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새 청사를 완공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2023년 9월 26일 첫 삽을 뜬 지 약 2년 2개월 만에 결실을 맺은 이번 사업은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교구청 부서를 통합해 효율적인 행정 운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대구시 중구 남산로4길 12 교구청 내 대건관과 제2주차장 부지에 자리한 새 청사는 연면적 2만1764.57㎡, 건축면적 4421.93㎡,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로 지어졌다. 총 320대의 주차 공간과 함께 경당, 대·중강의실, 미디어 스튜디오, 전산 교육실 등이 갖춰졌으며, 건물 중앙에는 전시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중정이 설치됐다. 특히 지열·태양열 에너지 활용과 옥상 정원 조성으로 친환경 건축물의 가치를 높였다. 건물 외부에는 기존 대건관의 기둥을 재활용한 ‘기억의 공간’과 교구 설립 당시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돼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1911년 교구 설립 당시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는 국채보상운동의 주역 서상돈이 기증한 토지를 기반으로 현재의 교구청 일대를 대구 가톨릭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이후 교구청은 1964년 주교관 화재로 본관이 소실된 뒤, 1968년 새로 지은 본관을 중심으로 옛 대건중·고등학교와 효성여중·고등학교 학사를 별관·대건관·교육원으로 활용해 왔다. 건물 노후화와 사목·행정 환경 변화에 따라 대구대교구는 2018년부터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교구 신청사 건축본부를 설치하고 박영일 신부를 본부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고, 마침내 완공에 이르렀다. 기존 본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교구 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며, 교육원 건물은 철거 후 그 자리에 다목적홀이 건립될 계획이다. 새 청사는 교구 본부 기능을 한곳에 집약해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목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구대교구는 이를 통해 신앙과 선교를 위한 ‘열린 교구’를 지향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신청사 운영 초기 단계부터 문화·신앙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회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사 축복식은 오는 31일 세례자 성 요한 경당에서 시작되며, 본 축복식은 내년 가을 진행될 예정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한국 천주교의 16개 교구 중 하나로, 대구시와 경상북도 남부 지역(포항시, 경주시, 구미시, 영천시, 경산시, 고령군, 성주군, 울릉군, 청도군, 칠곡군)을 관할한다. 2023년 기준 약 40만명의 신자가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BS ‘세계의 명화’는 6일(토) 밤 10시 45분,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범죄 액션 영화 ‘폭풍 속으로’(원제: Point Break, 1991)를 방영한다.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을 맡아, 장르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 일대를 휩쓰는 강도 조직 ‘전직 대통령단’을 추적하는 FBI 신입 요원 조니 유타(키아누 리브스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현직 대통령 가면을 쓰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이들의 행적을 좇던 유타는 동료 앤젤로 파파스와 함께 범인들이 서핑 문화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몰래 서핑 세계로 잠입한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전설적 서퍼 보디(패트릭 스웨이지 분)를 만나고, 그의 매력과 철학에 이끌리며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하지만 수사가 진전될수록 유타는 자신이 쫓는 강도단의 정체와 보디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보디가 상징하는 ‘해방’과 요원이 지켜야 할 ‘질서’ 사이의 충돌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서핑 중 등장하는 ‘파도’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를 심오하게 이끈다. ‘폭풍 속으로’는 단순한 범죄 액션을 넘어 정체성, 자유, 충동, 윤리의 경계를 탐색한다. ‘왜 인간은 위험을 감수하고 극한의 감정을 추구하는가’, ‘옳은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두 인물의 미묘한 우정을 섬세하게 터치한다. 과장 없이 날것 그대로 연출된 총격, 추격, 잠입 액션은 당시로서는 드문 실사(實寫) 중심의 촬영 기법을 통해 강렬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대비되는 존재감은 영화적 긴장과 정서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작품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데뷔시절 키아누리브스의 풋풋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또 하나의 재미다. 조니 유타가 보디의 죽음을 지켜보는 장면에 등장하는 “두려움이 망설임을 낳고, 망설임은 가장 끔찍한 두려움을 현실로 만든다“는 명대사로도 유명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우리는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영국 역사학자 E.H.카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도구로 여겨진다. 최근 출간된 영국의 사회철학자이자 로먼 크르즈나릭의 신간 ‘내일을 위한 역사’(더 퀘스트)는 이러한 관점에서 응용역사의 접근법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21세기의 주요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크르즈나릭은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민주주의 위기, 기술 독점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난제들에 대한 해답을 지나간 문명의 지혜 속에서 찾는다. 