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 겨냥한 공천 규칙<br/>金 “李 대표가 감산 초안을 제시”<br/>李 “손바닥으로 하늘 가려” 비판<br/>당내 “재논의 필요” 주장도 일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현역의원 10%, 무소속 출마 전력 15% 감점’이라는 지방선거 공천 규칙을 놓고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 간 진실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장 홍 의원은 선수로 뛸 후보가 심판으로 이 규칙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며 김 최고위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의원과 김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경쟁자다. 홍 의원은 23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이용자가 ‘무소속 출마 감점 사항은 너무 치졸해 어이가 없다. 김재원은 별명다운 행보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로 “그런 음험한 술책으로 박근혜 정무수석을 했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렇게 당했다”고 답변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심판이 자기가 유리한 규칙을 정해놓고 선수로 뛰면 승복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느냐”며 김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대표가 탈당 경력자 감산이 담긴 초안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가 갖고 온 (페널티) 초안이 13페이지 정도 된다”며 “탈당 경락자 25%, 징계 경력자 25%, 당원 자격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 등 이런 내용으로 초안을 갖고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천관리 규정 초안을 최고위에 상정한 건 대표의 권한이고, 대표께서 이것을 논의하자고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저는 그 중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서 25%, 15% 이렇게 해놓은 것이 복잡하니까 그냥 15%로 통일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가 결정된 안보다 더 큰 페널티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즉각 김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누차 감산점 등 어떤 형태든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현역 출마에 대한 페널티, 무소속 출마 경력 페널티 등에 다 반대해왔다”며 “김 최고위원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페이스북을 통해 “김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홍 의원의 경우 대선 후보로까지 뛰었던 분인데 25%나 감산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 역시 “최고위의 결정은 누가 봐도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의결을 거친 내용이긴 하지만 공관위에서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시작한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