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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대 예술작품·디자인 명품 한자리에

경주 오아르미술관은 오는 9월 29일까지 일본 현대미술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63)의 ‘해피 플라워’ 연작을 중심으로 한 특별 소장품전 ‘무라카미 다카시: 해피 플라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아르미술관이 지난 20여 년간 수집해온 600여 점의 소장품 중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표 판화 작품 27점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정판 가방 3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자리다. ‘웃고 있는 꽃’이라는 시그니처 이미지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온 무라카미 다카시는, 팝아트와 일본 전통 미술, 그리고 오타쿠(일본어로 마니아를 부르는 말) 문화를 융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현대미술의 지형을 새롭게 재편해왔다. 아시아 팝아트의 모델을 제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그는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조화시켜 ‘모든 것을 편평하게 한다’는 의미의 ‘수퍼플랫’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 개념은 오타쿠들의 하위문화가 만들어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일본적인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만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피 플라워’ 시리즈는 선명한 색감과 반복되는 패턴, 겉으로는 해맑게 웃는 듯한 꽃의 형상을 통해 현대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 위안, 유희 등 복합적인 정서를 시각화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판화라는 평면 매체를 통해 무라카미 다카시 작가의 미학을 응축해 보여주며, 루이비통과의 협업작품이 함께 전시돼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라카미 특유의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오아르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장품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현대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문호 오아르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무라카미 다카시는 현대미술 안에서 예술과 소비문화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기 드문 작가이며,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소 짓는 꽃’ 너머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동시대 관람객이 무라카미의 색채와 유머, 그리고 철학을 함께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아르미술관은 지난 4월 1일 개관한 사립 미술관으로서, 경주시 노서동 고분군 공원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전체 면적 1594㎡ 규모로, 김문호 관장이 지난 20여 년간 수집해 온 600여 개의 소장품들로 채워졌다. 미술관 건물 1층은 ‘오아르 커피’ 카페 시설과 제1전시실이 있어, 커피를 즐기며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20

안동 선비의 놀이로 그들의 삶 엿본다

유교의 도시 안동, 그곳의 놀이 문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시간과 자연, 인간이 어우러진 삶의 축제였다. 그 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전시가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꽃향기 가득한 봄부터 불꽃 타오르는 여름, 윷가락이 함께하는 겨울까지, 안동이 품은 ‘놀기의 미학’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은 안동의 문화유산 활용 및 홍보 전시 ‘놀기(記) 좋은 시절에’를 오는 8월 11일까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갤러리 예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시대의 기록과 유물을 통해 안동 지역 공동체의 일상과 놀이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단순한 유물 관람을 넘어 전통적 삶의 방식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윷점 체험 공간과 선유줄불놀이 영상 재현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마련해 전통 놀이의 현장감과 공동체적 즐거움을 현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디지털 아카이브와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유물과 기록을 시각화함으로써 오래된 문화유산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전시는 ‘1부 : 꽃으로 차린 자리, 단풍 아래 머문 시간’, ‘2부 : 강 위에 띄우고, 불꽃으로 수놓다’, ‘3부 : 윷판 위의 운세, 놀이로 맺는 한 해’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봄과 가을에 펼쳐진 화전놀이와 산수유람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서 형성된 공동체 문화를 조명한다. 여성들의 노래 ‘화전가’, 퇴계 이황이 청량산을 ‘오가산’이라 부르며 남긴 매화 시와 답시, 후손 이만여의 기록 ‘오가산지’, 가을 풍경을 담은 서화 ‘구추일음’ 등이 전시돼 선비들의 자연관과 유람 전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2부는 여름철 낙동강과 반변천에서 펼쳐진 뱃놀이와 선유줄불놀이 문화를 탐구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유람 기록 ‘합강선유록’, 하회마을의 대표 민속놀이인 선유줄불놀이를 묘사한 내방가사 ‘화유가’, 가장 오래된 관련 기록 ‘행산유고’ 속 시문 등이 공개돼 강 위에서 꽃핀 학문과 예술의 교류를 시각화한다. 3부는 겨울 농한기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즐긴 윷놀의 민속적 의미를 되짚는다. 단순한 오락이 아닌 길흉화복 점치기와 공동체 소망을 담은 놀이로서, 안동 지역에서 전승된 윷노래 가사집 ‘저포송’, ‘윷푸리’, ‘윷노리가’ 등이 소개된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윷을 던져 점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전통 놀이의 현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김형수 유교문화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옛사람들이 놀이를 통해 삶의 감각을 나누고 공동체를 이어온 방식에 대한 기록이자 회고”라면서 "공동체문화가 단절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유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7

