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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산의 뿌리, 삽량에서 찾다 – 국보급 유물로 깨어난 1600년 역사”···국립경주박물관·양산시립박물관 공동 기획전 ‘삽량, 위대한 양산’ 개막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이 양산시립박물관(관장 신용철)과 공동 기획한 특별전 ‘삽량(歃良), 위대한 양산’이 지난 5일 오후 3시 양산시립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6일부터 5월 3일까지(월요일 휴관) 51일간 이어지며, 고대 양산의 옛 이름인 삽량(歃良)을 중심으로 신라 시대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사적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삽량은 신라와 가야가 마주한 낙동강 유역의 교통·교역 거점으로, 삼국사기에는 ‘황산하’로 기록된 국경 방어 핵심지였다. 특히 ‘삽량주간’의 존재와 왜군의 삽량성 침입을 격퇴한 기록은 이곳이 신라의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삽량주간(歃良州幹)은 신라 시대에 삽량주(歃良州)를 관할하던 태수(太守) 또는 그 직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삽량주는 5세기 내물왕 시기부터 설치돼 경덕왕 16년(755년)까지 약 340년간 존속하며 신라의 국경 방어와 교역 통제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 6세기 중반 이후 신라의 중앙집권화가 본격화되면서 낙동강 유역을 차지한 뒤에도 삽량은 여전히 군사적·경제적 전략지로 활용됐다. 전시는 ‘삽량의 시작’, ‘삽량과 양산’, ‘삽량의 번영’, ‘삽량문화의 확산’ 등 4부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삽량 명칭의 변천사부터 신라 지배층의 권위를 상징하는 국보급 유물까지, 약 1600년 전 삽량주의 역사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국보인 금관총 출토 금관과 금제 허리띠 일괄이 양산에서 최초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 유물들은 지난해 경주 APEC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에서도 주목받았으며,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 사슴뿔 형태의 장식, 곡옥과 금판 달개 장식이 어우러진 화려한 디자인으로 신라 귀족 계층의 문화적 역량을 입증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국립박물관과 공립박물관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지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고대 삽량의 역사적 가치를 재해석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 전하는 교훈까지 담아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BS 일요시네마가 오는 8일 오후 1시 30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부를 방송한다. 1939년 제작된 이 작품은 미국 영화사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대하 서사극으로, 원제는 ‘Gone with the Wind’. 연출은 빅터 플레밍 감독이 맡았으며, 클라크 게이블, 비비안 리, 레슬리 하워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1861년 남북전쟁 직전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타라(Tara) 농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농장주의 장녀 스칼렛 오하라는 아름다운 외모와 당찬 성격으로 수많은 구혼자의 애를 태우지만, 정작 그녀가 사랑하는 애슐리 윌크스의 마음은 사촌 멜라니를 향해 있다. 상처를 입은 스칼렛 앞에 냉소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레트 버틀러가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전쟁의 격랑 속에서 미묘하게 얽혀간다. 전쟁이 발발하고 남부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스칼렛의 삶도 급변한다. 충동적 결혼과 남편의 전사(戰死), 어린 나이에 맞은 미망인 신세, 그리고 애틀랜타(Atlanta) 함락과 탈출까지, 그녀는 시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선다. 폐허가 된 고향 타라(Tara)로 돌아온 스칼렛은 생존과 재건을 향한 집념을 드러내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난다. 이 작품의 원작은 마거릿 미첼이 1936년 발표한 동명 소설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곧바로 영화로 제작됐다. 당시 비비안 리는 수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스칼렛 역에 캐스팅돼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는 개봉 당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었으며, 제1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한 여성의 욕망과 생존 의지를 그려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전의 품격을 지키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3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5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2026 인문학 in 포항’의 첫 강연회를 연다. 이번 강연의 주인공은 인기웹툰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로, 해당 작품이 카카오TV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모은 것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녹여낸 작품 세계를 통해 창작의 여정과 삶의 고민을 나눌 예정이다. 수신지 작가는 서양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며 그림책과 웹툰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그림책 ‘3그램’, ‘스트리트 페인터’, 웹툰 ‘곤’ 1~2, 에세이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6’ 등이 있으며, 특히 ‘며느라기’로는 ‘2017 오늘의 우리만화상’, ‘2018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장관상’,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작가상’을 수상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강연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작품 이야기와 창작 과정에서의 고뇌와 성찰을 솔직하게 풀어낼 계획이다. ‘인문학 in 포항’은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마다 열리는 도서관 대표 프로그램이다. 문학, 예술,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해 지역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서양진 관장은 “이번 강연이 창작자들의 열정과 시민의 일상이 교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소통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강연은 선착순 사전 접수제로 운영되며, 11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문화행사신청 코너에서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포은중앙도서관(054-270-4609)으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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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훈 사진작가 개인전 ‘형산강 노닐記'···시간과 존재를 담은 ‘환유의 시선’

