한 줄기 내어주었다. △황금빛 비 내리는 가을 가을이면 노란 잎이 거리를 환하게 물들이고, 바람이 불면 황금빛 비가 내린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속 시계를 잠시 늦춘다. “나도 이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오래 살자”는 다짐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서 있는 대구의 산증인, 이제는 대구를 지키는 수호목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17

광복 80주년과 한국의 미래

올해는 우리 민족이 35년간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자유를 되찾은 광복 80주년 되는 해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의 하늘 아래 울려 퍼진 환희의 함성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유와 책임, 그리고 희망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메시지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선조들은 국방의 힘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마디마다 느끼며 한 서린 삶을 살았다. 80년 전, 광복은 총칼이 아닌 민족의 끈질긴 염원과 피맺힌 저항,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이 오늘날 보석 같은 피땀으로 일궈낸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교육과 산업, 기술과 문화를 통해 세계에 우뚝 선 나라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IMF 극복과 민주화의 여정,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서로를 지켜낸 국민의 연대는 ‘함께’라는 말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80년이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독립의 소중함과 자유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광복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 자유와 책임, 정의를 실천하는 삶의 원동력임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우리는 그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이 정의롭고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갖출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자. 타인과 사회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힘쓰며, 진실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 바로 광복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국민이 모두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우리는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굳건한 의지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그 정신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져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광복은 단순히 ‘과거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의롭고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동체를 위해 진실과 양심을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선열들이 꿈꾼 자유를 지키는 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처럼 우리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더욱 빛내기 위해 국민이 한뜻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8-17

‘저상버스’ 도입률보다 실제 이용률을 높여야

저상버스가 도입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저상버스는 계단을 없애고 교통약자(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계된 버스다. 또 2023년 1월부터는 노선버스를 대체나 폐차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시내·농어촌 마을버스를 그 대상이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 저상버스 주 이용 대상자인 교통약자들의 실제 이용률이 거의 없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20여 년간 뇌병변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포항의 한 장애인(57)은 “한 번도 저상버스를 타본 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상버스를 타기까지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버스를 탄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시선이 아직 불편해서 가까운 거리는 전동휠체어로 다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승객들도 저상버스를 타는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을 넘어 교육, 취업, 사회적 서비스 접근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2022년에 비해 18만 명이 증가했고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39.7%로 2022년보다 4.1%로 증가했다. 대구도 서울 다음으로 저상버스 도입률이 높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경북은 2024년 기준으로 도입률이 29.4%로 인천(24.4%), 전남(24.9%), 충남(27%)과 함께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은 전체 버스 184대 중 118대가 저상버스로 운행 중이다. 경북의 타 시·군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이용률은 거의 없다.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가지고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유모차를 가지고 타려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발생한다. 대구에 사는 조은정(40)씨는 “유모차를 가지고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할 때가 있다. 아직은 탑승 시 유모차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기 띠에 아이를 메야 하고 유모차를 접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큰맘 먹고 타야 하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라고 토로했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버스, 택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교통약자들의 일상에서는 버스, 택시, 지하철 타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휠체어나 유모차의 경우는 5분 만에 갈 길을 20여 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집을 나서자마자 울퉁불퉁한 인도를 경험하는 것부터 힘들다. 버스에 타기까지의 순서도 어렵다. 버스가 인도 가까이 정차를 해야 하고 리트프 설치, 탑승 후 휠체어 고정, 단말기 승차 태그, 순서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승차 거부 등이 존재한다. 지난 2023년 포항에서는 버스 기사의 협조 부족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인도 대신 도로에 하차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장애인 단체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저상버스 보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이 낮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교통약자(장애인과 노인 등)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저상버스 확충뿐만 아니라 이용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을 통한 실질적 이용률 향상이 시급한 과제다. 포항시 대중교통 관계자는 “저상버스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것이 맞다. 불편한 사항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차량번호나 시간 등을 기록하셔서 신고를 주시면 된다. 불편한 점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매화를 사랑한 이들

