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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0대 구두닦기의 행복한(?) 짜증

칠곡군청에는 노씨(65) 아저씨로 통하는 구두 닦는 아저씨가 있다. 지난 17년간 군청의 각 부서를 돌며 구두 닦는 일을 해온 군청 터줏대감인 노씨는 “`배 군수님`의 구두를 닦을 때 제일 짜증이 난다”고 푸념한다. 이유는 군수 구두는 밑창을 여러 번 갈아 낡고 헤져 있는데다 흙이 덕지덕지 끼어 있어 다른 사람보다 구두를 닦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들어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노씨는 “배 군수 구두는 보통사람 같으면 벌써 쓰레기통에 들어갔을텐데 버리지 않고 신고 다닌다”며 “내 손으로 구두 한 컬레당 밑창만 2~3번은 갈아 줬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군수가 어디를 얼마나 다녔는지 구두에 흙 범벅이 되어 있어 털어내는데 애를 먹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한 민생 현장 시찰차 갔다 온 것 같아 열심히 닦아준다고 했다. 구두닦이 노씨의 불만(?)처럼 배상도 군수의 근검절약은 군청공무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고 지역에서도 이미 소문이 나 웬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군정을 책임지는 총 사령탑인 군수실은 일부 호화로운 자치단체장 집무실과 달리 규모나 집기 등이 너무 소탈하게 꾸며져 있다. 호화로운 군수실을 연상하고 찾아갔던 군민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비치된 실내의 탁자와 소파는 물론이고 손님들께 내놓는 차나 커피도 길거리 자판기 수준이며 특히 군수실 내 메모지도 전부 이면지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점심식사도 업무시찰이나 행사참석 때는 예외지만 관내 근무 시는 2천 원짜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즐겨 입는 바바리코트는 10년 이상 된 것으로 서울 지하철 노숙자들 전용복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자가용은 단종된 로열 프린스를 15년 이상 타고 다니다가 지난해 부품교환이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바꿨다. 군수의 근검절약 정신은 군청 실과부서에도 그대로 전수돼 있다. 군청 총무과에는 아직 내무부시절 들여온 35년 된 골동품 책상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낡은 골동품 책상 위에 첨단 컴퓨터가 올려진 모습이 어쩐지 조화롭지 않은 것 같지만 나름대로 부조화의 멋이 느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군청관계자는 “세상 사람들이 전부 배 군수 같으면 자동차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옷 집, 식당 등은 전부 폐업신고를 낼 것”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두쇠 정신을 버릴 때가 됐지만 워낙 오래된 습관이라 좀처럼 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 돈 들일도 아닌데 조금 불편하면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고 보는 오늘의 세태에 군민의 혈세를 한 푼이라도 아껴쓰겠다는 배 군수의 구두쇠 정신은 특별나 보인다.

2009-08-04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예천군 지역은 벌써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군수는 초대 예천군의회 군의장을 역임한 뒤 군수에 당선돼 12년째 예천군의 수장으로서 각종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3선 연임을 했던 현 군수는 2010년 6월말 임기가 끝이 난다. 내년 예천군수 선거는 수성하는 장수가 없는 무주공산인 셈이다. 호시탐탐 군수자리를 노리고 있던 출마 예상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출마를 선언하며 고지 점령을 위해 진격 태세에 들어갔다. 현재 12~15명 정도의 후보가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며 선거 열기가 뜨겁다. 또 일부 출마예상자들은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가 하면, 자치단체장의 탄탄한 조직에 군침을 흘리는 출마예상자도 있다. 그러나 지역은 선거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잉태하고 있다. 만약 현 자치단체장이 지지하는 예비후보자가 있다면 말이다. 특히 선거를 10개월 정도 앞둔 상태에서 자치단체장이 차기 출마예상자를 선택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예천 지역에는 많은 출마예상자가 있지만 최종 후보자는 3~4명으로 한나라당 공천자, 친박연대 공천자, 자치단체장 후원자, 무소속 등으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퇴임을 준비하는 현역 단체장은 12년 년 동안 선거로 발생한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더 나은 지역발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차례다. 군민이 무엇을 바라며 후배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예천이 발전할까를 가르쳐 주어야 지역 원로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아집과 독선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인근 한 자치단체장이 3선 연임을 하고 물러날 때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말없이 주소를 타지역으로 옮기는 등 고향 발전을 위해 고민을 하며 명예롭게 퇴임을 했다는 후문이다. 주민들은 그를 진정한 일꾼으로 존경했고 결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국회에 입성시키며 더 큰 일을 부탁했다. 지역 주민들은 원로로서 대접받고 고향 예천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으려고 욕심을 버리고 차기 선거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를 희망한다. 공직 사회에서도 `최고로 행복한 공무원`으로 꼽는 자치단체장으로 조용히 공직을 떠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군민들은 모두 물러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존경받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2009-08-03