포항의 중진 사진가 차재훈(68)의 개인전 ‘형산강 노닐記’가 오는 7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포항에서 열린다. 1981년부터 포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40여 년간 형산강 주변에서 포착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미학적 사진으로 재구성했다.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관람자의 내면을 흔드는 ‘환유의 시선’으로 시간, 존재, 희로애락을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30여 점의 출품작품은 평소 강의 정서와 문화에 대한 소신에 따라 형산강을 노닐며 강을 통해 본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과정물이다. 안개 낀 형산강의 풍경, 나무와 새, 강물과 별, 그리고 소소한 풀들의 일상을 미적으로 담고 있다. 차재훈 작가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1년 포항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한 후 경주대 영상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창립회원으로 참여하고, 포항여성사진회 지원 등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차 작가는 포항의 산증인으로 교육자이자 평론가로서 지역 사진계에 끼친 영향은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전통 기법과 현대적 소재를 결합한 독창적 액자 작업이다. 1mm 강철 밴드, 포항의 역사를 담은 고재(古材), 천연염색 한지 프레임 등으로 구성된 작품은 ‘K아트’의 정체성을 인공지능(AI) 시대에 재해석한다. 대표작인 ‘외로운 갈대’ 시리즈는 마분지에 전통 염색 기법 ‘콩땜’을 입히고 온돌장판으로 마감한 액자에 담아내, 액자 자체를 예술의 일부로 승화시켰다. 차 작가의 렌즈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인간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상징화한다. 특히 40여 년간 관찰한 자연과의 교감은 명상적 침묵 속에서 완성된 작품들로, 관람객에게 ‘느린 시선’을 선사한다. 손 관장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새벽 추위 속에서도 바람과 물, 새와 별, 풀을 끝없이 바라보며 자연에서 비롯된 성찰과 사색을 담은 작품들은 문명의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서 작업 중인 차 작가는 “포항에서 교수이자 평론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지역 정체성과 예술의 접점을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평생 화두인 ‘본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응축된 자리로,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는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차재훈 작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잊혀진 포항의 많은 작가들을 기억하며 오래된 목재에 천연염색을 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그는 “전시는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보고일 뿐이며, 꿈울 향해 걸어온 삶의 여정 자체가 예술”이라며 “미완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가 과대평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6

부는 행운이 아닌 지속적 노력·습관의 결과물

흔히 부자들을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신간 ‘하루 1% 부의 축적’(21세기북스)의 저자이자 독일의 암호화폐·거시경제 분석으로 유명한 팟캐스트 ‘호스 앤드 호프(Hoss & Hopf)’의 진행자 필립 호프와 독일 기업가 키아라쉬 호사인푸르는 “부의 격차는 지능이나 운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1%의 행동 차이에서 벌어진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저자들은 독일 최대 고객 기반을 보유한 금융시장 분석사 HKCM의 창립자이자 투자 전문가로서, 냉철한 시장 분석 능력과 삶에 대한 열정을 결합해 성공을 일시적 요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법을 제안한다. 진정한 성공은 행운이나 ‘한 방’이 아닌, 매일의 작은 성장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이며, 하루 1%의 미세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결국 ‘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루 1% 부의 축적’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하며, 각 장마다 ‘아침 루틴 만들기’, ‘부정적인 에너지와의 거리 두기’, ‘재정 상태 점검하기’ 등 하루에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기록하며 움직이는 과정에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부의 기술적 방법론과 마인드셋을 동시에 다룬다. 또한 365일 동안의 체계적인 여정을 통해 중도 포기를 방지한다. 전반부에서는 성공을 위한 정신적 토대 구축에 집중한다. 저자는 ‘점화 효과’를 언급하며,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의 평균이 곧 자신의 미래가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부정적 에너지를 가진 이들을 정리하고 영감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가는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모두가 하는 일을 하면 모두가 얻는 것만 얻는다”는 메시지로 남다른 길을 선택할 용기, 즉 ‘비관습적 삶’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중반부와 후반부에서는 구체적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도요타의 5가지 질문 기법’을 통한 문제 해결, ‘파킨슨 법칙’을 역이용한 시간 관리, 감정과 이성을 분리해 투자와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법 등 비즈니스와 일상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혜가 가득하다. 특히 이 책은 위로 대신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택시에서 우는 것이 지하철에서 우는 것보다 낫다”는 현실적 명언은 나태함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행동하는 끈기야말로 재능을 이기는 유일한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바꾸는 1%의 기적은 바로 그 끈기에서 시작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어른다움’을 담은 ‘마음 그릇’···말·생각·태도를 깨우다

