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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20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티켓 오픈…국내외 8개 대학 경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이끌 대학생 공연예술인들의 경연 무대인 ‘제20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티켓 예매를 시작한다. 올해는 DIMF와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 나란히 20주년을 맞는 해로, 국내외 대학생 공연예술인들이 실전 무대 경험을 쌓고 관객과 만나는 대표적인 등용문으로서 의미를 더한다. 이번 본선에는 백석예술대학교, 계명대학교, 중국 사천문화예술대학교, 단국대학교, 예원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대구과학대학교, 백석대학교 등 국내외 8개 대학이 참가한다. 참가팀들은 문학, 신화, 시대극, 창작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기량을 겨룬다. 본선 경연 결과는 축제 마지막 날 열리는 DIMF 어워즈에서 발표된다. 단체상 최고상인 대상 수상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되며, 우수 참가자에게는 개인상이 주어진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운영된다. 백석예술대학교의 ‘작은 아씨들’, 계명대학교의 ‘Ever After’, 사천문화예술대학교의 ‘봉황’, 단국대학교의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과 아양아트센터, 달서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어 예원예술대학교의 ‘오르페우스’, 중앙대학교의 ‘허삼관 매혈기’, 대구과학대학교의 ‘All Shook Up’, 백석대학교의 ‘SUPERSTAR’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달서아트센터와 대덕문화전당, 어울아트센터 등에서 무대에 오른다. 특히 올해 참가작들은 성장과 용기, 책임과 선택, 가족애와 인간의 존엄, 희망과 자유 등 청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담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축제 개막을 알리는 개막식 및 개막축하공연에서는 대구과학대학교 ‘All Shook Up’ 팀이 축하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은 오는 20일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 티켓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오픈된다. 1차 예매는 6월 5일 오후 2시부터 백석예술대학교, 계명대학교, 사천문화예술대학교, 단국대학교 공연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2차 예매는 6월 12일 오후 2시부터 예원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대구과학대학교, 백석대학교 공연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은 대학생 공연예술인들이 관객 앞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현장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실전 무대”라며 “국내외 대학의 젊은 에너지와 진정성 있는 무대를 통해 뮤지컬의 다음 세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0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공연 일정과 예매 관련 세부 사항은 DIMF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예약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7

라파우 블레하츠, 대구 첫 단독 공연 전격 취소···건강상의 이유로 아시아 투어 무산

폴란드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의 대구 첫 단독 연주회가 아쉽게 무산됐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오는 7월 4일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의 내한 리사이틀이 아티스트의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됐다고 6월 5일 밝혔다. 마스트미디어에 따르면, 라파우 블레하츠는 최근 척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휴식과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구 공연을 포함해 7월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 그리고 대만, 홍콩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던 아시아 투어 일정 전체를 전면 취소하게 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라파우 블레하츠가 대구에서 선보이는 첫 단독 연주회로 지역 클래식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만큼, 공연 무산에 따른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연기획사 측은 5일 오후 3시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구 및 서울 공연의 취소 소식을 알리고 예매 티켓에 대한 환불 절차 공지를 시작했다. 지난 2005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을 동시 석권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라파우 블레하츠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깊이 있는 쇼팽 해석과 연주로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대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DG 레이블로 듀오 앨범을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이 앨범에는 포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듀오 버전으로 편곡된 쇼팽의 ‘녹턴 20번’ 등이 수록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6-06

‘한국 실내악 선구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 대구콘서트하우스서 세 색깔 소나타 선보인다

국내 민간 실내악단의 선구자로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겨온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72)이 대구 관객들을 찾는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주를 선보이는 ‘더 마스터즈’ 시리즈로 오는 6월 18일 오후 7시 30분 챔버홀에서 ‘김영준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연다. 김영준은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음악콩쿠르 1위 입상으로 일찍이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이래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역임하고 난파음악상, 올해의 음악가상 등을 받으며 정통파 거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1987년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실내악단인 ‘서울신포니에타’를 창단해 정상급 악단으로 성장시켰으며, 예술감독으로서 국내 실내악 대중화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서울대 음대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대, 러시아 그네신 아카데미를 거친 학구파 연주자로도 잘 알려진 그는 현재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독주회의 핵심 키워드는 ‘소나타’다. 하나의 음악 형식을 통해 고전주의부터 후기 낭만주의까지 이어지는 시대별 대가들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공연의 포문을 여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G장조(K. 301)’는 모차르트가 음악적 전환기를 맞이했던 ‘만하임 시절’에 탄생한 작품이다. 당시 만하임 악파의 혁신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영향을 받아 바이올린이 단순히 피아노를 반주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두 악기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현대적 바이올린 소나타의 기틀을 마련한 기념비적인 곡이다. 고전주의 특유의 명료함과 균형미가 돋보인다. 이어지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는 낭만주의 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유려하고 서정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벨기에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바쳐진 이 곡은 축복의 메시지 속에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유기적으로 얽히며 유려한 선율과 프랑크 특유의 순환 형식이 만들어내는 섬세하고도 극적인 조화가 일품이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Op. 108)’는 가을의 쓸쓸함을 닮은 브람스 예술의 정수다. 앞선 두 개의 소나타가 내성적이고 온화했다면, 이 곡은 유일하게 4악장으로 구성돼 지극히 서사적이고 강렬하다. 그의 활끝에서 자아내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묵직한 울림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와 함께 무대를 채울 피아니스트 박정국(국립창원대 교수)은 연세대 음대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등에서 수학한 실력파다. 깊이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김영준과 영감 넘치는 유려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각 작품이 지닌 매력을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무대”라며 “두 연주자가 빚어낼 깊이 있는 호흡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티켓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누리집과 놀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6-06

제12회 DIMF 뮤지컬스타 파이널 라운드 개최

미래 뮤지컬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를 선발하는 ‘제12회 DIMF 뮤지컬스타’가 오는 7일 오후 3시 대구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개최한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따르면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에서 총 1137명이 지원해 역대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참가자는 중화권과 북미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지원하며 글로벌 경연으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영상 심사로 진행된 1라운드와 대면 심사로 치러진 2·3라운드를 거쳐 최종 선발된 14명의 참가자가 파이널 무대에 오른다. 최종 진출자에는 중화권 참가자 용원용(龙媛榕)을 비롯해 미국의 Erin Choi, 인도네시아의 Jane Callista 등 해외 참가자도 포함됐다. 지난달 9일 열린 3라운드에서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무대가 이어졌다. 성현준 참가자는 추가 합격 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윤보윤 참가자는 파이널 진출 소감을 전했다. 권은정 참가자는 “무대 위 시간을 소중하게 쓰겠다”고 했으며, 현역 군인인 김동준 참가자는 “부대에서도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파이널 라운드 심사에는 배우 배해선, 이건명, 홍지민, 김다현, 최지이, 이재환 등이 참여한다. 심사위원단은 참가자들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차세대 뮤지컬스타를 선발할 예정이다. 파이널 라운드는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관람 연령은 만 7세 이상이다. 또한 공식 투표 플랫폼 ‘플러스타’를 통해 사전투표와 현장 투표를 진행하며, 투표 결과는 인기상 선정과 심사 점수에 반영된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올해 DIMF 뮤지컬스타는 역대 최다 지원자를 기록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로 확장된 의미 있는 시즌”이라며 “파이널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2

[특집]세계적 거장 네이단 콜리와 지역 신예 안효찬의 만남···포항시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눈길