그는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위기가 어땠는지 상기시키고, 하마터면 잊힐 뻔한 다양한 사회 조직 방식을 전수하고, 현재의 불의와 권력관계의 뿌리를 드러내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변화를 이끌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민이 촉발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세 스페인의 알안달루스 왕국에서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했던 ‘콘비벤시아’ 문화를 사례로 든다. 이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던 역사적 교훈을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제공한다. 또한, 현대의 무한 소비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일본 에도시대의 순환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방법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가 빚어낸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 뉴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 문화를 떠올리며, 평등하고 숙의적인 공론장을 형성했던 과거의 경험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크르즈나릭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집단 연대와 변혁적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과거의 지혜를 AI 플랫폼 협동조합 같은 오늘의 혁신과 결합함으로써 우리 문명이 위기 앞에서 ‘부러지지 않고’ ‘구부러질 수 있는’ 회복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의 성공 사례를 현재의 기술과 결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점진주의’로는 시급하고 복합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화석연료 중독을 끊기 위한 ‘멸종반란’ 운동 같은 급진적 저항 운동의 잠재력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중세 에스파냐의 알안달루스에서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했던 ‘콘비벤시아’ 문화를 소개하며, 사회적 관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일본 에도시대의 순환 경제 모델을 통해 무한 소비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 문화를 통해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 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공론장의 재설계를 제안한다. 극우 정권의 대두와 엘리트 정치에 대한 신뢰 상실 앞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라에티아 자유국과 쿠르드족의 로자바 자치정부를 소개하며 시민의회(숙의민주주의) 도입을 촉구한다. 이는 권력을 민중에게 돌려주고, 보다 참여적이고 포용적인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크르즈나릭은 ‘파괴적 변화의 연결고리(Disruption Nexus)’라는 독자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조건을 설명한다. 그는 기후위기와 인구 절벽 같은 위기와 촛불 집회와 환경단체 활동 같은 사회운동, 그리고 탈성장 경제와 공동체 민주주의 같은 새로운 사상이 결합될 때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저자는 ‘위기’, ‘운동’, ‘사상’이라는 세 요소의 상호작용이 정치적 의지를 자극하고, 사회 전체가 중대한 결정의 시점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류의 회복력을 구축하고 대격변을 막아내는 근본적인 기둥으로 작용하며, 우리에게 근본적인 희망을 제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1968년 첫 출간 이후 6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마쓰시타 고노스케 길을 열다’(원제: 道をひらく·21세기북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전 완역본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일본에서만 287판 이상을 거듭하며 누적 570만 부가 판매된 불멸의 스테디셀러로, 출간 이래 일본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는 누계 511만 부를 돌파하며 전후(戰後) 베스트셀러 단행본·신서 부문의 2위에 오른 바 있다. 이 책은 일본 전자 기업 파나소닉 창업자이며 정치·경제 지도자 양성 학원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을 설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가 경영 일선에서 직접 기록한 121편의 짧은 수필을 엮은 것으로, 일상 속 태도와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그는 “삶의 본질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매일의 성실한 걸음에 있다”라고 말하며, 위기와 좌절을 극복하는 힘, 사람과 신뢰를 지키는 용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철학을 전한다. 대공황, 전후 패전, 오일쇼크 등 격랑의 시대에도 단 한 명의 해고 없이 회사를 지켜낸 일화는 이 책이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닌 삶과 경영의 교과서로 읽히는 이유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존 코터 교수는 마쓰시타를 두고 “천 년에 한 번 나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기업가의 유산을 넘어, 오늘날 혼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으로 살아 있다.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한 가난한 소년이 전기기구 제작소를 창업해 오늘날 글로벌 기업 파나소닉으로 성장시킨 여정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경영과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생생한 증언이다. “기업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 천명한 그의 철학은 기업을 단순히 이윤 추구의 장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번영하는 공동체로 바라보는 독창적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대표작이자 그의 철학과 사상의 원전으로 손꼽힌다. 그의 문장에는 삶을 헤쳐 온 생생한 체험이 배어 있으며, 실패와 좌절, 인간관계의 갈등, 조직을 운영하며 느낀 책임감과 무게를 꾸밈없이 담아냈다. 이 책의 제목에는 저자의 평생 철학이 압축돼 있다. 길을 여는 것은 외부 환경 탓을 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태도와 마음가짐을 다잡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수십 년 동안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접근성이다. 