6개국 함께한 무대… 대구, 18일간 뮤지컬로 물들이다

‘제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7일까지 18일간 대구 전역에서 성황리에 개최되며 글로벌 문화 축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에는 헝가리, 프랑스,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6개국 29개 작품이 참여해 DIMF 자체 제작 뮤지컬, 공식초청작, 창작지원작,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대구의 뮤지컬 도시 브랜드를 공고히 했다. 올해 DIMF는 총 5만2664석 규모의 공연 좌석 중 3만3867명이 관람해 64.31%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장마철 개최와 개막식&축하공연 취소 등 불리한 외부 요인에도 안정적인 관객 유입을 이끌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공연은 80% 이상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높은 현장 호응을 입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본질적 가치의 구현이다. 가족 단위 관객 참여가 두드러진 가운데, 대만 가족극 ‘몰리의 매직 어드벤처’, 중국 작품 ‘판다’, ‘요술이불’ 등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무대를 장식하며 문화적 포용성을 확장했다. 이로써 DIMF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글로벌 관객과의 소통 창구이자 문화 교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헝가리 ‘테슬라’부터 중국 ‘판다’까지 프랑스·대만·일본·한국 총 29개 작품 창작지원 신작 색다른 매력으로 호평 관객 3만3867명, 글로벌 축제로 우뚝 △6개국 8편 공식초청작, 글로벌 문화 교류와 사회적 메시지 담은 작품들 호평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대작 ‘테슬라’는 DIMF 역사상 최초로 초청된 헝가리 작품으로,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렸 탄탄한 서사와 동유럽 특유의 웅장한 음악, 고난도 안무, 덤블링이 포함된 무대 연출로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대상까지 수상했다. 폐막작 중국 뮤지컬 ‘판다’는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국내 인기 캐릭터 ‘푸바오’의 깜짝 출연으로 관객에게 반가움과 웃음을 선사했으며, 포토타임과 관객 참여 이벤트를 통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작년 DIMF 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시지프스’는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연출과 깊이 있는 표현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콩트르-탕’은 프랑스 뮤지컬로 제2차 세계대전 속 지휘자의 삶을 클래식과 재즈, 뮤지컬, 드라마로 풀어냈다. 두 명의 배우가 섬세한 감정선과 독창적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DIMF의 글로벌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몰리의 매직 모험체험관’은 대만 가족극으로 블랙홀에 빠진 소녀의 기억 찾기 여정을 마법과 서커스로 표현했다. 비언어적 소통과 환상적 시각효과로 전 세대가 공감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로 가족 관객층의 호응을 이끌었다. ‘애프터 라이프’는 DIMF 자체 제작 창작뮤지컬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신나는 넘버와 정제된 연출로 전달했다. 일본·중국 등 해외 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작년 DIMF 3관왕 후 재공연되며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집중력으로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 대극장 규모에 맞춘 기술적 완성도가 돋보였다. ‘설공찬’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공동 제작한 지역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 소설 ‘설공찬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구 배우들의 참여로 지역 창작 역량을 증명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의 발판이 됐다. ‘미생’은 웹툰 원작의 양국 협업 작품으로 직장인의 현실을 진정성 있게 그렸다. 일본 공연 실황 영상 상영을 통해 세대와 국경을 넘는 메시지로 공감을 자아냈다. △창작지원 신작 뮤지컬 5편, 각기 다른 매력으로 주목 DIMF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보인 5편의 신작 역시 독특한 주제와 완성도로 관객과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셰익스피스’는 셰익스피어 실존 논쟁을 유머러스하게 재구성한 작품으로 여성 중심 서사와 사회적 이슈를 세련되게 녹여내 창작뮤지컬상 수상과 함께 ‘탄탄한 구성과 주제의식’으로 극찬받았다. ‘시디스: 잊혀질 권리’는 천재 수학자 윌리엄 시디스의 삶을 모티브로 인간 존엄성과 프라이버시를 탐구, LED·프로젝션 영상 등 첨단 기술로 무대 완성도를 극대화해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갱디’는 조선 시대 전쟁기를 배경으로 사탕을 매개로 한 판타지 서사. 지역적 소재와 대중적 재미를 결합해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히든러브’는 이혼 가정에서 자란 인물의 내적 치유 과정을 감성적 음악과 섬세한 연기로 표현. “팝 음악과 따뜻한 메시지가 깊은 공감을 준다”는 반응을 얻었다. ‘요술이불’은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뮤지컬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스토리와 뛰어난 팀워크로 심사위원상 수상, 정규 공연화 가능성까지 높이 평가됐다. △지역 특화 공연으로 상생 모델 구축, ‘뚜비와 달빛기사단’ 등 지역 문화 활성화 올해 DIMF는 공식초청작과 창작지원작뿐 아니라 대구 시내 구·군 지역과 연계한 특별공연을 선보이며 지역 상생형 축제 모델을 강화했다. 이는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통해 축제의 외연을 넓히고 지역 문화 생태계와의 연결을 실현하고자 한 시도의 일환이다. 수성구는 지역 캐릭터 ‘뚜비’를 주인공으로 창작뮤지컬 ‘뚜비와 달빛기사단’을, 남구는 고령층 인구 특성에 맞춘 트로트 뮤지컬 ‘내사랑 옥순씨’ 등이 지역 특색을 살린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특별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천년의 불꽃, 김유신’은 지역을 넘어 APEC 개최지 경주를 중심으로 전국 13개 도시 및 해외 순회 공연으로까지 확장되며 축제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신예 인재 발굴·175명 ‘딤프지기’의 글로벌 참여로 축제 지원 역량 강화 제19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단국대학교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본선에 진출한 9개 대학(한국 7개, 태국 1개)은 각기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였으며, 특히 참여 대학의 완성도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 175명의 자원활동가 ‘딤프지기’는 통역, 홍보, 현장 운영 등 전반에 걸쳐 활약했다. 몰타, 중국 등 외국인 참가자와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글로벌 자원활동가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디양한 부대행사와 ‘만원의 행복’으로 문화 소외 없는 축제 구현, 전국적 관심 모아 부대행사 또한 다채롭게 운영됐다. 대표 프로그램인 ‘만원의 행복’은 올해도 동성로 CGV 한일극장 앞 부스에서 전 작품 1만원에 관람 가능한 가격으로 유지돼 많은 관객이 몰렸으며 거리공연 ‘딤프린지’, ‘찾아가는 DIMF’, ‘하이터치회’, ‘백스테이지투어’, ‘팬사인회’, ‘포토타임’ 등 시민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한 ‘공연 패키지’, ‘1+1 패키지’ 등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접근 가능한 관람 기회를 통해 DIMF는 뮤지컬 관람의 문턱을 낮추며 문화 소외 없이 즐기는 축제의 방향성을 실현했다. 저렴하면서도 높은 완성도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만족도를 선사했고 이는 지역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전국적 관심과 참여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축하공연이 기상 악화로 취소되어 아쉬웠으나 DIMF 본연의 힘인 작품성과 관객 호응이 더욱 빛났다”며 “관객 신뢰로 이뤄진 축제에서 브랜드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과 신진 발굴 정체성을 유지하며 산업적 기능 확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5

‘회화, 시간을 담다’展, 경주 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서 개최

전통과 현대,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화의 시간성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경주에서 열린다. 오는 27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는 지역 전통 회화 그룹 영남한국화회의 전시 ‘회화, 시간을 담다’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50년 전통을 이어온 영남한국화회 소속 작가 26명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한국화가 시간과 어떻게 조우하고 해석 되는지 탐색한다. 영남한국화회는 한국화의 정체성과 확장을 모색해온 대표적인 회화 그룹으로, 이번 전시는 이들이 견지해온 예술적 시선이 어떻게 시대성과 만나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경주라는 유서 깊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만큼, 역사와 예술, 전통과 현재가 교차하는 의미 있는 맥락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권소현, 김보미, 김봉천, 김명식, 김조은, 김지원, 김채완, 김하균, 문은미, 박형석, 배하늬빛, 신재순, 오일심, 안태현, 여수빈, 예진영, 유혜정, 이소영, 이철진, 이하은, 장두일, 조서연, 주혜심, 천샛별, 최민규, 최정숙 등 총 2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화의 전통성과 실험성, 회화의 시간성과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포항문화재단,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을 스페이스 298(북구 중앙로 298번길 13)에서 개최한다. ‘낯선, 끌림’은 평소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감정과 관계의 흔적에 포착하며 시각예술에 매진해 온 박진영, 안성용, 최아름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으로 시민과 함께 인구 소멸과 구도심 위기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포인트다. 박진영 작가는 일상 풍경 속 심리적 결핍, 관계의 붕괴, 기억의 틈을 회화와 설치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결핍된 자리에 감정의 무게를 새기고, 사회적 기억과 트라우마를 직조한다. 안성용 작가는 인물의 시선, 일상의 흔적들로 정서의 틈을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존재와 부재, 거리감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며, 최아름 작가는 진주, 꽃, 리본 등 상징적 소재와 색채, 밀도 높은 질감으로 고립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가능성과 복원의 미학을 탐구한다. 전시 기간 중인 19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담론 프로그램 ‘열린 질문들’이 마련돼 작가들의 작품을 오늘날 지역 침체에 대한 감각과 치유에 연관 지어서 색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열린 질문들’ 참여는 구글폼을 통한 사전 신청과 현장 등록으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와 스페이스298 인스타그램(@space298_official)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이주행 P-콘텐츠산업팀장은 “‘낯선, 끌림’ 전시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감정, 도시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며 “메마른 감성의 시대에 예술이 감각을 되살리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실험적 시도이자, 지역 사회와 예술의 유기적 연계를 모색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건축·회화·조각… 장르 넘나드는 현대예술 탐구

경북 북부 최초의 1종 미술관인 안동 송강미술관이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특별기획전 ‘UNFOLD’를 개최한다. 전시는 미술관 전관을 활용해 건축, 회화, 조각 세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예술이 탐구하는 감각의 확장과 사유의 깊이를 조명한다. 총 80점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기획전은 단순한 장르 나열이 아닌, 서로 다른 매체가 교차하며 동시대 예술이 던지는 본질적 질문을 풀어내는 실험적 시도로 기대를 모은다. ‘펼치다(Unfold)’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전시 제목은 공간, 시각, 감각, 물성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고 확장되는지 탐구한다. 특히 고정된 장르 틀을 깨고, 건축·회화·조각이 상호작용하며 창출하는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송강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허브로서 현대예술의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제1전시장에서는 ‘PART 1. 건축–공간의 사유’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이소자키 아라타의 드로잉, 설계안, 판화 등을 통해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닌 철학적 사유의 장이 되는 과정을 선보인다. 콘크리트와 여백, 빛과 그림자를 매개로 공간이 어떻게 조형되고 사고되는지를 조망한다. 제2전시장에서는 ‘PART 2. 회화–감각의 확장’으로 국내외 대표 극사실주의 작가 두민, 최영, 호시 켄지의 회화 작품이 집결한다. 이들은 사진 같은 정밀함을 넘어 시간의 흐름, 감정의 층위, 입체적 상상력을 화폭에 담아낸다. 제3전시장은 ‘PART 3. 조각-물성의 깊이’로 조각가 곽동훈과 이윤복은 유리, 금속, 목재 등 상반된 재료의 물성을 탐구한다. 곽동훈은 투명한 유리에 금형을 새겨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을 시각화하고, 이윤복은 차가운 금속을 유기적 형태로 가공해 생명력과 감정을 담아낸다. 이들의 작품은 물질 자체의 물리적 성질을 넘어, 관객과의 대화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지난 2년간 지역민의 사랑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현대예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며,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미술관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전시 관람료는 일반 5000원, 단체 및 초중고 할인 3000원, 미취학 아동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백남준과 아모아코 보아포, 경주서 만나는 동서양 현대미술