영국 미술계 최고 권위의 ‘터너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던 세계적 거장 네이단 콜리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는 철제 구조물과 아날로그 백열전구를 결합한 ‘텍스트 조명 조각’을 통해 장소와 문명의 본질을 탐구해 온 작가다. 오는 6월 4일부터 9월 6일까지 포항시립미술관의 2026년 중반기 현대미술 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그의 30여 년 예술 여정을 망라하는 대표 조각과 영상 등 총 18점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이와 함께 올해 장두건미술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지역 작가 안효찬이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대형 설치 및 조각 작품 20여 점을 ‘친근하면서도, 낯선’ 전을 통해 동시에 선보인다. △네이단 콜리: 마음이 그려낸 풍경···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미술관 1, 3, 4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네이단 콜리: 마음이 그려낸 풍경’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거장 네이단 콜리(58)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 모은 뜻깊은 자리다. 콜리는 지난 2007년 터너 프라이즈 최종 후보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굳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초기 영상 작업에서부터,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와 조우하는 최신작까지 고루 소개된다. 네이단 콜리의 시그니처 작업은 이른바 ‘텍스트 조명 조각’이다. 축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제 비계 구조물에 아날로그식 백열전구를 결합해 특정한 문장을 시각화한다. 그가 사용하는 문장들은 소설, 라디오 프로그램, 혹은 평범한 일상 대화 속에서 섬세하게 수집된 것들이다. 이 문장들은 본래 담고 있던 맥락과 원문의 의미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제3의 장소에 놓인다. 음악을 들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듯, 콜리의 조명 조각은 그것이 위치한 물리적 배경을 새로운 서정과 깊은 사유가 깃든 시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세 점의 텍스트 조명 작품 역시 문호 조지 버나드 쇼의 소설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구성됐다. 이 작품들은 포항에 상륙하기 전, 영국 서식스 주의 오래된 교회 앞, 그리고 근대 감옥과 산업 유산을 마주하고 있는 호주의 외딴섬에 설치돼 장소 특정적 맥락을 획득해 왔다. 이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은 의도적으로 암시적이고 논쟁을 촉발하는 단어를 품은 채, 가시적 세상 이면에 존재하는 상충하는 의견과 믿음의 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해석의 몫을 온전히 관객에게 양도한다. 콜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현대 도시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존재, 즉 시민적 영장류입니다. 서로를 완전히 믿거나 좋아하진 않더라도, 함께 있기 위해 복잡한 규칙과 예의를 만드는 종족이죠. 진정한 도시는 다양성이 존재할 때만 가능합니다. 여러 신념, 양식, 배경, 부와 빈곤이 공존할 때 말이죠. 낯선 이들이 모여 함께하는 이방인들의 모임이 있을 때 비로소 도시는 태어납니다.” 그가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변주해 온 ‘땅(Earth)’, ‘엘도라도(Eldorado)’, ‘정원(Garden)’ 등의 단어는 관객의 배경에 따라 무한하게 해석되지만, 결국 그 해석의 주체는 ‘우리’라는 공동체로 귀결된다. 도덕적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상상하고 가꾸고 믿어야 할 대상은 결국 ‘함께 서 있는 우리’라는 사실을, 콜리는 내일에 거는 작은 희망과 같은 전구의 빛을 통해 고요히 상정한다.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이번 전시를 맞아 방한하는 네이단 콜리는 6월 6일 오후 2시 포항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에 얽힌 다채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안효찬: 친근하면서도, 낯선··· 초헌 장두건 화백의 예술정신을 잇다 미술관 2전시실과 초헌 장두건관에서는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안효찬의 개인전 ‘친근하면서도, 낯선’이 열린다. 장두건미술상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목이자 포항미술의 뿌리인 초헌 장두건(1918~2015) 화백의 숭고한 예술정신을 기리고 대구·경북 지역의 미술 진흥을 도모하고자 지난 2005년 제정됐다. 포항 출생의 안효찬(36)은 조각과 설치 미술을 주무대로 삼아,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쉼 없이 작동하는 인간 욕망의 구조와 그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폭력성을 끈질기게 탐구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 세계는 근대 이후 가속화된 문명화 과정에 대한 날카롭고 비판적인 성찰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문명의 발전이란 단순한 유토피아적 진보가 아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듯, 문명의 비약은 언제나 자연의 소멸과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이뤄지는 이중적 사건이다. 이번 전시에서 안효찬은 축소 모형으로 특정한 장면을 정밀하게 구성하는 ‘디오라마(Diorama)’ 형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현실과 허구가 정교하게 교차하는 디스토피아적 도시 풍경이다. 하늘을 향해 위태롭게 뻗은 녹슨 철근, 거친 시멘트 덩어리, 중심축이 기울어진 채 미완의 상태로 방치된 건축물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도시의 단면을 환기하는 동시에 기묘한 비현실적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러한 미학적 감각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언캐니(Uncanny)’, 즉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대상이 순간적으로 가장 낯설고 두렵게 뒤틀릴 때 발생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맥을 같이 한다. 관객들은 이것이 정교하게 연출된 가상의 장면임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건의 일부처럼 강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불안정한 디오라마 도시 한가운데 배치된 ‘돼지’ 형상은 이러한 언캐니한 감각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핵심 매개체다. 건설 구조물의 차가운 기초로 깔려 있거나, 처참하게 절단된 몸으로 공사 현장 곳곳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는 돼지의 모습은 현대 문명이 비인간 및 자연계의 잔인한 희생 위에 서 있음을 직설적으로 폭로한다. 화면과 공간에 반복적으로 배치된 고층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돼지는 문명이 이룩한 화려한 성취와 그 깊은 음지의 이면을 동시에 노출하며, 생성과 붕괴가 동시에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의 역사를 가시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거대한 물리적 장치를 통해 전시장 전체로 확장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관람차'(작품 명‘회전하는 그림자-monument of silence‘)다. 전시장 내부에서 실제로 육중하게 회전하는 이 관람차는 사방에 흩어진 개별 조각 작품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적 흐름으로 묶어내며,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디오라마로 작동시킨다. 과거 도시의 낭만과 유희, 축제의 상징이었던 관람차는 안효찬의 손을 거쳐 결코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냉혹한 은유로 전도된다. 핏빛 어린 새끼 돼지들이 매달린 채 궤도를 따라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이 기괴한 구조는 유희를 폭력으로, 쾌락을 희생으로 순식간에 뒤집으며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거대한 구조물 속 작은 세계를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순간, 관람객은 단순한 방관자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이 모순적인 시스템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원이자 방조자였음을 서늘하게 마주하게 된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해외 거장의 거시적 사유와 지역 청년 작가의 성찰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예술적 장”이라며 "두 작가가 던지는 미학적 화두를 통해 현대 문명의 이면을 성찰하고 따뜻한 위로를 얻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29

“신성일 배우의 예술혼, 영천에서 다시 빛나다”… DIMF 특별공연 기대감 고조

신성일 배우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특별한 인연이 영천에서 다시 꽃핀다. 영천시는 오는 30일 오후 5시 우로지자연생태공원 소공연장에서 ‘DIMF 딤프린지 특별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신성일기념관 개관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DIMF 이사장을 맡아 국내 뮤지컬 산업 발전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힘쓴 故 신성일 배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진됐다. DIMF 측은 영천 시민들과 함께 그의 문화예술 정신을 나누기 위해 대표 거리공연 프로그램인 ‘딤프린지(DIMFringe)’ 형식의 특별 무대를 선보인다. 이날 공연에서는 디즈니 OST를 비롯해 ‘광화문연가’, ‘그날들’ 등 대중에게 친숙한 주크박스 뮤지컬 넘버가 펼쳐질 예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꾸며져 시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인 ‘DIMF 뮤지컬스타’ 출신 실력파 배우들도 오른다. 제11회 대상 수상자인 한은빈을 비롯해 김정윤, 배민영 등이 출연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신성일의 지인 정길락(77)씨는 “신성일 배우는 영천의 자랑 같은 분”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영천시 완산동에 거주하는 이명주(41) 씨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갈 문화행사를 찾곤 하는데, 자연 속에서 공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영천시 망정동 거주하는 김의령(26) 씨는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대구까지 가야 해서 자주 보지 못했다”며 “우로지에서 무료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친구들과 꼭 가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천시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우로지 소공연장을 시민 밀착형 문화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신성일 배우와 DIMF의 인연이 영천에서 특별공연으로 이어져 더욱 의미가 깊다”며 “많은 시민들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함께 즐기며 문화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6-05-28