마쓰시타 특유의 말하듯 전달하는 글쓰기로 몇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수필을 엮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덕분에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도 잠깐의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고, 필요할 때 원하는 부분만 펼쳐봐도 충분한 울림을 얻는다. 이 책은 경영자부터 사회 초년생, 가정주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주제를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에서 국민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에서도 리더들에게 삶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삶과 경영,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지침이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특히 프로라는 자각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직업이든 그 방면의 일을 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은 프로다. 진정으로 프로의 값어치를 하지 못하면 고객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고객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4
중세 이후 서양 기독교 문명의 공포와 죄의식을 연구해온 프랑스 역사학자 장 들뤼모가 낙원 개념의 역사적 변천을 추적한 책 ‘낙원의 역사’(앨피)가 번역 출간됐다. 창세기의 에덴동산에서 출발한 낙원은 수메르·그리스 신화와 결합해 ‘지상 정원’으로 구체화됐고, 이 탐색 열망이 르네상스와 대항해 시대를 촉발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중세 학자들은 낙원을 아르메니아나 메소포타미아 등으로 지도화해 콜럼버스·마젤란의 탐험을 이끌었다. 당시 성직자들은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논증하며 금단의 땅에 대한 집착을 부추겼고, 16~17세기 학자들은 과학적 증거로 낙원의 실재를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화석 발굴과 다윈의 진화론은 지리적 낙원 신화를 붕괴시켰다. 저자는 “과학적 패배 후 유토피아 사상과 예술적 상상력이 그 자리를 채웠다”며 낙원 상실 서사가 서구인의 죄의식과 멜랑콜리를 심화시켜 루소의 ‘자연 상태’나 칸트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낙원 3부작의 첫 권인 이 책에서 저자는 “서양 문명은 금지된 행복과 잃어버린 낙원을 찾는 순례”였다고 결론짓는다. 단순한 종교적 도피처가 아닌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간 정신의 투영으로서 낙원의 의미를 재조명한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하 진흥원)은 ‘2025 경상북도 지역특화 콘텐츠개발 IP 마케팅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된 더블유비 스튜디오(대표 김경훈)의 이순신 관련 굿즈 3종(볼펜, 장패드, 스카프)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공식 기념품으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더블유비 스튜디오는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상징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상품을 개발했다. 굿즈는 전통적 이미지를 탈피해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서 공식 기념품으로 선정된 뒤, 개막 3일 만에 전량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콘텐츠 상품화의 성공 사례로,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지역 기업의 시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진흥원이 추진하는 IP 마케팅 지원사업의 실질적인 결실로, 지역 기반 콘텐츠 기업이 전국 단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더블유비 스튜디오는 진흥원이 발굴한 1인 창조기업으로, 이번 성공을 통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종수 원장은 “이번 사례는 경북의 창의적 콘텐츠가 전국적 열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져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3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린 ‘제30회 포항·MBC 삼일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자현(57) 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의 수상 소감이다. 구 원장은 2024년 5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장애인·거동불편자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이들을 위한 방문진료 의료기관 ‘내집에서의원(포항시 북구 창포동)’을 설립해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구 원장은 종합병원 원장직을 내려놓고 방문진료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동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 방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지난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집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하신 말씀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중증 질환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원하는 분들이 분명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9년 12월 시작된 일차 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지역 내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진료하는 서비스다. 과거 1970년대 의사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던 왕진 시스템이 현대적 의미의 ‘재택의료’로 재탄생한 것이다. 대상은 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말기 암 환자 등 다양하다. 구 원장은 “내원 환자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의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이후 18개월 동안 포항·영덕·울진 지역에서 하루 5~10명의 환자를 만나며 총 2000여 명을 진료했다. 