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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7주년 제헌절, 헌법의 제정 과정을 다시 본다

국경일이면서 휴일이 아닌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 법치국가의 모법을 제정한 날은 헌법수호의 필요성에 비춰볼 때 상징적 의미가 커 국경일로서 위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헌절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반을 마련한 걸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의 제정과정을 알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민주국가 국민의 도리로서 마땅하다. 제헌헌법은 조선 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날(1392년 7월 17일)에 맞춰 공포됐다. 이는 법치를 국가의 근본으로 삼은 조선왕조의 역사적 계속성 유지를 위한 것이며 제헌절도 이날로 정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5월 10일 최초로 국민 직접투표를 통해 198명의 국회의원(임기 2년)을 선출해 제헌국회를 구성했다. 1948년 5월 31일 개원해 제1차 본회의에서 초대 국회의장으로 이승만을 선출했다. 6월 1일 제2차 본회의에서는 ‘헌법 및 정부조직법 기초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전형위원을 각 도별로 10명 선정했다. 6월 2일 제3차 본회의에서는 전형위원들이 선임한 헌법 기초위원 30명을 선정 보고했다. 이로써 헌법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헌법 기초위원회가 완성됐다. 제17차 본회의에 상정된 헌법 초안은 조헌영 헌법기초위원이 낭독하고, 서상일 위원장이 헌법의 유래와 논쟁 사항, 유진오 전문위원이 헌법의 기본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름을 고려로 할지, 조선으로 할지, 대한민국으로 할지를 두고 여러 주장이 있었다. 1948년 7월 12일 본회의에서 10장 103조의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했다. 같은 해 7월 17일 이승만 국회의장은 헌법안에 서명하고 대한민국 헌법 공포식을 거행했다. 재헌국회 회의록을 보면 헌정사의 첫 장을 연 선대들이 치열한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제헌절을 맞아 헌법에 담겨 있는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고, 법치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지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7-20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유진오 박사 추모비

제헌절을 맞으니 제헌 헌법을 초안하신 현민 유진오 박사(1906~1987)가 생각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격동기였던 1948년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의 한 사람이다. 초대 법제처장, 한일회담 한국 대표를 맡았고, 문인과 정치가, 교육자였다. 유진오 박사는 우리 헌정사의 뿌리를 세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1906년 서울에서 출생한 유 박사는 1924년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29년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예과 강사를 거처 보성 전문학교 법학 교수가 됐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 ‘조선지광’ ‘현대 평론’ 등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도 등단했다. 동반작가로 ‘갑수의 연애’ ‘빌딩 여명’ 등의 작품을 썼고, 1938년 장편 ‘화상보’를 동아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법학자로서 명성 못지않게 그는 교육자로서도 존경을 받았다. 유 박사는 1950년부터 1965년까지 고려대학교 제 4~6대 총장으로 재직하며, 법학, 정치학, 경제학 등의 사회과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의 민주화라는 교육철학을 펼쳤다. 정치 무대에서도 그는 ‘지성 양심’이었다. 7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야당인 신민당 총재를 지내며 당시 여권의 권위주의에 맞섰다. 외교적 사안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1950년대, 한일회담 한국 측 대표로 참여해 한국의 자존과 민족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썼다. 유 박사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획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울타리를 세우는 데 바쳤으며 특히 제헌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적 조항의 철학적 배경을 제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유진오 박사는 대한민국의 첫 헌법을 설계하며 이 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선각자로 기억된다. 유진오 박사가 남긴 업적과 철학은 77주년 맞는 제헌절의 의미를 더 깊게 한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7-20

대구 문단, 여름 맞아 동인지 발간·문화행사로 문학 활력 충전

대구 지역의 문학인들이 여름의 열기 속에서 창작의 꽃을 피우며, 동인지 발간과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지역 문학의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구문인협회 ‘대구문학’ ‘200호 기념식 대구문인협회(회장 안윤하)는 지난 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문예지 ‘대구문학’ 통권 200호 출판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대구 복합문학관’조성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민정 편집주간 겸 부이사장, 장호병 부이사장을 비롯해 이창환 대구예총 회장, 장두영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오철환 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 원준연 대전문인협회 회장, 신홍식 대구글로벌메세나협회 회장 등 전국의 문인 및 예술계 인사와 대구문협회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1부 기념식은 여혁동 편집주간 시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대구문학’ 발간에 헌신해 온 개인 및 단체에 감사패가 수여됐다. 이어 오영희 낭송위원장이 서종택 시인의 ‘사막’을 낭송하며 문학적 감동을 더했고, 신현욱 테너가 축하곡 ‘희망의 나라로’를 열창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안윤하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구문학'은 지역 문인의 혼과 문학정신이 집약된 귀중한 성과물이며 앞으로도 그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부에서는 ‘대구 복합문학관 조성’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김성문 수필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에서는 폐교 리모델링을 통한 문학관 공간 조성, 이상화·현진건·김성도 등 대구 출신 문인의 문학관 클러스터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신노우 수필가, 최규목 시인, 오철환 소설가, 김종헌 평론가 등이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으며 청중석의 엄창석 소설가, 이재순·김동원 시인, 박기옥 수필가 등의 질문과 의견이 이어져 토론의 깊이를 더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는 서예가 김부기 수필가가 휘호한 ‘용비어천가’를 안윤하 회장에게 헌정하며 문학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면이 연출돼 큰 박수를 받았다. 대구문인협회는 ‘대구문학’의 안정적 발간을 이어가는 한편 복합문학관 조성 사업을 통해 지역 문학의 창조적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7회 혜암아동문학회 문학상 시상 혜암아동문학회(회장 윤미경)는 제7회 혜암아동문학상 시상식과 ‘혜암아동문학’ 제22호 출판기념회, 혜암아동문학교실 제22기(강사 정순오, 권영욱) 수료식을 지난 19일 오후 매일신문사 11층에서 개최했다. 유병길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혜암 최춘해 선생님은 혜암아동문학회 발전기금을 기증하시고 22년동안 헌신하셨다”고 밝히고 “혜암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혜암아동문학회를 더욱 발전시켜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호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과 안윤하 대구문인협회 회장, 하청호 대구 문학관 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동시 부문에는 황대겸씨(대구시 동구)가 ‘물음표’로, 동화 부문에는 김수정씨(서울 송파구)가 ‘당신의 기억을 저장하시겠습니까’란 제목으로 각각 수상 했다. 수상자는 상패와 부상으로 상금 150만원, 명예 회원증을 전달 받았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342편의 작품이 응모했으며 동시 부문은 이안 시인. 동화 부문은 소중애 동화 작가가 심사를 맡았다. 최병창 유족대표는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혜암아동문학회 발전에 뒷받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윤미경 회장은 “혜암아동문학회를 통해 그동안 많은 제자가 배출돼 아동문학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며 자랑했다. 한편 이날 혜암아동문학회는 ‘혜암아동문학’ 22호 출판기념식과 아동문학교실 수료식도 함께 거행했다. △문장인문학회 제5회 문장인문학 심포지엄 열어 문장인문학회(발행인 장호병·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는 지난 12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인문학정신 연수원에서 “문학의 역할과 세계 성에 관한 담론”을 주제로 재5회 문장인문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특히 1부에서는 2025 계간문장 신인 작가상 시상식과 문장 인문학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문학의 역할과 세계 성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발제한 뒤 이경은 수필가, 신혜지 시인, 이원석 수필가가 질의응답과 토론을 이어갔다. 2부에는 라온미니연극단의 수필극(뜨개질하는 오후), 3부는 계간 신인작가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김창권·최삼태·김인숙·김태현·김국현·손은경·이화영 시인과 손승화·안병숙 수필가, 유병홍 소설가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장호병 부이사장은 “지역문학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 문단에도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장작가회(회장 이병욱)는 다음날인 13일 학봉종택과 봉정사 등 안동일대를 탐방했다. /방종현·유병길·이병욱 시민기자

2025-07-20

인사청문회를 보고

국가의 주요 공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제도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권력의 핵심 인물들이 과연 자격을 갖추었는지, 국회가 대신 묻고 평가하는 이 제도는 선진국에서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가 도입 25년이 지난 지금, 그 본래 취지를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999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전문성·정책 능력을 국민 앞에서 검증하겠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이 제도는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여야는 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면서 제도의 근본 목적은 퇴색됐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 일부 직위는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반면 장관 등 다수 직위는 ‘보고 청문회’ 형식으로 동의 없이 임명이 가능하다. 여대야소의 정국에서는 야당이 청문회에서 아무리 부적격 사유를 지적해도,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되는 일이 반복되어왔다. 이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한 인사검증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도덕성 검증이 흠집 내기로 변질 되면서 사생활 침해와 여론몰이로 심화 되었다. 재산 형성 과정, 병역, 위장전입 등 사회적 기준이 엄격해짐에 따라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거의 사소한 실수까지 낱낱이 도마 위에 올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 ‘마녀사냥식 청문회’는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청문회 대상자가 스스로 사양하면서 인재 등용에 걸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료 제출의 기준과 한계도 심각한 문제다. 제출 요구와 미제출의 한계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청문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이제는 인사청문회가 본래 취지에 맞게 정착돼야 한다. 먼저, 정치 공세가 아닌 정책 검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후보자의 전문성, 국정절학의 이해, 향후 비전 등은 분명해야 한다. 다음은 청문회 기준의 명확화와 일관성이 필요하다. 도덕성 기준은 지나치게 과거를 추궁하기보다는 현재의 판단력과 공직 수행의 적합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면죄부’나 ‘마녀사냥’ 어느 쪽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료 제출에 대한 실효적 강제 수단을 도입하여 청문회가 형식적 절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인사 절차를 중단하거나 청문회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단순히 공직 후보자 한 명의 자질을 넘어서, 정부의 도덕성과 국정철학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청문회가 정착되길 바란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7-20

