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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엄마의 런닝구

한지영경북교육청 Hi! e-장학 집필위원마산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정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는 고요한 바다가 나타난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채 파란 사파이어처럼 눈이 부시도록 맑고 푸른 바다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지금처럼 가을이 익어가는 날, 창문을 열고 그 바닷길을 달려가다 보면 아름다운 노을에 취해 잠시 차를 멈추게 된다. 마산 9경 중의 하나인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 연륙교` 근처 작은 마을에 시댁이 있다. 가끔은 뉘엿뉘엿 넘어가다 저 멀리 작은 섬으로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리는 석양이 너무 보고 싶어 시댁을 찾아가기도 한다. 지난 주말, 홀로 계신 시어머니께 안부전화도 드리지 않고 시댁으로 갔다. 가을빛으로 물든 석양이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예고도 없이 찾아가면 시어머님의 반가움이 더 클 것 같아서였다. 평소 같으면 대문 밖에서 반가이 맞아 주실 텐데 예고 없는 방문이라 그런지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시어머님은 부지런함과 검소함이 몸에 밴 분이시다. “아프다” 소리를 연신 입에 달고 살지만 산으로 들로 바다로 쉴 새 없이 일을 하러 다니신다. 지금도 어쩌면 넘어가는 석양을 벗 삼아 조개를 줍느라 정신이 없으실 것이다. 짐을 풀고 청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니 세숫대야에 빨랫감이 담겨져 있었다. 시어머님의 속옷이었다. 외아들 내외가 오는 날이면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거실이랑 욕실 청소까지 깔끔하게 해두시기에 빨랫감이 담긴 것을 처음 보았다. 결혼한 지 어느새 1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시어머님의 속옷을 한 번도 빨아본 적이 없다. 산후 조리를 할 때마다 삼칠이 지날 때까지 며느리 속옷을 빨아주시던 당신을 생각하며 세숫대야에 담긴 속옷을 빨기 시작했다. 몇 개 되지 않는 옷가지들을 깨끗하게 빨아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었다. 그런데 가지런히 널려진 속옷들을 바라보니 어느 것 하나 새것이 없다. 낡고 헤어져 구멍이 난 것도 있었다. `아~ 내가 속옷 선물을 언제 해드렸더라`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문득 문예부 아이들이 참 재미있다며 들고 와서 보여주던 동시 한 편이 생각났다. 엄마의 런닝구/ 경산 부림초등학교 6학년 배한권(1987년) 작은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 개 사라 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 보인다고/ 떨어졌는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멍이 콩만 하게/ 뚫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대지비만 하게 뚫어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 쭉 쨌다./ 엄마는/ 와 이카노/ 너무 째마 걸레도 못한다 한다./ 엄마는 새 걸로 갈아입고/ 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 두 번 더 입을 수 있을 낀데 한다. 다 낡아빠진 속옷을 입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거친 경상도 사투리로 가족들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한 이 시를 읽노라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삶이 팍팍했던 그 시절, 어머니들은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무조건 아껴 쓰고, 아껴 먹고, 아껴 입으셨다. 옷장을 열면 분명히 자식들이 사준 새 속옷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을 텐데 그것도 아끼시느라 너덜너덜해진 속옷을 그대로 입고 사시는 것이다. 먹고살기가 편해진 지금도 어머니들은 아끼는 것이 습관이 돼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음껏 하지를 못하신다. 내일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이다. 먼 길 달려온 자식들을 위해 아껴둔 새 옷을 꺼내 단정하게 입으신 채 보름달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으실 우리들의 어머니. 이제 바깥바람도 점점 차가워지는데 그 겉옷 안에 입으실 속옷은 제대로 있을까? 이번 추석엔 동그라미처럼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을 주시는 어머니를 위해 용돈에다 덤으로 예쁜 속옷도 한 벌 선물하면 어떨까.