시종화 부원장 겸 사회복지사와 김보람 간호사, 한록수 재활물리치료사, 김경석 응급구조사 등 8명과 함께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방문진료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진료 당시 만난 80대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가 400을 넘어 위급했지만, 가정에서 인슐린 주사법과 식이요법을 교육해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대부분 환자가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이라 진료비 부담조차 버겁습니다. 기금 신설이나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구 원장은 한국의 초고속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을주치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지자체가 몇 개 동씩을 묶어 나누는 등 마을 단위로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동형 진료소나 재택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 효과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방문진료는 환자가 요청하면 휴대용 의료기기를 갖춘 팀이 가정을 방문해 기본 검사와 처방을 진행한다. 구 원장은 “방광염 등 현장에서 즉시 처치 가능한 질환도 많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겐 즉각적인 대응이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병원에 앉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환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내집에서의원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3
삼일가족과 포항MBC가 공동 주최해 포항·경주·영덕·울진 지역의 숨은 일꾼을 발굴하는 ‘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시상식이 3일 오후 6시 30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렸다. <관련 기사 5·13면> 이 자리에는 수상자와 가족, 삼일가족 및 포항MBC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포항MBC 서영석 MC와 김희수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은 외과 전문의 구자현씨(57·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가 수상자로 뽑혔다. 구씨는 억대 연봉의 종합병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해 5월 장애인과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집에서 의원’을 설립해 현재 매월 200명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 공적이 높이 평가됐다. 본상은 △사회봉사 부문 최주화(전국소기업총연합 경북포항시지부 회장) △문화예술 부문 최경춘(서예가·유오재서예연구소장) △환경 부문 장은재(이학박사) △교육 부문 이관(동국대 의과대학 학장)씨가 각각 수상자로 뽑혔다. 특별상에는 경상북도맨발걷기협회, 독도평화호&독도안전요원, 포항YMCA가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3시20분부터 포항MBC TV를 통해 녹화 방영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지난 2년여 간 본지를 통해 매주 1회 꾸준하게 경상북도 도처에 산재한 노거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장은재 작가가 3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시상된 ‘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환경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벌써 연재 100회를 넘긴 ‘수필가 장은재의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은 크고 작은 경북의 마을을 수호신처럼 지키며, 오랜 세월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온 오래된 나무를 발굴해왔다. 이 연재기사는 ‘보호해야 할 노거수’로 불리는 돌올한 나무를 둘러싼 설화와 전설, 그 나무와 마을 사람들과의 질긴 인연을 따뜻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소개함으로써 신문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인기 기사로 우뚝 자리 잡았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수필가로도 활동해온 장 작가의 깔끔한 문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온화함이 있었다는 게 문학 전문가와 독자의 공통된 평가다. 이학박사이기도 한 장은재 작가는 청송군 부군수와 대구 가톨릭대학 겸임교수, 대구·경북 정책연구관 등을 지냈다. 그는 자신의 본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중에도 적지 않은 시간 집필에도 힘썼다. ‘수헌 장은재 전원생활 수필집’ ‘꿈과 함께 자연과 함께’ ‘사계 산책’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 ‘푸르름의 자유’ ‘綠花 푸른 꽃’ 등의 저서는 장 작가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취재와 글쓰기에 게으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책들이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된 지금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역사·환경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를 찾아다니고, 나무와 숲에 대한 강연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장은재 작가. 이번 수상은 그간의 노고가 맺은 작지만 소중한 결실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올해 ‘꿈틀로 체험마켓 298놀장’의 모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298놀장은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된 대표 체험형 예술마켓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회씩 총 6회 운영됐다. 298놀장은 매월 계절과 지역의 감성을 반영한 체험 프로그램과 독창적인 이벤트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높은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행사에는 4500여 명의 시민이 방문해 지역에서 보기 드문 탄탄한 고정 팬층까지 형성하며, 원도심 문화행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단순 소비형 행사를 넘어 지역 예술인과 시민, 그리고 주변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형 상생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체험에 참여한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장은 “시민들이 체험을 위해 꾸준히 찾으면서 공방에도 자연스럽게 방문이 이어지고,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기회도 늘어났다”며 298놀장이 창작 활동과 지역 예술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를 줬음을 강조했다. 