여름꽃처럼 뜨겁게 피어보자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6월 말부터 시작된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이었다. 이 더위 속으로 꽃 핀다. 여름꽃들이 핀다. 화려한 주황색 능소화와 붉은 목백일홍이 핀다. 고운 이름의 부용화도 어느 길목에 피었으리라. 제 안의 색을 모조리 꺼내어 피는 여름꽃들. 폭염 속에서도 저리 만발이다. 저렇게 뜨겁게 피는 것들에게는 눈부신 아름다움만큼 위험한 광기가 숨어있는 법이다. 나 미쳤다고 대놓고 피는 꽃들. 그 광기에 한번은 물들고 싶어진다. 그 요란스러운 깔깔거림에 나도 미친 척 끼어들어 보고 싶다. “사는 일이 강퍅하여 / 우리도 가끔씩 살짝 돌아버릴 때가 있지만 / 그래서 머릿골 속에 조금 맺힌 꽃봉오리가 / 새벽달도 뜨기 전에 아주 시들어버리기도 하지만 // 부용화나 능소화나 목백일홍 같은 것들은 /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빌리지 않고 / 정면으로 핀다 / 그래 나 미쳤다고 솔직하게 핀다 // 한바탕 눈이 뒤집어진 게지 / 심장이 발광하여 피가 역류한 거지 // 거참, 풍성하다 싶어 만질라치면 / 꽂은 것들을 몽땅 뽑아버리고 내뺄 것 같은 / 예측 불허의 / 파문 같은 / 폭염 같은 / 깔깔거림이 // 작년의 광증이 재발하였다고 / 파랗게 머리에 용접 불꽃이 인다고 / 불쑥불쑥 병동을 뛰쳐나온 목젖 속에 / 소복하게 나방의 분가루가 쌓이는 7월이다”- 문성해 시 ‘여름 꽃들’ 이 땅의 여자들은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처럼 늘 가녀린 모습으로 얌전하게 살기를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나 또한 조상부터 내려온 그 끈질긴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얌전한 여자의 표본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오십 중반 더 이상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이 속에서 자꾸 불거져 나온다. 삶은 남자 여자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니 누구든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누군가 만들어준 프레임에 갇혀 내가 가진 색깔을 내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저 불타듯 피는 여름꽃처럼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없이 직방으로 한번은 피어나고 싶어진다. 생활인으로서 내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시인으로서는 그런 미친 정열을 닮고 싶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폭우 한 번에 제 몸뚱이 다 내던져 바닥을 뒹구는 능소화 그 주홍빛 꽃송이들처럼 그리 뜨겁게 살다 뜨겁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역류한 심장의 피로 붉게 물든 목백일홍과도 오래 눈 맞추고 싶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지글지글 끓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여름을 나는 일이 갈수록 녹록하지 않다. 후끈한 열기의 세상에서 이 여름을 피하지 않고 여름꽃들 같이 한번 화들짝 피어 보자. 뜨거운 것이 여름이고 뜨거움이 있어야 풀과 나무와 곡식이 자란다. 능소화의 주홍으로 목백일홍의 붉음으로 우리도 화끈하게 여름을 건너가 보자.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서남시장 FLEX, 맛도 정도 다 있는 그곳

“언니야, 뭐 하는데? 나는 서남시장 왔다.” 엄마와 함께 주말 점심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걸려온 이모 전화 한 통에 우리는 곧장 서남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 위치한 서남시장은 1984년 개장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 호흡해 온 생활형 시장이다. 지하철 2호선 감삼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공영주차장도 두 곳이나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시장 골목에는 반찬, 떡, 과일 등이 반갑게 얼굴 내밀며 인사하는 모습이 전통시장의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서남신시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음식은 ‘족발’이다. 덕분에 ‘맛의 거리’로 불릴 만큼 족발은 이 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족발로 유명한 골목에는 30년 넘는 오래된 점포부터 SNS를 통해 입소문 난 맛집까지 다양한 족발집이 즐비하다. ‘김주연왕족발’, ‘한상일왕족발’, ‘만원족발’ 등은 주말이면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떠올리면 군침이 도는 맛있는 족발 덕분에 시장을 많이 찾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족발 외에도 삼계탕, 떡갈비, 전통떡, 만두, 분식류 등 가성비 좋은 먹거리들이 시장 곳곳에서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에 마음이 부자가 된 듯했다. 먹거리만 풍성한 게 아니었다. 시장 중간중간에는 잡화점, 옷 가게, 문구점도 자리 잡고 있어 장 보러 왔다가 추억을 마주치는 느낌이었다. 낡은 간판 밑 오래된 의류점에는 옛날 스타일 원피스들이 가득했고, 오래전 엄마가 입던 옷 같아 괜스레 정겨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시장의 활기였다. 상인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을 반갑게 맞았고, 서로 안부를 나누는 이웃들의 인사도 따뜻했다. 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정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또, 인근에는 두류공원, 이월드, 중리동 곱창 골목, 퀸스로드 패션 거리 등 다양한 명소들이 있어 시장 탐방과 지역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장 탐방과 함께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서남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덤을 얹어주시는 상인의 손길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골라주려는 마음 씀씀이에서 진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정이 서남시장에는 살아 있었다. 골목 끝 작은 국밥집에서는 소박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택배 상자를 한 손에 든 상인 아저씨,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각자의 사연이 모여 시장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장 입구 쪽에는 새롭게 단장한 간판들과 LED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옛 전통시장 특유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비된 통로와 편리한 시설 덕분에 젊은 세대도 부담 없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구석구석 마련된 고객 쉼터 덕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기도 좋았다. 우리는 이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고 달콤한 간식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이모가 함께 웃으며 나란히 걷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아빠와 동생까지 데리고 다시 한 번 서남시장 나들이를 하고 싶다. 한 번 방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맛과 정이, 이곳엔 분명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살아있는 장터 포항 오천 오일장

오일장(五日場)은 닷새마다 서는 지역 전통시장이다.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다슬기를 사기 위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 오일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있지만 굳이 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 오일장을 찾은 것은 살아있는 다슬기를 사기 위함이다. 손질된 냉동 다슬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중국산도 많다. 도로 갓 길을 점령한 노점상들. 얼핏 중구난방인 듯하지만 5일마다 서는 장날은 엄격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다슬기를 찾으며 시장 구경을 한다. 과일, 뻥튀기, 도넛, 족발, 생선, 젓갈, 채소, 언제나 긴 줄을 서는 가마솥 통닭에 각종 꽃 화분까지 없는 게 없다. 닷새마다 피는 삶의 풍경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불렀다던 유행가 한 구절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노래 속 장터도 오일장이다.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은 포항 근방으로 1·6일 기계시장, 2·7일 흥해시장, 3·8일 구룡포시장 4·9일 안강시장, 5·10일 오천시장이 있다. 기계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은 상설시장을 겸한다. 세월이 좋아지며 잘 갖춰진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로컬푸드 직거래까지 가능해졌지만, 오일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터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삶의 공간이다. 근대의 상설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오일장은 자생적 상거래의 현장이다. 조선 전기에는 장이 서는 간격이 일정치 않았으나 조선 후기 들어서면서 오일장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30리에서 60리 간격으로 장터가 형성되었고 날을 달리해 돌아가며 장이 열리니 보부상들은 이를 따라 순회하며 장사를 했다. 이들을 ‘장돌뱅이’라 불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평장도 오일장이다. 오일장은 단순히 경제적 상거래 장소를 넘어 시대마다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조선시대엔 민심이 모이는 날로서 탐관오리의 착취에 항거하는 날이 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의 디데이로 활용되기도 했다, 혼담이 오가고 마을의 여론이 형성되던 곳. 생활정치와 공동체의 공간이었다. 대형마트와 상설시장의 출현으로 유통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전통시장이 많이 줄었다. 야외시장이라 냉난방이 어려운데다 화장실과 주차 같은 편의시설이 미흡하고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식재료의 원산지나 영양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시장’을 찾는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활기가 넘치고 대형마트에서는 할 수 없는 흥정의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볼거리가 많다보니 시장 구경 자체가 힐링이다. 청결 문제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단순 시장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취와 지혜가 담긴 상징적 유산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 문화산업으로서의 전승 가치도 지닌다. 장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 변함없이 사람이 북적인다. 불편함 마저 즐기는 그곳에는 따뜻함도 배어있다. 닷새마다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오일장은 일상에서 즐기는 작은 축제다. 장터에서 구입한 생 다슬기를 잘 손질해 소분해서 냉동 보관한다. 그냥 뿌듯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로컬푸드로 실천하는 탄소중립