시대가 혼란스럽고 삶이 버거워질수록 사람들은 ‘어른’을 찾는다. 그들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되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며 역경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존재다.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막연한 동경을 넘어 나를 바로 세우는 삶의 나침반이 된다. 고전연구가 조윤제의 신작 ‘어른의 그릇’(청림출판)은 이러한 ‘어른다움’을 키우기 위한 ‘마음 그릇’의 중요성을 동서양 고전에서 조명한 책이다. 그는 “모든 고전의 핵심은 마음을 다루는 법”이라 말하며 사서삼경부터 다산 정약용의 저작까지 핵심 문장을 선별해 현대적 해설을 덧붙였다. 책은 ‘마음 그릇’을 “생각을 비추는 내면의 틀”로 정의한다. 저자는 고전 속 현인들이 위기마다 마음을 다스려 품격을 지켰음을 강조하며, ‘도덕성’을 마음공부의 중심으로 삼았다. 1장에서는 확증편향과 일희일비를 경계하며 “담대하되 세심하라”는 ‘담대심소(膽大心小)’의 자세를 강조한다. 2장에서는 혼자 있을 때의 신중함(신독·愼獨)과 실패 앞에서의 겸손함을, 3장에서는 분노와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과 공자의 ‘지혜·인자·용기·겸손’을, 4장에서는 고난 속에서 뜻을 잃지 않은 사마천과 다산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끈다. 7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 ‘1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각 장을 주 단위로 나눠 매일 고전의 문장을 필사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예를 들어,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도 학문에 몰두한 태도에서 “고난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법”을, 또한 맹자의 “선한 본성”을 강조하면서도 순자의 “악함을 교정하는 마음공부”까지 아우르며 선현들의 태도를 배우도록 이끈다. SNS 시대에 작은 일에 매몰되지 않고 ‘큰 도리’를 보는 법은 디지털 세대에게도 유효한 조언이다. 저자는 “나이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며 사회가 진정한 성인 모델을 상실한 시대적 결핍을 지적한다. 책은 독자들이 “타인의 삶을 모방하는 대신, 고전의 지혜로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마음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도록 자극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美 정치 구조 진단한 논픽션 ‘어번던스’, 한국어판 출간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대에,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 ‘어번던스’(한국경제신문)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른 이 책은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으로 더욱 주목받으며, 진보 성향 저자들이 민주당의 정책 실패를 정면 비판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저자 에즈라 클레인(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과 데릭 톰슨(‘애틀랜틱’ 편집장)은 “미국의 만성적 결핍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주택난, 청정에너지 부족, 비효율적 공공 프로젝트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된 정책적 선택으로 발생했으며, 역사적 실수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대 도입된 규제가 2020년대 도시 확장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주조차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대신 원자력 발전 폐쇄나 태양광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진보 진영의 이념적 구호와 현실적 행동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사례다. 보수 진영 역시 시장 자율성만 강조하다 공공 프로젝트 협력을 거부하며 문제를 악화시켰다. 정치적 대립은 정부의 실질적 역량을 약화시켜 사회 인프라 투자와 과학 기술 개발을 방치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역설”이 분파적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양 진영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진보 진영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주택 공급 규제 완화, 과학 연구 지원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한다. 이들은 “주거권을 인권이라 외치면서 부유한 도시들은 주택 건설을 막는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진영은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시장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청정에너지 시설 건설,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역할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민주당 지지 주에서도 탄소 중립 정책을 방해하는 모순적 태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이념적 대립을 넘어 재생에너지 개발·도시 확장 지원·과학 기술 연구 등 공공 프로젝트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이 정의한 “어번던스(풍요)”는 주택, 사회 인프라, 청정에너지, 의료 분야에서 실질적 개선을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상태다. 저자는 “풍요는 제도를 끊임없이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이를 위해 진영 대립이 아닌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국립경주박물관, 4일부터 성덕대왕신종 디지털 실감 영상 공개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역사와 예술을 디지털로 재현한 실감형 영상을 4일 본격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신라미술관 1층 디지털영상관에서 상영되며, 프로젝션 맵핑 기술(디지털 영상을 유물에 투사하는 기술)과 9.1 채널 입체 음향을 활용해 종의 울림과 조형을 생생하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신라인의 금속 공예 기술, 조형적 미감, 종 제작 배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상은 성덕대왕신종의 소리, 문양, 명문을 중심으로 총 4부로 구성됐다. 첫 부분은 실제 종소리를 기반으로 한 깊은 울림을 재현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거푸집 제작부터 쇳물 주조까지의 과정을 감각적인 시각 효과로 표현했다. 세 번째 부분은 종의 정교한 문양과 명문을 확대해 보여주며, 특히 3.6m 높이의 종에서 직접 보기 어려운 용뉴(종 꼭대기 용 모양 장식)까지 영상으로 담아 세부적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마지막 부분은 종소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맥놀이 현상(소리가 점차 커졌다 작아지는 현상)을 체험하며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 특징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교육문화교류과 이정원 과장은 “과거 유물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사고와 예술적 감각이 융합된 신라 문화를 체험하도록 기획했다”며 “향후 신라의 문화유산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디지털 실감 영상은 박물관 운영 시간 중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4