방문객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시민 김미향(46·포항시 북구)씨는 “멀리 가지 않아도 새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올 때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져 매번 기대하게 된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포항의 대표 문화 플랫폼이 되었다”고 말했다. 298놀장은 참여자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예술가에게는 안정적인 창작 기반과 판로 확대를 제공하는 한편, 인근 상가에도 활기를 더하며 도시 공간 전체에 파급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과는 꿈틀로가 단순한 거리나 공간을 넘어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생활문화 기반지’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올해는 스페이스298 프로젝트, 포스코 제강설비부와의 파트너십 프로그램 등 연계 사업을 통해 꿈틀로 공간의 활용도와 확장성을 한층 강화했다. 다양한 기획과 협업 프로그램이 적극 추진되면서 꿈틀로 일대는 예술, 체험, 지역 네트워크가 만나는 복합 문화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298놀장은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들고 성장시키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의 힘을 보여주었다”며 “내년에도 더 많은 시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꿈틀로 체험마켓 298놀장’은 매년 상반기・하반기 3회씩 정기 운영되는 체험형 예술마켓으로, 지역 예술인과 참여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 소통하며 참여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해왔다. 2025년 마지막 행사인 이번 11월 298놀장에는 꿈틀로 일대의 공방 작가를을 포함한 18개의 셀러가 참여해 루돌프 머그컵, 성탄 도어벨 만들기 등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감성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꿈틀로 놀장을 향한 시민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체험 3+1 혜택(3가지 체험 시, 1개 체험 프로그램 이용권 제공)’을 운영해 더 많은 시민이 여러 프로그램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추운 날씨에도 꿈틀로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여 관람객에게 작은 휴식과 환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체험 프로그램 행사를 희망하는 시민은 온라인 ‘꿈틀상회’를 통해 사전 참가 신청 시 체험료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P-콘텐츠산업팀(054-289-7874)에서 가능하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올 한 해 많은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298 놀장은 내년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예정” 이라며, “시민들게 더 풍성한 문화 향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2
대구 지역 수필문학 활성화에 앞장서 온 수필사랑문학회가 2일 오후 6시 매일신문사 빌딩 11층 매일가든에서 동인지 ‘수필사랑’ 제37호 출판기념회와 제11회 수필사랑 작가상·작품상 시상식을 열었다. 정근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문학을 통해 삶을 사유하고 세상을 비추는 작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며 “대구 수필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결실로 제37호를 발간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신성애 수필가가 작가상을, 김영인 수필가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신성애 작가는 대구문학으로 등단한 뒤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했으며 수필집 ‘배꼽마당 이야기’를 출간한 바 있다. 작품상 수상작인 김영인 작가의 ‘마지막 영역’은 “깊은 통찰력과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2020년 제20회 평사리 토지문학상과 경북문화체험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수필사랑문학회의 작가상과 작품상은 2015년 제정돼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2001년 7월 창립한 이 단체는 신춘문예, 평사리 토지문학상, 신라문학상 등에서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대구·경북 지역 문학인들의 수필문학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매월 두 차례 토론 모임을 진행하며, 등단 작가 대상 심화연구반과 신입 회원 등단반도 운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기며 배우는 디지털 감상 콘텐츠 ‘신라ON-신라의 보물을 깨워라!’(신라ON)를 출시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해당 콘텐츠는 지난 10월 30일 첫선을 보인 후 11월 20일까지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11월 25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 12월 1일까지 2200여 명의 방문객이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누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신라ON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성덕대왕신종, 토우 장식 항아리, 황금보검, 천마총 금관, 얼굴무늬 수막새 등을 게임과 인터랙티브한 영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과 연계된 천마총 금관 콘텐츠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교육적 효과와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는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다. 