경주 우양미술관이 1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0일 재개관한다. 이번 특별전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해 기획된 한국 현대미술 거장 백남준 한국미술특별전과 가나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기술과 인간, 동서양의 교차를 탐구해온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백남준 특별전:포용적 미래를 향한 기술적 유토피아 제1전시실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과 미공개 소장품 12점을 포함한 ‘2025 APEC 기념 한국미술특별전’이 열린다. 1980~90년대 백남준의 전환기 작품을 집중 조명하며, 그가 기술과 예술을 통해 추구한 ‘인류애적 연대’와 ‘포용적 미래’라는 APEC의 핵심 가치를 예술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나의 파우스트’ 연작(1989~1991) 중 ‘경제학’과 ‘영원성’, 복원 완료된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 등은 국내 최초 공개된다. 괴테의 고전적 주제를 차용한 ‘나의 파우스트’는 자본주의와 영성, 기술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하며, ‘전자초고속도로’는 세 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물리적 경계를 초월한 네트워크 사회의 가능성을 시각화하며, 초연결 시대의 소통방식을 예견한다. 또한 ‘고대기마인상’(1991)은 우양미술관 설립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서,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인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았다. 백남준은 이 유물에 ‘탈영토제국주의’ 개념을 결합해, “가장 빠른 정보 전달력이 새로운 권력의 기반이 된다”는 통찰을 몽골 기마 문화의 속도에 빗대 표현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 권력 구조를 선구적으로 읽어낸 작업으로, 기술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그의 실험정신을 응축한다. 이외에도 ‘음악 심(必)’, ‘푸가의 예술’은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의 대표작으로,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집약돼 있다.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경계를 넘어선 초상의 미학 제2전시실에서는 흙과 천을 활용한 인물 초상화로 유명한 아모아코 보아포의 개인전 ‘I Have Been There Before’가 열린다. 아시아 최초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적 경험과 미술사적 유산을 융합해 구축한 그의 독창적 화법을 조명하며, 흑인의 정체성을 단순한 피부색이 아닌 역사적 서사와 복합적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보아포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바르는 핑거페인팅 기법을 통해 인체를 조각적 형태로 재현한다. 이 기법은 회화의 평면성을 깨고 피부의 질감, 근육의 긴장, 표정의 미묘함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존재감에 압도당하도록 이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활동 기간 중, 보아포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클림트의 장식적 화려함과 실레의 강렬한 신체 표현은 그의 화면 구도와 색채 구성에 스며들었으며, 특히 흑인의 피부색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린 색면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회복의 서사를 시각화한다. 전시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마지막 공간은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와의 협업으로 설계된 이 공간은 동서양의 문화적 접점을 상징하며, 보아포의 시각 언어와 한국의 역사적 정서가 상호작용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두 전시는 각각 기술과 예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접점에서 ‘연결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담론을 공유한다. 이는 2025 APEC의 지향점인 ‘혁신적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번영’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양미술관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확장된 공간과 첨단 시설을 갖춰 관객에게 더욱 풍부한 예술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의 저력과 세계적 작가의 창의성을 동시에 만나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3

김봄소리, 韓 최초 ‘르 콩세르 드 파리’ 메인무대 선다

대구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6)가 한국 솔리스트로는 최초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맞아 파리 에펠탑 아래 마르스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야외 음악 축제 ‘르 콩세르 드 파리(Le Concert de Paris)’ 메인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크리스티안 머첼라루가 이끌며, 프랑스 텔레비지옹·라디오프랑스 등 현지 주요 방송사와 파리시가 공동 주최하는 국가적 행사다. 매년 혁명기념일에 맞춰 열리는 이 공연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꽃놀이와 함께 유럽 전역으로 생중계되는 세계적인 이벤트로 유명하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르 콩세르 드 파리’에는 김봄소리를 비롯해 라디오프랑스 합창단,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등이 출연해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이 무대는 그동안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요나스 카우프만, 피아니스트 랑랑· 다닐 트리포노프·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푸송·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빌데 프랑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거쳐간 상징적인 자리다. 이번 초청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2023년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이혁이 동일 행사에서 독주 무대를 가진 바 있으나, 당시에는 본 공연 전 프리콘서트 형식이었다. ‘르 콩세르 드 파리’ 메인 무대에 한국 솔리스트로는 김봄소리가 처음으로 초대된 것이다. 김봄소리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음대와 줄리아드 음대에서 석사 및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마치고, 뮌헨 ARD 콩쿠르·하노버 콩쿠르·몬트리올 콩쿠르·차이콥스키 콩쿠르·비에냐프스키 콩쿠르 등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지난 5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정규 2집 앨범 브루흐 & 코른골트를 기념해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독일·한국·대만 등에서 순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공연 이후에도 스위스 그슈타트의 메뉴인 페스티벌(21일, 2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8월) 무대에 차례로 설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레지던티 오케스트라의 2025/26 시즌 상주음악가로 선임돼, 8월부터 비에니아프스키·생상스·브람스·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또 올해 1월부터 폴란드 작곡가 그라지나 바체비치의 국제 예술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바체비치의 작품 ‘폴리시 카프리스’를 담은 싱글 음반도 발매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체 그라모폰과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인으로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세 번째로 이 레이블과 협업하게 됐다. 도이체 그라모폰 음반 발매는 최정상급 연주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3

“한여름 밤의 선율···영일대 해수욕장, 버스킹 축제로 물들다”

포항의 대표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과 역사적 정취가 담긴 영일대 해상누각이 13일 특별한 버스킹 공연으로 여름밤을 수놓는다. 바다와 문화가 어우러진 영일대 해상누각 앞 광장에서 총 30곡, 120분 동안 펼쳐지는 폴 인 클래타’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음악 선물을 선사할 예정이다. 13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하모니카 솔로, 클래식 기타 협주, 통기타 듀오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이 참여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오프닝 무대는 이용수 씨의 하모니카 솔로와 김대호 씨의 통기타 솔로로 문을 연다. 이어 하모니카와 기타의 따뜻한 선율이 어우러진 ‘순애보 & 바람소리’, 통기타 듀오 ‘투혼밴드’의 ‘The Boxer’, ‘웨딩케잌’ 등이 무대를 채운다. 중반부에는 클래식 기타로 ‘Serenade’, ‘Obladi - oblada’ 등이 연주되고, 관객과 함께하는 통기타 솔로 무대도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나는 행복한 사람’, ‘나는 반딧불’, ‘밤에 떠난 여인’ 등 통기타 듀오 곡과 클래식 기타 명곡 ‘The sound of silence’, ‘El condor pasa’가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마지막 무대는 ‘영일만 친구’로 모든 출연진이 함께 무대에 올라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번 공연의 특별한 무대는 폴 인 클래타 앙상블(Fall in Clatta)과 포크기타 듀오 ‘로얄젤리’가 꾸민다. 폴 인 클래타 앙상블은 2016년 대금과 피아노 전공자, 하모니카 연주자가 의기투합해 결성된 협연 연주단체로, 클래식부터 가요,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한다. 이들은 기타, 대금, 오카리나, 하모니카 등 여러 악기를 중주 앙상블 편곡으로 엮어내며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를 만든다. 포크기타 듀오 ‘로얄젤리’는 폴 인 클래타와 함께 특별 구성으로 참여해 다채로운 악기 협연을 선보인다. 직장인, 학생, 의사, 가정주부, 음악 전공 강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진 이 단체는 자체 공연 장비를 구비해 안정적인 무대를 제공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음악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임창희기자

