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 저지를 위해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9일 비쟁점 법안까지 포함한 필리버스터에 이어 장외 여론전으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이재명 정권 악법 폭주, 민주주의 파괴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천막에서 ‘사법장악 입법독주 저지투쟁’을 시작했다.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정희용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첫 주자로 농성에 참여했으며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이 4∼5명씩 조를 편성해 두 시간씩 교대하는 방식으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농성은 국민의힘이 규정한 이른바 ‘8대 악법’ 철회 시점까지 별도 기한 없이 지속된다. 전국 253개 당협도 지역별 천막을 설치해 농성에 동참하고, 당원들은 1인 릴레이 시위로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규정한 8대악법 중 ‘사법파괴 5법’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공수처 수사 권한 확대 관련 법이 포함됐다. ‘국민입틀막 3법’은 △정당 현수막 설치 제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리버스터 제한 관련법이다.
장동혁 대표는 농성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8대 악법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며 “사법부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힘은 국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도 “이 악법들이 완성되면 그야말로 전체주의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며 “국민의힘 107명 전원은 8대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 국회 안에서, 거리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고, 본회의를 정회한 것에 대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입틀막’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 의장은 소수당 필리버스터를 자의적으로 중단시키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 노릇을 자처했다”고 비판하면서 “국회의장의 ‘입틀막’은 단 두 번뿐이었다. 61년 전인 1964년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 마이크를 끊었던 사건의 오점이 21세기 국회에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