2009-10-02

신종플루, 너를 이기려면

한지영 경북교육청 Hi! e-장학 집필위원일교차가 커지면서 환절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우리 집에도 환절기만 되면 기침, 콧물, 재채기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기에 이제까지는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신종플루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을까 염려가 되어 약물을 복용시키고 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체온을 측정해 36.5℃ 정상임을 확인시킨 후 마스크를 챙겨 학교로 보낸다. 신종플루, 이름 그대로 신종이라 아직 확실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어느새 국내에서도 감염 환자 수가 일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수도 여덟 명이나 된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인구의 30%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것은 유행병이 아니다. 순식간에 감염되는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다. 유행병이야 일정 시일이나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전염병은 끝없이 창궐하고 일개 민족까지도 멸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래서 무섭다. 정부에서는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외출 후 손 씻기를 철저히 할 것을 권하는 등 대국민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호흡기를 통해 전이되기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공기가 이동하므로 100% 예방이 어렵다. 남미에서는 신종플루 발생지인 멕시코를 제치고 브라질이 사망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전문가는 브라질에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은 접촉성 삼바 문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될 수 있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퇴근을 하면 삼삼오오 어울려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직행하는 것이 좋다. 접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처럼 신종플루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바이러스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일차적인 방어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접촉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젊고 건강한 이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면역력이 있는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약 없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여 인체 내부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신종플루를 이기는 최고의 비법이다.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방법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일반감기는 스스로 나을 수 있도록 약물 복용보다는 안정을 취하고,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김치, 된장, 마늘)을 매일 섭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술, 담배를 멀리하고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해야 한다. 또, 하루 8잔 이상의 미지근한 물을 섭취하고 유산소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페스트, 스페인독감, 조류독감, 사스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은 전쟁보다도 전염병에 더 많이 희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 신종플루는 앞으로 또 다른 신종으로 나타나 우리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지구의 역사가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새로운 전염병과 계속 싸워야 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얼마나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1년 365일, 36.5℃의 체온을 유지해 그 어떤 전염병이 우리를 위협해도 싸워서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최고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2009-09-18

마지막 선물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 되면 2009년 8월 31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하루가 되어 모두의 기억 속에 과거로만 남게 될 것이다. 달력을 바라보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자꾸만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득 `마지막`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난다.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 사형수 아빠와 윌슨병을 앓는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마지막 선물`, 그리고 카네기멜런대학교의 고 랜디포시 교수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어릴 적 꿈을 성취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던 동영상 `마지막 강의` 등. 그렇게 `마지막`이란 단어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다시 새기며 오늘 하루도 귀한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처럼 정성을 다하고 싶다. 며칠 전 소포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그 안에는 `내 아이, 큰 인물로 키우는 101가지 지혜`라는 책 한 권과 정년퇴임을 알리는 인사장이 들어 있었다. “저는 오늘 8월 31일자로 정년퇴임을 합니다. 교단 41년 6개월은 너무 행복했으며 참으로 보람 있었습니다. 그간 귀하께서 보내주신 각별한 지도와 성원에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경북교육청의 한 일원으로 부르심에 감사하며 언제나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근무해 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상북도교육연구원 김상수 원장님의 퇴임 인사말은 항상 축복이 가득 차고, 넘치고, 흘러가서 긴 강을 이루고 큰 바다를 이루길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끝맺음하고 있었다. 그분은 퇴임식 대신 울릉 천부초등학교를 찾아가 직접 작사한 교가를 선물하고 `우리 땅 독도`를 주제로 마지막 수업을 하셨다. 그것이 바로 41년 6개월의 교단생활을 갈무리하는 퇴임식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었다. 백지 한 장을 가득 채운 인사말과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평소 그분이 걸어오신 발자취가 그대로 전해졌다. 끊임없는 교육애로 경북의 구석구석에 쏟으신 열정을 이젠 가까이서 느낄 수 없으니 안타까움이 더 하다. 오늘은 오랜 세월을 오직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많은 분께서 정든 교직을 떠나시는 날이다. 지금 그분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필자의 경우 그분들에 비하면 살아온 날들이 얼마 되지 않기에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새내기 교사로서 첫 출발을 하던 날의 설렘, 첫 제자로 만난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날들 속에서 그들을 사랑하게 된 시간들, 그렇게 오직 한 길만을 고집하며 2세 교육을 위해 바쳐온 열정의 날들을 듣고 지켜봤기에 모두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시는 그 길이 더 없이 영광스러워 보인다. 날려 보내기 위해 새를 키운다는 `스승의 기도`에 나오는 말처럼 오늘 정년퇴임 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 오랜 교직 기간에 정성과 사랑으로 곱게 키워 날려 보낸 새들이 얼마나 많을까? 오늘, 그분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으로 회고사를 하시고 소중한 새가 되어 날고 있을 제자들을 키우셨기에 축하의 마음으로 기쁘게 보내드리고 싶다.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건축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풍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풍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교단에 서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해 온 열정의 시간들은 모두의 마음에 잊지 못할 선물로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경북교육청의 부름을 받아 감사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언젠가 현재의 자리에서 떠나게 되는 날, 난 마지막 선물로 무엇을 주고 갈 수 있을까?