전용 웹사이트(https://silla-on.com/) 뿐만 아니라 국립경주박물관 공식 누리집과 안드로이드용 ‘국립박물관 전시안내 앱’ 내 ‘쉬운 감상’ 메뉴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다. 박물관 현장에서부터 가정과 학교까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신라의 문화유산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미션 완료 후에는 자신의 기록을 사진과 글로 저장해 공유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이정원 교육문화교류과장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문화유산에 흥미를 가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했다"며 “향후 월지관 초심지 가위, 신라미술관 약사불 등 나머지 대표 유물 5점을 추가로 제작해 ‘신라 명품 10선’ 전체를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포항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지하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 ‘Moon Tology-달의 탐구’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인간 내면의 울림을 전하는 독특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 포항문화재단 주최로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며 APEC 연계 3대문화 관광콘텐츠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지난 10월 25일 개막해 내년 1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달’을 매개로 인간, 기술,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거대한 스크린과 강렬한 사운드 장치가 첫인상을 압도하지만,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오히려 고요한 사유의 여운을 안고 돌아간다. 이는 기존 미디어아트가 추구해온 화려한 시각 효과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다. 대신 작가는 달빛이 지닌 은유적 상징성에 집중했다. 기술은 작품 완성의 도구로, 영상과 빛은 작가의 내면을 전달하는 언어로 재탄생했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달빛은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닿아 그리움, 위로, 혹은 잊힌 시간의 기억으로 변주된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은은한 빛의 결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전시장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달의 이미지가 서서히 공간을 채우며 관객의 내면으로 스며드는 순간, 일상의 번잡함은 잠시 멈춘다. 관객 김모씨(63·포항시 남구) “눈이 부신 영상들에 익숙했는데, 이곳에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달빛이 벽을 타고 흐르며 내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 박모씨(57·울산시)는 “기술이 주인공이 아니라 도구로 쓰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아트는 규모와 시각적 화려함으로 평가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Moon Tology’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자본의 논리 대신 예술가의 정신으로, 기술의 과시 대신 침묵의 미학으로 승부를 걸었다. 전시장 입구의 거대한 스크린과 강렬한 사운드는 첫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감각의 소란이 아닌 사유의 공간이다. 화려한 빛 대신 어둠의 깊이를, 소음 대신 고요함을 택한 이 전시는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창구로서 미디어를 재정의한 사례”라 평가받는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술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예술적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람객들이 달빛 아래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깊은 사유에 잠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1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하 진흥원)이 운영하는 경북웹툰캠퍼스(이하 캠퍼스)가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획전 ‘창작의 별 경주의 밤하늘을 수놓다’를 1일부터 경주 황리단길 캠퍼스 전시홀에서 상설 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웹툰캠퍼스 교육 및 지원사업에 참여한 신진 작가들과 지역의 유망작가를 초청한 기획전으로, ‘디지털 에셋 제작 및 교육’ 수료생, ‘2025경북웹툰캠퍼스 웹툰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참여 작가, 지역 초청 작가가 ‘경북의 창작자’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개성과 꿈을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경주의 역사·문화 자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해석해 지역 문화의 현대적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2025웹툰창작을 위한 3D배경 제작 및 활용 교육’을 통해 교육생 8인이 첨성대 일원과 황리단길 등 경주의 명소와 상징물을 3D 에셋으로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티셔츠, 에코백 등 일상 속 굿즈로 재탄생시킨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한 기성작가 2인과 예비작가 4인이 선보이는 액션, 로맨스, 일상, 스포츠,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 일러스트와, 지역 초청 작가인 아트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라잉피쉬 스튜디오’ 이현아 작가의 위트 있는 오리지널 아트워크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흥원은 이번 전시가 교육-제작-활용-전시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성해 대중의 직관적인 이해와 문화적 공감을 이끌고, 지역 내 숨은 재능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경주 명소와 굿즈의 결합은 관람객에게 신선한 경험과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올해 캠퍼스 운영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이번 