독도사랑운동본부, 6월 8일 울릉도서 ‘2026 LOVE DOKDO 페스티벌’ 개최

독도사랑운동본부가 오는 6월 8일 울릉한마음회관에서 울릉군 청소년과 군민들을 위한 독도사랑 축제 ‘2026 LOVE DOKDO 페스티벌 in 울릉’을 개최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리적 특성상 상대적으로 문화 및 교육 인프라를 접하기 어려운 울릉도 청소년들에게 독도를 주제로 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울릉군민들에게는 일상 속 활력을 불어넣는 풍성한 문화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는 1부 청소년 대상 아카데미와 2부 군민 화합 공식 행사 및 축하 공연으로 나눠 진행된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1부 ‘울릉군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독한(독도는 한국 땅) 아카데미’에서는 독도 스타즈 연예인 홍보단이 직접 강사로 나서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키워줄 맞춤형 체험 교육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배우 홍경인의 연기 교실을 비롯해 ‘나비 작가’로 유명한 이종우 화가와 강하 조소 작가가 참여하는 미술 교실이 열려 예술적 감성을 나눈다. 아울러 MBN ‘보이스퀸’ 출신 가수 정수연의 보컬 트레이닝과 K-pop 댄스 교실, 개그맨 김경진의 개그 및 매직 교실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오후 5시부터 진행되는 2부 행사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공식 행사에서는 노상섭 총재의 환영사와 울릉군수 등의 축사가 이어지고,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학용품 등 후원 물품 전달식도 함께 진행돼 훈훈함을 더할 예정이다. 군민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 무대도 풍성하다. 신명 나는 국악 연주와 가수 정수연의 힘 있는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매직 & 버블쇼’가 더해져 울릉군민들에게 잊지 못할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할 계획이다. 노상섭 (사)독도사랑운동본부 총재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울릉도 주민들과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라며 “앞으로도 울릉군과 독도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경북도와 울릉군을 비롯해 모닝글로리, 네이처 드림, 모나미, 올바름, DOKDO STARS 등 다양한 기업과 단체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사)독도사랑운동본부 사무국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2026-05-28

문경 수묵화 동아리 ‘유연회’ 네 번째 전시회 개막

문경 수묵화 동아리 ‘유연회(遊然會)’가 26일 문경문화원 전시실에서 네 번째 전시회를 개막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유연회는 문경문화원 문화학교에서 하유정 화가에게 수묵화를 배운 수강생들이 2019년 5월 창립한 동아리로, 창립전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과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원 17명이 참여해 문경의 진경산수와 전국 각지의 산수를 전통 수묵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출품작은 황준범 회원의 ‘양무공사의 신록’을 비롯해 최성규 ‘초봄의 산사’, 조봉학 ‘새재 설경’, 조경숙 ‘시간 속으로’, 정춘식 ‘동정호의 봄’, 전제훈 ‘부석사’, 장영위 ‘정선 오송정 소나무’, 이복희 ‘나 어릴 적에’, 이유훈 ‘새재 만추’, 이점분 ‘만휴정’, 이재구 ‘봄이 익는 고옥’, 우은주 ‘내 마음의 풍경’, 신선영 ‘병암정’, 배매자 ‘송림’, 변강정 ‘영강의 춘설’, 김옥겸 ‘어느 봄날에’, 김산옥 ‘문경 팔경’ 등이다. 특히 장영위 회원은 92세의 나이에도 수묵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며 2점을 출품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개막식에는 백승길 문경예총 회장, 조춘매 문경미협 회장, 지태섭 화가, 강경팔 화가, 채기식 전 점촌고 교장, 하유정 지도강사, 조봉학 유연회 회장과 회원, 가족, 친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전시회 개최를 축하했다. 하유정 강사는 2010년부터 15년째 문경문화원에서 수묵화반을 지도하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꾸준한 참여로 당초 20명이던 정원이 현재 25명으로 늘어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조봉학 회장은 “유연회는 풍경에 개성미를 더해 새로운 수묵화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결성됐다”며 “회원들은 먹과 붓으로 나무와 바위,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묵필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유명 작가들의 전시회를 찾아 배우고,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경북미술대전, 청송미술대전 등 여러 공모전에 출품해 많은 입상 성과를 거뒀다”며 “유연회 회원들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고 밝혔다. 백승길 문경예총회장은 “조봉학 회장을 비롯한 유연회 회원 여러분의 네 번째 전시회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작품 수준이 매우 높아 미술협회에 가입해도 충분할 만큼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 아름답고 뜻깊은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6-05-27

영주시 전국 지자체 최초 초실사 AI 역사영화 제작, 금성대군의 충절과 순흥의 역사 재조명

경북 영주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초실사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역사영화 제작에 나서며, 지역 역사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영주시는 조선 단종 복위 운동의 중심지였던 순흥을 배경으로 한 AI 역사 단편영화 왕을 지킨 남자(가제) 제작을 완료하고 21일 시청에서 첫 현장 시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작품은 지역 관광 홍보영상을 넘어 생성형 AI 기술과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극장형 AI 시네마 프로젝트다. 특히 전국 지자체 중 AI 기반의 초실사 역사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7분 분량으로 제작된 영화는 조선 단종 복위 운동의 핵심 인물인 금성대군의 비극적 운명과 절개를 현대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재해석했다. 금성대군은 권력 대신 의리를 택한 조선 충절의 상징이다. 영화는 금성대군의 숭고한 충정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순흥에 남겨진 역사적 비극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영상미로 담아냈다. 영화는 1457년 순흥도호부에서 일어난 단종 복위 운동과 참혹한 결말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심도 있게 재조명했다. 특히 죽계천과 피끝마을 등 영주 순흥 지역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실제 역사적 공간을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설정해 영주만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또, 과거의 사건을 평면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과 시간의 연결을 주제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연출을 선보였다.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와 할아버지가 영주의 수백 년 된 은행나무 아래에서 금성대군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설정을 통해, 영주의 깊은 역사적 감성과 현재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몰입감을 높였다. 영주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충절의 도시 영주라는 도시 정체성을 고유의 문화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금성대군 신단은 국가유산으로서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상징하는 영주의 가장 소중한 문화자산 중 하나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KBS PD 출신이자 국제 AI 영화제에서 50관왕 이상을 기록한 세계적인 AI 영화 감독 김민정(AITONIA 대표)이 맡았다. 김 감독은 AI 기술을 단순한 시각 효과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고도의 영화 언어로 활용해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 영주시는 AI 역사영화를 통해 영주의 깊은 역사성과 감성을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미래 AI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지역문화 콘텐츠의 성공 모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6-05-21

울릉도 주민 살린 구황식물 ‘명이’의 재발견... 수토역사전시관 특별전

울릉도 섬 주민의 춘궁기 생명을 이어주던 구황식물 ‘명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울릉군 수토역사전시관은 오는 7월 20일까지 전시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특별전 ‘명이, 울릉도의 삶을 잇다’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춘궁기 섬 주민들의 생명을 이어준 명이가 험난한 산지에서 식탁으로, 그리고 오늘날 울릉도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생물학적·생활 문화사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단순한 식물 전시를 넘어 문헌 기록, 근대 신문, 주민 구술 자료는 물론 채집 도구와 식물 세밀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총 4개의 주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첫 번째 부문 ‘섬이 길러낸 식물’에서는 명이가 내륙의 산마늘과 다른 울릉도 고유종인 ‘울릉산마늘(Allium ulleungense)’로 새롭게 밝혀진 최신 학술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식물 표본과 세밀화, 생장 단계 그래픽을 통해 울릉산마늘만의 고유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섬을 살리는 식물’ 부문에서는 1900년 우용정이 기록한 ‘울도기’와 1920~30년대 신문 기사 속 ‘명이초(명연초)’ 기록을 통해 식량난 속에서 빛을 발했던 명이의 구황식물로서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세 번째 ‘산에서 식탁까지’는 험준한 지형과 계절을 극복해 명이를 채취했던 주민들의 노동 깃든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명이 밥, 명이 범벅 등 옛 토속 음식 자료와 조리 영상을 통해 봄철 산채가 일상의 밥상으로 스며든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반찬에서 특산물로’ 코너에서는 명이 장아찌의 대중화와 지역 브랜드화 과정을 거쳐, 현재 슬로푸드 ‘맛의 방주’ 등재 및 기능성 소재 특허 등 과학·산업적 영역으로 확장,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명이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한다. 변춘례 수토역사전시관장은 “명이는 단순한 산나물을 넘어 척박한 환경을 견뎌낸 울릉도 주민들의 애환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자원”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고유의 생태 자원과 생활 문화사가 지닌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2026-05-20

돌도끼에서 보물까지… ‘의성의 시간’ 한눈에 펼쳐진다.