이인기 의원의 외단자의(外斷者義)

지난 12일 이인기 의원은 김태환(구미을) 의원과 경북도당자리를 놓고 한치 양보없는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경북도당 자리를 놓고 끝까지 경선하겠다는 이인기의원이 갑자기 경선을 포기한 연유에 대해 군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사퇴를 하면서 남명 조식 선생의 외단자의(外斷者義)를 사퇴의 변(辯)으로 대신했다. 외단자의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이 의로움`이란 뜻으로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사자성어와는 거리가 먼 문구이다. 특히 이 의원이 사퇴시 밝힌 외단자의는 퇴계 이황과 더불어 영남 사림의 지도자역할을 한 남명(南冥) 조식의 검명(劍銘)이다. 남명은 선비이면서도 자신이 차고 다니던 검에 내명자경(內明者敬 :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이요. 外斷者義: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이 의다)을 새겨 넣고 다니며 평생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았다고 한다. 특히 남명은 아들 명종 대신 수렴청정한 문정왕후를 과부로 비하하며 외척정치의 폐해를 낱낱이 거론하는 상소문을 올려 온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러한 남명의 상소문은 그 당시 조정의 훈구대신들조차 생각지 못한 용기있는 행동으로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목숨을 담보한 소신 있는 상소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남명의 인격에 대해 모를리 없는 이인기 의원이 일반인들이 거의 사용치 않는 용어사용에 대해 뜻있는 인사들은 그 진의를 유추해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남명은 아들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의 외척정치의 폐해를 비판해 왔다”라며 “이러한 외척정치를 비판한 남명의 상소문처럼 외단자의는 한나라당에 최대지분을 가진 A씨를 연상케 한다”며 “A씨는 직접 나서지 않아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그 의중을 간파한 이의원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그러나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며 도당위원장에 도전한 것은 사리사욕이 아닌 지역발전 차원이었는데 경선 때 친박계 의원들 간 감투싸움만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 것 같아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의원은 경선포기 후 칠곡시 조기 승격추진, 대구지하철 동명 구간연장, 북삼고 지역명문고 설립추진, 석적고등학교 조기 설립 등 지역민의 가장 큰 관심사항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며 도당위원장경선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고 있다.

2009-07-22

박보생 시장의 권위 손상

얼마 전 `잠시만 같이 있어도 그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도지사의 꿈을 말하던 한 지방자치단체장을 동료와 함께 자리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그침 없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그 포스가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언변과 분위기라면 박보생 김천시장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능숙한 처세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지난 2004년 김천시 행정지원국장 자격으로 박팔용 전 김천시장을 대신해 행사장에 참석하면서 일약 시장후보군에 합류했고 또 시장이 됐다. 시장 취임 후에는 새벽 농사일을 계속해가며 시청에 출근하는 농부 시장으로서 진한 감동을 선사했지만 이후 자신을 강하게 보이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시정운영에 강한 카리스마를 내보여 주위를 의아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선 4기 3주년을 맞아 단행한 최근 인사에서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승진에서 탈락한 한 간부공무원이 시장 앞에서 인사의 부당함을 들어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이 인사의 항명 소문은 시중에 쫙 퍼졌고 결국 박 시장의 인사와 관련한 각종 말들이 무성하게 만들어져 박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천시청의 인사조직은 오래전부터 “O고 출신이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 상위에 0고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돕는 동반자였을지라도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인사 시점만 되면 동창 또는 동문간 치열한 경쟁자가 돼 서로 치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진 탈락이 더욱 섭섭했을지도 모른다. 박보생 시장도 항의한 간부공무원도 0고 출신임은 물론이다. 또 시중에는 이번 인사를 두고 `박씨 집안 인사`, `선거용 인사`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공교롭게 4급 승진자 3명 가운데 2명, 5급 승진자 9명 가운데 4명이 `박씨`로 박 시장과 성이 같아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아무려니 성을 골라가면서 승진시키기야 했을까마는 박보생 시장은 이번 인사 탓에 인사권자로서, 또 시장으로서의 권위에 큰 손상을 입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2009-07-09