2009-08-31

다이돌핀을 선물한 사람

여름방학이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방학만 하면 아이들과 한 판 전쟁을 치르느라 방학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엔 세 아이 모두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가해 바쁘게 보낸 탓에 잔소리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의 학교는 방학기간에도 교사와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기초 학력 튼튼 캠프, 영어 캠프, 독서교실, 과학교실, 특기 적성 교실 등 학교별로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쉴 사이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김천교육청이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중한 나와 특별한 너를 위한 자신감 충전`이란 주제로 실시한 `꿈 튼튼 희망 캠프`에 다녀왔다. 지난 7월 29일, 김천시 관내 초등학생 100명과 경북도립 청소년 수련원으로 캠프를 떠나던 날 여학생 한 명이 눈에 띄었다. 1박 2일 일정의 캠프였기에 참가자 대부분이 준비물이 든 크고 작은 가방을 가지고 왔는데 모 초등학교 3학년인 한 학생은 가방 대신 검은 비닐봉지에 준비물을 챙겨 온 것이다. 이 학생은 그날 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도 평상복 대신 잠옷을 입은 채 활동을 했고, 다음 날 실시한 산행에서는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 내느라 자꾸만 뒤처졌다. 분홍빛 예쁜 샌들을 신고 있기에 산에 오는데 왜 샌들을 신고 왔느냐고 물으니 “우리 선생님께서 사주셨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 학생은 부모가 이혼한 후 조부모와 생활하고 있는 아이였다. 학습 부진으로 인해 오빠, 남동생과 함께 참가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캠프 잘 다녀오라고 샌들과 잠옷을 선물해주었다는 것이다. 남동생과 오빠 것까지. 아마도 이 학생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그 샌들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예쁜 잠옷은 처음 입어보았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반 학생들을 위해 드러나지 않게 그들을 챙겨주는 교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제자를 위해 새 옷과 신발을 선물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학생의 담임선생님처럼 가정환경을 파악 후 자기 반 학생뿐 아니라 그 형제들까지 모두 챙겨주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여러 학교의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을 보내야 할 반 학생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해진 신발을 신고 잠옷도 없이 낯선 곳에서 지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그 교사의 마음 씀씀이가 몇 날이 흐른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난다. 언젠가 의학계에서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하여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엔도르핀의 4천 배 효과가 있다는 다이돌핀이 발견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사랑에 빠지거나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었을 때 또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을 때 등 마음이 큰 감동을 받으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강력한 긍정적 작용을 일으켜 암세포를 공격하여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요즈음 필자는 검은 비닐봉지를 볼 때마다 교직경력 5년이 채 안 되는 이 학생의 담임교사가 생각난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캠프에 참가할 정도로 가난한 학생과 그 가난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세심히 보살펴 준 담임교사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그때마다 내 몸속 어딘가에서 다이돌핀이 분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살다 보면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나 다이돌핀을 선물 받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로 다이돌핀을 선물한 그 교사처럼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져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2009-08-17

3초의 여유

출연자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다양한 표정이 15초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기는 TV 광고들이 있다. 그 중 모 제약회사의 드링크제 광고는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바쁜 아침 출근시간, 호랑이 최 부장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최 부장이 손을 탁 치며 열림 버튼을 눌러 누군가를 기다려준다. 저 멀리 배가 남산만 한 여직원이 뒤뚱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최 부장은 함께 탄 직원들을 뒤로 조금씩 물러나게 해 임신한 그녀가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광고 속 호랑이 최 부장이 떠올라 열림 버튼을 누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혹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처럼 좋은 광고나 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각뿐 아니라 행동의 변화까지 가져오게 만드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3초의 여유`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너도나도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즈음 `여유`라는 그 단어만으로도 편안한 쉼터가 될 것 같아 다시 편집해 좋은 글 폴더에 저장해 두었었다. 어느새 8월, 한낮의 기온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열기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앞에 머잖아 꺾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또다시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게 되면 바쁘다는 이유로 놓쳐버린 일들로 인해 아쉬움 속에 또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회사의 게시판에 올려져 좋은 생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3초의 여유`란 제목의 글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다. 이런 여유를 가지고 모두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 중 한두 개만 기억해 실천해도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귀한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하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셋.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그가 가다가 뒤돌아보았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 넷.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다섯.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3초만 손을 흔들어 주자.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할 것이다. 여섯.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일곱. 아내가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 짓고 들어주자. 저녁상엔 넉넉한 웃음과 색다른 반찬이 올라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일곱 가지 모두를 실천하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여유로운 삶을 나누어주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축복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난 어떠한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3초만 여유를 가져도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3초의 여유를 갖다 보면 어느새 3분, 30분, 3시간, 3일, 3년, 그리고 평생의 여유로 이어져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3초의 여유!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 짧은 순간부터 우리 삶의 여유를 회복하는 일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져보자. 3초 만이라도….