의성의 역사는 오래된 기록 속에만 남아 있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으로 다듬어진 돌도끼와 찬란한 금속 유물, 그리고 전쟁과 삶의 흔적을 기록한 옛 문헌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의성 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성군 조문국박물관이 의성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지역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오는 5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조문국박물관 본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의성 명품 12선-땅의 기억을 간직한 빛」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의성의 시간과 문화의 흐름을 대표 유물 12건을 통해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단순히 시대별 유물을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성의 땅 위에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과 지역 문화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의성 효제리 유적에서 출토된 석기 유물을 비롯해 고대 지배층의 권위와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금속 유물, 조선시대 의성 인물들이 남긴 기록문화 자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효제리 유적의 석기 유물은 의성 지역에 사람이 정착해 살아가기 시작한 초기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거칠고 투박한 형태의 돌도구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생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유물을 통해 의성 역사의 출발점을 관람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또한 고대 유물들은 조문국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의성 지역 세력의 문화 수준과 독자적인 지역 문화를 보여준다. 정교하게 제작된 금속 장신구와 유물들은 당시 뛰어난 금속 가공 기술과 지배층의 권위를 상징하며, 의성이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사·문화권이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조선시대 기록유산도 이번 특별전의 주요 볼거리다. 보물로 지정된 ‘정만록’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 활동과 전란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울릉도사적’ 역시 울릉도와 독도 관련 역사 기록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두 기록 모두 의성 출신 인물들이 남긴 자료라는 점에서 지역사적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조문국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한 유물 관람을 넘어 ‘의성이라는 지역이 어떻게 기억되고 이어져 왔는지’를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 동선과 설명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살아있는 지역 역사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지역 문화유산과 로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특별전은 의성의 문화적 자산과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역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객들에게는 의성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만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기획전 개막식은 오는 5월 20일 오후 2시 조문국박물관 본관 1층에서 열린다. 의성군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은 의성의 대표 유물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며 “많은 관람객들이 유물을 통해 의성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6-05-19

경북도 동락관 개관 10주년 맞아 역대급 문화공연 마련

경북도가 도청 내 문화공간인 동락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올해 다양한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 경북도는 올해 ‘공연으로 하나되는 同樂’ 슬로건 아래 1월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장르별 최정상급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특별 콘서트 시리즈를 이어간다. 동락관은 도민과 호흡하는 소통형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특히 여름 기획공연으로는 인디밴드 ‘소란’의 세련된 뮤직 콘서트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클래식 콘서트가 준비돼,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품격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또한 중앙공모사업으로 9월에는 뮤지컬 ‘헤어드레서’, 11월에는 연극 ‘오늘을 기억해’가 무대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공공성을 인정받은 공연들이 도민을 찾는다. 연말인 12월에는 오케스트라 협연의 ‘크리스마스 페스타’가 열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김종수 경북도 안전행정실장은 “이번 기획은 ‘도민이 행복한 문화 경북’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동락관이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서 내실 있는 기획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5-11

전국 로컬 브랜드 총집결 ‘ALL at 동빈’ 展

지난 1일 오후, 포항 동빈내항 옆 복합문화공간 동빈문화창고1969의 문을 열자 공기부터 달랐다. 커피 향과 종이 냄새, 수공예 제품의 질감이 뒤섞인 공간에서 ‘로컬’은 더 이상 지역명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전국 52개 로컬 브랜드 팀이 참여한 전국 로컬 교류전 ‘ALL at 동빈’이 막을 올린 첫날의 풍경이다. 지역소멸과 글로벌 위기가 맞물린 가운데, 오늘날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콘텐츠와 도시 인지도 확장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장에서 실험하는 자리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1일부터 6월 21일까지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이번 전시를 연다. 과거 수협 냉동창고였던 공간을 재생한 이곳에는 F&B(식음료), 독립출판,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로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공간 구조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른다. 입구와 이어진 전시장1에는 카페, 먹거리, 굿즈 브랜드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가운데, 숙박·체류형 로컬 브랜드의 홍보 공간도 마련돼 공간의 성격을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감자칩과 쿠키 등 간단한 먹거리도 함께 구성돼 관람객의 체류 경험을 더한다. 감자와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부터 개성 있는 독립 브랜드까지, 각기 다른 지역의 색이 한 공간에 겹쳐진다. 안쪽 전시장2는 협동조합과 콘텐츠 중심 브랜드들이 자리 잡아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중앙의 다목적홀은 이번 전시의 ‘허리’다. 개막일에는 감자꽃스튜디오 이선철 대표와 한동대 주재원 교수가 각각 로컬 창업과 지역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며 공간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강연을 듣던 관람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남기는 모습이었다. 오른편 이벤트홀은 관람 동선의 끝에서 가장 밀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마켓 at 동빈’을 중심으로 체험과 소비, 교류가 한데 어우러진다. 울릉 청년들이 진행하는 ‘울릉자격시험’이나 독립출판 기반 북토크, 국악 공연 등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지역의 맥락을 체감하도록 이끈다. 또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마켓 at 동빈’에서는 포항, 충주, 울릉 등지에 정착해 브랜드를 론칭한 사례 발표를 비롯해, 동빈문화창고1969 야외 요가, 제주 ‘미술관옆집’ 이유진 작가의 로컬 청년 담론 토크, ‘커튼콜X공동기획구역: 검색되지 않는 길입니다 GV’, 언니네 책다방 온선영 작가의 ‘양배추를 응원해주세요’ 북토크, 울릉청년마을 노마도르의 ‘울릉자격시험’, 충주 국악공연 ‘배부른 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 브랜드 운영자는 “각자 지역에서는 점처럼 흩어져 있던 브랜드들이 이곳에서는 선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라며 “고객을 만나는 동시에 다른 지역 창작자들과 관계를 맺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람객 최혜원(29·포항시 남구)씨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로컬’을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계속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지역의 브랜드가 나란히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또 연결된다. 과거 동빈내항이 물류와 교류의 거점이었던 것처럼, 이 공간 역시 창작자와 관람객, 도시와 도시를 잇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기능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포항을 중심으로 한 취향 기반 소모임과 문화 네트워크 확장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한때 수산물 물류가 오가던 냉동창고는 이제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ALL at 동빈’은 단순한 전시나 마켓을 넘어, 지역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공간디자인팀(054-289-7902)으로 하면 되며, 포항문화포털 홈페이지와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04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예지원·박하선의 ‘홍도’ 대구 상륙