조희룡 ‘매화서옥(梅花書屋)’​을 보았다. 대구 간송미술관 2전시실에 오롯이 홀로 자리한 그림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매화 한 송이가 하얀 꽃병에 꽂혔다. 선비의 서재를 몰래 들어가는 느낌이다. 매화 숲속의 서재라는 뜻의 그림을 만나러 들어갔다. 벽에 매화 한 그루가 가지가 생기고 꽃잎이 피어나 나무가 환해지는 순간이 천천히 그려진다. 영상을 보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매화서옥’ 진품이 우릴 맞는다. 천천히 다가가 매화향에 스며들게 만든다. 그림 속 조희룡이 어떤 향기를 맡고 있을지 짐작이 되었다. 봄이면 경주 통일전에 매화를 보러 찾아간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 문을 열면 매화향이 마중을 나와 있다. 아직 꽃은 보이지도 않는데 향기로 어서 오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통일전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큰 연못이 있고, 하얗게 꽃구름이 뭉싯한 매화가 한 그루 보인다. 그림에는 선비의 집 주위로 하얗게 둘러쌌으니 그 향이 숲 가득할 것이다. 매화서옥, 가파른 산기슭 아래 나지막이 자리한 서옥과 그 주변을 감싸는 매화, 그중 한 가지를 병에 꽂아 바라보는 모습이 화폭에 담겼다. 짧은 순간 피고 지는 꽃이 아쉬워 화폭에 담아두었을 매화, 화가는 매화를 좋아하는 병이 있어 스스로 매화 큰 병풍을 그려 자는 방에 이를 둘러놓고 벼루는 매화시경연을 쓰며, 먹은 매화서옥장연을 썼다. 바야흐로 매화백영을 본떠 시를 짓고, 시가 이루어지면 방에 ‘매화백영루’라는 편액을 걸어 자신이 매화 좋아하는 뜻을 통쾌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그런데 금방 이루어지지 않아 억지로 읊다가 목이 말라 매화편차로 목을 축이었다. 매일 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다가 입추에 접어드니 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며칠 에어컨을 끄고 창을 열고 잠자리에 들었다. 용케도 알고 귀뚜라미가 창가에 와서 날개를 비빈다. 옛사람들이 만든 절기가 어쩜 이리 딱 맞는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여름휴가에 24절기에 관한 책 ‘제철행복’을 읽었다.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24계절로 나눠 살았던 현명함에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절기마다 먹는 음식이 따로 있고, 절기마다 피는 꽃을 옛사람들은 어떻게 즐기는지 알게 되었다. 12월에 있어 맨 끝의 절기인가 했더니 조선시대는 동지가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궁궐에서는 천문과 지리를 담당하던 기관 ‘관상감’에서 새해 달력을 만들어 임금에게 올렸다. 책 형태로 만들어진 달력이라 하여 ‘동지책력’이라 불렀다. 신하들에게 절기가 적힌 달력을 선물로 내리면 신하들은 그것을 가까운 친지들에게 나눠 삶의 지표로 삼았다. 조선 후기에는 30만 부나 찍었다고 하니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선물이었다. 24절기 중에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조상들이 팥죽을 먹고 봄을 기다리며 즐긴 풍류가 놀라웠다. ‘구구소한도’라는 풍속인데 양수 9를 길하게 여긴 조상들은 동짓날로부터 아흐레가 아홉 번 반복된 날, 즉 81일째 되는 날에 봄이 온다고 여겼다. 그래서 동짓날에 흰 종이에 매화 81송이를 그려 창문이나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하나씩 색칠해 나갔다. 흐린 날엔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은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마침내 81개가 모두 칠해진 날 창문을 활짝 열고 진짜 매화를 바라보았다. 듣기만 해도 얼마나 낭만적인지, 올해 동지에는 친구들에게 구구소한도를 나누며 색칠 놀이를 권하고 싶다. 81일 동안 색칠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매화를 찾아 나서는 탐매 모임을 만들어야겠다. 더운 여름을 잊게 하는 옛 어른들에게 배우는 피서법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안동 낙동강변을 ‘맨발로 룰루랄라’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였다. 그래도 우리 몸이 기억하는 여름 더위는 추석 전까지는 이어지리라. 여름에는 물놀이만한 피서가 없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강으로,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러 떠난다. 하지만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안동시 낙동강변(운흥동300 일원)에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물속에서 걷기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탈춤공원 건너 강변에 약 400m 길이의 ‘물속 걷는 길’이 조성됐다. ‘물속 걷는 길’은 안동댐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실개천으로 유입해 만든 수로형 산책로다. 시원한 실개천에 파라솔과 의자를 비치해 걷다가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간단한 간식도 먹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파라솔에서 커피나 간식을 즐긴 후 꼭 뒷정리를 하고 가지고 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시민의식을 보여주면 좋겠다.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낙동강변에 모래길과 적운모길, 자갈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맨발 걷기를 장려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이번 물속 걷는 길까지 조성되면서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에겐 더 없는 힐링의 장소가 되었다. 접근성도 높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마침 맨발 걷기에 나선 법흥동 주민은 “그동안 도청 신도시 천년숲 황톳길을 걸으러 일부러 그 멀리 다녀오곤 했는데 안동 시내에도 이런 곳이 만들어져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싱 운동의 붐은 건강과 저속노화에 관심이 끊기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물속 걷는 길’은 초등생 종아리 반 정도의 물 깊이라 아이들과 함께 즐겨도 좋고 어르신들이 운동하기도 안전하다. 파라솔에 앉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책 한 권 읽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잘 가꾸어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면 안동의 또다른 명소가 될 것이다. 또, 토요일 밤에는 가까이 낙동강 음악분수 쇼를 관람하고 다양한 공연과 음악 감상도 가능하니 올 여름 남은 더위는 낙동강변에서 여유 있게 보내면 좋을 듯하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대구형무소 역사관에서 배우는 애국심