며칠 전 도서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을 지나가며 오이를 샀다. 버스 정류장 옆의 한 거리에서 자리를 잡은 할머니 몇 분이 집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을 팔고 계셨다. 이날은 유독 제철에 나온 채소들이 풍성하기도 하고 가지랑 오이는 윤이 나 보였다. 할머니들은 정성껏 봉지에 싸 온 채소와 과일을 플라스틱 용기로 매대 삼아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바로바로 담아 주신다. 필요한 오이 3개를 사고 이천 원의 값을 치렀다. 이때 비상금처럼 지갑에 넣어둔 현금이 빛을 발했다. 보통은 계산하면서 카드나 계좌이체를 물어보지만 여기서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소통하는 게 최고다. 오랜만에 직접 현금을 건네는 시민기자에게도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 따뜻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들이 팔고 있는 먹거리들은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되는 것들로 로컬푸드라 불리는 것들이다. 제철 채소인 쌈 채소, 가지, 오이, 파, 감자, 과일 등으로 집에서 식사 준비할 때 기본이 되는 먹거리다. 이것들은 유통과정에서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아 탄소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로컬푸드는 중간 유통단계나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는 보통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한 지역 농산물이다. 농업인이 직접 생산부터 판매까지 담당해 탄소발자국이 적은 친환경적인 먹거리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먹거리들의 대부분은 생산지로부터 소비지까지 이동 거리가 멀다. 외국산의 경우는 비행기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 에너지가 배출되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필리핀산 바나나, 칠레산 블루베리, 아보카도 등이 그렇다. 특히 바나나는 계절과 상관없는 먹거리로 이동 거리가 아주 멀어 탄소 배출량이 많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산 콩을 운반할 때 온실가스가 13g인 것에 비해 미국산 콩을 운반할 때는 37배나 많은 463g이라고 한다. 먹거리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가 먹는 매일 먹는 음식은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동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는 최근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인 문제인데 먹거리에서도 그만큼 탄소중립이 중요해졌다. 어쩌면 거리에서 손수 기른 먹거리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이 탄소중립의 실천자들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중 하나는 바로 로컬푸드를 이용하는 거다. 식탁에서의 로컬푸드가 중요한 이유는 먹거리의 이동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어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요즘 마트 내에서도 로컬 직매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라는 증거다. 물론 생산자들에게도 월급처럼 소득이 발생하니 좋은 건 서로 마찬가지다. 로컬푸드 진열 매대에는 방금 수확한 듯한 제철 먹거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마트의 로컬푸드 코너를 자주 이용하는 주부 이현아(52) 씨는 “ 내가 사는 지역의 농산물이라서 좋고 생산자의 주소와 이름, 연락처까지 적혀 있어 더 믿음이 간다. 건강에도 좋고 가격도 아주 저렴해서 기분 좋게 구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5

엄마를 태우고 온 전차가 돌아온다

“우리 엄마 안 오?” 추워서 코가 빨개진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전차 정류장으로 엄마 마중을 나갔다. 겨우 승강장에 올라선 아이는 전차가 들어올 때마다 차장에게 묻는다. “우리 엄마 안 오?” 세 대의 전차가 달려오고 그때마다 타고 오르는 어른들 틈에서 차장에게 엄마의 안부를 묻지만,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온다. 그중에 한 아저씨는 전차에서 내려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서 있으라며 친절을 베푼다. 아가는 코가 빨개지도록 정류장에 서서 엄마를 기다린다. 그때 하늘에서 눈이 나린다. 아가의 입이 똥그래진다. 그림책 ‘엄마 마중’은 소설가 이태준이 1938년 발표한 짧은 글에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더해 내놓은 책이다. 원작에는 엄마가 왔는지 알 수 없다. 읽는 이마다 갖가지 답을 하게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김동성 작가는 밤을 연둣빛으로 표현해 따뜻하게 아이를 감쌌다. 전차가 세 번 들어오는 동안 한낮이다가 노을이 지기도 하고, 사계절이 흐르기도 한다. 전차가 세 번 오는 그 사이 아이의 작은 몸짓도 놓치지 않았다. 팔순이 넘은 할머님들께 이 책을 읽어준 날, 이태준 소설가가 데려오지 않았던 엄마를 김동성 작가는 슬며시 그려 넣었다고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장면을 설명하니 할머니 한 분이 기립박수를 치셨다. 전차는 그림책 속에만 살아있었다. 지금의 서울에 가도 볼 수 없었던 전차가 곧 돌아온다는 소식이다. 개통된다면 1968년 11월 30일 서울 전차가 종운(終運)된 이래 58년 만에 서울특별시에서 전차 운행이 부활하는 것이다. 2025년 8월부터 오송 시험선에서 차량 예비 주행시험(5000km)을 먼저 하고 11월부터 내년 7월 또는 8월까지 본선에서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터리 내장형 방식이라 전봇대처럼 노선 위에 늘어져 있는 가공전차선 같은 별도의 전력 공급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차량은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초저상 구조로 제작된다. 지난겨울 일본 마쓰야마 여행을 하며 부러웠던 것은 기차였다. 포항과 비슷하게 바다를 옆에 둔 도시였다. 기차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 찍는 게 인기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또 우리가 묵었던 호텔 앞으로 트램이 오갔다. 이른 아침 우리는 트램을 타 보기로 했다. 6차선 도로 중앙에 트램을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었다. 표를 따로 끊지 않고 탔다. 조용히 시내 중앙을 달리며 출근하는 사람, 학교 가는 소녀들을 구경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종착역 도고온센역이었다. 역사가 120년이 넘었는데 그곳이 스타벅스 카페라서 더 인기였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하며 오래된 건물에 카페가 들어서 여전히 시람들로 붐벼서 신기하고 부러웠다. 도고온센역에 더 특별한 점은 봇짱열차라 불리는 증기기관차가 주말에만 예약을 받아 움직인다는 거였다. 기차표를 내밀면 딸깍, 구멍을 뚫어주는 아저씨 복장이 은하철도 999의 기억을 소환했다. 뿌뿌 소리를 내며 손님을 태우고 역을 빠져나가며 차장이 사람들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일본의 도시마다 오래된 전차를 걷어내지 않고 간직했다. 그걸 타 보려고 관광객이 몰렸다. 서울에 트램은 1899년 최초로 도입돼 1968년까지 약 70년간 운행됐다. 얼마전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이 인기였다. 주인공 남녀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 전차가 등장하고, 달리는 전차에서 호텔 주인이 권총으로 일본 군인을 향해 쏘는 모습도 볼만했다. 서울에 전차가 살아있었다면 시청자 대부분이 인증샷을 찍으러 달려갔을 것이다. 드라마 세트장이 존재하겠지만 그건 실제 삶이 아니다. 위례선이 개통하면 58년 만에 서울에서 트램이 부활하게 된다. 엄마 마중 그림책을 들고 달려가 인증샷을 찍을 날이 멀잖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5

이재명 대통령 고향 안동 ‘지통마’는…

지난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1925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과 100년의 터울을 둔 안동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안동시 법흥동에 있는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에서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까지는 41km 정도 거리다. 그러니까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는 안동 시내에서도 차로 50분이 걸리는 오지마을이다. 예안면 도촌리는 사례실(사래실), 평지마, 새몰(새못), 토골(텃골), 지통마 등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양, 봉화와 이웃하고 있고 옛날 보부상들이 많이 다녔을 땐 200여 호가 넘게 거주하던 큰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 지통마에는 6가구가 살고 있다. 지통마는 토골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옛날 이 마을에 한지를 뜨던 통(지통)이 있었다 하여 지토마, 지통말 혹은 지촌이라 불렀다.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는 현재 깨밭, 땅콩밭으로 변해있다. 밭 입구에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생가터’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 조용한 마을은 최근 대통령의 흔적을 찾으러 들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용하던 마을이 북적이면 일상이 무너져 싫을 법도 하건만 주민 황영기 씨는 싫은 내색도 없이 방문객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집 마당을 내놓았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까지 일부러 발걸음을 해주니 참 고맙지요.” 황영기 씨는 생가터인 깨밭의 현재 주인이기도 하다. 방문객들이 인증 사진을 찍느라 밭고랑을 넘나들거나 잠시 땅콩을 밟아도 못 본 척한다. 그의 집 마당이 방문객들의 사랑방이 되어도 그는 인심 좋게 가기 전에 ‘방명록’이나 하나 쓰고 가라고 할 뿐이다. 방문객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비를 피할 수 있게 마당에는 천막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탁자에는 방명록이 펼쳐져 있다. 방명록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이 대통령을 향해 남긴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내용은 주로 ‘든든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항상 건강하시라’는 덕담으로 가득했다. 황 씨는 해마다 한 번씩 본 띠동갑 아래 이 대통령을 기억한다. 아버지 기일이면 산소가 있는 고향마을에 들렀던 것이다. 집 마당 냉장고에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문객들이 찬조한 생수가 가득하다. 공짜 생수로 무더위에 목을 축였으나 빈손이 부끄럽다고 말한 관광객 부부의 대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마음씨 좋은 아내가 남편을 재촉한다. “이제 다른 분들도 구경하게 빨리 차 뺍시다.” 지역민조차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모를 산골동네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해마다 가을이면 국화밭을 일구어 놓은 동네에 꽃이 만발해 ‘향기로운 산촌마을 꽃천지 도촌리’가 된다. 그때면 아름다운 국화도 관람하고 좀 더 변모해있을 생가터 풍경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을 안내판엔 급조한 손글씨로 적어놓은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 글자가 선명한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동네 분위기와 시골마을의 여유가 오히려 더 소박하고 정겹다. 그러니 동네에 방문할 때에는 즐겁고도 조용히, 예의와 덕담이 함께하는 방문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5

전동 킥보드,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도심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가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동 킥보드가 인도나 도로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길거리 무질서, 시민 불편 가중 전동 킥보드는 원래 시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도입된 만큼 올바른 주차와 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이용 후 지정 주차구역을 무시하고 인도 한가운데나 보행자 통행 구간에 킥보드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통행에 어려움을 주고, 심지어 보행 중 부딪히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시민의식 계도 필요 전동 킥보드의 무질서한 방치는 단순한 주차 문제를 넘어 시민의식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내가 잠깐만 여기다 둬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누적되면 결국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사용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주차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 대책 마련 시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용자와 업체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업체는 주차구역 확대, 잘못 주차 시 페널티 부과 등 실효성 있는 관리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범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함께 만드는 쾌적한 도시 전동 킥보드는 도시 이동의 혁신을 가져다주었지만, 올바른 이용과 주차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시의 혼잡과 불편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시민 모두가 ‘내가 먼저’라는 작은 실천으로,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민의식은 개인의 작은 실천과 사회의 지속적인 교육, 제도적 지원이 결합 될 때 비로소 높아질 수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핵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복숭아 맛있게 먹는 법