“지브리·디즈니와 함께하는 봄···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지브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연주하는 ‘Spring of Fantasy(스프링 오브 판타지)’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음악을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사운드로 재해석해 봄의 시작과 함께 관객에게 환상적인 음악 여정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영상 없이 순수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구성돼, 관객들이 각자의 기억 속 장면을 떠올리며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브리의 서정적인 선율과 디즈니의 극적인 편곡이 어우러져 어린이에게는 생생한 경험을, 성인에게는 깊은 감동을 전달할 전망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춤추는 지휘자’로 유명한 백윤학 지휘자의 참여다. 백 지휘자는 음악의 리듬과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독특한 지휘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오케스트라’라는 별칭을 얻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으며, “클래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철학으로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백윤학 지휘자가 지향하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은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유려한 선율과 함께 스토리와 감정선이 뚜렷한 지브리와 디즈니 OST 레퍼토리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브리 대표곡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의 OST가 연주된다. 디즈니 명곡으로는 ‘라이온 킹’, ‘인어공주’, ‘인크레더블’, ‘주토피아’, ‘모아나’, ‘알라딘’ 등 시대를 초월한 작품들의 주제곡이 무대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키즈케어 특별할인 제도’를 도입한다. 어린이 동반 관람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첫 클래식 관람”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단순한 OST 콘서트가 아닌, 세대와 공감하는 품격 있는 클래식 공연으로 준비했다”며 “봄의 시작과 함께 음악으로 가족이 교감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4

포항 침촌 사띠스쿨, 소쉬르 구조주의 특강 성황리 개최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침촌문화회관 내 인문학 공간 침촌 사띠스쿨은 열정으로 가득찬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개원 13주년을 맞아 지역 인문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 내적 성장을 꿈꾸는 시민 30여 명이 특강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열린 인문학 특강은 ‘언어와 사고의 틀: 소쉬르의 구조주의’를 주제로,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 씨가 초청돼 진행됐다. 여국현 씨는 포항 출신으로 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8년 등단 이후 시와 번역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포항 KBS 1라디오 ‘10분 인문학’과 워싱턴 한인방송 ‘여국현 시인의 인문학 산책’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그는 강연에서 “세상 모든 것에는 구조와 법칙이 있다”는 소쉬르의 선언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연구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그는 스위스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 창시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 언어와 사고 체계를 근본부터 재해석했다. 특히 “빨간 신호 앞에서 멈추는 이유”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약속과 기호 체계로 설명하며 구조주의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랑그(규칙 체계)와 파롤(개별 발화)”, “기표(소리)와 기의(개념)의 자의적 결합” 등 핵심 개념을 소개한 여 씨는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예시로 들어 구조주의가 예술·광고·서사 이론으로 확장된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 주체 소외, 역사성 부재 등 구조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루이 알튀세르, 자크 라캉,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질 들뢰즈 등 후기 구조주의 사상가들의 대안적 시각도 덧붙였다. 강의 말미, 여 씨는 “시의 창조적 힘으로 불완전한 언어를 넘어설 수 있다. 구조를 인식하되, 그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띠스쿨 공봉학 원장은 “침촌문화회관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구조주의가 더 이상 낯선 철학 용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와 삶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사띠스쿨은 오는 4월 7일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 5월 5일 자크 데리다와 질 들뢰즈의 개념을 다루는 등 지역 인문 담론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3-04

“도민과 호흡, 일상에 문화의 숨결 채울 것”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유럽 정통 음악 교육을 거친 실력파 지휘자 서진(51)씨가 경북도립교향악단 제7대 지휘자로 공식 취임하며 첫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공연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시작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까지 클래식 명곡으로 채워졌다. 서진 지휘자는 “도전 정신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주목받는 신예 박종해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으로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연주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리허설에서 만난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음악은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때 완성된다”며 “경북도민의 일상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사람을 잃지 않는 음악’ 철학을 강조하며,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관객과의 교감이 없다면 반쪽”이라 덧붙였다. 이는 그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지켜온 신념이기도 하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을 “잠재력 있는 악단”이라 평가했다. 취임 연주회 부제를 ‘세대 공감’으로 정한 것도 “글린카부터 레스피기까지 시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음악을 전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첫 곡인 글린카의 서곡에 대해서는 “러시아 민담 속 경쾌한 이야기가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박종해에 대해서는 “고독에서 환희로 이어지는 인간 내면의 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줬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서진 지휘자의 청사진에는 어린이 마스터클래스와 오지 지역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가 포함된다. 그는 “음악은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경북 어디에서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수준 향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균형을 강조하며 “인간미와 예술적 완성도의 조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그가 과천시향 시절부터 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원 등에서 지휘와 첼로를 전공한 서진 지휘자는 2007년 크로아티아 로브로 폰 마타치치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파판도푸르 현대음악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계명대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클래식은 바쁜 현대인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며 “철학적인 작곡가들의 음악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전했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의 21개 시·군을 돌며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포항, 구미, 안동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특히 문화 접근성이 낮은 오지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단원들의 열정과 지역민의 관심이 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날 취임 연주회에서 그는 단원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공연 후 기립박수로 화답받은 서진 지휘자는 “함께 성장하는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의 음악 여정이 경북도민과 어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3

