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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아내에 부치는 눈물의 사모곡”

연합뉴스
등록일 2015-12-28 02:01 게재일 2015-12-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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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채무 14년만에 신곡 `천생연분`으로 가수 활동 재개
“아내와 나는 천생연분이었어요. 소개로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해서 37년을 해로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연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곡 이름이 `보고 또 보고`였는데 제가 `천생연분`으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배우 임채무(66)가 14년 만에 신곡을 내고 가수 활동을 재개한다.

그는 지난 18일 싱글 `천생연분`을 발표하고 당분간 가수 활동에 매진하기로 했다. 오승근이 불러 히트한 `내 나이가 어때서`의 작곡가 정기수가 노랫말과 곡을 쓴 `천생연분`은 경쾌한 리듬과 템포의 곡에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담은 노래다.

임채무는 아들, 딸을 낳고 37년을 함께 한 부인(성우 박인숙)을 지난 6월 여의었다. `천생연분`은 아내를 향해 하늘로 부치는 눈물의 사모곡이 됐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임채무는 “다시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곡을 받았는데 그중 `천생연분`이 딱 눈에 들어왔다. 평소 내 18번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일 정도로 아내는 내게 각별한 사람이었는데 `천생연분`이 내 마음을 담고 있더라”고 말했다.

◇천생연분 아내와 사별한 고통 노래로 달래

젊은층에게 임채무는 `하늘이시여`나 `웃어라 동해야`, `압구정백야`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배우지만, 임채무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일품인 노래 실력 빼어난 가수이기도 하다.

그는 임채무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널리 알린 MBC 드라마 `사랑과 진실`(1984~1985)에 출연하던 중 그의 목소리를 알아본 제작진이 드라마 주제가를 불러보라고 제안하면서 동명의 주제가를 불렀다가 연기와 노래로 `쌍끌이 대박`을 쳤다.

“제가 1978년 결혼할 때 통장에 달랑 3만원 들어있었어요. 직장 다니던 동생한테 200만원 빌려서 4평짜리 전세방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렸죠. 그런데 `사랑과 진실`이 히트 치니까 광고, 행사 등을 통해 기절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어요. 당시 `사랑과 진실` 음반이 50만여 장 팔렸으니 엄청난 히트였죠.”이후 그는 주현미와 `인천항 갈매기야`를 듀엣으로 부르고, 가요 메들리 `쌍쌍 데이트`, `카페연가` 등을 내며 가수로서 전국을 돌며 활동했다. 마지막 음반은 2001년 `아침에 당신`. 신곡 5곡을 비롯해 리메이크곡까지 합치면 지금껏 총 13곡을 발표했다.

“노래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했어요. 그러다 아내가 2011년 11월 담관암 판정을 받으면서 올스톱됐죠. 아내가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의사들이 못 고치면 내가 고쳐야겠다고 결심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좋다는 약과 치료법을 구해왔어요.”그의 지극정성으로 부인 박씨는 3개월이 아닌, 4년을 더 살다가 세상을 떴다.

중요한 건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와 아들, 딸을 제외하고 내 형제들도 아내가 아픈 것을 몰랐어요. 그만큼 겉으로 멀쩡했어요. 나랑 놀러다니고 골프 치러 다니고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내의 부고를 접한 후에야 투병 사실을 알았어요. 머리카락도 하나도 안 빠졌죠. 제가 해외 4개국을 돌아다니며 좋다는 약을 다 구해왔고, 철저하게 식이요법을 지켰어요. 의사들이 기적이라며 놀랐죠.”

임채무는 “그러나 다 무슨 소용이겠나. 결국 아내가 떠났는데.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통곡을 몇차례나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서 할아버지 역으로 밀려나는 상실감도 노래로 극복

애초 그가 노래를 다시 부르기로 결심한 데는 연기자로서 이제 아버지 역에서 할아버지 역으로 밀려나야하는 단계에 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멜로 주인공을 하던 배우는 어느 순간 아버지 역을 맡아 조연으로 밀려날 때 첫 번째 상실감이 와요. 과거 밀려나면서 공백기가 2~3년 왔는데 상실감이 크더라고요. 어느새 더 나이가 들어 이제는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밀려날 때가 온 거예요.

아버지 역은 이제 저보다 어린 후배들이 맡게 되고, 그렇다고 할아버지 역을 맡기에는 아직 젊어서 또다시 공백기가 2~3년 오겠구나 싶자, 가만히 있으면 잊혀지니 노래를 부르며 상실감을 달래자고 생각했죠.”

그는 “노래를 불러 히트시키겠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천생연분`은 내가 돈을 대서 제작했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내 목소리를 남겨두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들어본 주변 사람들이 묻어두기엔 아깝다고 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하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못 견딜 것 같은데 주변에서 노래가 좋다고 하니 행사, 방송 활동 등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나로서는 좋아하는 노래를 실컷 부르고, 사람만나는 거 좋아하니 바쁘게 돌아다니며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어 여러가지로 잘됐죠. 준 히트 이상만 되면 아무 생각없이 1~2년 지방 행사를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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