2025-07-13

포항문화재단, 스페이스298서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 개최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을 스페이스 298(북구 중앙로 298번길 13)에서 개최한다. ‘낯선, 끌림’은 평소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감정과 관계의 흔적에 포착하며 시각예술에 매진해 온 박진영, 안성용, 최아름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으로 시민과 함께 인구 소멸과 구도심 위기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포인트다. 박진영 작가는 일상 풍경 속 심리적 결핍, 관계의 붕괴, 기억의 틈을 회화와 설치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결핍된 자리에 감정의 무게를 새기고, 사회적 기억과 트라우마를 직조한다. 안성용 작가는 인물의 시선, 일상의 흔적들로 정서의 틈을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존재와 부재, 거리감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며, 최아름 작가는 진주, 꽃, 리본 등 상징적 소재와 색채, 밀도 높은 질감으로 고립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가능성과 복원의 미학을 탐구한다. 전시 기간 중인 19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담론 프로그램 ‘열린 질문들’이 마련돼 작가들의 작품을 오늘날 지역 침체에 대한 감각과 치유에 연관 지어서 색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열린 질문들’ 참여는 구글폼을 통한 사전 신청과 현장 등록으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와 스페이스298 인스타그램(@space298_official)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이주행 P-콘텐츠산업팀장은 “‘낯선, 끌림’ 전시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감정, 도시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며 “메마른 감성의 시대에 예술이 감각을 되살리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실험적 시도이자, 지역 사회와 예술의 유기적 연계를 모색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9

‘부채 위에 그린 그림’ 선비들의 풍류와 멋

옛 선비들은 의복을 단정히 갖추고, 부채를 들지 않으면 외출하지 않을 정도로 부채를 늘 곁에 두며 소중히 여겼다. 이러한 풍속은 부채를 손에 든 문인의 모습을 담은 옛 그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비들의 풍류와 멋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 ‘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부채 위에 그린 그림’이 오는 13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대가의 선면화부터 동시대 작가의 참신한 작품까지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화 거장 이당 김은호, 심향 박승무, 소정 변관식, 일봉 서경보, 소송 김정현, 산정 서세옥, 남천 송수남 등을 비롯해 강정주, 김혜경, 홍원기 등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부채 예술의 진수를 선사한다. 특히 한유미술협회와 묵의회가 협력해 전통 선면화의 맥을 현대적 감각으로 계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부채 위에 그림이나 글씨를 담아내는 선면(扇面)은 서화첩이나 족자, 병풍과 같은 방형(方形) 화면과는 또 다른 제약과 미감을 지닌다. 단선(單扇)은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하지만, 접선(摺扇)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반원형 구조로, 그 특성에 맞는 균형 있는 구도와 표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제약된 공간 속에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선면화는 작가들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로부터 부채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우정을 나누는 상징이었다. 선인들의 글씨와 그림이 깃든 부채는 시대를 초월한 소통의 도구로 기능해왔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과 현대 예술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무더위 속 서늘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적 대화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8

‘썸머나이트’ 추억의 여름밤 댄스 열기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최하고 (재)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8월 기획공연에서 1990년대 댄스 음악의 아이콘들이 경주의 밤을 끄겁게 달군다. 오는 8월 27일 오후 8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리는 ‘2025 썸머나이트’ 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열정과 추억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1990년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 세대가 온몸으로 체험하고 가슴 깊이 간직한 문화적 르네상스였다. 이번 공연은 그 시대의 숨결을 오롯이 재현하며, 현진영, R.ef, 영턱스클럽이 차례로 오르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 강렬한 비트와 카리스마를 선사할 현진영은 무대의 포문을 열며, 이어 ‘찬란한 사랑’으로 세련된 댄스 팝의 정수를 보여줄 R.ef가 90년대 감성의 정점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정’과 ‘타인’ 등 히트곡 메들리로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영턱스클럽이 합류해 그때 그 시절의 열기를 생생히 환기시킬 전망이다. 이번 공연은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MZ 세대에게는 신선한 레트로의 매력을 전달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장을 펼친다. 특히 라이브 무대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쉼 없이 터져 나오는 히트곡의 향연은 관객 모두를 한여름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경주문화재단 측은 “‘2025 썸머나이트’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티켓 예매는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 및 티켓링크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1588-4925)로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7

정명훈·예핌 브론프만… ‘거장의 세계로’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가 올 하반기 시즌을 맞아 정명훈, 예핌 브론프만 등 세계적 거장들이 참여하는 기획공연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하반기 무대는 상반기 호평에 이어 클래식 애호가부터 입문자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공연장으로서의 독보적 입지를 재확인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번 기획은 정통 클래식 명연주부터 접근성 높은 입문형 공연까지 폭넓게 구성돼 눈길을 끈다. 지휘자 정명훈의 압도적 해석과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혁신적 연주는 물론, 지역 예술계와 협업한 특색 있는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우선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대표 기획 프로그램 ‘명연주 시리즈’를 통해 깊이 있고 견고한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오는 9월 20일에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예핌 브론프만의 국내 첫 리사이틀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11월 22일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리사이틀이 이어져 명연주 시리즈의 무게감을 더할 예정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정명훈이 만드는 실내악 콘서트다.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감독에 선임된 그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올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지안 왕, 비올리스트 디미트리 무라스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11월 23일 펼쳐질 이 공연은 다채롭고 풍성한 앙상블의 진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음악으로 시대를 말하고, 연주로 마음을 울리는 ‘The Masters’의 하반기 공연은 8월 부부 연주자인 첼리스트 채희철과 피아니스트 어수희가 듀오 리사이틀로 문을 연다. 이어 10월에는 시벨리우스 콩쿠르와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 유수의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무대에 오른다. 11월에는 폭발적인 기량과 음악성으로 주목받는 젊은 거장, 임주희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기다리고 있다. 12월에는 깊이 있는 연주로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무대에 올라, ‘The Masters’ 시리즈 유종의 미를 더한다. ‘클래식 ON’ 시리즈도 매월 2회 공연된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지난해 3월부터 선보여온 지역 예술인들과 협업해 기획한 클래식 대중화 프로젝트로서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펼친다. 역량 있는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 출연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며 예술인의 자생력 강화를 돕는다. 성악, 작곡, 실내악, 기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인을 조명하며, 클래식의 저변 확대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의 정체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8월 19일, 대구를 대표하는 바리톤 김지욱, 박정환, 박찬일, 오승용의 성악 공연을 시작으로, ‘앙상블 이덴티테트’, 작곡가 남정훈·김민지, ‘앙상블 포르테즈’, 바리톤 노운병, ‘앙상블 솔’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음악인의 무대가 연이어 펼쳐질 예정이다. ‘클래식힙(Classic HIP)’ 트렌드를 반영한 공연도 준비했다. 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클래식을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예술인과 협업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와 합리적인 가격의 공연을 선보인다. 클래식 작곡가의 삶과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렉처 콘서트 ‘컴포저 하이라이트’, 낮 시간대 로비에서 매 회차 주제를 달리해 50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공연 ‘인터미션’ 시리즈로 지역의 신진 음악가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25년 대구콘서트하우스 하반기 기획공연의 예매는 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며, 공연·예매 관련 자세한 정보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cconcerthouse.or.kr) 및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7

알리스 사라 오트 ‘대구 첫 리사이틀’