“20여년의 자연 탐색을 담다”···서양화가 이영란 첫 개인전

자연을 매개로 삶의 의미를 천착해온 서양화가 이영란(68) 작가의 첫 개인전이 8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열린다. 20여 년간 자연과의 교감을 축적한 이번 전시는 표면적 풍경이 아닌 내면의 서정을 풀어낸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영란의 회화는 산, 들, 바다 등 익숙한 자연 소재를 통해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한다. 두터운 유화 질감과 풍부한 색채는 계절의 공기를 생생히 전달하며, 화면 속 자연을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대표작 ‘모네의 아름다운 정원’은 빛과 물결의 리듬을 인상주의적 색채로 포착했고, ‘봄 꽃들이 나를 부른다’는 해바라기 밭과 여인의 뒷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제주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날’과 ‘제주의 풍년’은 푸른 바다와 유채꽃, 감귤의 이미지로 풍요와 생명을 노래한다. 이영란 작가는 “자연은 내 작업의 원동력”이라며 “이번 전시가 관객에게 일상의 쉼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영란 작가는 2021 대구국제미술대전 입선, 2017 한국미술대전 입선, 2023 지역작가 미술작품 대여사업 선정 등 꾸준히 활동해왔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대구동구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3

“한국 근현대 미술 대가와 19세기 유럽 고전 걸작 동시에···"

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가 보문단지 입구인 북군동으로 이전하며 이를 기념해 ‘라우갤러리 보문지점 오픈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창열, 박수근, 이건용, 이대원, 이우환 등의 작품과 19세기 고전 회화 작가인 노먼 록웰, 폴 세냑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은 ‘19세기 유럽 회화’로, 1870년대에 제작된 고전 작품 4점을 소개하며, 19세기 말 예술의 역사적 전환기를 증언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참여 작가는 오스트리아의 A. Rueff(풍경화 및 오리엔탈리즘), 프랑스의 폴 세냑(장르화 및 초상화)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섹션은 ‘구상과 추상 사이’로, 미국 현대미술 작가 노먼 록웰의 대표작 한 점과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우환, 이중섭, 이건용, 박수근, 이대원, 김창열, 성백주, 이배, 김태호, 김근태, 이왈종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인간 내면과 도시의 감정을 탐색한다. 전시에는 다양한 시대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출신 A. Rueff는 풍경화와 인물화, 오리엔탈리즘 작품을 남겼으며, 프랑스 화가 폴 세냑은 주요 작품으로 ‘모자’(1860년경)와 ‘나폴레옹 병사’(1870년경)가 있다. 미국의 노먼 록웰은 ‘보이즈 라이프’와 ‘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등의 잡지 삽화가로 활동했으며, 특히 ‘Four Freedoms’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김창열은 물방울 회화로 유명하며, 박수근은 서민적 인물화와 풍속화로, 박생광은 채색화와 민속화로 한국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백주는 수묵화와 채색화, 추상화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고, 이건용은 추상화와 행위예술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배는 숯을 이용한 독창적인 추상화와 설치미술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대원은 자연을 소재로 한 구상 회화로 주목받았다. 이우환은 일본 모노파 운동의 창시자로, 절제된 선과 점을 통해 물질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중섭은 독특한 화풍을 선보였고, 김근태는 돌가루와 러버를 혼합한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김태호는 단색화 운동 속에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왈종은 제주 일상을 담은 작품으로 ‘중도’의 철학을 표현했다. 라우갤러리 송휘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19세기 유럽 회화부터 현대 한국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관람 예약은 문자(010-3530-0327)로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2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 잘츠부르크 대표 오케스트라 대구 첫 공연···지역 클래식 팬들 기대감 고조”