복숭아는 여름철 과일로 많은 사람에게 인기다. 복숭아 종류와 성분, 보관법, 구입요령, 맛있게 먹는 법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예로부터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선과로 불리며 맛과 영양이 뛰어난 과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의 원산지는 중국 화북지방 고원지대다. 서아시아에서 페르시아 원정을 통해 유럽까지 전파됐다. 동양에서는 불로장생과 무릉도원의 뜻을 가지고 있어 복숭아 나무가 많은 곳을 영험한 장소로 여겼다. 또 신선들이 먹는 과일로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 조상들은 복숭아를 먹으며 여름에는 기력을 보충했다고 전해진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과육의 식감, 당도, 수확 시기도 다르다. 6월부터 9월까지 먹을 수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종만 수백 가지다. 크게 분류하면 털의 유무에 따라 백도, 황도, 천도 등으로 나뉜다. 전남 화순은 우리나라 복숭아의 30%를 생산하며 우리 지역에서는 청도와 영덕에서 많이 생산된다. 복숭아에는 아스파트산(Aspartic acid)이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스파트산은 아미노산의 하나로 피로를 느끼게 하는 활성탄소와 콜레스테롤 등을 배출하고 염증을 억제하므로 여름철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폴리페놀과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새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 성분과 칼륨도 풍부해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비타민 베타카로틴, 펙틴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부의 미백과 니코틴 해독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복숭아는 과당이 높아 많이 먹으면 복부 팽만감을 유발함으로 다량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복숭아털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복숭아는 무르기 쉬운 과일이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5~13도가 적당하다. 말랑말랑한 것부터 먹는 것이 좋고, 과육이 단단한 상태라면 씻지 말고 2일 정도 상온에서 후숙시켜 먹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3일 이상 장기 보관하면 껍질이 질겨지고 당도도 떨어지므로 하나씩 종이에 싸서 보관하면 오래 간다. 냉장 보관된 복숭아는 먹기 1시간 전에 미리 꺼내 둬야 본래의 당도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복숭아를 구입할 때는 표면에 상처가 없고, 매끈하며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것이 싱싱하다. 모양은 좌우 대칭인 걸 고르고, 향기가 진한 것이 맛도 좋다. 복숭아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털을 제거하고, 또 깎은 복숭아의 변색을 막기 위해서는 레몬즙을 뿌리면 효과적이다. /안영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비싼먼지

“외할아버지, 먼지도 비싼 먼지가 있어요?” 손주의 엉뚱한 물음에 커피 잔을 들던 손이 멈칫했다. 아니, 이석은 또 무슨 발칙한 상상을 한 걸까. 요즘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지. 그래도 먼지까지 금값 되었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비싼 먼지라니, 그게 뭔 소리고?” “학교 가는 길에 공사장 앞에 ‘비산먼지 저감 운동’이라고 쓰여 있던데요. 비산먼지니까, 비싼 먼지 아닌가요?” 이 말을 듣고는 참던 웃음이 터졌다. 아이고, 세상에 이런 해석이 다 있나. ‘비산먼지’가 ‘비싼 먼지’라니. 얘 눈엔 한자도, 상식도 다 요술방망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얘야, 그건 날 비(飛), 흩어질 산(散), 날아다니는 먼지란 뜻이란다. 값을 매기는 게 아니라, 괜히 돌아다니는 게 문제라서 줄이자는 말이지.” 손주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끝을 흐렸다. “근데, 그냥 ‘날리는 먼지 줄이기’라고 쓰면 되잖아요. 왜 굳이 비산먼지, 저감운동 같은 어려운 말을 쓰는 거예요?” 그렇다 손주에게서 배울 점도 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요즘은 간판도, 현수막도 다들 있어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골라 쓴다. 그게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보는 사람은 더 헷갈린다. 특히 우리 손주 같은 순수한 눈에는 그게 ‘비싼 먼지’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난 김에 한자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구 얘기를 예로 들며, 투수는 ‘던질 투(投)’에 손 수(手), 포수는 ‘잡을 포(捕)’에 손 수, 타자는 ‘칠 타(打)’에 놈 자(者). 다이아몬드 첫 번째 자리를 진지 루(壘)를 써서 1루 2루 3루라 하고 심판은 심판할 심(審), 판단할 판(判). 이쯤 되면 한자 모르면 야구도 어렵다. “와, 야구에도 다 한자가 있네요?” 손주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 눈을 보니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났다. 마을 이름 하나도 다 사연이 있었다. ‘곰재’는 곰이 자주 나왔다는 고갯길이었고, ‘죽전’은 대나무 들판, ‘대암리’는 큰 바위가 많았다. 그런데 그걸 한자로 웅치(熊峙), 죽전(竹田), 대암리(大巖里)라고 써놓으면, 어디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글자만 보면 풍경이 그려지고 전설이 붙는다. 우리 육촌 자형 별명도 생각났다. 동네 사람들은 자형을 ‘개머리 자형’이라 불렀다. 처음엔 개처럼 생겼나 했는데, 알고 보니 ‘포두리(浦頭里)’라는 동네, 즉 ‘갯가머리’에 살아서 그렇게 부른 거였다. 물가 포, 머리 두, 줄이면 개머리. 이야, 동네 어른들도 줄이기의 달인이었다. 한자라는 게 참 묘하다. 어려운 듯하면서도 알면 재밌고, 모르면 오해하기 딱 좋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한자 모른다고 야단칠 건 아니지만, 한 자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우리 어른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손주가 던진 ‘비싼 먼지’라는 말, 그냥 틀렸다고 하기엔 너무 귀하다. 그 말 한마디로 온 가족이 웃었고, 덕분에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먼지가 이렇게 고급 콘텐츠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론은 이렇다. 먼지는 원래 공짜다. 다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먼지일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신라 천년 석재다리 경주 문천 효불효교

경주 남천(문천)에 국립경주박물관을 끼고 흐르는 서편에는 효불효교(孝不孝橋)로 불리는 일정교가 있었다. 복원된 월정교에서 문천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도중에 물줄기는 다시 남쪽으로 휘돌아 꺾인다. 월정교에서 상류 약 1.2km 되는 동편에 국립경주박물관을 두고 동서로 연결되던 일정교 자리가 문천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정교 규모는 안내판에서 길이 55m, 높이 5m, 상판의 너비 12m 정도였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문천 바닥에는 일정교 교각을 구성했던 받침대석과 날개벽 등 하천 바닥에 남아 있는 하부 석재가 배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물줄기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 경탄스럽다. 근년에는 일정교 자리를 내려가서 볼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하고 일대에는 잔디광장과 산책로도 마련했다. 게다가 수습된 석재를 한데 모아 네모지게 진열도 해놓았다. 그런데 일정교지는 지난해 하절기에는 물줄기에 뒤덮이면서 일부는 석재가 일그러져 제자리를 벗어나고 풀숲에 가려지기도 해 아쉽다. 신라 천년의 석재 다리 유지를 수시로 정비하면 관광객들이 효불효교의 의미를 두고 옛 자리라는 것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일정교를 두고 효불효교라는 부르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시대에 아들 일곱을 둔 과부가 살고 있었다. 이 과부는 사통하는 남자가 있었으므로 아들들이 잠들기를 엿보아서 나가곤 했다. 아들들이 서로 말하기를 “어머니가 밤에 물을 건너다니니 자식된 자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가”하고 돌다리를 놓으니 어머니가 부끄럽게 여겨 행실을 고쳤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하여 다리를 놓았다고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는 불효가 된다면서 효도의 다리와 효도가 아닌 불효의 다리를 놓은 것을 두고 효불효교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칠 형제가 힘을 합하여 다리를 놓은 데서 북두칠성과 칠 형제에서 이름을 따와 칠성교라고도 불렸다. /권영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관객 설레게 하는 ‘4인의 거장’ 만나러 가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네 작가의 전시는 전시 시작 전부터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7월 1일 시작된 전시로 전시장은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평소 휑하리만치 넓던 공간은 작품으로 사람으로 꽉차 있었다.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방문한 아이들은 교과서를 언급하며 익숙한 그림을 찾았다. 네 사람은 전문영역인 미술사까지 들어가지 않고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건희 컬렉션이 포함된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글로벌 세아그룹 등이 참여해 한자리에서 유명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장 먼저 만난 작가는 이중섭이다. 진심이 단순하듯 꾸밈없이 단순한 선들은 작가의 작품에 그대로 빠져들게 했다. 그림 곳곳에선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림 외에도 편지도 함께 전시 중이었는데 그중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어 살펴보았다. 첫 줄에 쓰인 문구만으로도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최애의 나의 멋진 남덕군’ 이보다 더 감동적인 수식어가 있을까? 편지 코너를 지나자 이중섭하면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은박지 그림이 전시 중이었다. 시절의 아픔이 담긴 재료지만 대가는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대표적 증명이 아닐까 한다. 곧이어 화강암 느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잘 알려진 박수근의 작품들이 이어졌다. 익히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도 좋았지만 아기가 그려진 손바닥 만한 작품을 비롯 드로잉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관람객들은 특히 물감이 켜켜이 쌓여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유화 작품들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곧이어 한국 고유의 서정성을 현대적인 추상 언어로 풀어낸 거장 김환기의 작품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점화는 드로잉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오롯이 눈으로만 작품을 담아 와야 했다. 김환기의 작품들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관람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인상적인 푸른 빛을 뒤로 하자 시민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등장했다. 단순하면서 순수하고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 바로 장욱진의 작품들이다.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나온다. 마음속으로부터···. 다 지워내고 나면 조그만 마음만 남는다. 어린이의 그것처럼 조그만···. 이런 텅 비워진 마음에는 모든 사물이 순수하게 비친다. 그런 마음이 돼야 붓을 든다” 그가 남긴 말은 그대로 작품에 담겨져 있었다. 가족을 그린 작품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꽃을 들고 가족에게 달려가고 있다. 예쁘고 귀한 것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일까? 보는 내내 미소가 떠올랐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돌아본 후 전시장을 나왔다. 이번 전시는 화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단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는 정상 개관한다. 입장료는 5000원이며 경주시민은 증빙서류 지참 시 할인된 3000원으로 입장 가능하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4시에는 전시설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전시는 7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4층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진행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즉흥 부산여행 바다에서 찍은 쉼표