전시는 지역을 빛낼 창작자들이 모여 개성과 꿈을 펼치는 협력의 장”이라며 “지역 작가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작의 별 경주의 밤하늘을 수놓다’ 전시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캠퍼스 1층 전시홀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정갑균)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예술 체험 프로그램 ‘오페라 윈터랜드’를 오는 13일과 20일에 총 4회 선보인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여름방학 프로그램 ‘한여름 오페라 바캉스’로 큰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이번 겨울에는 ‘미리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오페라 감성 놀이터 콘셉트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페라 윈터랜드’는 오페라의 대표 장면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연극 또는 동화로 소개하고, 전문 성악가의 라이브 아리아 감상, 가족이 함께 만드는 크리스마스 공예 체험을 결합한 융합형 예술 프로그램이다. 13일, 20일에 각각 2회씩 총 4회로 운영하며 오페라 감상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겨울 시즌만의 따뜻하고 설레는 감성을 더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첫 번째 주인 13일에는 모차르트의 대표작 ‘피가로의 결혼’을 7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연극으로 재해석해 오페라의 줄거리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대표 아리아를 성악가의 라이브로 감상한다. 이후 극 중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상징물을 크리스마스 트리 콘셉트로 재구성한 창작 공예 활동으로 이어지며, 가족이 함께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두 번째 주인 20일에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오페라 ‘라 보엠’을 5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읽어주는 오페라로 소개한다. 이후 겨울 분위기를 한층 더 살리는 캐럴 감상, 그리고 가족과 함께 만드는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를 통해 따뜻한 겨울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대상은 회차별로 7세 이상 또는 5세 이상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이며, 각 회차 정원은 20명 내외, 수강료는 2인 기준 1만 원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아카데미(별관 건물) 2층 카메라타에서 운영되며, 가족이 만든 창작물을 공유하는 시간 및 기념사진 촬영이 제공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따뜻한 감성 속에서,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오페라를 만나고, 창작 활동을 통해 가족 간 유대감을 더욱 다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이러한 문화예술 경험이 미래 관객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1일 오전 10시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선착순 접수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누리집(www.daeguoperahous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조선시대 대구부는 경상감영이 자리한 영남의 중심지로, 영남대로를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교통의 요지이자 경상도 각 지역의 행정·문화 정보가 집약되는 거점이었다. 특히 1425년 편찬된 ‘경상도지리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 단위 지리지로, 올해로 편찬 6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국립대구박물관은 조선시대 지리지와 지도의 정수를 집약한 대규모 기획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를 내년 2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대표 지리지와 지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조선이 땅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고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구축한 체계적 기록 문화를 종합적으로 선보인다. ‘세종실록지리지’, ‘대동여지도’, ‘신증동국여지승람’, ‘경상도지리지(모사본)’, ‘대구달성도’, ‘대구부읍지’ 등 87건 198점의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이 건국 초기부터 국가 운영을 위해 체계적으로 기록한 지리지는 단순한 지도가 아닌 종합적 데이터베이션이자 생활사·행정의 기록으로, 당시 사회의 경제적 규모와 백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땅을 통해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지리지’라는 체계적 기록 양식으로 정리해 왔다. 지리지는 한 지역의 산천과 토지, 풍속과 특산물 등이 세밀하게 기록돼 있어 지리지를 통해 경제력과 거주민들의 삶의 규모가 어떠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행정정보와 함께 백성들의 생활환경을 볼 수 있는 생활사 자료이기도 하다. 조선의 지리학 발전사와 지리지가 담아낸 삶의 흔적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인간과 땅의 관계를 탐구하는 첫 번째 섹션 ‘사람과 땅’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지리지의 기원과 변천사를 소개한다. 문학과 지리가 결합된 기록물을 통해 조선인의 지리 인식과 공간 활용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숫자로 보는 국가’는 인구·토지·군사 등 통계 데이터를 통한 조선의 국가 운영 시스템을 조명한다. 각종 문헌과 지도를 통해 조선의 행정 체계와 사회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세 번째 섹션 ‘지리지의 단짝, 지도’에서는 글로 기록된 지리지가 ‘시각적 매체(지도)’로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 과정과 그가 체계화한 지리 정보 시스템이 핵심으로 다뤄진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 ‘사람과 삶의 흔적’은 지리지 속 문학적 세계와 지역 인물, 유적 기록을 통해 조선인들의 일상과 정신적 풍경을 재현한다. 시문, 인물, 고적 자료가 어우러져 지리지가 지닌 인문학적 가치를 전달한다. 전시 기간 중 12월 18일 ‘지리지의 나라, 조선’ 강연과 12월 10일, 2026년 1월 14일, 2월 11일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또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촉각 체험물과 수어 해설 영상이 마련돼 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남긴 땅과 삶에 대한 지혜를 직접 체험해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세부 일정은 국립대구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30