오스트리아의 명문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대구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3월 1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이 오케스트라의 대구 무대 데뷔이자 특별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이 오케스트라의 방문은 지역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2024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로베르토 곤잘레스-몬하스가 지휘봉을 잡고,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31)가 협연자로 나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1841년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와 두 아들의 도움으로 결성된 기악 앙상블을 기원으로 하며, 모차르트 작품 해석의 권위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 잘츠부르크 오페라 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이 악단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100년 넘게 참가한 연주 단체로도 기록돼 있다. 로베르토 곤잘레스-몬하스는 스위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의 상임지휘자이자 스페인 갈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고전 레퍼토리에 대한 균형 잡힌 통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협연자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연달아 우승하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두 대회 정상에 올랐다. 깊이 있는 해석과 탁월한 기교, 섬세한 음색으로 주목받는 그는 뉴욕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왔다. 2021년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음반 ‘현의 유전학’을 발매해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영국 명문 음악제인 BBC 프롬스에서 뛰어난 연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을 연주한다. 이 곡은 협주곡의 걸작으로, 장대한 구조와 내면적 서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연은 모차르트의 극음악 ‘타모스, 이집트의 왕’ 서곡으로 문을 연 뒤, 베토벤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K.551 주피터'로 마무리된다. 특히 ‘주피터’의 피날레는 다섯 개의 주제가 대위법적으로 결합되며 음악적 절정을 이룬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박창근 관장은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고전주의 음악의 핵심 레퍼토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기회”라며 “오스트리아 전통의 오케스트라와 한국 정상급 솔리스트의 만남이 고전 음악의 본질을 차분히 조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티켓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053)430-7700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1

[EBS 일요 시네마] 만날 운명은 다시 만난다… ‘러브 어페어’ 1일 EBS 방영

EBS 일요시네마는 1일 오후 1시 25분 고전 로맨스의 정수 영화 ‘러브 어페어’를 방송한다. 세기를 넘어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1958년 개봉한 ‘러브 어페어’(원제 An Affair to Remember)로, 레오 맥캐리 감독이 연출하고 캐리 그랜트와 데보라 카가 주연을 맡았다. 상영시간은 119분. 영화는 호화 여객선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기의 바람둥이 니키는 백만장자 상속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대서양을 건너던 중, 약혼자가 있는 테리를 만나 묘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만 항해가 이어질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프랑스의 작은 항구 빌프랑쉬에서 니키의 할머니를 만난 뒤, 테리는 그의 진심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6개월 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그들에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천국과 가장 가까운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 하지만 재회의 날, 테리는 교통사고로(하반신 불수) 걷지 못하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짐이 되지 않겠다며 연락을 끊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리던 니키는 상처를 안은 채 돌아서고,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뜻밖의 계기로 진실과 마주한다. 조건과 체면을 넘어선 순수한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영화는 절제된 감정과 품격 있는 연출로 담아낸다. 이 작품은 1939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로, 1994년에는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 주연으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헤리 워렌이 작곡한 주제곡 ‘Affair to Remember’는 영화의 낭만을 한층 고조시키며, 할머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흐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 멜로의 힘, 그리고 두 배우의 절제된 연기가 빚어내는 여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일 오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나는 운명적 사랑이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28

포항문화원 정기총회··· 문화로 여는 도시 미래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27일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나주영·이상준·홍필남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 정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2차 정기총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총회는 국가무형유산인 대금산조 공연으로 시작돼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포항문화원 박성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정기총회 제1부에서는 향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 전달식이 진행됐다. 경상북도지사 감사패는 포항문화연구소 권용호 부소장과 월월이청청보존회 서선희 회장이 받았다. 장상길 포항시장 권한대행 명의로 수여된 포항시장 표창은 손숙희 포항문화원 이사와 설인순 용흥동문화가족회 회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도지사 감사패와 포항시장 표창은 이창우 포항시 북구청장이 대리 수여했다. 한편 포항문화원장 감사패는 조종복 읍·면·동 문화가족연합회장, 정관용 우창동문화가족회장, 임일지 정회원 등 3명이 박승대 원장으로부터 받았다. 이후 신임 이사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 후 진행된 개회사에서 박승대 원장은 “지난해 포항문화원이 전국 232개 지방문화원 가운데 우수문화원 3위의 영예를 안은 것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데도 열심히 참여해 준 문화가족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성원해 준 결과”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앞으로도 포항은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겠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끄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이라며 “이번에 감사패를 받은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부소장처럼 꾸준히 지역 문화유산을 발굴·연구해 스토리텔링화한다면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오늘 3층까지 문화원 계단을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힘들게 걸어 올라오셨다”며 “앞으로 포항문화원이 경북을 대표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어 나가려면 장애인과 고령자 등 누구나 문화교실과 행사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문화원 건물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부에서는 지난해 결산과 2026년 사업계획 및 예·결산이 원안대로 의결되며 약 한 시간여에 걸친 정기총회가 마무리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7

