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등 악재에도 대체자원 확보 실패… 시즌 최악의 성적<BR>경기 불황에 지원감소… R리그 불참, 유망주 육성도 차질
한국 프로축구와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포항스틸러스가 올 시즌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정상 제패도 이미 물 건너갔다. 여기다 7경기를 치른 현재 시즌 성적도 초라하다. 1승 3무 3패. 12개 구단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진철 감독은 지난 24일 전남전 경기 직후 “내 능력에서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독이 모든 책임을 떠안은 모습이 연출된 것.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최 감독이다. 그러나 축구 전문가들은 최 감독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쥐어짜내고 있지만 현재 팀 구성으로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올 시즌에 앞서 최 감독은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수를 연결하는 고리에 손준호를 심었다. 전술의 핵심에 손준호를 포진해 전술을 다듬어 왔지만 손준호가 시즌 아웃되면서 포항이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
손준호를 대신할 수 있는 자원과 최전방에서 확실한 한 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원톱의 자원이 당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포항 구단은 후반기 시즌을 대비한 선수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문제는 후반기에 앞선 5월과 6월의 경기력이다. 감독의 리더쉽과 선수들의 정신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암울한 지금이다.
이쯤에서 `화수분 축구가 왜 이렇게 추락했나`라는 의문이 든다.
해답은 간단하다. 예산이다. 최근 지속되는 철강업계의 경기 불황으로 포항의 곳간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부터 지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200억원에 이르던 지원이 최근 10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우승에 따른 선수 값어치가 올라가면서 예산의 대부분은 선수 연봉을 채우기에 바쁘다. 넉넉지 못한 살림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이명주, 김승대 등의 선수를 이적시켰다. 구단으로서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팀을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부익부 빈익빈은 포항 구단 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화수분 축구` 실종이 그것이다. 포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올해 R리그가 4년 만에 부활했지만 포항은 엄두도 못냈다.
R리그는 23세 이하(챌린지 22세 이하) 의무출전 정책에 따른 선수들의 안정적인 K리그 적응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2012년 폐지된 이래, 올해 부활했다. K리그 클래식 팀 중에서는 전북, 수원, 서울, 성남, 울산, 인천 등 6개팀, 챌린지는 부산, 대전, 대구, 서울이랜드, 부천, 고양, 안산, 충주 등 8개팀이 R리그에 참여해 경쟁력을 쌓고 있다.
포항이 배출한 프렌차이즈 스타인 이명주, 김승대 등도 2군에서 프로경험을 쌓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최고의 선수를 키울 수있는 무대가 사라지면서 포항이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온실에서 자란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바로 뛰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년에도 R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면 포항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당장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선수 수혈도 중요하지만 내년 R리그 참가를 위한 예산 확보가 더욱 시급해 보인다. 포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김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