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천안함 참배·철거건물 붕괴 참사 분향소 조문 광폭 행보<br/>김기현 원내대표 상견례 자리선 자세 낮춰 ‘파격·화합’ 새 체제 예고
특히 이 대표는 당내 관계에선 기존 정치권의 관례를 거스르지 않는 ‘여의도 모범답안’을 적용,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전날 연장자인 김기현 원내대표와 상견례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해 연장자에게 깍듯한 ‘장유유서’의 예우를 갖췄다.
이 대표가 당 외부적으로는 ‘파격’, 내부적으로는 ‘화합’을 부각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외연 확장과 내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묘책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공식 일정 첫날인 14일 당 지도부를 태운 단체버스는 새벽 5시에 국회를 출발했다. 이준석 지도부는 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철거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를 거쳐 이른 오후 서울로 복귀했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이 당선 후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동작구 국립서울 현충원부터 참배하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군 장병 예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첫날부터 야권의 불모지인 호남의 심장부 광주를 찾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임 김종인 비대위 지도부가 세대·계층·지역을 아우르는 외연 확장 기조로, 호남동행 정신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압도적 당내 지지 여론을 기본 동력으로 당내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전당대회 기간 보여준 쇄신·개혁 모드에서 속도조절에 나서 김 원내대표 등 중진들과 긴밀히 상의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석대변인에 황보승희(45) 의원과 비서실장에 초선의 서범수 의원 등 당대표와 지근거리에서 함께하는 당직에는 초선·소장파를 내세워 쇄신 이미지를 강화하고,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일부 주요 당직에는 중진을 우선 중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불편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당선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비공개로 일대일 회동을 가진 것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원만한 소통을 강조한 모습에서 ‘야권 통합’을 강조해온 중진들의 입장과 부합한 행보였다.
이처럼 이 대표가 이처럼 쇄신 개혁과 함께 통합의 행보를 보여주자 벌써부터 당내에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와 동년배인 한 30대 당직자는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당의 기존 자산으로도 상쇄할 수 있다”며 “이 대표 덕분에 ‘변화’에 대한 갈증이 채워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변화, 쇄신과 함께 무게중심을 잡는 신중모드가 겸비된다면 국민들도 국민의힘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인정할 듯 싶다”면서 “신임대표의 변화와 통합노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