기자수첩 -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관계정립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법 제정을 놓고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민간보험사 쪽은 또 다른 통제라며 반대하고, 시민단체 등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찬성한다.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과의 상관관계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국민의료비 지출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암에 대해 보장성을 높이면 민간의료보험의 암 상품 구매는 줄어드는 것.그런데 양측의 경계가 모호하면 소비자들은 이중삼중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서구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대만도 공 보험에서 지급하는 진료비의 비중이 전체 진료비의 80%를 넘는 등 이들 국가들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엄격한 통제시스템을 갖고 있다.대부분의 경우 공 보험이 보장해 주는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지 않는다.공 보험의 본인부담금을 보상해 주는 보험 상품은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대표적 일례이다. 이는 공 보험을 철저히 보호하고, 국민의료비의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이다.미국은 선진 국가 중 유일하게 공보험이 없는 나라로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그에 따른 보험료와 의료비 지출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총생산의 15%가 넘는 7천억 달러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이러한 미국도 민간의료보험에 대하여 상품표준화, 가입차별금지, 지급율 하한선 규제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이다.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진료비 비중은 60%대에 머물고 있어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환자부담율이 높은 반면 민간의료보험시장은 연 10조원으로 추정된다.이는 건강보험 재정 22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이다.민간의료보험이 과거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 왔다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무규제에 가까운 혜택과 높은 보험료 수입으로 매년 15%씩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에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었다. 100원의 보험료를 내면 60원만 되돌려 받는 낮은 지급율과 취약한 보장성이 대표적이다.OECD 발표에 따르면 2004년도 우리나라의 국가총생산 대비 의료비지출은 5.3%에 불과하다. 서구유럽 국가들의 8%내지 9%에 비하면 증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의 차이인 3% 가량의 공백을 공 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중 어느 쪽으로 치중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그래서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올바른 관계정립이 더 절실한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눈앞의 손익에 급급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라도 좀 더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황태진 기자

2006-12-27

기자수첩 - ‘K2원정대’가 남긴 교훈

냉정과 객관의 눈으로 ‘사실’(fact)을 판단하고 다뤄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현장에서의 ‘낙루’(落淚)는 무척 부끄러운 일에 속하는데 이번 경북산악연맹 K2원정대 조난사고가 그랬다.특히 대원 3명의 실종 이틀째인 지난 10일 수색상황 취재를 위해 찾은 연맹사무실 주변에서 우연히 알게된 ‘포항 기계 출신 이모 대원 둘째아이의 백일’ 소식은 잠시 직분을 잊게 할 정도였다.어쨌든 사고발생 20여일만인 28일 합동영결식을 마친 이번 사고는 지역과 국내 산악계는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먼저 경북연맹은 원정대원들의 조난사망사고를 처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긴급이사회 소집을 통해 유족에 대한 예우와 유품 봉환 등 사고수습에 대처한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원정대 안전지침 등 보완대책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또 근무연수 15년차에 업무숙련도가 한창 수준인 직원 3명을 한꺼번에 잃은 포스코가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대처능력과 지금까지의 국내 산악계에 대한 공헌은 훨씬 시사하는 점이 크다.포스코는 법적인 근거를 과감히 배제한 채 임원들이 직접 나서 유족과 후속책에 대한 협의를 통해 영결식이 무사히 거행되도록 했다.산악인들은 포스코가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기업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산악인들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기업정신을 계속 발휘해 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 이는 곧 ‘미답(未踏)의 철강세계’를 개척한 창업의 도전정신을 사원들과 공유하는 길도 될 것이다. 아울러 영결식장에서도 확인됐듯이 인터넷에 어느 ‘악우’(岳友)의 시 ‘내가 만약 히말라야에 간다면’을 올려 주위를 위로했을 정도로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인 이대원의 부인을 비롯해 어린 두 자녀 등 유가족에게는 먼 설산에 잠든 ‘고인’(故人)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0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