1930년대 한국인을 울리고 웃겼던 고전 신파극이 현대적 감각을 입고 대구 관객들을 찾아온다. 수성아트피아는 오는 5월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간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화류비련극 ‘홍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기념비적인 무대로, 스타 연출가 고선웅과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고전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한다. 연극 ‘홍도’는 광복 전 한국 연극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임선규 작가의 원작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고선웅 연출이 2014년 직접 각색한 작품이다. 이미 서울예술의전당 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한국 연극 최초로 UAE 국립극장에 공식 초청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신파극 특유의 과장된 슬픔을 걷어냈다는 점이다. 고선웅 연출은 특유의 ‘속사포 화술’과 군더더기 없는 ‘여백의 미’를 통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인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터져 나오는 고선웅표 미학은 현대 관객들에게 촌스럽지 않은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홍도’ 역에는 배우 예지원과 박하선이 더블 캐스팅돼 각기 다른 매력으로 비극의 정수를 그려낸다. 여기에 관록의 배우 정보석과 극공작소 마방진의 베테랑 단원들이 합류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다. 10년 만에 다시 뭉친 이들의 열연은 고전 캐릭터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2026년 현재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수성아트피아의 시그니처 무대 시리즈인 ‘스테이지 S’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스테이지 S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현장성과 몰입도가 높은 공연을 엄선해 선보이는 수성아트피아만의 큐레이션 시리즈다. 수성아트피아 박동용 관장은 “한국 연극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겨온 극공작소 마방진의 20주년 기념 공연을 스테이지 S 무대에 올리게 되어 뜻깊다”며 “최고의 연출가와 배우들이 선사하는 이번 무대를 통해 가족, 연인과 함께 한국국인만의 진한 정서적 감동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03

F&B(식음료)·독립출판·라이프스타일 로컬 브랜드 총집결···팝업전시·로컬교류전 ‘ALL at 동빈’ 5월 1일 포항서 개최

F&B(Food & Beverage), 독립출판,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전국 50여 개 로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교류와 확장의 장을 연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5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전국 로컬교류전 ‘ALL at 동빈’을 개최한다. ‘ALL at 동빈’은 각자의 지역에서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온 전국 로컬 브랜드 52개 팀이 참여하는 팝업전시와 마켓으로 구성된다. 팝업전시는 상시 운영되며, 5월 2일부터 5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4회) 열리는 ‘마켓 at 동빈’에서는 로컬을 사랑하는 방식, F&B, 독립출판·문학,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브랜드들의 가치와 철학, 제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로컬을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브랜드를 매개로 지역 간 연결과 그로 인해 형성될 새로운 관계에 주목한다. 과거 포항 수산업의 중심지로 물류 저장과 교류가 이뤄지던 구 수협냉동창고를 재생한 복합문화공간인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각기 다른 로컬 브랜드가 모여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장면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전시와 마켓 외에도 5월 1일에는 감자꽃스튜디오 이선철 대표의 ‘공간 기반 로컬 창업 전략과 사례’,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주재원 교수의 ‘로컬리티의 현실: 우리는 어디서 살아가는가?’를 주제로 한 강의가 진행된다. 또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마켓 at 동빈’에서는 포항, 충주, 울릉 등지에 정착해 브랜드를 론칭한 사례 발표를 비롯해, 동빈문화창고1969 야외 요가, 제주 ‘미술관옆집’ 이유진 작가의 로컬 청년 담론 토크, ‘커튼콜X공동기획구역: 검색되지 않는 길입니다 GV’, 언니네 책다방 온선영 작가의 ‘양배추를 응원해주세요’ 북토크, 울릉청년마을 노마도르의 ‘울릉자격시험’, 충주 국악공연 ‘배부른 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문혜정 공간디자인팀장은 “이번 전시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각자의 지역을 선택한 창작자들과 브랜드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자리”라며 “과거 동해안 교류의 중심이었던 동빈내항에서 청년 기획자들의 연결과 확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공간디자인팀(054-289-7902)으로 하면 되며, 포항문화포털 홈페이지와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01

금관의 형상, 명품백으로 재해석되다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윤경희 작가가 권력과 소비의 상징을 결합한 독창적 작업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오는 5월 5~24일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첫 개인전 이후 축적된 작가의 고민과 경주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Simulation of Desire; 명품백의 기호학적 재해석’으로, 단순한 대상 재현을 넘어 욕망과 기호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신라 금관과 명품백을 결합한 회화 작업이며, 다른 하나는 청바지 캔버스 위에 명품백을 재현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조형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두 작업 모두 ‘지위와 욕망이 어떻게 시각화되는가’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금관과 명품백을 결합한 작품은 권력의 상징이 소비의 기호로 전이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금관의 가지가 가방의 끈으로 변형된 형상은 과거의 초월적 권력이 오늘날에는 소비재를 통해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소비가 단순한 사용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체계로 작동한다는 점을 환기한다. 반면 청바지 캔버스 위에 구현된 명품백은 보다 일상적인 물질과 고급 소비 기호의 결합을 통해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노동과 대중성을 상징하는 청바지 위에 재현된 명품 이미지는 계층성과 욕망의 간극을 드러내며, 고급 기호가 특정 계층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욕망되는 대상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두 작업은 각각 ‘권력에서 소비로의 전이’와 ‘일상 속 기호의 확산’이라는 흐름을 보여주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룬다. 하나는 기호의 역사적 기원을, 다른 하나는 현재적 작동 방식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이 물질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 기호임을 환기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총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윤경희 작가는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자인미술학과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2026년 백상갤러리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와 공모전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선,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 영남미술대전 장려상과 특별상, 신라미술대전 특선 등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포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9

데뷔 70년 백건우, 안동·대구서 독주회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80)가 데뷔 70주년을 맞아 안동과 대구를 잇달아 찾아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슈베르트와 브람스 작품을 중심으로 한 이번 공연은 긴 연주 인생의 궤적을 한 무대에 담아낸다. 낭만주의 음악의 깊이와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프로그램이다. 2026년 발매를 앞둔 슈베르트 앨범과도 맞물려 한층 깊어진 해석을 들려줄 예정이다. 먼저 안동 무대는 5월 1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3번 가장조 D.664’와 ‘피아노 소나타 20번 가장조 D.959’, 브람스의 ‘4개의 발라드 Op.10’으로 구성된다.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성과 절제된 감성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결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브람스 작품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감정의 흐름을 이어간다. 이어지는 대구 공연은 5월 7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마련한 이번 무대는 안동 공연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슈베르트와 브람스 작품을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다시 한 번 집중 조명한다. 특히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가장조 D.664’는 맑은 서정과 균형 잡힌 구조를 통해 초기 작품 특유의 순수한 감성을 드러내고, 브람스의 ‘네 개의 발라드 Op.10’은 고전적 형식 속에 내면적 긴장과 낭만적 사유를 담아낸다. 이어 후반부에서는 슈베르트의 후기 걸작 ‘피아노 소나타 제20번 가장조 D.959’가 연주되며, 생의 말기에 이른 작곡가의 깊은 사유와 감정의 결이 장대한 서사로 펼쳐진다. 이번 두 도시의 리사이틀은 슈베르트의 청년기와 말기, 그리고 브람스의 초기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순수에서 사색으로 확장되는 음악적 여정을 완성한다. 이는 레퍼토리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무대가 아니라, 한 연주자가 평생에 걸쳐 축적해온 해석의 깊이를 시간의 축 위에서 다시 조명하는 시도다. 백건우는 1956년 열 살의 나이로 데뷔한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세계 주요 무대를 누비며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부조니 국제 콩쿠르와 나움부르크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뉴욕 링컨센터와 유럽 주요 공연장에서의 연주를 통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는 특정 레퍼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베토벤, 쇼팽, 라벨, 프로코피예프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확장해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 녹음 등은 그의 음악적 성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8

[EBS 일요시네마] ‘루디 이야기’ 26일 오후 1시 30분

EBS 일요시네마는 26일 오후 1시 30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포츠 드라마 ‘루디 이야기’를 방영한다. 작은 체구와 부족한 조건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나아간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세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아온 대표적인 성장 영화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노터데임 대학교 미식축구 팀에서 뛰는 것을 꿈꿔온 루디 루에티거의 여정을 따라간다. 체격과 성적, 가정 형편까지 모든 조건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게 되고, 끝내 꿈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입학 자격을 갖춘 루디는 마침내 노터데임에 입성하지만, 풋볼 팀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수차례 좌절에도 불구하고 루디는 연습생으로 남아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을 이어간다. 그의 집념과 진심은 점차 동료 선수들과 코치진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단 한 번의 출전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화는 이 짧은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통해,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재능보다 노력’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있다.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해가는 루디의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경기 막판, 관중들이 한목소리로 ‘루디’를 외치는 장면은 스포츠 영화 역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주인공 루디 역은 숀 애스틴이 맡아 절제된 연기로 캐릭터의 진정성을 살려냈다. 훗날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그는 이 작품에서 꾸밈없는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꿈을 향한 집념과 노력의 가치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를 넘어,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4-25