대구에는 근대역사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근대역사골목이라는 여행길이 만들어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끈다. 역사교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중 한 군데인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찾아보았다. 대구형무소는 일제 강점기 때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1908년 대구부에 처음 설립된 뒤 1910년에 중구 삼덕동으로 이전됐다. 대구형무소에는 2386명의 서훈 독립운동가가 투옥됐었다. 그 중 216명(국가 서훈 212명)이 순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로 추모된 195명 (국가 서훈 175명)보다 많은 숫자다. 대구형무소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오늘날 이곳은 그 아픈 역사를 생생히 전하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 역사관은 대구시 중구 공평동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2층에 있다. 역사관 내부에 들어서면 이육사, 장진흥, 박상진, 김영랑, 이종암 등 대구형무소에 수감 되었던 주요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투옥 당시의 기록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육사 시인은 ‘광야’와 ‘절정’ 등의 시틀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였으며, 조선의용대 활동 중 체포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장진홍 의사는 1920년 대구 조선은행에 폭탄을 투척한 의열투사로, 그도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 또 박상진 선생은 대한광복회를 조직하고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인물로, 사형 선고 후 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김영랑과 독립운동가 이종암 역시 대구형무소에 수감되는 등 일제에 맞서 저항한 삶을 살았던 분이다. 전역에서 모여든 애국지사들이 이곳에 갇혀 고문과 옥고를 견디며 꺾이지 않는 애국심을 지킨 장소란 점에서 대구형무소는 단순한 수감시설 이상의 항일의 성지로 평가된다. 대구형무소역사관은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의 우리가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자유와 정의의 정신을 되새기는 장소다. 일제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이들의 발자취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아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만한 교육 현장이다. 대구형무소 역사관 연락처는 (053)255-2194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