2009-08-03

읽고, 읽고, 또 읽으라

일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치면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 도서관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여러 종류의 책들 앞에 서면 한 권의 책이 주는 감동을 품은 채 밤을 지새우기도 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사는 게 팍팍했던 그 시절,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마음껏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학교에서 실시하던 독서교실에 무조건 참가를 했다. 친구들과 소곤거리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비록 낡고 초라한 도서관이었지만 그곳에서 읽고 또 읽었던 책들은 망망대해의 등대처럼 인생항로를 밝히는 빛이 되어 주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국가경쟁력이 지식, 정보, 문화 등 무형의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이 생각하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 사회체제와 교육체제를 새롭게 정비해 독서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은 `Book Start 운동`을 통하여 영아들에게 책 읽기 교육을 실시하여 `생각하는 영국인`이라는 이상을 성취해 가고 있고, 미국은 `TV 1시간 끄기 운동`으로 책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풀뿌리 독서운동`으로 가정을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School Remodeling`을 통하여 학교를 도서관화 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추어 학교 도서관을 정비하여 책 읽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교육청에서도 도서관 현대화 사업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즐겨 찾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책을 통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경상북도 내 각 학교 도서관은 100% 전자도서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학교 운영비의 5%를 도서구입비로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e-독서친구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학생 스스로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탑재한 독후감 중 우수독후감을 선정·시상하고 있는데 그곳에 가면 초등학생들의 뜨거운 독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의 만남을 뜻한다. 아이들은 책과의 만남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며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의 뛰어난 과학자를 비롯한 최고경영자들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즐겨했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이 바로 독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기르려면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먼저 책 읽기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08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에 하루 52분이던 독서시간이 중학생이 되면 38분, 고등학생이 되면 34분, 그리고 성인이 되면 29분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이 1인당 32천500원인데 성인들의 연간 도서구입비는 9천600원에 불과하다. 이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올여름엔 책 쇼핑에 휴가비를 모두 지출하고 온 가족이 함께 독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안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 나들이라도. 보통 사람의 다섯 배를 읽는다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혜를 빌려달라는 한 시민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으라.”고….

2009-07-20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7월의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힘차게 출발했던 2009년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앞만 보고 달렸기에 새해 아침에 충전시켰던 에너지가 지금쯤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해진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데 일을 하다 보면 몸의 나이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어도 체력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퍼마셔도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쉼 없이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대교 눈높이 주말리그 우승과 함께 경상북도 축구협회장기를 차지하며 축구 명문교로 우뚝 선 강구중학교 축구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학교 운동장에는 선수든 아니든 축구하는 학생들의 파이팅 소리가 7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비록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운동 한 가지를 즐기며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면 그건 활기찬 삶의 에너지가 될지도 모른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 최고로 인기 있는 운동이 바로 축구였다. 둥근 공 한 개만 있으면 남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모였고 팀이 구성되면 골을 넣으려고 상대편 골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운동장은 우리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또 충전시켜주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이들의 파이팅 소리로 가득 차야 할 운동장이 조용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때가 되어도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육 프로그램 외엔 스스로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심신의 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초등학교 아이들은 컴퓨터와 놀고 있거나 조기교육 열풍으로 학원에서 놀고 있다. 한창 성장기의 중·고등학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운동할 시간마저 빼앗기고 있다. 이러한 운동 부족은 성인이 되었을 때 체력저하는 물론 심리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잃게 할지도 모른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신체검사 결과를 분석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체격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체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자살을 비롯한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정신 건강에 문제를 보이는 청소년들도 증가하고 있다.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육성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체력증진을 위해 학생건강 체력평가제(PAPS)가 실시될 예정이다. 또한, 아침건강 달리기, 음악 줄넘기 등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한 각종 운동 프로그램이 학교 실정에 맞게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각종 운동경기 시 가장 많이 들려오는 소리가 바로 파이팅이다. 이 소리는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최고의 무기다. 운동은 체력뿐만 아니라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까지 길러주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한 가지씩 선택해 파이팅을 외치며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자. 우리 학생들이 만나게 될 미래 세상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지식보다 지혜로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지혜 또한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학력 향상을 위해 학원에 가는 것도 중요하고 세계화를 위해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구촌의 여러 경쟁자들 사이에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샘솟는 체력이야말로 활기찬 삶을 위한 최고의 에너지니까.

2009-07-06