“황금빛 하모니로 물들인 서진 지휘자의 데뷔 무대:경북도향과 세대 공감의 밤”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숨결로 가득 찼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정경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찬우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과 900여 명의 포항시민이 찾은 이곳에서, 제7대 상임지휘자 서진의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세대 공감 Stage On’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음악의 보편적 언어로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쌓은 탄탄한 음악적 기반 위에, 서진(51)은 이날 무대에서 절묘한 균형과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경북도향을 이끌었다. 특히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은 러시아 민속 설화의 활력을 관현악의 웅장한 색채로 재현해냈으며, 청중들은 마치 키예프 평원을 누비는 듯한 생동감에 숨을 죽인 채 음악에 빠져들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36)와의 협연은 이날 공연의 정점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그는, 작곡가의 내적 투쟁과 치유의 과정을 격정과 서정의 교차로 풀어냈다. 1악장의 격렬한 피아노 트릴과 오케스트라의 충돌은 고독한 사투를 연상시켰고, 2악장의 유려한 선율은 평온함 속에 깃든 강인함을 드러냈다. 마지막 3악장에서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리듬은 승리의 찬가를 외치며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두 차례의 커튼콜 끝에 쏟아진 환호는 그의 연주가 남긴 깊은 울림을 증명했다. 휴식 후 이어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은 플라멩코의 열정과 집시의 자유로운 정신을 관현악의 다채로운 음색으로 표현해냈다. 타악기와 현악기가 빚어낸 리듬의 향연은 마치 스페인의 태양 아래 펼쳐진 축제를 연상시켰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는 고대 로마의 시간을 현재에 소환했다. 보르게세 공원의 아침 햇살부터 카타콤의 신비로운 어둠까지, 서진의 지휘 아래 경북도향은 음표로 그려낸 역사 속을 유유히 거닐었다. 관객들의 열띤 앙코르 요청에 답한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선율은 이날의 여운을 영원히 각인시켰다. 이번 취임 연주회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1995년 개관 이래 포항 지역 문화예술의 심장 역할을 해온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품격과 경북도향의 숙련된 연주가 만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서진 지휘자의 합류로 한층 농익은 음악적 역량을 선보인 경북도향은, 앞으로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고품격 클래식 문화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번 공연이 경북도향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도 경북도는 도립예술단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넘어 도민의 삶과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공 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경민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경북도향 신임 지휘자 취임 연주회는 경북도향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며 “서진 지휘자와 단원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음악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는 밤이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7