[EBS 세계의 명화] ‘말할 수 없는 비밀’ 25일 (토) 밤 11시 05분

EBS 세계의 명화는 25일 밤 11시 5분 대만 청춘 판타지 로맨스의 대표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방송한다. 이 작품은 가수이자 배우인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으로, 첫사랑의 설렘과 시간의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결합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년 상륜이 음악학교로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우연히 들려온 피아노 선율을 따라가다 구 음악실에서 신비로운 소녀 샤오위를 만나고, 두 사람은 음악을 매개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샤오위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며 숨긴 채 종종 자취를 감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륜의 감정은 깊어지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샤오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야 상륜은 그녀의 비밀이 ‘시간을 넘나드는 피아노 연주’에 있음을 알게 되고, 결국 과거로 향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첫사랑 서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타임리프’라는 장치를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반전 자체보다 시간 구조를 섬세하게 쌓아올린 연출이 돋보인다. 햇살이 스며드는 연습실,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주인공의 모습 등은 순수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담아낸 장면으로 손꼽힌다. 감상 포인트로는 단연 피아노 연주 장면이 꼽힌다. 쇼팽 연습곡으로 펼쳐지는 연주 배틀은 음악적 긴장감과 청춘의 열정을 동시에 전달하며, 실제로 주걸륜이 대부분의 연주를 직접 소화해 몰입도를 높였다. 연주 대결에 등장하는 쇼팽의 ‘흑건’(Black Key), ‘폭풍’(The Storm/Winter Wind로도 불림)은 국내에서도 패러디 되며 많은 인기를 모았다. 촬영은 주걸륜의 모교인 담강예술학교에서 진행돼, 푸른 잔디와 서양식 건물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도 영화의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국내에서는 개봉 전 온라인을 통해 먼저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고, 이후 정식 개봉에서도 꾸준한 관객을 모으며 중화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4-25

[주목할 전시] 이철진 ‘행복한 춘심이’

한 작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다. 오랜 시간 반복되며 축적된 형상은 이름을 대신해 작가의 세계를 설명한다. 한국화가 이철진에게 그 이미지는 ‘춘심이’다. 포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철진은 독특한 여성 인물 ‘춘심이’ 연작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여체 누드로 시작된 이 인물은 인간 내면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내며 작가 작업의 중심축이 돼왔다. 이철진의 52회 개인전 ‘행복한 춘심이-내면의 정원’은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린다. 서울 개인전은 10여 년 만으로, 60호에서 200호에 이르는 대형 작품들이 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춘심이’를 둘러싼 정서의 밀도다. 여체 누드로 시작된 인물은 2015년 이후 착의의 형태로 전환됐고, 이번 작업에서는 밝고 경쾌한 색채 속에서도 내면으로 침잠하는 감정이 한층 또렷해졌다. 눈을 감은 인물과 과장된 색의 꽃들은 현실 풍경이 아니라, 작가가 쌓아온 기억과 감정이 응축된 내면의 장면에 가깝다. 연작 ‘행복한 춘심이’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인식을 바탕에 둔다. 화면에 펼쳐진 풍경은 자연의 재현이라기보다 감정과 기억이 축적된 내면의 이미지에 가깝고, 꽃 역시 특정 대상을 따르기보다 감정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된다. 색채 또한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 서로 겹치고 충돌하며 화면에 긴장을 만든다. 화면 속 춘심이는 눈을 감고 미소 짓는다. 외부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모습으로, 인물은 특정한 장소에 놓이기보다 감정으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 존재하는 듯하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화면의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 작품에 들이는 시간을 늘리고 색과 형태가 겹치고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층위를 더욱 치밀하게 쌓아올렸다. 최근 포항예술고등학교를 퇴직하며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점도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됐다. 이철진은 뉴욕과 서울, 부산 등지에서 개인전 51회를 열었고, 국내외 아트페어 30여 회와 그룹전 500여 회 등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대구·부산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공공 프로젝트와 신문 삽화 작업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불국사 진현동 일대에서 야외와 실내를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를 선보이며 지역과 예술의 접점을 확장했다. 이철진 작가는 “춘심이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이름이며, 행복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것인 만큼 관람객들이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4

‘김영권·이종학 2인전’, 서로 다른 회화적 시선 조명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서양화가 김영권과 이종학의 2인전 ‘Orthodox and Southpaw’가 열린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지닌 두 작가의 작업을 한 공간에 병치해, 대비를 통해 각자의 시선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표현 방식이 다른 두 작가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며,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회화적 태도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 제목은 복싱 용어에서 차용됐다. ‘정석(Orthodox)’과 ‘변칙(Southpaw)’이라는 개념을 통해 두 작가의 표현 방식과 세계 인식의 차이를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대비를 넘어, 회화가 세계를 해석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살펴보려는 기획 의도로 읽힌다. 이종학의 작업은 일상적 사물과 풍경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현을 넘어선 정서적 층위를 강조한다. 형태와 색채는 절제된 방식으로 정리돼 있으며, 화면에는 안정된 호흡이 유지된다. 빛과 색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대상에 대한 관찰과 사유의 시간이 축적된 화면을 형성한다. 김영권의 작업은 보다 직접적으로 내면 서사를 드러낸다. 화면에 등장하는 형상은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일부 왜곡된 형태를 통해 낯선 인상을 형성한다. 이러한 조형 방식은 시각적 긴장을 유도하는 동시에 익숙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끈다. 두 작가는 표현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대상에 대한 관찰과 내면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접점을 형성한다. 절제된 화면과 변형된 형상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은 전시 공간에서 대비를 이루며, 관람자가 두 시선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작가는 2013년 대구 S&G갤러리에서 2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후 다시 마련된 자리로, 두 작가의 작업 세계를 현재 시점에서 나란히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3

얼음 속에 붙잡힌 시간, 그러나 끝내 사라지는 이미지

인물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조선희 작가의 예술사진 연작을 집약해 선보이는 개인전이 열린다. 대구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오는 5월 6일부터 6월 6일까지 조선희 개인전 ‘Frozen Gaze: 잉여의 시간’이 개최된다. 전시에는 작가가 2020년부터 이어온 연작 ‘FROZEN GAZE’가 소개된다. 이 작업은 작업실 앞에서 마주한 죽은 참새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그 장면에서 떠올린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얼림’이라는 행위를 통해 받아들이지 못한 감정의 상태를 응시한다. ‘Frozen Gaze(얼어붙은 응시)’라는 제목은 순환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감정을 끝까지 바라보려는 시선을 뜻한다. 이번 연작은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감정의 잔여를 이미지의 상태로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시는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죽은 새, 얼음, 한지 등 물질을 특정 조건에 놓고, 사라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업의 핵심은 ‘얼리는 행위’다. 얼음은 단순한 보존 장치가 아니라, 붕괴의 속도를 지연시키며 그 사이의 시간을 드러내는 매개로 기능한다. 얼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기포, 결의 변화는 대상과 결합해 예측하기 어려운 이미지 층위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대상은 정지와 변화를 동시에 내포한 상태로 제시된다. 사진과 영상은 이러한 과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소멸로 향하는 과정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영상은 생성과 해빙의 흐름을 통해 형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얼음의 균열과 붕괴는 이미지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변화의 상태임을 강조한다. 한지 작업에서는 이미지의 변형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쇄된 이미지는 물과 약품에 의해 번지고 주름지며 형태가 변형된다. 한지는 지지체를 넘어 이미지 변화에 개입하는 물질로 작동하며, 빈티지 액자는 시간의 흔적을 지닌 요소로서 이미지와 시간의 층위를 함께 드러낸다. 조선희는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조건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이미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데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는 보존과 소멸, 고정과 해체가 교차하는 시간의 관계를 다루며, 이미지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제시한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조이수 큐레이터는 “‘Frozen Gaze’는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가 이미지 앞에 머무르며 시간과 감각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희 작가는 1990년대 초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해 인물사진 분야에서 작업을 이어왔다. 배우, 예술가, 대중문화 인물 등을 촬영하며 한국 인물사진의 흐름을 형성해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조아조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2