'맨발의 연주’로 클래식 음악계에 파격을 선사해온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6)가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달서아트센터의 대표 기획 공연인 DSAC 시그니처 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그녀의 첫 대구 무대이자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오트는 신발을 벗은 채 피아노 앞에 서는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무대에서 관객과 즉흥적으로 소통하며 전통적 연주 형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아 왔다. 일본계 독일인인 그녀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15년간 협업하며 누적 5억 회의 스트리밍 기록을 세운 세계적인 예술가다. 특히 최근 발매한 존 필드 야상곡 전곡 앨범 ‘Field: Complete Nocturnes’는 애플 뮤직 클래식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그 예술적 성과를 입증했다. 리스트가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 앞에서 우연히 신발을 벗은 경험을 계기로 ‘맨발의 피아니스트’로 불리게 된 그녀는 고정된 연주 관행을 넘어선 진보적 태도와 자유로운 무대 매너로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춰왔다. 2019년에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오히려 연주자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음악과 삶을 함께 끌고 가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1부와 2부에 걸쳐 존 필드와 베토벤의 주요 작품이 조화를 이루며 구성된다. 필드의 녹턴에서는 간결한 구조 안에 담긴 애절한 정서와 고요한 감성을 풀어내고,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에서는 극적인 전개와 내면의 깊이를 드러낸다. 특히 베토벤 ‘소나타 제19번’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섬세한 표현이, ‘제30번’에서는 낭만적인 정서와 대담한 해석이 돋보이며, 리사이틀의 대미를 장식할 ‘월광 소나타’에서는 전례 없는 강렬함과 서정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 3악장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관객에게 극한의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6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 기획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展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금강산의 자연미와 민족정신을 담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 및 아카이브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한반도의 상징적 공간인 금강산의 의미를 되새긴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7월 1일부터 6일까지 A관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전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를 개최한다. 금강산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한민족의 정서와 역사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45년 만에 시작된 1998년의 금강산 관광은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으나, 2008년 중단된 이후 현재는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금강산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며, 전통 회화의 맥을 잇고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1910년대 금강산을 여행하며 제작된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삼선암’과 ‘금강산의 화가’로 불리는 소정 변관식( 1899∼1976)의 ‘외금강 삼선암’, ‘진주담’ 등을 통해 금강산의 힘차고 굳센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 변관식은 평생 금강산을 ‘자신을 지켜준 힘의 원천’이라 여겼고,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일생 동안 금강산을 그렸다. 청전 이상범(1897~1972)은 1940년경 동아일보를 사직한 후 금강산 기행을 통해 암울했던 마음을 달랬으며, 금강산의 실경을 담아 지역의 아름다움을 남겼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만이천봉 금강산 24승’은 삼선암, 총석정, 명경대, 유점사 등 금강산의 명소 24곳을 담은 화첩으로, 이상범 특유의 부드러운 화풍이 돋보인다. 화첩을 펼쳤을 때 총 길이 약 7m에 달하는 대작으로 사생풍의 사실적인 묘사와 맑고 투명한 담채의 효과가 특히 돋보인다. 북종화 계통의 화가로서 한국 풍속화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이당 김은호(1892~1979)의 ‘금강하적’은 1940년대 제작된 수묵화로, 한국 산천에서 받은 감흥과 미감을 민족미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월북화가 청계 정종여(1914~84)의 ‘보덕굴’은 사실적 산수화로 금강산의 비경을 담았으며, 박생광의 ‘금강산 8폭 병풍’은 동양화 재료로 서구적 조형방식을 수용한 전위적 시도가 돋보인다. 일본화가 토미오카 텟사이는 일본의 메이지, 다이쇼시대 문인화가로 일제강점기 금강산을 기행하며 그린 ‘금강산도’를 이번 전시회 선보일 예정이다. 1998년 금강산 관광 재개 이후에는 남한의 화가들이 직접 금강산에 올라 절경을 화폭에 담았다. 대표적으로 소산 박대성의 100호 대작 ‘삼선암’과 약 6m 길이의 ‘금강산 사계’는 금강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송필용, 권용섭의 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북한 화가 최원수의 ‘금강산 삼선암’도 화려한 색채로 삼선암 절경을 담았다. 이 외에도 취봉 이종원, 추강 이형섭의 작품과 민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금강산 풍경 엽서 30여 종, 관광 안내도, 현대아산이 제작한 금강산관광 안내 책자 등 다양한 자료들도 전시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장대한 구도와 표피적 묘사, 물성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그려진 금강산은 오랜 세월 한민족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며 “이번 대백프라자갤러리 특별기획전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는 시각예술의 관점에서 금강산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1

‘의자’ 통해 자아·기억·치유의 서사 입체적으로 풀어내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대구아트웨이가 쇼룸 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릴레이 개인전 ‘월간범어’의 네 번째 작가로 조각가 이상헌의 ‘내재된 기억: 조각가의 의자’를 오는 7일부터 31일까지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에서 개최한다. 아트웨이는 지난 4월부터 쇼룸과 공방 스튜디오 16개를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월간범어’는 쇼룸 스튜디오에 입주한 예술인들을 매월 한 팀씩 집중 조명해 기획전시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9명의 작가들이 4월부터 12월까지 릴레이 전시를 이어가며, 주로 시각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약 1년간의 입주 기간 동안 개인전 개최, 평론가 매칭,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7월의 작가 이상헌은 20여 년간 ‘의자’를 중심 소재로 작업해온 조각가로,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오브제에 투영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자’를 통해 자아, 기억, 치유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 펼쳐진다. 첫 번째 방에는 대형 조각품의 일부인 ‘팔’과 ‘거대한 손’이 설치된다. 관람객은 실제로 손 위에 앉아 자신이 기억하는 ‘의자’에 대해 떠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의자라는 오브제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번째 방에는 향나무 톱밥이 깔린 바닥 위에 2m 20cm 높이의 비정형 목조 의자가 놓인다. 이는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아의 형상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과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적 오브제다. 작가의 작품에는 유년 시절에 느낀 외로움과 상실, 불안정한 가정환경, 병을 이겨낸 경험 등이 담겨 있으며, 변형된 의자와 왜곡된 인체 형상은 그 기억의 잔재이자 미래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작가는 나무를 깎는 고된 노동의 과정을 ‘사유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 자신과 관객의 감정이 교류・치유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조각을 통해 삶의 서사와 내면의 기억을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나무라는 재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아와 감정의 흔적을 새기는 그의 작업은 관객의 깊은 공감과 감성을 이끌어낸다. 오는 11일과 25일오후 4시에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전시 공간의 손 조형물에 앉은 관람객들은 자신의 기억 속 ‘의자’에 대한 짧은 글을 작성해 전시장 벽면에 붙이며, 작품과 자신의 기억을 연결하는 정서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변화하는 예술 언어… ‘6 Sense –사진, 그 표현의 경계를 넘어’展

포항의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포항에서 ‘6 Sense–사진, 그 표현의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의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배재대학교 광고사진영상학과 여섯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 작품 발표를 넘어, 사진이 시대와 기술, 사회와 예술 사이에서 어떤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포항 손진국 관장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그동안 지역 사진예술 발전을 위해 애써온 갤러리포항이, 포항 시민들에게 더 넓고 깊은 사진의 세계를 선보이기 위해 학문적 기반과 예술 실천을 함께 겸비한 교수진을 초대함으로써 마련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교수들은 각기 다른 전공과 작업 세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사진의 언어와 지향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오세철 학장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사진 형식성과 영상미학을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빛과 프레임,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사유하게 한다. 하승용 학과장 교수는 도시의 기록자다. 공학적 사고와 디지털 이미지를 결합해 우리 주변의 변화와 흔적을 시각화한다. 김명관 교수는 빅데이터와 사진의 접점을 탐색한다. 복잡한 정보 속에서 시각적 질서를 찾아내는 그의 작업은 사진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 윤석환 교수는 과학수사학을 바탕으로 이미지 분석과 영상증거 해석을 연구해왔다. 그의 사진은 기술과 진실, 감성과 논리 사이의 균형을 묻는다. 유성근 교수는 상업사진의 현장에서 감성과 메시지를 포착한다. 진심 어린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도협 교수는 AI 생성 이미지에 주목한다. 인공지능과 실사 이미지 사이의 경계,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 인식의 변화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실천을 해온 여섯 명의 교수들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6 Sense’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대화를 구성한다. 오는 2일 오후 6시30분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작가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진행될 예정이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이번 전시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본질을 되묻고, 그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여섯 명의 시도이자 성찰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 변화하는 예술 언어에 관심 있는 이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의 자극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4인 김환기·박수근·이중섭·장욱진 경주서 특별한 ‘첫 동행’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경주에찾아온다. 오는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 5개 주요 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규모 전시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선구자인 네 명의 거장들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자리로, 각기 다른 화풍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김환기의 추상적 세계, 박수근의 소박한 일상의 미학, 이중섭의 강렬한 표현력, 그리고 장욱진의 순수한 동심이 어우러져 한국 미술의 독창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각 거장의 작품은 독특한 개성과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며,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한국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의 소장품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총 90여 점이 경주에서 최초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한수원,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해 준비됐으며, 한국 근현대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예술을 통한 문화적 교류의 아름다운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예매는 티켓링크 및 전시장 현장에서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4