“언니, 내일 뭐해? 같이 부산 갈래?” 함께 백수생활을 하던 수빈이가 다음주부터 출근한다는 소식과 함께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다음날 정해진 일정은 없었지만, 침대에 뒹굴며 휴식을 만끽하던 시민기자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제안을 마다할 내가 아니지! 더위에 지쳐 늘어지기보다는 시원한 바다나 보러 가자며 흔쾌히 따라 나섰다. 우리는 각자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루2시 30분 동대구역에서 3시 기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탑승하자 마자 앞좌석 포켓에 꽂힌 대전과 안동에 대해 다룬 여행 잡지를 보니 더 설렜다. 괜히 놀러가는 길에 공부하겠다고 영어책도 챙겨와서 기차에서 공부하는 시민기자의 모습에 수빈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이 와중에 공부한다고?” 그 말에 함께 웃었다. 부산역에 도착해 부산의 공기를 확인하려 나가는데,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문자를 확인하니 ‘폭염경보’ 무서운 글자가 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대구의 더위를 뚫을 곳은 없었다. “에~ 이게 무슨 폭염경보야, 장난하나?”며 더부심을 자랑하며 시원한 부산을 즐겼다. 광안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수빈이가 찾은 생선구이 맛집. 그곳에서 다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등어 구이 덕분에 피로도 잊고 에너지를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이어서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해변으로 향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인지 해변은 벌써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수빈이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시민기자는 신고 있던 샌들 벗어 두 짝 모두 오른쪽 팔에 끼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뜨거운 햇살과 달리 바닷물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놀란 시민기자가 바닷물이 엄청 차갑다며 수빈이에게 들어올 것을 제안했으나, 그녀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바다멍’을 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SBS뉴스에서 바다에 물놀이 온 피서객들을 인터뷰하는 모습도 구경하며 두어 시간 동안 광안리 해변의 여유를 만끽햇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지만, 늦은 점심으로 배고프지 않은 우리는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통유리 창가로 앉아 그림 같은 광안대교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수빈이는 운영 중인 블로그에 부산여행 이야기를 담기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했다. 사진을 고르고 영상을 편집하고 적절한 음악까지 맞춰 입히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져 마음으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광안대교는 아름다운 불빛으로 자신의 자태를 자랑했다. 거기다 요트 위에 펼쳐지는 불꽃놀이까지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며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빈이는 20대 때까지는 계획 없는 여행을 오지 않았고 한 번 오면 몇 박 며칠을 계획하고 왔었지만, 지금은 오늘처럼 오후 잠깐의 여행도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것 같다며 30대가 되며 바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백수의 끝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느끼는 고민과 두려움, 설렘을 나누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자의 길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대구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고민을 내려놓고, 더위를 날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함께 부산여행을 가자고 제안해준 수빈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의 내일의 시작을 응원해본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아줌마들 수다 속 ‘민생지원금’ 포퓰리즘인가? 민생인가?

받는 것이 좋을까? 받지 않는 것이 좋을까? 갑론을박을 벌이는 60대 전후 아줌마들. 오랜 지기들이다. 더위도 식힐 겸 냉면집에 모여 나누는 가벼운 수다지만 그 속엔 시대를 살아 온 경험과 현실을 바라보는 민감한 시선이 배어 있다. 차등 지급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달 21일부터 신청 가능한 민생지원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지원금을 11월 30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환수된다. 받는다는 기대의 긍정과 포퓰리즘 정치의 일환이라는 부정이 부딪힌다. 그래도 풍족한 복지가 좋다는 이에게 포퓰리즘 정치는 결국 미래를 힘들게 할 거라는 핀잔으로 냄비 속 개구리처럼 자신도 모르게 점점 힘들어질 2030 세대가 걱정이란다. 포퓰리즘(populism). 정녕 나쁜 것일까?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익숙한 단어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의외로 복잡하다. 대중의 뜻을 따르는 긍정적인 정치방식이 될 수도 있고, 인기만 추구하는 부정적인 선동 정치일 수도 있다.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에서 파생된 만큼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는다는 의미가 중심이다. 하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비유되기도 하듯 ‘보여주기식 복지’로 전락할 수 있다. 달콤한 복지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고 그 세금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공자는 세금을 두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사납다(苛政猛於虎)’라고 했다. 공자가 이민 가듯 노나라를 떠난 이유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엄청난 부를 누리며 횡포가 날로 심해지는 계손씨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험한 태산을 넘으며 인적 드문 곳을 지나다 세 무덤 앞에서 실신하듯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난다. 사연을 물으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단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니 ‘여기는 세금을 걷는 관리가 오지 않는다’고 답한다. 동서고금,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계속된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과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는 부정이 부딪히며 살짝 격양되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서로의 비난은 자제한다. 나라가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이 냉면 한 그릇 앞에 두고 나라 걱정으로 수다를 떤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누군가 무거운 정치 이야기 싫다며 2021년 6월 착공한 포항 동빈대교(가칭)가 완공을 앞두고 명칭 공모를 진행 중이라며 화제를 돌린다. 송도동과 항구동을 잇는 대교의 명칭을 두고 최종 후보에 오른 ‘포항대교’ ‘상생대교’ ‘일월대교’ ‘해오름대교’ ‘해맞이대교’ 중 시민들의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참여하잔다. 대교 이름 하나에도 의견이 갈린다. 백 사람 모이면 생각이 백 가지라는 말이 정말 맞는 듯하다. 종교가 달라도, 정치성향이 달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무탈하게 나눌 수 있는 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정말 위험한 정치인지 당장 민생회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다 속 갑론을박의 시시비비는 후손들의 역사 속에서 명쾌한 답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도 한 자리에 앉아 수다로 풀 수 있는 이 ‘자유’가 바로 대한민국이 지켜 온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로서 민생지원금인 경제회복과 사회 안정에 진정으로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시민들의 한결같은 희망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우리 아이 SNS 사용, 잘하고 있을까

