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포항시장 경북도지사 도전 의미·전망
□ 도지사 출마 결심 배경
박승호 시장의 도지사 출마는 돌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 재선이 된 다음부터 자신의 정치 로드맵속에 포함돼 있던 것이다. 당초에는 현역 김관용 지사의 높은 지지율이 전혀 미동이 없어 정치적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포항시장 3선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중앙정치권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단체장 3선 연임을 제한하는 당론 방침이 현실화된 것. 자칫 김관용 지사가 공천 경선레이스에서 빠지는 경우 박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정치로드맵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포항시장 3선 연임을 한 뒤 다음 지방선거때 도지사 선거에 나갈 경우 현역 재선 도지사와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은 정치적 로드맵을 완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이번 선거에 도지사 출마를 강행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경북의 정치 1번지
경북도는 지난 1995년 민선 1기 이후 이의근 지사(3선·청도)에 이어 김관용 지사(재선·구미)가 당선됐다. 흔히 포항은 경북 제1도시로 지칭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도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포항은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비롯해 도지사 후보를 꾸준히 냈지만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당선은 고사하고 자칫 도지사 후보마저 내지 못하는 정치낙후지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박 시장의 도지사 출마는 경북 제1도시 포항의 정치적 자존심이 상처받는 일을 최소한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동해안 발전론
박 시장의 도지사 출마 결심은 동해안 권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 소외론`에 힘입은 부분도 적지않다.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권역은 전 경북도 인구의 40%인 약 120여만명이 살고 있지만 지난 20년 가까이 눈에 띄는 발전이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자조가 주민들 사이에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북도청이 북부권으로 이전함에 따라 동해안 권역 지역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항과 경주보다 상대적으로 오지로 분류되는 영덕과 울진의 경우는 그 피해의식이 더욱 크다. 그런 이유로 경북도청 제2청사 이전 등 동해안권역 발전을 선도할 지도자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또 세계는 지금 글로벌 경제와 정보화, 해양자원확보 등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특히 환동해지역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해양 정책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벌써 10여 년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환동해권과의 활발한 교류는 물론 북극항로 개발에 나서 환동해권 개발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박승호 시장은 해양정책의 차별성을 가장 큰 무기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강력한 해양리더십으로 동해안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상대적으로 내륙지역 출신 후보자들의 `인물부재론`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과제와 전망
박승호 시장의 앞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경북도내 전체 5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김관용 현 도지사의 벽을 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앙당의 3선 연임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여전히 공천경선까지 지역구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새누리당내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등 첩첩산중의 난제들이 가로막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8년간 포항 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포항운하와 감사나누기운동, 영일만항 포트세일, 배후단지조성 등 굵직한 성과를 올리며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지도자란 평가를 받았다.
박 시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을 경영했던 소중한 경험을 `전국 제1의 경북`을 만드는데 쏟아 붓겠다”면서 “3선의 고지에 오르는 일이 훨씬 쉬울 수도 있었지만 더 나은 경북의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의를 택했으며, 설령 바보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우직하게 평소의 소신을 밀고 나가겠다”고 도지사 출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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