천년의 인연으로···중국에 경주의 역사를 알리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이 2025 APEC 경주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며 지난 1월 중국 츠저우·양저우·난징을 방문해 경주를 세계에 알렸다. 신라 김교각 스님과 최치원 선생의 유적을 탐방하며 한중 교류 역사를 체험하고, 현지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열었다. 양저우 최치원기념관에 한글 번역시를 증정했으며, 난징대학살기념관 방문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APEC 성공 개최 후 경주의 국제적 위상 강화가 돋보인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 결성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단장 이원식 전 경주시장)은 국제어머니회(회장 한정희·부단장)가 주관하고 국제교류활동가, 경주시 외국어문화관광해설사, 경주유림회원과 선덕여왕경모회원 등 32명이 의기투합했다.90세 노령의 이 원식 단장부터 중학생과 10세 어린이까지 3대를 아울렀다. '천년 고도 경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지난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동안 중국에서 야심찬 홍보행사를 했다. 특히 1300년 전 신라와 당나라 간의 교류사가 있는 츠저우(池州)와 양저우(揚州)는 신라시대 김교각(697~794) 스님, 최치원(857~908 이후) 선생의 흔적을 훑으면서 천년을 넘어 이어진 한중 교류의 현장을 체험했다. 10살 손자에게 역사 현장 체험은 더없이 좋은 공부였다. 츠저우, 김교각 스님의 큰 족적이 만든 도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난징공항에 도착한 첫날, 4시간 넘게 달려간 안후이성 츠저우시도 흐리고 습했다. 양쯔강 가까이 있어 연중 200일 이상이 흐리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츠저우는 중국의 4대 불교 명산인 지우화산(九華山)이 있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도시다. 열반 후 지장보살로 추앙된 신라의 김교각 스님 덕분이다. 경주시와 2023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문화, 관광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을 모색하고자 했던 터라 경주 시민 홍보단의 첫 방문지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둘째 날 ‘경주와 츠저우 문화관광 우호교류회의’가 있었다. 이원식 단장의 경주시장 친서 전달과 인사말, 양 도시 간의 선물 전달 및 홍보영상 상영 등을 행사를 통해 두 도시 간의 교류회의가 엄숙하되 화기애애하게 이뤄졌다. 어김없이 김교각 스님이 언급되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알려졌다. 714년 당나라로 건너가 지우화산에서 불법을 베풀었고, 794년 99세로 입적했다. 3년 뒤 등신불로 조성된 후 지장보살의 현신으로 추존되었고, 천년 넘게 중국에서 현신불로 존숭받고 있다. 지우화산에서 확인된 스님의 어마어마한 흔적들은 역사적 사실에 불교적 신화까지 덧입혀져 더욱 경이로웠다. 신화는 문자 이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시대의 필요에 의해 각색되기도 하지만 진실한 신념의 소산이기도 하기에 역사의 또 다른 언술로도 이해된다. 현재 중국에서 김교각 스님은 역사적 인물인 동시에 불교적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지우화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우뚝한 높이 99미터의 지장보살상의 규모만으로도 스님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곳곳의 한글 안내판은 스님의 나라말을 존중하고 한국인을 위한 중국인의 배려리라. 커다란 동상은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깊은 외경심을 불렀으며 금빛 동상에 올라 발에 머리를 묻는 의식을 절로 하게 되었다. 지우화산은 신화의 배경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본 경관은 운무 속에서 더욱 신비로웠다. 숲에 우거진 나무들과 깎아지른 기암괴석은 선경이 바로 여기다 싶은 찬탄을 불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눈 쌓인 계단에서 내려보는 발 아래 펼쳐진 절경, 고개 들어 보이는 봉우리에 깎아지른 암벽에 두 개의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형형해서 어떤 이는 보살과 부처의 형상이라고도 했다. 그 아래 평평한 너른 바닥에 조성된 ‘고배경대’에서 스님은 바위에 발자국을 새길 정도로 수행했단다. 손자는 스님의 발자국에 발을 맞춰본다. 거기서 또 14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는 천태사는 내게는 무리였다. 오르기를 포기한 할머니에 비해 손주는 날다람쥐였다. 손자와 함께 천태봉까지 오른 건각의 10명은 눈을 가리는 운무 덕에 오히려 신비로운 풍경이었다며 득의양양한 사진을 전했다. 후에 손자는 천태사를 오른 것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오르지 못한 심사를 이백의 시를 달랬다.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있는 육신보전, 지우화산 불교의 중심인 화성사, 스님 이후 120살을 넘게 살아 등신불로 조성된 무협 스님의 백세궁 등 99개 사찰이 있다는 츠저우에서 스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내내 흔연한 마음이 컸다. 양저우,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도시 츠저우에서 2시간 넘어 달려 장쑤성 양저우에 갔다. 예전 KBS 역사스페셜에서 “천재시인 최치원은 조기유학생이었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한다. 최치원 선생은 12살에 당시 선진지인 당나라에 유학해 6년만에 빈공과에 급제 후 난징 율수현에서 관리로 임명되었고, 양저우에서도 대활약을 했다. 양저우에는 2007년 중국 중앙정부가 허가한 최초의 외국인기념관으로 개관한 최치원기념관이 있다. 정작 그의 고향인 경주에는 없는 기념관을 조성한 중국에 대해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양저우시는 2008년 경주시와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하고 최치원기념관에는 해마다 경주최씨 종친회가 참배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양저우에서도 두 도시 간의 훈훈한 우호협력과 관광홍보를 겸한 회의와 조촐한 토론회도 가졌다. 특히 이번 홍보단에 동참한 최민경(한국한글서예협회장) 서예가가 선생의 시 ‘범해(泛海)’의 한글번역시 ‘바다에 배 띄우며’를 기념관 측에 증정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최 회장은 최치원 선생의 34세손이라며 각별한 감회를 부여했다. 손자는 미리 그림책으로 공부한 최치원 선생의 이력에 대해 조잘조잘 얘기하면서 기념관을 샅샅이 훑고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큰 공부를 한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평화를 생각하다 도착한 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난징공항으로 가기 전 난징대학살기념관에 갔다. 1937년 말,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30만 명의 시민대학살의 비극을 추모하는 공간은 규모가 엄청나다. 추적추적 오는 비를 아랑곳않고 참배하는 많은 시민들 또한 놀라웠다. 입구에서 기부금을 내고 얻은 국화 세 송이를 들고 들어온 전시관 안은 컴컴했다. 참배대에 헌화하고 고개 숙여 깊은 묵념을 하면서 중국판 아우슈비츠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말없이 따르던 손자가 악몽을 꿀 것 같다며 불편해해서 서둘러 나왔다. 제 아빠와 엄마를 위한 기념품을 여기서 사면 기부가 되겠지? 기특한 말을 한다. 어두운 전시장을 나오니 평화의 탑이 보였다. 언제나 이 지구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올까. 누군가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는가 보다며 말하며 슬픈 하늘을 쳐다보았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의 계획 홍보단의 자발적인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은 이번 중국 방문의 성과를 발판으로 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해외 자매도시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천년 고도 경주의 자부심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는 한 경주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할머니 손을 잡고 역사문화교류의 현장을 씩씩하게 누볐던 내 손주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도, 경주가 맺은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더 평화롭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