이제 아이들과 디지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지털 세상 속 스마트 폰과는 거의 한 몸이면서 친구들과도 소통의 매개가 되어주는 소중한 물건이다.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메뉴를 정할 때도 얼굴 마주 보면서 정하지 않고 단톡방에서 각자 메뉴를 말하는 풍경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 세상에 들어선 아이들은 SNS로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관심 있는 정보를 얻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이렇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통화하고 연락하는 세대가 요즘 아이들이다. 또 다른 내가 되어주는 디지털 세상 속 SNS 사용, 우리 아이는 잘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달 26일 포항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디지털 세상 속 우리 아이의 뇌를 지키기 위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디지털이 절대악은 아니지만 제대로 파악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생활인 SNS로 통화하고 연락한다. 여기서 친구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의 SNS는 갈수록 빠르고 현란하고 자극적이고 볼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매일 차고 넘친다. 아이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집단과 연결되고 환경적인 제약도 없다. 사적인 공간이면서 공적인 공간이 된다. 여러 사람들에게 실시간 노출이 되고 삭제해도 그 흔적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은 이미지 중심의 SNS인 인스타그램으로 몰리고 조금 더 사적인 DM(다이렉트 메신저)을 써서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령제한이 없어 미성년자라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친다. 자연스레 무의식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 이경진 (46, 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아이의 인스타나 카톡에 사진이나 욕을 하는지 한 번씩 확인할 때가 있다.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다. 너무 자극적인 게 많고 미성년 보호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좋은 의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SNS로 들어가는 순간 마약, 도박, 디지털 성범죄 등에 노출된다. 강사는 그중 디지털 성범죄는 가장 짙은 그림자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대부분도 10대 청소년이라고 덧붙였다. 또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만 동시에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은근히 튀길 바라고 뭔가 어른들을 피해 비밀스러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SNS에 의존하며 소통 아닌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쓸수록 외로워지기도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90%가 하루에 한 번 이상 SNS를 이용하며 이 중 상당수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SNS 속에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외모, 성취를 쉽게 보게 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아가 불안정해 타인과 자신을 쉽게 비교하고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도 높아진다.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가 줄어들어 현실 세계의 관계에서 힘들어진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도구가 된 SNS다. 강사는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현실에서의 경험과 감정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가족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4대 거장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SNS에 20대 여성이 경주로 1박2일 미술관 투어 영상을 올렸다. 능뷰 오아르 미술관을 시작으로 플레이스 C를 들러 경주박물관 특별전과 상설 전시까지 자세히 본다. 많은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왜 무료냐, 입장료를 좀 받아야 한다는 코멘트까지 달았다. 그리고 엑스포공원 언덕 위 솔거미술관을 오르다 더위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작품이 더위를 날려버리게 해서 감동이었다고. 그중에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전시도 빼놓지 않았다. 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 1세대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예술 세계를 깊게 조망하는 특별 전시로, 그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90여 점의 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이 소장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기회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다. 네 거장의 예술적 여정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조명한다. 각 작가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거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려니 미술관 매너에 대해 고양이가 안내한다. 딱딱한 명조체보다 애교스러워 찬찬히 읽게 만든다. 좁은 통로를 지나 너른 방에 도착하면 편안히 누워 거장들이 살아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걸 보고 듣는다. 처음 시작을 이렇게 배치한 것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아있던 작가들을 살아 움직이도록 구현해 그들이 그림 그리던 시대로 들어가 감상하게 하니 이 또한 선물이다. 이중섭의 은지화를 코앞에서 보다니, 일본에 떨어져 살던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뭉클하다. 보라색 벽에 태성에게 잘 있었어? 태안은 감기에 걸렸다던데 감기 조심하고 복숭아를 갖고 노는 그림을 그려 보낸다는 다정한 아빠의 마음을 써 보냈다. 아빠라는 일본어가 고개 숙인 이중섭 같아서 아련하다. 이중섭을 지나면 박수근의 세계가 나타난다. 돌 위에 그린 듯한 그림들, 멀리서 보다가 바싹 다가가 그 질감까지 보려 했다. 다른 전시에는 줄이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그림을 이렇게 가까이 보아도 되니 참 좋다. 박수근의 나무를 크게 확대해 실물 크기의 나무만큼 커서 그 아래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든 작품을 찍어도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김환기 작품은 사진 촬영 금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주요 작품은 아니지만 색연필 점화가 있어서 대리만족했다. 마지막 방에 장욱진의 아이 같은 그림에 빠진다. 깊은 녹색 바탕에 그의 새, 나무, 사람이 천진스러워 보는 사람도 맑아져야 할 것 같다. 전시장 중간에 벤치가 있어 앉아서 그림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미가 나면 이만치 떨어져서 잠시 생각하며 쉬라는 의미다. 그러고는 다른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배려다. 4인의 거장을 만나고 나면 그들의 작품을 따라 해보는 자리도 있다. 함께 간 일행은 은지화를 나는 박수근의 그림 느낌이 나도록 오돌토돌한 바탕에 대고 그림을 그렸다. 글도 남겨 액자에 걸었다. 또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박수근의 은지화가 있다는 것. 꼭 찾아보시길.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폭염의 나날, 봉화 낙동강 래프팅 어때요?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평년보다 빠른 열대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봉화 청량산 래프팅은 맑고 푸른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급류 속에서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원한 낙동강 물살을 따라 내려가는 래프팅으로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 보내자. 단체나 가족이 한 팀이 되어 구령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물살을 헤쳐 나가야하므로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트는 3~4인용, 10인용, 12인용 등이 보편적이며, 1~2명이 이용하는 카악도 가능하다.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줄기가 백두대간 협곡을 휘감아 돌아나오고, 소백산 자락 봉화군 춘양면 서벽에서 시작한 운곡천이 합수돼 이나리강이라 부르며 낙동강 시발지가 되는 곳에서 진행된다. 두 물줄기가 하나 되어 흘러가는 흐름 따라 여유롭게 래프팅을 하게 된다. 이나리 출렁다리에서 래프팅이 시작되고 관창2교까지(5.5km) 또는 청량산 입구까지(7km) 이어진다.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청량산의 빼어난 풍광으로 가득한 낙동강은 크고 작은 급류가 조화를 이뤄 래프팅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래프팅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가족이나, 단체로 즐기기에 좋다. 낙동강 래프팅 코스는 청량산을 감싸 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퇴계 이황이 유유자적하던 선비의 산책로 예던길이 좌측 강변으로 이어진다. 우측 35번 국도는 미슐랭의 관광 가이드북에서 한국 편으로는 유일하게 별점을 받은 곳이다. 이름난 드라이브 길도 고무보트와 함께 달린다. 선유교 교각 아래에는 낙동강이 청량산 바위 절벽을 휘감으며 흐르는 그림 속 같은 ‘백용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퇴계는 이곳을 거닐며 “나 먼저 그림으로 들어가네. 푸르다 못해 옥빛이 눈부신 백용담 소에”라고 노래한 바 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즐기는 래프팅은 극악한 더위를 잊게해준다. 래프팅과 함께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 청량산 캠핑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도 관광객을 유혹한다. 청량산 하늘다리와 천년고찰 청량사, 청량산박물관, 관창폭포 등이 바로 시원함을 선물하는 풍광들. 천혜의 비경 속에서 맑은 물과 완만한 물살, 급류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불볕더위의 기승이 연일 만만치 않은데, 계속되는 열대야까지 덩달아 위세를 부리는 바람에 잠을 설치는 여름. 하얗게 쏟아지는 물보라 속에 스피드를 즐기러 봉화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마늘쫑 뽑아주고 반찬도 만들고

대구에서 고속도로 수성IC를 지나 포항 방면으로 가다가 30분 정도면 와촌이다. 여기서 영천 신녕 방향으로 10분 정도만 더 가면 우리나라의 마늘 주산지 신녕면에 들어선다. 우리나라 마늘의 40%가 생산되는 신녕에는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국도변 마늘밭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마늘쫑을 뽑아주고 있다. 뽑은 마늘쫑은 뽑은 사람이 가져 간다. 이렇게 마늘쫑을 뽑아주면 농가도 좋고 따가는 나도 좋아 일거오득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농촌의 일손돕기가 되고 농가는 인건비가 들지 않아 이것이 일득이다. 두 번째로 마늘의 쫑을 뽑지 않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가가 쫑으로 올라가 마늘이 굵어지지 않는데 마늘 양육을 도울 수 있으니 이것이 이득이다. 삼득은 마늘쫑을 가져가서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잘라 버려야 할 마늘쫑을 이용할 수 있으니 사득이요, 오득은 뽑아간 마늘쫑이 여러가지 반찬이 되어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뽑아온 마늘쫑은 머리 부분을 잘라내고 다듬어서 장아찌를 담고 반찬을 만들고 그래도 남는 것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 다듬은 마늘쫑 중에서 보드라운 건 고추장에 무쳐서 먹으면 좋고 나머지는 장아찌를 담그면 일 년 밑반찬이 된다. 또 콩가루를 무쳐서 쪄먹어도 되고 멸치를 넣어 멸치볶음을 만들어 먹으면 마늘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잘 멱는다. 마늘쫑 고추장 무침 만들기는 간단해도 과정마다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직접 만들어보면 나만의 입맛에 딱 맞는 레시피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마늘쫑 고추장 무침이 너무 매우면 고춧가루 양을 줄이거나 고추장 대신 된장을 섞어도 된다. 맵다고 데치는 사람도 있는데 데치는 시간이 길면 아삭한 맛이 없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데치는 시간은 1분 30초 이상은 안 된다. 만든 고추장 마늘쫑 무침을 냉장고 밀폐 용기에 담아 두면 3~4일 정도는 맛의 변화가 없어서 두고 먹을 수 있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7-06

환상의 음악과 열정으로 무더위를 날리다

대구 중구 문화원(원장 이상민)은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특별한 선물을 지역민에게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5시 30분, 김광석길 야외콘서트홀에서 대구 중구 문화원 주최, 대구 중구청 후원으로 ‘핫 여름&쿨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무더운 여름날 지역민들의 지쳐있는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마련된 문화축제였다. 무대 위에는 쿠바의 정열적인 라틴밴드, 하와이의 아름다운 훌라, 그리고 화려한 칵테일 쇼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소외될 수 있는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매주 마지막 토요일(매마토)에 열리는 이 공연은,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가 얼마나 가깝고 친숙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아나운서 안도현의 유쾌한 진행으로 무대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4인조 키즈 아이돌 ‘드림하이’의 귀여운 무대, 여성 7인조 라틴밴드, ‘쿠바니즘’의 뜨거운 연주, 그리고 6인조 하와이안 훌라팀 ‘Hula ‘O Koa Nani’의 우아한 춤까지, 이국적인 멋과 정열이 한데 모였다. 특히 강윤환 바텐더의 아초 칵테일 쇼는 마술처럼 술병과 컵이 공중을 날며 불 쇼를 더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의 템포와 분위기 전환 음악과 춤만으로는 일정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칵테일 쇼와 마술 같은 퍼포먼스는 공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준다. 직접 만든 칵테일 20잔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현장에서 희망자 50명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특별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이러한 이벤트는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한층 좁혀준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마술처럼 술병을 다루는 기술, 불 쇼 등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관객들은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과 함께 공연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게 된다. 관객들은 음악과 춤, 그리고 이런 독특한 무대가 어우러진 공연을 통해 여름밤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낸다. 주최 측의 섬세한 배려로 관객 모두에게 시원한 얼음물이 제공되었고관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호응하며 여름밤을 빛냈다. 다음 공연은 7~8월 휴식기를 거쳐, 9월에는 2·28 야외광장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다가올 가을, 또다시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별한 무대가 기대된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7-06

마음속에 피리 ‘만파식적’