낯선 생명체로 되살아난 구룡포 골목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한적한 골목 안, 버려진 대게 껍데기와 나뭇가지가 낯선 생명체로 되살아난다. 익숙한 것들이 기묘하게 결합된 이 공간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정말 익숙한 것일까.”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구룡포읍 아라예술촌에서 선보이는 입주작가 프리뷰전 ‘소통의 가능성’이 민경은 작가의 개인전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 제목은 ‘헤테로토피아 도감: 아는 것들의 낯선 서식지’. 지난 17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낯섦을 통해 다시 보는 세계’라는 감각적 체험에 초점을 맞춘다. ‘소통의 가능성’은 아라예술촌 5기 입주작가 3인의 작업 세계를 순차적으로 조명하는 프리뷰 형식의 전시다. 앞서 정건우 작가의 ‘숭고의 순간’에 이어 마지막으로 민경은 작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시의 흐름 자체가 서로 다른 시선과 감각의 층위를 쌓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민 작가는 사람·동물·식물·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혼종 생명체’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영상과 라이트 패널, 키네틱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은 하나의 서사처럼 공간을 채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구룡포 지역에서 나온 부산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폐기된 대게 껍데기와 자연물은 더 이상 버려진 사물이 아니라, 새로운 ‘서식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이처럼 재조합된 형상들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에 가까운 감각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낯섦을 통해 오히려 오늘의 인간을 비춘다. 빠르게 소비되고 소모되는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마치 자연사 도감 속 한 종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는 시각적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이나 접촉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구성됐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움직임은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관계 맺는 존재’로 끌어들인다. 이는 전시 제목이 말하는 ‘소통’이 일방향이 아닌 상호작용임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2

1919년 대구, 소년의 첫사랑 무대에···청라언덕·서문시장 배경 성장 서사

1919년 대구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첫사랑이 무대에 오른다. 실제 역사적 공간의 고증 위에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인물을 더해, 설레고 아린 감정 속에 한 소년의 성장과 그 시절을 그려낸다. 대구시립극단(예술감독 성석배)은 제61회 정기공연으로 연극 ‘첫사랑, 1919년’을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최현묵 작가의 신작으로, 대구시립극단 무대에서 초연된다. 대구 근대사를 바탕으로 청라언덕, 대구제일교회, 서문시장, 도수원 등 실제 역사적 공간에 대한 고증 위에 서사를 쌓는다. 청라언덕은 선교사들의 의료·교육 활동이 이뤄진 근대화의 출발점이고, 대구제일교회는 지역 기독교 확산과 시민 의식 형성의 거점이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영남 최대 전통시장으로 서민 경제의 중심이었으며, 도수원은 인공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된 근대기 공원으로 당시 도시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작품은 이 장소들을 배경을 넘어 시대의 결을 드러내는 축으로 활용한다. 이야기는 강원도 정선에서 대구로 온 열여섯 살 소년 지호의 삶을 따라간다. 지호는 서문시장 동산포목의 점원으로 살아가며 낯선 도시와 마주하고, 신명학교 여학생 영선을 통해 교회와 청라언덕, 시와 노래의 세계를 접한다. 개인의 감정이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3·1운동을 앞둔 대구의 긴장과 독립을 향한 움직임이 조용히 스며든다. 극은 거대한 역사 대신 개인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시대를 비춘다. ‘스와니강’, ‘클레멘타인’ 등 익숙한 음악과 시적인 대사는 당시의 공기를 환기시키고,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는 서사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연출을 맡은 성석배 감독은 “강원도 산골 소년의 시선으로 1919년 대구 근대 역사의 중심 거리를 바라보고자 했다”며 “첫사랑의 가슴 설레고 아린 기억을 사진첩처럼 무대 위에 펼쳐 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무대는 200여 석 규모의 비슬홀이라는 물리적 조건을 ‘회전무대’로 확장한다. 장면 전환에 따라 소년의 방과 포목점, 1919년의 거리까지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영상과 결합된 연출이 상상의 여지를 넓힌다. 공연에는 대구시립극단 단원과 객원배우가 함께 참여한다. 객원배우 조용채가 김지호 역을 맡았으며, 김채이·박연지가 윤영선 역, 강석호·최우정이 양일만 역, 백은숙·김정연이 임일선 역, 김경선·김효숙이 하나꼬 역으로 출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20

고요 속 흐름을 담다···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 ‘Homage to 박동준’展, 대구 갤러리분도서 개막

고요한 방 안, 창 너머의 풍경이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물결이 흔들리고, 빛이 흐르며, 바람이 스친다. 정지된 사진 속에 삽입된 영상은 익숙한 장면을 낯선 감각으로 되돌린다. 오는 4월 23일부터 대구 중구 갤러리분도에서 열리는 ‘Homage to 박동준 2026_임창민’전은 이렇게 ‘멈춤과 흐름’ 사이에서 감각을 일깨운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와 대구 갤러리분도가 공동 기획한 ‘Homage to 박동준’은 고(故) 박동준 선생의 뜻을 기리며 매년 한 작가를 초청해 이어오는 헌정 전시다. 올해는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갤러리분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임창민의 작업은 사진과 영상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형식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한 화면 안에 중첩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실내 공간은 사진으로 정지돼 있고, 창밖 풍경은 영상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 이중 구조는 우리가 익숙하게 인식해온 ‘이미지’의 개념을 미묘하게 흔든다. 보는 이는 하나의 장면을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10점과 사진 7점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고요함 속에 깃든 미세한 움직임,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임창민의 화면 속 실내는 적막에 가깝지만, 그 너머 풍경은 끊임없이 흐른다. 이 대비는 관람자의 시선을 붙잡고, 감각을 서서히 확장시킨다. 특히 ‘창’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다. 창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두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다. 작가는 이 창을 통해 풍경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그 안으로 들어가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전통 건축의 ‘차경(借景)’ 개념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시도이기도 하다. 외부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공간을 확장하는 차경의 원리가, 디지털 이미지 안에서 새롭게 작동하는 셈이다. 전시는 동양 회화와의 미학적 연결점도 짚는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소림명월도’가 보여주는 시선의 흐름과 정적 긴장 구조는 임창민의 작업과 묘하게 겹친다. 나뭇가지 사이로 배치된 달과 미세한 물의 흐름처럼, 그의 작품 역시 고요한 화면 속에 작은 움직임을 배치해 감상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작품 속 풍경은 실제 자연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수집된 장면들이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화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관람자는 그 낯익은 이질감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호출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괴석을 주제로 한 사진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기이한 형태의 돌을 재구성한 이 작업은 전통 회화의 ‘괴석도’를 연상시키며,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시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다. 촬영 이후의 편집과 개입을 통해 완성된 이미지는, 미디어아트 작업과 동일한 창작 원리를 공유한다. 빠른 속도와 과잉된 이미지에 둘러싸인 오늘날, 임창민의 작업은 정반대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리를 제거한 채 느리게 흐르는 영상, 움직임을 최소화한 화면은 관람자의 호흡을 낮추고 감각을 환기시킨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Homage to 박동준 2026_임창민 전’은 결국 ‘본다’는 행위를 다시 묻는 자리다. 창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은 바깥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관람자는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서고, 잊고 있던 감각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이어지며, 개막식은 4월 23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느림과 고요, 그리고 미세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건넬 것으로 기대된다. 임창민은 계명대 미술대학과 뉴욕대·뉴욕시립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제비엔날레 심사위원, 광주비엔날레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고, 포틀랜드 주립대 교환교수로도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전시됐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 25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카네기홀 오른 창작오페라, 포항 무대에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창작 오페라가 포항에서 공연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5월 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5월 1일 오후 7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창작오페라 ‘주기철의 일사각오- 열애’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적 시대를 배경으로,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특정 종교적 서사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개인, 권력과 양심 사이의 충돌을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모티브가 된 주기철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끝까지 맞서다 생을 마감한 인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양심과 저항’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이 인물을 중심에 두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던 결단의 순간을 음악적 서사로 풀어낸다. 부제 ‘나는 죽고 또 죽어도 다른 신에게 무릎을 꿇고 살 수는 없다’는 그의 선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대는 평양 산정현교회를 배경으로, 일제의 정책이 점차 강화되는 과정 속에서 각 인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따라간다. 고문과 회유, 침묵과 저항이 교차하는 서사는 인물 간 대비를 통해 극적 밀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과 현실과 타협하는 주변 인물들의 갈등 구조는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음악적 완성도 또한 눈여겨볼 지점이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아리아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고뇌와 두려움, 확신과 흔들림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서사의 깊이를 확장한다.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음악은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 군상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시민들에게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공연은 R석 3만원, S석 2만원이며, 4월 20일까지 예매 시 30% 조기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은 ‘2026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의 첫 무대로, 포항문화재단은 이를 시작으로 연중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이어간다. 5월 말 극공작소 마방진의 연극 ‘홍도’, 7월 안은미 컴퍼니의 현대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8월 HJ컬쳐의 뮤지컬 ‘더 픽션’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분단의 경계, 그림으로 넘다’···북한 작가 36명 회화 50점 한자리에