EBS ‘세계의 명화’가 29일 밤 10시 45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방영한다. 모세의 출애굽기를 현대적 시각효과와 감독 특유의 역사 해석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벤 킹슬리 등이 출연한다. 성경에 기초한 모세 이야기는 이미 ‘십계’(1956) ‘이집트 왕자’(1998)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중에게 소개됐지만, 리들리 스콧은 3D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스케일의 재현을 시도했다. 감독은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하는 스펙터클한 화면을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집트 왕국의 장엄한 세트와 전면적인 시각효과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압도적 볼거리로 이어진다. 영화는 형제처럼 자랐던 모세와 람세스가 각자의 운명에 따라 적이 되어 대립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모세가 40만 노예를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대서사와 더불어 이집트를 뒤흔드는 ‘10가지 재앙’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모세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은 유대율법과 코란까지 읽으며 캐릭터 연구에 몰입했다고 한다. 그는 “모세는 정신분열적이고 야만적인 인물처럼 보인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고 있다. 리들리 스콧 역시 모세를 “억압에 맞서 자유를 쟁취한 혁명가이자 자유의 화신”으로 규정하며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공존과 자유의 탐구’로 삼았다. 이 작품은 스콧 감독이 구축해온 ‘운명과 결단의 미학(美學)’을 가장 장대한 방식으로 구현한 영화로, 시각적 스펙터클과 철학적 주제의식을 함께 경험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29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2월 1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올해 마지막 정기 공연인 ‘제521회 정기연주회 : 겨울, 다시 봄’을 개최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바로크 음악의 정수인 비발디의 ‘사계’ 전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1번 ‘겨울날의 환상’을 통해 계절의 순환과 인간 내면의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1부 무대는 비발디의 ‘사계’로 문을 연다. 1725년 출간된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 ‘화성과 창의 시도’ 중 네 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 계절의 정경과 인간적 감성을 소네트와 선율로 엮어낸 걸작이다.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의 명료한 대화는 바로크 시대의 생동감을 전하며, 표제음악의 선구적 역할을 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이날 공연은 계절의 순환 속에 담긴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변화를 음악으로 그려낸 무대로, 지휘는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맡고, 협연은 섬세한 해석과 따뜻한 감성으로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이 함께한다. 먼저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봄’은 경쾌한 리듬과 새소리, 물결의 속삭임이 어우러져 생명의 약동을 노래한다. 목동의 평온한 꿈은 따뜻한 햇살 아래 펼쳐지며, 활기찬 분위기로 청중을 초대한다. 제2번 ‘여름’은 폭염과 폭풍우의 격정이 불협화음과 트레몰로로 강렬하게 묘사된다. 번개의 충격과 농부의 신음 소리가 교차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제3번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과 축제의 흥겨움이 춤추듯 흘러나온다. 농부의 춤과 포도주 향기가 현의 유려한 선율로 표현되며, 수확 뒤 찾아오는 고요함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제4번 ‘겨울’은 얼음 같은 스타카토와 떨리는 리듬이 혹한의 추위를 체감케 한다. 벽난로의 온기와 바깥의 칼바람이 대비되며, 날카로운 음색으로 겨울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이 협연자로 나선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베를린·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등과 협연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브라디미르 아슈케나지로부터 ‘매혹적인 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현재 경북대 교수이자 KCO 악장, DCH 비르투오소 챔버 리더로 활동하며 깊이 있는 음악성과 폭넓은 감수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1번 ‘겨울날의 환상’이 연주된다. 26세 청년 시절 작곡된 이 곡은 러시아 민속 선율과 낭만적 서정이 결합된 초기 대표작으로, 스승 루빈시테인의 혹평을 극복하며 완성됐다. 총 4악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의 1악장 ‘겨울 여행의 꿈들’은 눈 덮인 설원을 걷는 듯한 몽환적 선율이 목관과 현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펼쳐진다. 2악장 ‘황량한 땅, 안개 낀 대지’는 관악과 현의 대화 속에 내면의 슬픔이 은은히 배어난다. 3악장은 러시아 민속무용의 경쾌한 리듬이 스케르초로 변주되며 활력을 더한다. 4악장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장대한 종결부는 겨울 뒤에 찾아올 봄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비발디의 ‘사계’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묘사한다면, 차이콥스키의 ‘겨울날의 환상’은 그 감정을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라며 “두 곡 모두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