전설은 때로 역사를 넘어, 마음에 남는 울림으로 살아 숨 쉰다. 신라의 문무대왕과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들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나라의 평화를 위해 힘을 보탠 존재로 전해진다. 그 상징이 바로 만파식적이다. 문무대왕은 살아서는 삼국을 통일했고, 죽어서는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아들 신문왕은 그 뜻을 받들어 수중릉을 조성하고, 감은사를 세웠다. 그 바다 위에서 어느 날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파도에 따라 밀려오고 밀려가는 작은 산, 그 위의 대나무 한 그루. 낮에는 둘로 나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그 현상은 왕에게 큰 경외를 안겼다. 점치는 관리는 예언했다. “문무대왕과 김유신, 두 성인의 덕이 성을 지킬 보배를 내리려 하옵니다” ㅗ그 보배는 바로 피리였다. 신문왕은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었고, 그것은 전설처럼 신비한 힘을 지녔다. 피리를 불면 병이 낫고, 비가 오며, 전쟁은 멈추고 파도는 잠들었다. 만 가지 파도를 그치게 한다는 의미에서 ‘만파식적’이라 이름 붙였다. 이후 화랑 부례랑이 이 피리와 함께 말갈의 손에서 탈출하는 기적을 겪으면서, 피리는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단순한 악기를 넘어, 그것은 신라의 국보였고, 신성한 통치의 상징이자 백성들의 정신적 위안이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금척처럼, 만파식적 또한 나라의 정체성과 왕권의 정당성을 상징했다. 신라의 종, 성덕대왕신종이나 오대산 상원사 범종의 꼭대기에 새겨진 피리 문양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써 우리에게 어떤 이상을 전하고 있다. 질서와 조화,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염원 말이다. 문무대왕은 용이 되어 바다를 지키고, 김유신은 천신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이 두 성인의 정신은 단지 전설이 아닌, 천 년을 건너 오늘날까지 남은 신라의 숨결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갈등 속에 흔들리고, 이념의 파도 앞에 중심을 잃는다.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분열과 대립, 비난과 편 가르기가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그 파도를 잠재울 수 있을까. 해답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옛사람들이 품었던 단순하고도 간절한 바람 속에 스며 있다. 만만파파식적은 마음의 피리였다. 누군가 대신 불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그 피리를 마음에 품고 조용히 불어야 할 때다. 그것은 서로를 다독이는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눈빛일 수도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단지 타인을 잠시 멈춰 바라보는 따뜻한 숨결이면 된다. 그 피리의 소리는 높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그 음색은 지극히 따뜻하고 멀리까지 퍼진다. 신라의 바다 너머로 불어오던 그 평화의 소리처럼. /김성문 시민기자

2025-07-06

“어려운 환경에도 꿋꿋이 학업 이어가는 학생들에 도움 됐으면”

대구 지역 문화예술단체 아가페 문화예술단(단장 박병형)이 주관한 ‘함께 가는 길 장학회’ 창립 콘서트가 지난 5일 대백플라자 10층 프라임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과 예술인, 봉사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콘서트는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함께 가는 길 장학회’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장학회를 창립한 백운길 회장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장학회를 준비해왔다. 백운길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가슴속 깊이 품어온 소망이 바로 이 장학회였다. 삶이 바쁘고 여건이 녹록지 않아 늘 미루고만 있었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용기를 냈다”라며 창립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함께 가는 길이다. 혼자의 힘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야 아이들에게 더 큰 희망을 전할 수 있다. 자비로 시작하지만 결코 혼자서 갈 길은 아니다. 이 길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함께 가는 길 장학회’는 현재 약 4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봉사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첫 장학금 수여식을 계획 중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성악 앙상블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Incanto Soliste Ensemble)’이었다. 인칸토는 ‘매혹,마력’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대중을 성악의 깊은 울림으로 사로잡겠다는 철학 아래 2008년 창단된 전문 성악 단체다. 대구시 지정 전문예술단체이자 대구음악상 단체공로상 수상 경력의 인칸토 앙상블은 이날 품격 있는 공연으로 행사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테너 김동건·이상규·최재운, 바리톤 안성국 등 중견 성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장학회의 정신을 음악으로 전했다. 이번 콘서트를 주관한 아가페 문화예술단은 2020년 창단 이후 지역 복지관, 요양원, 문화센터 등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이어가며 지역사회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문화 봉사 단체로 활동해왔다. 예술을 통해 치유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앞장섰고 이번 장학회 창립에도 전폭 지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함께 가는 길 장학회’가 주최하고 아가페 문화예술단이 주관했으며, 경북매일신문사, 필 경희 한의원, 시니어매일모델협회 등 지역 기관과 단체들이 뜻을 모아 후원에 나섰다. 이들은 “단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장학 사업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며 향후 협력을 약속했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 김홍열(대구 성당동·83)씨는 “그저 음악회인 줄 알고 왔는데 이렇게 좋은 뜻이 있어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이런 뜻깊은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가는 길 장학회’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장학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하며 이름 그대로 ‘함께 가는 길’을 실천해나갈 예정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7-06

또 먹고 싶은 옛날통닭, 관문시장으로 떠나요

대구 서부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관문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다.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물론, 도시철도 1호선 서부정류장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관문시장’이라는 이름은 대구로 드나드는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대구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성주, 고령, 왜관 등 경북 지역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농산물이 풍부하게 판매되어,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처럼 관문시장은 대구와 인근 지역을 잇는 생활경제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관문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구제 의류’다. 시장 안쪽 골목에는 다양한 분위기의 구제 의류 매장이 밀집해 있어,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옷을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국적인 감성과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먹거리 또한 관문시장의 큰 자랑거리다. 국밥집, 분식집, 찜 전문점 등 다양한 식당이 즐비해 미식 탐방을 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수수부꾸미, 호떡, 꼬마김밥 등 길거리 간식들은 유튜브에도 소개될 만큼 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옛날통닭은 한 번 맛보면 누구나 다시 찾게 되는 명물로, 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손꼽힌다. 시민기자가 관문시장을 방문했던 날, 어머니께서 “옛날통닭이 생각난다”며 함께 가자고 하셨고, 가족 모두 오랜만에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옛날통닭은 물론이고, 과일과 분식, 의류까지 두 손 가득 장을 본 후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와 넉넉한 인심이 가족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겨 주었다. 시장 곳곳에서는 오가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덤을 챙겨주는 상인들의 따뜻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거 하나 더 가져가요, 오늘 좋은 날 되세요”라며 웃어주는 마음 씀씀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건을 사고파는 그 이상으로, 정이 오가는 따뜻한 풍경은 관문시장만의 소중한 정서다.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위한 공영주차장도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관문시장에서 장을 본 후에는 인근의 대구수목원이나 두류공원 등을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도보나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 위치한 이들 장소는 자연과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대구수목원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어 시장 나들이 후 가족 단위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높다.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해 온 관문시장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장소를 넘어, 대구 시민들의 삶과 정서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이번 주말, 따뜻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관문시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기를 추천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자원봉사는 나를 위한 일 ‘포항 한봉우리 봉사단’

봉사(奉仕)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다. 그만큼 봉사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타심과 배려심이다. 2007년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대규모 해양기름 유출사고. 당시 선박 충돌로 발생한 이 사고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오염사고로 기록된다. 모두를 절망케 했던 검은바다는 불과 10년 만에 다시 비취색 바다를 되찾는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흡착포와 헌 옷을 손에 든 사람들이 인간 띠를 두르고 바위와 모레의 기름을 닦아내던 모습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선 시민의 힘과 연대의 상징이 된다. 그 기적 같은 복구 과정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태안의 기적’ 이라 불리는 그 중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포항에서 40년째 묵묵히 봉사를 실천해 온 이가 있다. 지난 5월 10일 창단한 포항한봉우리봉사단 이삼배 초대단장이다. 그는 다양한 단체를 통해 봉사를 해오다 2022년 태풍 힌남노를 겪으면서 기존의 즉흥적이고 체계 없는 봉사 방식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힌남노가 휩쓸고 간 피해 현장. 언제나 그랬듯 해병대에서 가장 먼저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현장에는 그들이 마실 물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 다급히 2~3일의 성금 모금으로 지원을 시작했을 때 이미 전국 각지에서도 봉사단체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이 몰려들기 전 골든타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발 빠른 지역 기반 봉사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한다. 좀 더 조직적이고 지속가능한 봉사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민의 결실로 탄생한 것이 포항한봉우리봉사단이다. 그는 해병대 가족모임, 지역 소상공인 모임, 한국방송통신대 포항 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봉사단 창단을 추진했고, 160여 명의 회원이 적극 참여한다. 봉사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포항지역에서 재난대응, 지역상생,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로 한다. 창단 이후 민간 봉사조직으로서 첫 행사는 지난 6월 8일 영덕 ‘호국영령과 산불희생자 위령 수륙대재 방생법회’에 환경정화 봉사 및 후원단체로 참여했다. 그리고 6월 20일 ‘2025 포항국제불빛축제’ 행사 일환으로 열린 팡스토랑 먹거리 부스와 새록새로 불맛미식로드의 주변 안전과 거리정화 등의 자원봉사를 한다. 21일은 우천으로 불빛축제가 전면 취소되면서 봉사활동도 취소되었지만 무엇보다 많은 손님을 기대하며 사전 준비한 먹거리 부스의 곤혹스러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연일되는 폭염경보로 뜨거워지는 여름, 다가오는 7월 복날에는 삼계탕을 준비해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 갈 계획이다. “봉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즐겁다”는 이삼배 단장의 말에서 봉사는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성취감을 얻고 삶의 질은 향상된다. 포항한봉우리봉사단이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단체들과 협력하며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포항 지역사회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무더위 인한 면역력 저하 대상포진에 주의하세요