돌판에 아로새긴 ‘망자의 삶’

오랜 세월 돌에 새겨진 역사를 살펴보는 석각 탁본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지난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중국의 한 박물관에서 기증받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증특별전 ‘만세불후(萬世不朽)-돌에 새긴 영원’을 개최 중이다. 지난해 중국 섬서한당석각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남북조시대부터 당나라에 이르는 석각 자료 탁본 58건 75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물은 묘지문 탁본과 토용 5건 7점을 포함해 모두 63건 82점이다. 섬서성 서안시에 위치한 중국 제일의 민영박물관인 섬서한당석각박물관은 다양한 고대 석각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묘지명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고인의 이름과 생애를 기록한 묘지명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당시 사회의 가치관과 질서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사적 단서임을 강조한다. 탁본은 원본 손상 없이 정밀한 판독이 가능해 오래전부터 금석문 연구에 널리 활용됐다. 특히 원본을 직접 옮기기 어려운 경우에 그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공유를 위한 중요한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세상을 담다’는 중국 남북조시대(386~589)의 정치적 상황과 종교적 배경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한 분열의 시기이자 불교가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된 종교적 전환기이기도 했다. 이민족 왕조가 한족 문화에 동화되며 묘지명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형식과 내용이 정형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2부 ‘이야기를 새기다’는 묘지명의 제작 목적과 역할, 내용 구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묘지명을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는 일은 장례 의례의 일부였으며, 후대에는 예제(禮制)로 정착했다. 또한 무덤의 유실을 우려해 이름과 가계, 사망 및 장례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했다. 묘지명의 글을 쓴 ‘서자(書者)’와 묘지명의 글을 지은 ‘찬자(撰者)’의 존재는 묘주와 주변 인물 간의 사회적 관계망을 드러낸다. 묘지명은 단순한 비문을 넘어 삶의 방식과 기억의 형태를 집약한 시대의 기록물 역할을 했다. 3부 ‘일생을 쓰다’는 8세기 이후 제작된 묘지명을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이를 구성하는 시대와의 관계를 조명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 시대의 혼란을 피해 은거한 인물들의 묘지명을 통해 당시의 정치·사회적 격동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전시품의 다양한 서체는 글자를 예술로 승화한 고대 서예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서예는 단순한 문자를 쓰는 행위를 넘어,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수양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은 대체로 판독성이 뛰어난 해서나 예서가 대부분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묘지명 다수는 해서로 새겨졌다. 전시품을 통해 확인한 해서의 특징은 단정한 자획 속에서도 필획의 유연함과 생동감을 잃지 않는 데 있으며, 이는 안진경(709~785)과 같은 명필들이 주도한 서풍과도 맞닿아 있다. ‘구양씨 부인 묘지’는 당(618~907)의 명필 구양순(557~641)의 손녀 묘지로, 지석에 새겨진 예서가 특히 주목된다. 살이 찐 듯한 획과 유려한 운필, 장식적인 마무리는 예서 특유의 고전적 품격을 잘 보여준다. 또한 ‘조선과 부인 왕씨 부부 묘지명’은 부인이 왕희지의 후손임을 명시하며, 단순한 가계 소개를 넘어 당대 명필에 대한 존경과 문화적 위상을 함께 보여준다. 개석에는 권위와 상징성을 지닌 전서가 사용돼, 묘지 전체에 장식성과 격조를 더하고 있다. 전시품들을 통해 전서체의 변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특별전 연계 강연(7월 4일)을 비롯해 큐레이터와의 대화(7월 16일, 7월 30일, 8월 13일), 묘지명 탁본 체험(7~8월 중 매주 토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상세 일정은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지된다. 김규동 대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묘지명을 매개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을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고 서체와 문장을 통해 고대 중국의 서예문화의 흐름도 함께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4

‘제19회 DIMF 개막식 & 축하공연’ 강한 비바람으로 인한 안전 우려로 부득이하게 전면 취소

21일 오후 6시 30분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9회 DIMF 개막식 & 축하공연’이 이날 집중호우가 예보됨에 따라 전면 취소됐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21일 새벽부터 밤까지 대구 지역에 30~80mm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강한 비(많은 곳은 100mm 이상)가 집중될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관객과 출연진, 스태프 등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부득이하게 개막식 및 축하공연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어 “다만, 예정됐던 향후 공연 및 부대행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고 안내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들과 신예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갈라콘서트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와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현장 안전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취소됐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DIMF의 가장 큰 행사인 개막식 및 축하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시민여러분과 뮤지컬 팬들께 깊은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안전한 축제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1

포항의 명소들을 담은 ‘한시’ 성악·기악·국악으로 만난다

오는 21일 오후 4시30분 포항 초곡장로교회에서 포항지역 예술가들로 구성된 알스노바(Ars Nova·단장 이항덕) 종합예술단의 특별 공연 ‘한시, 포항을 노래하다’가 열린다. 이 공연은 포항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고려와 조선 시대의 한시를 소재로 한 창작곡들이 성악, 기악, 국악 등 전문 연주자들의 다양한 연주로 발표된다. 알스노바 종합예술단은 2022년부터 ‘포항한시 창작가곡’ 프로젝트를 통해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공연은 그 다섯 번째 무대로, ‘포항한시’ 창작 가곡 중 6곡과 새로 작곡된 1곡이 선보여진다. ‘포항한시’는 1300여 편에 이르며, 이들 작품은 학산, 남빈, 죽도, 형산강, 내연폭포, 월포바다, 영일만 등 포항의 명소들을 노래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감을 더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내 최초로 지역명이 포함된 한시만을 소재로 한 가곡들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자리다. 백소영, 김지원, 윤재덕, 남지영 작곡가의 곡들이 연주되며, 특히 서울 활동가인 남지영 작곡가는 조선 후기 갈암 이현일의 시 ‘내연산에서 노닐며’를 가곡으로 재탄생시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수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포항YMCA 가곡반 ‘하모닉스’가 찬조 출연해 익숙한 명가곡들을 함께 부르며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또한, 테너 안혜찬, 소프라노 이항덕, 소프라노 안영, 테너 윤선구, 보컬 김광수 등 프로 연주자들이 참여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밀 계획이다. 피아노 반주는 최희정과 이고운이 맡으며, 플루트 변예슬, 바이올린 서혜원, 첼로 이주경, 가야금 김아름낭의 기악 반주가 더해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기대하게 한다. 이항덕 단장은 “이번 연주는 포항의 산업도시 이미지 뒤에 가려진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할 기회”라며 “성악, 기악, 국악 등 다양한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연주를 통해 포항의 풍경과 역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8

