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법칙`서 40대 주부 미연 역 열연한 문소리
오랜 동반자 설경구와 함께한 상업영화 `스파이`(2013)에선 능수능란한 코미디를 보여줬고, 낯선 스릴러 `분노의 윤리학`(2013)에선 교수부인 선화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찬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독립영화 `만신`(2014)에서는 중년 무당으로 굿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창동·홍상수·윤제균과 함께 한 스펙트럼 넓은 배우”라는 동료 배우 설경구의 평가처럼, 그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으며 필모그래피에 다양한 발자국을 새기고 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권칠인 감독의 `관능의 법칙`도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남편과의 잠자리에 집착하는 40대 주부 미연 역이다. 자식을 해외로 유학 보낸 미연은 남편과의 잠자리에 집착하고, 이를 `견디고자` 남편 재호(이성민)는 비아그라에 의존한 삶을 살아간다. 미연은 확실히 그가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다.
“일주일에 세 번을 요구하는 여자가 과연 있을까요? 와인을 준비하고 섹시한 슬립을 입고…. 신혼 초도 아니고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고 나서도요? 그런 의문점이 들었지만 시나리오가 아기자기한 게 재밌었어요.”
문소리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미연이라는 인물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문소리는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미연의 일주일치 생활계획표를 상상으로 짜보기도 하고, 침대에서 미스트를 뿌리는 등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감독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미연이란 인물은 나랑 많이 다르지만, 그녀가 보통 주부인 것처럼 보이도록 연기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코믹으로 포장됐지만, 영화에는 약간의 정사 장면이 있다. 사실 `바람난 가족`(2003) 등에서 보여준 노출 탓에 마음고생을 했던 점에 비춰 문소리가 잠자리에 탐닉하는 주부 역을 맡은 건 다소 의외다.
“제가 노출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을 쭉 지켜본 남편(장준환 감독)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 `괜찮겠냐`며 걱정해준 적은 있어요. 그러나 `관능의 법칙`은 노출이 그렇게 강조된 영화는 아니에요. 너무 노출 이야기만 나와서 부담스럽긴 해요.”
작년 가을, 영화 `스파이` 홍보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문소리는 중앙대 첨단대학원에 진학했다. 전공은 연출제작. 첫 과제로 여배우를 소재로 한 17분 분량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만학의 이유를 물으니 “자극이 필요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영화 보는 게 점점 싫어졌어요. 아이가 있으니 극장에 가기도, TV를 보기도 어렵더군요. 예전에는 보고 싶은 영화는 꼭 봐야만 직성이 풀렸는데 점점 그런 애착도 사라지고요. 전문가가 돼도 모자란 판에 영화를 점점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좀 더 영화를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실제로 학교에 가니 `힐링`이 되고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수업시간에 거론되는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고요.”(웃음)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으로 데뷔한 문소리는 주·조연을 포함해 모두 2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벌써 15년차 배우. 은막에 등장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받자마자 잊는다”며 웃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해준 말이 있어요. `욕망에 휘둘리지 마라, 그것에 지면 안 된다`. 욕심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다만, 단 하나 버리지 못하는 욕망은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일 년에 한 작품이라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