경북 안동의 송강미술관(관장 김명자)에서 북한 회화 50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념의 프레임에 가려졌던 북한미술을 ‘예술 그 자체’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송강미술관은 지난 4월 11일부터 특별기획전 ‘2026 북한의 회화 – 분단 너머의 리얼리즘’을 열고, 유화와 조선화 등 북한미술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선우영, 리경남, 이쾌대, 정종여, 정창모, 김성민, 김성근, 김승희, 리율선 등 총 36명의 작가가 참여해 북한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이쾌대, 정종여를 비롯해 정창모, 선우영, 김성민 등은 북한 회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로 꼽힌다. 특히 이쾌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치며 활동한 대표적인 근현대 화가로, 사실적 인물 표현과 시대 현실을 반영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는다. 월북 이후에도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이어가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종여는 전통 조선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북한 화단을 이끈 대표 작가로 꼽힌다. 평양미술대학 조선화과 창설에 참여해 후학을 양성했으며, 대표작 ‘가을의 티티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북한미술을 단순한 선전 도구가 아닌, ‘당대 현실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읽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형성된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이상을 그려왔는지를 비교적 온전한 맥락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다. 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제1·3전시장에서는 ‘북한 회화의 리얼리즘’을 주제로 북한식 리얼리즘을 집중 조명한다. 이는 서구적 사실주의와 달리, 현실 재현을 넘어 집단적 가치와 사회적 이상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작품 속 인물과 풍경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하나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제2전시장에서는 ‘조선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주제로 또 다른 북한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동양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조선화는 선묘와 색채, 몰골기법 등을 활용해 민족적 정서와 서정성을 드러낸다.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이 양식은 북한미술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축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갈등과 분쟁이 이어지는 시대일수록 예술이 공감과 연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체제 속 예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잿더미 위에 다시 돋는 초록···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말하는가

검게 그을린 숲 사이, 새순이 고개를 든다. 불이 지나간 자리 위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척. 그 풍경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질문을 던진다. “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오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의성군을 비롯한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1년, 재난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명은 지난 1년 동안 산불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잿더미로 변한 산과 앙상하게 타버린 나무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게 축적된 신작 7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작품들은 단순한 복구나 치유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이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타버린 풍경 속에서도 발견되는 생명의 흔적,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잔여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이는 보도나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재난의 이면을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기록’의 성격 또한 강하다.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와 현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개인의 감각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 도록 역시 단순한 작품집이 아닌, 재난의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공적 기록물로 제작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재난의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회복’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맥락도 의미를 더한다.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라질 뻔한 장소가 예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재난 이후의 회복과 재생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욱 크다. 관람객들은 제1·2·3전시실 전관을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재난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9

깊이 있는 해석, 김다솔 피아노 리사이틀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리사이틀이 오는 4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시리즈 ‘더 마스터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다솔은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통영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과 오케스트라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 YCA 국제 오디션 등 주요 무대에서 성과를 이어왔다. 1989년 부산 출생으로, 16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해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도 입상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지휘자 미하엘 잰덜링과의 독일 투어를 통해 주목받았다. 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제 음악아카데미에 발탁돼 잘츠부르크 문화기금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다단조 K.475’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Op.1’, 이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B♭장조 K.570’을 연주한다. 특히 ‘환상곡 다단조 K.475’는 자유로운 형식과 극적인 전개, 감정적 실험과 형식적 대담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내면적 깊이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평가된다. 낭만주의적 성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그의 환상곡 가운데서도 독창성과 구축성이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휴식 이후 2부에서는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 전곡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제2번 내림나단조(Op.31)는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대비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곡으로 꼽히며, 제3번 올림다단조(Op.39)는 장중한 구조와 강렬한 에너지로 쇼팽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김다솔의 깊이 있는 해석과 안정된 연주를 통해 피아노 음악의 폭넓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8

이순(耳順)의 화음으로 세상을 맑게 채색하다

70~100여 명이 함께 협업하는 오케스트라 음향은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했는데 이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한 호흡으로 움직이며 완성하는 유기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대구에도 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5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구현악회’로 출발한 지역 음악인들의 열정은 62년 전 교향악단 창단의 밑거름이 됐다. 80대 이상 고령 팬들 중엔 1964년 창단연주회 때 KBS 방송국 공개홀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 ‘교향곡 1번’의 감미로운 서주(序奏)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창단 이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균형 잡힌 레퍼토리와 새로운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 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시민행복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꾸준히 호흡해 왔다. □‘슈박스형 공연장’ 전국 주목 대구시향의 활동 무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1975년 ‘대구시민회관’으로 출발해 반세기 가까이 지역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창단 초기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변변한 연습실조차 없어 시민운동장 인근 지하실과 달성공원 주변 건물을 전전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시민회관 개관 이후 전용 연습실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 노후화와 음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공연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졌고, 한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주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졌고, 같은 해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개관했다. 리뉴얼 이후 그랜드홀은 1284석 규모 전통적인 슈박스형 구조(shoebox hall)를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직사각형 구조를 통해 측면 반사음을 극대화하고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혀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울림과 긴 잔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며 지역 음악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음악 동호인은 “음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1층 중앙 블록이나 2층 정중앙이 가장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이라고 귀띔했다. □ 백진현 지휘자와 80여명 단원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백진현을 중심으로 박혜산(부지휘자), 김혜진(부악장) 외 79명의 단원이 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 편성은 제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파트가 핵심을 이룬다. 현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뼈대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8명으로 구성된 대구시향의 현악 파트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위에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 등 목관악기가 더해져 맑고 섬세한 음색으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금관악기인 트럼펫·호른·트롬본·튜바는 강렬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긴장과 장중함을 더하며, 곡의 클라이맥스를 이끈다. □환갑의 성숙한 화음으로 보답 1964년 첫걸음을 뗐던 대구시향이 얼마 전 환갑을 맞았다. 인생의 한 바퀴를 돌아온 여정처럼 시향의 선율도 깊이와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향의 목관의 음향과 균형 잡힌 금관의 울림이 더해지며 전체 사운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근현대 작품과 지역 창작음악을 선보이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환갑을 맞은 오케스트라는 완결이 아니라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선”이라며 “흔들림 없는 중심으로, 각자 소리가 존중받으면서도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이순(耳順)의 화음’을 완성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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