시내버스 노선 따라 담은 포항의 속살

포항은 지리적 경계를 초월해 바다와 산업, 산과 평지가 어루러져 다채로운 풍경과 독특한 온도를 품고 있는 도시다. 이와 같은 특별한 배경 속에서 포항예술진흥원(원장 정광수)은 개원 6주년을 맞이해 ‘사진공감’ 기획전을 마마련했다. 이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열리며, ‘삶의 궤적을 따라 달리는 작은 풍경들’이라는 주제로 도시의 다층적인 삶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는 권일영, 권태철, 김은희, 김윤희, 노홍기, 윤용희, 이은진, 임승희, 정광수, 허미숙, 황정희 등 총 11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해 50여 점의 흑백 및 컬러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내버스 노선을 선택해, 그 노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단순히 버스와 승객만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치는 풍경, 멈추는 순간, 그리고 스치는 감정들을 포착해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보다 더 상징적이고 간접적인 시선을 추구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멈춘 발끝,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버스 안에서의 우연한 침묵 같은 장면들이 포착돼 도시의 정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전달한다. 정광수 포항예술진흥원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포항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과 공간, 시간과 기억의 교차점을 시각적으로 아카이빙하는 작업"이라며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도시와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닌 도시의 감정과 리듬을 감각적으로 되새기는 사진적 시도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잊혀져가는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종종 잊히는 우리의 존엄성과 생명력 넘치는 삶···. 우리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되새깁니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풍경들이 지닌 낭만과 여유,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포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작가 모임인 포스(Phos)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17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포항에서 제22회 회원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스는 매년 독특한 주제를 선정해 작품 전시회를 열어 지역 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유명 사진 단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영국, 박원근, 조상우 등 3명의 회원과 지도 고문인 김훈 사진작가가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촬영한 29점의 흑백 및 컬러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각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로 작품을 구성했다. 강영국 사진작가는 ‘이어질 것만 같던 길’이라는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억의 여정을 담아낸다. 그는 잊혀진 공간들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며, 특히, 포항 작은굴의 터널을 담은 사진은 낮은 천장과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굴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동시에 세상과 비켜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박원근 사진작가의 ‘숭혜전 춘향대제’는 신라 왕들을 기리는 제례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시대를 초월한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제삿날의 추억을 바탕으로, 농경사회부터 디지털 문명까지 변화하는 삶의 양식 속에서도 제례 문화의 본질을 강조하며 이를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으로 여긴다. 현대 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 소통의 온기를 포착한 조상우 작가의 ‘Red Box’는 오래된 나무 우체통과 붉은색 우편함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조 작가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전하는 마음과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는 소통의 가치를 조명한다. 김훈 사진작가의 ‘메타픽션’은 일상 속 서사를 포착해 삶의 단편을 이야기로 엮어낸다. 출근길 풍경, 친구와의 대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모두 사진속에 녹아들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는 메타픽션 기법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삶의 단편에 무의식 속 허구를 더해 사진이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서사의 숨결을 담도록 한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와 기억, 메모도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재해석된다. 그리스어로 Photo의 어원이자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Phos(포스)는 2002년 포항에서 사진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이 단체는 자체 개발한 교재를 활용해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원들이 사진가로서 필요한 기본 촬영, 현상, 인화 기술을 익히고, 각자의 작품세계를 통해 독자적인 개성을 탐구하며 현대사진의 올바른 이해와 사진의 표현 방법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 회원전과 강연회, 동아리 교류전 등을 개최해 자기 발전과 창작활동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자연을 바라보는 세 작가 ‘사유의 여정’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기획전 ‘Bongsan Open Space 2025’ ‘작은 자연에서 시작된 세 사람의 이야기’ 전을 지난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1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전시공간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및 미술 단체의 우수한 작품을 소개한다. 대구 화단에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각기 독창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해석하고 표현해온 남학호, 이영철, 신재순 세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세 작가의 감성적 탐색과 사유의 여정을 담은 이 전시는, 자연과 예술, 인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의 여정을 제안한다. ‘작은 자연에서 시작된 세 사람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는, 자연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세 작가가 어떻게 각자의 고유한 화풍과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남학호 작가는 조약돌과 나비라는 자연의 미세한 존재들을 통해 삶의 본질과 철학적 상징을 탐구하며, 신재순 작가는 원시적 자연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생명의 에너지와 자연의 숭고함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이영철 작가는 사랑과 동심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시켜 따뜻하고 서정적인 회화 세계를 펼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주제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 속에는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가 공통된 흐름처럼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형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지난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며 마주한 낯선 땅의 자연과 풍경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봉산문화회관 측은 “작품 속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정서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울림을 경험케 하며, 자연을 예술로 재해석한 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다가서는 여정을 제안한다”며 “‘나’라는 존재를 자연과 함께 다시 바라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깊은 예술적 사유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발레 거장’ 대표작 한 무대서 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이 세계적인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Jirí Kylián)의 명작들을 대구에서 선보인다. 오는 21일 오후 5시와 22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리는 ‘킬리안 프로젝트(Kylian Project)’는 화려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립예술단체 지역전막공연사업’의 일환으로, 국립발레단과 대구문화예술회관이 함께 준비한 뜻깊은 무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이 대구를 방문해 세계 무대에서 찬사를 받아온 이어리 킬리안의 대표작 세 편을 소개한다. ‘킬리안 프로젝트’는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세 작품, ‘FORGOTTEN LAND’, ‘FALIING ANGELS’, ‘SECHS TÄNZE’로 구성된다. 인간과 자연, 여성성과 사회,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를 조명하는 이 세 작품은 단순한 춤의 아름다움을 넘어 깊이 있는 철학과 메시지, 그리고 실험적인 무대 언어로 감각을 사로잡는다. 벤자민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에 맞춰 안무된 ‘FORGOTTEN LAND’는 인간과 땅과 존재, 역사,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파괴와 희망을 주제로 한다. ‘FALIING ANGELS’는 8명의 여성 무용수를 위한 작품으로 여성성과 직업, 소속감과 독립심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SECHS TÄNZE’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맞춰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시대적 어려움을 풀어낸 작품으로, 킬리안의 재치와 유연한 감각이 빛나는 무대다. 이번 공연에는 일반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해설 프로그램인 프리 클래스(Pre-class) ‘비포 더 킬리안 프로젝트(Before the Kylian Project)’를 함께 운영한다. 매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에 진행되는 이 클래스에는 국민일보 선임기자이자 공연 칼럼니스트인 장지영 기자가 직접 강연을 맡는다. 프리 클래스에서는 이어리 킬리안의 예술 세계, 각 작품의 배경과 안무 특징 등 공연 관람에 필요한 전반적인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발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공연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참가는 무료며, 유선을 통해 사전 신청이 가능하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은 이어리 킬리안의 명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무대는 클래식 발레를 넘어 새로운 감동을 전할 것이다. 예술의 도시 대구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모던 발레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6

‘토니상 6관왕 콤비’의 서막 DIMF가 열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에서 뮤지컬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한 윌 애런슨(작곡)과 박천휴(작사·극작) 콤비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지원사업에서 발굴된 작품인 ‘번지점프를 하다’의 2012년 공연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당시 DIMF 이사장은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고(故) 강신성일이었다. DIMF가 국내 최초로 추진해오고 있는 이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활성화와 시장 확대를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됐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의 성과가 인정받는 이 순간 DIMF는 둘의 시작을 함께한 동반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창작자 윌 애런슨과 박천휴 콤비의 시작이 DIMF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들이 함께 성장하며 세계적인 성공에 이른 지금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창작자들의 ‘첫 만남’과 ‘첫 무대’를 만들고 지원할 것”이라 전했다. DIMF 측에 따르면 윌 애런슨은 DIMF와의 인연이 특히 깊다. 그는 2008년 제2회 DIMF 창작지원작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의 작곡가로 데뷔했으며 창작지원작 중 대상 격인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이후 DIMF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2009년 뉴욕뮤지컬 페스티벌(NYMF)에 초청됐고, 최우수 뮤지컬상(Outstanding New Musical)과 최우수 연기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DIMF 측은 “이번 토니상 수상은 두 창작자의 탁월한 역량과 오랜 협업의 성과이자 그들이 꾸준히 창작의 기반을 다져올 수 있었던 다양한 무대와 기회들의 여정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DIMF 역시 이번 수상으로 그들의 여정의 한 장면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자 자양분이 되었다”며 “이후 두 사람의 협업은 ‘어쩌다 해피엔딩’까지 이어지며 브로드웨이에서 찬란한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DIMF는 ‘더 픽션’(제11회 창작지원작), ‘블루레인’(제13회 창작지원작), ‘톰 아저씨’(제13회 창작지원작), ‘YOU&IT’(제13회 창작지원작), ‘프리다’(제14회 창작지원작) 등 국내 유수의 창작작품들을 발굴해왔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고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며 한국 뮤지컬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 온 DIMF는 꾸준한 성과와 창작 생태계 확대의 흐름 속에서 약 20년간 한국 창작뮤지컬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으며, 차세대 창작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팅과 안정적인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국립뮤지컬콤플렉스’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머지않은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섬세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1