요즘은 6월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봄은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졌다. 일찍 무더위가 시작되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 예상치 못한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시민기자는 6월 들어 몇 주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태로 속수무책 버틸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런 상태가 3주 정도 됐을 때 갑자기 오른쪽 뒷머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시작되었다. 뾰족한 송곳으로 뒤통수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규칙적인 통증이 지속되었고 점차 오른쪽 눈 주위와 눈알도 아팠다.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러려니 하고 견디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잠들었다가도 날카로운 통증에 잠이 깨곤 했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니 편두통이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얼굴의 오른쪽에만 통증이 몰려서 나타났다. 일주일쯤 지나자 이마와 눈두덩에 붉게 발진이 올라왔다. 그제야 대상포진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평소에 얼굴에 뭐가 나는 체질이 아니었기에 바로 병원에 가서 대상포진 확진을 받았다. 그동안 주변에 앓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남의 일이려니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었고 대상포진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다. 병원에서는 우려의 말을 하였다. 얼굴로 대상포진이 오는 경우는 더 위험하다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자고 하셨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몸 한쪽 부분에 국한되는 통증이 특징이고 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고 신경통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고령 환자인 경우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질병이다. 의사 선생님은 대상포진이 무서운 병인데 사람들이 쉽게 생각한다며 50세 이후의 주변인들에게 꼭 예방접종을 권유하라고 하셨다. 시민기자는 다행히 조기 치료를 잘하여 크게 고생하지 않고 넘어갔다. 매일 링거 맞느라 손등에 시퍼런 멍 자국이 남고 혹시 눈에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지만 말이다. 이번에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가장 후회된 것은 평소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 얼마나 몸을 상하게 하는지 새삼 느꼈다. 평소에도 속상하면 굶는 습관이 있었는데 스트레스와 더운 날씨로 면역력이 극심하게 떨어진 것이다. 무덥고 습한 때일수록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고 섭생을 잘 하여야 한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더운 날씨에 고생을 하게 된다. 대상포진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고령이라면 꼭 예방접종을 하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를 해야 한다. 모두 건강관리에 신경 써서 여름을 슬기롭게 나기를 바란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능소화 아름다운 ‘원이엄마 테마공원’으로

여름꽃 능소화는 여느 꽃들과 달리 시들지 않고 떨어진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나무에 열렸던 그대로 떨어져 처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 특징 탓일까,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영광, 고귀한 마음 그리고 기다림, 그리움이다. 능소화는 담쟁이 덩굴식물로 줄기의 마디에서 나온 흡반이 건물의 벽이나 다른 구조물을 타고 올라 높이 10m 이상까지 자랄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을 그리워하다 죽어 담장 가에 묻힌 후 피어난 꽃이라 하여 능소화라 불렀다 한다. 또 옛날에는 양반집 마당에서만 키울 수 있었기에 금등화(金藤花)라는 별칭으로도 불렀는데 양반집 담장을 넘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이 부를 상징하여 그렇게 불린 듯하다. 안동의 능소화 명소는 안동시 정하동 원이엄마 테마공원을 들 수 있다. 2014년에 만들었는데 정하동에 자리한 이유가 따로 있다. 1998년 4월 24일 안동시 정하동 택지 조성 공사 중 고성이씨 문중 묘 이장 중에 이응태(1556~1586)의 묘가 발굴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응태의 미라와 함께 그의 아내 원이엄마가 쓴 한글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출토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편지의 내용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로 시작하는 가슴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사연이다. 400년 넘는 세월 동안 썩지 않은 시신과 좀 쓸지 않은 편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원이엄마의 편지와 함께 수습한 미투리, 장신구 등을 보존처리하고 형태를 복원해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이들의 아름다운 사연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 작가가 소설 ‘능소화’로 다시 그려졌다. 능소화 피던 여름에 만나 능소화 피던 여름에 헤어진 이응태 부부의 사랑 이야기로,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나 떨어지는 꽃 능소화를 노래하고 있다. 여름날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에 원이엄마의 사연이 오버랩 되며 능소화는 어쩐지 처연한 아름다움까지 더한 꽃 같다. 햇살이 강렬한 날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담장에 얹혀 고스란히 더위를 이기고 핀 꽃, 바야흐로 능소화의 계절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

치유의 집 더안미술관

팔우정 해장국거리에서 좌회전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오른쪽에 대추밭백한의원 건물에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커다란 능과 임산부의 불룩한 배를 비교했다. 또 어느 날 본 포스터는 도자기의 곡선과 만삭의 몸매를 나란히 보여준다. 천년 경주의 과거와 천년 미래를 책임질 탄생이 중요하다 말하고 있었다. 대추밭백한의원은 경주 외곽으로 이전하기 전에 황오동에 있었다. 천마총 가까이에서 천년고도 경주의 랜드마크가 되어 전국에서 난임 부부들이 찾아오게 했다. 50여 년 만에 병원을 새로 짓고 경주 시내에서 사정동으로 이전했다. 10여 년 전에 건물을 증축하려다 일이 커졌다. 공사를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했는데 황오동 터에서 신라·고려·조선시대 문화재 1800점이 쏟아져 결국 한의원을 이전 하기로 결정했다. 이전 부지로 매입 한 땅은 고분이 사방에 있는 경주답게 인근에 문화재가 있는 역사문화보존지구여서 한옥만 지을 수 있었다.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에게 새 한의원은 한옥을 재해석한, 오늘날의 목조건축으로 만들어보자고 의뢰했다. 디자인 연구부터 시작해 2016년부터 설계만 7년가량 했다. 오릉 근처 시골길로 들어서니 멀리 세 동(棟)짜리 한옥이 보였다. 일반적인 한옥이 아니다. 구조가 모두 다르고, 전통 목구조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세 채 모두 한옥의 주요 부재(副材)인 대들보가 없다. ‘치유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진료실·미술관·복합문화공간으로 나눴다. 전통 한옥은 지붕이 무거운 가분수 건축물이다. 기와와 기와를 고정하는 진흙 무게를 지지하기 위해 대들보나 기둥 같은 나무 부재가 두꺼워지고 많이 필요하다. 한옥 건축비가 비싼 이유다. 부잣집일수록 대들보 크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대추밭백한의원은 진흙을 쓰지 않는 건식공법으로 지붕을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진료실로 쓰는 한옥은 대들보 대신 강철 케이블로 구조를 보강해 전통 한옥보다 30~40%가량 목재를 덜 썼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한의원이 목적이 아니라 미술관을 관람하러 왔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하루 딱 한 시간만 열리는 신기한 곳이다. 매월 1일 오전 10시 인터넷으로 예약한 10명만 입장 가능하다. 무더운 날씨라 얼른 카페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쓰는 이곳은 한옥 공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파도가 겹겹이 쌓인 듯,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고개 들어 높은 층고의 천장을 올려다보니 감동이다. 그 아래 툇마루를 두어 편안히 앉아 창밖의 푸른 경치를 즐겼다. 전통 문살에 창호지가 아닌 유리라 가능한 풍경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도슨트가 우리를 미술관으로 데려갔다. 더안미술관은 카페와 달리 거대한 아치 기둥이 압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숲에 들어온 느낌이다. 덕분에 한옥인데 고딕 성당 내부 같아 더 경건해졌다. 벽에는 배병우 작가의 사진이 걸렸다. ‘영기해송’이라는 제목으로 미술관 개관 전시다. 경주의 소나무를 오래 가까이 두고 눈에, 카메라에 담아서 수묵화 느낌이 났다. 지난해 경주 플레이스C에 전시된 문봉선 작가의 소나무 그림이 떠올랐다. 명상의 집이라는 이름답게 사진을 보는 내내 새벽 삼릉의 소나무 향이 났다. 대추밭백한의원은 1890년께 경주시 건천읍 조전리(棗田里), 대추밭 동네 약방으로 출발했다. 그 당시 백 원장의 고조부가 자손이 생기지 않자 스스로 처방한 약을 먹고 임신에 성공해 입소문이 나면서 ‘대추밭 백약방’은 난임 치료의 명소(名所)가 됐다. 이후 1970년쯤 경주 시내 황오동에 한의원 건물을 지어 진료하기 시작했다. 이젠 한옥미술관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니 우리의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곳이 되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

대구경북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시급하다

요즘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일자리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쉬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취업을 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할 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뉴스에선 그냥 쉰다는 청년들이 지금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청년들의 탓이라고도 할 수 없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세에서 39세 사이 청년들의 68만 명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0% 이상은 한 번의 취업을 경험한 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그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이 첫 직장을 가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5개월이었고 근속 기간은 2년이 되지 않았다.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해 사회로 나가지만 실제 일은 생각과 다르게 경험한 것이 컸다. 젊은 세대와 맞지 않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낮은 임금과 불투명한 커리어 등. 이 일을 해서 내 미래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첫 일자리를 그만두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다시 찾지 않는 이유는 “실패가 누적되니 다시 구직하기가 두렵다”, “ 다시 취업해도 전과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 등.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친구들 다섯이 모여도 현재 직장을 다니는 건 자신 뿐이라는 이정훈(30) 씨는 “친구들은 그다지 재취업에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적당히 알바를 하며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수도권으로의 청년 유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청년 인구 비중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다. 매년 지역을 떠나는 청년도 만 명이 넘고 지역산업의 경쟁력 약화, 수도권과의 경제적 격차도 컸다. 실제로 대구는 2024년도 7대 광역시 중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구와 경북의 23곳의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지만 청년들이 취업과 재취업은 하기는 쉽지 않고 직장 내 분위기도 만족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포항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희은(27) 씨도 “직장 다닌 지는 2년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은 오빠가 있는 서울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뭔가 나은 거를 찾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당면과제인 저출생과 지역 소멸이라는 또 다른 문제와 연결된다. 포항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 주거, 문화 등과 관련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춘센터와 청년창업, 콘텐츠기업지원센터, 포항청년마인드드링크의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야 한다. 이들이 취업과 재취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임시적인 일자리가 아닌 장기적이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