대구문예회관, 13일 ‘다니엘 베르스타펜 피아노 리사이틀’

벨기에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다니엘 베르스타펜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다니엘 베르스타펜은 클래식한 우아함과 현대적인 스타일을 겸비하고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최근 전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엑스포에서 벨기에 국왕과 여왕을 위한 공연을 진행했으며, 안드레아 보첼리,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과 무대를 함께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월드투어 기회를 통해 미국의 케네디 센터, 카네기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미주, 유럽, 주요 도시 및 공연장에서 공연했으며, 2025년에는 벨기에 아스트리드 왕세자비와 함께 인도 뭄바이 JIO 월드 센터 특별공연 및 일본 오사카 월드 엑스포에 초청되며 아시아로 커리어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라흐마니노프, 바흐, 차이콥스키, 그리그의 클래식 명곡들을 다니엘 특유의 시네마틱한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시작된다. 이어지는 무대는 ‘Breathe’, ‘Momories of Soul’,‘Raindrops’ 등 그의 대표 앨범인 ‘Reconnection’에 수록된 자작곡들로 깊은 사색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0

포항서 만나는 ‘민화’의 아름다움과 매력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오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간 포항을 대표하는 민화 작가 4인의 기획 초대전 ‘달빛 사방(四方)’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포항시 남구 일월동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내 귀비고 일월영상관에서 열리며, 이 공간이 7월 14일부터 포항시립박물관 수장고로 전환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전시다. 포항의 대표적 설화인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이야기로,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기획됐다. 귀비고는 세오녀가 직접 짠 비단을 보관하던 창고를 의미하며, 포항시는 이를 문화창고로 재탄생시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항 지역의 민화 문화를 이끄는 이정옥, 신동옥, 문수산나, 손정원 작가의 작품 6점이 소개된다. 이들은 각각 해와 달을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그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모습을 통해 전시 공간을 채우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네 명의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민화의 발전과 예술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중진들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정옥 작가는 50여 년간 민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녀는 전통 도상을 재현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민화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했으며, 옻채화 전통을 되살리고 현대적 설치 작업으로 민화를 재탄생시키는 등 민화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평면 전시와 바닥면을 이용한 전시 기법을 통해 해와 달 등 다양한 형상의 부채 작품과 여러 부채를 조합해 표현한 새로운 형태의 설치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전시 제목 ‘달빛 사방(四方)’은 민화라는 전통 예술 형식이 네 명의 작가를 통해 다채롭게 확장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방(四方)’은 공간적 확산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들의 상징성을 나타낸다. 이들은 조선시대 궁중 회화인 ‘일월오봉도’를 모티브로 해, 해와 달, 다섯 봉우리의 전통적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월오봉도’는 궁중민화로,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세부 묘사가 특징이다. 흰 달과 붉은 해가 좌우에 배치되고, 다섯 개의 바위산 봉우리가 중앙에 위치하며, 폭포수와 소나무가 그림의 생동감을 더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산수화를 넘어 강한 상징성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왕권의 상징으로서 왕이 임석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빛나는 역사와 미래를 함께 담은 전시로, 민화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널리 알리고, 귀비고의 고유한 가치와 역사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0

공연·전시계 소식

경주 전시 <2025 ‘공유 앤솔로지’ : 물로 그린 우리들의 마음-소나기전>(6월 10~6월 22일)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지역예술인 지원 사업인 ‘공유 앤솔로지’ 세 번째 전시로 ‘물로 그린 우리들의 마음-소나기’라는 주제로 열리며, 수채화 작가 주순탁, 배영옥, 장현분의 작품 60여 점이 선보인다. ‘소나기’는 ‘소중한 나의 그림 이야기’의 줄임말로, 산책길의 소외된 풍경이나 일상의 소소한 감동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 이들은 가을 들녘, 호숫가의 찔레꽃, 꽃다발 속 꽃 등을 수채화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감성을 담아낸다.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스페이스│입장료: 무료│문의: 054-777-2944 안동 클래식 ‘6월 브런치 콘서트 피아니스트 김용진의 클래식하는 남자들의 수다Ⅱ - The Saxophone’ (6월 11일 오전 11시) 문화예술의전당 백조홀 │입장료: 전석 2만원│문의: 054-840-3600   전시 <제1회 훈민정신 세계화 대전> (6월 10~15일) 34갤러리,35갤러리│입장료: 무료│문의: 010-8904-0310 세종대왕의 훈민정신 세계화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미술문화의 창달을 고취시켜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제1회 훈민정신 세계화 대전’ 입상작품을 전시한다. 대구 클래식 <대구시립교향악단 제516회 정기연주회> (6월 1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립교향악단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영웅’을 주제로 정기 연주회를 연다. 백진현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두 곡이 연주된다. 첫 번째 곡은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으로, 민중 영웅의 익살스럽고 반항적인 모습을 그린다. 두 번째 곡은 ‘영웅의 생애’로, 예술가의 삶과 고뇌, 승리를 다룬다. 이 두 작품은 모두 100여 명의 연주자가 참여하는 4관 편성의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며, 고난도 연주 기량과 풍부한 표현력이 요구되는 슈트라우스의 대표작들이다.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입장료: 1만원~3만원│문의: 053-430-7765  전시 <대구미술관 기획 소장품 하이라이트-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 (2026년 1월 25일까지)  대구미술관의 부속동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로, 새로운 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총 15점의 작품이 소개되며, 미야지마 타츠오, 비아 레반도프스키, 이우환, 곽훈, 리처드 롱, 권부문 등 10인의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시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의 자각과 성찰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탐구한다. 대구미술관 6전시실(부속동)│문의: 053-430-7500  전시 <박물관 휴르 기획 특별전-부엉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6월 3일~10월 31일)   이번 전시는 부엉이의 생태적 가치와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특별전으로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포함한 5종의 부엉이 박제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부엉이의 실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또 전시기간 동안 부엉이 생태를 주제로 한 특별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박물관 휴르 1층 특별전시장│문의: 053-759-3902    /박정은 객원기자

2025-06-09

금난새와 함께 감미로운 클래식 향연 속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기획 공연인 브런치 콘서트 ‘금난새의 11시 데이트’가 10일 오전 11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금난새의 11시 데이트’는 음악을 통해 여유로운 오전을 선사하는 공연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지휘자 금난새의 깊이 있는 해설이 더해져 클래식 음악의 재미를 더욱 쉽게 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금난새의 지휘를 필두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3번 K.138’로 문을 연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가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연주하며 계절을 앞서 만나는 감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오페라 ‘카르멘’의 대표 아리아 ‘하바네라’와 ‘세기디야’는 메조 소프라노 이재영의 깊은 음색으로 풍성한 성악 무대를 완성한다. 현악과 현대음악도 놓칠 수 없다.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12번인 ‘아메리카’ 2악장, 브리튼의 ‘심플 교향곡 Op. 4’의 4악장이 연주되며, 반도네오니스트 김종완이 협연하는 갈리아노의 ‘클로드를 위한 탱고’, 첼리스트 최아현과 피아니스트 찰리가 함께하는 포퍼의 ‘헝가리안 랩소디’를 통해 다양한 무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금난새의 11시 데이트'는 여유로운 오전 시간, 감미로운 클래식으로 삶의 여백을 채우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마티네 콘서트 시리즈가 계절의 감성과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소중한 무대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